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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동급생 [3]

[ 나의 엄마는 동급생 (3) ]


당장 중지! “

문을 박차고 들어온 한명의 남자.. 그의 출현에 안에 있던 유정과 양수가 모두 놀란다. 그리고 이내 유정은 반가움의 표정으로 변했고, 양수는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동수야…. 살려줘… “
뭐야니가 1반의 강동수인가? 여긴 뭐하러 온거야… “

당장 놔주고 떨어져! “
? 크크크.. 니 얘긴 좀 들었다. 너도 한 주먹한다며? 자식웃기고 있네.. 너도 이 아줌마 먹고 싶어서 온거냐? 그럼 순서를 기다려.. 내가 먼저 품어 보고 결정하지.. 흐흐이 가슴봐라.. 와우~ “

양수가 쇼파 한족에 웅크리고 있는 유정의 브라우스를 잡아 가슴이 다 들어나도록 확 재껴버렸다. 이 방의 두 남자에게 모두 훤히 들어날만큼 희고 부드러운 상체의 맨살이 들어났고, 브래지어로 가리고 있는 가슴이 풍만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유정은 자신의 브라우스가 벌려지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소리쳤다.

안돼~~~~~~~~~~!!!!!!! “

그리고는 잠시 후, 유정의 몸에서 양수의 손이 떨어져 나가며 다른 비명소리가 들렸다.

!! “

남자의 비명에 눈을 뜬 유정은 눈 앞의 상황을 곧 알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있는 강동수와 쇼파 밑으로 꼬꾸라져 있는 이양수이미 동수가 양수를 친 것이었다.
, 쓰려져있던 양수가 일어나면서 고성을 질렀다.

씨발.. 넌 죽었어!! 이 새~~~~~~~~~ “

괴성을 지르며 오른 주먹을 불끈쥐고 동수의 얼굴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 그러나 동수는 안면에 살짝 비웃음을 보이고는 쉽게 주먹을 피해버렸다. 두번, 세번열차례나 양수가 주먹을 휘둘렀지만 동수에게 단 한대도 타격을 주지 못했다.

..… “

열한번째 주먹을 휘두를 때 동수의 발이 높이 올라 양수의 턱을 가격했다. 그렇게 양수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채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동수와 양수가 싸우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유정은 멍하니 구경을 하다가, 동수가 양수를 쓰러트린 후 자신을 쳐다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벌어져있던 브라우스 옷깃을 여민다.

동수야… “
어서 옷 정리하고 나가… “
고마워… “
빨리 나가라고! “
… “
그리고 조심해너 같은 애들 여기선 사냥감이 되기 일수니까.. “
나 같은 애들…. ? 내가.. .. “
“ …….
           …… 아니야.. 나가 빨랑.. 다른 사람들 오기전에.. 안그러면 지금 일 소문 다 날꺼야

유정은 소문이라는 소리에 기겁을 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으로 나간 후에도 한참동안 걱정이 떠나가지 않았다. 정말 소문이라도 나면큰일이었다. 남편은 고사하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알게될까봐 더욱 마음이 졸여왔다. 교내에서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했던 엄마의 모습을 아들에게는 절대 보여줄 수 없었다.

운동장에 들어서자 한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내가 걱정이 됐던지 아들과 우성이가 유정을 향해 뛰어왔다. 그리고는 1반 아이들의 시선이 잘 가려진 곳 쪽으로 유정을 불렀다.

엄마뭐야.. 어디갔다.. 이제오는거야? “
..저기 선생님이랑 점심먹고.. 피곤해서 교실에서 잠시.. 쉬다가.. “
교실 내가 가봤는데.. 없던데..? “
.. 다른 교실.. 그냥 비어있길래.. 들어가서 쉬다왔어.. “
남에 교실에는 왜 들어가.. 그러다 괜히 물건이라도 없어졌다고 덤탱이쓰면 어쩔려고.. “
그러네.. 알았어.. 안그럴께.. “

아줌마.. 성호가 걱정했는데~ 별일 없어서 다행이네요~ 반애들있는 곳으로 가요~ “
별일은.. 무슨.. 내가 애도 아니고.. 호호.. “

유정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듯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음을 보였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어색한 웃음 때문에 오히려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운동회가 끝이 나고 1반은 오후에 있었던 축구경기에서 예선탈락을 하는 바람에 결국 종합순위에서 2학년 중 3등을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기나긴 체육대회 폐회사가 끝이나고 운동장에 모여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집으로 향했다.
유정 또한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한 채 집으로 향했고, 집에 들어가기 전 동네 근방 놀이터에서 아들을 만나 집으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어색한 모습을 보이며 근심어린 모습을 자주 노출시켰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유정은 오늘 학교에 다시 가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떨려서 아들과 남편이 일어날때까지 내내 거실을 서성거렸다.

