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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아수라 5

한때는 조용했던 놀이터는 지금 좀 어수선하다.


 

좀 전엔 소음이 었었지만, 이번엔 종종 울려퍼지는 경악성, 그리고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격타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쩌저정~!!


 

"크악~~!"


 

또 한명이 공중으로 퍼득 튀어오른다. 지금 이런 장면이 심심치 않게 연출되는 중이었다. 한명의 남자에 의해서......



준영은 오늘 맘에 쏙 드는 여자애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는데, 일시지간이라곤 하지만 그 흐름의 맥락을 끊어놓은 녀석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봐주는 차원이 아닌, 약간의(?) 감정을 담아서 주위에 널린 사내 녀석들을 후려쳐 대고 있었다. 턱 갈기고, 등판 밟고....



몇분...아니 몇초가 지났다고 이렇게 분위기가 바뀔수 있을까? 좀 전엔 이렇지 않았다. 불청객들은 지금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명은 멍한 눈빛이었고, 몇명은 입을 막고 기함을 지르고(보통은 여자애들) 그래도 남자라고 기 싸움에서만은 죽기 싫다는 듯 몇놈은 거센 고함을 지르면서 눈앞의 상대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표정엔 절망감이 가득했다.



일곱명의 남자들이 한명의 남자에게 장난감 놀이상이라도 되는 듯 얻어터지는 지금의 현 상황....아까는 자신들이 저 녀석을 장난삼아 다구리 해주려는 상황이었는데....



또 한명을 공중으로 띄워놓고는 준영은 재빨리 뒤로 눈길을 돌리며 자신의 배후를 점하고 서 있는 두명의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넋이 좀 나가 있었다.


준영은 끌끌 혀를 차면서 대답했다.


 

"쯧쯧...겨우 이따위 실력들을 가지고 나를 어째 보겠다고 하다니....갑자기 낮에 만났던 제일고놈들을 칭찬해주고 싶어지는걸?"



"다..닥쳐 이새끼야~~!!"


 

고함을 지르면서 뒤에서 한놈이 달려들며 외쳤다.


 

쯧쯧...멍청한 놈...소리지르면서 달려들면 나 지금 다가가고 있소~ 하는 꼴이잖아. 이왕 배후를 급습하려 마음을 먹었으면 조용히 입닥치고 달려들던가... 하기사 그렇게 한다고 못 들을 내가 아니지만...하여튼 싸움방식도 최하고 지능지수도 낮은 놈이군....


 

준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뒤에 달려오는 녀석을 무시하곤 앞에 서 있는 두 녀석 중의 하나에게 재빨리 다가섰다. 원체 두 녀석들 다 넋을 놓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준영이 자기 뒤를 쳐오는 녀석을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다가올 것은 예상 못했나 보다. 준영이 다가설 때쯤에야 나오는 반응들이란...



 

"어...어?~!!"


 

"앗~! 이런 제길..."


 

한놈은 얼떨결에 재빨리 피했지만, 또 한놈은 잡혔다. 애초에 준영이 잡으려 했던 놈이니 당연히 잡힐 수밖에...


 

차악~!!


 

번개같이 녀석의 멱살을 나꿔챈 후에 앞으로 당기고 준영은 녀석의 등뒤로 슬며시 돌며 남은 손으로 녀석의 머리칼을 거칠게 나꿔채고 고개를 약간 모로 틀게 했다. 그러자 벌어진 연출이란....



퍼~억~!!


 

"으악~! 모하는거야 임마아~ 으아아~~"


 

준영의 등뒤를 치려 했던 녀석은 준영의 친절한 도움으로 인해서 자신의 친구에게 멋진 한방을 선사할수 있었다. 때린 녀석은 미안함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동시에 떠올리고 있었고 맞은 녀석의 입가는 터졌는지 피가 섞인 채로 침을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크흐흐~ 누굴 때리냐 등신아, 적은 여기 있다구."


 

준영이 약을 올리자 친구의 안면을 쳤던 녀석이 발작했다.


 

"으아아~ 너이새끼이~~"


 

하지만 그녀석을 그대로 놔둘 준영이 아니었다. 아직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녀석의 머리칼을 또 휘저어서 발작하는 그녀석을 향해 재빨리 다가갔다.


