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신조협려/빙의] 제자 윤지평이 인사드립니다. 6화
“후우, 쓸쓸하구나!”
1개월 동안 손불이와 정요가라는 사제를 매일 덮밥으로 먹다보니 나는 피부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게 되었다. 나는 정요가에게도 선천공의 축기부분과 방중기술을 가르쳤는데 1개월동안 우리 세명이서 농후한 방사를 하며 매일 선천공을 연마하니 정요가, 정사매는 벌써부터 내공이 2배로 불었고 나또한 상당량의 내공이 불어났다. 그중 가장 큰변화를 맞이한 것은 손불이 그녀였다. 안그래도 심후한 내공으로 40대 임에도 불구하고 30대 전반으로 보이던 그녀가 회춘한 듯 20대 중후반의 아리따운 미녀가 된 것이다. 이게 흔히 말하는 반로환동인가?
그런 꿈과 같은 한때를 지내고 있었는데 슬슬 정사매도 집으로 하산할 때가 되고 불이도 구처기를 따라 따로 처리할 일이 있어 산을 내려가게 되었다. 이로써 중양궁안에서 제일 큰어른은 내가 되어버렸는데.
내가 한숨 쉬며 중양궁을 거닐고 있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응애 응애!”
응? 이건 아기울음소리인데?
아기울음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가보니 보자기에 아기가 쌓여있었다. 나는 행여나 아기가 땅바닥에 한기에 큰일 날까 싶어 얼른 아이를 보듬었다.
“응애응애!”
“까꿍 까꿍! 메롱메롱. 울지말거라 아가야.”
나는 최대한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아기를 얼러보았지만 아기는 응애응애 울고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 이십니까 윤사백님!”
“무슨 일 이십니까!”
아기의 울음소리에 놀란 전진교 제자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어……음. 중양궁 산문에 이 어린아이가 떨져있더군. 누군지는 몰라도 부모가 버리고 간거 같네 사질들.”
제자들이 숙덕이며 아이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의논중이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안그래도 울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더욱 커지는 것이 아닌가.
“응애 응애 응애 응애!”
“그만! 모두 조용히 해라! 삼발 사질은 얼른 뜨거운 물과 기저귀로 쓸만한 천을 찢어오게. 방중 사질은 얼른 저 아래 마을에 병하나 들고가서 젖동냥좀 해오고! 그리고 모두 해산! 이 아이는 사부님들이 오시기 전까지 내가 맡고있을 테니.”
“네, 사백!”
측은지심에 아이를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잘한 짓일까? 도사들이 아기를 기른 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인 진데…….
모두 흩어져 다시 조용히진 중양궁에 한 중년부인이 홀연히 나타났다가 주변을 몇 번 돌아보고는 사라졌다.
“메롱메롱 까꿍!”
몇몇 제자들이 어른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수는 없다며 아이를 데리고가려고 했지만 나는 한사코 거부하고는 아이를 끼고돌았다. 요 똘망똘망한 눈빛과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이 나를 이 아이에게서 벗어나질 못하게 하고있었다.
나는 일단 오줌으로 축축한 아기의 기저귀를 벗기고 다른 제자에게 빨아오라 시킨 뒤 미지근한 물로 아기의 엉덩이를 씻겼다. 오줌이 아기의 엉덩이 여기저기에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어험, 아기라고는 하지만 여자아이를 씻기는 것은 또 처음이군.”
수건대용인 비단으로 아기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닦은 뒤에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혔다.
“꺄앙.”
울음을 그치고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아기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그 살인적인 귀여움에 아기를 꼬옥 안았다.
“아아, 너무 귀여워! 넌 커서 천하에도 보기드문 미녀가 될 것이 틀림없어!”
나는 아이를 번쩍 들어올려 몇 번 높이높이를 해주었다. 아기는 재밌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응 잠깐.”
나는 내가 말한 것을 다시 한번 대뇌어 보았다.
“천하제일……미녀?”
나는 잠시 어릴 때 적어놓은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의 줄거리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보았다. 중양궁에 버려진 아기? 거기다 여아?
“설마……니가 소용녀 용아란 말이야?”
“아우아우, 아앙.”
싱글벙글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아기의 표정은 매우 해맑았다.
“끄……응.”
나는 아이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머리를 눌렀다.
“왜 손파파는 안나와서 아기를 안데리고 간거야. 이러다가 소용녀를 전진파에서 기르게 생겼네.”
한숨을 푹 쉰 나는 역사의 큰틀을 바꿔버린 것 같아 엄청난 자괴감에 빠졌다. 이건 바꿔도 너무 바꾼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동안 소용녀. 용아와 나는 아빠와 딸처럼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용아가 배고프다고 하면 한달음에 산을 내려가 젖동냥을 했고 용아의 똥오줌도 모두 내 몫이였다. 기저귀 빨래는 용아와 떨어지기 싫어서 내 밑에 사질들을 시켰지만.
“아아우 아앙.”
