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무림 1
전체적으로 어두운 방 안.
그 어둠속에서, 회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칠흑같이 사방이 어두컴컴했지만, 방 안에 둘러앉은 인물들은 상대를 봄에 있어 아무런장벽도 못느끼는듯 보였다.
회의실의 좌석 중 가장 말석에 앉은 듯해 보이는 인물이 불만스런 얼굴로 만류하는 음성을 내뱉었다
<자네. 다시 한번 생각을 해주게나. 아무리 자네 직책이 부교주라지만, 임무 외에는 몽땅 다 자유시간으로 해달라니. 더구나 교외출입까지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말일세>
그러자 이십대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고개를 살짝 까닥이면서 한다는 대답.
<하지만 교주님. 제 성격 아시잖습니까. 당최 좁아터진 이곳에서, 뭘 어쩌란말입니까. 제 성격상 좀이 쑤셔서 견딜수가 없군요. 지금 이 회의실도 갑갑해 죽을맛입니다 전>
교주: 자네 정말 이러긴가? 자네가 본교 최고의 고수임은 상층부의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야. 자네가 항상 본교를 지키고 있어줘야 든든하다는것을 모르고 하는 소린가 이말이야. 응? 용천 부교주!!
아마도 남자의 이름이 용천인 듯했다. 게다가 그의 직함은 부교주라고.
용쳔: ....아무리 교주님이 만류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따분하구요. 임무만 내리십쇼. 그건 반드시 수행해드릴테니. 하지만 나머지 시간엔 제가 뭘 하든, 어디에 있든지 그냥 가만히 냅두셨으면 합니다. 삼가 용천이 지고하신 교주님께 감히 청하는 바이니 허락해 주십시오.
교주: 허허이 참...이사람 정말....고집 센건 익히 알았지만 정말 너무하는구만 그래!
용천:.......
교주:....정 가야겠다면 내 목을 따고 가게나. 그럼 허락해주겠네.
교주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용천이라고 하는 젊은 남자의 허리춤에 메어져 있던 검이 도대체 언제 뽑혔는지 이미 그 검신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의 손에 완연히 잡힌 검이 순간적으로 청색 화염이 올라오듯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섬광과 같은 기세로 교주의 목을 노리고 쏘아져들어가고 있었다
장로들: 교주님!!
그래도 장로들보단 교주의 좌우에 시립해 있던 좌호법과 우호법의 동작이 더 기민하여 교주가 앉은 의자를 급히 뒤로 물림과 동시에 연수합격으로 호조와 대도가 용천의 검을 막아갔지만 헛수고였다.
카캉!
쇳덩이찢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두 호법의 호조와 대도가 각각 파괴되어버렸다. 신검이 아닌 바에야 어검술로서 밀쳐들어오는 신기를 막을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벌어주었기에 교주는 가까스로 머리를 슬쩍 방향바꿈으로서 용천의 검으로부터 그의 목숨을 확보할수 있었다.
교주가 자신의 공격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은채 용천은 담담하게 제 2의 공격을 가해올 참인듯했다
그걸 보고 교주가 헛 하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급히말했다
교주: 잠깐 잠깐 알겠네!! 알겠어!!
교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언제 뽑혔는지도 모르는 그 검은 다시 좀전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그의 검집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대체가 눈으로 보는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느껴지는 쾌속함 그 자체였다
남자는 무뚝뚝한 얼굴로 교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교주:..... 허락하겠네. 교의 출입도 물론 허락일세. 하지만 항상 연락을 취할수 있도록 해놓게나. 그것만 지키면 되네
그러자 용천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양손을 마주 모아 포권지례를 올렸다.
용천: 삼가 용천이 교주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교주는 그의 행동을 쓴 감 씹은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자신의 목이 아직 붙어있는지 오른손으로 멱줄을 쓰다듬어보면서 퉁명스레 말했다.
