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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 9.1

현지의 방... 치우가 침대에 누워 귀를 긁적이고 있었다.

 

"누가 내 욕하나??"




천장을 바라보고 길게 누워있던 치우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오늘 낮에 일이 치우의 머리속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늘 낮에 본 현지의 우는 모습이 치우의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나 레스토랑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서 치우를 바라보고 현지의 얼굴...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얼굴로 치우에게 "네가 미워.."라고 말하며 계단을 내려가던 현지의 뒷모습.. 그것이 계속해서 치우의 머리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런 현지의 모습을 본 치우는 순간 누군가 대못이라도 박아넣은듯이 가슴이 아프고 저리는 느낌을 받았다. 치우도 현지가 좋긴 했지만.. 우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올 정도일줄은 몰랐다. 오랫동안 같이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치우의 장난을 받아주고 활달해보였던 현지였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왜..... 그랬을까?? "

 


치우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지의 얼굴에서 치우는 지아의 얼굴을 보았다. 현지도 지아도 예뻐보이는 얼굴이긴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그렇게 닮아보이는 얼굴도 아닌데.... 또다시 낮에 눈물을 흘리던 현지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인간이란 원래 생기를 가지고 음보다는 양에 더 친근하고 가깝다. 그렇기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기와 양의 기운과 반대되는 음의 기운을 가진 귀들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고 꺼려하며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도깨비는 음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귀이면서도 사람들을 좋아했고 그렇기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또한 도깨비는 천성적으로 쾌활하고 착하며 장난을 좋아하기에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앞에 나타나 장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억울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은 도와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혼내주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장난이라는 것에도 넘지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고 도깨비들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그 선을 넘어서게되면 결코 장난은 유쾌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쾌함이 목적인 장난이 유쾌함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장난의 의미를 잃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선을 넘어서는 장난을 치는 도깨비는 없었다. 누군가를 놀리는 것이 아닌 즐겁고 유쾌하기위한 것이 도깨비가 장난을 치는 유일한 목적이었으니까.. 가끔 의도치않게 인간들을 놀라게 하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런 경우 대게 그 인간이 상심하거나 놀란 이상으로 보답을 하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치우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오래전 그 날의 사건이후로 치우는 인간을 싫어했다. 아니.. 증오했다. 그렇기에 치우는 장난따위도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언제나 말이 없었고 인적이 아주 드문곳에 머물었다. 가끔씩 세상에 나가보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언제나 똑같았다. 아니.. 더욱 집단적이고 이기적이 되어갔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짓이든 서슴없이 해치웠다. 치우가 가끔씩 세상에 나가서 괜찮아 보이는 인간들을 몇 번 만나봤지만 결국 그가 얻은 것은 인간에 대한 환멸.. 그것 뿐이었다.



그런 치우가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현지를 찿아왔다. 오래전 처음 봤을때 현지가 치우에게 조금은 특별한 느낌을 준 인간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인간이란 종족이 얼마나 잔인한 족속들인지를 충분히 보고 느껴왔던 치우에게 현지 역시 하나의 인간일 뿐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본 현지는 치우의 생각을 바꿔버렸다. 깜짝 놀라며 경계하는듯 하다가도 치우의 말에 푹 빠져서는 어느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 있는가하면 자신이 도깨비라고 말하면 자신에게 해를 끼칠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느낀후에는 열이면 열 대부분 방망이에 관해서 질문을 던지며 지금 자신 앞에 나타난 도깨비가 과연 자신에게 얼마나 득이 될것인가를 따져보며 머리를 굴리는 것이 보통의 인간들임에 반해 현지는 어이없게도 도깨비도 귀신이다 아니다를 가지고 치열하고도 유치한 설전을 벌이는게 고작이었고 그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을만큼 이름이라는 것이 흔해서인지 대부분 그들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대해 무관심한듯 하지만 이름이란 것은 무리중에 한 사람의 개체를 인정해주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이었고 현지는 치우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것은 그저 한낱 도깨비나 귀신따위가 아닌 치우라는 존재 자체를 인정해준다는 의미였고 지아 이외에 이렇게 그를 인정해주고 이름으로 그를 불러준 인간은 현지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치우는 지아와는 외모도 성격도 다른 현지에게서 지아의 모습을 종종 느껴야만 했고 지아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런 현지가 마음에 들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 만난 그때부터 현지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기때문에 스스로에게 그런 약속을 했고 그 약속때문에 치우는 다시 세상에 나올 생각을 했으니까...



