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프롤로그
"또각 또각 또각 ... "
아.. 또야..
도대체 누군지 얼굴이나 보고싶네.
벌떡, 후다닥, 퉁탕퉁탕.
아.. 오늘도 확인 못했네. 젠장, 언젠가 꼭 보고만다!
아침마다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나는 시험 준비를 하기위해 집을 나와 고시원에 살고있다.
내가 사는 고시원은 흔히 다른 고시원처럼 2층은 여자, 3층은 남자가 살고있다.
솔직히.. 3층이라서 지나다니면서 2층에 사는 여자들을 구경(?)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이게 웬걸? 거짓말 안보태고 머리카락도 못봤다. ㅠ.ㅠ
아! 정정.. 아침마다 머리카락은 본다..뒷모습이지만..
집에서는 잠이 많고 잠귀가 어두운 나지만 희안하게도 다른 환경에서는 잠귀가 밝다.
그래서 아침마다 출근인지 등교인지를 하는 여자의 구두소리(운동화는 소리가 이리 크지 않을거다.ㅠㅠ)에 잠이 깨고..
어떤 인간(뇬..)인지 얼굴이나 보자고 후다닥 달려나가면 간신히 뒷모습만 보인다.ㅠㅠ
뭐..본다고 해도 딱히 뭐라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내 잠 깨우지말라고 운동화 신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ㅋㅋ
아무튼 오늘 하루도 언젠가는 확인을 하겠다는 다짐아닌 다짐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하늘이 도네 돌아..@.@
이건 뭐..공부한답시고 집나와서 술을 더 자주 마시니..ㅠㅠ
부모님 죄송합니다..ㅠㅠ
아..해가 뜬 정도가 아니구나..
미화원 아저씨들은 벌써 일 끝내셨고..어라, 학교가는 사람들까지..
지금이 몇시냐..
헐.. 7시50분??
학교가는 사람 있는게 당연한거구나....ㅠㅠ
어라?
그러면..8시의 그녀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횐가? 으흐흣!!
드디어 그 인간(뇬)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겠구나~
아줌마만 아니면 정말 이쁘게 감상할 수 있는데~
(아..솔로생활 몇년차냐..세기도 힘드네..다시 군바리가 된 느낌.ㅠㅠ)
자~ 매일 저쪽으로 내려갔으니까..저 모퉁이에서 기다리자.
5분만 있으면 나오겠네..
아..이럴때 한대 빨면 좋은데....
밥(술..) 사먹을 돈도 없는데 담배가 왠말이냐..ㅠㅠ
땅이나 긁고 있어야지..
긁적긁적..
긁적긁적..
긁적긁적..
또각또각..
어라? 땅긁는 소리가.........
아! 왔다
구두 소리를 듣는순간 잽싸게 고개를 들었다.
헐..
왠만해선 정신줄을 놓는 법이 없는데....
아줌마만 아니면 정말 이쁘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건..이건..
쿨의 "운명" 가사가 생각난다..
"왜 하필 이제야~ 내앞에 나타나게 된거야~ 우!"
정말 이쁘다.
갸름한 얼굴에.. 살짝 처진 눈매는 선해보이고..
오똑한 코..
살짝 깊은 인중..
조그만 입..
와..
키도..내가 딱 좋아하는..160을 살짝 넘은듯한 키..
몸매도....전체적으로 날씬하지만..
나올땐 살짝 나와있는 센스!!
아..아..
정말 내가 꿈에만 그리던 이상형이다.ㅠㅠ
헛;;
멍때리고 있는사이..
그녀는 어느새 내옆을 지나서 주~욱 내려가고 있었다.
아.........
하긴.. 정신을 놓지 않았어도 소심한 내 성격에 먼저 말을 걸거나 하지는 못할테지.ㅠㅠ
나는..AB형이다..
남들에게 혈액형 맞춰보라면 가장 늦게 "설마..AB형??" 하고 되묻는..
그 선입관의 결정체인 거다..
난..절대 싸이코나 천재 또는 바보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소심하지만..
술..을 좀 마시면 가끔 덜..소심해진다.
근데..근데..
지금은 술을 마신 상태인데도..(좀 많이 깨긴했지만..)
그녀에게는 말 걸 용기가 안날 것 같다.ㅠㅠ
에효효효효.................
그래!
그래도 아침 내 잠을 깨우는 그녀가 이렇게 이쁘고 착한 얼굴이라는걸 알았으니..
이것도 큰 수확이다!
다음엔 말을 걸수있기를 바라며..고시원으로 들어갔다.ㅠ
"또각 또각 또각...."
핫!! 벌떡 후다닥 퉁퉁..탁!(계단 중간에서 뛰는 소리)
아.. 오늘은 옆모습까지 봤다.
