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11
** 白雲俠 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11 **
제 11 장. 과욕(過慾)이 화(禍)를 부르다.
「아학.. 학.. 허흑..! 소장주.. 으으으.. 좀 더.. 조금만 더..!」
「새어머니.. 억.. 끄으윽.. 끄으으으..!」
음행(淫行)의 열락(悅樂)에 젖어들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는 아화부인(娥花婦人)과
모용경(慕容敬) 두 사람은 이제 수린(秀璘)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그러하니 수린(秀璘)의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수린(秀璘)의 몸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붉은 연기가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을 추호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육욕(肉慾)의 향연(饗宴)에만 정신이 뒤집혀 교성을 내뱉고 있는 두 사
람을 향해, 살며시 실눈을 뜨고 바라보던 수린(秀璘)이 오른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붉은 연무가 그림자처럼 움직여 두 사람이 서로 엉켜 밀착되어 있는 음문의 계곡
속으로 스르르 다가가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어윽.. 컥..!」
「꺅.. 꺄악..!」
정신없이 요분질을 하던 아화부인(娥花婦人)과 허리를 튕겨가며 들이밀고 있던 모용경(慕容敬)
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화동(火童)이었다.
수린(秀璘)은 체내에 잠재한 화동(火童)을 불러내 화영(火影)을 만들어 그들이 음행(淫行)을
저지르고 있는 그때를 틈타 두 사람의 음혈(淫穴)을 파고들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한 순간 비명을 지르던 아화부인(娥花婦人)과 모용경(慕容敬)..! 그러나 눈 깜짝할 그 한 순간
이 지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다시 열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욱 세차게 쾌락 속으로 젖어드는 두 사람의 행동이었다.
「끄으으으으.. 흐흐흡..!」
수린(秀璘)의 꼭 다문 입술 속에서도 조그만 숨결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수린(秀璘)의 눈앞에
서 벌어지고 있는 광란(狂亂)의 유희(遊戱)..! 그 광경을 바라보는 자신도 달아오르는 열기를
어찌 할 수 없어 꿈틀거리는 욕정을 스스로 달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에 음심(淫心)이 발동할 때마다 화동(火童)이 너를 괴롭힐 것이다 라던 스승
삼봉아(三封兒)의 말.. 과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화부인(娥花婦人)과 모용경(慕容敬)의 격렬한 방사(房事)를 지켜보고 있던 수린(秀璘)의
나신이 점점 열기에 달아오르며 아래에서 부터 치밀어 오르는 음기(淫氣)가 하복부를 지나 목구
멍까지 관통을 하는 것 같은 음욕이 발광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음욕을 스스로 운기(運氣)를 하여 겨우 다스리며 급히 화동(火童)을 불러내 두 사람의 음심
(淫心)속에 자신의 음욕을 가두어 버린 것이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화동(火童)의 영(靈)에 열락의 노예가 되어 그들의 머릿속은 아무것도 인지
를 하지 못하고 오직 범방(犯房)의 교접(交接)만 전념을 하고 있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정신없이 음행을 이루어 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수린(秀璘)은 자신의
나신에 찍혀있는 구첩(九疊)의 장흔(掌痕)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틀린다. 이 상흔(傷痕)은 아니다. 그렇다면 모용(慕容)이라 적혀있던 글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수린(秀璘)의 눈동자는 깊은 의문 속에 빠져드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수린(秀璘)의
입술이 눈에 뜨이지 않게 조금씩 달싹거리고 있었다.
운우지몽(雲雨之夢)의 환락(歡樂)에 정신이 없는 두 사람을 향해 조용히 전음(傳音)을 보내고
있는 순간이었다.
(모용경(慕容敬).. 그리고 후실이라 불리는 부인(婦人), 두 사람은 언제나 이 모용세가(慕容世
家)의 장주인 모용환(慕容煥)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해 단 한 가지도 빠짐없이
나에게 보고를 해야 할 것이오. 그 동안은 화동(火童)의 영(靈)이 그대들을 다스리고 있을 것
이오..!)