교주: 거 어검술 좀 쓰지 말게. 정말이지 공포스러워 죽을 맛이니 말이야. 차라리 강기였으면 그렇게까진 놀라지나 않지 쯧쯧.. 이건 뭐 수하한테 협박당해가며 살아야 하는 교주라니
용천: 죄송합니다. 어쩔수 없었습니다
교주: 쯧쯧....장로들은 듣게나. 그리고 대호법. 좌 우호법도 들으시오. 용천은 본교의 최고수. 그가 방금과 같은 결정을 내려버렸고 본좌가 허락을 해버렸으니, 그가 출타중일시 본 교가 털리는 일이 없도록 항상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 모두가 합창했다
<존명!!>
교주는 용천을 바라보면서 쩝쩝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교주: 자 그럼...가 보게나. 아참. 혈섬을 대려가게. 그녀석이 가장 빠르니 연락 취하기에 가장 용이할테지. 그녀석도 자넬 좋아하고 말이야
<존명. 그럼....바로 떠나겠습니다>
교주: 그리 하게나
그는 떠났다. 암흑마교의 부교주인 그가, 드디어 교내 생활의 좀쑤심에 못견뎌, 마침내 세상 빛을 받고자 교외를 나선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용천은 나가자마자 따사롭게 자신을 맞아주는 햇살을 보며 싱긋 미소지었다.
"그럭저럭 30년만인가. 어디 유람이나 한번 해볼까. 클클..."
용천은 교를 벗어나자마자, 그간 얼마나 좀이 쑤셨던지 경공술부터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곳 일대는 산이 높고 삼림이 울창하기 그지없었는데, 지형 자체가 천험의 요새인지라 정파의 쓰레기들로부터 그가 몸담고 살았던 마교가 털린 일은 전무했다.
하지만 안 털린 건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그로서는 그리 한가한 처지가 못 되었기에(교주가 언제 부를지 모르니까) 마냥 느긋하게 걸음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니, 교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경공술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주가 함께 데려가라 일렀던 혈섬은 맹금류 중에서도 사납고 날쌔기로 유명한 송골매였기에, 자신이 경공술을 전개한다 해도 녀석이 따라오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내키는 데로 달리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달려간다고는 하지만 죽자고 펼치는 경공술도 아니기에 그는 주변의 경치를 나름대로 구경하면서 가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렇게 달리기를 약 1각(15분) 정도 하자 적당히 운치 있어 보이는 곳이 지어진 식당이 보였다.
"옳지, 저리로 가면 되겠군"
그는 재빨리 선로를 그리로 수정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과 점소이는 당연히 있었고, 몇명의 일반인과, 무림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식당 안에 먼저 와 있던 손님들은 그를 한번 흘깃 하고 시선을 주었지만, 이내 고개를 다시 돌려버렸다.
용천의 복장이 단조롭기 그지없는 데다가, 칼을 차고 있다곤 하지만 위아래 행색을 보니 별반 무공도 안 뛰어나 보이는 녀석으로 보였던 것이다. 더구나 얼굴을 봐선 아직 새파란 녀석인 것이 장가나 갔을지 말았을지 하는 녀석한테 오래도록 시선을 줘봤자 시간만 아깝다고 여긴 모양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무공을 익혔다고 하는 무림인들조차도 그의 진면목은 커녕 테두리라도 눈치챌만한 실력을 가진 자는 이 주막 내에서 단 한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금새 그에 대한 관심을 접어버린것이다.
용천은 좌우를 쓰윽 훑은 후에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온, 그러면서도 햇빛이 잘 들어 따스해 뵈는 자리가 시선에 담기자 곧장 그리로 가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점소이가 "어서옵쇼~ 손님~" 하면서 부리나케 뛰어왔다.
"여기 잘하는 것이 뭐냐?"
"예 예 손님 저희 주막의 장기는 뭐니뭐니 해도 오리탕이라고 할수 있습지요~ 자고로 오리탕이라 하면 비록 주막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긴 하나 저희 주막에서는 특별히~"
사설이 길어질 듯하자 그는 오른손을 가벼이 내저었다
"아아 긴말은 필요없고, 잘 하면 그거랑 죽엽청 한병...아니지 두 병을 가져와보거라."
"예 예 손님~ 여기 오리탕 한 그릇에 죽엽청 두 병이요~"
주문 받은 점소이는 부리나케 뛰어가서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점소이를 잠시 보다가 음식이 나오는데 약간의 시간은 걸릴 듯하자, 마치 조는듯, 또는 명상을 하는 듯이 탁자에 그렇게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그런 그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고 저마다의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무림을 출도해본 터라, 바깥 정세가 돌아가는 양이 궁금했던 것이기에, 사람들이 나오는 대화 하나하나가 그에겐 전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을만큼 소중한 정보였던 것이다.