(
어떡하지그 애들이.. 나한테 한 짓을 소문내고 다니면게다가 동수한테마저 못보일 모습을 보였으니어떻게 그 애들을 쳐다보며 학교엘 가후우……. )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유정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학교에 가기 싫다고 집에 있는것도 의심을 받을것만 같아 답답함에 한숨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일어나 씻으려 나왔고, 아들을 깨워 등교할 준비를 시작하였다.
방법은 없었다. 오늘 그냥 등교후의 반응을 보는 수 밖에..

(
제발아무 소문도 나지 않고 넘어갔으면… )

학교에 등교하고 아침 조회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유정의 짝인 강동수는 아직 등교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내 담임인 이준호가 근엄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들어오자마자 가지고 들어온 출석부를 교탁위에 던져 놓고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즐거운 체육대회를 하는 중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졌다. 그리고 우리반 학생 한 명이 그 일에 연루가 되었다. “

유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꼭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다.

강동수가 무기정학을 당해서 앞으로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못할것이다. 여러분들도 괜한 말썽을 부리지 말고 공부에만 열중하기 바란다. “

이준호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듯 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유정은 갑자기 자신의 옆자리가 빈 이유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책상에서 일어나 교실을 빠져나간 이준호를 뒤쫓아갔다.

~~ 선생님~!! “

복도를 걸어가고 있던 이준호가 부름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유정학생왜요? “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말해요.. “
여기서 말고.. “
.. 그럼 따라와요.. “

2
학년 교무실 옆에 있는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 쇼파에 마주본채로 앉았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 “
강동수.. 왜 정학을..? “
하하.. 반장이라고 그런 것 까지 신경쓰는거예요? 너무 열심히 하시네요.. “
아니.. 궁금해서.. “
실은.. 어제 점심시간 막 지나고 나서 도서부원실에서 싸움이 있었어요.. 2학년, 1학년 도서부원들 4명이 다쳤는데.. 글쎄 4명 모두 동수놈한테 맞아가지고 도서부장이랑 두명은 입원했어요.. “
입원요…? “
.. 도서부장이 턱을 맞은 것 같은데 턱뼈가 완전히 부서져 나갔어요.. 그것 때문에 전치 8주가 나와서 이번에 강동수 퇴학까지 갈뻔한거 겨우 이정도로 끝낸거예요.. “
……. 싸웠다고하는데요…? “
글쎄.. 동수놈이 그걸 말을 안해서.. 근데 맞은놈들도 별 이야기를 안하고.. 그냥 서로 시비붙다가 그러지 않았겠어요… “
…. “
.. 또 할얘기 있어요..? “
아니요이제그만 가볼께요.. “

상담실을 빠져나온 유정은 깊은 숨을 쉬었다. 다행이었다. 자신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해지지 않은듯 했다. 동수는 나를 위해 그랬다고 치지만, 이양수라는 애와 그 일당들은 왜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함도 들었다.
아무튼 이제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유정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계속해서 빈자리인채 덩그러니 책상만 놓여진 강동수의 자리를 볼때마다 죄책감이 생겨난 것이었다.
자신을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준 강동수에 대한 미안함을 잊은채 몇일을 지낸 자신이 왜 그랬는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
은혜도.. 모르고.. 나도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이었던걸까지금이라도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줘야하는거잖아… )

생각해보면 아들과 우성이 말하던 강동수는 불량학생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폭력적인 아이일뿐이었다. 유정 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에 더욱 강동수에 대한 나쁜 생각들이 유정의 머리속을 지배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준 순간에도 고맙다는 말한마디 못하고, 지금까지 남의 일 대하듯 했던 이유였을지도

(
그래..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

유정은 강동수를 찾아가 늦었지만 인사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강동수의 집주소를 사정하여 어렵게 받아냈다.


