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厚の野望 12
12
강무제의 죽음을 정점으로 흑룡방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하오문도의 손으로 넘어갔다. 형욱이 강무제의 목을 들고 밖에 나가자 창룡대의 전의는 크게 꺾였다. 악중평과 무사들의 공격에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한편 임강부로 향하던 고운경 휘하 창룡대원도 주점에서 몽혼약을 탄 술을 마시고 잠든 사이에 일제히 목숨을 잃었다.
쿠데타가 성공하자 이불상은 시정을 폈다. 흑룡방의 그늘에 있는 하오문들을 복속 시키고 상회와 신사층을 다독인 것이다. 약간의 소요가 있었으나 원래 토박이 인데다가 오랜 세월동안 실무를 담당했기에 어렵지 않게 따랐다.
강씨 부자가 군림한 지난 세월이 허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흑룡방전에서 가장 이름을 떨친 사람이라면 3 사람, 형욱과 소월하 그리고 염미홍이었다. 절정고수인 강무제를 어렵지 않게 처지한 무위, 창룡대를 정리한 나찰과 같은 모습이 순식간에 혼을 끊는 듯 하여 "단혼도"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 한편 소월하는 지략으로 순식간에 흑룡방을 축출하고 하오문을 부활시킨 것에 "여제갈"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염미홍은 활약보다는 그 신분, 전대 하오문주 염곽정의 숨은 딸이라는 배경이 세간에 더 큰 관심을 끌었다.
흑룡방을 탈취한 당사자들은 기뻐할 틈도 없이 격무에 시달렸다. 염미홍은 얼굴 마담으로 찾아오는 귀빈들을 상대해야 했으며 그 곁에서 형욱은 간간히 명성과 실력을 확인코자 하는 무인들에게 무위를 확인시켜 줘야했다.
하오문은 거간, 노름, 화류, 도박, 좀도둑, 사기꾼 및 아편 등등 밑바닥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생성한 하류 집단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전성기에는 녹림 축에도 들지 못하는 잡배 집단이었다. 세간에서 이들을 묶어서 하오문이라 했을 뿐, 실상은 따로따로 놀았다. 그런 하오문을 진정한 의미에서 무림방파로 탈바꿈한 이가 염곽정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몰락과 십패의 할거 시대에 염곽정은 천하의 정보통이라는 개방을 대신하려는 포부를 가졌다. 비슷한 흑도 출신인 녹수맹의 연독고가 천하의 강산을 지배하려 했다면, 하오문은 천하의 도시에 눈과 귀를 가지고 당당한 무림방파로 자립하는 쪽을 추진했다. 남창에 본거지를 두고 천하에 산재한 하오문들을 분타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염곽정의 꿈은 흑룡대의 강일도에 의해 무너졌는데, 그 내막에는 십패들의 조종도 한 몫했다. 자신의 터전에 세작이 심겨지는 것을 반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구파일방은 경쟁 속의 공생이지만 십패는 철저히 약육강식의 경쟁관계라는 분위기가 한 몫했다.
끝내는 실패했으나 그가 지향했던 꿈은 여전히 하오문도의 바램으로 암암리에 이어져왔다. 그러나 정작 부활할 조짐을 보일 때 하오문들이 보인 반응은 정작 반신반의였다.
"그 놈들 얼굴을 보면 나까지 회의적이 되버린다니까"
사흘 째, 일과가 된 접견을 마친 염미홍은 강무제의 방에서 술상을 차렸다. 참석한 손님은 소월하와 형욱이었다. 염미홍은 황주를 마시며 푸념을 하였다. 만나는 이들은 한결 같이 못미더워 하는 눈치이니 넌덜머리 내지 않고는 갑갑증이 도질 것 같았다.
"크하~"
소월하도 쌓인 것이 있는지 별 다른 대꾸도 없이 가라앉은 얼굴로 죽엽청을 원샷했다.
"하아~"
두 소녀의 대작 분위기에 휘말려 형욱도 한 잔했다.
"큼!"
식도를 태우는 듯한 느낌에 형욱은 숨을 삼켰다. 소월하가 재차 잔을 따르려하자 염미홍이 제지하고 직접 따라 주었다. 소월하는 눈빛으로 감사를 표하고는 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후~ 어쩌면 그렇게 반응이 판박이인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에요."