잠시 듣고 있자는데, 왠 흥미를 돋우는 소리가 들린다. 대화는 두 사람이 나누고 있었고, 비록 타인이 들을 수 없게 목소리를 낮춰 말하는 것도 아닌 <전음입밀>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용천은 전음을 도청할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고수였기에 그들의 대화를 은밀히 엿들을수 있었던 것이다. 대화나누는 둘 중 한명은 가는 목소리의 여자였고 나머지 한명은 투박하고 굵은 인상을 줄듯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남자였다.
<오라버니. 그게 정말이에요? 성공할수 있겠나요?>
<아무렴, 걱정 마라. 작금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시국이 어수선하다는건 너도 알만하지 않냐. 나라에선 타국의 이민족들 정벌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고, 지방군까지 황제의 칙령으로 끌어다 쓰는 판이라구. 이럴 때 약탈하기 쉬운게 우리지. 이 근방에선 감히 우리를 능가할 정도로 큰 산적단은 없어. 게다가 우리 집단이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들은 모두 죽여버렸지. 얼마 뒤에 대성표국에서 꽤 쓸만한 먹이가 들은 표물을 운반한다 들었다. 우린 그걸 희희낙락하면서 털면 되는거야>
<그래도 원체 그정도 표물이면 나름대로 신경을 쏟지 않을까요?>
<쏟으면 지들이 어쩔건데? 클클...걱정마라. 내 비전절기인 광풍혈랑도법을 모르는게냐? 소소야. 오라버니는 정말 섭섭하구나>
<아잉~ 오라버니도 참. 농담도 못해요? 혹시나 해서 그러는거지요~ 호호~>
<이번 일만 잘 되면, 네가 평소 가지고 싶어하던 한혈마를 사주마>
<정말요? 와아~ 신나라. 호호. 오라버니. 일 잘되면 꼭 사줘요?>
<아무렴. 흐흐~ 우리 귀염둥이 여동생인데 내가 무얼 못해주랴. 클클. 그리고 우리 예쁜 마누라하고 줄줄이 딸린 애첩들에게도 뭘 좀 해줄거야. 자. 어서 먹고 나가자. 자세한 이야긴 산채에서 하자구>
<네에~>
둘의 대화는 그걸 끝으로 전음성도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은 용천은 실로 흥미가 동했다.
대성표국에서 뭘 운반하는지, 내용물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다. 그딴건 어떤 물건이 되었건 어지간해선 그의 흥미를 끌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의 관심을 끈건 다른것이었다.
전음이라 하지만 계집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니 아직 얼굴을 살펴보진 않았지만 꽤나 미인일것이란 짐작이 들었고, 남자란 놈의 말을 들어보니 꽤나 호색한인거 같은데(그러지 않고서야 여자가 여덟명이나 될리는 없을테니까) 놈이 데리고 산다는 부인이며 첩이라는 것들의 얼굴을 한번 살펴보고 싶은 요량이었던 것이다.
미색이 꽤나 반반하다면 용천은 자신의 취향이 있기에, 산채까지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즐길 요량이었던 것이다. 내용 중에 듣자니 산채에 있는 놈들의 머릿수나 규모가 제법일듯 하지만, 그딴 것은 그의 입장에선 코웃음 칠 일인것이다.
"호오...이거 출도하자마자 일이 재미있게 엮이는군? 이곳 일대는 마교가 또아리를 튼곳...관부의 것들이 감히 척결할 엄두를 못내는건 사실.. 게다가 산적 놈들도 나름대로 마교에 조공을 하는데다 굳이 따지자면 사파의 성향을 띄는 놈들이니 본교에서도 냅두는 판이고...그래서 점점 구르고 구르다 커졌나 본데, 이놈들. 대성표국이면 내 알기로 결코 작은 어중이떠중이표국이 아닌데 그걸 노리겠다? 허허..이놈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만. 뭐 어쨌건 좋아. 일을 시끄럽게 만들 생각도 없고....계집들 얼굴이나 구경좀 해볼까. 클클...."
