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10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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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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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24회 작성일 24-01-1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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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웨스트게이트의 [의회]라 할 수 있는 원탁회의는 출석인의 숫자가 들쭉날쭉이었다. 특히[일식]사태 후에는 정말로 원탁회의에 출석할 귀족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진 탓도 있었다. 물론 귀족이 아주 없는건 아니다. 있긴 있으되 저마다의 사업으로 바빠서 출석률이 낮은 것이다. 슈발츠 조차도 이 의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간혹 중요한 의제가 있을 경우에만 참석했다.


원탁회의장 입구에서 다른 귀족들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 슈발츠는 그대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두르나와 알루데시아와 헤어진 슈발츠는 두르나에게 요대(잡낭이 매여져 있는)와 전통을 맏기고 들어갔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비무장이었다. 저장의 장갑만 아니라면. 그는 다른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원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웨스트 게이트의 문제들을 토의하기 시작했다.


회의는 지루할 정도로 오래 끌었다. 원래부터 합의제라는 것은 결론을 내는데 오래 걸린다. 특히 쟁점이 된 의제는 새로운 기항 절차와 기항요금에 대한 논의였다. 슈발츠를 비롯해 토의하는 의원들(즉, 귀족들)대부분이 무역업에 종사한다. 의제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으므로 허투루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원탁회의이기 때문에 발언권부터 투표권까지 모두 동등하다는 정도 토의의 난맥화에 일조했다.


기존의 기항요금은 20 두아트, 거기에 슈발츠는 특혜를 받아 10 두아트만 내고 있었다. 기항을 위한 절차도 본시는 3단계로 엄중한 검문을 실시한 후에나 항구의 수로 안내인의 유도에 따라 지정된 지점에 배를 접안하게 되어 있었는데, 슈발츠는 생략(이 때문에 슈발츠 상단기를 내건 해적이 항구에 들어왔을 때 미리 막지 못했다). 게다가 항구 구역엔 슈발츠 전용의 선착장과 창고까지 있었다. 일식 사태에서 살아남은 후엔 좋아라 하고 인정해 주었던 권리지만, 원래 인간이란 급할땐 간도 쓸개도 다 갖다바칠 수 있지만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변하는 법, 의원들은 이 상태에 불만이 많았던 것이었다.


일단 슈발츠는 기항 절차에 대해서는 자기도 문제를 느끼고 있었으므로, 전용 선착장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절차를 따르기로 양보를 했다. 의원들도 슈발츠가 양보한 것을 존중해 그 문제는 거기까지 하고 매듭을 지었다.


하지만 기항요금 문제에 이르자 갈등이 첨예화 되었다. 모두 일괄적으로 기항요금을 10두아트씩 받자는 안은 일단 부결되었다. 기항요금은 웨스트게이트의 세금수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슈발츠의 기항요금 반액은 해적 퇴치때 조약으로 보장된 권리였기 때문에 그것도 건드릴수 없었다.


지루하게 토의를 거듭하며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 동안, 슈발츠는 자신의 의자에 기대어 앉아  의원들이 갑론을박 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웨스트게이트는 내해 남서부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용의 해안에서 슈발츠의 일대 거점과 같았다.그는 웨스트게이트의 [보호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고, 항구에는 상단에 딸린 전용 선착장과 창고가 있었으며 내해 남부 연안을 순행하는 1개 함대(1383년 현재 전선 12척, 수병 900명 내외)의 거점인 병영도 전용 선착장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시장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은 상단 지부의 시설은 칼라디나를 제외한 다른 어떤 상단 지부보다 규모가 웅장하고 화려했으며 고아들과 슈발츠 상단의 사무관이나 서기를 지망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산술과 회계, 공용어, 엘프어 등을 가르치는 기숙학교까지 딸려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슈발츠는 그 도시의 [지배자]는 아니었다. 도시 주민들은 슈발츠에 대한 평가가 좋았지만, 귀족들로 이뤄진 의회가 지배하는 것에도 불만이 없었다. 슈발츠 역시 웨스트게이트를 지배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직할령은 해적군도의 관리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것이다. 자신의 상단에 우호적인 곳으로만 남아 준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리고 [우호적인 곳으로]남기기 위해 이런 수고까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열을 내며 토의 중인 기항요금은 결국 지배자인 귀족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마련이었다.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푼돈을 위해 저렇게 아웅다웅 싸우는 자들을 얼르고 달래 가며 이 도시에서의 영향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슈발츠는 서글픈 한숨을 쉬었다.


토의가 시작된지 수시간이 지났을 무렵, 슈발츠는 지붕으로부터 무엇인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것으로부터 명백한 살기를 느꼈다. 예전엔 [불길한 예감]정도였던 접근 감각이 이만큼이나 확장되었던 것이다. 그는 새삼 샥스에게 물려받은 힘을 실감했다.