"맞아. 꿔다 논 보릿자루도 이런 신세는 아닐거야."
염미홍이 강하게 고개를 끄떡였다. 둘의 말대로 면회를 온 사람들은 첫번째로 "이 계집얘가?" 하였고, 두번째 대담을 하다보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계집의 말 따위 알게 뭐야." ,"제법 당돌한 소리를 하는 걸?" 막판는 "역시 3원로를 만나뵈어야..."로 결론 지어졌다.
염미홍은 경험으로 소월하는 식견으로 그들의 심리를 낱낱이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지를 가졌다해도 대화할 여건조차 갖추지 않는 상대한테는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았다.
"인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은 체감 못했어요. 강무제를 내심 무시했었는데 오히려 그가 생각보다 현명했던 것 같아요."
소월하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소월하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해도 사람들은 3원로만 본다. 알지 못하는 소녀들의 활약 보다는 40년 가까이 교분을 나눈 노인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자신들의 쿠데타도 3원로의 인망이 없었으면 성공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고, 전후 수습에도 이렇게 수월하게 되지는 않았으리라.
대신 소월하는 전면에서 나서겠다는 본래 뜻과는 달리 흑룡방을 움직이지 못하고 조언자 역으로 물러났다.
"정말 분해죽겠어요. 시집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 뭐에요."
탕! 소리가 나도록 소월하가 잔을 내려놓았다. 눈가가 붉그스름해진 상태였다. 염미홍은 맞장구쳤다.
"아, 그건 나도 그래."
"주군은 방패막이라도 있잖아요?"
소월하가 손가락으로 형욱을 척 가리켰다. 대외적으로 소년영웅으로 알려진 형욱은 강무제도 이긴 절정고수다. 형욱은 하오문들은 향기로운 술과 좋은 음식 그리고 최상품 미녀들의 시중을 연일 받고 있었다. 대접이 극진할수록 형욱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다.
"나랑 연인이라는 소문을 퍼트리라는 건 네 머리에서 나온거잖아."
염미홍은 검지를 츳츳 흔들면서 핀잔을 주었다. 자신이 무례했다고 생각한 소월하는 팔을 내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괴감이 떠올랐다. 술을 연거푸 마신 상태라 얼굴 빛이 도화 꽃이 핀 것처럼 만발해 있었다.
"본문 입장에서는 절정고수가 있는 편이 나으니까요.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좋지만."
"너무 무책임한거 아니니?"
"흥, 제 뜻대로 펼칠 수 없는 패라면 차라리 거두는게 나아요."
"너무 매정하잖아."
"네네, 하지만 저는 주군처럼 손해보면서 살갑게 구는 붙임성은 없어요. 싫다면 싫은 거예요."
취한 기운에 소월하는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염미홍이 넌시지 물었다.
"그럼 우리 다른 데가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 볼래?"
소월하는 구미가 당기는 듯 한 손가락으로 탁자 위에 점을 찍은 채 빙글빙글 돌렸다.
"가망 없어요. 옛날 구파일방의 시대라면 중소 방파 하나는 너끈히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개파를 하려면 어떻게든 십패에 속해있어야 해요. 안그러면 축출당할 때까지 도전 받을테니까요."
거기서 소월하는 생각을 가다듬으려는 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제 꿈은 주군과 함께 천하를 아울러 보는 것, 처음부터 손에 어느정도 기반이 없으면 곤란해요. 겨우 해볼만하겠는데 벌써 호호 할머니가 되는 것은 곤란하니까요."
염미홍은 안부낙도를 노래부르는 덕후가 생각났다. 패기없는 희망사항이지만 편히 살고 싶다는 건 염미홍도 동의했다. 그러나 천하라면 문제가 틀리다. 감부터 와닿지 않는 것이다.
"굳이 문파까지 만들 것도 없어. 식객도 나쁘진 않잖아. 가령 대상련이라든가, 련주는 우리랑 비슷한 나이 대 라는데."
"금보옥 말인가요?"
소월하의 입매에 하얀 선이 그어지며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염미홍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경쟁자로 여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상성이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네요. 무엇보다 대상련을 위해 하오문을 치는 사태 같은 건 만에 하나라도 원치 않으니까요."
