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8편
심불이 끌려간 곳은 녹석궁의 지하에 만들어진 전용 감금 공간이었다. 그 협소한 지하 감옥은, 어떤 신들의 탐지 마법도 빗나가도록 하기 위해 시어릭 자신이 특별히 신경써서 만든 마법식으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다. 마력을 봉하는 쇠사슬이 채워진 채 감금될 때 까지, 그녀는 한동안은 받은 타격을 회복하지 못해 의식을 잃고 있었다.
슈발츠는 그 작은 감금처 근처까지 숨어들어서, 그 구조와 경비의 틈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가짜 심불의 계획은 시어릭의 주구 다운 것이었다. 유폐생활에 분노게이지가 만땅이 된 (가짜)마녀 여왕이 돌아와서 귀족회의의 나머지를 쳐죽이고(카토와 무관한 중립 파벌들을) 다시 정권을 회복하면, 일시적으로 몸을 피한 카토는 민심(?)을 등에 업고 폭군에 맞선 혁명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태이가 개입해서 마녀 여왕을 쫒아보내고 다시 질서를 회복한 후, 아글라론드에 태이의 조계지(사실상의 총독부)를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엉성해 보였지만 이미 무슨 일이 벌어져도 카토를 지지하는 35%의 협력이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혁명]이기도 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된다면 아글라론드는 태이의 식민지가 될것이었다. 물론 슈발츠는 그렇게 되게 둘 생각이 없었다. 태이와는 [가깝고도 먼 당신]인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장사꾼인 그에겐 최선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 시어릭 교단의 계획은 고마운 일이기도했다. 심불을 자신의 노예로 삼고 싶은 슈발츠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까 하고 고심하고 있었는데, 태이와 시어릭 교단이 합작해서 그녀를 들어다 바친 격이니 말이다. 그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슈발츠는 아글라론드에서의 태이 세력을 발본색원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칼라디나로 순간이동해 돌아온 슈발츠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대규모의 바테주 소환이었다. 정확히는 평소에 여러가지 정보 제공 계약이나 용역 등으로 안면을 틔워둔 바테주들을 잔뜩 불러모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 하하하! 그거 재미있겠군. 신을 엿먹이는 일이라면 우리야 좋지! 게다가 그게 그 찌질이 시어릭이라면 더더욱!! "
슈발츠의 계획을 듣고 나서, 소환된 바테주들의 대표이자 핏 핀드인 헤일-자카람이 온몸을 흔들며 웃어제쳤다. 그는 아스모데우스 휘하의 강력한 악귀 장군으로, 9층 지옥 군대의 정보장교 이기도 했다. 그의 어비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슈발츠에게 대단한 도움이 되었었고, 그만큼 자주 거래를 트게 되어서 그 덕분에 이 핏 핀드와는 어떤 의미에서의 [친분]까지 쌓은 상황이었다. 가끔 [외상거래]도 했을 정도다.
시어릭은 여러모로 적이 많았는데, 바테주들이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가 죽음의 신을 겸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기에 빠져 죽음의 신의 의무까지 게을리한채 바테주들의 영원한 적인 타나리들이 영혼을 도둑질해 가는 행위를 방치하고, 심판의 도시에서 일하던 많은 바테주 알바생들을 자기 멋대로 [잘라 냈던]일로 인해 바테주들은 큰 손해를 보았다. 그로인해 유발된 증오와 경멸은 계속해 이어진 시어릭의 데몬 부하들의 전횡으로 인해 부풀려져, 나인헬의 바테주건 심판의 도시의 알바생이건 베인 휘하에서 종사하는 바테주 부하건 간에 모든 바테주들에게 시어릭이란 존재에 대한 악감정이 널리 퍼졌던 것이다.
보통이라면 바테주의 전쟁 용역에 대한 대금에는 금붙이 뿐 아니라 영혼 같은 것도 포함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대금은 사실 후불제였다. 슈발츠는 그 점에 착안해 [조금은 상궤에 어긋나지만] 이 대금 지불 방식도 독창적으로 정했다. 바로 아글라론드에 거대한 마법 결계를 치고 그 안에서 죽인 시어릭 교도들의 영혼을 바테주들이 즉시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일을 열심히 할 수록 손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지니 바테주들도 열성적으로 임무에 임할 것이라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바테주들은 대찬성이다.