 

그리곤 고함을 쳐대느라 한껏 입이 벌어져 있는 그녀석의 이빨에다가 자기 손에 잡힌 녀석의 이마를 한껏 부딪치게 했다.


콰~앙~~!!


 

어찌나 세게 들이받게 해었던지는 두 녀석의 몸에 새겨진 자국만 봐도 알수 있었다. 발작하던 녀석의 앞니와 주변 이빨들에 피가 맺힌채 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곧 빠질 것만 같았다. 그녀석의 이빨과 키스를 했던 녀석의 이마에는 예쁘게 앞니 문양이 깊게 파여 붉은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두 녀석 다 충격으로 기절해 쓰려졌다. 준영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작품들을 보고는 킬킬 웃었다.


 

"프흐흐~ 재미있는데...다음은 누가 덤빌 거냐? 난 원래 수준 이하인 놈들이랑 싸울땐 친구끼리 싸우게 해주는게 취미라서 말이야."


 

놀이터에 몸을 길게 뉘인 두 녀석을 보면서 남은 녀석들은 눈앞의 남자애를 절망감이 물든 눈길로 보기 시작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은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아까만 해도 제일 떠들어 댔던 녀석..상철이는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저 녀석은 자신들이 어찌할 존재가 아니라는것을...


 

"비..빌어먹을...저런 새끼가 있을 줄이야...나도 1:1에선 깡으로 어떻게든 싸우는데...한방 때려보긴 커녕 옷깃조차 못 스치는 실력이라니.....도대체 어느 학교지?"


 

입가에 맺힌 피를 닦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상철이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흐흐..맞아..아까 보니 애인도 하나 있는 것 같던데 그년을 손에 넣으면 되겠군."


 

슬그머니 눈동자를 굴려보았다. 있었다. 다행히 있었다. 그 여자는 이쪽을 보면서 그냥 앉아 있었다. 상철이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제길..빌어먹을 년...지 남자 실력을 믿는다 이거지? 걱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표정이군. 두고보자.."


 

상철이는 눈을 다시 굴렸다. 구석에서 겁먹은 눈길로 응시하고 있는 다섯명의 여자애들에게였다.


 

"아무나 나 좀 봐봐이씨..."


 

남자 녀석은 친구들을 자근자근 다지고 있었다. 저놈이 저러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다행히 여자애들 중 한명이 상철이를 보았다. 둘은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상철이는 잠시 시선을 여자애한테 주었다가 놀이터 구석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애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약간 턱짓도 포함해줬다.


 

"여자애를 데려와"


 

"알았어"


 

상황이 급박한지라 상철이의 몸짓이 무얼 뜻하는지를 알아채곤 여자애들이 슬그머니 움직였다. 어차피 싸움에는 참가하지 않은 애들이라 준영이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라는 계산이었다.


 

평소의 준영이었다면 아무리 은밀했다 해도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눈치 못챘을 리 없지만 그는 자기 주위에 엎어지고 자빠져 있는 이 사내녀석들한테 참을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발로 자근자근 다지는것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여자애들은 놀이터 외곽쪽으로 살며시 들아서 뱅 돌아와 반대쪽 입구로 살며시 발을 들여놓았다. 한가롭게 싸움 구경이나 하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그녀를 보며 모두들 이를 바드득 갈았다. 다들 소근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년은 뭐냐? 진짜 짜증나게 하네"


 

"글쎄말야. 지금 이 판국에 웬 맥주? 저거 미친년 아냐? 애인 걱정도 안되나?"


 

"할 필요가 없잖아."


 

"하긴....그래도 미친년인것 같아."



그들은 소근소근 대면서 조심조심 여자애한테 다가가고 있었다.




퍽퍽퍽~!!


 

상철이 놈을 가장 신나게 다지기 시작하면서 준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웃으면서 말하는 그의 모습이 어찌 보면 사악하게까지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도 사악한 놈이지만...


