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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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 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9話 센타이 - 노르딕 전쟁5 : 이순신처럼2
114-1.
“이순신 장군이라…….”
후한말 삼국지라는 세계관이 낳은 최고의 스타가 제갈공명이라면 임진왜란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아마도 이순신일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굳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을 살펴보자면 사람 모두 위태한 나라를 한 몸으로 떠받친 최고의 신하였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갈공명이 살아있을 때까지는 후주 유선은 그를 잘 대접해주었다는 것이고 이순신은 임난 직전까지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유성룡과 선조 덕분에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진급을 반복했다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임금의 덕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최고의 장군을 꼽는다면 이순신이 반드시 상위랭크에 올라가는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꽤나 비슷하네.”
이순신이라는 사람이 늦은 나이에 무과에 지원해서 급제하고 별다른 빽이 없이 빌빌거리면서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꽤나 성실한 사람이었다. 무과시험 도중에 낙마하자 부러진 다리를 싸매고 다시 말을 달렸다는 것이나 항상 부임한 지역의 지리를 알아두었기에 훗날 누군가가 지형을 알려달라고 하자 즉석에서 그 지형을 그려 보내주었다는 이야기라거나하는 것을 보면 모두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말하자면 그만큼 노력했기에 신화나 다름없는 전투들을 벌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지런함은 1592년의 전승을 견인했다. 물론 1593년에는 일본군이 필사적으로 방어에 치중하는 바람에 이기지도 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투를 마치는 일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보면 비슷하지는 않은 것 같고…….”
매번 전투 전이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을 살피고 전략을 가다듬었던 이순신과는 달리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은 그런 면에서는 닮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면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다는 점이 오히려 유비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려나. 이순신과는 달리 E(워해머에서 커미사르가 시행하는 커맨드)로 군율을 바로 잡지 않고 인의로 사람들을 대하거나 ‘미들튼 아가씨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지켜드릴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거나 하는 점에서는 꽤나 다르다.
“뭐, 굳이 이순신 장군님처럼 될 필요가 있나.”
이순신 장군님의 어깨에서 힘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해두자. 그 분은 고민을 많이 하면서 밤을 지새운 분인 것 같으니 말이다. 자주 아팠다는 기록을 남긴 것을 보면 이런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성 위염에 걸려 고생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미인이 자주 아파서 병색이 완연해진 모습을 보는 것은……으음, 건강하기만 한 우리 아내들과는 달라서 조금 모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좀 그렇다. 자고로 건강한 것이 최고랄까.
“어쨌든 건강한게 최고인데 말이지.”
저렇게 갈구고 있는 ‘나’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네 배는 무슨 철로 만든 배냐? 허둥지둥대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더만. 그러다가 하마터면 배가 두 척 정도는 가볍게 침몰당할 뻔했지? 속도를 위해서 장갑판을 떼어냈는데 적의 접근을 허용하면 어쩌자는 거야! 부딪히면 부서지잖아! 회피하란 말야! 적당히 진형 유지하면서 사선을 모으란 말야! 나 잡아 잡수하고 쫓아오는 놈들에게 포만 날리면 되잖아! 자고로 배는 어디랑 어디가 약하다고 내가 누누이 강조를 했었어?”
“머리와 어, 엉덩이가 약합니다. 교관님!”
그녀가 이순신 장군님처럼 자주 토하고 아프게 된다면 그 이유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저 갈굼일 것 같다. 어쨌거나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35척의 전선 중에서 항구를 지킬 5척을 배치해두고 30척만 끌고 나가서 그 배를 넘는 70여척의 배를 섬멸하고 돌아온 그녀에게 작전 중의 행동을 문제 삼아 ‘내’가 갈굼을 시작하는 상황 되겠다. 근데 언제부터 교관이 되었더냐 ‘나’는…….
“그렇지. 옆구리가 가장 널찍해서 맛나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자고로 보기 좋은 떡 중에서 제대로 된 떡은 하나도 없다. 알겠나?”
보다 못한 부하선원 하나가 끼어들었다.
“저, 보기 좋은 떡은 원래 먹기에도 맛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겼으니…….”
“시끄러! 본 교관의 말은 곧 법이다! 거기에 이기면 다 되는게 아냐! 완승이 목표다! 그런데 미시어스에서 온 해군 10척이 아니었다면 패했을 거 아니야! 너는 얼굴만 보기 좋은 이런 여자에게 반해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 싸움에 지원한 거냐! 앙?”