용천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때즈음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하지만 용천은 음식은 그냥 먹는둥 마는둥 대충 하면서, 두 연놈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 둘이 밖을 향하자 슬쩍 따라붙었다. 전냥을 탁자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져놓고선...
두 남녀는 주막을 왠만치 벗어나자 걷던 걸음을 경공술로 전환 후 산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던 중 여자가 슬쩍 귀띔하듯이 남자에게 말했다.
"오빠, 미행이 있어요"
"음, 나도 알고 있다"
"그래요?"
"생각해보니까 주막을 나오고 나서부터 따라나섰는데... 주막 안에 있던 놈인가봐. 너나 나의 얼굴을 알리는 없을 테지만, 슬쩍 봐보니 칼을 차고 있던데...전음을 엿들을순 없지만 하는지 안하는지 정도는 무림인이라면 알수도 있잖냐. 아마 수상하다 싶어 따라붙었나본데 재수없으면 관부의 밀정이거나 좀 높은놈일수도 있겠다. 적당히 산 속으로 들어선 후 으슥한 데서 입을 막아놓아야겠지"
" 좋아요. 그럼 좀 더 있다가..."
이렇게 둘은 뒤에서 놈이 따라붙은 걸 알고도 유인해서 죽이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사람으로서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 거리를 좀 두고 쫓아온다지만, 상대는 숨어서 쫓아오는게 아니라 아예 대놓고, 그러니까 자기 정체를 드러내놓고 쫓아온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줬다. 자신감이 극에 달한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저런 행동을 할리가 없잖은가.
사내가 소소라고 불렀던 여자는 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아미를 찡그리면서 소근댔다.
"빨리 죽여버리고 싶네 저놈.."
"참아라. 조금 있다가 이 오빠가 저놈 껍질을 벗겨주마"
"조금만 벗겨요. 끝장은 내가 내고 싶으니까"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달리는 중에서도 숨 한점 흩어지지 않고 장난치듯이 가벼이 대화를 나누는걸 보면 이 둘의 무공 수위가 하루이틀 해서 쌓인 것이 아니란 걸 알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고, 설마하니 이 거리를 두고서도 두 사람의 대화를 뒤편에서 쫓아오는 놈이 들을수 있으리라곤 그 둘은 꿈에서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달리는 중이던 용천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 클클...이런 미친 것들을 보았나...감히 노부에게 그따위 말들을 지껄이다니...그래 어디 누가 죽고 못 미쳐 울게 될지 보여주마. 이것들이 관을 보아야 눈물을 흘릴 것들이군. 크크큿~!"
상대의 무공 수준이 얼마나 아득할 정도로 높은지 몰랐던 두 사람. 그건 실로 불행 중 불행으로 금새 다가오게 된다.
일다경 정도 달리다가 주변이 울창하기 그지없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선 후에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좌우로 휙휙 갈라져 은밀히 숨었다. 숨은 후에 시선은 전방을 향한 후 여자가 사내에게 조그맣게 물었다.
"오라버니. 놈이 어딨죠?"
"모르겠다. 갑자기 안보이는군"
"..........."
소소는 겉으론 표현 안했지만 은근히 놀랐다. 오라버니는 상대의 기척을 좀처럼 놓치지 않는 수준 있는 고수다. 그건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상대가 종적을 숨겼다는 말은....
그때 그들을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그들이 숨은 나무 윗동의 가지에서 들려왔다.
"클클...숨으려면 더 잘 숨어야지. 기척조차 억누르고 말이야. 귀식대법정도 사용한다면 모를까. 이건 뭐 완전히 나 여기 있수 하는건가? 하긴..그걸 사용하면 오히려 본좌의 의심만 더 사지만 말이야"
두 남녀는 대경하여 급히 위를 보았다. 당장에라도 부러질것만 같은 가늘게 가로뻗친 가지에 발을 올려놓은채 신선처럼 고요한 모습으로 서서 두 사람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흑의인이 한명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은 자신감 그 자체였다.
"네...네놈..어떻게?"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지? 라는 반문이었지만 그게 말이 다 되어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 경악했던 탓이다.
상대가 다시 비웃는다.
"네 연놈따위가 감히 본좌에게 질문할 자격따윈 없다. 자..거두절미하고...말해봐. 네놈은 어디 산채의 대가리냐? 이름은?"