그 시간학생회실

이대로 덮어두실 겁니까? “
..? ? “
이양수 일 말입니다! “
~~ 한방~~ “

학생회장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책을 보고 있던 김상순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말을 붙인 남자를 쳐다 보았다.

그래서? 어쩔건데?
어쩌다뇨….. 당연히… “
그래이양수 그 놈도 주먹질 좀 한다고 했었지.. 너라면 양수 한방에 보낼수 있냐? “
제가 그깟놈한테 질꺼라고 생각하십니까? “
그거야.. 모르지.. 어떻게 하든 안 말릴께.. 하지만.. 너희 선도부가 알아서 해! “
?.......  알겠습니다조만간 양수랑 똑같이 만들어 놓겠습니다. “
그러던지.. 대신 승부결과에 따라서 선도부장 자리를 동수놈한테 내놓아야 할지도 몰라.. 하하괜찮겠어? “
.. 알겠습니다… “

선도부장 박종훈.
학생회장 김상순의 친위대 중 한명이었으며, 2학년을 대표하는 1진 세력 중 한명이었다. 도서부장 이양수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길수가 없었다.
그런데 김상순이나 타 1진 선배들이나 친구들도 모두 이번 사건에 입을 다물고 있어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박종훈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복수를 다짐하며 학생회실을 나섰다.


방과후.. 유정은 어렵게 받아든 주소를 가지고 동수집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아들과 함께 집에 들어간 유정은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다시 집을 나왔다. 유정의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 하지만 유정의 동네와는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다른 오래된 집들만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은 동네에 위치해있었다.
겨우겨우 물어서 찾아간 좁은 골목길을 따라 100m이상 들어가다보니 종이에 적혀 있는 번지수와 같은 주소가 대문에 써져 있었다.
녹이 다 슬어있는 작은 철문의 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밀자 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열려갔다.

계세요…? …..  , ……….. 안에 아무도 없나요? “

몇번을 불러도 안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 그 때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

유정은 뒤를 돌아보았다. 유정의 뒤에는 큰 눈망울을 한 예쁘장한 여자아이 한 명의 손을 꼭 쥔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동수가 서있었다.

동수학생… “
..? 여긴 어쩐일이야… “
맞게 찾아왔네.. 잘 있는거야? “

오빠이 아줌마 누구야? “
.. 민지는 몰라두 돼.. 먼저 들어가 있어.. “
~~ “

꼬마아이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동수는 유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가운 말투로 한번 더 쏘아붙였다.

무슨일이냐니까..? 볼일 없으면 어서 꺼지구.. “
아니 그게.. 동수학생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구… “
사과? 그 딴거 필요없어.. 그런 이유로 온거면 빨리가 귀찮게 하지말구.. “
아니.. 그게.. “

유정은 동수의 차가운 말투와 건방진 태도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뭐야.. 이렇게 건방지고.. 싸가지없는 애를내가 괜히 오버한거 아니야.. 정말.. )

안가? “
기왕 여기까지 온건데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
“ …………………
귀찮군잠깐 들어와서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 그럼.. 바쁘니까 쓸데없는 짓은 하지말고.. “

동수는 귀찮다는듯 먼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유정은 집안살림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안에서는 오래된 쾌쾌한 냄새가 풍겨왔다. 꼭 몇 달은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 같이 집안의 이곳 저곳은 정리되지 않은채 흐트러진 물건과 쓰레기더미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실 겸 부엌과 조그마한 방 하나가 전부인 실내 공간은 사람이 살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유정은 거실의 씽크대 위에 수북히 쌓인 식기들을 대충 정리하고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려놓는 동수를 보며 웬지 모를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은? 일나가셨니? “
없어.. “
없어요~ 오빠가.. 우리는 엄마,아빠 없다고 그랬어요~ “

동수가 짧게 대답하고 옆에서 장난치던 꼬마도 재밌다는 표정으로 같이 대답을 한다.