하지만 부하선원이 끼어들어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한 의도와는 반대로 그녀는 대차게 까이기 시작했다. 아아, 가열차게도 갈구기 시작하는구나. 정상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눈 것이 처음의 몇 번일 정도로 ‘나’는 그녀를 갈궈댔다. 당연한 일이지만 귀족으로 태어나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본 것은 처음인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긴 듣는 나로서도 굉장히 아찔한 욕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저렇게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듣는 것이 용하다 싶을 정도랄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도 칭찬할 만하다.
“저걸 순화시켜서 말하면 ‘얼굴 뜯어먹고 살 거냐’랑 ‘죽은 병사들에게 사죄하려면 몸을 바쳐도 부족하다’라는 건가.”
아무튼 발로 걷어차면서 욕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로 거칠고도 원색적이고, 또한 듣는 사람 거북스럽게 만드는 욕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슬슬 모두가 지쳐갈 무렵, ‘나’는 그녀를 풀어주었다.
“어쨌든 오늘 있었던 일들을 반성해보라고. 군인이 전공을 세우는 것이 전부는 아냐. 전력을 온전히 유지시켜서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도 군인이 할 일이다.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비틀거리는 그녀가 안쓰러웠지만 지금 가서 도와주면 귀족으로서의 자긍심이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 가만히 지켜본다.
“…….”
내 생각대로 그녀는 꼿꼿한 자세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리가 풀린 상황이라면……곧 넘어질 거다. 아무래도 넘어지지 않게 받아내주는 것이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지러움이라도 느낀 듯 이마를 짚던 그녀의 발이 꼬였다.
“엇차! 앞은 잘 보고 다니라고.”
“네? 아, 네.”
하지만 나보다 ‘내’가 더 빨리 움직였다. 바로 그녀 옆에까지 다가온 아버지의 얼굴에서 아쉽다는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빨랐다고나 할까. 아까까지는 악마같이 갈구던 ‘나’는 그녀가 제대로 설 수 있게 도와주면서 싱긋 웃어보인다. 마치 천사가 강림한 것처럼.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배우라고.”
“아, 네.”
그런데 말이다. 천사처럼 보이는 것은 좋은데 어째서 그 손이 가슴팍에 머물러 있는 걸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을 묻기도 전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슬쩍 손을 떼어놓는다. 어디까지나 의식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안다. 슬쩍 그 손에 힘이 들어간 것과 창백해져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으니까.
작업이 시작된 거냐. 이 녀석!
“그럼 저녁에 한 번 보자고.”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센타이의 이순신이 훗날 프리그 왕국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것만 같다. 저 녀석이 꼬신다면 미시어스 제국이 아닌 프리그 왕국으로 넘어가야 할 테니까. 이건 내가 미리 정해둔 법칙이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115.
지금부터 화자를 바꾸자. 지금부터의 화자는 세진 알카로이드라고 불리우고 있는 나다. 이곳, 센타이 왕국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진 맥세인 아슈레이라는 ‘나’와는 구별하기 위해 일단 여성의 몸을 하고 있다고 할까. 프리그 왕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나탈리라거나 체리같은 녀석들과 어울리다보니 부득이하게 여성스러운 말투가 입에 배기 시작한 것 같지만 이곳에서 지내게 되면서 그 버릇은 고치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목욕할 때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된 것은 좀 그렇지만.”
어쨌거나, 나는 지금 이곳, 센타이 왕국에 와서 미들튼 영지에서 잠시 지내는 중이다. 물론 그렇게 지내면서 미시어스 제국 해군을 통솔한다거나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을 교육시키거나 하면서 좀 바쁘지만 개인적으로 사색을 할 시간은 존재한다. 여성의 몸이라 다소 패널티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이 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좀 재수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진실. 그 진실을 바탕으로 나는 쉬는 시간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아무래도 아직 처녀인 것 같단 말이지. 우후후.”
이순신처럼 훌륭한 장수로 키우면서 동시에 내 여자로 만들기 프로젝트! 누군가가 바보같은 짓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지만 계획은 다 서있다.
일단 여성의 모습이라 경계심이 적은 것을 이용하여 접근, 이후 엄한 교관의 이미지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되게 한 후 따스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다음은 천천히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런저런 어필을 한 후……잡아 잡숫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지. 한 번 쾌락에 길들여지고 나면 삽입을 하건 조교를 하건 다 받아들이게 될테니까.
“우후후후후후.”