" 다만 죽이는 대상을 신중하게 고르시도록, 시어릭 교도가 아니면 잡아봐야 이득될 것이 없으니까. "/슈발츠
" 뭐 그런 거야 우리쪽에 맏겨두시고, 더 필요한건 없나? 시어릭이 상대라니 의욕이 넘치는 친구들이 많아서 말이지. "/자카람
" 뭐 자진 참가 하는 친구들에게까지 금을 지불할수는 없는데, 그래도 괜찮다면. "/슈발츠
슈발츠가 어께를 으슥 해 보이자, 쟈카람은 호탕하게 웃으며 인간 가죽으로 만들어진 계약서를 슈발츠에게 날려 보냈다. 슈발츠는 계약의 세부사항까지 완벽하게 읽어본 후, 오 탈자를 수정하고(쟈카람은 바테주 치고는 오타가 좀 많아서 일일이 수정해 줄 필요가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 그럼 그때 보세. "/자카람
" 시간이 조금 촉박해서 미안하군. "/슈발츠
" 뭐 정 미안하다면 나중에 내 부탁 한가지만 들어 주던가." /쟈카람
" 그거 계약에 포함시킬건가? "/슈발츠
" 그랬다가 무슨 꼬투리를 잡히려고, 에이 됏네. 난 가네. "/쟈카람
연기와 함게 바테주들이 사라지고, 슈발츠는 계획이 실행될 때 시어릭의 표정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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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결계에 대한 고안은 사피아가 했고, 그 실행은 돈으로 고용된 용병 마법사들에게 맏기기로 했다. 젤로나나 사피아가 나서면 쓸데없는 이목을 끌 위험도 있었고, 무엇보다 슈발츠는 자기 노예들이 그런 일로 손을 더럽히게 만들기 싫었다. 감시자로 젤라노라를 파견했지만, 그녀도 직접 마법을 시전하지는 않고 다만 지켜보는 역이었다.
의식 자체는 벤프린탈라에서 수 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안개를 불러일으켜 은폐한 배 위에서 실행되었다. 베는 모두 세척이었고 의식에 참가한 마법사만 99명이었다. 마법진 마법을 세군데에서 동시에 발동시켜 한곳에 힘을 모으는 방식으로, 사피아는 이 마법진을 고안함으로써 그녀가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 자 이제 시작인가?... "
수마일이나 떨어져 있는데다 두꺼운 안개 너머였지만, 슈발츠의 눈은 벤프린탈라를 보고 있었다. 마법적인 기운이 벤프린탈라를 감싸며 거대한 결계가 되는 순간에 바테주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가짜 심불이 녹석궁에 진입한 때를 맞추어 발동될 것이기도 했다.
화아악!....
마력이 함유된 파동이 슈발츠의 뺨을 스쳤다. 99명의 마법사가 시전한 주문의 힘이 벤프린탈라를 뒤덮으며 은은한 회색의 장벽을 형성함과 동시에, 그 장벽 안으로 수많은 차원문이 열리는 광경은 제삼자에겐 장관이었다. 계약대로 쟈카람이 이끄는 구층 지옥의 군대가 급습한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슈발츠는 지체없이 벤프린탈라 안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 끄아악!! "
" 우아아악!... "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바테주들에 의해 도처에서 살해가 이뤄지고 있었고, 사방에서 건물이 불타오르고 무너졌다. 벤프린탈라는 지옥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상황에 빠졌다. 슈발츠가 순간이동해 온 곳은 녹석궁의 정문 앞으로, 그 안으로는 순간이동을 금지하는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사방에서 터지는 폭발음과 비명을 뒤로 한 채, 그는 녹석궁 안으로 숨어들었다.
녹석궁 안도 아수라장이었다. [분노한] 가짜 심불에 의해 쫒기는 자들의 비명소리가 궁전의 회랑에 울려퍼졌다. 미리 비밀통로를 통해 성을 빠져나가려던 카토는 비밀통로를 연 바로 그 시점에서 맞은편에 서 있는 슈발츠와 맞닥뜨렸다.
