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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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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 다음대의 신녀까지.”



눈물을 닦던 손수건을 깨물면서 분함을 참는다. 저것들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이 세계도 박살날 것은 명약관화. 제 아비마냥 불멸의 아랫도리를 가진 저 꼬꼬마 황태자는 오늘도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를 흔들고 있다. 보고 있자니 열불이 터져 보지 못할 것 같다. 그 장면에서 고개를 돌린 나는 이번엔 다른 곳을 살펴본다. 그곳에서는.



“저, 저 인간이!”



‘백합 여신에게 가는 것보다 내가 더 좋지?’라고 말하면서 침상 위의 성녀(남편이 생겼으나 아직도 성녀 자리를 지키고 있다)와 운우지정을 나누는 영웅이라는 인간의 모습이 있었다. 성녀는 영웅의 배 위에 올라타고는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영웅의 손놀림에 자지러지는 다른 여자들이 몽롱한 눈으로 성녀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다.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버린다.



‘내가 잘 못 불러왔어.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라니.’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다.


……솔직히 더 보고 싶기는 하지만.



“내가 어쩌자고 그 인간을 불러왔을까.”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과 같은 힘을 가지기 전에야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은거하라’는 마음을 억지로 우겨넣을 수 있었지만 그 힘의 한계가 없는 영웅이 십수년간 전장에서 구르고 또 다른 영웅 후보를 만나 수련하고 기연을 위장한 나의 도움을 얻어 힘을 증폭시켜가는 동안, 아뿔싸. 신까지도 위협할 정도로 강해져버렸다. 물론 이 세계에 온지 40년이 지난 지금은…….



‘날 덮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아우웃! 열받아!’



신들도 한방에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버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건드리기 힘들 정도로 자라버렸다는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그 힘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 애는 못 낳게 하려고 했는데…….’



신들 중에서 운명을 주관하는 신이 하이엘프와 저 치의 사이에서 아이가 나올 경우 세계는 평화롭겠으나 신계는 인간들의 신앙심이 줄어들어 힘들어질 것이라고(다른 말로 하면 빈곤해질 것이라고) 예언으로 경고한 때문에 낳지 못하게 하려고 출산을 담당한 여신에게 애를 낳지 못하게 하라고 요청까지 했다. 신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여신을 둘러싸고 정중하게 요청을 한 것이다. 남들이 보면 협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싸울까?’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 치는 즉각 신계로 쳐들어와서는 무시무시한 힘으로 신들을 위협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호로관 메뚜기처럼 날뛰어주마!’라고 말하는 그 치의 말에 즉각 하이엘프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그것도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서약까지 하고 나서야 그의 분노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신계의 신들은 씀씀이를 줄여가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중. 평화가 계속되고 ‘과학’이라는 방법으로 삶이 안락해지니 신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종교개혁은 한 번은 해야 해. 무조건 믿는 것보다는 기브 앤 테이크. 좋잖아?’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그렇게 웃으면서 자신의 검(내가 만든 건데!)을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다시 생각하지만, 그를 부른 것은 분명히 실수였다. 가끔 우리 세계로 놀러오는 다른 세계의 신들이 ‘그건 최후에 해야 할 방법이라고.’라고 말했을 때에는 그저 농담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직접 이 일을 당하고 났더니 후회막급.



“아아악! 짜증나! 신녀는 내 것인데!”



이미 저 치들이 알아서 설명들은 다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때 이 세계가 혼란했던 적이 있었다. 신들은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마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을 때 마신들은 자신들의 부하들을 보내 세계를 도탄에 빠뜨렸다. 사실 신들 중 하나만 내려가도 순식간에 평정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었으나 마신들과의 싸움은 너무나도 팽팽하여 어느 신 하나도 빼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른 세계에서 한 사람을 불러와 그 혼란을 막아보고자 하는 생각이 신들의 마음 속에서 싹텄던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단기적인 효과는 확실하다는 다른 세계의 신의 보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세계에서 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신체조건도 좋은 아이를 선별해서 이 세계로 불러들였다. 어쩌다보니 두 사람을 불러들이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투지 않고 순식간에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했다. 비슷한 문화를 가진 곳에서 왔다는 동질감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일편단심. 단순하지만 명쾌한 두 사람의 사랑에 신들도 웃으며 축복해주었다. 그들을 불러오면서 미리 걸어두었던 ‘모든 일이 끝나면 은거하라’는 제약도 필요없을 것 같았다. 그 때까지는 좋았다.