아아, 따듯한 물이다. 이 욕실 안에서 첫 번째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다. 목욕을 하면서 몸을 물에 담그고 있는 동안 배 모형을 이용해 교육을 한다는 내 꿍꿍이랄까. 뭐, 그녀라고 해전에 대해서 모를리는 없을 것이고 대강은 알고 있을 것이지만 돌발 상황을 만들어두고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이 교육의 표면적인 목적이니까. 물론 이면적인 주제는 알몸의 교제다(…). 서로 벗고 있어도 의식하지 않고 지내다가 나중에서야 의식하게 되면 부끄러워질 그런 교제.
“우후후후후후훗.”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이 흉계를 꾸미는 악당같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 아마도 ‘나’ 진 맥세인 아슈레이 중에서 가장 음흉하고 가장 변태같은 부분만 모은 것이 아마도 나일 거야. 지금 센타이 왕국에 와 있는 ‘진 맥세인 아슈레이’는 그 중에서 가장 정의롭고 가장 성실한 녀석일 것이고.
“그러니 악역은 내가 맡아주도록 하지. 만약 내가 순결한 아가씨를 악의 길로 빠뜨리는데 실패하면 아버지가 채가기 전에 네가 맞아들이라구.”
이정도가 딱 좋겠지. 공명정대하고도 색골인 ‘나’와 조금은 악당같으면서도 색골인 나. 이 정도가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는 데는 적당할 것이다. 흐음, 그나저나 조금 늦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뭐, 조금 늦어져서 그런 망상 비슷한 폭주를 한 것이지만 늦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내 웃음소리를 못 들었을 테니까. 아 왔구나.
“계신가요?”
“응, 들어와.”
부스럭대면서 옷을 벗는 소리에 두근두근. 조금 초조한 목소리로 ‘계신가요’라고 말할 때에는 남성기가 있었다면 필시 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다리셨죠?”
목욕타올을 두르고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보는 순간 나는 반하고 말았다. ‘누님 연방은 영원하리!’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은 자태였다. 일도르프의 황궁에 있는 아내들도 그렇지만 나올 것은 나오고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갔구나. 아무래도 군인을 지망하고 있는지라 몸에 약간은 근육이 잡혀있는 것도 같지만 그 정도까지는 뭐 매력이라고 생각하자.
“뭐, 별로. 오래간만에 물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아서 즐겁기도 했으니까.”
물 안에 들어오는 그녀에게 나는 미소를 지어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것으로 끝. 지금부터는 사자처럼, 호랑이처럼 그녀를 질타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시작은 항상 웃는 얼굴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
“일단 너무 움직이지는 말라구. 이 모형 배들이 뒤집혀서 가라앉으면 다시 이 모형 배들을 움직이는 술식을 짜야 하니까 말야. 그랬다가는 피부가 불어서 쭈글쭈글해질 거야.”
“아. 네.”
마법이라는 것은 이래서 좋다고 할까. 거의 다 짜놓은 술식에 그녀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술식을 마지막으로 끼워 넣으면서 싱긋 웃는다. 그녀는 이런 술식이 처음이었던 듯 신기해하고 있었다. 만지고 싶어한다고나 할까.
“이 모형 배들을 만지고 싶으면 일단 교육이 끝나고 나서. 그 전까지는 엄한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알았지?”
“아, 네.”
조금 패기가 없는데. 어쩔 수 없이 힘을 좀 내게 해주어야 하려나.
“……아까부터 ‘아, 네’라고만 말하고 있는데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네? 저, 그게……세진 씨는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힘을 내는 대신에 얼굴을 붉히고 있다. 그녀의 시선의 끝은……아주 약간 나와 있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나의 가슴. 그런가. 그리스 신화의 아마존 여전사들은 싸우는데 신경 쓰인다고 가슴 한쪽을 도려내버렸다고 했지. 그런 식으로 신경이 쓰이는 건가.
“뭐, 걸리적거리는 건 없지만 역시 여자라면 가슴이 있는 편이 좋지 않아?”
원래의 몸이라면 내 눈앞의 그녀만큼의 사이즈는 될 테지만 그건 언급하지 말자. 그녀가 군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데에 가슴이 걸리적거릴 일은 없을 것이고 말이다. 말하자면 백병전 전문이 아니라 포격 전문이라고 할까. 그런 류의 군인 말이다.
“게다가 지금 내가 루이즈 씨를 가르치려는 분야는 지휘와 통솔이지 돌격대장은 아니란 말야. 돌격대장은 적당한 군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아. 무엇보다 장수가 검을 들 때라면 그건 이미 끝난 전투거든. 그 70여척의 해적들과 싸울 때에 내가 검기 내뿜는 거 봤어?”
