鬼椿 오니츠바키 2-13
제13화
"안돼, 싫어. 그런 짓은 못해"
"시끄러워, 빨리 열어! 열쇠 갖고 있지?"
류지가 발로 문을 세게 걷어찼다. "하지마. 이런...심한 짓" 당황한 유카가 가죽점퍼 소매를 잡고 매달렸다. 아마노의 집 앞에서 둘이 실랑이를 벌인다. 류지는 유카의 손을 뿌리치며, 언제 아는 사람이 지나갈지 모르는 맨션 복도에서 유카의 가녀린 어깨를 거칠게 안고는 "선배가 자꾸 내 말에 반항하니까 이러는 거 아냐? 반항에 대한 벌이야, 벌"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귀신같은 살벌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그, 그런... 시키는 대로 전부 다 했잖아"
팔 안에 껴안겨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유카를 바라보며, "내 말에 순순히 "네"라고 했으면 아무일 없었을 것을, 선배가 말대답했잖아". 가차없이 잔혹하리만큼 괴롭힌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늘 보여주었던, 쓸쓸한 듯한 미소, 거절하기 힘들게 만드는 상냥함, 근심걱정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아이같은 천진난만함, 그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흉폭한 포식자의 눈을 하고, 가시돋힌 말투와 표정으로 매일같이 유카의 마음을 짖밟고 신체를 희롱하고 있었다.
"자...오늘은..."
이 날은 써클 정례회. 매년 12월의 이 모임만은 전원참가가 원칙이었다. OB들도 모이고 은퇴하는 3학년도 마지막으로 참석해, 새로운 임원을 뽑는다. 100여명 가까운 대인원이 모여 밤새 술도 마시는 망년회도 겸한 일대 이벤트였다. 류지는 그 모임을 "참석하지 마"라고 했다. "지금 하고싶으니까 대줘"라고 요구했다.
단 둘이서 그런 식으로 모임을 빠지면 써클내에 류지와의 관계가 소문이 나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거절한 유카에게 격분해서, "그 바보녀석의 집에 가자. 오늘은 그녀석 방에서 할거야"라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선배,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수가 있어"
그저 협박이 아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쇼핑봉투를 든 안면이 있는 주부 한 명이 무슨 일인가 궁금한 듯 이 쪽을 바라보았다.
"정 안에 들어가서 하기 싫으면 여기서 알몸이 되도 상관없어. 아 참, 선배, 보여지는 거 굉장히 좋아했었지? 그래, 그것도 재미있겠는걸?", 조롱하듯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스웨터 위로 말랑말랑한 유방을 꾹꾹 눌러대면서.
"흐윽!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카즈야의 방을 더럽히거나 심한 짓은 하지 말아줘. 부탁할께... 시키는대로 뭐든 할께, 제발..."
"그래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순순히 굴었으면 되잖아"
이 이상, 복도에서 이렇게 실랑이를 할 수는 없어..., 창백해진 얼굴로 가방에서 열쇠를 꺼냈다. 류지는 문이 열리자마자 유유자적,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낙담한 얼굴을 푹 숙이고 유카가 따라들어갔다.
"흐음... 선배 집하고 비슷하네"
주방을, 거실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면서 차례로 방문을 열어젖힌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3LDK.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부모님이 사용하셨던 2개의 방은 유품이 든 상자만 훵하니 쌓여있어서, 유카에게 그 공간은 마치 아마노의 뻥뚫린 공허한 마음을 상징하는 것 같아 늘 가슴이 아팠다. 그런 방을, 마치 자기 집인양 휘젓고 다니는, 마구 유린하는 듯한 류지의 모습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졌다.
"아..."
류지가 아마노 방의 문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여기가... 그녀석 방인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아마노의 방으로 들어간 류지. 한참동안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살그머니 방 안을 엿보면, 방 한 가운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류지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생화학 전문서적이 꽉 들어찬 책장, 텔레비전과 오디오가 놓인 장식장, 노트북이 놓여있는 책상, 그리고 세미더블베드. 집에 없을 때가 더 많은 아마노를 대신해 언제나 유카가 대신해서 예쁘게 정리하고 있었다. 류지의 방과 같은 검소한 살림살이지만, 둘이서 같이 고른 밝은 색 쿠션이나 장식장을 덮고있는 유카가 직접 만든 커버가 류지의 방에는 없는 따뜻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차분하게 정리정돈된 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책상으로 다가간 류지가 사진액자를 손에 들었다.