시종일관 반말에 <대가리>라는게 자신을 지칭하는것임을 안 남자는 노해서, 성난 노호같은 표정이 되었다. 실제 그는 호랑이 같이 생긴 눈썹과 거친 턱수염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게 뭇 일부 여인들에겐 남성의 패기스러움으로 비칠지도 모르는 인상이나 용천의 입장에선 냄새나는 사내놈에 불과했다.
"이..이놈...네놈이 누군데 감히 나 태호성에게 그따위 말을 씨부리는 것이냐. 정녕 죽고 싶으냐!"
"클클...아둔한 놈이군. 보아하니 무공의 겉은 핥은 모양인데, 그거 가지고 자랑할 수준은 못 되는것 같군. 등신같은 놈과 대화해봐야 이 몸만 격하되는 꼴이니, 네 놈의 동생이란 여아와 놀아봐야겠구나. 제법 귀엽게 생겼군그래"
"뭐..뭣이라고? 이..이놈이..."
소소는 이마를 찡그릴대로 찡그리면서 다짜고짜 자신의 연검을 빼들어 곧장 출수를 해왔다.
쏴아악!
눈 깜짝할 사이에 뽑힌 그녀의 검이 일직선으로 쏘아져 오면 파공성을 내지르면서 용천이 서 있던 가지를 그어 올렸다. 가지는 순간적으로 잘려나갔지만 아쉽게도 정작 목표물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빠져나와 고고한 한마리 학처럼 차분히 땅에 내려섰으니..
"이..이...죽일 놈이..!!"
자신의 장기인 발검술을 이토록 상대가 쉽게 피해내자 소소는 분노하면서도 사색이 다되었다. 이걸 피해낸다면 본격적인 공격 역시 상대는 다 피해낼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바들거릴 뿐이었고, 남자는 히죽거리면서 그녀의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클클.. 화나니 제법 그럴듯한 얼굴이군그래. 하지만 역시...."
"...?"
"여자는 웃는게 좋아. 웃음소리든 표정이든 말이야. 노부가 계집들 웃게 만드는 데는 도가 나름대로 텄는데, 어떤가. 한번 내게 맡겨보지 않으려나?"
"뭐..뭣!! 이.. 찢어죽일 놈이이~!!"
소소가 다시 공격할 듯했지만 그의 오빠가 더 빨랐다. 그는 얼마나 무거운지, 등에 걸치고 있던 거도를 번개같이 빼들고선 즉각 살초를 전개해왔다. 그대로 맞았다면 아마 용천은 몸이 좌우로 쪼개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맞았을때 얘기고..
후와악
콰콰쾅!!
순식간에 숲의 일부가 약간 변해버릴 정도로 강맹한 검기가 파도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의 독문무공의 이름이 왜 광풍혈랑도법인지 이 한 초식으로도 알 만했다. 피에 굶주린 미친 늑대가 폭풍처럼 사나운 강맹한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짓쳐들어가는 듯해 보이는 무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마저도 슬쩍 피해버렸다.
이제 약이 오를대로 오른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가해올려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흑의인이 어느새 빼든 오른쪽 검이 순색간에 청색 화염이 올라오듯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너무나 진한 청광을 띄는 검이었다. 그걸 보고 두 사람 중 남자 쪽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새나왔다.
"어..어검...술?"
어검술은 신검 합일을 통과하여 화경의 벽을 깨고 올라선 <화경의 고수>들 조차도 시전하기 어려워 하는 전설적인 무예다. 검의 고수가 사용할수 있는 최강의 조예 중 하나인 것이다. 검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서 두꺼운 강철도 얇은 종이나 두부 베듯 할수 있다는 환상의 무예.. 이걸 저토록 순식간에 사용했다면, 저자는 어쩌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정도로 놀란 두 사람 중, 이번엔 소소가 떠듬거렸다.
"서..설마....혀...혀....."
전설로만 듣던 현경의 고수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두 사람은 머릿속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검술을 장난스레 사용하고 있는 젊은이는 클클대더니 대답을 해준다.
"아아~ 현경은 아니란다. 아가야. 노부는 마교의 사람이거든. 탈마라고 하는게 듣기에 더 좋거든. 기왕이면 <노야께서는 탈마의 고수이신겁니까?> 하고 물어주었으면 하는구나. 클클~"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 두 사람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똥 밟았다!!!"