염곽정의 꿈을 무너뜨린 것은 강일도이다. 그가 하오문을 친 것은 대상련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간접적으로 원수인 것이다. 만만한 것은 나밖에 없군, 염미홍은 목청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삼키기 위해 한 잔을 쭉 들이켰다.
"그럼 어쩔 수 없네. 원로분들을 무시할 수도 없고. 곁다리인 처지니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때가 되면 이미 늦어요. 할아버지들은 저희더러 성급하다 조심성이 없다고 하는데, 정작 어르신들은 좋았던 옛날이여~ 이러면서 안주하는 경향은 어떻고? 다른 이들은 훨씬 앞서가는데 말이죠. 이번 일도 자리보전을 못할 정도로 궁지에 몰리지만 않았다면 제 말이 통했을 것 같아요?"
이번 쿠데타가 성공한 내막도 소월하가 짠 허를 찌르는 계책도 있지만, 강씨 부자가 외부인이었다는 점, 이들을 대신하여 강서 무림의 인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 방주가 내쳐져도 할 말 없을만큼 명분에 약점을 지고 있다는 점들이 많이 차지했다. 그러나 다른 십패와 마찰이 있을 때 똑같이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들과 자웅을 결하려면 인망에만 의존하지 말고 경직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전력을 새로 정비하는게 급선무라는 것이 소월하의 견해였다.
"인망은 때론 힘이 되지만 족쇄가 되는 경우도 있죠. 유비가 10만 백성을 데리고 장판파를 건널 때처럼... 하여간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아이 참, 시간도 별로 없는데."
말 할 수록 열받는지 술잔을 들이킨 소월하의 혀가 슬슬 꼬부라지기 시작했다.
"시집 가는게 정 마음에 걸리면 데릴사위는 어때?"
"웅? 제 성격에 맞춰줄 남자가 천하에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오직 남편을 위해서~ 란 마음으로 현모양처 성격으로 바꿀 생각 없는걸요."
"바보를 데리고 살면 되지 않아?"
"그런 농담은 싫어요. 그렇게되면 다른 의미로 고달파지잖아요.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남편이 병신이면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해요. 그렇다고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을 맞이했다가는 바람을 피워서 집안 문제가 될 터이고. 일을 해도 팔자 드쎈 년이라 밖에서 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네요."
"자존심도 없고 눈치는 빠르고 비위를 맞춰줄 수 있으면서 허우대는 멀쩡한 남자여야 겠네."
염미홍은 푸욱 하고 한숨을 쉬었다. 능력이야 어쨌든 그렇게 보이는 남자가 곁에 있다. 아니 처음부터 이럴 것을 의도하고 막후에 조종을 하고 있다.
"어머, 아시나요? 소개해줄 수 있어요?"
평소라면 호기심도 드러내지 않았을 터이나 술 기운을 빌어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터라 대담해진 소월하였다. 염미홍은 계획대로이면서도 떨떠름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있기는 있긴 한데."
"누구에요?"
"그 전에 대상련에 사자로 왔다는 사람."
"강무제한테 헛소리 지껄였다가 멍석말이 당했다는 그 못난이?"
소월하가 피식 웃자 형욱의 손이 움찔 떨렸다. 미간이 살짝 좁혀지는 게 거슬리는 모양이다. 잘못하면 사단나겠구나 싶은 염미홍은 손사레를 쳤다.
"얘 좀 봐. 못하는 말이 없어. 그러다 들으면 어쩌려구?"
"그쪽부터 말은 가려하라죠. 그 사람이 생각없이 지껄이는 바람에 할아버지가 투옥 되었는데."
계획대로 한 말이라면 음독시킬 어조다. 염미홍은 등줄기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하하, 그건 그럴 법하네. 뭐 같이 지내봐서 아는데 네 조건에 맞는 사람이라면 당장 그 치 밖에 없어."
"후우, 봐서요....아니아니."
소월하는 대강 대꾸하려다가 무언가 생각이 나는 듯 눈쌀을 찌푸리고 앉았다. 알딸딸한 상태라 기복이 심했지만 머리는 비상하도록 뛰어난 그녀였다.