"이거...?"
중학교 입학식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었다. 몸에 비해 큼직한 블레이저 코트 제복을 입은 아마노와 사랑스럽고 풋풋한 유카, 두 가족이 모두 모여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사진을 아무말없이 바라보는 류지. 언제인가, 류지가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을 때 짓고 있던, 전혀 감정이 보이지 않던 그 얼굴을 하고.
"무슨...?"
갑자기 틈을 보인 류지의,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예전의 그 표정에 유카가 당황해한다. 유카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든 류지가 가만히 액자를 책상위에 덮는다.
"이제와서 무슨..." 자기자신을 조롱하듯 비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선배, 이리 와봐". 삐뚤어진 입을 하고 유카를 째려보며 말했다.
연인과 수도 없이 살을 섞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눈, 항상 평온한 마음을 들게 해주는 바로 그 침대 위에, 류지가 털썩 걸터앉았다.
"어, 카즈야, 오랜만이야. 미인 교수와 단둘이서 출장, 어땠어? 즐거웠나?"
"선배, 농담은 그만둬요. 터무니 없는 소리. 알잖아요, 타카쿠라선생님 엄격하신거. 한밤중까지 자료정리에 논문수정에... 사람을 어찌나 무지막지하게 부려먹으시는지..."
덥수룩한 머리의 대학원 선배가 농담을 걸어오자 손사레를 치며 어깨를 움츠렸다.
"뭐라해도, 너, 정말이지 대단해". 선배가 아마노 등뒤의 디스플레이로 눈을 돌린다. 화면을 흐르는 유전자구조의 복잡한 퍼즐에, "이런건, 나라도 몰라. 선생님이 칭찬하시는거 당연해", 한숨을 쉰다.
"저기... 나, 선생님께 칭찬같은 거 들어본적 없는데요"
의아해하며 아마노가 물었다.
"요전에, 너 없을 때 그러시더라구. "그 아이한테는 재능이 있어.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학자가 될거야"라고"
"...저런, 또 그런다. 놀리지 마요"
뭉클해진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기쁘다.
"선생님, 분명 날 치켜세우시곤 더 악착같이 부려먹으려는 속셈일지도"
수줍게 웃으며 화면을 바라보는 아마노의 등 뒤로, "그런데,... 카즈야. 그 늘 자랑하던 그녀하곤 최근 사이가 어때? 바빠서 자주 못 보지?"
뭔가 캐물어보는듯한 어조였다.
"확실히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사이는 여전히 좋아요. 메일로 항상 연락하고 있고, 바로 그저께에도 유카가 일부러 만나려고 집에 찾아왔었으니까요"
키보드를 경쾌하게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뭐 그럼 다행이지만..."
뭔가 더 할말이 있는 기색이었다.
"왜 그러세요? 선배?"
"아냐, 아무것도. 신경쓰지 마.그냥 해본 소리니까"
선배는 언제나처럼 샌들을 질질 끌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착각했나... 하지만 그 빨간 리본... 하긴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이, 느껴지는거지? 기분 좋잖아. 좋다고 확실히 말해보라구"
"느, 느끼는 거 아냐"
"그럼, 뭐야 이건. 왜 이런건데?". 비열한 목소리. 정상위로 유카의 위에 올라타 격렬하게 허리를 부딪히는 류지. 젖은 살이 서로 퍽퍽 부딪히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찔꺽찔꺽하는 조그만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흥건하게 젖어있잖아. 이 추잡스러운 소리 안 들려?"
팔을 양쪽으로 크게 벌려 잡고 침대에 내리누르고 있었다. 십자가에 매달린 것처럼. 크게 벌려진 늘씬한 다리 사이로 잔뜩 성난 자지가 난폭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류지의 거친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침대에서 삐걱삐걱 귀에 거슬리는 금속성 소음이 들린다.