 

"흐흐~ 이새끼들아. 이정도 해주는것만 해도 고마운 걸로 알어. 오늘 날이 날이니까 기분이 좋아서 겨우 이걸로(?) 끝내주는거야. 그리고 앞으로 나 길에서 만나면 고개 재깍재깍 꺾어라. 이 몸은 오늘 제일고에 입학하신 김준영님이라고 하니까"


 

"김준영~~!!"


 

뒤지게 맞고 엎어져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녀석들은 다들 속으로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근방에 사는놈이나 기웃거려봤다는 녀석들 치고 그 이름을 모르는 녀석들은 없었다. 그가 나왔던 출신 중학교 역시 악명이 자자했는데 거기 짱이었던 녀석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설마 하니 이 니셕이 그녀석이었을 줄이야~"


 

"빌어먹을...어쩐지 겁나게 잘싸우더라..."

 


 


"흐흐..큭...다행히 쪽팔리진 않겠군"


 

상철이를 비롯한 모두는 자신들이 싸워본 상대가 그였다는 것을 알고는 7:1로 싸워 진것을 알고도 별로 창피해하지 않는것 같았다. 오히려 준영과 싸워봤다는 것에서 작은 자긍심 마저도 느끼는 듯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 그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되겠지만...


 

상철은 누운채로 신음하며 생각중이었다.


 

"이녀석 싸움 실력으로 보아 뻥까는건 아니겠지..소문이 맞다면 몇십 대 일로 싸워 이겨본 놈이라던데...제일고를 갔다니...흐흐...앞으로 시끄러워지겠군.."


 

그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운동장 구석에서 퍼지는 앙칼진 음성.


 

"야이새끼야~ 너 가만 있어. 안 그럼 이쪽의 니 여친이 무사 못할 줄 알라구~!!"



상철이 패거리도, 준영이도 그 음성을 듣고 아차 싶었다.


 

상철이는 처음엔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를 몰랐다. 여자만 손에 넣고 나면 저녀석들 뒤지게 패줄 심산이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들이 어떻게 해볼 남자가 아니란걸 알게 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준영이가 자신의 이름을 밝혀서 그로 인해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여자애들쪽의 동향을 잠시간 잊은 상태였던 것이다.


 

"제..제길...이제 우린 다 뒤졌다....."


 

상철이네들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고 준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른 이유로 그런 것이지만...


 

"젠장...방심하고 있었네. 저것들을 깜박 했어..어쩐다?"


 

아무리 자신이 빠르다 해도 손을 쓰기 전에 저쪽에서 압박하고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계집애들 다섯이 벤치를 중심으로 여자애를 둘러싼 상태에서 벌이는 짓거리였으니...


 

"오늘 처음 만났다곤 하지만..내 여자가 될지도 모르고...저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이것 참나..."


 

준영은 난감해 하고 있었다. 저쪽 상황만 둘러보느라 상철이네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름은 도대체 뭐하러 밝힌 건지.....



여자애들 중에 리더쯤 되어 보이는 애가 또 저쪽을 보며 크게 외쳤다.


 

"야, 너 이제 뒤졌어. 너도 이년도 오늘 곱게 못 갈줄 알아~~!!"


 

그렇게 외치면서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고 의기양양해 하고 있는데 뒤에서 담담히 말하는 음성이 있었다. 벤치에서 맥주를 홀짝거리는 여자....


 

"오랜만이야. 아깐 머릿수만 세어보느라 그냥 보다말다 했었거든. 좀전에 다시 봐보니깐 너더라. 송이야."



자신을 잘 아는 듯한 투로 갑자기 툭 던진 한마디. 바로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여자애들의 리더, 송이의 몸이 뻣뻣하게 굳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목소리는 단연코 아니다. 그렇다면 벤치 위에 앉은. 자신들이 붙잡고 있는 여자애가 말한 목소리라는 것이 된다. 송이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기를 느꼈다.


 

"세상에 이 목소리는......."


 

벤치에 앉은 여자애를 붙잡고 나선 되었다 싶어 얼굴도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었고... 지금은 얼굴을 확인 안 했던게 무척이나 후회가 된다.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확인해야만 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한다. 하지만 몸의 반응, 마음의 격동으로 볼때는 분명히....