필사적으로 달려온 보람이 있군..
오늘은 평소보다 흐뭇한 하루가 되..려나?
나는 전에도 밝혔다시피..시험준비중이다.
음..내가 자주가는 사이트에서 야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한 시험인데..
야설 주인공도 한번에 딱딱 붙는 시험을..난..난..ㅠㅠ
아무튼!
공부하려고 고시원에 오긴 왔는데..
솔직히....공부를 안한다.-_-;
내가 있는 고시원이 대학교 앞이다보니..
겜방도 싸고.. 술집도 많고.. 만화방도 많다.ㅠㅠ
고시원에 올 때는 독한 마음으로 왔으나..
아! 누가 그랬던가..고시생의 마음은 갈대라고..(아무도 안그랬으면..내가 처음 한걸로 치자.ㅠ)
작심 하루도 못가서 라면먹고 좀 자다가 일어나서 머리 툭툭 털고 겜방갔다가 밤늦게와서 자고..
이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그래서인가??
아침의 구두소리는 항상 잠에서 깰 때 듣지만....
학생이면 하교! 직장인이면 퇴근! 시간 쯔음에 들려야 할 구두소리는 한번도 듣지 못했다.
뭐..아까도 밝혔지만..내가 그 시간에 고시원에 붙어있질 않는다..ㅠㅠ
하지만!!
자명종 그녀(내 잠을 깨워주는..)의 얼굴을 확인한 이상!!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지는게 당연!!
몇시에 들어오는지 알기위해..
공부를 하기로 맘먹었다.
책 빌려다 볼 생각도 했지만..
책빌리러 간 사이 들어오게되면 낭패이므로..
맘 굳게 먹고 책상앞에 달라붙어서..
눈은 책을..손은 연필을 귀는 문밖을 향한채 엉덩이를 고정시켰다.
"또ㄱ..또ㄱ.."
어라? 구두소리같은데..너무 희미하게 들린다.
밖에 지나가는 사람인가??
아!!
이런..
아침엔 2층에서 내려가는 소리고..
지금은 1층에서 올라오는 소리라 이렇구나..-_-;
후다다..턱! 헉! 으.........폴짝폴짝..
살금살금..
아..
이미 늦었다.ㅠㅠ
들어갔나보다.ㅠㅠ
서두르다 발만 안걸렸어도..아..아퍼.ㅠㅠ
그래도 몇시쯤 들어오는지 알았으니 이제 겜방과 책을....이 아니라.-_-
좀더 부딪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아무튼 지금 시간이..5시 30분이네??
그럼..학생인건가??
학교 앞 고시원이니까..당연히 C학교 학생?
음..좋아좋아..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다니..
마치 게임에서 레벨업하는 기분이야..
미연시에서 호감도가 오르는 기분은..제길..말을 나눠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호감도냐 개뿔!
음..
그녀를 알게 된지도(얼굴을 알게 된 지)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에 대해 알게된 것은 얼굴이 여전히 이쁘다는 것. 단대가 경영대라는 것. 술을 별로 안마신다는 것..정도다.
얼굴이야 처음 볼때부터 알았던 거고, 단대가 경영대인건..
전공책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내 시력은 그렇게 좋지 않고..
처음 본 날처럼 술마시다 밤새고..기다렸다가 살~짝 뒤를 따라가서 알게 됐다.-_-;
왠지..이사X라는 이름이 생각나긴 했지만..난..5덕후가 아니다.ㅠ
그리고 술을 별로 안마신다는 건..
학년을 몰라서 확실한건 아니지만, 아무튼 거의 매일 5시 30분쯤 고시원에 오고 또 나가거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먹자 대학생이 아니라는 건가..살짝 부끄러워진다.=_=a
아니면 다시 나가는데도 소리를 못듣고 몰라서 일수도 있지만..
뭐.. 어떻게든 점점 더 알아가겠지....
한달동안 이렇게 알아낸게 어디냐..
한달동안 그녀에 대해 요만큼이라도 알게된 것도 좋지만..
그녀 일상을 파악한답시고 책상앞에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나름 좋았다.ㅋ
공부도 하고 그녀도 알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역시 난 여자를 골라도 잘 고른다니까~ 으흐흐~
뒹굴~ 뒹굴~
덥다 더워..ㅠㅠ
나는 지금 좁은 고시원 방구석에서 어떻게 하면 그녀와 말 한마디 나눠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뒹굴고 있다.
지금은 5월 중순..
내가 그녀를 알게된 지도 어느덧 두달이 됐다.
학생이면 대부분 6월 중순에 방학을 하니..
방학 때 그녀가 계속 고시원에 있으면 모를까 만약 집으로 가게 된다면..
나는 한달 안에 쇼부를 쳐야하는 것이다.