"흐읍, 으응, 아, 아앙, 아냐, 트, 틀려, 흡"
느끼지 않아. 느끼기는 무슨... 기분좋긴 뭐가... 그런거 없어... 민감한 몸에 이미 스물스물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쾌락의 소용돌이. 애써 억누르며 자신에게 이른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열심히 저항하는 유카. 하지만 유열의 불길은 이미 그런 유카의 육체에 착실하게 번져가고 있었다.
"흐으윽...하아..."
또다시 한차례 애매한 신음을 흘리며 덮쳐오는 쾌감을 애써 무시하고, 필사적으로 인형처럼 가장하고 있던 차가운 신체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을 눈치챈 류지가 움직임을 멈추고, "느껴지지? 기분 좋잖아? 말해봐" 라고 묻는다. "그런 일 없어", 부정하는 유카. 하지만 또다시 입에서 음란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와 버린다.
"아니... 아..아앙..아흐...아..아..."
아아, 하앙... 안돼... 느끼면, 안되는데... 류지에 의해 개화당한 육체가 거부하는 이성을 무시하고 솔직하게 반응해버린다. 수도 없이 반복해 새겨진 쾌락의 전조가 머리속을 흐리게 만들어 이성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이거 봐, 그녀석의 침대를 잔뜩 적셨잖아, 이 음란녀야"
"아니... 아냐... 아앙, 그, 그런...마, 말하지 마..."
"이렇게 질질 싸놓구선,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 엉덩이 가벼운 여자같으니"
"너, 너무해... 으흑... 너무해...."
왜... 이렇게 심한 짓을 당하고 있는데... 몸이, 몸 안이 뜨거워져서... 얕게 얕게 계속 감질나게 피스톤운동을 하고있던 류지가, 유카의 눈동자에서 조금씩 빛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단숨에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이의 방에 다른 남자를 데리고 들어가 안기고서는 무슨 말이야, 이 변태"
"그..아앙..그건..하아..네, 네가..그, 그런거..아항..."
계속 끊겨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로 열심히 부정해보지만, 몸은 이미 의지를 배신하고 있었다.
마음이, 신체와 찢기워져 간다.
"여자란 것들은, 어떤 녀석이라도 다 똑같애. 쑤셔박아주면 자동으로 미쳐날뛰니까"
"아, 아냐... 그렇지..하아앙...그렇지 않아...아..아흐윽..."
"얼렐레? 벌써 가는거야? 거봐 선배, 이제 앙탈은 이걸로 충분해"
"우흡..아..아하...하아앙...안..안돼...아흡"
흰 시트가 뒤틀리고 붉은 리본으로 묶은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흩날리며 턱을 위로 젖힌다. 반쯤 열린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의 옥타브가 오르기 시작한 것을 냉정하게 캐치하고, 질구 끝에서 얕게 움직이고 있던 자지를 단숨에 끝까지 깊이 박아넣었다.
"아아아앙--- 하으..흐윽!!"
넘쳐흐른 애액이 방울져 튀어나간다. 유카의 등이 팽팽하게 긴장하면서 복숭아색의 유두가 한계까지 곤두선 유방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린다. 흐으으으읍. 이, 이런거... 시, 싫어... 하, 하지만, 아아... 조, 조금만 더...가고... 류지가 양팔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희고 가는 허리를 팔로 휘감아 근육질의 몸을 조금의 틈도 없이 딱 밀착시켰다. 풍만한 젖가슴이 형태를 알아볼수 없게 뭉개져 짓눌렸다.
"가고 싶지? 서,언,배?"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는 유카의 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가게 해 주세요, 라고 말해봐"
"시..싫어...하아앙...시...하앙.."
뜨겁고 촉촉한 유카의 보지 안으로 깊숙히 깊숙히 자지를 쑤시고 박아댄다.
"가게 해 달라고 솔직히 부탁해보라구"
"시..싫...아..아항..아아아앙..시...시...히이익...하윽.."
시트를 꼭 움켜쥔 유카의 손가락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말만 하면, 가게 해 준다니까"
"하으윽...으읍...아...아아앙...히익...크으읍..."