현지가 마음에 들어서일까?
그 날이후 거의 웃지않았던 치우는 현지를 만나 정말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고 즐겁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오래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장난끼 많고 쾌할한 도깨비의 성격이 그대로 현지에게 나타나고 있었다.



너무 오랫만이어서 일까?
아니면 경수라는 남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는 것같은 현지가 얄미웠던걸까?
오늘 치우는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 같았다. 선을 넘어버린것은 치우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렇게 현지가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울어버릴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 치우는 현지가 지나친 장난때문에 자신에게 화가 난거라고 생각했다.
그 화를 풀어주려기위해 어떻게든 해보려했던 치우였지만
현지가 치우에게 "밉다..."라는 말을 하고 눈물을 훔칠때...
치우는 현지의 눈에서 분노나 실망같은 감정이 아닌 슬픔을 보았다.
그 눈을 보면서 치우는 현지의 눈물이 자신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 오래전.. 지아에게서 그런 눈을 한번 보았으니까....



『많이... 힘들었구나.... 』



현지같은 아이가 그런 눈물을 보일정도라면.... 아마도 정말 많이 힘든걸 애써 참아왔던 것일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치우의 장난을 웃으며 받아주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어왔다. 그런 생각에 치우는 미안한 감정과 함께 또다시 마음이 저려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또다시 오래전의 일들이 치우의 머리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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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오!! 』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이건 대군장이 관여할 수 없는 일이오!! 』

 

『부족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요!! 그런데도 잠자코 보고 있으란 말이오?? 』

 

『그럼!!! 대군장께서 후계자를 결정하시겠다는 소리요??!!! 』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
사람들은 중앙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그 나뉘어진 부류자체가 서로의 뜻을 달리하는듯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양쪽으로 나뉜 사람들의 무리 맨 앞부분에는 이들의 수장인듯한 지긋이 나이가 든 인물이 묵묵히 그들의 논쟁을 지켜보며 앉아 있었고 양쪽으로 나뉘어진 무리의 중앙에는 두 명의 여자가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만...!! 』


낮지만 엄중한 무겁고도 위엄있는 목소리가 좌중에 울려퍼지자 상대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채 제각각 큰 소리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거나 서로 속닥거리듯 의견을 주고받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중단되며 소리가 나는쪽으로 시선이 모였다.




지금껏 잠자코 논쟁을 지켜보기만했던 대족장이었다. 작은 씨족들이 모여 하나의 큰 부족을 이룬 그들 전체의 대표자이자 각 씨족의 씨족장들을 통해 씨족간의 문제를 중재하거나 부족 전체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회의를 주관하는 인물이었다.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것 같소.. 하지만 정리를 할 필요성은 있겠군.. 』



말을 마친 대족장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제껏 큰 소리로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대족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대족장이란 지위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오늘같은 족장회의가 대족장에 의해서 주관이 되기는 하나 부족의 모든 일은 오늘처럼 각 씨족의 씨족장이 모인자리에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장일치로 결정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대족장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무것도 없기에 대족장의 지위 자체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만장일치제도...
이것은 분명히 장점도 있고 좋은 제도였다. 의견이 많이 엇갈리고 분분할 경우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한가지 사안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해도 그만큼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조율할 시간을 가지게 되며 만장일치이므로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지도 않는다. 더구나 한번 결정이 난 사안은 이미 만장일치로 결정한 일이니 불만따위가 있을 수도 없다.



위급한 사항이라면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이런 제도가 오히려 빠른 결정을 내리고 빠른 조치를 취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시간을 다투는 위급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하나로 뭉쳐지기때문에 만장일치제도를 시행해온 지금껏 그것이 큰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의 사회처럼 복잡다단하고 개인간의 이해가 복잡하게 꼬이고 얽혀있는 사회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않은 고대의 사회에서 만장일치제도는 거의 완벽한 제도라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장일치제도에는 묘한 헛점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물론, 만장일치제도가 나름대로의 커다란 장점이 있고 지금과 같이 복잡한 사회가 아닌 단순한 사회라면 상당히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좋은 제도이기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했다.



의결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힘이나 권력이 동일할 것...

