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쵸비와 젠지에 대한 생각
사실 월즈에서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상대적으로 모자란 동료들을 데리고 우승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합니다.
심지어 13페이커도 그렇게 우승하지 않았죠. 사실 전지전능하다? 이것도 13쯤 페이커나 14마타를 제외하면 전지전능한 이레귤러는 불가능이라 보구요.
결국 롤은 메타도 중요하지만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잘 나눠온 팀이 그것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 이기는 게임입니다.
처음에야 이 역할들이 포지션 별로 정해져 있었다지만, 시간이 흐르며 많은 변화가 일어나죠.
각 포지션이 기존에 수행했던 역할을 바꿔서, 탑에서는 탱커보단 딜러가 주력인 역할이 된다던가. 서폿2 수준이었던 정글이 팀의 핵심 무력이 되는 일도 일어납니다.
하지만 특정 팀이 어떤 메타를 주도하여 우승했다 한들, 다음 해에 그것을 베껴서 시도하지 않습니다.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에 맞춰 그 역할군을 잘 나눠서 수행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그런 것을 따라하려 할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실제로 씨맥이 17-18의 흐름을 보며 19때 탑에 무력을 넣는 컨셉을 무리하게 넣으려
섬머 2라운드에 주전을 바꾸는 선택을 했지만, 결국 19 월즈를 거머쥔 팀은 단단함의 김군이었죠. 19의 fpx를 20담원이 따라하지도 않았구요.
그런 점에서 쵸비와 올해 젠지는 정말 그것을 잘 나눈 스쿼드였습니다.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탑-서폿과 선명한 채색을 더할 정글-미드-원딜까지 잘 나누었으니까요.
물론 쵸비정도의 확실한 피니셔가 있는 팀에서 굳이 3명의 딜러를 넣을 이유가 있나 싶기도 했고, 리헨즈가 고저차가 큰 축구판의 구티같은 선수이긴 했지만, 결국 스프링-므시까지 그들이 구상한 역할군을 정말 잘 소화해냈고 2개의 우승을 거머쥡니다.
다만, 월즈에서 힘들었던 건 그 역할을 바꾸려고 시도하여 벌어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시로 쵸비의 사일이나 캐니언의 스카너같은 부분인데
쵸비가 초창기에 이런 챔프를 진짜 맛깔나게 쓰긴 했지만, 어느 정도 스타일을 정립한 이후로 대표적인 이미지는 안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혼돈의 이미지와 가깝다면, 쵸비는 평온함을 유지하여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미지에 가깝죠.
쵸비를 보유한 팀에게 무너지는 팀들의 대개 양상이 그렇습니다. 항상 성장 곡선이 멈추지 않고 우상향 하는데, 이 친구가 잡은 챔프가 우상향했을 때 우리는 사이드 혹은 한타가 답이 없다. 그래서 지금 해야 된다. 하다가 스스로 넘어져 버리죠. 사실 스스로 넘어지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넘어뜨리니까요.
근데 이번 월즈의 아리나 사일은 피니셔라기보다 메이커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 챔프를 쵸비가 못써요라기 보다, 롤이라는 게임이 한달 전과 오늘이 패치 노트에 따라 챔프 밸류나 성향이 완전히 바뀌는 게임입니다. 미세한 스탯 조정, 계수변화로 초중후반 밸류가 모두 바뀌는 게임이고 이번 월즈 버전의 아리나 사일은 후반 고밸류 챔프가 아닙니다. 근데 이런 챔프를 주는 순간 쵸비가 뿜어낼 수 있는 아우라가 사라져버리죠.
이 아우라가 없다면, 월즈 8강쯤 진출한 팀 정도 입장에선 냉철함만 유지하면 됩니다. 너와 나의 현재 파워 차이, 자리 선점, 시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력에 그 어떤 미래 변수나 불안함을 더할 이유 없이 현재로만 싸워도 되니까요.
젠지는 월즈에서 밑그림을 채색 전문인 정글에게 그리게 하고, 서폿은 하필 저점이 떴고, 미드 에겐 천장을 정해둬서 셀프 디버프를 넣어줬죠.
젠지의 색깔이 아예 못쓸 수준이다? 라고 하기에 blg t1 플퀘 웨이보 등 8강팀들은 자기 색채를 유지하면서 그중 오피 챔프에 대한 티어 정리 및 상대의 색깔을 흐리는데 집중하죠. 사실 티원이 메타만 생각한다면 승률 35퍼를 기록하는 스몰더를 굳이 밴할 이유가 없거든요.
저는 쵸비가 월즈우승을 못할 미드라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쵸비의 방향성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월즈 우승자들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증명하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결국 언젠가는 우승할거라 생각해요.
다만 좀 더 스스로 본인을 어필할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약간, 어.. 상대한테 OO주면 불편해? 그럼 내가 할게 느낌으로 받다가 본인 색깔 잃어버리는 게 종종 나오는데, 차라리 사일, 아리가 좋은건 OK, 근데 나는 확실하게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성장을 보여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그냥 트타 줘, 사일주면 한타 피곤하다고? 아냐 어차피 그래도 넥서스는 우리가 밀어 이런 어필을 강하게 한다면,
그때 진짜 쵸비는 개화하겠죠.
페이커 팬이지만 폰 이후로 가장 강력한 숙적인 쵸비의 개화도 이스포츠 팬으로써 응원하는 입장이고
오랫만에 가져온 msi까지 젠지도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진짜 msi 계속 lpl에 주는게 너무 싫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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