자지를 이리저리 상하좌우로 교묘하게 움직여 질벽의 곳곳을 자극해 절정 직전까지 몰아넣고는, 냉혹하게 움직임을 멈추었다가, 조금 있다가 다시 움직임을 반복한다. 머리속이 새하얗게 되기 직전에 몇번이나 몇번이나 끌어내려졌다. 반복되는 능욕의 폭풍우 속에서, 이미 몸에 각인되어버린 의식이 날아가버릴 정도의 쾌락. 그 쾌락을 간절하게 바라며 그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인정하란말이야, 가고싶다고"
"아... 가..가..아아..가고...시..싶...아하앙...싶...하아..시..싫어...하아"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녀석이 듣고있는 것도 아니잖아"
"아..아..하아...가..가고...시..하아..싶....하아앙.."
안개가 자욱한 시야. 텅 빈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말도 나오질 않는다. 그저 육체의 쾌락, 그 지옥의 맹렬한 불길에 타오르고 있을뿐.
"말만 하면, 편안해질텐데"
편안해...질 수 있다... 류지가 복수의 송곳니를 드러낸 뒤, 벌써 2주 가까이 흘렀다. 그 날 이후로 테니스코트에서의 치욕을 시작으로 매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범해졌다. 류지의 집은 물론, 전철 안에서, 써클 부실에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학교건물 비상계단에서, 류지의 기분이 내키는대로 범해졌다. 바이브를 보지에 넣은채로 거리를 활보하게 한 뒤, 공원 화장실에서 류지의 자지를 빨아 정액을 삼켜야만 했다. 심지어는 아마노의 눈 앞에서 원하지도 않은 절정을 느껴야만 했던, 잔혹하기 짝이 없는 유린이 계속되어왔다. 쾌락에 굴종해버린 신체와 다른 한편으로 다부지게 맞서 왔던 유카의 마음도 산산히 부숴버릴만큼 혹독했던 능욕이었다.
"가고싶다고...말해..."
아아..안돼... 제발..이..이젠...
"가...고..싶어..."
"더 큰 소리로!"
"가..가게 해줘... 제발... 이제..이제..안돼...가고싶어--- 제발 가게 해줘---"
이제..틀렸어... 연인이외의 남자에게 호소하는 교성이, 연인의 방에 울렸다. 더이상은 참지도, 망설이지 않고.
"아마노선배,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사츠키. 오늘도 왔네"
"아! 선배, 기뻐요! 사츠키를 기다려주신거에요?"
아마노가 뒤돌아 보는 순간, 사츠키의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뺨이 발그레해지는 것도 느꼈다. 안돼, 나, 이러면... 부끄러워 손을 뒤로 빼고 수줍게 웃는다. 쇼트컷의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책상에 걸터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교있게 아마노를 바라본다. 평소보다 조금 화려한 색깔로 코디된 옷차림. 무릎길이의 흰 타이트스커트에 가슴을 많이 드러낸 블라우스, 팔에 머플러와 코트를 벗어 들고있었다. 핑크색의 라메(*주, ラメ-여성용 화장품에 자주 들어가는 반짝이)가 든 루즈가 사츠키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뭐야, 오늘 꽤나 멋을 냈네. 혹시 데이트?"
"에에~? 그건 무슨 의미죠? 모처럼 선배를 만나러 와줬는데. 멋이야 항상 있었죠"
"미안, 미안. 그런 의미가 이니었어"
쓴웃음을 짓는 아마노를 앞에 두고, 사츠키가 두리번 두리번 연구실을 둘러본다.
"왜 그래?"
"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역시... 써클 모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유카를 찾고 있었다. 류지에게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오늘도...
염원했던 W대에 합격해 우연히 들어간 써클에 유카가 있었다. 주위에서 "넌 무리야"라고 핀잔을 들어가면서 필사적으로 공부해 들어간 대학에서 "그 여자"와 꼭 닮은 유카와 만났다. 처음 만난 순간, 속이 울렁거렸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모리사키 유카입니다", "사츠키라고? 예쁜 이름이네", "잘 부탁해, 사츠키"...
말투도, 몸짓도, 머리스타일마저도 모두 사츠키의 신경에 거슬렸다. 거짓미소를 짓고 살랑대며, 어린 마음을 짓밟고 소중한 사람을 뺏아간 "그 여자". 잊고싶어도 잊을 수 없는 슬픈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모리사키선배도 같아. 선배만 없어지면 돼... 그렇게 간절히 바랬다. 모리사키선배같은 여자따위,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야...