턱까지 약간 딱딱 떨면서 송이는 겁먹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눈앞에 비치는 눈부신 머릿결과 외모를 소유한 여자애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웃으면서...


 

송이는 경악감을 떠올리면서 떠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매우 작아져 있었다.


 

"너...너는...."



 

"중학교 졸업 후로 처음 보는 것 같네. 어쨌거나 반가워."



상대가 뭐라고 하건 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떨어 댔다.



 

"...수..수라? 너.. 아수라 맞지?"



 

"그러엄~ 내가 수라지 누구겠어. 잘 알면서 왜 묻는건지 내참..."


 

상대는 살짝 웃으면서도 고개를 살며시 도리질 치는것이 어이없다는 듯한 투였다. 송이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젠 좀 안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여기로 이사 온거야?"



 

"응. 부모님이 원하셔서. 졸업 후에 했지."



 

"그, 그래...저기..."



 

"야, 떨지 말고 말을 해. 추운 날씨도 아닌데 왜 그리 떨어?"



 

"아..아냐..저기 우리가 무슨...피해 준건 아니지?"



 

"훗, 글쎄? 으음~"



 

약간 얼굴에 홍조를 피워낸 채로 고개를 갸우뚱해대는 수라는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상대는 그렇게 보는듯하지 않았지만.. 잠시 생각을 정리한 수라가 웃으면 입을 뗐다.



 

"솔직히 약간 시끄럽긴 하더라."



 

"그, 그렇지? 아하..아하하..내가 생각해도 좀 그랬어. 그래서 좀 조용히 하자고 친구들한테 그랬는데...하하..."



 

"흐음, 그래. 그랬는데?"



 

"그..그랬는데....역시 그래도 너무 시끄러웠던 것..같아...미안해"



 

"아니, 뭐 별로 미안할 건..놀이터는 공공장소인데 뭘. 다만 조용히 사용해줬으면 해서 나는."



 

"그..그래..내가 친구들한테 말해서 그냥 조용히 갈게. 제발..지금 갈테니 그냥 보내줘. 수라야. 니가 여기 있는 줄 몰라서..."



 

"얘는...무슨 말이 그래? 누가 들으면 내가 너랑 니 친구들 협박한 듯한 말투네?"



 

"아..아니 그런건.."



 

송이는 내내 쩔쩔맸다. 수라는 장난스럽게 빙글거리면서 말하는데도.



 

"뭐 알았어. 그리고 나는 둘째치고...저어~기 저 남자애때문에라도 너넨 지금 그냥 가는 것이 좋을거야. 별로 기분도 안 좋아 보이더라구. 그리고 보통 남자애도 아니고..."



 

"아아...그..그래? 그렇구나..알았어..아무튼 미안했고..이만 갈께."



 

"그래, 잘 가. 언제 한번 같이 술이나 하자."



 

"그..그래"



 

내내 웃으면서 대화한 수라완 달리 송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친구들을 재촉해서 재빨리 갔다. 그들은 또 저들끼리 소곤댔다. 물론 수라는 다 듣고 있었지만..


 

여자애 한명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누군데 그래? "



 

"조용히 하고 빨리 따라와"



 

송이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친구들과 함께 남자애들한테 다가갔다. 그리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상철이네들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황당해한 이유는 물론 송이네가 그냥 돌아와서였지만...준영이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철이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야..왜 그냥 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이가 나꿔채면서 그를 부축했다.


 

"아, 됐어. 나가서 이야기해줄테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아니, 도대체.."



 

남자애들 중 부상이 그래도 경미한 놈들 둘은 걷고 나머지는 여자애들이 부축하면서 그들은 최대한 빨리 걸음을 하며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준영을 쳐다 보면서 다들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며 재빨리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물론 사가지고 들어왔던 먹거리들은 잊지 않고 잘 챙겨서 처음에 들어왔던 입구쪽으로 하여 다시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준영은 그때까지도 황당한 얼굴로 보다가 고개를 저어댔다.


 

"원참..별 이상한 것들 다 보겠네"


 

준영은 그리 말하곤 구석에 앉은 수라를 바라보았다.


 

"좀 전에 무슨 대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그것 때문인가?"