“그건 아니지만…….”
“그런 거야. 그렇다고 검술을 익히는데 게을러지라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마.”
“네.”
자, 은근히 가슴에 신경이 쓰이는 대화는 그만두고……아니, 그보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가슴을 언급하고 있었잖아. 여자들끼리의 대화라면 만져봐도 되는 상황 아냐?
“흐음, 이 가슴이 신경쓰인다는 말이지?”
“아, 아앗!”
그러니까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자. 너무 심하게 장난치면 배들이 가라앉아 버릴테니까 말이지. 꽤 탱탱하구나. 좋은 가슴이네.
“뭐, 있는 편이 아이를 기를 때도 좋다는 것 같고 남편도 좋아한다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그 가슴은 상위 1%에 들 수 있는 그런 좋은 가슴이니까. 사람은 검술만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가슴만으로 사는 것도 아니지만 있다는 것은 좋은 거야.”
“그, 그런가요.”
뭐, 여기에서 그만두자. 더 하면 그녀가 의식해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자, 그러면 여기를 봐. 흐음, 섬이 필요한데. 그건 손으로 대체하도록 하자.”
“네.”
“여기에서는 항구로 쓰기 좋은 지형이 필요……잠시 가슴 좀 빌리자.”
“네엣?”
그런 식으로 시작한다.
“A1분함대가 섬의 뒤편으로 돌아왔어. 이쪽은 일자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인데 뒤를 급습당한 거야. 어떻게 할 거지?”
“B함대를 나누어 B1분함대와 B2분함대로 나눈 후 급속항진합니다. 후위는 적당히 적에게 견제사격을 하면서 후퇴. 후위를 따라잡히지 않은 분함대는 급속항진하여 다른 분함대와 합류하겠습니다. 아앗?”
“A2분함대를 잊고 있었잖아. 이걸로 B2분함대의 5척이 침몰. 일단 원하는 대로 합류하는데는 성공했네. 하지만 이미 근접거리까지 따라붙어있는 상황인데 어쩔 거지?”
“선회에 성공한 배부터 근접거리라도 사격을 실시합니다. 충돌에 대비.”
“아아, 포위될 것 같은데 말야. 참고로 이 편은 함포는 없다구?”
“아우우…….”
첫 번째 전투는 30척의 B함대와 120척의 A함대의 싸움. 섬이라는 지형을 이용하여 결국 A함대가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하여 백병전으로 유도한 후 배를 모두 나포하는데 성공한다.
“아쉽게 되었네. 벌칙을 줄까?”
“버, 벌칙이요?”
“최대한 부끄럽게 해주는 벌칙이랄까. 역시 이럴 땐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것이 좋으려나. 거기 가만히 있으라구. 반항하면 더 괴로울 거야. 우후후후.”
“히, 히익!”
숨이 찰 정도까지 괴롭혀주고는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B함대는 30척. A함대는 120척. 지형지물 따위는 없는 원양에서의 싸움이다. A함대는 당연한 일이지만 3개의 쐐기 대형을 취한다. 무조건 돌격이라는 컨셉이랄까. 이를 본 루이즈, 그녀는 뒤집힌 학익진을 펼친다. 견제하면서 도망가겠다는 이야기로구나. 하지만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면 언제든지 다른 쐐기들이 진형을 돌파해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A1분함대 급속항진, A2, 3분함대 포격은 무시하고 옆으로 돌아간다.”
“B1분함대 일자진으로 포격개시. 천천히 후진. B2 분함대는 진형을 유지하면서 돌격하는 A1분함대를 공격합니다. A3분함대에게도 견제사격.”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된다. 돌진하는 A함대를 B함대는 적당한 수준에서 견제해내며 차례차례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A1분함대가 전투력을 상실할 정도로 무너지고 나자 B함대는 뭉치기 시작하더니 A2분함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옆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거리가 벌어진 것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아앗! 어째서 안 무너지는 건가요.”
“일점사가 안되고있잖아.”
공격은 좋았는데 진형이 문제였다. 차라리 옆으로 항진하기 시작했다면 A2분함대가 포위망에 갇혀 십자포화에 노출되었을텐데. 진형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의욕이 앞서 공격을 개시한 것이 문제였다고 할까. 조금 아쉬운 전투였다.
“A3분함대는 A1분함대의 생존 선박을 인솔하여 B2분함대의 뒤를 친다.”
“아앗!”