"사츠키 너, 모리사키선배 싫어하고 있지?"
그래서, 류지의 유혹에 넘어갔다.
"네가 협력해주면, 내가 모리사키선배를 갖고놀수있어. 어떡할래?"
자신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연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담고 있었다.
아마노따위, 처음엔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하지만 즐거운 한때를 보내면서, 점점 자신도 모르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열려갔다. 점점 커져가는 아마노에 대한 감정. 저 상냥함을 더 느끼고 싶어... 다시는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거야, 자신에게 한 그런 약속과는 정반대로 아마노에게 점점 더 끌렸다. 아마노선배가 자신을 바라봤으면 해서, 모리사키선배를 아프게 하고 싶었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모리사키선배를 깎아내리고 싶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단지, 그저 아마노선배가 마냥 좋아져버렸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깨닫고나서는, 정신이 번쩍 들어 자기가 한 짓이 너무나 꺼림칙해져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아마노선배,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응, 뭔데?", 키보드를 두드리며 무심코 대답하는 아마노. 한참을 갈아입지 못해 꼬깃꼬깃해진 셔츠의 등을 바라보며, 사츠키의 가슴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을 슬프게 할, 그런 짓을 저질러버렸어요-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기분.
"저기... 만약, 정말 만약에요... 만약 모리사키선배가 바람피우면, 어쩌실거에요?"
"헤에?! 유카가 그런짓 할리가 없잖아"
즉답. 눈꼽만큼도 연인을 의심하는 기색조차 없이. 그 신뢰로 가득한 눈을 차마 마주보지 못하고 얼굴을 돌렸다. 어째서..그렇게까지..모리사키선배를... 그런 사람을...
"물론 그렇겠지만...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가정해서 이야기하면, 선배라면 그럴때 어떻게 할건지 그게 궁금해서요"
"그렇게 말해봐도... 유카는 내게 있어서 둘도 없는...단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바람끼같은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게다가...유카하고는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약속..이라뇨?"
말을 이어가긴 하지만, 아마노의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픔이 밀려왔다. 둘도 없는...소중한 사람...
"그런 것보다... 사츠키, 괜찮아? 다른 볼일은 없는거야?" 라면서 손가락으로 화면상의 숫자를 따라 뭔가 그린다. 부드러운 표정. 하지만 그 눈빛은 진지하게 화면의 퍼즐을 좇고 있었다.
"아, 맞다. 그렇지. 지금부터 곧 써클 망년회였었지. 또 올께요"
당황해 하면서 빙그레, 장난끼 가득한 인사를 던지고 빠른 걸음으로 연구실을 나섰다. 아마노의 말이, 시선이, 괴로우리만큼 가슴에 저며온다. 더 이상은 저 상냥하고 따뜻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연구실을 나서는 사츠키의 등 뒤로, "유카 잘 부탁해"라는 아마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라고는 대답했지만, 도저히 아마노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복도로 나오자, 금새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선배가 나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줬으면... 나도 선배처럼 누군가를 한결같이 믿을 수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럼 그럼, 솔직한 게 제일이지". 상반신을 일으켜 자지를 쑥 뽑아낸다. 뽁,하는 습기찬 소리가 나며 빼꼼히 열린 질구에서 뜨거운 애액이 흘러넘쳐 여전히 뻣뻣하게 서있는 자지에 실처럼 딸려나온다.
"안돼..왜..어째서..안돼, 안돼...가게 해줘", 애타게 매달려오는 유카를 바라보며, "알았어. 금방 가게 해줄께". 여유만만인 표정으로 어느새 준비해 뒀는지, 침대 밑에서 넥타이를 주워 올렸다.
"아...그, 그건..."
"그녀석 거야, 잠깐 빌렸지"
"...심한 짓 하지 말아달라고...부탁했잖아...". 조그맣게 속삭이는 유카를 무시하고 몸을 휙 뒤집어 엎어뜨리고는, 곧바로 조그만 엉덩이 위에 올라타 양 손을 움켜잡았다.
"그, 그만... 아, 아파..."
