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 8.1
현지의 눈에서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면서 현지의 베이지색 스커트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고 치우는 그런 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야.. 미안해.. 내가 이렇게 빌게.. 응? 그만 울어.. 』
치우도 울상이 되어서 현지의 옆자리에서 무릎까지 꿇고는 싹싹 비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현지의 흐느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치우는 현지가 이렇게 울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미안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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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울어..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
고급스러워 보이는 손수건이 눈물로 얼룩진 현지의 눈앞에 불쑥 내밀어짐과 동시에 다독이는듯한 목소리가 현지의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치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현지가 고개를 들어 현지의 옆에서 손수건을 건네주고 있는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훤칠한 키에 고와보이는 피부.. 그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든 여자든 어느쪽이 보아도 잘 생겼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정도로.. 그 특출난 외모때문에 어디에서나 쉽게 주목 받을것만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현지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또다시 레스토랑안의 많은 이목이 다시 현지의 테이블로 모여들고 있었다.
『지후..선배..? 』
『아.. 고맙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지후선배의 등장에 멍하니 선배를 바라보고만있던 현지가 지후의 말에 손수건을 받아들며 지후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보고있던 치우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때문인지 안절부절하던 모습에서 경계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괜찮으면.. 앉아도 될까? 』
현지는 지후가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지후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지후선배를 볼때마다 느끼는것이지만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학교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여자들에게는 최고의 인기인이자 남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매너도 좋고 자상한 성격때문에 현지 역시 좋아하는 선배였다.
현지가 특별히 지후를 이성으로서 남자로서 생각해 본적은 없었지만 현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은경인 달랐다. 혼자 가기가 쑥스럽다며 별로 관심없어하는 현지를 몇 일이나 설득한 끝에 지금의 동아리에 데려가 가입하게한 것도 순전히 지후라는 한 사람때문이었을만큼 은경이는 지후를 좋아했었다.
그 이후 현지는 지후와 같이 있을 기회가 있을때마다 은경이를 부르고 분위기를 봐서 자신은 살짝 빠져주면서 은경이를 도와주었고 그 덕인지 지후와 은경은 가끔씩 밤 늦은 시간까지 소리를 죽여가며 통화를 하기도 했고 둘만의 데이트 시간도 종종 가지게 되었다. 지후를 만나고 오는 날에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현지에게 고마워하는 은경의 모습을 보며 현지는 잘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은경이가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것도 현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살인자라는 오명까지 안고서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 날 이후 기자들이나 현지를 찿는 사람들 덕분에 현지에게 연락해 오는 사람들을 피했고 그런 연락들이 잦아들 무렵 몇번정도 지후에게 연락이 왔지만 현지는 지후를 보면 은경이 생각이 날것만 같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 지후가 우연치않게 지금 현지의 앞에 손수건을 내밀며 나타난 것이었다.
『방금 나간 사람.... 사귀는 사람이니? 』
『네?? 아.. 아니요.. 오늘 처음 본.... 』
오랜만에 보게된 지후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은경이와 옛 생각에 빠져있던 현지는 지후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지후의 질문에 대답했다.
『처음 봐..?? 그런데 왜 울고 있어?? 』
『설마.. 저 녀석....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거야?? 』
지후의 말에 선듯 대답하지 못하는 현지를 보던 지후가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경수를 뒤쫓아갈듯한 기세로 말을 하자 현지가 그런 지후를 말리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실수를 한 걸요.. 』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런데 선배는 어떻게 여기 계시는거에요?? 』
현지는 언제나 활기차고 당당하면서 때로는 억척스러움까지 보일때가 있는 아이여서인지 현지의 눈물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는듯이 계속해서 눈물의 의미를 물어보는 지후의 질문에 현지가 살짝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아.. 나?? 나도 친구들하고 식사하러 왔다가 네가 있길래... 』
『아.. 』
지후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테이블을 가르키며 말하자 현지도 지후가 가르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지후와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과 현지로서는 잘 알지 못하는 여자들이 몇 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듯 하던 현지가 다시 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때문에 괜히 식사하시는데 방해가.. 』
『신경쓰게 해서 죄송해요.. 그럼 저 먼저 일어날게요.. 』
울고있던 모습을 선배에게 보인 것도 그렇지만 현지는 왠지 이렇게 지후와 함께 있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와 손수건을 내밀어주는 지후의 자상함에 고마운 느낌과 함께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자 현지는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은경에게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현지를 말없이 바라보던 지후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문을향해 돌아나가는 현지의 팔을 지후가 잡았다.