‘뭐, 이런 걸 주인공 보정이라고 하던가. 그런 거야.’



그와 만나고 그에게 도움을 받고 그와 함께 등을 맞대고 싸웠던 여자들이 그가 은거하겠다고 하자 난리를 친 것이다! 심지어 나의 성녀까지!



‘어쨌건 네가 우리 멜을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이번만큼은 그냥 좀 넘어가자고.’



손수건을 씹는다. 그 치에게 빼앗긴 성녀의 딸이 꼬꼬마 황태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면서 손수건을 잘근잘근 씹는다. 우우우, 분해.



‘지금까지 성녀 59명을 젊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데리고 있으면서 왜 그리 욕심이 많아? 그러니까 네가 마신들에게 욕을 먹는 거야. 백합의 여신이라고.’



백단위의 여자를 거느린 인간이 저렇게 이야기하니까 참 얄밉다. 내가 할 말은 없지만.


.


.


“마음에 안 들어!”



그녀는 가만히 중얼거리면서 뾰루퉁한 얼굴로 지상을 내려다본다. 그 뒤에서 그녀를 따르는 여자들이 ‘확실히 영웅님에게 반한 거 맞지?’‘그런 것 같아요.’라고 속삭이는 것은 그녀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하마터면 여신까지 어머니로 섬길 뻔한 진이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진은 오늘도 누님들의 육탄공세에 이성을 잃고 아랫도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열받아!”



어쨌거나 저 부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 - 영웅을 불러온 여신, 노르텔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솔직하지 못하시다니까.”


“그러니까 이번 성녀에게 남편감을 빼앗긴 거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백합 하렘의 일원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 뒷담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은근히 위신이 없는 여신이었던 모양이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3話 찾아봅시다. 만족했습니다. 더 있나요?

 



8.


아침.



“일어났어?”


“뭐하는 겁니까. 77번째 누님.”


“모닝 키스.”


“그런데 키스를 왜 입에 하지 않으시고…….”


“입에 하는 모닝키스는 잔이 할 거야.”


“72번째 누님?”


“응, 우와아! 아침부터 건강하구나♪”


“…….”



끓어오르는 리비도에 이성이 10초 만에 패배.



점심.



“아앙~”


“배, 배가…….”


“내가 주는 건 싫은 거야?”


“먹겠습니다.”


“자아. 아앙~”


“……아앙.”



앞으로 남은 아앙~은 54인분. 살려줘.



저녁.



“같이 목욕하자!”


“암만 결혼했지만 남녀는 유별…….”


“가자아!”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질질질.


그리고 나는 내 속의 리비도에 온 몸을 맡겼다. 이미 몇 번이고 패배한 이성이 저 구석에서 훌쩍훌쩍 우는 것 같은 환상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잡놈이 된다.



마지막으로 밤.



“앗흥♡”


“자, 잠시만 좀 쉬고…….”


“사랑이 식었구나! 나는 그것밖에 안되는 거였어! 삐뚤어질 거야! 메테오면 우리 진이 나에게 관심을 다시 가져줄까?”


“함부로 캐스팅하지마! 다른 나라 수도에 떨어뜨리지마! 힘내겠습니다. 마님.”


“그렇지? 그러니까 좋은 거 계속하자♡”


“어흑orz”



이런 매일의 연속. 지쳤다. 새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영웅들이 존경스럽다.



‘부러운 녀석!’



환상 속에서 오늘도 가불 신청을 거부당한 피터 파커가 훌쩍훌쩍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등을 토닥이고 싶어졌다. 그래도 너에겐 M.J.가 있잖냐. 내 누이들 보다는 못하지만.