그리고 두 번째 전투도 내 승리. 이번에는 겨드랑이 정도가 아닌 발바닥을 간지럽혀 주었다. 당연히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 웃기 시작했고 괴로워했다. 물을 먹었기에 더 괴로웠을지도……. 어쨌거나 벌칙이 끝나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도발한다.
“이번엔 바꿔볼까?”
당연히 내 도발을 받아들인 그녀는 덤벼들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녀의 눈은 복수를 열망하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덤벼보시지. 훗.”
하지만 은하영웅전설과 대항해시대로 단련된 나에게는 소용없지.
당연한 일이지만 효과적으로 하나하나 배를 가라앉혀가면서 거리를 벌리고 일제사격으로 전진대형을 무너뜨려 버리고 뒤로 물러나 버리는 나에게 그녀는 무릎을 꿇고야 만다.
“이번엔 쇄골?”
“이번엔 등골?”
“이번엔 옆구리?”
“이번엔…….”
도합 17전 17승. 목욕탕에서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물이 식어버릴 때까지 그녀를 괴롭힌 나는 만족한 얼굴로 그녀를 탕에서 끌어내었다. 17번의 고문을 감당해야 했던 그녀는 몸에 힘이 빠져 목욕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건 내가 목욕을 시켜줘야 할 분위기네.”
“아, 죄송해요.”
“괜찮아. 나는 부드러운 것을 만지는 걸 좋아하니까.”
이것이 마지막 고난이다. 다음부터 이런 걸 당하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와라고 말하면서 나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연한 일이지만 다시 한 번 그녀에게는 고난이 닥쳤다. 그렇다고 성적으로 농락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이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었을 것이다. 웃음이 넘치면 고통이 되니까 말이지.
그리고 그녀는 필사적인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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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거야? 갑자기 실력이 부쩍 는 것 같은데?”
“목숨을 건 수련을 하다보면 실력이 늘게 되어 있지. 당구도 그렇잖아? 한 번 빠지게 되면 이렇게 되잖아. 천장을 바라보면 당구대가 보이고 공이 보이고 그 진로가 보이면서 얼마나 힘을 주어야 할지 어떻게 키스를 내지 않고 움직여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잖아? 그러다보면 실력은 늘어나서 결국 내기로 얻은 짜장면을 맛있게 먹게 된다라는?”
“목숨까지 거는 거냐.”
“웃다가 죽으면 꼴사납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는 그 후로 전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통솔력이 늘어났고 임기응변에 강해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승리하기 시작한 미들튼 영지의 해군은 경험을 쌓아가면서 강한 군사로 거듭났다. 그 배후에는 욕탕에서의 교육이 있었다.
역사책에는 기록될 일은 없겠지만.
“아버지가 놀아주지 않는다고 삐졌다고.”
“뭐, 적당히 놀아드려. 해군 쪽에는 하루 종일 갑판에서 낚시하는 것도 지겹다고 하는 분이니까. 육군으로 가서 심시티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잖아?”
“심시티라니……이봐.”
“참호선을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그럼 심시티지 뭐.”
어쨌든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모여들고 군대는 늘어나서 해군은 함포를 실은 전함이 모두 70척. 그 외의 전투선은 50척이라는 대규모 함대가 편성되었다. 미시어스 제국의 함대 20척은 제외한 수치가 그 정도이니 이제 노르딕들도 띄엄띄엄 병력을 보내는 일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할까. 적어도 제해권은 확실히 지키게 되었다. 그 덕분에 바다를 통한 보급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해군이 제일 화려하게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지만 결국은 수성전이나 다름없잖아. 조금은 나가서 싸우는 것도 생각하는 건 어때?”
“뭐, 적들은 워낙 숫자가 많아서 말이지. 한 전투에 1000척이 동원된 적도 있단 말야. 도망다니면서 숫자를 줄여서 그나마 후퇴하게 만들었지만. 아직은 지키는 전투 이외에는 하기 힘들어. 그건 생각해줘야지.”
‘진 맥세인 아슈레이’가 지적한 사실대로 아직 노르딕들의 전력은 막강했다. 그건 육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그들의 전력이 100만에 육박한다고 파악한 적이 있지만 그건 좀 오버가 아닌가 했는데 정확하게 판별한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었다. 모두 90만이었다. 그것도 약 20만이라는 병력이 바크 요새를 시작으로 노르딕들을 털기 시작한 소드마스터 부대가 날려버린 이후에야 나온 수치였으므로 원래의 전력은 110만이었을 것이다.
“민족 대이동이었나…….”