『왜 그렇게 피하려고만 하는건데..?? 』
지후의 말에 현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도 같이있고 싶지 않을만큼 그렇게도 내가 싫은거야?? 』
지후의 질문에 조금은 당황스러운듯한 목소리로 현지가 대답했다.
현지의 대답에 지후는 여전히 현지의 손목을 잡은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됐어.. 오늘은 내 말대로 해.. 』
지후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못한 현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후를 바라보고 있자 지후는 현지의 팔을 놓아주고 자신의 친구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 자리에 앉지도 않은채 무엇인가 소근거리며 이야기를 하더니 다시 현지쪽으로 걸어왔다.
『차 가져올테니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
자신의 차를 가져오겠다는 말.. 그리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
그 말에 현지가 거절하는 말을 하려고 할 때 현지의 말을 끊고 또다시 지후의 말이 들려왔다.
『이건 권유도 부탁도 아냐.. 선배로서의 명령이야.. 현지 네가 내 명령을 꼭 따라야하는 의무는 없으니 네가 날 기다리지 않고 가버려도 좋아.. 하지만 네가 올때까지 난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릴거야.. 그게 몇 시간이 되든.. 몇 일이 되든... 결정은 네게 맡긴다.. 』
그렇게 자신의 말을 모두 마친 지후가 현지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밖을 향해 나가버렸다. 현지는 순식간에 그리고 너무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다 하고 나가버리는 지후의 뒷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샌가 레스토랑의 사람들의 이목은 무슨 드라마라도 보는듯이 홀로 남아있는 현지에게 집중이 되어있었고 지후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현지도 지후의 뒤를따라 밖을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
카운터를 지나 밖으로 나가려던 현지를 뒤에서 누군가 약간은 주저하는 목소리로 불러세웠다.
『죄송합니다만.. 아직 계산을... 안하셨는데요.. 』
『아까 그 남자분은 계산을 하지 않고 나가셨습니다.. 고객님마저 그냥 나가시면.. 』
레스토랑의 직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그만.. 얼마에요? 』
현지는 종업원의 말에 기절할듯이 놀라고 있었다. 현지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촌년이었다. 학교도 고등학교까지 읍단위를 벗어나 본 경험이 없었고 그나마도 현지의 집은 읍에서도 한참 떨어진 몇 가구 살지않는 아주 외진 산동내에 있었기에 대학에 입학할때까지 한번도 그곳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현지의 상경은 대학입학때가 처음이었고 초반에는 복잡한 서울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룸메이트인 은경이 덕분에 그나마 쉽게 적응했던 현지였다. 70을 넘기신 연로하신 부모님이 하는 작은 농사일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현지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1학년때부터 악착같이 학교근처에서 왠만한 알바란 알바는 수도없이 해본 현지였다.
물론, 현지도 이런곳은 가격이 비싸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경수가 추천해주는 음식을 시키는 바람에 메뉴판조차 보지못한 현지였기에 지금 종업원이 말한 액수는 현지의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대학가 주변에서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은 대학생들을 상대하다보니 박리다매의 전략으로 비싸봐야 한끼에 3~4000원이 고작인 식사들만 해보던 현지에게 7만원에 가까운 돈은 식사가 아니라 잔치라도 할 수있을것만 같은 돈이었다. 더욱이 불행하게도 현지에게 신용카드는 물론 체크카드도 없었고 유일하게 지갑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현금카드 한장과 현금 3만원정도가 고작이었다. 액수에 당황하는 현지의 얼굴을 보던 종업원의 눈에서 서서히 현지는 고객님에서 무전취식자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또다시 난감하고 창피한 상황에 이르러 눈물이 솟아오를것만 같은 그 때...
『지갑봐봐.. 돈 있을거야.. 』
치우의 말이었다. 언제와 있었는지 현지의 옆에있는 치우를 잠시 바라보던 현지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치우의 말을 믿는것은 아니었지만 어쟀든 지금 이걸 계산 할 수 있는 방법은 현금카드를 들고 가까운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찿아오는 수 밖에 없었기에 어차피 지갑은 꺼내야 했다. 지갑을 꺼내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지갑안쪽을 열어보던 현지의 눈이 동그랗게 커져버렸다.
