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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그네 <17부>

17부-사전작업.


딸칵…딸칵…

은채는 초조한 마음으로 클릭을 했다.오늘이 발표날이니,홈페이지에 접속자가 폭주를 하는 모양인지 평소보다 인터넷이 더더욱 느린것만 같았다.그녀의 맑은 눈망울은 연신 모니터를 향해 있었다.언제나 처럼 단아한 복장에,뭇 남성들을 설레게 할 청순함을 지닌 그녀의 고운 손에는 준후의 수험표가 들려 있었다.

“어휴..참..왜이렇게 느린거지?”

은채는 의자에 앉은채로 발까지 동동 굴렸다.자신의 아버지인 강회장이 말한 대학 말고는 원서조차 쓰지 않았다고 한 준후였다.그녀가 확인하고 있는것은,다름 아닌 준후가 지원한 학교의 경영학부 홈페이지였고,은채는 합격자 명단에서 준후의 수험번호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언니 뭐해?”

은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집에서입는 편안한 트레이닝 복에 나시티를 입고 있는 은수가 고개를 갸웃해보이며 은채에게 다가갔다.그녀의 손에는 은채를 주려고 가져온듯,오렌지 쥬스 한컵이 들려 있었다.

“언니 이거 마셔.”

“응..응.”

“이거 뭐하는건데?”

“준후학교 합격자 발표.”

“아..”

은수는 준후의 이름이 나오자 호기심어렸던 표정에서 금새 굳어져 버렸다.은하와 준후와의 그 광경을 목격한지 벌써 몇주일이 지났지만,은수의 머릿속에서 그것은 떠나지 않고 있었다.게다가 준후역시 은수에게 별로 말을 붙이지 않았다.붙이지 못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그날이후로 은수는 왠지 준후와 은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으니까.

“어머!”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얼굴이 벌게져 버렸던 은수는 은채가 내지르는 탄성에 살짝 놀라 앞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손뼉까지 치며 좋아하고 있었다.

“왜그래?”

“있어!준후 수험번호!”

“그..그래?오빠 합격인거야?”

“응!와..준후 진짜 열심히 했나봐!”

은채는 환하게 웃으며 은수의 손을 붙잡았다.여자가 보기에도 너무나 이쁜 그녀의 얼굴이지만,은수는 어정쩡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은수 너 표정이 왜그래?준후가 좋은대학에 붙었는데.”

“응?내가 뭘..”

“어머?얘좀봐?얼굴까지 벌게져가지고..무슨일있어?”

“아..아냐 그런거.”

“은수야.준후방에 가서 합격했다는거 알려줘.”

“내..내가?”

“응…근데 왜그래?”

은수는 괜시리 당황하며 안절부절 했다.은채가 빤히 바라보자,은수는 왠지 자신이 수상하게 비춰질까봐 얼른 고개를 돌려버린다.

“알았어.합격했다고 말해주고 오면 되지?”

“아..응.”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은수를 보며,은채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금 화면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은수는 밖에 나가서도,한참을 망설이며 쉽사리 계단을 올라가지 못했다.예전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준후의 방이었고,준후가 옷을 갈아입을때 학용품을 빌려가기도 했지만,지금은 왠지 준후의 방에 가기가 너무나 꺼려지고 있었다.

‘진짜…큰언니랑 그걸…’

은수는 아직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지울래야 지울수 없을 것이다.정말일까 하는 마음에 은하의 방에 가보았을때,그리고 마치 자신을 위해서 열어놓은 것처럼 빼꼼히 열려있는 방 문틈으로 처음 은하의 방을 들여다 보았을때의 그 충격은 은수는 절대 잊을수 없을 것이다.

당시 준후는 은하와 실한오라기 걸치지 않은채로 뒹굴고 있었다.카리스마 있던 자신의 큰언니는.고분고분 준후의 온몸을 핥아주기까지 했다.그리고 그녀의 꽃잎안으로 들어가던 거대한 준후의 물건.그 광경은 정말 어린 은수에게는 큰 자극이자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은수가 준후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단순히 그것을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남자한번 사귀어 본적없는 은수에게,이상하게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었다.특히 자기전에 침대에 누웠을때가 가장 심했고,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항상 그녀의 심장은 계속해서 뛰었다.

‘그..그냥 전해주기만 하고 오면 되는거잖아.별것도 아니고.’

은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계단위를 올라갔다.더 떨려서 그런건지,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이 목조의 계단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그런 그녀를,주방에서 일을 마친 미진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뭔가 이 집에서 일어나는거 같기는 한데.’