" 안녕하신가~ "/슈발츠
" 헑? "/카토
카토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슈발츠의 손에서 진천이 환상같이 떠올라 횡으로 검은 섬광의 선을 그렸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카토의 목을 무시한 채 슈발츠는 비밀문을 닫았다. 그리고 더 깊은 지하로 향했다.
심불을 감시하고 있던 간수는 이미 소동이 날 것이라는 것을 통보받은 상태였지만, 슈발츠에 대해서는 통보받지 못했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슈발츠의 손에서 던져진 손도끼가 그의 두개골을 쪼개고 있었다.
간수를 처리한 후, 슈발츠는 심불이 갇힌 감금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반룡의 모습이었기에, 심불은 당장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 넌 누구냐?... 또다른 시어릭의 졸개냐?... 더이상은 네놈들과는 할말이... "
퍼억!
심불이 말을 끝내기 전에, 성큼성큼 걸어 온 슈발츠의 주먹이 마녀 여왕의 명치에 꽂혔고, 그녀는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대로 심불의 몸을 풀어 내서 다시 제압하고(마력을 봉하는 수갑을 채웠다) 슈발츠는 그녀를 푸대에 넣어 옆구리에 꼈다.
" 자, 그럼 이제 공식적으로 여왕폐하께서 돌아가셔야 겟지? "
쟈카람과는 이미 말이 되어 있었다. 녹석궁의 방어를 뚫고 일개 분대의 부하를 이끌고 기습해 들어온 그 핏 핀드는 이미 가짜 심불과 결전 중이었다.격전이었지만, 슈발츠는 그 대결의 무게추에 손가락을 하나 얹기만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심불이 쟈카람과 맞서는데 열중한 사이, 그녀의 뒤에서부터 새로운 소환진이 열렸다. 그리고 임프 한마리가 나타났다. 보통이라면 임프는 녹석궁의 강력한 결계를 무시할 수 없는 저급의 바테주이지만, 결계 내부에서 소환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슈발츠는 소환된 임프에게 하나의 마법봉을 던지고 순간이동 해 버렸다.
임프가 받아 든 마법봉은 반마력장의 마법봉이었다. 심불이 막강하다지만 그건 그녀가 마법을 쓸 수 있을 때에 한해서이다. 마법이 봉인된 마녀 여왕은 그리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 단지 한가지, 그녀는 마법이 봉해져도 쓸 수 있는 비밀무기가 있지만.
슈와악!... 번쩍!!...
얼마 지나지 않아, 은색의 거대한 섬광이 녹석궁의 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아글라론드에서 일어난 대 참사는 심불 여왕의 [폭력적인]복귀를 방해하고자 한 래드 위저드의 농간으로 밝혀졌다. 벤프린탈라를 포위하고 악마를 불러들였던 마법진이 래드 위저드들이 쓰는 마법진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자스 탐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렇게 믿어저버린 [사실]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심불 여왕은 악마들과 맞선 후 다시 홀연히 실종되었다. 그녀가 핏 핀드에 의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것을 보았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마치 저 [블랙스태프]의 경우 처럼 유명한 은화(銀火, silverfire)능력으로 바테주들 여럿과 함게 자폭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호사가들과 수다쟁이들의 쑥덕공론이야 어쨌든, 아글라론드의 마녀 여왕은 더이상 누구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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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심불은 슈발츠의 차원에서 포로가 되어 있었다.
슈발츠는 처음부터 심불을 강하게 제압했는데, 그건 그녀가 가진 드센 성질을 억눌러 길들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미스트라의 딸들은 조금은 자유부인 적인 면도 있어서 섹스만으로는 굴복시키기 어렵다. 그에게 기대게 하기 위한 다른 무언가의 계기가 필요했는데, 심불의 경우엔 그것이 자존심이 꺾이는 것이었다.
물론 슈발츠는 가장 먼저 심불의 미스트라 스폰으로써의 능력을 제거했다. 예전에 맨슌이 그랬던 것 처럼 거대한 장치와 수조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여신의 신성도 박탈한 그의 이마스카리 결계를 사용하면 간단한 일이었다.