탈마의 고수를 앞에 두고서 그리 기고만장했으니, 이젠 하루살이목숨이다. 도주도 불가능하다. 이긴다는건 애시당초 꿈나라의 소리이고. 어쨌건 전설로만 듣던 고수이니..
"....고인을 몰라 뵙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오체투지 한 채로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용천은 아까부터 태호성이란 놈이 맘에 들지 않았다. 짜식이 좋게 말할때 순순히 들었으면 안 이랬을 건데..
쓰윽
그는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태호성의 경동맥에 그림같은 한 수를 지그시 찔러넣었다. 너무나 순식간이었기에 죽는 당사자 본인도 모르고 죽었으리라.
"....아....."
옆에 있던 소소는 오빠가 죽은 것을 조금 후에야 눈치챘을 정도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녀는 경악성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도망간다는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 그저 눈앞의 남자가 무서워 덜덜 떨 뿐이었다.
"...사...살려...."
살려 주십시오 하려 했는데, 그녀는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온 몸에 힘이 빠지며 바닥에 그냥 대자로 털퍼덕 누워버렸기떄문이다.
"..아?"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걸 깨닫자 소소는 더욱 경악했다. 상대는 손조차 자신의 몸에 대지 않았는데 점혈의 수법을 당했다는건, 눈앞의 남자는 허공을 격하고 점혈과 해혈을 임의로 자기 맘대로 할수 있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수라는 사실에 더더욱 놀랐던 것이다. 어쩌면 이다지도 엄청난 자가 자신을 노릴수 있단 말인가.
"....노...노야...제..제발 살려주십시오.....소녀가 잘못..했사옵니다..."
소소는 누운채 꼼짝도 못하고 두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덜덜 떨면서 생명을 애원하는 판인데, 용천은 클클 대면서 심각한 그녀의 옆에 갑자기 앉더니 그녀 얼굴이며 복장을 찬찬히 살피는게 아닌가.
"클클. 볼수록 귀엽게 생겼는데? 나이가 올해 몇이냐?"
"...여...열 여섯이옵니다..."
"흐음...과연. 피부가 고운 것이, 네년의 말이 거짓말은 아닐 성싶구나. 뭐..걱정마라. 노부는 귀엽거나 예쁜 것들은 안 죽인다. 즐기긴 할지언정 말이지. 큭큭.."
<즐긴다> 라니..뭘 즐긴다는 걸까. 소소는 그게 분명 이놈의 겉만 번지르르한 영감탱이 고수가 자신을 취하려 하거나 아니면 특정한 <고문>의 행위를 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뭔지는 도무지 알수 없었지만..
소소의 번지르르한 이마를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용천은 물었다.
"자아...순순히 대답해주면, 노부가 나쁘겐 안하마. 이제부터 묻는 것들을 조목조목 다 대답해줘야만 할게야. 그렇지 않으면, 아가야. 너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소소의 눈망울이 파들파들 떨렸다.
"조..조금 전엔 죽이지 않는다고..."
"아아. 같은 소리 아니냐.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거나 죽지 않는거나 말이야. 내나 같은 소리인거야. 네년이 감히 노부의 말에 토를 달겠다는것이냐?"
"아..아닙니다...잘못했사옵니다..."
"클클. 그래야지. 그래야 서로가 좋고 좋은거야. 자....너희들의 본거지는 어디냐. 그리고 머릿수는?"
소소는 목숨이 경각에 달렸지만 절로 입을 꽉 다물었다. 상대는 탈마의 고수다. 의도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자신들의 본거지가 괴멸당할 우려도 있었다. 그녀는 그게 걱정되었던 것이다.
여자애의 눈에서 고집의 눈빛을 읽자, 그는 그게 오히려 흥미있는지 큭큭댔다.
"허어~ 말을 하지 않겠다?...흠....내 네년이 가증스러울정도로 귀여워 죽이진 못하겠다만....지옥을 보여줄 자신은 있는데...그래도 입을 안 열 참이냐?"
"............."