“밤샜다. 피곤해.”



동녘으로 터오는 아침해를 보면서 퀭한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본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산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느 광고를 떠올렸다.



나는 자유인이다아앗! 그러고 싶다아아!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나는 자유인은 커녕 누이들의 유혹에 이성이 날아가 아랫도리를 움직이고 마는 잡놈. 이대로는 안된다! 그런 생각을 매일 아침마다 하지만 이곳 황궁에서는 그런 생각은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 삼분이 되고 마는 것이다.



“헤에. 진, 안녕.”



오늘은 작심 삼십초였다(……)


정말로 이대로는 안된다. 위기감을 느끼며 나는 즉각 아버지에게 청했다.



“아버지.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한 10년 정도?”


“어머니들에게 혼나고 싶냐? 그 사람들의 합공을 견딜 수 있다면 그렇게 해봐라. 아니, 내 본처의 공격을 1초라도 막아낸다면 내가 허락해주도록 하지. 아니, 그건 불가능하니까 네 누이……아니 네 아내들의 합공을 막아낼 수 있다면 내가 허락하마.”


“…….”



하지만 현실의 벽을 절감하면서 좌절. 아무리 이고깽이 아버지고 하이엘프가 어머니이면 뭐하나. 다른 사람들도 무지막지하게 스펙들이 높은데.


결국 과유불급이라고 황궁 안에서 나는 아버지를 제외한 유일한 남자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금 똑똑하고 조금 무예가 뛰어난 사람일 뿐이다. 어찌보면 평균적으로 빼어나다는 것 뿐이지 어느 한 분야에서 굉장히 뛰어나지는 않으니까.


물론 이 황궁에서 나가면 그렇지도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냥 포기하고 살아. 그리고 너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적당하게 네 누이들……크흠. 아니 네 아내들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래 포기하자. 인생은 B와 D사이의 C, 즉 선택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무사히 살기 위해서는 역시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 편하겠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아버지는 ‘누이들로 만족할 수 없다면 여관女官들이 있다.’라고 말해 내 분노를 증폭시켰다.



“최근 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진심으로 싸우고 싶어졌습니다. 아버지.”


“나도 궁금하구나. 아들아.”



크게 다투었다. 어머니들과 누님들이 달라붙어서 방어결계를 쳐주어 연무장만 대파되는 것으로 끝나긴 했지만 신계에서 신들이 놀라서 달려올 정도로 큰 다툼이었다.



“이제 화가 풀렸냐?”


“대충은요.”


“뭐, 그랬다니 다행이구나. 어쨌든 여관女官들도 있고 시녀들도 있으니까 스트레스 해소 겸……커흠.”



아버지의 쓸데없는 말에 잠시 누이들……아니, 아내들에게 대파된 연무장에서 좀 많이 맞았다. 얻어맞는 바람에 내 몸이 땅 속으로 끝없이 파고들어 황궁 한가운데에 화산이 하나 나올 뻔 했지만 어떻게든 막아내었다. 맞는 동안 부지런히 냉각마법으로 솟구쳐 올라오려는 용암을 틀어막으면서 ‘난 죄없어! 왜 이래!’라고 말해보았지만 소용없었던 것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아냐?”


“아니라니깐! 지금도 나 밤잠 설쳐서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거 보면 몰라!”



결국 오해를 푸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나는 만신창이. 아버지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놓고서는 즐거운 표정으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하여튼 간에 도움이 안되요. 이 사람은.


어쨌거나. 아버지라는 사람이 조언을 해주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힘든 하루의 연속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아보이겠지만……. 정말로 자유롭고 싶다. 애초에 황태자로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일지도 모르지만. 한숨을 쉬면서 ‘최소한 내 시간 정도는 가져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에 순응하기로 마음먹는다. 함부로 가출했다가는 누이들……아니 아내들이 이 세계를 도탄에 빠뜨릴 것 같으니까. 나는 세계가 평화롭기를 바라는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내 일신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것도 인지상정.