잠깐이지만 슈발츠는 토의중인 의원들에게 이걸 알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가 고민을 끝내기 전에 천정의 살기가 먼저 움직였다.


스으으윽...


발에 로프를 달고 천정에서부터 거꾸로 떨어진 암살자들이 수리검을 던지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목에 수리검이 박히거나 칼을 맞은 의원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스스로 만들어 낸 피바다 속으로 쓰러졌다. 슈발츠는 자리에 앉아서 날아오는 수리검 하나를 붙잡고 이어서 날려오는 참격은 상체를 젖히는 간단한 동작으로 피해 냈다.


암살자들이 들고 있는 곡도는 슈발츠의 환도들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더 짧았다. 그들이 던지는 수리검은 사방으로 짧은 날이 나 있고 목표물을 향해 회전하며 날아드는 특이한 병기였다. 지금까지 슈발츠가 봐 오던 암살자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하지만 감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슈발츠의 전후좌우로 수리검과 참격이 어지럽게 날았고,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콰자작!


암살자들은 결코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슈발츠가 일어난 직후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세로로 두쪽이 나면서 비로소 큰 소리가 났다. 슈발츠는 부서진 의자 다리를 하나 줏어들고 달려들던 암살자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죽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힘 조절을 하면서.


퍼억!...


여지없이 피를 뿌리가 날아가는 암살자. 하지만 복면 아래의 입으로부터는 비명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맞은 녀석은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어나 다시 슈발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힘조절을 했다고 해도 슈발츠가 때린 것이다. 보통이라면 황천 문턱을 넘나들고 있어야 할 자가 금새 일어나서 달려드는 것에는 슈발츠도 놀랐다.


파앗...


그 틈에 등의 옷을 길게 베였다. 슈발츠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은 후, 등으로 파고 들었던 암살자를 의자 다리로 내리쳤다. 이번엔 죽일 작정으로.


퍼석!...


쇄골과 늑골이 한번에 함몰된 암살자는 그대로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쓰러지는 것과 비슷한 타이밍으로 다른 암살자들 역시 연이어 슈발츠의 몸둥이 찜질을 당했다. 그 와중에 슈발츠의 팔 언저리를 칼날이 스쳤다.


카가강!...


슈발츠의 팔을 베어온 칼은 금속성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놀라는 암살자를 향해 슈발츠는 빙긋이 웃어 보이며 의자 다리를 휘둘렀다


퍼석!...


머리가 으스러진 암살자가 수미터를 날아가 땅바닥에 고꾸라지는 동안, 슈발츠의 찢어진 옷 사이로 은빛이 나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분명하게도 갑옷은 아니었다. 그리고 보통의 엘프라면 결코 칼을 맞고도 멀쩡할 수 없다. 비로소 암살자들은 상대가 사에몬이 말했던 그런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퍼버벙!...


아직 살아있는 암살자들은 저마다 어딘가에서 둥그런 공 같은 것을 꺼내더니 다짜고짜 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 바닥에 격돌한 그 [공]은 그대로 폭발해 폭음과 연기를 내뿜었는데, 연기가 걷히자 암살자들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슈발츠는 코웃음을 쳤다. 초보적인 환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대로 그가 던진 의자 다리가 허공을 가른 후 어둠 속에서 몸을 날려 도망치려던 암살자 중 하나의 등에 명중했다


퍼억!...


척추가 으스러진 암살자는 즉사했고, 그대로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몸을 날리던 나머지 암살자들도 놀라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번엔 슈발츠가 계속 갈무리해 두고 있던 수리검을 암살자들을 향해 날렸다.


슛!... 슛슛!....


파바박!...


파악!...


던지는 힘이 힘이다 보니 수리검이 암살자들의 몸통과 팔다리를 관통하기도 했다. 도망치면서도 반격의 수리검이 날아왔으나, 날아오는 족족 슈발츠의 손에 붙잡히거나 그가 일으킨 푸른 주화의 보호막에 튕겨 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손에 들어온 물품을 재활용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추격전은 의사당의 지붕까지 이어졌고, 삽십여명이나 되던 암살자들 중 대부분은 불귀의 객이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는 옆구리에 수리검이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도망쳤다. 그리고 도망치는 암살자를 보면서, 슈발츠는 씨익 웃고 있었다. 그가 일부러 보내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
.
.


콰자작!...


굉음과 함께, 은신처의 문을 부수고 굴러들어온 피투성이의 암살자를 본 사에몬은 [또 실패했구나!]라고 속으로 탄식을 하며 도망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가 탈출용 마법진을 활성하러 가기도 전에, 그의 귓전으로 청량한 종소리 비슷한 음향이 들렸다. 작지만 분명히 들리는 그 소리가 처음에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던 사에몬은 바닥의 마법진을 작동시켜 도망가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법진은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수단으로 쓰는 순간이동 주문 조차도 그의 영창이 끝나기 무섭게 태양 앞의 안개처럼 증발해 버렸다.