"그 사람, 금보옥과 혼인했다고 했나요?"
"혼인 조건으로 흑룡방과 화친하러 온 것 같던데."
"그럼 간단해요. 제가 그 사람이랑 결혼해버리면 되겠네요. 그럼 난 쓸만한 꼭두각시 하나 얻는거고 대상련과 금보옥에게 물 먹일 수 있겠어요."
착시인가. 염미홍의 눈에는 우훗훗, 웃는 소월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뿔과 꼬리가 돋아난것처럼 보였다. 염미홍은 눈을 비볐다. 덕후가 소월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익히 알았다. 그러나 자신이 남자라면 절대 눈 앞의 소월하를 아내로 맞이하지는 않을 터였다. 적어도 여러 여자랑 동반하면서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불러볼까?"
"여기 있어요?"
"사실은...."
염미홍은 소월하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첫 만남부터 대상련을 지나 여기까지 와서 벌인 일을 전부. 처음에 몇 번 움찔하던 소월하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묵묵히 들었다.
"왜 사실대로 말하는 건가요?"
"속이고 싶지 않아서......랄까,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도둑질을 한 적은 분명 있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가 적이었기 때문에 수단으로 썼어. 하지만 가족끼리는 차마 못하겠어.....그냥,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지도."
"후후후. 주군은 정말 대책이 없네요."
소월하는 비난하 듯이 말했다. 술이 확깨는 한편 더 취하고 싶은 갈증이 생겨 소월하는 술잔을 따르다가 술병을 잡아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아~지금 주군이 무슨 행동을 하려는 건지 알아요? 정인을 남한테 주겠다는 겁니까. 아내가 팔푼이 남편 대신 몸을 팔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욕해도 할 말 없어."
꾸중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소월하는 더 이상 비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염미홍은 주동자가 아니다.모든 것은 막후에 조종한 나쁜 인간은 따로 있다.
"불러보세요. 담판 짓게."
염미홍은 형욱에게 눈치를 주었다. 형욱은 멀뚱한 자세로 있었다. 둘이 이야기한 사이에 술을 꽤나 들이킨 것 같았다. 자작하는 소월하를 두고 염미홍은 형욱의 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밖으로 나오니 덕후가 팔짱을 낀 채 달을 올려 보고 있었다. 형욱을 부축하고 있던 염미홍은 복잡한 시선을 덕후에게 향했다.
"꼭 해야된다니까 했지만...정말 해야 돼요?"
"내쪽에서 먼저 덮치는 일은 없을거야. 난 착한 생선이거든."
"쳇, 누가 고양이인지 모르겠네."
염미홍은 입을 삐죽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덕후는 소월하가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방에는 술냄새가 진동했다. 고개를 꾸벅이던 소월하는 멍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덕후는 염미홍의 자리에 착석했다. 잠깐 침묵 후에 소월하가 입을 열었다.
"나 기분 별로 안좋아요."
"이용당한 것 말이오?"
소월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 방 맞은 느낌이 있지만, 속고 속이는 세상에 주의하지 않는 쪽이 바보죠. 하지만 여자를 이용하다니 최악이군요. 예컨데 당신 정도라면 그 밖에 다른 방법도 많을텐데."
"그것 밖에 능력이 없어서 말이오."
"설마."
"있어보이는 척 하는 것이라면 무궁무진하다오."
덕후는 모호하게 웃더니 술을 마셨다. 알싸한 술 향기가 입가와 비강을 자극했다.
"내가 부추기지 않았더라면 그대는 강무제의 노리개가 되었을지도 모르오."
"완전히 부인하기는 힘들군요."
"혹시 내가 정면돌파로 흑룡방을 얻었더라면 정략혼의 상대가 되었을 확률이 높고. 어느 쪽이든 소월하란 인물의 성정에 맞지 않소?"
"마치 저를 많이 생각했다는 투 같네요?"
"강무제랑 달리 나는 우선권을 줄 수 있으니까."
"하, 거부권은 없는건가요?"
"거부하면 관계를 재조정해야겠지. 당신에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일 거요."
"협박하는 건가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거래요."