말하고는 정반대로 팔에 힘을 뺀 채 조금도 반항하지 않는다. 그저 빨리 가고 싶어... 그 밖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매끈하게 잘록한 허리 뒤로 양손을 단단하게 묶고는, 흠뻑 젖어 입을 벌리고 있는 보지에 귀두를 쓰윽 밀어넣는다.
"아흐으윽...."
다시 한번 세게 쑤셔박는다. 전신이 꿰뚫리는 충격에, 연인의 넥타이로 구속당했다는 꺼림직함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뜨거워...굉장해...."
무심코 입에서 흘러나온 음란한 말에 깜짝 놀라 돌아온 이성마저 류지의 절묘한 움직임에 짓밟혀간다.
"아하앙..아..좋아...대단해...."
무너져버린 마음 속에서 흘러넘치는 비명이 입술에서 환희가 되어 터져나왔다.
"나 이상해져버려----"
"기분 좋지? 선배?"
뒤에서 삽입해 잠시도 허리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류지는 말고문을 계속했다.
"좋아... 기분 좋아..."
"선배는, 내 이거가 좋지?"
"좋아, 좋아해..."
땀투성이가 된 이마를 침대에 파뭏고는 조종당하듯 대답했다.
"어떤식으로 하면 좋겠어?"
"더...좀 더...더..."
"더? 어떻게 더?"
"더 해줘..더 깊숙히..박아..박아줘...엉망진창이 될때까지 마구 박아 줘---"
연인에게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음란하고 외설적인 말로 졸랐다.
"자, 상이야. 미쳐버리게 해줄께"
음모가 서로 엉켜붙을 정도로 깊게, 자궁 안으로 파고 들 기세로 쑤셔박는다.
"아흑...하앙..아앙...흐윽"
완전히 무너트리기 위한 라스트 스퍼트에 돌입한다.
"선배의 몸은 내 소유야. 그렇지?"
"그, 그래요...나..나는, 내 몸은..류, 류지군 소유에요..."
"한번 더 말해봐"
"내 몸은 류지군 소유입니다"
"내가 하고싶을 땐, 아무때나 선배를 안아도 되는거지?"
"네, 네...아앙..아..안아주세요...하아..아앙"
"내 장난감이니까"
"네..아앙..장난감..아아..하앙...나..난, 장난감입니다...아항"
"맹세해라"
"매, 맹세합니다..아앙..하아앙...나..나는..류지군의 장난감..장난감입니다. 그러..하아앙...그러니까...아흐윽...제..제발...가..가게..하으윽...가게 해...하아앙...가게 해..주세요...아흑"
꽉 쥔 주먹 안으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든다. 땀으로 흠뻑 젖은 등이 부들부들 경련한다. 한계를 넘은 몸의 떨림으로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그럼, 가는 모습을 그녀석한테, 그이한테 제대로 보여줘"
류지가 포니테일을 잡아당겨 고개를 들게 했다.
"아..아..아..시.."
눈 앞에, 서로 뺨을 대고 어깨를 감싸안은, 손가락으로 V싸인을 만들고 웃음짓는 두 사람이 있었다. 침대맡에 올려놓은 사진. 거기에 연인의 사진이 있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가는 모습, 보여줘"
"......"
그, 그런 짓... 하지만, 바싹 마른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반항도, 말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석한테, 보여주는거야"
"...네..."
멍하니 뜬 눈동자가 어둠에 휩싸인다. 차라리,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 이대로 쾌락의 늪에 가라앉아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으면, 이대로 절정에 올라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으면, 편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또 연인에게 거짓말을 거듭하고...거짓으로 웃음지으며 속이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과 몸이 처참하게 끊겨져간다. 격심한 아픔.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 자꾸 쾌락에 빠져 숨어든다. 그 이외에 유카에게 남은 방법은 이미 없었다.
"선배의 거기, 어떻게 됐어? 그녀석한테 말해봐"
짐승처럼 파고 들어온 류지가 뒤에서 한껏 체중을 실어왔다. 이미 자궁 속까지 파고든 것같은 흉칙한 자지에 딸려들어간 음란한 보지의 살이 빠듯한 아픔을 손가락 끝까지 지릿지릿 전하며 녹아드는 듯한 쾌감에 젖어간다.