* * * * * * * * * *
「어찌 이리도 늦는 것인가..?」
모용세가(慕容世家)를 떠나 하북, 하남을 거쳐 호남성(湖南省)에 자리한 중원제일의 거호(巨湖)
동정호(洞庭湖)에 도착한 모용가(慕容家)의 장주 모용환(慕容煥)은 이제 기다리다 지쳐 넘실거
리는 동정호수의 물결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용환(慕容煥)의 곁으로 머리에 검은 두건을 쓰고 회색 도포를 걸친 도인 차림의 사내가 말
없이 다가섰다.
「모용장주님.. 저의 환중(喚重) 사숙께서 말씀을 전해 올리라 하셨습니다.」
모용환(慕容煥)이 반색을 하며 돌아보았다.
「오.. 환중(喚重)도우께서 보내신 분이시오..? 그래 전할 말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이곳에서 모용환(慕容煥)과 만나기로 한 환중도인(喚重道人)이 무슨 사정인지 나타나지 않고
사람을 보내 연락을 전하는 것이었다.
「사숙께서는 도저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까지 올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하시며 저에게 모
용장주님을 만나 뵙고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허허허 그때도 그리 했으니 조심스럽기도 하겠지..! 그래 어디로 오라 하던가..?」
모용환(慕容煥)은 그 처지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예.. 빈도를 따르시면 됩니다.」
「알았네..! 어서 앞장을 서시게나...!」
「예.. 따르십시오..!」
두 사람이 밤을 도와 달려온 사천성(四川省)의 성도(成都)..!
그 서북쪽의 민강(岷江)과 타강(陀江)의 줄기가 서로 방향을 달리하며 백화가 만발(百花)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도강언(都江堰)에 당도한 모용환(慕容煥)과 회의(灰衣)도인은 제방
(堤防)아래의 아담한 여숙(旅宿)에 들어 새벽잠을 청하고 있었다.
「장주님 피곤하실 테니 우선 한숨 주무십시오. 오시(午時;오전11시 오후 1시)쯤 되면 저의 사
숙께서 이곳에 도착하실 것입니다.」
* * * * * * * * * *
도강여숙(都江旅宿)의 일층은 손님이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안쪽 한구석
자리에 앉아 단촐 한 음식에 말없이 술 한 잔씩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 모용환(慕容煥)과
환중도인이었다.
환중도인은 입으로는 술을 마시면서도 연신 여숙의 손님들을 힐끗힐끗 살펴보고 있었다.
「무엇을 그리 불안해하시오..! 이곳에는 수상한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소이다.」
모용환(慕容煥)의 말에 환중도인은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며 얼굴을 마주보았다.
「모용장주..! 무슨 일로 빈도에게 급히 만나자는 전갈을 보냈소이까..?」
그 일이 있은 후, 서로 극히 만남을 피해 왔던 두 사람이 아닌가..! 두문불출(杜門不出) 하듯
한사람은 심양(沈陽)을, 또 한사람은 청성(靑城)을 벗어나지 않은지가 어언 오년 가까이 되는
이들이 오늘은 이곳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환중도우..! 우리의 족적을 정탐(偵探)하고 다니는 인물이 있다는 소문입니다.」
그 말을 들은 환중도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뭐.. 뭐라고 했소 장주..? 그 사람이 우리의 행적(行蹟)을 알고 뒤를 파헤치고 있다는 말입
니까..?」
「아니.. 그때의 인물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 같소만..! 어느 여인이
강호 일곱 문파의 장흔(掌痕)을 살피고 다닌다는 소문입니다. 일곱이라 함은 아마 천산에서의
일곱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닌지..! 또 그날 시신에 남겨진 장력의 흔적을 캐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하여 만나자는 연락을 드린 것입니다.」
「에이.. 이보시오 모용장주..! 그날 빈도는 손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장주께서 잘 알고 계시
지 않소..!」
「그렇지요..! 나도 손은 쓰지 않았소이다. 그렇다면 시신에 남겨진 손자국은 분명 다섯 개
뿐이었을 터..! 그러나 일곱 문파를 살피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서..!」
천산에서의 두 사람이 저지른 행위를 서로에게 확인시켜 가며 그날의 변명거리를 함께 찾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를 그곳까지 인솔해간 그 사람의 정체는 알아 보셨소이까..?」
「전혀 알 수가 없었지요. 괜히 우리 두 사람만 정체가 노출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심코
그 검(劍)을 지니고 나섰던게 빈도의 불찰이었지요..!」
함께 천산까지 달려간 일곱 명의 무인들 중 이 두 사람의 정체만 강호에 알려진 것이 아닌가하
여, 그 두려운 마음 때문에 급히 연락하여 만나고는 있으나 별 신통한 방법이 생각나는 것도 아
니었다.