 

사실 여자애들이 저 여자를 잡아놓고도 나중에 돌아가는 판이 이상해서 행동을 주로 의식하느라 대화는 미처 못 들은 상태였던 것이다.



준영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수라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안 오고 뭐해요?"


 

목소리를 듣고 퍼뜩 정신이 든 준영은 배시시 웃으면서 다가 갔다.


 

그리곤 벤치에 천천히 앉으면서 뽐내듯이 외쳤다.



"다시 조용해졌네요."



"내 덕분에...라고 까지 하면 너무 속보이남? 흐흐~"

 

 

준영은 속으로 그렇게 뇌어보며 배시시 웃었다.



 

상대는 상큼 미소를 배어 물고는 말했다. 저러니 천사가 옆에 있는 듯하다.



"그렇네요. 근데...."



"예, 말해요."



"제일고등학교 학생인것 같더군요.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 김준영...이라고 했던 것 같네요. 맞죠?"



"헉...그...그걸 들었단 말이야? 이거 생각보다 귀 되게 밝네. 끄~윽...그렇다면?"


 

준영은 갑자기 몸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아까 자기 이름을 자랑스레 떠벌리듯이 했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비..빌어먹을...이거 정말 답지 않게 구겨지는걸..."


 

준영이 정말 그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는 기색을 보이자 여자는 키득키득 웃는다.


 

"킥킥...됐어요...그건 그렇고...1학년 맞죠? 신입생"


 

좀전 상황을 재빨리 만회하려는 듯 준영이 얼른 웃으며 대답해 줬다. 약간 억지웃음이 가미되어 있었지만...


 

"네. 맞아요."


 

"그럼 동갑이네. 말 놓기로 하죠. 아참. 나도 제일고에요."



둘다 그의 경종을 울리는 말이었다. 동갑...크...딱 좋다...그는 연상만 아니면 된다는 주의였다. 더더군다나 같은 학교라지 않는가.


 

"제일고라고? 크하하~ 하늘은 역시 나의 편이군. 이거 일만 잘 풀린다면...큭큭.."


 

속마음이야 어쨌건,


 

"하하, 정말요? 그럼 학교에서도 자주 보겠네요. 잘 지내도록 하죠."



 

"네, 그런데 말 놓으세요."



"아하하...그래. 너도 말 놔."



"나야 니가 놓으면 바로 놓으려 그랬지."



상대 여자애도 말을 놓아주자 역시 한결 편했다. 준영이 웃었다. 화제를 꺼내보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큭, 오늘 입학식 어땠어?"



"글쎄..그저 그랬지. 뭐 나쁘진 않았다고 보는데."



"아아 그렇군....근데.."



" ? "



"넌 이름이 뭐야? 넌 내 이름을 알지만 난 모르잖아. 가르쳐줘."



"흠..."



".......왜 그래?"



"내 이름 들으면 웃을 것 같아서. 보통은 웃더라."



"큭~, 뭔데? 절대 안웃을테니 말해봐."



"지금 웃었잖아"



"야...이건 니 이름을 듣고 웃은 게 아니지;; 아직 니 이름도 모르는데 그것때문에 웃을 리가 없잖아?"



"나도 알아. 다만 미리부터 웃는 니 모습을 보니 좀 불안해서 말이야"



"알았어, 알았으니깐 말해봐."



"내 이름은 아수라야."



"........."



"왜?"




"풋...크크큭...아하하~~~그러냐? 나는 브리트라야. 아수라. 우리 둘다 인드라하고 참 재미 좋았었지? 하하핫~~!!"



준영은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끝내 웃음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왕에 터뜨린 웃음, 인도 신화를 슬그머니 끄집어내서 수라마저 웃게 만드는 것으로 얼버무려보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수라는 준영이 웃고 신화를 들먹이며 변명 비슷한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을 확인하고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보통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다들 웃었으니까. 그래도 준영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놈은 처음이었다. 수라도 살짝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킥, 어디서 주워들은건 있나보구나. 신화 이야기도 끄집어내고?"



"큭큭, 그럼. 개인적으론 신화를 좋아해서 말이야."



준영은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이름을 듣고 나서 마음에 깊이 새겼던 것이다. 웃음이 터진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의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아수라..아수라란 말이지. 큭, 좋군."