분명 만원짜리 3장과 천원짜리 몇 장만이 있어야할 지갑에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듯이 만원짜리 7장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지는 치우와 지갑안의 돈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던 현지의 귀에 재촉하는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손님?? 계산하시겠습니까?? 』
현지가 돈이 없다고 생각을 한 종업원의 말투는 어느새 고객님에서 손님으로 바뀌어 있었고 현지에게서 돈이 없다는 말을 직접 확인이라도 해야겠다는듯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현지를 바라보며 계산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네.. 계산할게요.. 』
현지가 지갑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7만원을 꺼내 종업원에게 건내주자 종업원은 조금 놀라는듯한 모습으로 현지의 돈을 받아들고 카운터에 넘기고는 잔돈을 받아 현지에게 건내주며 좀전의 의심스러운 표정은 지우고 아주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사랑과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또 오십시오 고객님~~ 』
종업원의 말을 뒤로하고 현지가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치우는 순식간에 고객님에서 손님으로 그리고 무전취식자에서 다시 고객님으로 태도가 바뀌는 종업원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현지의 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자 매장내로 발길을 돌리려하는 종업원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치우가 톡~ 하고 종업원의 발을 살짝 치자 걸어들어가던 종업원은 다리가 꼬이면서 그 자리에서 철푸덕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아악..!! 뭐..뭐야!! 』
누군가 다리를 건 느낌을 받았는지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그렇게 꼴사납게 넘어진 이유를 이해를 할 수 없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종업원을 바라보며 치우가 한마디하고는 현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사랑과 정성은 개뿔..... 』
넘어진 종업원을 보고 고소하다는듯 키득거리며 밖으로 나가던 치우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 멈춰섰다.
『어떻게 한거야?? 』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치우를 바라보는 현지를 보고는 치우도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조금은 미안한듯 진지하게 대답했다. 현지는 이번에는 치우의 대답을 어느정도 믿는지 그대로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현지야~~ 그럼 이제 나 용서해주는거야?? 』
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치우가 환하게 웃는 표정을 하고 팔짱을 끼듯이 현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넉살좋은 웃음을 띄우며 말하자 현지가 또다시 제 자리에 멈춰서서 치우를 바라보았다.
『니가 미워.. 』
도깨비를 바라보던 현지가 손을들어 소매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다시 닦아내고는 치우에게 짧게 말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혀.. 현지야!! 』
뒤에 남겨진 치우가 현지를 불러보았지만 현지는 돌아보지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멈추지 않은 현지의 눈물을 본 치우는 더이상 현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렇게 계단을 내려가는 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안타깝게 현지를 부르고만 있을뿐이었다.
입구를 나선 현지가 지후선배를 따라가야하는지.. 아니면 이대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가야하는지 잠시 고민하고있는 사이 잘빠진 스포츠카 한 대가 현지의 앞에 정차했다. 차 창문이 내려가고 차안에 있던 지후가 현지를 향해 말했다.
『타라.. 』
잠시 망설이는듯하던 현지가 결정을하고 차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자 스포츠카는 한바탕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뿜으며 도로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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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후는 시끄러운 소음과 뿌연 스모그로 가득차있는 도심을 벗어나 외각에 위치한 한적하고 조용한 찻집으로 현지를 안내하고는 현지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채 주문한 차를 현지의 앞으로 밀어주면서 말했다.
『마셔봐.. 마음이 좀 편해질거야.. 』
현지는 지후가 내미는 차를 내려다 보았다. 예쁜 도자기같은 찻잔에서 하얀 김과 함께 향긋한 사과향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그 달콤한 향은 조금 더 깊이 그 향을 음미하게 하려는듯 현지의 눈을 살짝 감기게 했고 현지는 그렇게 향을 음미하면서 한모금 차을 들이마셨다. 차라고는 시중에서 티백으로 파는 녹차정도밖에 특별히 마셔본 경험이 없는 현지는 조금은 씁쓸한 맛이 날거라 예상했으나 의외로 차의 맛은 그 향처럼 달콤했다.