" 으아아아악!!!... 아아악!!!... "
이마스카리 결계를 통과하는 동안 심불은 꽤 과격하게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의식을 잃었다. 등 뒤로 은은하게 신성한 은색 기운이 요동치는 동안, 그녀의 건강한 구릿빛의 나체는 땀에 젖어 있었다. 슈발츠는 그대로 그녀를 범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먼저 꺾어 두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슈발츠의 예상을 약간 벗어난 것은 심불이 매우 빠르게 회복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비록 미스트라 스폰으로써의 능력을 모두 박탈당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마법사였고, 자신의 마법 실험으로 인해 얻은 능력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탈출을 위해 예의 번개 형태로 변신해 도망다니는 통에 검은 숲의 궁성은 잠깐동안 대혼란에 빠졌지만, 그녀가 족쇄에서 풀려날 수는 있었어도 슈발츠의 차원에서 탈출할 수는 없었다. 그 덕에 슈발츠의 부재시에도 그의 하렘을 지킬 강력한 수호자들을 창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던 젤로나와 사피아는, 아직도 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던 심불을 성공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두 고위 마법사의 협공에의해 붙잡힌 심불은 변신능력을 억제하는 족쇄가 채워진 채 다시 임시로 만든 역장 감옥 안에 넣어졌고, 젤로나의 강철 고렘들의 엄중한 감시 아래 슈발츠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슈발츠가 그녀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놀라면서도 격렬하게 반응했다.
" ...드래곤치곤 볼품이 없군. 당장 날 풀어주지 않는다면 네가 정성들여 만든 이 차원 거주지 자체를 박살내 주지. "
당장이라도 불타는 광선을 내뿜을 듯이 노려보는 심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맞받으며, 슈발츠는 웃었다. 그녀가 비록 대단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이고 미스트라 스폰이긴 했어도, 이제 슈발츠에 의해 그 신성한 능력을 박탈당했다. 그녀에게 남은 마법사로써의 능력이 확실히 대단할지는 몰라도 이미 그녀는 젤로나와 전직 줄키르인 사피아 두명의 협공에도 버텨내지 못했다(사실 그 두명의 협공에 버텨낼 수 있는 존재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녀들이 최고 상태일때 두명을 동시에 맞상대 해도 그녀들을 제압하고도 남을 정도의 강자였다.
" 넌 이미 내 노예들에게도 패했다. 그런데 네가 내 차원을 파괴하겠다고? 허세도 그정도면 수준급이로군. "/슈발츠
" ... 그, 그땐 내 힘이 완전치 않았기 때문이야! 내가 마법을 준비만 한다면 네놈 따위는 한주먹 꺼리도!... "/심불
" 한주먹 꺼리가 아니라면 어쩔 텐가. 네가 완전히 준비된 상태로 나에게 진다면? "/슈발츠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심불은 코웃음쳤다.
" 네가 나에게? 완전한 드래곤들이 집단을 이루어 떼로 덤벼도 벌벌 떨어야 하는 나 심불의 능력을 정말 모르는거야? "/심불
" 글쎄, 내가 정당한 결투에서 나에게 진다면 넌 어쩔거지? "/슈발츠
"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네가 날 정당한 결투에서 이긴다면 난 네가 옆구리에 끼고 있는 그 시커먼 반편짜리 엘프년(두르나)과 (사피아) 만큼 화끈하게 봉사해 주지. 영원히. "/심불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좋다. 어차피 네가 날 이긴다면 이 차원은 사라지고, 넌 자유롭게 너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니 그것으로 약속을 하자. 미리 말해두겠지만 이 세계에서의 약속이나 맹세는 강제력을 가진다. "/슈발츠
" 좋아. 약속하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거야. "/심불
슈발츠는 심불을 포획했을 때 빼앗았던 그녀의 장비와 그녀의 마법책을 돌려주고, 그녀를 감옥에서 꺼내 주었다. 마법책까지 돌려주는 슈발츠의 대범함에 그녀는 놀란 눈치였다.
" 일단 결투 전까지, 널 손님으로 대해 주지. 나는 자리를 비울때가 많으니 마법을 준비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내 서재을 사용해도 되고, 다른 곳을 이용해도 된다. 네가 준비되기 전까지 칼라드네이가 네 옆에 붙어서 너의 편의를 봐 줄 거다. 다른 노예들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넌 어디든 자유롭게 다녀도 좋다. "
다른 노예들이 자기 거처로 돌아가 제 할일을 하는 동안, 심불은 당당하게 두르나의 거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두르나의 침전이 제일 크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리를 빼앗긴 알루데시아는 으르렁거렷지만, 간단히 무시당하고 두르나의 손에 목줄을 이끌려 슈발츠와 함께 플로라의 침전으로 왔다.