“그러려면…….”



아버지가 가져다 준 정체불명의 약과 책꾸러미를 바라본다. 이것이라면…….



‘어쨌거나 이것이라면 네 누이들을 만족시키고도 넌 잠 잘 거 다 잘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 마누라 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때려잡을 수 있는 내 본처를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 책꾸러미 속에 있다는 것이지. 으흐흐흐흐.’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면서 그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못한 약은 일단 뒤로 미루고 책을 펼친다. 필요최소한의 개인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이 책들 사이에서 그 ‘어느 의미로는 궁극의 아이템’을 찾아보라는 이야기이렷다.



‘뭐, 똑같은 패턴으로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단다. 아들아. 남자는 힘과 테크닉이란다.’



아직은 익숙(……)해지지 못한 상황이니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이지 그 맛(……)을 알게 되는 때가 오면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음흉하고 변태같기 그지없는 아버지가 준 것이긴 하지만 도움은 될 것이다. 성녀까지 아내로 맞아들인 사람이 말이지.



“에취!”



음? 누가 내 욕을 하나?


갑자기 터져나온 기침에 코끝을 비비면서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빨리 발견한다면 내 삶은 안락해지고 편안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


.


아버지가 두고 간 책꾸러미에는 무공서적은 물론 4서 5경에 패관잡기까지 모두 총망라되어 있었다. 그 말은 인간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욕구를 대리만족하고자 하는 리비도가 물씬물씬 묻어난 화첩이나 글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원래라면 한자는 쌍팔년도 전의 전공서적에 적힌 것을 읽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무림이라는 세계에서 왔다는 큰 어머니께서 무공을 배우려면 한자도 알아야 한다면서 교육한 덕분인지 이런 글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오오, 이것은 봉신연의!”



가끔 눈에 확 띄는 것을 볼 때도 있었다. 물론 일본 만화가가 그린 만화를 생각하고 보았다가 주화입마에 걸릴 뻔하고 집어던지기는 했지만.



“천교 이 자식들이!”



어머니들 중 인간의 비율이 1/10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하프엘프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천교가 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러운 영웅들!”



언젠가 어릴 적에 가슴을 두근대면서 본 특촬물을 보면 악역은 주인공들에게 퇴치된다. 어릴 적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정의는 승리한다!’라고 외치면서 함께 기뻐했지만……어른이 되어서 보니 악역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멋진 정신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영웅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어 몰매를 때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자세.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둘리와 그 패거리들을 괴롭히는(것으로 보이는) 고길동에게 어느 꼬꼬마가 ‘둘리 그만 괴롭히셈!’이라고 팬레터를 날렸다고 한다. 그에 둘리의 작가분께서 답장을 보내셨다고 한다.



‘고길동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어른이 된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봉신연의에서 등장하는 절교 측 인물들을 바라보자 선인이라기에는 인간적이기도하고 수많은 자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자들이 너무나도 멋졌다. 그에 비해 천교 측의 인물들은 참으로 치사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태공망.



“이건 나의 태공망이 아냐!”



달기X태공망(내가 아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지만 달기가 공. 태공망이 수다. 이것은 진리)의 동인지에 하악대던 나로서는 뒷통수를 치는 것 같은 인물묘사에 그저 뒷목을 잡고 주화입마에 몸부림을 치고 싶은 상황이다. 이 원작자, 태공망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엉망인 캐릭터로 만들어놓았다. 남자 캐릭터들 중에서 멋지다고 생각한 세 명의 인물 중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태공망이 이렇게 사정없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원작자에 대한 원한을 불태운다.



“에라이. 스승이라는 작자가 제자를 이렇게 편애하면 안되는데 말야.”



결국 거의 다 보고야 말았다. 그래도 몇몇 캐릭터들에 대한 빠심으로 어떻게든 버텨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마지막 권을 덮었다. 100권짜리 책(현대식으로 따지면 20권짜리이긴 하지만)을 다 보고서는 만족하며 다른 책으로 손을 뻗었다.