“이쪽은 차근차근 밀고는 있지만 꽤나 골치 아프겠어?”
“뭐, 그렇네. 이 놈들은 중국도 아니고 무슨 숫자가 십만대를 훌쩍 뛰어넘어버린다냐.”
“그건 센타이 왕국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아……말 그대로 대규모 전쟁이 되었구나.”
센타이 왕국의 의용군이 모두 80만(서류상으로만. 아마 실제로는 10만 안팎일 것이다.), 정규군이 30만(그 중에서 이쪽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은 10만)에 육박하고 이곳 미들튼 영지의 육군이 5만에 육박하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노르딕의 90만 대군이라는 것이 10살부터 50살까지의 장정 모두를 합한 숫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큰 전력은 아니지만 그 숫자만으로도 질리는 감이 있다.
“이걸로 센타이 왕국은 당분간 여초현상이 계속되겠네.”
“나라 기둥이 뽑히기 직전인데 그런 걸 따지게 생겼겠어?”
아무래도 미시어스 제국군 1만 9천에 이곳 미들튼 영지로 투입된 1만까지 합해서 거의 3만에 육박하는 병력을 투입한 것은 잘 한 것이라 생각한다. 타클란 제국에서보낸 15만 대군과 함께 이 전쟁을 천천히 끝낼 수 있는 전력이 될 테니까 말이다.
“뭐, 전쟁은 알아서들 할 것이고. 이곳에서 수복한 영지에 있던 귀족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발생했는데 어쩔 거야?”
“부역자들 말인가?”
어쨌든 전쟁은 천천히 센타이 왕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생긴 문제도 있었는데 수복된 영지에 있는 귀족들의 처우문제였다. 그냥 냅두자니 평민들이 눈이 벌개져서는 죽이고자 하고 죽이자니 아직 왕명이 내려오지 않았다나. 그 중간에 끼인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만이 괴로운 상황이다.
“어떻게 하고 싶어?”
“제일 좋은 방법은 일단 자택에 연금하는 것이지만 그랬다가는 분노한 백성들이 저택에 불을 질러버릴지도 모르지. 그걸 방비하기 위해서는 한 곳에 모아 가두는 것이 최선인데 그랬다가는 그들과 핏줄로 연결된 중앙 귀족들이 난리를 칠 거라나? 하여간에 하는 건 없으면서 찾아먹을 것은 다 찾아먹으려는 족속들이야. 그것들은.”
그런 문제가 있었다.
“내가 확 미쳐서 죽여버리면 문제가 될까?”
“그랬다가는 그 아가씨, 무지 괴로워할 걸? 센타이 왕국에서도 잡으려고 할 거고.”
흐음, 최근 솔직해지기 시작한 그녀라면 그럴지도. 요즘 들어 내가 간지럽혀주지 않나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내가 다 뒤집어쓸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 그렇다고 이 문제는 ‘진 맥세인 아슈레이’에게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그 녀석들을 다 죽여버리고 내가 잠적하는 것이겠지만. 그 점은 ‘나’ 진 맥세인 아슈레이도 동의하겠지.
“흐음, 하지만 그러려면 지금의 내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건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그렇게 투정을 부리자 ‘나’는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한다.
“그렇다고 나라는 개체가 존속하기를 바라는 건 아냐. 그 아가씨를 다 공략하지도 못했는데 끝나는 건 좀 그러니까 말야.”
‘이해할 수 있겠지?’하고 혀를 내밀면서 웃자 ‘나’도 맥없이 웃어버린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덮치고 일을 쳐버리든지.”
“덮치는 건 싫은데.”
사랑을 느끼게 하고 싶으니까 말이지. 하고 히죽 웃자 머리를 싸매기 시작한다.
“마음대로 해.”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그럼 공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덮쳐야겠다.”
“덮치는 건 싫다면서?”
“그래도 계기가 필요하단 말야. 이번엔 벌칙으로 입술을 빼앗아야겠어. 우후후후.”
“마음대로 해라.”
우후후. 기다리라고.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 양. 내가 그 퍼스트키스를 빼앗아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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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이순신처럼 만들어보려는 계획은 차곡차곡 진행중. 정말로 이순신과 비슷한 길을 밟아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봐야죠. 배만 어떻게 판옥선 급으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거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주인공입니다.
+
이제 함부르크에서 투자하면서 주조찍으면 될 듯. 자본금이 쪼달려서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몇몇 분들이 쪽지를 날려서 알려주신 대로 상대캐라도 갈아타봐야 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