그리고 잠시 후, 슈발츠가 플로라의 거처에서 젤로나가 타내온 차를 마시는 동안, 스톰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의 거처는 플로라의 거처에서 길을 건너 북쪽에 붙어 있는 작은 이층 집이었는데, 평범하게 수수한 취향의 외관과 달리 내부는 각종 도적 기예와 함정 연습 도구들로 인해 용담호혈이었다. 거기서 나오면 자연스럽게 플로라의 거처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멀리 두르나의 거처도 눈에 들어온다.
" 어머, 누구에요 저분은? "
스톰이 슈발츠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슈발츠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던 심불은 이상할 정도로 낮익은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뒤돌아보고 크게 놀랐다. 한달음에 달려온 그녀는 스톰의 손을 붙잡았다. 스톰은 당황스러워 했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 언니?... 스톰 언니 맞지? "/심불
" 어라... 절 아세요? "/스톰
" 뭐야, 둘이 아는 사이인가? "/슈발츠
슈발츠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면서 심불을 무시한 채 스톰을 자신의 품에 끌어들인 후에 그녀에게 오랄 봉사를 시켰다. 자지를 참욕스럽게 빠는 스톰의 비참한 모습을 본 심불의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 야 이새끼야! 언니에게서 떨어져, 지금 당장!!... "/심불
"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이건 내가 예전에 줏어온 긿잃은 노예야. 니 언니라니 무슨 당찮은 개소리냔 말이지. "/슈발츠
" 죽이고 말거야! 네놈을 죽이고 이곳을 모두 불태워 버릴 거야!... "/심불
온몸을 벌벌 떨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던 심불이 그대로 달려들었지만, 그다음 순간 스톰이 심불 앞을 가로막고 놀라운 솜씨로 그녀를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슈발츠는 그대로 일어서서 발로 그녀의 머리를 지그시 밟았다. 머리가 조여지는 고통에 버둥거리는 그녀를 향해 슈발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아으악!.... "/심불
" 힘을 회복할 시간과 장소를 주겠다는데도 굳이 지금 승부를 내겠다면 그렇게 해라. 하지만 미리 말해두건데, 난 너를 붙잡은 두 여자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하다. 지금 개죽음을 당하고 싶나? "
슈발츠가 발을 떼자, 심불은 간신히 상체를 일으키고 주저앉은 채 한참동안 눈물과 콧물까지 흘리며 콜록거렸다.
" 너...널 죽일거야! 기필코 고통스럽게 죽여 주겠어... "/심불
" 지금? "/슈발츠
" ... "/심불
심불은 잠시 슈발츠를 말없이 쏘아본 후, 눈물을 흘리며 플로라의 거처를 나갔다. 그리고 노예들의 숙소 중 하나에서 마법을 준비하고 잠들었다. 몆시간 후 심불이 깨어났을 때 슈발츠는 두르나의 침전 앞의 공터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 준비가 되었나? "
아무말 없이 심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발츠는 주변의 노예들을 물러나도록 시켰다. 이미 한번 그녀들에게 제압 당한 적이 있는 심불이 그녀들을 곁눈질로 흘뜻 보는 것을 본 슈발츠가 첨언했다.
" 걱정마라, 그녀들은 이 결투의 결과를 증언할 입회인이고, 내가 불리해져도 나를 위해 행동하지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명령했다. "/슈발츠
" ... "/심불
다시 한번 슈발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예들이 좀 더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공터 위로 돌로 만들어진 작은 투기장 비슷한 공간이 생겨났다. 슈발츠의 놀라운 신적인 힘의 발현이었고, 그것을 본 노예들과 심불 모두 가 놀랐다.
" 그럼 선공을 양보하지. "
그 말을 끝으로, 슈발츠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가 일어서기 무섭게 심불의 손 끝에서 생성된 불길과 벼락들이 그가 선 자리를 덮쳤다.