미진의 표정이 약간은 사늘하게 굳었다.그녀는 잘은 모르지만,30대의 직감으로 어느정도 알수 있었다.이 집안의 여자들의 분위기가,요새들어 심상치 않다는 것을.그리고 그 중심에 준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미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게다가 기주는 자신이 준후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안 이후부터,자신의 부하 몇명을 집근처에 배치해 두고 있었다.

‘분명.세 자매들중 하나가 준이..아니 준후와 심상치 않은 관계에 있어.’

미진의 표정은 제법 심각해졌다.나름 계획을 세우고 이 집안에 들어온 것이다.가정부나 하면서 늙어갈만큼,미진은 그런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조금더 두고 봐야겠지.아직 어찌될지 모르는거야.’





“휴우…”

은수는 귀엽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기를 내어 노크를 하고 들어갔을때.준후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잠옷들을 봤을때,준후는 일찌감치 집을 나간 모양이었다.

“오빠..”

은수는 괜시리 욕실에도 준후가 없을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그를 한번 불러보았다.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런 은수의 시선에 책상위에 놓인 컴퓨터가 들어왔다.

은수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리고는 살짝 준후의 방문을 나서,그 앞에 있는 은하의 방문에 살짝 귀를 데었다.당연하게도 자신의 일을 갖고 있는 은하는 나간지 오래였다.워낙 불규칙적인 횟수로 집으로 오기에,이 시간에 그녀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빼꼼히 난간으로 고개를 내밀어,1층에도 자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은수는 얼른 준후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아씨..내가 왜이러지.’

이상하게도 자신을 질책하는 이 상황에서도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그때 보았던 그 동영상.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그 날의 기억. 은수는 호기심과 도덕사이를 쉴새없이 저울질 하고 있었다.그녀가 손톱을 물어 뜯으며 초조해 하는 사이에,준후의 컴퓨터가 부팅과정을 끝내고 있었다.

‘여기..였나?’

은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준후의 폴더들을 뒤져 나갔다.당시 준후는 아마 최신 파일이 그 파일로 되어 있는것을 보고는 누군가가 동영상을 봤다는것을 알터였다.거기 까지 짐작이 간 은수는 동영상의 현재 최신파일을 체크했다.다시 나갈때에 그것을 재생하고 나서 바로 끄면,그 파일이 최신파일이 될것이었다.게다가 열어본 파일 역시 지워버리면 그만일 것이다.머리가 좋은 준후이니 만큼,항상 덜렁대는 은수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있다..’

클릭을 하는 그 순간까지,은수는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동영상을 보려 하는지 본인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너무나 보고싶었다.그저 야한게 좋아서 보고싶은것이 아닌,알수없는 호기심이라 해야 옳았다.

딸칵.

은수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동영상중 하나를 클릭했다.곧이어 플레이어가 뜨면서,화면은 밝아지기 시작했다.은수의 눈망울이 급격하게 떨린다.너무나 야한 은하의 표정.낮선남자의 시커먼 자지를 연신 입으로 빨고 있는 그녀를 보며,은수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가려버린다.그러면서도 그녀는 손가락틈으로 슬금슬금 동영상을 바라보았다.

-흑!아흑!-

너무나 야릇한 은하의 신음소리.은수는 깜짝 놀라 스피커의 볼륨을 줄였다.황급히 문쪽을 바라본 그녀였지만,다행히 문은 꼭 닫혀져 있었다.

‘정말…저런 신음소리를 낼 정도로 기분이 좋을까?’

은수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리고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동영상속의 자신의 큰언니를 바라보았다.십년이상 같이 지낸 은하에게서,저렇게 기분좋은 표정은 처음보는 것이었다.은수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허벅지를 비틀었다.

‘또 기분이 이상해졌어..’

은수는 그날밤 준후와 은하를 보고 자신의 방안으로 후다닥 들어왔을때,속옷이 흠뻑 젖은것을 보며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왠지 지금도 그런 비슷한 신체의 변화가 오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건뭐지?’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에 동영상을 끄던 은수는 파일명이 날짜로 되어있는 영상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거..며칠전이잖아.’

은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전에 없던 동영상이 틀림없었다.어째서 또 한편이 추가된 것일까.형식적으로 또 한번 주위를 둘러본 은수는 떨리는 손으로 그 동영상에 마우스를 가져가 더블클릭했다.