소월하는 눈을 가만히 감았다. 취기가 확 몰아 어질어질했다. 눈 앞의 상대더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물러가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 밑에 육감이 그러지 말라고 외쳤다.
"거래에 응하면 무엇을 줄 수 있나요?"
"천하."
덕후의 말은 짧았고 강렬했다. 그러나 소월하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성이 무뎌진 대신에 본능이 거의 예지적으로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그 어조에는 분명 야심이 없었다.
"내가 천하를 가진다면 당신이 얻는 것은?"
"관조."
"관조?"
소월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흑룡방과 자신을 얻기 위해 복잡한 일을 꾸몄다면 분명 그 자신에게 효용가치가 필요해서 였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나는 관객이오. 각본에 다소 손을 대기는 해도 기본적으로는 구경꾼 입장이지. 시커먼 남자들이 웅지를 떨치는 것보다 절세가인들이 호령하는 것이 더 그림이 되지 않겠소? 그리고 그 절세가인들이 본인과 깊은 사이라면 더 각별할 터이고."
"으음..."
"흑룡방은 그대와 염미홍 것이오. 간섭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공자가 딱히 간섭하지 않아도 이대로라면 저절로 무너질 거예요."
소월하의 냉소에 덕후는 제안을 하였다.
"그렇다면 그대의 입지를 강화시킬 동맹을 제안하겠소."
"동맹이라....혹시 금보옥과?"
"그렇소. 어떻게 그것을?"
덕후가 놀란 얼굴을 하자 소월하는 으쓱해졌다.
"대상련의 사자의 신분으로 오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제 입장에서 손잡아도 먹히지 않을 관계라면 대상련 밖에 없으니까요. 지난날의 부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문제지만."
"과연 총명하군."
"그래봐야 부처 손바닥의 손오공 신세죠."
소월하는 빈정대저니 탁자 괸 팔에 비스듬히 머리를 기댔다. 누가봐도 고혹적인 자태였다.
"이제 날 안을건가요?"
"그 전에."
덕후는 품에서 비수를 꺼냈다. 그리고 탁자에 꽂았다. 비수는 두부를 가르는 것처럼 탁자에 쉽게 박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걸로 날 죽이시고 없던 일로 하면 되오."
소월하는 그 비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새파란 한광을 머금은 비수는 보기에도 이름 난 명장이 만든 것 같았다. 소월하는 가만히 그 비수를 뽑았다. 그리고 덕후의 목에 소월하는 비수를 가져다 대었다. 이대로 찌르기만 하면 덕후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소월하는 그 반 치의 간격이 그 어떤 갑옷보다 뚫기 어려웠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요?"
"중도 퇴장이라면 아쉬움은 있긴 하지만. 미녀를 얻는다면 목숨을 걸어야 남자 아니겠소."
"목숨이 아홉개라도 되는가보군요."
소월하는 비수의 방향을 바꿔 덕후의 손등에 비수를 꽂았다. 피가 튀었다.
"음!"
고통에 덕후의 눈쌀이 찌푸러졌다.
"날 안는 대가로 좀 약하지만 이 정도로 해두죠."
"....그, 그렇소?"
"어머, 손가락을 다 잘라버리고 싶지만, 내 사람이 병신이 되면 안되니까 사지는 멀쩡히 남겨두는 거라구요? 관조하겠다는 말을 지켜요. 나와 천하를 다툴 일이 생기면 그땐 정말 수단방법 안 가리고 죽여버리겠어요."
표독스럽게 말하는 소월하의 모습을 덕후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돌연 입맞춤을 하였다. 갑자기 숨을 맞가 소월하는 몸부림을 쳤지만, 입안에 놀리는 설육에 이상야릇한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저항을 그쳤다.
입을 뗀 덕후는 소월하를 눕혔다. 주향으로 술떡이 된 상태라 향기로운 체취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짐승 같은 욕정을 자극시키는 최음약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덕후는 소월하의 가슴 가리개를 벗기며 젖가슴에 손 아귀에 넣으며 짖뭉겠다. 큰 가슴은 아니었지만 막 피어나는 처녀의 그것인지라 생고무와 같은 탄력이 있었다. 덕후는 유방을 거침없이 주무르면서 분홍빛 유두를 꼬집거나 비볐다.