콰자작!...


사에몬이 급히 변장의 가면을 쓰려는데, 다시 한번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번엔 문짝 자체가 통째로 시원스럽게 부서져 날아갔다. 그리고 들어온 것은 온통 은색인 용 비슷한(?) 무엇인가였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슈발츠다. 사에몬은 그것이 고렘 비슷한 것인줄 알았지만, 그 타오르는 수은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보며 고렘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얼어붙었다.


" 마침내... "


슈발츠는 웃었다. 사에몬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환상마법을 시전하려 했지만, 슈발츠의 손에 들려 있는 불운석은 그것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범위 내에서(반경 1.8Km) 모든 순간이동, 차원이동과 투청, 투시, 환상계열 주문의 시전을 막는다. 이것이 발동되는 슈발츠 역시 변장(?)을 벗어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 아...아하하핫!... "


사에몬은 당황스럽게 웃엇다. 그는 슈발츠가 노려보는 동안 벽장을 열어젖히고 그 안의 비밀통로로 뛰어들었다. 최후의 탈출로였다. 벽장 문이 닫히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슈발츠는 피식 웃은 후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콰아앙!...


단순한 주먹의 일격에, 벽돌로 쌓아 올린 벽이 터지듯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앉았다. 두께가 30cm는 족히 넘었지만 이미 단단한 성벽도 맨손으로 부순 적이 있는 슈발츠다. 허름한 건물에 급조된 비밀 통로의 문짝 따위는 한주먹 꺼리도 아니었다.


도망치다 말고 뒤돌아 본 사에몬이 놀라서 입을 딱 벌리는 동안, 슈발츠가 예의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내려다보면서 입술 끝을 말아올렸다..


" 달려, 쥐새끼. 네 능력이 닿는 한도껏 도망쳐 봐라. "


사에몬은 정신없이 달렸다. 처음엔 마법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도망쳤고, 마법의 효험이 떨어졌을 때 바로 등 뒤에 와 있는 슈발츠를 보고 기겁해야 했다. 마법의 도움을 받는다 쳐도 애시당초 인간의 달리기 속도 따위, 슈발츠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가 숨이 턱에 찰 때 까지 웨스트게이트의 냄새나는 하수도를 달리는데도, 뒤돌아보면 언제나 슈발츠가 웃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별로 전력으로 달리는 것 같지도, 숨을 몰아쉬지도 않았다. 이래서는 귀신보다 더 무섭다. 사에몬은 혼비백산이란 말 그대로,평소의 그 잔꾀조차 부리시 못하고 그저 달려야 했다.


" 하악... 하악... 하악... "


달리면서 엎어지고, 구르고, 사에몬의 전신은 하수도의 오물과 땀에 범벅이 되었다. 거의 기어서 도망치는 사에몬의 눈에 하수도의 출구가 보였다. 거기엔 부하와 말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었다. 새로운 희망이 샘솟은 사에몬은 열심히 전력을 다해 달려서(아니 거의 굴러서)하수도의 출구에 도착했다.


" 오오, 제법 빠르네. "


그를 반긴 것은 레이피어에 심장을 찔려 시체가 된 부하들과, 한 드로우 여성 검사였다. 그를 향해 생긋 웃어보이는 그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두르나다. 그는 슈발츠의 텔레파시 연락을 받고 곧바로 비행의 신발을 써서 하수도의 출구까지 날아와서 사에몬의 부하들을 처리한 후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아... 아아... "


앞에는 귀신같은 두르나, 뒤에는 정체불명의 은색 반룡. 사에몬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 크아악! "


발악적으로 단도를 꺼내 들고 휘두르는 사에몬을 레이피어를 휘둘러 쳐낸 두르나, 슈발츠가 팔짱을 끼고 구경모드로 전환해 관람하는 동안, 미친듯이 찔러들어오는 사에몬의 공세를 하나도 남김없이 걷어낸 두르나는 우아하기까지 한 솜씨로 사에몬의 무릎을 찔러 그자리에 그를 주저앉혔다.


" 으헉!... 끄악!... "


주저앉은 사에몬의 등을 발로 밀어서 밟은 슈발츠는 두려움에 떠는 사에몬을 배려다보며 한마디 했다.


"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이군. 사에몬 하바리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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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사에몬 같은 놈을 여기서 쳐죽여버리면 재미가 없지요 그리고 발게에서도 늘 그랬듯이, 이놈은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납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붙잡아야]지요.


사실 죽으면 퓨그 플레인이라고 이름붙여진 심판의 도시에 가서 재판을 받고, 벌을 받던가 자신이 신앙하는 신들의 차원으로 가게 되는 이 세계의 구조 상, 죽인다고 처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죽여버리면 일단 이 세계에서 제외되는 것이기 떄문에 보통 문제 해결로는 그만한 것이 없지요. 따라서 랠름에도 엄연히 사형제도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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