몇초의 시간이 흐르고,동영상이 시작되었다.어두운 화면이었던 배경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이건..’

은수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여태까지의 동영상과 배경 자체가 달랐다.저장되어 있던 은하의 동영상의 배경이 항상 그녀의 오피스텔이었던것에 비해,최근 촬영된 듯한 그것의 배경은,다름아닌 지금 은수가 있는 준후의 방 건너편,은하의 방이 었기 때문이었다.은수는 멍해진 채로 동영상을 응시했다.침대위에 누워 다리를 벌린 은하의 모습.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로 있었다.

-이거..꼭 찍어야해?-

-말 많네.어서 해봐.-

영상에서는 당혹스러워 하는 은하의 목소리와,재촉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수가 바보가 아닌이상,그것은 준후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은수가 충격에 휩쌓일 틈도 없이,동영상에서 은하와 준후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근데 왜 자위하는걸 찍어?-

-다 이유가 있으니까.자 해봐.자연스럽게.-

은하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곧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이윽고 그녀의 하얀 손가락은 예쁘게 피어있는 그녀의 꽃잎위로 향했다.은하는 은근하지만 익숙한 손길로 자신의 몸을 매만지기 시작한다.은수의 눈망울은 심하게 떨려왔고,이윽고 다시금 진정되었던 심장이 벌컥거리기 시작했다.

-신음도 좀 하면서 해봐.-

-흐응…아앙..-

-기분이 어때?자위하니까?좋아?-

-응 좋아…흐응..-

-제대로 해봐,나 없을때 종종 하는거 다 알아-

대화 하나하나,은하의 동작하나하나가 은수에게 있어서는 큰 충격이었다.왜일까.섹스를 실제로 보는것보다 더 큰 데미지다.어째서,어째서 준후가 이런 동영상을 은하를 시켜 찍는 것일까.그리고,어째서 자신의 큰언니인 은하는 몸을 베베꼬며 교태섞인 신음을 하는 것일까.

-하앙..흐응!-

은하의 꽃잎이 조금씩 젖어드는 것을 은수는 똑똑히 볼수 있었다.친절하게도 촬영자로 보이는 준후가 클로즈 업까지 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처음에 망설이던 은하는,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신음소리의 강도가 커져만 갔고,자신의 가슴과 보지를 주무르는 손길역시 은밀해져 갔다.은수는 심장이 터질것처럼 쿵쾅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자위라는..거야?근데 왜 어째서 이런 영상을..도대체 왜..’

은수는 서둘러 영상을 꺼버렸다.자꾸만 보고 있자니 자신도 이상해지는것만 같았다.황급히 원래 준후가 보았던 영상을 플레이 시키고는 곧바로 플레이어를 꺼버린 은수는.최신파일마져 삭제해 버리고는 서둘러 컴퓨터의 전원을 꺼버렸다.

‘나 왜이래..’

연신 쿵쾅거리는 은수의 가슴,얼굴이 벌게져 버린채로,그녀는 서둘러 준후의 방을 나서버렸다.








“이제 대학생인거냐?”

기주는 맥주를 홀짝거리는 준후를 보며 피식 웃었다.그날만큼은 준후도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피식 웃으며 기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아까 확인했어.붙었더라.”

“대학생이라..경영학과.좋네.”

“좋긴 뭘.내 꿈하곤 전혀 상관없는 길인데.”

“그럼 왜가는거냐?”

“글쎄.꼭두각시 역할로 온이상 이름값을 해야하지 않을까?”

준후의 말에 기주는 무심히 그를 바라보았다.준후의 집앞,기주의 차안에서 준후는 맥주를 홀짝 거리며 앉아 있었다.

“너는?요새 일 잘되가냐?”

“그냥…뭐…깡패가 무슨 일이 있겠냐.그냥 시키면 하는거지 뭐.”

기주는 대강대강 대답하면서도,연신 준후의 집을 살피고 있었다.

“야 준아.”

“어.”

“너는 너네 부모님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 해본적 있어?”

“뜬금없이 무슨소리야?”

“그냥.궁금해서.”

준후는 뚱한 표정으로 다 마신 캔을 구겨버리며 시트밑에 내려놓았다.

“글쎄.누군가 나를 낳았으니 있는 거겠고,나름의 사정이 있으니 날 버렸겠지.그게 다야.부모가 누굴까,나중이라도 날 찾지 않을까 뭐 이런 기대는 일찌감치 쓰레기통에 버린지 오래야.”