 


이것이 그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씨족들이 모여 하나의 부족을 이룬 부족내에서 모든 씨족들이 동등한 세력을 갖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힘이 있는 씨족이 있는 반면에 힘이 없는 씨족이 있었고 같은 부족이긴하나 씨족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호의적인 씨족이 있는가하면 내색하지는 않아도 적대적인 씨족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씨족들은 힘을 원하거나.. 힘을 가진 씨족과 호의적인 관계가 되기를 원했고 그런 관계는 씨족회의에서 그대로 반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씨족회의에 의해서 선출되는 대족장은 그 지위자체나 권한 자체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대족장을 낸 씨족이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힘이있는 씨족이란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기에 그 영향력만은 엄청났고 그것은 곧바로 자신들의 씨족의 영광이자 이득이 되는 셈이었으니 자신의 씨족에서 대족장을 내기위해 각 씨족들은 무수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군장.. 』

 

 

『말씀하십시오.. 』

 

『제사장의 후계자를 결정하는일은 제사장 고유의 권한이오.. 지금 이 자리도 누가 더 차기 제사장에 적합할지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제사장이 결정한 후계자를 승인하기위한 자리란 말이오.. 아무리 대군장이라할지라도 제사장의 고유권한에 관해서 왈가왈부 할 수 없는건 잘 알고 있을테지요? 』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

 

『그걸 알고 있음에도 제사장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소? 』

 

『물론입니다.. 저같은 군장과는 달리 제사장의 뒤를 잇는 자를 결정하는 것은 제사장의 고유의 권한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사장 마음대로 아무나 후계자로 결정할 수 있는것도 아니란건 족장님께서도 잘 아실겁니다.. 제사장 또는 그에 준하는 자의 피로 이어진 자중에 일정기간 제사장의 밑에서 수련을 통해 그 자질을 쌓아온 자들 중에서만 그 후계자를 정할 수 있습니다..  』




대군장의 말은 옳았다. 일반적으로 부족전체의 정치나 군사문제를 관할하는 대군장이나 대족장의 경우 씨족회의를 통해 씨족장들중에서 선출했지만 제사장만은 예외였다. 정치나 군사등의 일과는 달리 신성하고 영적인 일을 하는 제사장의 경우에는 제나 영적인 일에관해 무지한 씨족장들이 아무렇게나 뽑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그 권한을 제사장에게 일임했다. 하지만 제사장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아무나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제사장이나 그와 관련한 인물들과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오랜시간 제사장 밑에서 배우면서 그 능력을 어느정도 입증해 내야지만 최종적으로 씨족회의에서 정식으로 승인받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 중앙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명의 여자... 지아와 세아...
현 제사장의 두 딸인 지아와 세아가 바로 그런 경로로 차기 제사장의 후보자리에 올라와 있었고 제사장은 앞으로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지아라고 발표하고 씨족회의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군...장... 』

 


지긋이 든 나이를 입증하듯 백발이 무성한 한 여자가 차분하고도 조용한 목소리로 대군장을 불렀다. 지아를 차기 제사장으로 발표한 현재의 제사장이었다. 이런 소란속에서도 일언반구하지않던 제사장이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제사장쪽으로 일제히 몰려들었다.




『지금 대군장께서는 지아 저 아이가 제사장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말하는 것이오? 』

 

 

『바로 그렇습니다... 』

 

『지아는 내 딸아이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제를 올리거나 사악한 기운을 퇴치하는데에는 세아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을 보였고 그만큼.. 부족에 공헌을 한 아이입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 말씀하시는 건가요? 』

 

『지금까지 지아가 해온 일은.. 그 공은 저도 인정합니다.. 허나.. 근본도 모르는 아이에게 부족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제사장을 맡길수는 없습니다.. 』

 

『대군장!!!!!! 말씀가려하지 못하시겠소!! 』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하던 제사장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지면서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듣기 어려운 크고 노기에 찬 목소리가 실내를 울려퍼지고 있었다.



실제적으로 군사를 움직이거나 정치적인 권한이라 할만한 힘은 없지만 지금처럼 귀를 보기 어려운 시기가 아닌 귀가 많고 그런 피해를 자주 보는 시대인데다 신을 섬기고 모든 일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는 시대였기에 앞으로의 일을 점쳐보고 중요한 날짜를 받고 부족의 안녕을 위해 제를 올리는 제사장 그녀의 말 한마디는 회의의 결정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쳤고 사람들은 그런 제사장의 말을 거의 신의 말처럼 받아들였다. 그런 이유에서 대족장이나 대군장이 되기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바로 제사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안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평소에 보기 어려울정도로 노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장내에는 싸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말씀 거두시오..!! 지아는 분명한 내 딸아이요!! 』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길 바닥에 버려져 있던 아이가 어떻게 제사장의 딸이 될 수 있단 말이오!! 』

 

『대군장!!! 말씀 삼가시오!!! 더 이상 내 딸아이에게 그런 무례한 소리를 한다면 더 이상 참고만 있지는 않을것이오!!! 』

 

『틀린 말은 아니지 않소!!! 』


 



『그만들 하시오!!! 』



 


노기를 띤 얼굴로 대군장을 쳐다보는 제사장을 대군장 역시 금방이라도 달려들듯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 달려들듯한 그들의 기세 사이로 대족장이 끼어들었다. 장내는 아무도 숨을 쉬고 있지 않은듯 숨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 둘의 대립을 지켜보고 있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대족장이 입을 열었다.