"으흑..하아..하으윽...뜨거워... 아앙..류, 류지군 꺼..커..너무 커...너무 크고 단단해..하아...안까지..깊숙히..들어왔어...움직이지 마...들어왔어...가장 느끼는 곳에...닿았어...아..안돼...하앙...움직이지 마...안돼...아아아...굉장해..아항...아...망가져...망가져버려---"
손을 뒤로 묶여 엎드려진 채로 콧날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말을, 마음 속에 또아리 틀고 있던 추잡스러운 말을 토해낸다. 그 입술에 류지가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미쳐버리는 만큼, 실컷 가게 해줄께. 기뻐 죽겠지?"
"응, 츄읍...기퍼..기픔미다...흐응...쮸우웁...가게애두세요...으으읍...쯉...머든..머든하테니카...츄웁...데발..츄읍...가게...가게애두...세요...하으읍"
쑤셔박은 손가락을 혀로 핥고 입술로 달라붙어 정신없이 빨면서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 눈동자는 이미 끈적끈적하게 녹아 있었다. 밝고 쾌활했던 본래의 유카는 사라지고 없었다. 류지가 귓가에 대고 뭔가 속삭이고는, 탐욕스럽게 달라붙어오는 보지에서 천천히 자지를 빼냈다.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쥐고 몸을 들어올려 후배위자세로, 팽팽한 엉덩이의 골짜기 사이로 단숨에 자지를 쑤셔넣었다.
"하으응...가...가버려..."
새하얀 몸이 새우처럼 휘며 공중에 떠, 긴 머리카락과 붉은 리본이 크게 원을 그리며 춤춘다.
"어이, 빨리 말해"
"좋아..굉장해..기분 좋아..아아아...류, 류지군 꺼, 류지군 꺼, 너무 좋아...카, 카즈야보다, 류지군 쪽이 기분 좋아.. 류지군 꺼, 류지군 꺼가 좋아... 카, 카즈야..하아앙...유카, 류지군이, 가게 해줬어... 유카, 류지군 껄로 가..간다-----!!!"
"우와...죽이는데..."
보지가 달라붙어 류지의 자지를 꽈악 조여왔다. 네 발로 엎드린 유카의 발끝이 시트에 파고들어 온몸을 버티며 커다란 쾌락의 해일을 받아 들인다.
"하..하아..."
기나긴 한숨을 내쉬며 배덕의 여운에 빠져있는 유카. 류지는 그런 유카를 등뒤에서 냉혹하게 응시했다.
"에? 아앗, 안돼..자..잠깐만..."
곧바로 피스톤운동을 재개한다.
"말했잖아, 미치게 해준다고"
그, 그런... 싫어...안돼..지금..또 하면... 이 이상..범해지면... 스스로 어떻게 되어버릴지 모른다. 절정에서 또 절정으로. 쉬지도 않고. 계속 밀려 올라간다. 지금껏 받은 능욕에서도 경험한 적 없었다. 식을 틈도 주지않고 육체의 불길을 더욱 더 크게 활활 타오르게 한다.
"시...싫..아..안돼... 아아..아하앙..하앙.."
쑤걱 쑤걱... 음란한 소리를 내는 보지에서 멈추지 않고 넘쳐흐른 애액이 시트에 스며들어 또 다시 새로운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하으윽..흐으윽.."
비지땀이 맺힌 새하얀 등을 류지의 손가락이 척추를 따라 살짝 더듬은 것만으로,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져왔다. 눈 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죽어버릴것 같애... 이런..이런거...안돼... 나 이상해져 버릴 것같애...
"...아..하아..흐응..아앙..하윽...하앙.."
시뻘겋게 달군 철봉을 몸 속에 쑤셔박아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입술에서 흘러넘친 군침이 예쁘게 생긴 턱으로 굴러떨어진다.
"제발..이거..좀..하앙..푸..풀어 줘..."
커튼 틈새로 비쳐들어온 가로등 불빛에 물든 상반신이 요염하게 좌우로 꿈틀거린다. 류지가 허리 움직임을 멈춘 것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동그란 엉덩이를 곧추세우면서 쾌락을 탐하고 있었다.