“그렇군.”

기주는 그의 말을 되뇌이듯 중얼거렸다.준후는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왜 요새 너는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하냐?집에 별일 없냐느니,부모가 누군지 알고 싶냐느니.”

그의 질문에 기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그는 피식 웃으며 준후에게 말했다.

“그냥.니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나 물어 본거 뿐이야.”

“적응은 무슨.나 여기 온지 5년되가는데.”

“하하.그래.어서 들어가봐.가족들이랑도 축하해야지.”

“그래야지.안그래도 문자오고 난리났더라.”

“괜찮겠냐?술냄새나지 않겠어?”

“맥주한캔 뿐인데 뭘.들어가라.놀아줘서 고맙다.”

“새끼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준후가 피식웃으며 차문을 열려고 하는 그 찰나,기주는 무언가 생각난듯 그의 팔을 잡았다.

“야 준아.”

“어?”

“나 말이다…앞으로자주 못올수도 있어.”

“그래?”

“어.바빠질것 같아서 말이야.”

“알았어 그럼.”

“들어가라.”

기주는 차문을 닫고 나가, 으리으리한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는 준후를 보며 또 한개피의 담배를 피워 물었다.그의 표정은 아까와는 달리 심각하기 그지 없었다.

“정말 몇년은 못올지도 모르겠군.정말로 운이 없다면.”

기주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의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그의 시선이 준후의 집을 향한다.그리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여유있는 표정을 한 미진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무슨짓을 꾸미기 전에 증거는 제거하면 그만이야.’

기주는 미진이 준후가 상속자로 유력하다는 것을 알고 접근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모든 증거는 인멸해야 한다.자신과 준후가 태어나게된 그 프로젝트.그것에 관련된 것은 모두 삭제해야만 한다.그렇지 않으면 미진이 언제든지 증거를 발급받아 준후가 상속인이 되었을때 내밀며 재산을 요구할 것이다.아무리 준후가 냉정한 아이라지만,그는 고아였다.그리고 같은 고아인 기주 역시,고아들이 얼마나 부모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준후는 분명 미진의 손에 휘둘릴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진을 직접 제거할수는 없었다.그렇게 되면 너무나 소란스러워 진다.아무리 가정부지만,큰 기업의 오너의 집에 머무는 그녀에게 손을 댄다면,일은 더 커져 준후에게 조금의 영향이라도 미칠지 몰랐다.기주는 큰 결심을 하고 있었다.

‘내손으로…꼭 처리하겠어.그 프로젝트를 했다는 놈들…반드시 찾아내서.’







“어서 오거라.”

준후는 평상시엔 거의 찾아볼수 없는 강회장이 직접 현관에서 맞이하자,어리둥절 하면서도 꾸벅 인사를 했다.바쁜 일정속에서 그는 지친 표정이었지만,얼굴에는 평소와 다르게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준후야.대학합격 축하해.”

언제나 자신을 설레게 하는 은채의 말에,준후는 피식 웃어버렸다.은하역시 뻘쭘한 표정으로 은채의 뒤에 서있었다.

“그런데,은수는 어디갔어?”

“몸이 안좋다고 아까부터 방에 있던것 같은데요.”

“이 녀석이 지 오빠가 대학에 붙었는데…”

“냅두세요 아빠.피곤한가 봐요.”

은채가 은수를 변호하듯 말하자,강회장은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강회장과 은채를 따라 식탁으로 간 준후는,평소보다 세배는 많이 차려진 진수성찬에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준후가 대학에 붙었는데,이정도는 해야지 않겠냐.”

“그래.누나도 미진이 언니 거들어서 하루종일 요리만 했어.”

베시시 웃는 은채의 말에 준후는 어정쩡하게 웃어버렸다.은하는 살짝 준후의 눈치를 보고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은채야.가서 은수좀 불러와.”

“아까도 불러봤는데,생각없데요 아빠.”

“그런게 어딨어.이런 자리에.야!강은수!”

준후도 살짝 고개를 빼고 은수의 방을 바라보았다.강회장이 몇번을 외치고 나서야,은수는 마지못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얼른와.오빠 대학교 붙었다는데 방안에서 그게 뭐야.축하해 줘야지.”

“알았어…”

은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마지못해 주방으로 와서 앉았다.그녀역시 은하의 옆자리 인지라,자연스레 준후와는 맞은편에 위치하게 되었다.

“너 무슨일있어?”

