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유희> -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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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납치된 남화연
‘휴우 …….’
저녁 무렵, 마을에 있는 한 객잔의 어느 객실이다. 두 명의 여인이 탁자를 가운데 놓고 마주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만 보면 그 중 한 명은 어딘가 건성이었다. 그녀는 문득 속으로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그만 곁에 있는 동료에게 들키고 말았다.
“연매, 무슨 일 있어?”
“예?”
“아까부터 뭔가 눈치가 이상해. 마치 뭔가에 한 눈을 팔고 있는 것처럼 …….”
“그, 그런 것 없어요.”
두 말 할 것 없이 이들은 바로 화산파의 악영소와 남화연이다. 현재 제갈지민과 화운악은 아래에서 한창 술잔을 나누는 중이었다. 악영소는 어이가 없었는지 두 사람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고 남화연은 그런 그녀를 달래는 중이었다.
달랜다고 하지만 그녀의 태도가 이단가 모르게 성의가 없었다. 처음에는 불평하느라고 몰랐는데 차츰 화가 가라앉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악영소가 슬쩍 떠 보았는데 그녀는 필요이상으로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니야, 뭔가 이상해. 너 설마?”
“언, 언니. 저는 잠시 측간에 …….”
다소 붉은 얼굴로 남화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걸 본 악영소의 얼굴에 의혹이 떠올랐다. 평소 차분하던 그녀답지 않은 행동인 것이다.
‘저 아이가 진짜로 그 녀석을? 말도 안 돼!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
한편 밖으로 나온 남화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보았다. 아직도 화끈거리는 것 같다. 심지어 심장까지 뛰고 있었다.
‘설, 설마 악언니가 눈치챘나?’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밤하늘을 쳐다 보았다. 마침 보름달밤이었다. 그녀는 망연히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제갈지민이었다.
“아! 한공자님 …….”
그녀의 두 눈이 몽롱해졌다. 솔직히 만난 지 불과 반나절 만에 이렇게 빨리 마음이 끌린 것에 대해 자신이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도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었다.
“뭐, 화 사형 눈치를 보니 앞으로 함께 행동 ……. 우웅 …….”
갑자기 그녀가 두어 번 눈을 깜박거리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이유 없이 잠이 쏟아진 것이다. 그대로 그 자리에서 그녀의 신형이 무너졌다. 어느 새 나타났는지 의문의 사내가 그녀의 몸을 받아들었다.
“흐흐흐 ……, 방심 중에 슬립주문을 당해낼 수는 없지.”
“안에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안돼, 아직 우리의 정체를 함부로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하기사 이 여인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내들은 그 나이에 심상치 않은 내공을 지니고 있었지.”
“그렇다. 그러니 이 여인 하나로 만족하자.”
사내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빈 몸인 사내가 바닥에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사내가 작업을 끝내자 그녀를 안고 있던 사내가 재빨리 일행의 곁에 붙었다.
“텔레포트!”
사내의 외침과 함께 그림에서 밝은 빛이 한 차례 뿜어져 나왔다. 빛이 사라지자 어느 새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직후 한 사내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 백의를 입고 다소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그는 바로 제갈지민이었다.
‘분명 마나를 느꼈다. 중원에서 나 외에 마법을 쓰는 자들이라면 …….’
그는 이내 바닥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피어났다.
‘이동 마법진! 역시 혈교가 나타났군. 아마 놈들은 무림인들이 이걸 못 알아보리라고 생각하고 흔적을 지우지 않았겠지.’
확실히 마법에 생소한 무림인들은 마법진을 보고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제갈지민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좌표를 계산했다. 잠시 뒤 그는 두 눈을 빛내며 일어섰다.
‘의외로 이 곳에서 멀지 않군. 기다려라 …….’
잠시 후 그 역시 빛과 함께 사라졌다. 좌표를 알아낸 그가 이동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윽고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공중이었다. 나타나자마자 그는 재빨리 인져빌리티 주문과 플라이 마법을 연이어 사용했다. 그러자 떨어지던 그의 신형이 그대로 사라졌다.
‘이곳인가? 과연 …….’
그는 산속의 어떤 커다란 바위 앞에 떠 있었다. 꽤나 높은 위치였기에 누가 일부러 고개를 들고 찾지 않는 한 바로 발견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투명마법까지 쓰고 있으니 더욱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바위는 대략 보통 성인의 너다섯 배 정도의 크기였다. 다소 회색을 띄고 있고 게다가 밑부분에 이끼가 드문드문 끼어있어 누가 봐도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제갈지민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여기에서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마나가 느껴진다. 누가 인위적으로 비틀어 놓은 듯 한 ……. 어디 …….’
그는 소리없이 땅 위에 내려왔다. 그리고 바위에 접근해 조심스럽게 탐지마법을 사용했다. 잠시 바위를 살펴보던 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마법트릭을 응용한 일종의 환영마법이군. 이것은 이렇게 하면 …….’
그가 우수를 들어 검지를 세우자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 그가 바위를 손가락으로 두 세 번 찌르자 찌른 자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가 했더니 바위의 환영이 사라지며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느 새 눈앞에 커다란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마나를 운용해 일루젼 마법을 깨뜨린 제갈지민은 거침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여전히 인져빌리티 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들어가기 직전 그는 힐끗 뒤를 한 번 돌아보며 이채를 발했다.
‘그가 너무 늦어도 곤란하지만 빨라도 곤란한데 ……. 시간이 정확히 맞을지 모르겠군.’
그가 들어간 지 이각쯤 뒤에 두 명의 남녀가 뒤이어 나타났다. 전력으로 경공을 사용한 기색이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바로 화운악과 악영소였다. 화운악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고 악영소는 다급한 표정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화운악이었다.
“이런 곳에 동굴이 있다니 …….”
“우선 들어가 봐요!”
그대로 성급하게 발을 옮기려는 그녀를 그가 가로막았다.
“잠깐 기다려, 사매.”
“왜 막는 거예요?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연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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