"풀어줘..풀어줘.."
답답해...손이 묶여서 움직일 수가 없어... 망가져버려... 망가져버릴 것 같애... 마음 속 깊이 떨렸다.
"선배를 만족시켜주는건, 나뿐이지?"
"네, 그래요, 류, 류지군..류지군뿐..입니다..."
어디까지라도, 저속해져 간다... 저속해질 수 밖에 없다... 류지가 넥타이를 풀어 던지자, 유카는 베개를 가슴에 꽉 부둥켜 안았다.
"자, 선배 안에 쌀거야. 잔뜩 쏟아내 줄께. 기쁘지? 그녀석 앞에서, 나한테 질내사정당하고"
"하아..기뻐..기뻐요... 싸..내 안에... 류지군 꺼..하앙..류지군의 뜨거운 정액.. 아하앙.. 하앙.. 아흑.. 아흐윽..."
부르르 경련하기 시작한 유카의 보지를 찢어버릴듯이 류지의 자지가 쑤셔박혔다. 밑으로 내려간 손가락이 옅은 수풀을 헤치고 단단하게 발기된 음핵을 힘껏 집어 당겼다.
"하으...아흐윽!!!!"
동시에 보지 깊숙히 박힌 자지에서 정액이 튀어나간다. 꿀럭꿀럭 쏟아지는 정액으로 자궁이 가득 채워져간다. 안돼... 기억해버려... 이런.. 엄청난 걸... 몸이 기억해버려.......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가... 버려...흐윽"
떠밀려 올라가버린 정상의 끝은...절망의 심연. 유카 안에서 중요한 뭔가가 부서져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동안이나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류지가 방을 나간 뒤에도 쭉, 망연자실하게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방. 납처럼 무거워진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더러워져버렸네... 세탁해야겠다..."
비릿한 정액과 자신이 흘린 애액, 그리고 흘러넘친 타액이 스며들어 온통 얼룩투성이인 시트를 침대에서 걷어 둘둘 말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은 몸 속까지 차갑게 식어, 어두운 방에 창백하게 떠오른다. 보라색 멍이 든 손목, 흐트러진 머리카락, 피부에 달라붙은 정액의 흔적이 좀전의 격렬했던 섹스를 말하고 있었다.
"아... 카즈야.. 왜 그렇게 멀리 있는거야..."
침대 머리맡의 사진이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멀리 와버린건, 나였지... 카즈야는 쭈욱, 항상, 옆에 있어줬는데... 그치?"
중얼거리며 한겨울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에 엎드려 가슴에 안은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거기에 연인의 온기는 남아있지 않았다.
"미안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흘러가는대로... 그냥 몸을 맡기고...
적어도 카즈야 앞에서만은... 웃고 있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느끼지도 말고...
웃자...
휴우... 수치해석의 시뮬레이트가 시작되고, 마우스에서 손을 뗀 아마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푸욱 가라앉혔다. 시계는 벌써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러다... 오늘 밤도 집에 못 가겠다..."
혼자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선배도 그렇고, 사츠키도 그렇고, 뭔가 얘기할 것이 있는것 같았는데... 유카에 관한 일을...
손가락으로 블라인드를 밀어 올렸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에게 "우왓, 니 얼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눈 아래에는 기미가 떠올라 있다. 깎지 않아 까끌거리는 수염을 어루만졌다. 창 밖으로 어둠에 갇힌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뿌리치듯 여러 차례 머리를 가로젓는다.
"세수라도 좀 하고 올까"
고요한 연구실에 고독한 발소리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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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키가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기 시작했군요. ...그래봐야 이미 갈데까지 간 주제에 이미 늦어버렸지만. 유카도 망가질대로 망가졌고. 물론 앞으로도 한참 더 망가질거지만은. 그나저나 아마노 방에서 침대시트 안아들고 중얼거리는 유카, 정말로 안쓰러웠어요-.-;;
연구실 선배라는 사람이 유카랑 류지가 러브호텔 들어가던 장면을 목격한 거 같죠? 뭐 덕분에 아마노도 슬슬 눈치를 챈 것 같고요. 자, 연인의 부정을 알게 된 아마노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라나요...?
자, 이제 2부도 딱 1화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