『어머.. 』
『캐모마일이라는 차야.. 』
현지가 느끼고 있는 차의 맛을 알고 있는듯이 지후가 빙긋이 웃으며 현지에게 말했다.
『구하기 어렵고 고급스러운 차는 아니지만.. 허브티의 일종이라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데다 사람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준다는 단맛이 많이 가미된 차라서.. 지금의 네겐 이 차가 가장 좋을거 같아서 내 마음대로 주문한건데.. 마음에 들어? 』
『선배.. 』
지후의 말을 들은 현지의 머리속에 지금까지 현지가 알고 있는 지후의 이미지가 새롭게 변해갔다. 그 외모만큼이나 자상하고 매너가 좋다는건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차 한잔에 저렇게 섬세하고 많은 생각을 담아 줄 정도인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바보같이..."
현지는 그런 지후의 배려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은경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저렇게 자상한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 바보같이 왜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렸는지....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럴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면.. 현지 자신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자상한 선배도 있었는데... 왜그렇게....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오늘 날이라도 잡은듯 현지의 눈에 또다시 흘러넘칠듯 눈물이 고여들어가고 있었다.
『또.. 우는거야? 』
말없이 눈물을 닦아내는 현지를 바라보던 지후가 말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보구나... 』
아니라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많이 힘들었냐는 지후의 그 말이 기폭제가 되기라도한듯 또르르 눈물만 흘려내고 있던 현지에게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말이 어쩌면 이렇게 서럽게 들릴수 있는지... 현지는 그 흐느끼는 소리로 지후에게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대답하고 있는듯 흐느끼는 소리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힘들고 현지를 지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세상은 은경이를 미친 살인자로 몰아댔고 그런 이유로 상주도 없는 은경이의 상가는 너무도 외롭고 쓸쓸했다. 평소 현지는 사람이 죽은 상가집에서 술을 먹고 떠들고 고스톱을 치는등의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주들도 매 시간마다 들이닥치는 손님들을 대접하고 신경쓰느라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거나 슬퍼할 겨를도 없어보였다. 현지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슬픈일에... 술을 먹고 떠들고 고스톱이나 포커같은 것 따위를 하고 슬픔과 상심에 잠겨있어야할 상주는 죽은 이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런 그들을 대접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가끔씩 상가집에 들른 현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은경이의 상을 치루는것을 보면서 현지는 그것을.. 우리나라의 상문화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았다. 아마도.. 망자가 내가 없어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이 들수 있도록 이 세상에 한이나 미련을 남기지 않고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망자를 배려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현지에게 그런 생각이 들어올만큼 현지는 그리고 은경이의 부모님은 은경이를 너무도 외롭고 쓸쓸하게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만 했다.
더구나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은경이의 부모님은 언니들의 부모로부터..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들의 딸을 죽였다는.. 그리고 살인자의 부모라는 이름으로 은경이의 상을 치루는 동안에도 멱살을 잡히고 시달려야만 했고 그들은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리고 묘하게 그 시간대의 행방이 묘연한 현지도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욕을 해댔다. 그런 시간들속에서 애써 참고 견뎌왔던 혼자 있을때마저 꾹 눌러 참고 있던 눈물과 서러움이 지후의 말 한마디에 폭발해버린듯이 주체할수 없이 현지를 뒤흔들어대고 있었다.
지후는 그렇게 흐느끼고 있는 현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현지가 울음으로 속을 풀어낼 시간을 기다려주던 지후가 갑자기 일어나 현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안되겠다.. 나가자.. 』
『오늘 하루만 미쳐보자.. 네 안에 쌓여있는 것들.. 그리고 내 안에 쌓여있는 것들.. 그것들을 모두 쏟아내 버리자구..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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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쓰고나니 문득 생각이 나는군요...
꽤 인기있던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름중 하나라는 것이....
설정도 뭐 비슷하고...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꽃보다 야설...이 되는건가...-_-;;;
2009년... 세상의 모든 여심을 한번에 뒤흔들 그들이 찿아온다...
올 여름을 강타할 슈퍼 울트라 빤따스틱 메가톤 블록버스터!!
꽃보다 야설!!!
잃어버린 F4를 찿아서.....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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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뭐.. 성은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