점혈은 되어 있기에 움직이지 못할지언정 공포로 인해 온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듯이 움찔대는 소소였다. 용천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뭐 좋아. 노부도 여아를 데리고 노는걸 싫어하진 않으니 잘 되었지. 하지만, 곧 잘못했다고, 다 말하겠다고 싹싹 빌게 될거다. 나름대로 자랑이지만, 노부 앞에서 항복하지 않은 여자애가 없거든. 큭큭"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그는 몸을 좀 움직여 소소의 고무신에 손을 뻗었다. 신을 벗기고 나자, 의외로 제법 고급스러뵈는 비단으로 된 족의를 신고 있는게 눈에 띈다. 소소가 산 속에서 사는것 같지만, 홍의를 입었을때부터 짐작했는데, 제법 옷차림에 귀티를 흘리길 좋아하는 여자앤거 같았다. 하지만...비단은 비단인거고....
용천은 벗겨든 소소의 고무신이며, 비단 족의를 벗긴 후에 슬쩍, 아니 은근히 세심하게 후각을 돋우어 냄새를 맡아보더니, 속은 기분 좋으면서도 겉으론 크~ 하면서 과장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
"크~윽. 냄~새... 아가야. 네 얼굴은 비록 번지르르하지만 발냄새는 영 아니올시다구나. 족장(발바닥)이며 족지(발가락)에서 구린내가 펄~펄 나고 있구먼. 이 비싸 보이는 비단 족의가 아깝다. 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야. 이 냄새나는 발이, 정말 네 발이 맞긴 하냐?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
그 말에 소소는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홍당무가 다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날래고 기운 센 오라버니를 근래 좀 따라 돌아다닌다고 잰걸음이며 경공술을 시전해 대는 통에, 발에서 나는 땀이 밸대로 밴지라, 얼굴과는 별도의 문제(?)로 발냄새가 많이 나게 된건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설마 하니 숫처녀의 며칠 동안 씻지 않은 발냄새를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맡으려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더구나 점혈까지 되어 있는 상황이라 얼굴을 가리거나 어디 숨을수도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소소는 거의 울상이 되어 하소연했다.
"노..노야...이제 그만 맡으시옵소서...소녀..참으로 민망합니다..."
양쪽의 고무신과 족의를 모두 벗겨낸 후, 더럽고 냄새난다면서도 그걸 왠지 모르게 열심히 맡고 있는 것 같은 흑의인을 보면서 그녀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창피하기가 이를 데 없을 지경이었다.
소소의 빨개진 얼굴을 보면서 용천은 그걸 속으로 즐기고 있었다.
"클클....본좌가 이런 맛으로 여아들을 골린다니까...발냄새 운운 해대면 창피해하지 않을 것들이 없거든. 아무리 기고만장한것들이라도 말야. 큭큭. 그나저나 귀엽기도 하지.."
하지만 그건 속마음일뿐, 짐짓 헛기침을 한후에, 용천은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었다.
"허~! 감히 네년이 노부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냐?"
"다..당치도 않사옵니다. 며..명령이라니요..."
"내가 듣기엔 틀림없이 그런 것 같거늘...아니라고 잡아떼다니...더구나 노부가 묻는 건 대답해주지도 않고...안되겠다. 내 더 이상 너를 이대로 놔둘 순 없다. 노부는 답을 들어야겠으니. 한번 더 묻는다. 대답해라"
"....노..노야...."
" 그래도 이 앙큼한 것이? 클클. 뭐 좋다.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 어디 한번, 네년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그래."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는 양 손의 검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소소의 용천(발바닥의 정 중앙 혈)혈을 타닥!! 하고 쳤다.
그러자, 혈도가 쳐진 용천혈을 시작으로 소소에 몸 속에서 이상한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신 내의 혈맥이며 세맥이, 흡사 아지랑이같은 기운을 머금고 지렁이처럼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리의 백회혈부터 시작해 발바닥 용천혈에 이르기까지 무섭도록 강하게 느껴지는 엄청난 근질거림.
간질간질 간질!!
근질근질근질근질~
소소는 그것이 시작되자 속으로 온갖 놀라움과 타격을 받았다. 그 은근하고도 집요스러운 자극에 저절로 입이 들려졌다.
"으끄흐흣!~~~"
소소는 간드러지는 자신의 웃음소리를 순간 흘렸지만 이를 악무는 심정으로 입을 닫았다.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걸 참기 시작한 것이다. 참기 시작하자 대번에 온 몸이 파김치처럼 절어들정도로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정도로 자신의 온몸은 간지러워 죽을 맛이었다. 소소는 괴로워하면서 속으로 외쳤다.