이번 한달을 놓치면..자칫하면 9월에나 그녀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의 일상을 살~짝 알게 된 후로도..
나는 일주일에 2~3번씩은 술핑계로(단순히 그녀를 보기위한 핑계다. 절대 술을 원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그녀가 등교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차피 나는 백수라 평일이 주말같고, 주말이 평일같은지라..
남들 술마시는 주말에는 그녀가 학교에 가질 않으니 덩달아 술을 안마셨고, 그녀가 학교가는 날에만 친구, 후배한테 연락해서 부어대고 마셔댔다.-_-
저렇게 술을 마셔댄 것은..
술을 좋아하는 것도 살~짝 있지만..
술김에라도 "어? 자주 보네요~?" 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는데..
흔히 무서운거나 불쾌한것은 자주 보면 볼수록 면역이 생겨서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그녀는 보면 볼수록 말걸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ㅠ
아..조금만 대충 생겼어도..술김에 확 질러보는건데..
오늘도 후배랑 소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정종한잔 하고, 그녀의 등교시간을 맞추기 위해
겜방에서 죽치고 앉아있다가 고시원앞 모퉁이로 갔다.
"또각~ 또각~"
오늘은 무슨 즐거운 일 있나? 발걸음이 여느때보다 경쾌한것 같다.
술기운에 내 귀가 이상한가??
아니다 얼굴에도 살짝 미소가 걸려있는게.. 기분 좋은 일이 있나보다.
헤헤..나도 좋다..
아..눈부셔.ㅠㅠ
그렇게 그녀가 나를 지나가....다가
"저기요~?"
에??
뭐지??
나??
고개를 잽싸게 돌렸더니..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뭐지....
"혹시, 이 동네 사시나 해서요..새벽운동을 자주하시나봐요~?"
허걱!
나한테 말하는게 맞다.;;
그런데....새벽운동이라니..ㅠㅠ
아..망할 내 옷차림이 문제구나.ㅠㅠ
참고로 나는 고시원에 바지는 추리닝바지 두개와 반바지 하나밖에 없다.-_-
당연히 술마시러 갈때는 나름 대학로니..긴바지(=추리닝)를 입고 다녔고....
"아..네.........."
"한달 넘게 꾸준히 하시는 거 보니..정말 부지런하신가봐요~^^"
"아..네에..^^;;;(한달넘게 술을 부지런히 마셨죠....)"
"아..제가 가는 길을 붙잡았네요.. 자주보다보니 왠지 아는사람 같은 기분에 그만.. 죄송해요..그럼 이만.."
"헛!! 이건 기회다!! 이걸 놓치면 나는 내시다!!"
"아뇨!! 저도 두달정도 자주 마주치니까 아는 사람같고 그래서 인사하려고 했어요.^^;;"
"어머, 그래요? 다행이네요~ ^^"
"네~ 학생이신가봐요?? 저 운동 끝날때 항상 어디 가는듯 하시던데.."
(어느새 나도 운동한걸로 마인드 컨트롤 끝냈다.)
"네~ 학생예요~"
"아~ 그러시구나~ 음.. 저..두달동안 얼굴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지금은 등교길이라 힘들꺼 같구..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있으세요? ^^ 잠깐이지만 얘기나눠보니까 너무 즐겁네요.^^"
(잘한다~ 이성호!! 아직 술기운이 남았구나~!!)
"네? 네..좋아요.^^ 오늘 수업 5시에 끝나는데...."
"그래요? 그럼 5시에 제가 경....치 좋은데로 마중 나갈게요.^^;;;;"
(헛..하마터면 경영대로 간다고 할뻔..;; 조심조심;;)
"경치 좋은데요?? 경치 좋은데가 어딘데요?"
"학교 연못으로 갈까요? ㅎㅎ 학교 연못 인공폭포 옆으로 제가 5시에 갈게요.^^"
"ㅎㅎㅎㅎ 네~ 좋아요~ 그럼 이따 봐요~ 갈게요~"
"네~ 잘가요~"
끼얏호~~~
이럴수가..
어젯밤 돼지꿈을꿨나..??
아-_- 잠안자고 술펐지.-_-;;
어제 돼지안주를....
암튼!! 좋다좋아~
그녀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
내가 키는 좀 크지만 얼굴은 지극 평범인데..
혹시..그녀의 이상형이 지극 평범?ㅎㅎㅎㅎ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너무 앞서나가지말자..
아무튼 이게 어디냐~
아~ 연못에서 만나서 뭘 해야하나~
지금부터 할게 너무 많네.ㅠㅠ
잠도 자야하고....숙취해소에..데이트(?) 예상경로까지..
자~ 286뺨치는 머리통아~ 굴러라 굴러~ 최선 최상의 시나리오를 짜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도록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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