소월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분홍빛 돌기가 딱딱해지기 시작하자 덕후는 입안에 머금고 혀로 굴리며 쎄게 빨았다. 아리고 얼얼한 느낌에 소월하는 덕후의 머리를 붙잡으며 밀치려고 애를 썼다. 소월하의 거부를 받아들였는지 덕후의 머리가 가슴에서 떨어지며 밑으로 향했다. 가슴 아래에서 배꼽으로 그리고 그 밑에 고의를 벗기고 불두덩 아래 비처로 잠입해갔다.
“아으...."
대음순을 열고 새싹을 혀로 탐색하자 소월하의 상체가 바르르 떨렸다. 하얀 피부가 술기운과 난생 처음 맛보는 도착적인 쾌락으로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손가락을 넣어 질액이 촉촉히 젖어들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덕후는 다시 올라타 소월하와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자지를 정조준하여 힘을 뺐다.
소월하의 입에서 학, 하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중간에 막이 있는 것 같았지만 덕후는 개의치 않고 힘껏 들이댔다. 귀두부터 자지로 조여오는 압력이 만만치 않았다. 하체를 들자 쭈욱 하는 느낌과 함께 여린 대음순 살이 말려들어가다가 다시 딸려나왔다. 다시 진입하자 따스한 느낌이 다시 음경을 휘감았다.
“하윽! 아으으으….”
덕후가 피치를 올리자 소월하의 입에서 연달아 신음이 터져나왔다. 처음에는 아프던 것이 덕후가 입과 한 손으로 귀신같이 탄력있는 몸 곳곳에 숨은 성감대를 찾는 수고를 거듭 한 덕분 변화가 찾아왔다. 본디 남녀의 첫 경험의 쾌락은 반비례한다. 소월하가 느끼는 쾌감은 정석대로라면 거의 느낄 수 없는 반응이나 공략본을 쥔 덕후이기에 삽입의 아픔도 잊을 수 있는 성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깔린 압박감과 상하 율동, 아랫도리에 이물질이 파고든 아픔 외에 차츰 쾌락의 불씨가 당겨지기 시작한 것이 증명이다. 몽롱한 가운데 어느새 탐닉을 위해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소월하의 입에서 가픈 숨소리가 터져나왔다. 술과 피 그리고 정사의 거친 신음으로 미친 듯이 서로의 육체를 탐했다.
순간 덕후는 양물에 신호가 온 것을 느꼈다. 뿌리째 담그려는 듯 소월하의 몸에 깊숙이 묻었고, 소월하는 쾌락의 근원을 받아들이려는 듯 덕후의 몸을 힘껏 껴안았다. 시야가 아찔해지면서 소월하는 현기증을 느끼며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소월하가 혼절한 비슷한 상태에 빠진 뒤로 한참 안고 있던 덕후는 가만히 몸을 일으켰다. 창으로 비친 달빛 아래 보지와 자지가 서로의 체액으로 번들거렸다. 덕후는 소월하에게 옷을 입히고 자신의 장의를 그 위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하의만 입은 채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달빛 아래 덕후는 손바닥에 박힌 비도를 천천히 뽑았다. 섹스 동안 응혈 되었던 상처가 터지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달빛 아래 비추었다.
상처는 살아있는 것처럼 아물기 시작했다. 세포 조직이 상처난 혈관을 복구하고 힘줄을 이은다음에 근육과 피막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아갔다. 내공이 있으면 상처가 몇배 빨리 아문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시간을 거꾸로 감은 것처럼 그로테스크 하였다.
"박혔을 때는 좀 아팠는데 이제는 간지럽지도 않군."
소월하가 깨어나기 전에 붕대로 손을 감아야겠다고 중얼거린 덕후는 정사의 나른한 느낌을 유지하며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먼동이 터올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다음 편은 기요스 동맹(...)
서문에 따로 안적었는데, [德厚の野望]은 오직 네이버3에서만 연재합니다. 나중에 수정할 일이 생길 때 복수 연재 상태면 매우 성가시기 때문에 한 군데에만 연재할 겁니다. 다른 곳에서 봤다하면 100% 불펌입니다. 발견하면 대신 아낌없이 후장에다 좆까를 해주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