"이..이럴 수가?! 이게 도대체 무슨 사이한 수법이지? 오..온몸이 간지러워 죽을 것 같아.. 허억...헉..."
이런 황당무개한 고문법이 존재한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육신와 피와 살, 뼈를 괴롭히는 수법 중 분근 착골은 들어보았지만, 이런 고문은 맹세코 듣도 보도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걸 생각하기엔 너무 머릿속이 혼란한 소소였다.
"으...끄흣....끄흐흣.....크크큭...키..키키힉..."
최대한 입을 악다물었지만, 언뜻 언뜻 새나오는 웃음소리만은 그녀도 어쩔수 없었다.
손가락 끝이며 발가락 끝을 움질움찔 떨며 전신을 경련해 대는 소소를 큭큭거리면서 웃으며 보는 용천은 흥얼대듯 말했다.
"노부의 이 수법에 여태껏 최대한 오래 견뎌낸 과거의 계집은 2각(30분)이었다. 고집이 대단한 년이었지. 하지만 그 이상은 그년도 두손 두발 들며 포기하더군. 자..아가야. 넌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구나. 빨리 웃음을 터뜨리지 그러느냐? 웃으면서 견디면 훨씬 더 쉬울 텐데? 클클"
흑의인의 말이 진실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매력적으로 들릴 만한 제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소는 정말 놀랄 만한 인내력으로 1각을 넘게 참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2각을 채우진 못하고 1각은 넘겼을 때쯔음...
"푸....푸풉...풋..푸하하하하하하~~으캬하하하하하~~으호호호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이키히히히히히~~으헤헤헤하하하~~아...안돼에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사..살려주세요노야하하하하하하하하~~~"
마침내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소소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항복 선언을 하였다. 그녀는 여태껏 불어난 물로 인해 터지기 직전의 둑처럼 가까스로 그걸 인내해 왔지만, 더 이상 견뎌낼 재간이 없자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미친 듯한 악다구니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즐겁게 들으면서 용천은 큭큭댔다.
"안돼지 안돼. 아가야. 노부가 하나만 가르쳐줄까. 세상일이란 말이다. 그렇게 어려운게 아냐. 이거면 이거. 저거면 저거. 결정을 하면 되는거야. 대신..대신 말이다. 빨리 결정을 해야돼. 망설이다 나중에 되돌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거든. 내가 뭘 말하려 하는지 알겠지? 넌 너무 늦게 마음을 돌리려 했어. 그러니 좀 더 혼나야겠구나. 클클..."
"아하하하하하하학~~ 시....싫습니다아하하하하하하하~~~제..제바아알하하하하하하하~~~"
소소는 온 몸이 빨개져 가고 있었고, 용천은 그런 그녀를 클클대며 쳐다보고 있다가 소소의 냄새나고 부드러우면서도 작은 발바닥 여기저기를 직접 긁어가기 시작했다.
간질간질!!
바각 바각
소소는 순간 벼락에 맞은듯 한순간 움찔 요동치더니 여태껏보다 더큰 폭소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악~~~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사람살려하하하하하하하~~~"
소소가 웃는 와중에 사람 살려달라 하는데도 용천은 그걸 깡그리 무시한채 소소의 발바닥을 긁어나가면서 말해줬다.
"클클~ 누가 죽인대더냐? 너처럼 귀여운 것은 계속 웃음소릴 토해내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안죽인다. 대신 적잖이 괴롭긴 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게 어디냐? 웃으면서 당할수 있는 고문은 이것뿐일것인데 그걸 노부가 이렇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네년의 냄새나는 발을 개의치 않고 어루만져주니 얼마나 네년은 행복한 년인가 말이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즐겁지? 클클~~"
그러면서 소소의 발바닥 표면이 일렁거릴 정도로 세게 긁어대는 용천. 점혈수법으로 인해 발가락을 오므리지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긁어대는 통에 소소는 두 눈에서 눈물까지 흘려대면서도 웃을수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었다.
"끄...끄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싫어하하하하하하하~~~"
한동안 숲 속에서는, 시체 하나와, 웃는 자, 즐거워 하는 자로 인해 소란스러울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