“《봉신연의 외전》?”



뭐야. 2차 창작물인가? 이미 원작 봉신연의에 실망했더라도 안 볼 수는 없지. 분명히 태공망에게 좋은 쪽으로 2차 창작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나는 책을 펼친다.



《봉신연의외전》은 방심하다가 태공망의 계책에 휘말려버린 달기와 그 부하들이 어떻게 될까라는 상황을 생각하여 적은 글이라고 작가가 먼저 밝히고 시작했다. 그리고.



“어라?”



흔히 볼 수 없는 태공망 공. 달기 수였다(……) 말하자면 성인물. 그런데.



“어째서 무공서적이 되어버린 걸까. 이건.”



달기를 몇 번이고 범하고 범하면서 태공망이 기를 운용하는 것이 마치 무공서적에서 내공을 익히는 부분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태공망이 달기를 범하면서 달기를 몇 번이고 극락까지 보내버리는 방법은 초식이나 다름없을 터. 나는 이 책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버지가 말한 것이 이 녀석인 것 같았다.



――여인의 몸을 애무할 때에는 여차저차해서 기를 운용하는 것이 좋다. 여인마다 성감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게 마련이므로 여인의 몸을 애무하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


――하지만 여인의 몸을 애무하였을 때 가장 쾌락을 느끼는 곳들이 있으니 이 부분을 중심으로 하여 다른 부분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분위기가 중요하다.



공부에도 왕도는 없지. 너무 대충이잖냐!


이런 가르침(?)으로 분위기를 잡고 애무를 하는 것까지 묘사한 후 마지막으로 삽입 후의 행동 요령이 묘사되었다. 어째 필체가 좀 달라보이긴 하지만 중요할테니 지켜보도록 하자.



――깊게 찔렀다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은 여인에게 쾌락을 느끼게 하는 한 방법이니 중요하다. 그 방법은 강약약중강약약이다.



야 임마.


이 부분은 제외하자. 분명히 아버지가 장난을 쳐둔 것이다.



――성교를 할 때에 체위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체위를 급박히 바꾸면 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것은 물이 흐르듯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 좋다. 사내가 여자의 몸에 삽입을 하는 것으로 여자가 쾌감을 느낀다고 흔히들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 경우는 충분히 애무를 하였을 경우와 남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여자가 연기를 하는 경우로 나뉠 것이다.



뭐, 이 말은 나도 하겠다……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집중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말하자면 연계기들까지)들을 본 후…….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되기 전까지 이 책을 완전히 기억하는데 성공했다.



“이론은 습득했다. 실전이다!”



이미 잡놈이 다 되어버린 나였다(……)



9.


――성교라는 것은 전쟁과 비교할 수 있다. 전략적인 요충지를 점령하고 그곳을 바탕으로 적의 병력을 견제, 압박하는 것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흥, 기, 기분이 이상해. 아앙. 얼굴을 떼면 어떻게 해. 으응, 그렇……하아악.”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풍림화산風林火山의 묘로 공략하라.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빽빽하게 불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



“아흣. 아윽. 흐아앙!”



실전에 들어간 나는 노사(이미 봉신연의외전을 기술한 분은 내 마음 속에서 사부님으로 격상되었다)의 가르침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밤을 새지 않을 수 있었다.



“우에에. 진의 눈빛이 달라졌어. 언니들이 기절해버렸어.”


“하, 하지만 저 애들 웃고 있어.”


“우후후후.”


“오, 오지마. 흐, 흐엑?”


“우후후후.”



그런데 어째서,


난 밤을 샌 걸까.



“더, 더어는 못해에. 후에에.”


“잘못했어어. 아니 잘못했어요오.”



동녘으로 뜬 새빨간 태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망연히 침대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에 체력이 다해 널브러진 누이들이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누이들이 만족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어째 나 자신이 폭주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걸 먼저 봤다고? 더 있으니 찾아봐.”


“아, 네.”



그리고 아침을 먹으면서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더니 아버지는 그런 말을 했다.


더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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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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