그럼.. 너희 단둘이 사는거야? “
“ …….. “
~ “
그래.. 민지는 오빠밖에 없는데 씩씩하구나~~ 착하네.. “

유정은 동수가 부모없는 소년가장이라는 걸 알게되자 가슴속에 연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질 나쁘고 성격이 더러운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했던 동수가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교를 다니면서 동생까지 키우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커피나 먹고 얼른 가.. 뭐하러 온거야 여기까진.. “

주전자 물이 끓어오자 봉지에 담긴 일회용커피 하나를 컵에 넣어 물을 탄후 유정의 앞에 가져다 주었다.

동수야.. 잘 지내고 있는거야? 나 때문에.. 정학까지되고.. 미안해서.. 사과하려고.. “
“ ……….
사과를 뭘 어떻게 할껀데? “
..? 그건… “
그러니까 커피나 먹고 얼른 꺼지라고.. “

유정은 그렇게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하려던 계획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은채 변변한 말도 해보지 못한채 동수의 집에서 쫓겨나듯 나오게 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유정은 굳은 결심을 했다. 동수는 분명 부모도 없이 홀로 동생을 키우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마음이 얼어있어 다른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동수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었다.
유정은 다음날 , 그리고 또 다음날, 동수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때까지 동수를 찾아가 엄마.. 또는 큰누나로써의 사랑을 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일동안 유정은 동수의 집에 들러 집안 청소며, 음식을 해가면서 동수의 마음을 녹이기 위한 대 작전에 돌입했다. 그런 유정의 진심이 통했는지 동수의 집에 들르기 시작한지 5일만에 동수는 유정을 경계하는 모습이 확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오늘도 유정은 동수의 집에서 자신의 준비해온 온갖 요리재료를 가지고 쏨씨를 뽑내면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정말.. 끝내주는 냄샌데.. “
당연하지.. 이래뵈도 주부9단이라고 내가~ “
장난해.. 9단은 무슨.. “
그나저나 너 언제까지 나한테 반말할꺼야.. 조그만게.. 엄마뻘한테 반말이 뭐니!! “
뭐가.. 엄마뻘이야.. 무슨.. 그냥.. 큰누나.. 정도면 몰라도.. “
큰누나? 그것도 좋은데? 앞으로 꼬박 누나라고 불러!! 알았어? “
생각해보고.. “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안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던 유정은 한가지 생각이 문득 들은듯 자신이 머리를 치며 옆에서 TV에 집중하고 있던 동수에게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동수야! “
? “
우리 밖에 나가서 놀다올래? “
밖엔 뭐하려고.. “
어제두 그렇고 오늘도 보니까 집에 바퀴벌레가 너무 많더라.. 나 정말 그런거 징그럽단 말이야.. 집에다 해충박멸하는 그.. 연막탄 사서 터뜨려놓고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자.. “
귀찮아.. “
정말.. 조그만게.. 뭐가 그렇게 귀찮니!! 게다가 민지두 같이 살면서 꼬마여자애한테 해충이 얼마나 안좋은데!! “
알았어.. 알았다구.. 잔소리는.. “

그렇게 슈퍼에 들러 살충제를 사서 집에 설치를 하고는 유정과 동수, 민지 셋은 동네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 ~~ 비내리는 호남선~~~ “

유정이 흥겨운듯 앞에 나가 몸을 흔들면서 트롯트를 열창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수는 그런 유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
너무.. 내 앞에서.. 그러지 말라고.. 나 정말.. 미칠것 같단 말이야.. 유정아….. )

동수는 근 일주일째 자신의 집에 저녁마다 들러서 음식이나 청소며, 빨래를 도와주고 집에가기전까지 자신의 옆에서 같이 있는 유정을 모면서 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유정이 동수에게 준 것은 가족으로써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동수 또한 가족애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애 이상의 감정..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로써의 감정도 같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2
시간 정도를 노래방에서 놀다가 잠든 민지를 보고는 다시 집으로 행했다.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집은 아직도 살충제 연기에 휩싸여서 독한 냄새를 뿝어내고 있었고, 도저히 집에서는 잘 수 없는 상태였다. 집안의 창문 몇 개를 열어놓고는 다시 집을 나왔다.