나는 기어고 작정하고 용아를 품에 안고 종남산 한켠으로 갔다.
옹알옹알 거리며 내 품에서 웃음짓는 용아를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하니…… 나는 조만간 무림에 나가야 할 것이고 너는 그럼 중양궁에 혼자 남게 될 것인데…….”
“아우아우?”
아무것도 모르는 듯 아우아우거리며 나 얼굴을 잡아당기는 용아.
“휴우.”
“그 고민을 내가 해결해 드리지요.”
“응?”
내 등뒤의 활사인묘에서 한명의 여인이 나왔다. 면사를 하고 있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다.
“아, 혹시 고묘파 장문 선배님……!”
“!! 그대는 나를 알고있나요!”
“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전 전진교 왕중양 조사의 사손에 해당되는 윤지평이라고 합니다.”
“그건 그대의 도사복장만 봐도 알 수있어요. 왜 나를 알고 있냐고 물었어요.”
싸늘한 살기가 나를 둘러쌌다. 임조영 선배 본인이면 몰라도 이정도 살기에 내가 움츠려 들 줄알고?
“말해드릴테니 부니 살기를 거두어 주시지요. 아기가 경기를 일으킬꺼 갔습니다.”
“……”
나는 전진파 장서각 내에서 우연히 찾은 서적에 젊은날 왕철(후의 왕중양)과 임조영의 사랑이야기와 선천공, 그리고 방중기술을 우연히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사부에겐 관심도 없는 척 하면서 그런 서적이나 남기다니.”
고묘파 장문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에게 보인 것은 눈뿐이므로 목소리를 통해 애처롭다고 생각할 뿐이였다.
“……”
“……”
“그 아이를 내가 맡지요. 내 제자로 키우겠어요.”
“……고묘파 선배님 같은 대단한 분 밑에서 자라면 그것 또한 이 아이에게 좋은 일이겠지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녀에게 용아를 건네주었다.
“……”
“이 아기에게 많은 정이 들었나 보군요.”
“네.”
“여기는 전진교에서 금역으로 정한 곳일텐데 이곳에 온 이유는 이 아기를 나한테 맡기로 온 것일텐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모두 꿰뚫어보고 계셨군요.”
“몇일 전 내 시비가 말해 주더군요.”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묘파장문의 품에 안긴 용아를 보고있었을 뿐이었다.
“그대는 도인이니 이미 이아이와는 인연이 다했어요. 앞으로 이 아이는 평생 고묘밖으로 나가지 않을테니까요.”
“……네.”
‘그게 그렇게 될까? 사랑을 찾아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양과라는 사랑을 찾아.’
고묘파 선배가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소리를 쳤다.
“그 아기의 이름 모르지만 저는 용아라고 불렀습니다!”
“알겠으니 그댄 이제 들어가보도록 하세요.”
“응애 응애 응애!”
나와 떨어지자 용아는 심하게 울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소용녀를 길러낼 수는 없으니.
애써 활사인묘를 뒤로한 나는 다시 내방으로 들어갔다.
“고묘파……응? 고묘파!”
나는 그제서야 내 줄거리에도 적지 않았던 이야기가 기억나기 시작했다. 왕중양은 임조영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고묘안에 들어가는 비밀통로를 알고있었고 또한 그 길을 통하면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임조영의 시체 옆 밀실에 완성판 구음진경을 적어놓았지!
“아이고 이바보 자식!”
나는 그 다음날부터 종남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깊은 호수를 찾았다. 내공이 매우 심후한 고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그길!
그리고 몇 일간의 수색을 거쳐 그 비밀통로안으로 들어가 밀실 천장에 새겨져있는 구음진경을 필사한 뒤 그 서책을 기름종이로 몇 겹으로 감쌌다. 하하 이것 참…… 용아가 나한테 기연을 가져다 준거나 마찬가지네. 역시 복덩어리 아기라니!
“아, 용이…….”
원판 윤지평이나 나나 다를바 없는 것 같기도하다. 한달간 기른 아기 하나 없어졌다고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아무래도 소용녀와 윤지평은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운명의 끈으로 이어져있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 끈이 윤지평에게서 소용녀에게로 통하는 일방통행인 끈이지만.
그 뒤 나는 그짓 할때를 제외하고는 구음진경을 외우고 한글로 옮기고 익혔지만 원작의 기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그다지 깊게 익히지는 못했다. 응? 원래가지고 있던 구음진경 하반부는 어쨌냐고? 어차피 다외우고있었기 때문에 그냥 태워버렸다. 완성본으로 한번에 보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얼마뒤……
“크응.”
내가 혹시 고향병에 걸린게 아닐까. 괜시리 800년 후에 살고 있을 부모님과 누나들이 생각난다.
아냐아냐 난 잘 살고있어. 비록 컴퓨터도 인터넷도 만화책도 없는 세상이지만 매일매일 미녀들과 섹스삼매경이라구. 난 행운아다!!