더구나 슬쩍 꺼내본 신화 이야기에도 그런데로 괜찮아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조각상같은 얼굴을 한 여자애가 잔잔한 미소를 피워주니 생화가 따로 없는 듯싶다.



둘은 자신의 이름만 서로 밝히고는 연신 킥킥대면서 사소한 이야기로 잠시동안 시간을 채워 갔다. 서로의 안주를 끌어 모으고는 하나 둘 비워져 가는 맥주캔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수라가 시원스럽게 맥주를 마셔 대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씨익 웃던 준영이 물었다.



"잘 마시는군. 맥주 좋아해?"



뒤로 젖힌 고개를 다시 세우고는 수라가 피식 웃었다.



"좋아하지. 맥주도 좋고 소주도 좋아. 그날의 기분 여하에 따라 달리겠지만...."



"언제부터 마셨냐?"



"흐음~ 마시고 싶을 때부터 마셨어."



수라의 대답을 듣고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준영은 또 물었다.



"얼마나 마시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양이란 요소는 문제가 되지 않지. 하지만 그러려고 마시지는 않아. 난 느끼기 위해 마시는 거야. 술은 맛없지. 사람들은 맛없는 것을 싫어해. 그래도 술은 잘 팔려. 이유가 뭐라 생각해?"



"....글쎄..그런 생각해보고 마신 적은 없어. 그냥 기분 좋게 해주니까."



"훗~ 그래.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지만.....취했을 때의 그 기분. 술로 인해서 절망감과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 줄때가 있지. 때론 또 안에 있는 자신의 대답이 무언가를 위해 알아보려는, 자문해보기 위한 재료로 쓰일 때도 있어. 취중의 그 순간엔 본심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지. 다음날엔 기억을 못할테지만. 그리고 용기도 줘. 그런 거야. 술이란....마술이지. 사람들은 마술을 좋아해. 보는 마술이 아니고 의지하는 마술이란 점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조목조목 따지는 듯도 하고, 나긋나긋 부드럽게도 이어지는 듯한 수라의 음성은, 현재 살짝 알딸딸한 준영의 귀에는 무척이나 기분좋게 들렸다.


 

준영의 표정은 슬쩍 미소를 입에 문 채였다.



"상당히 술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이번엔 내 생각을 말해 줄게. 술에 대한 내 해석을. 술을 입에 털어넣고 시작하게 되면 둘 중의 하나지. 맛 있게 마신 날이 되거나, 맛 없게 마신 날이 되거나. 어때? 큭큭~"



수라가 생긋 웃었다.



"사람마다 해석은 다르기 마련이지. 아무튼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젠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우린 이런 쪽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잖아?"



막 새우깡 몇개를 또 집어 입에 가져가던 준영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이야기?"



다시 쳐다본 수라의 얼굴은 여태껏의 장난스럽고 귀엽게도 보이던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처음 들어설 때부터 알아 보았어. 대단하더군 너는."




" ? "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멀뚱멀뚱 쳐다보는 준영을 마주 보면서 수라가 말을 이었다.



 

"요새 세상, 더구나 이런 도심에서 너정도까지의 경지에 이른 애는 참으로 보기 힘들지. 아니, 그 이상이군. 여태껏 보아 온 중에선 네가 최고더라. 눈만 봐도 알수 있지."



 

"......"



준영은 무슨 이야기인지 약간 감을 잡기 시작했지만, 속으론 좀 놀라고 있었다. 일단 듣기만 하기로 했다. 그녀가 재차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성도 뛰어나 보이고, 사위를 잘 살피더군. 아까의 경우는 나에게 신경을 쓰느라 애들이 들어서는것을 몰랐겠지. 그렇지?"



"......"



답지 않게 계속 듣고만 있는 준영을 보면서 수라는 아주 약간 미소를 띄웠다.



"아까 싸우는 모습도 잘 보았어. 역시 내 생각대로였어. 제일고에 너같은 애가 오다니, 앞으로 꽤나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 앞으로 잘해보도록 해. 흠~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한테 조언을 하나 해줄까 해서."



"조언?"