「허허 참..! 우리 두 사람은 단지 조그만 욕심 때문에 그곳까지 그들을 따라 갔던 것..!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호에 누가 알아 우리의 변명을 해줄꼬..!」
「푸훗..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니..! 우리가 그놈의 강압에 못이겨 발가 벗겨진 그 몸뚱이에 저
지런 음행은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서로의 입막음을 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저지른 겁간의 음행..!
그일이 설사 강요에 의한 행위였다고 해도 결코 용서받지 못할 짓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
하고 쓴웃음 흘린 두사람이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소문에만 휘말린 두 사람이 서로의 처지가 한심스럽다는 듯 애꿎은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에이.. 내 처지라니..! 그날 동정호(洞庭湖)로 유람만 가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가
않았을 것인데.. 쯧쯧..!」
모용환(慕容煥)이 혀를 끌끌차며 오년 전 동정호반의 유람선위에서 우연히 자신의 곁에 다가온
검은 복면의 거한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우연을 가장해 모용환(慕容煥)에게 접근한 그때의 상황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연나라 왕족의 후예인 모용가(慕容家)..!
스스로 왕손이라 자부하며 일가(一家)를 이루었으나 세상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세월이 변하여 사람들에게 만이(巒夷)라 불리며 천시를 당하는 모용세가(慕容世家)..! 모용환
(慕容煥)은 동정호(洞庭湖)의 배위에 서서 뱃전을 스쳐 지나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울분을 삭이
며 서서히 가슴 속에 웅심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무림(武林)을 내 손아귀에 넣어 강호(江湖)를 호령하면 아무도 우리 모용가(慕容家)를
업신여기지 못하겠지..!)
마음속으로 결심을 다져가는 그 순간..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그 검은 복면인이 말한 `장진도
란 한마디에 혹(惑)해 두말없이 그를 따라 나선 곳이 남해..! 그러나 그 발걸음에는 소문만 무
성했고 아무득도 얻지 못한 채 오늘의 이 답답함만 가득 손아귀에 쥔 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보시게 환중도우..! 어찌됐던 우리는 입을 꾹 다물고 비밀을 지키는 수밖에 없을 듯 하오.
혹여 무슨 낌새라도 보이면 재빨리 서로 연락을 하도록 합시다..!」
「어어.. 뭐라 하셨소..? 그렇지..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요. 서로 긴밀하게 소식을 주고받도록
합시다.」
「어허.. 환중도우..!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느라 이사람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도
못하오..? 말씀해 보시구려..!」
환중도인 역시 술잔을 손에 든 채 오년 전의 상념에 잠겨 모용환이 하고 있었던 말조차 흘려
듣고 말았던 것이었다.
「죄송하외다 모용장주..! 빈도도 그날을 생각하느라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소이다.」
「쯧쯧..! 그리도 답답하시다면 이참에 털어놓아 보시오. 도우(道友)께서도 은연중 사립거한의
말에 혹하신 것은 아니오..?」
모용환의 말에 깜짝 놀란 환중도인이 긴 한숨을 내 쉬며 입을 열었다.
「휴우..! 말씀 드리지요. 어느날.. 사문의 일로 하산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쉬기 위해
우연히 객잔에 들렸던 날이었지요. 그 때 나와 만났던 무림인은 단 한사람 이었습니다. 내 귀에
구석 자리로 옮겨 오라는 전음이 조그맣게 들려왔습니다. 전음의 방향으로 힐끗 바라보니 사립
을 눌러 쓴 무림인이 한사람 앉아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그래서..?」
「빈도가 그 사립거한의 말에 홀렸던 게지요. 허허참.. 그날 하산만 하지 않았더라도..!」
더 이상은 말을 하지않고 입을 꼭 다무는 환중도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