어떻게 하지? “
걱정말고.. 그만 가봐.. 우리가 알아서 할께.. “
안돼!! 조그만애들 둘만 놔두고.. 어떻게 가니.. 할 수 없네.. 오늘 이 누나가 여관 잡아 줄 테니까 오늘은 동생이랑 거기서 자.. “

셋은 집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 하나를 잡아 안으로 들어가 민지를 침대위에 놓이고는 유정은 동수를 보며 작별인사를 했다.

.. 집은 아니지만.. 푹자고.. 내일 집에 가면 살충제 뿌렸던 자리 청소 잘해놓고.. 그럼 쉬어.. 난 갈께.. “
…. 누나!! “
… ? “

문 밖으로 나가려던 유정을 동수가 다급하게 붙잡는다.

조금 더…. 있다가.. 가면 안돼? “
동수야….? “

유정을 쳐다보는 동수의 눈이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고, 동수를 바라보던 유정의 시선도 흔들린다.
그렇게 다시 여관방안에 나란히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다. 한참을 말없이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유정이.. 슬며시 동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동수야… “
… “
그런데.. 저번에.. 그 도서부실에서.. 나한테 하려고 했던말그게 뭐야? “
무슨 말… “
그때.. 그거.. 있었잖아.. 나 같은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고나 같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말하려다 말았잖아.. “
그게….  몰라.. 기억 안나.. “
에에.. 아닌거 같은데.. 말해봐봐.. 뭔데..? “
됐어.. 기억 안난다니까…. “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

유정이 동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서 투정부리듯 계속해서 말을 해주기를 애원했다. 그 때 동수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뻐!!! 너무 아름답다고..…!! “

그리고는 부끄러운듯 다시 얼굴을 밑으로 떨군다

………? “

유정도 동수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충격적이었다. 자신을 여자로써 아름답다고 칭찬해주고 있었다. 다른말로 동수 또한 자신을 여자로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일순간 긴장이 유정의 신체를 마비시켰다. 그리고는 이내.. 유정의 몸에 다시 따스한 기분이 퍼져온다. 유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수를 바라보고는 손을 들어 동수의 얼굴을 잡아 자신의 얼굴 쪽으로 마주볼수 있도록 돌려 눈을 마주본다.
동수의 눈망울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동수의 눈 속 홍채 깊은곳에는 또다른 유정의 모습이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로 유정의 입이 동수의 입으로 향했다.

유정의 입술과 동수의 입술이 살짝 맞닿는 부드러운 입맞춤.. 그렇게 몇분의 시간이 멈춘듯 그대로 지나고 유정이 먼저 동수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때어낸다.
그때 동수는 두 팔을 뻗어 유정의 자신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등을 껴안은채 다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다.

누나…. “

동수의 품안에 쓰러지듯 안겨있는 유정의 얼굴위로 동수의 얼굴이 다시 다가온다. 다시 한번의 긴 입맞춤이 예상되었다.
동수의 입이 유정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쯤.. 유정의 얼굴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안됀다는 유정의 말없는 표시
동수는 다시 얼굴을 들어 유정을 바라본다.

안돼동수야여기까지만… “
누나… “
동수 마음은 알아.. 하지만.. 더 이상 하면.. 나는 동수 못볼 것 같아.. “
“ ……….. “

동수의 멈춰진 품안에서 유정은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한다. 그리고는 여관밖을 나가기 위해서 가방을 집어 든다.

동수야.. 잘자고.. 내일 다시 갈께.. 내일 동수집에서 봐.. “
누나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
아니야.. 안나와도 돼.. “
알았어요.. 그럼 문 앞까지만이라도.. “

여관 문 밖에 나와 동수와 마주서고 어색한 듯 이별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여관 계단을 내려가던 유정이 지나가는 행인과 부딛쳐 자리에서 넘어진다.

아야.. “
누나 괜찮아.. “

계단위에있던 동수가 급하게 뛰어내려와 유정이 다치지 않았나 살핀다.

.. .. 조심좀 하시지요.. “

같이 넘어졌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의 옷을 털면서 유정과 동수를 바라본다.

“ ……..
유정학생?......... 강동수….!!!!! “

자신들을 알아보고는 부르는 목소리에 유정과 동수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

어두운 골목길지나가다 부딪힌 남자의 정체가 자신들의 담임인 이준호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둘만의 비밀스런 소꿉장난 같던 날들이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 3
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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