이번엔 또 다른 이유로 궁금해 하는 낯짝을 하는 준영에게 수라는 더욱 깊은 미소를 선사해 줬다.



"그래. 잘 들어. 앞으로 싸울 때도 도움이 될 테니까. 아까 싸우는 모습을 보았을때, 분명 잘 싸우긴 했지만.....움직임이 지나치게 동선이 크더군. 상대 애들이 그냥 그런 애들이어서 네 쪽이 그리 움직인건 아니었어. 네 패턴이었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움직이는 것. 아까 애들이나 평소 만나는 애들은 그냥 그런 애들이니까 네 스피드정도라면 문제없겠지만, 좀더 동선을 최소화시켜봐.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것이 네 발목을 잡을 거야. 너와 비슷한 정도의 실력을 가진 애를 만난다면 말이야."



예쁘게 미소짓는 여자애가 해주는 조언 치고는 뭔가 적합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준영은 지금 속으로 매우 놀라고 있었다. 수라의 미소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생각에 집중을 할 정도로.



".....이 여자애가 내 움직임을 낱낱이 읽었단 말이야? 말도 안돼!!"



준영은 강하게 부정했다. 웬만큼 싸움을 할줄 안다는 애들도 자신의 스피드를 눈길로 따라오지 못하는데, 저렇게 귀엽고 예쁘게 생긴, 어찌 보면 청순가련적으로 생긴 여자애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또 다른 쪽으로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렇다면 눈썰미가 아주 뛰어난 건가? 뭐...그럴수도 있겠지."



생각을 그냥저냥 대충 정리한 준영이 수라를 다시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다. 준영도 마주 웃어주었다.


"네 조언은 고맙게 듣겠지만....그런 것만으론 판단하지 마. 그런 상대를 만나더라도 다른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안력 하나는 뛰어난데?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잘 피할순 있겠다. 다리힘만 버텨준다면 도망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아무튼 싸움은 직접 살과 살이 부딪치면서 벌어지는거니까, 네 눈으로 보는 것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거든."



웃으면서 대답해준건 좋은데 그는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몇마디 해버렸다. 수라의 귀에는 세가지 내용만이 들렸다.



눈썰미 좋은 것만으로 판단하지 마라...

 

다리힘만 버텨준다면 도망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네 눈으로 보는 것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수라는 중요한 내용만 청각으로 접수하고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곤 준영을 보면서 다시 웃어주었다. 지금부턴 약간 다른 미소였지만...



"너도 약간은 판이 박혔구나. 하긴....싸움으로 여자가 남자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고정된 생각 중의 하나이니깐....하지만 너 그것 아니?"



" ? "



"세상엔 예외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훗~ 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준영은 왠지 수라가 약간 과민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른 채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였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수라가 갑자기 한마디 툭 내뱉었다.



"나랑 한번 해보자."



"..뭐?"



준영은 수라가 농담을 한다 여겼다. 하지만...지금 수라의 기세를 보아하니 장난은 아닌 듯했다.



"야아, 왜 그러냐? 좀 취한것 같은데? 그래서 그래?"



"그건 아냐. 약간 알딸딸하긴 하지만 신경 쓰지 마. 네가 원한다면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지. 너도 강자를 보면 싸우고 싶어할 테니까. 입학식 첫날은 이게 메인 메뉴였군."



정신없이 말을 쏟아낸 후에 수라가 눈을 치떴다. 그리고 준영과 눈빛을 마주 했다.


 

준영은 보았다. 그녀의 안광 깊숙한 곳에 담긴, 폭발적인 압력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자세를 바로 했다. 이성으로 그리 한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해 버렸다.



준영 자신도 그래놓고 놀랐다가 그녀의 눈을 다시 보곤 속으로 치를 떨었다.


"대단해... 이 정도의 투기라니...그것도 몸으로 전해져 올 정도...기가 막히는군. 이게 고등학교 1학년...여자애가 내뿜을수 있는 기운이란 말이야?"



아까까지 보여졌던 청순가련형이 어쩌구 할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은.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는 기운은 엄청나다 못해 패도적이기가 비할데 없었다.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데 그녀의 음성이 또 들렸다.