나는 스스로의 뺨을 몇 번 치고 날 부른 구처기를 향해 갔다.
“사부님 부르셨습니까.”
“너도 익히 알다시피 이제 슬슬 나와 강남육협들과의 18년 약속의 시한이 다되어간다. 그동안 너도 고생을 많이했으니 1년간 하산해도 좋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절을 했다.
“사부님의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바닥에 몇 번 머리를 부딪쳐 예를 다한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짐을 챙겼다.
“가는건가요?”
“아, 불이.”
나는 내 방문에 있는 불이를 보았다.
“그래. 나없다고 외로워하지말고. 선천공 중에 음욕을 다스리는 구절도 있으니 그걸 사용해봐.”
“꼭 안돌아 올것같이 이야기하네요.”
나와 손불이는 비록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 벌써 부부지간 같이 되어버려 내가 하대를 하게 되었다.
“안돌아오긴, 세상에 전진교 이외에 내가 돌아올 집이 어디있겠어?”
잠시동안 입맞춤을 나눈 우리는 서로 헤어졌다.
“후우, 드디어 본격적인 본편시작이로군.”
이미 하산하기전 구음진경 하반부 한자본을 완벽히 외운뒤 태우고 내가 쓴 줄거리본도 완벽히 외우고 놔두고 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바다에 빠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고생을 할 수도있기 때문에 책 관리를 잘못했다가는 큰일나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말을 타고 금국 수도 연경을 거쳐 장가구로 가보기로 했다. 정확한 시간을 모르니 대충 때려잡아 움직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어느정도 가다보니 한 거지소년이 다섯명의 남자에게 쫒기고 있었다. 나는 이쪽으로 소년이 달려오자 얼른 놀란말을 달래었다.
“비켜라 비리비리한 도사놈아!”
머리에 커다란 혹 세 개가 달린 기괴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보고 소리쳤다.
“형님! 저 나쁜 악적들이 동생을 쫒아오는데 어서 혼을 내주시지요.”
거지소년이 나를 보고 형님이라 부르며 내 말 뒤에 숨어버렸다. 형님이라는 말에 다섯 명은 표정을 굳혔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멀뚱히 서있다가 괴인이 한번 휘두른 창에 말이 맞아 쓰러지자 놀라서 땅을 굴렀다.
“감히!”
나는 내 뒤에 숨은 소년이 누군지는 차차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앞의 다섯 명의 괴인들부터 상대하기로 했다.
“흥 감히 나 윤지평의 아우를 건드리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나는 거지소년에게 윙크한번 하고는 검을 뽑았다.
“귀하는 그 특이한 머리를 봐서 삼두교 후통해일 것이고 댁들 네명은 귀문용왕 사통천의 제자인 황하사귀가 아니오! 대관절 그대들은 내 아우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내 애마를 죽이고 그를 쫒는다 말이오!”
“흥! 비루먹은 도사놈이 견식은 있구나! 얼른 그 꼬마를 내놓지 못할까!”
후통해가 일갈을 지르며 창을 내지르자 나는 내공으로 검을 꼿꼿히 세워 창을 걷어낸 뒤 주변에 있는 황하사귀의 얼굴을 걷어찼다.
“어이쿠!”
“으윽!”
“내 이빨!”
“아아악!”
“사질들!”
“네 걱정이나 해라!”
다시한번 빠르게 발을 놀리며 창을 걷어차고 검을 후통해의 목젖 끝에 가져다 대었다. 강호에 나오고 나서 처음 겪는 실전이지만 상당히 쉽게 끝낼 수 있었다.
“본도는 출가인이라 살인은 하지 않겠지만 내가 셋 샐동안 그대가 창을 버리지 않는다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
“으윽!”
“하나.”
후통해는 갓 약관도 안돼어보이는 애송이에게 쉽게 제압당한 것이 분한지 몸을 미미하게 떨었다.
“둘.”
“으윽!”
“세엣.”
챙그랑.
“두고보자!”
“하하 악당은 매일 두고보자고 하더군.”
황하사귀와 후통해가 도망가자 나와 거지소년만이 남았다.
“하하, 이제 악당들은 모두 물러갔으니 아우가 누군지 말해줘야겠군.”
거지소년은 머리를 몇 번 긁었다.
“하하, 한 번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으니 영원한 형님이지요.”
“음? 하하하 그래. 강호에 나오자마자 영민한 아우를 두게됬군.”
‘벌써 네 정체를 알고있는데 무슨소리냐.’
거지소년은 보기에는 먼지를 둘러쓰고 꾀죄죄한 몰골이였지만 눈빛이 심상치않았고 목젖이 없고 가녀린 골격을 보아하니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성은 윤이고 이름은 지평이라고하는데 아우의 이름은 무엇인가.”
“저는 황용이라고해요.”
“그래! 황용이라, 좋은이름인데?”
나는 길가에서 처참하게 죽어있는 내 말을 길 저편으로 치우고 몇 번 도경을 중얼거려준 뒤 황용과 동행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