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른 건 몰라도 속옷은 이쁜 거 입어(안 야함)
예전에 사귈 뻔한 여자친구(말그대로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같이 알고 지내던 친구들 10여명 정도 서울 근교산 놀러갔었더랬죠. 예약해놓은 펜션에 짐 풀어놓고.
정상까지 땀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 내려와서 본격적인 술판을 시작했는데
이날따라 술 마시는 게 싫어서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쯤 나와서 겨울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이 친구가 술에 꽤 취한 채 나와서 제 옆에 앉았습니다. 술 깨러 나왔나보다 싶어서 별로 신경 안쓰고
계속 잡념에 빠져 있었죠. 그런데 이 녀석이 계속해서 말을 거는 겁니다. 생각을 방해받기 싫어서 무성의하게 몇마디씩 받
아주면서 그X 빨리 안들어가나 속으로 짜증을 내는 상태였죠. 무슨말인지도 잘 듣지도 않고 건성거리고 있었는데
귀에 번쩍 들어온 말이 있었습니다. 제목처럼 나 다른 건 몰라도 속옷은 이쁜 거 입어. ^^ 당시 그 아이 옷차람은 면 츄리닝
차림. 속으로는 이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하나 생각하면서 설마 봐달라는 이야긴가.. 긴가민가 하다가 둘이서 1시간을
멍하니 앉아있었더랬죠. 결국 그 아이가 속옷은 이쁜거 입는지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해볼 기회는 있었는데 친구 하나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안 했죠. 그래도 가끔씩 생각이 납니다. 이 아이가 왜 나한테 그런말을 했는지. 속옷을 봐달라는 이
야기 였을까요. 그때 봐주지 않는 게 잘못이였는지. 지금은 결혼한 사람들이 그렇 듯 경조사 있을때나 가끔 연락하는
처지지만 혹시 그때 속옷을 봐줬다면 다른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을까요. 잠은 안오고 잡념만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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