『제사장.. 』

 

 

『말씀 하시지요.. 』

 

『대군장의 말에 대해 할 말이 있소? 』

 

『흐음.. 아시다시피.. 지아는 직접적으로 내 피를 이어받은 아이는 아닙니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아이는 분명한 제 딸이며 제 아이입니다... 이 아이가 내 딸이 되던 날.. 그 때 분명히 저는.. 이 부족회의를 통해 이 아이를 우리 부족에서 받아들일 것과.. 내 딸아이로 삼을 것을 여러분들께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모두 동의하셨지요.. 그 결과 그 아이는 이렇게 훌륭히 부족에 큰 힘이 되어주며 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제 딸이 아니라니요!! 이건 제 딸아이는 물론 저까지 모욕하는 발언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군요... 』




제사장의 말에 대군장이 과거를 회상하듯이 한 손으로 턱을 부비며 생각에 잠겨 있는듯 하더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지.. 분명 저 아이를 우리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제사장의 딸로 인정하는 것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결정 했었지.. 』

 

 

『부족의 일원이 되는 것과 제사장이 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근본도 모르는 아이가 제사장이 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지 생각들 해보셨습니까?? 』


대군장의 말에 어느정도 안정을 찿은듯한 제사장이 대꾸했다.




『그럼 대군장께서는 지아가 제 딸이 되는것에대해 왜 그때 반대하지 않으셨습니까? 제사장의 딸이 된다는 것은 제사장이 될 자격도 동시에 가진다는 것.. 설마 대군장이나 되시는 분께서 그걸 모르고 계셨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것은 아니시겠지요? 』

 

 

『그..그건 그 때는 분명 저 아이가.. 한 해를 넘기지 못할거라고.... 』

 

『대군장!!! 사람의 수명은 신이 정하는 것이지 의원이 정하는 것이 아니외다!! 대군장이나 되는 분께서 일개 의원따위의 말만 믿고서 그런 중대한 사안을 아무런 생각없이 동의하셨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 때의 결정을 번복하시는 것이외까??!! 』

 

『그..그건... 』

 

『다시한번 분명히 말씀 드리리다... 지아 저 아이는 분명한 내 딸아이입니다.. 차기 제사장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다시한번 그런 소리를 입에 담는다면.. 나를 모욕하는 행위라 간주하고 절대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오.. 여기 계신 다른 족장님들께서도 명심해주시길.... 』

 

『흐음.. 결정이 난 것 같군.. 대군장 더 할 말이 있으시오? 』

 

『끄응... 』

 

『좋소.. 그럼 다시 묻겠소.. 제사장이 지아를 차기 제사장으로 정하고 우리에게 동의를 요청해왔소.. 이에 찬성하는 분들은 거수해주시기 바라오.. 』


대족장의 말에 제사장은 물론 제사장쪽에 몰려있던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었으나 대군장쪽에 있는 사람들은 선듯 손을 들지못하고 대군장의 눈치만 살펴보고 있었고 대군장 역시 쉽게 손을 들어 찬성의 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있던 대족장이 대군장에게 말했다.




『대군장.. 저 아이의 자격 문제는 해결 된걸로 받아들였소이다만.... 저 아이를 인정하는데에 찬성의 뜻을 표하지 않는다 하심은... 또다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좋겠습니까? 』

 

 

『 ....... 』


대군장은 대족장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결국 대군장은 주저하면서도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고 대군장이 손을 들어올림으로 지아가 제사장이 되는것에 찬성의 표를 던지자 이후 대군장쪽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손을 들어 결국 만장일치로 지아가 차기 제사장이 되는 문제에 부족회의의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좋소.. 그럼 이로서 차기 제사장은 지아임을 부족회의에서 동의하는 걸로 결정하겠소.. 』

 


그렇게 부족회의는 지아가 차기의 제사장이 되는것에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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