"킥킥, 갈무리하고 있다가 발산하니깐 곧바로 반응하는군. 오늘 너와 같이 만나게 되서 반가워 진심으로. 그리곤 최선을 다하도록 해. 내가 여자애라는 것을 아직도 염두에 두고 봐줄 생각이라면 그 생각, 바꾸는 것이 너에게 이로울 거야."



즐거워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시작되서 충고로 끝남과 동시에 앉은 자세에서 수라가 옆에 놓여 있던 아직 안 딴 맥주캔을 왼 손으로 집어 들었다.


 

준영은 수라의 말을 잠시간 넋놓고 듣다가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이 궁금해서 눈을 흡뜨고 지켜보았다.


 

수라는 왼손에 쥐어져 있는 원통형의 맥주캔 상단면을 목표로, 수도의 기법으로 오른손을 횡으로 그었다. 전광석화같은 손놀림이었다.



짱-!!



그어질때는 아무 소리도 없다가 잘려져버린 맥주캔 상단면이 돌바닥에 떨어지면서 소리를 냈다. 준영은 감탄하다 못해 대경해서 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바라보았다. 절단면은 일자로 그어진 채 깨끗했다. 베어버린 속도도 속도지만, 예기와 정확도가 무섭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준영은 아직 볼 것을 다 본 것이 아니었다. 천장이 휑~ 하니 뚫려버리자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 맥주가 그대로 보일 것은 당연한 일. 수라는 앉은 자세에서 그것들을 공중에 반월형으로 흩뿌렸다.


 

맥주 방울들이 공중에 다 흩뿌려졌다 싶은 순간에 앉은 자세 그대로 있던 수라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준영은 그녀의 몸놀림을 쫓았다. 그리고 잠시간 바라본 그는....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스피드는 아무리 적게 봐줘도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새 오른손으로 옮겨 쥔 맥주 캔통 안에 담아 가고 있었다. 자신이 반월형으로 뿌려 던진 맥주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없군...어떻게 저 가는 다리로 저렇게 움직일 수가 있지? 반사신경과 근력을 고려해 볼때 이건...절대 불가능..해..내가 도대체 꿈을 꾸는건가?"


 

어처구니없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준영은 하나라도 놓치기 싫다는 듯이 그녀의 몸놀림을 눈으로 쫓아갔다. 자신의 눈으로도 핑핑 돌 정도의 속도였지만....



준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구경하는 그 잠깐의 사이. 그녀는 공중에 뿌려 내던졌던 맥주를 다시 담아 그대로 찬 맥주 캔통을 들고 와 준영에게 보여줬다.



"어때? 일단 내가 너보다 느리지 않다는 것은 지금 입증된 거지?"



"....어이가 없군...."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한 준영의 말이 튀어나오자 수라는 피식 웃더니 물컵처럼 되어버린 캔맥주를 재빨리 비워대기 시작했다.



"꿀꺽꿀꺽....캬~~!! 좋은데~? 오랜만에 원샷을 했더니~ 아아~ 기분 째지는걸. 너는 안 그래?"



"...큭.....좋아. 대단하군. 정말. 이거 인정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게 만드는군. 하지만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욘 없었는데.."



"....무슨 뜻이야?"



"아까 너의 안광에 드리워진 본질과 조우하게 되었을때, 나는 이미 직감했어. 오늘 처음 패배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정말 살 떨리는 투기더군."



"킥킥...너니까 그만큼으로 그쳤을 거야. 그런 점에서 널 또 한번 인정하고 있어."



"이거 고마운걸. 나도 오늘 첫날을 너와 하게 된걸 진짜 기쁘게 생각해."



"킥킥, 그러셔?"



"그러~엄. 아 그리고, 아까 했던 말은 수정해야겠군."



" ? "



"여자는 안 때린다는 주의 말이야. 평생동안 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너만은 예외로 해야겠어. 여자 앞에서 주먹을 쥐게 될 줄이야. 솔직히 전력을 다한다 해도..."



"그만, 됐어. 문답무용 알지? 말하고 싶으면 몸으로 나누도록 하자. 오케이?"



"오케이~"



둘은 웃었다. 수라가 입에 함박웃음을 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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