준후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은수에게 물었다.그녀는 준후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로,고개를 좌우로 저어버린다.

“자자.기분도 좋은데 아빠는 한잔 해야겠다.”

강회장은 껄껄 웃으며 양주를 꺼내어 잔에 부었고,은채는 싱긋 웃으며 옆자리에 앉은 준후를 콕콕 찔러보였다.

-축하해-

은채는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반짝이는 그녀의 입술.준후는 몇번이고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왔지만 꾹꾹 눌러 참아버렸다.아무래도 맥주한잔을 마신게 괜시리 이상하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준후야.”

“네.”

“이제부터 시작인게다.잘할수 있지?”

“네.”

“너라면 붙을줄 알았다.내 아들이 못할리가 없지.”

준후는 표정관리를 하느라 상당히 애를 써야만 했다.하지만 준후 본인에게 있어서도 합격통지는 좋은 것이었다.적어도 대학 4년동안은,강회장이 귀찮게 하거나 압박을 주지 않을테니까.그 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그만이었다.그리고 준후는 4년안에 좋은 묘안을 짜낼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저녀석.’

준후의 시선이 식탁에 머리를 박은채 밥알만 깨작거리는 은수를 향했다.은하와의 섹스를 보여준이후,자신을 조금씩 피하기는 했지만,오늘은 왠지 정도가 심해 보였다.하지만 은채만이 자꾸 은수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을뿐,강회장은 딸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연신 준후를 보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준후는 피식 웃어버렸다.왠지 일이 계획대로 착착 풀리는것만 같았다.은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강은수 공략’은,사실 알게 모르게 성은영이 많은 도움이 된것만 같았다.어떻게 시작하면 되는지를 알려주었고,17세 고교생도 한창의 여자라는것을 알려 주었으니까.

‘그나저나 성은영은 뭐하고 있으려나.다시 한번 봐서 그때 못한 한을 풀어야 하는데.’

사실 은채의 생각만 안떠오르면,지난번 같은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준후는 왠지 그때 그런 탱탱한 아이를 그냥 두고 왔다는게 후회마져 들기 시작했다.

‘뭐..천천히 생각하지뭐.이제부터 시간은 많고 또 많다.’

준후는 피식 웃었다.은하가 아까부터 힐끔힐끔 바라보며 야릇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준후는 눈짓으로 오늘은 아니다 라는 뉘앙스를 풍겨버렸다.좋은날 은하를 안는것도 좋지만,오늘은 생각할것이 많았기 때문에.







합격통지 하나만으로,강회장은 기분이 좋은지 잔뜩 마시고 취해버려,은채의 부축을 받아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착한 은채는 미진을 도와 모든 뒷정리를 했고,은하는 언제나 처럼 자신의 방으로 쪼르르 올라가 버렸다.은수역시 강회장이 취해서 고꾸라지기 무섭게 자신의 방으로 줄행랑을 쳤다.

‘이크.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준후는 어느덧 10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컴퓨터를 켰다.어차피 은채와 미진은 뒷정리를 하고 침실로 갈것이다.일찍 자는 사람들이니,그만큼 더 피곤할 것이었다.

‘어디한번 확인해볼까.’

준후는 능숙하게 동영상 폴더로 들어갔다.계산대로라면,은수가 벌써 자신의 동영상을 체크했어야 했다.그런 시간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준후는 하루종일 밖에서 나돌아다닌 것이었다.

그는 최신파일이 음악공연 동영상으로 되어있는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왠지 은수가 귀엽게 까지 느껴진다.

‘그래도 이번엔 좀 신경은 썼다만.’

덜렁대는 은수답지 않게,최근 열어본 파일 목록역시 지워져 있었지만,준후는 은수가 동영상을 봤다는것을 충분히 알수 있었다.

‘내가 키워논 볼륨까지 줄이진 않았네.’

게다가 휴지통에는 목록에서 지운파일이 고대로 담아져 있었다.아무리 은수가 조심을 한다한들,준후의 눈을 피할수 있을리 없었다.그녀가 다시 동영상을 볼것 같았기에,준후는 일부러 은하가 자위하는 동영상을 찍기도 한것이다.

그것까지 확인한 준후는 컴퓨터를 꺼버리고는 옷을 벗고 샤워실에 들어갔다.뜨거운 온수를 쏟아지게 한 준후는,뜨거운 물을 맞으며 중얼거렸다.

“자..이제 자위하는법을 간접 적으로나마 배웠을테니,곧 실행해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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