콰아앙! 드드드드...
벼락과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후, 슈발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톰은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다시 연속해서 주문을 퍼붓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슈발츠를 향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동력술 주문을 연거푸 퍼부었다. 하지만 슈발츠는 이미 거의 모든 에너지 공격에 면역이었다. 심불이 가진 모든 원소 주문은 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못했다.
" 방어같은걸 생각하지 않는 광전사 여군주라더니 그 말이 딱 맞군. 대단한 마법 공격이긴 해. "
한참동안의 심불의 공격을 받아낸 후, 슈발츠는 옷깃을 터는 시늉을 했다. 자신의 마법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것을 본 심불의 얼굴은 실망과 불신으로 붉어져 있었다.
" 그럼, 이제 내 차례군. "
고개를 한번 까닥하며 웃어준 후, 슈발츠는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그가 심불을 붙잡자 마자 보호주문이 발동되어 그를 밀어냈지만 슈발츠의 힘은 그 보호주문의 방해 같은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목을 틀어쥘 정도로 강력했다. 슈발츠의 커다란 손에 목을 틀어잡힌 심불은 주문 영창을 봉쇄당했고, 그 다음엔 투기장의 바닥에 처박혔다. 보통 인간이라면 한방에 납작한 개구리 신세가 되었을 것이지만 그녀의 몸에 걸린 보호주문 덕에 벽과 바닥의 돌들이 부서져 나가는 막대한 타격에도 즉사는 면했다.
쿨럭!
막대한 충격으로 내장이 흔들리며, 심불은 입 밖으로 핏방울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슈발츠는 그대로 그녀를 들어올려 천정 벽 할것없이 마구 냅다 꽂았고, 그때마다 심불은 피를 토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거의 의식을 잃어갈 무렵, 다시 바닥으로 그녀를 내던진 슈발츠는 그대로 발을 들어 그녀의 목을 밟았다.
" 커헉!... 캐헥!.. 캑... "
목을 졸리는 느낌에 다시 정신을 차린 슈발츠의 발목과 발을 붙잡은 심불이 필사적으로 그 발을 밀어내보려 했지만 애시당초 힘의 단위가 달랐다. 점점 목이 졸려오는것을 느끼며 심불은 발버둥쳤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슈발츠는 다시 물었다.
" 패배를 인정하나? "
거의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슈발츠를 올려다보는 심불의 눈에선 불꽃이 튀는 것 같은 적개심이 비쳤다. 슈발츠는 발을 들어올린 후 그대로 그녀의 옆구리를 겉어 차서 벽에 처박았다.
" 커어억!... "
슈발츠는 힘조절을 하고 있었다. 심불을 죽이지만 않을 만큼. 그는 피를 토하면서도 일어나려고 버르적거리는 심불의 등을 밟은 후, 다시 그녀를 허공으로 들어 올려 벽에 내던지고, 바닥에 메다 꽂는 것을 반복했다. 지금까지 세상 그 누구보다 강력하다고 자만해왔던 심불의 자존심을 깨기 위해선 그가 그녀보다 훨씬 강하며, 심지어는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 마냥 그녀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 컥... 커억... "
마지막으로 걷어차인 후, 피와 함께 부러진 이빨을 뱉어 내며 땅바닥을 기는 심불에게 다가간 슈발츠는 다시 그녀를 발로 밀어 눕힌 후, 기진맥진한 그녀의 배 위에 자신의 발을 얹었다. 더이상 반항할 기력도 없는지, 심불은 그저 몆모금의 피를 더 개워냈을 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실제로 그녀의 왼팔을 부러졌는지 아무렇게나 덜렁거렸고, 오른손의 뼈도 박살나 있었다. 두 다리도 성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녀의 전신의 뼈 중에 성한것은 거의 없었다. 슈발츠를 향해 반쯤 열린 심불의 눈에는 이제 죽음의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 포션을. "
슈발츠가 손을 뻗자, 사피아가 미리 준비해 둔 힐링포션을 들고 슈발츠에게로 다가와 그것을 슈발츠의 손에 넘겼다. 슈발츠는 포션의 코르크 마개를 연 후 심불의 몸 위로 아무렇게나 뿌렸다.
치이이이...
힐링포션의 좋은 점은, 그것을 마시던 상처 위로 뿌리건 간에 상처의 회복을 시켜 준다는 점이었다. 힐리포션으로 타박상과 찰과상들을 아물게 만든 후, 슈발츠는 심불의 부러진 팔다리 뼈도 제자리로 맞추어 놓았다.
" 우아아아아!... 우와아아아!!!... 으아아악!!!... "
뼈를 맞추는 동안, 무지막지한 비명이 심불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비명이나 몸부림에도 아랑곳없이 슈발츠는 그녀의 뼈를 맞추고 거의 게거품을 물고 절규하는 그녀의 입을 힐링포션으로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뼈가 치료되어 가는 동안, 슈발츠는 자신이 들고있다가 내던진 지팡이를 회수했다.
" 아그그그... 으으으... "
물론 힐링포션의 힘도 만능은 아니었다. 육체적인 상처는 그것으로 쉬이 치료가 되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그러지 않았다. 힐링포션을 마시며 겨우 몸을 추스린 심불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일어나서 앉은 후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금까지 무적을 자랑하던 그녀가 패배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승자의 자비 덕에 목숨을 부지했다.
" 진걸 인정하나? "/슈발츠
" ... "/심불
심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득 그녀의 눈에 넝마가 되어 버린 자신의 로브 밖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대거의 칼집이 보였다. 그녀가 직접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호신용 물품이었다. 슈발츠는 아직도 등을 돌린 채 자신의 지팡이를 이리저리 검사하는 중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 처럼, 심불은 대거를 꺼내 들었다. 마법은 통하지 않았어도 칼이 몸에 박히면 죽겠지. 오직 슈발츠를 죽이고자 하는 집념으로, 그녀는 두 손으로 칼을 쥐고 슈발츠를 향해 돌진했다.
" 아!...주인님! "/노예들
절대절명의 순간, 노예들이 거의 동시에 비명을 흘렸지만, 슈발츠는 손을 흔들어 달려들어온 심불의 칼을 가볍게 퉁겨 냈을 뿐이었다.
" 진걸 인정 못하나? 정말 구제 불능이군. "
슈발츠는 스테프를 내려 놓고 심불의 두 손을 한데 잡고 그녀를 꼼짝 못하게 들어올린 후, 나머지 손으로 심불의 따귀를 때렸다.
따악!
무지막지한 힘이 실린 따귀를 맞고 멀리 날아간 심불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녀는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이번엔 슈발츠의 무지막지한 발바닥이 그녀의 손을 밟았다
" 으아아악!... "
손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심불은 다시 비명을 울렸다. 하지만 심불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은 고통보다는 슈발츠의 비난이었다.
" 아글라론드의 여왕이자 미스트라의 딸이란 자가 정식 결투에서 진 것도 인정하지 못하고 남을 등 뒤에서 찌르기나 하는 비겁자라니, 실망이군. "
그 박력 넘치는 비난은 안그래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던 심불의 자존심에 결정타를 가했다. 대꾸할 말을 찾을수 없었던 심불은 부서진 손을 감싸 쥐고 기어서 결투장의 구석까지 도망갔다. 그리고 거기서 울음을 터트렸다. 슈발츠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진것을 인정하나? "
감히 슈발츠를 마주보지 못하고, 심불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발츠는 그녀의 턱을 받쳐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자신과 시선을 맞춘 후, 다시 물었다
" 패배를 인정하나? "/슈발츠
" ...네. "/심불
" 노예가 되기로 한 맹세를 잊지는 않았겠지? "/슈발츠
" ... 네... 흑!... 흑 흐흑... "/심불
결국 심불은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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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마녀 여왕 심불은 현존하는 페이룬의 마법사(소서러)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갑니다. 그녀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주문 전투보다는 [대량 학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한번에 화염폭발 주문 아홉개를 날린다던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능력을 갖추고 계시죠. -_-;... 아글라론드를 침공하던 태이의 래드 위저드 군단을 [단신으로] 재로 만들어 버린 적도 있습니다. 태이가 아글라론드와 맺은 평화 협정을 지키는 이유는 그녀가 95% 욜우드 숲의 하프엘프 아케인 아처들의 존재가 5%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