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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대학신입생 ED

어느덧 더위의 기세도 한풀 꺽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수강신청을 위해서 오랜만에 다같이 모였다.
한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민정까지 모여 정말로 다같이 모이는 자리였다.
진이는 누나들과 함께 수업을 듣기 위해서 1학년 전필과목은 수강하지 않고
2학년 전공과목을 듣게 되었다.
진이가 걱정을 하는 듯했지만 돌아가며 레포트는 해결해 준다는 말에 넘어왔다.
물론 이것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수강신청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날부터 밤새워 전산실 앞에 줄서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 과목을 다 제대로 넣을 수 있었다.
학번이 다른 예진이나 규리도 2학년 때 학점 구멍이 많아서 거의 같은 과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
희연이나 예진, 규리의 몸가짐이 전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주변에 누가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간에도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진이도 그게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영과 민정은 조금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그래도 아영에 대한 진이의 태도는 매우 자상했다.
반면에 민정에 대한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티가 확 날 정도였다.
진이에게 말을 거는데도 몇 번이나 불러야 했고, 그나마도 진이는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아영이 진이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지만 진이는 그 소리만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진이가 화장실에 갔을 때 민정이 진이를 쫓아왔다.
“왜 나한테만 이러니?”
민정의 얼굴은 파랗게 질린 얼굴이었다.
진이는 안 되어 보인다고 생각하다가 안색을 바꿨다.
착한 사람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난 느낌이 없어. 그냥 그래서 그래. 좋아질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되더라고. 근데 자꾸 이렇게 귀찮게 구니까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싫어질라 그러네.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 딴 누나들이랑 잘되는 거 안보여?”
민정의 몸이 벌벌 떨렸다.
“나도 잘 할 수 있어. 딴사람들이랑도 뭐라고 하지 않을게. 그냥 나한테도 조금만 기회를 주면 안되니?”
“이미 기회는 줄만큼 줬다고 생각해. 그 기회를 잃어버린 건 누나야. 더 이상 기회를 줄만큼 난 마음이 넓지 않아.”
“진이야.”
“그렇게 부르지마. 나한테 말도 걸지마. 짜증나.”
민정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민정을 진이는 남자 화장실 앞에 두고 그냥 와버렸다.
몇 번이나 발걸음을 뒤로 하고 민정을 달래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거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결국 민정은 수강신청이 끝나자마자 먼저 돌아간다며 떠나버렸다.
민정의 발걸음이 심히 불안했다.
그러나 진이는 자신과 있으면 저보다 더 민정이 추해질 뿐이라고 자신에게 말을 했다.
가장 늦었다 싶은 때가 가장 빠른 때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민정을 놓아줘야지 민정이 덜 아플 것이다.
괜한 동정심으로 진이의 옆에 민정을 붙잡아 두는 것이 더 잘못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일이 결국 문제가 되었다.
민정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었다.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 죽지는 않았지만 진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결국 민정의 자살시도의 책임은 전적으로 진이에게 있었다.
자신이 민정을 마주 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먹고 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단지 부담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최소한 진이는 민정에게 제대로 설명이라도 했어야 했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래서 민정과 함께하기 보다는 떨어져 있고 싶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했다.
그러나 진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민정은 큰 상처를 입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것은 결코 마주 대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진이는 민정의 병원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아니 찾아갔지만 결국 만나지 않고 돌아왔다.
자신이 무슨 면목으로 민정을 만날 것인지 자신이 없었다.
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진이는 그날부터 며칠간이나 끙끙 앓았다.
집안 사람들은 감기 몸살인 줄 알고 몇 번이나 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어다 줬지만
감기약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진이의 몸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날로 허약해져만 갔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먹는 족족 다 토해내기 일쑤였다.
결국 진이는 병원에 실려가서 링겔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병명은 심인성 열병이라고 했다.


진이는 몇 번이나 꿈을 꿨다.
민정이 약을 먹고 쓰러져서 원망어린 눈초리로 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신은 희연의 품에서 민정의 그런 표정을 웃어 넘겼다.
민정의 눈초리가 뱀처럼 진이의 몸을 칭칭 감았다.
진이가 민정에게 했던 말이 유리처럼 조각나서 흩어졌다.
그리고 그 깨진 유리조각은 하나씩 차례로 진이의 가슴에 와서 박혔다.
그러나 진이는 그 고통 안에서야 편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진이는 또 꿈을 꾸었다.
지현이, 민정, 희연, 아영, 예진, 규리가 번갈아 꿈에 나타났다.
그러나 진이는 아무에게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말 그들을 좋아했던 것일까.
진이는 몇 번이나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서 다른 이를 포기할 만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것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모두 보기가 싫었다.
무서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겁나는 일이었던 것일까.


진이의 꿈은 계속 이어졌다.
지현이 산발을 하고 찾아오기도 했고,
밤새 민정이 진이의 복부를 칼로 수백번이나 찌르기도 했다.
자신이 목을 메달기도 했으며, 쉴새없이 따귀를 얻어맞으며 욕을 듣기도 했다.


사실 아영, 희연, 예진, 규리의 입장에서도 민정의 자살기도는 정신이 확 깨는 일이었다.
뭔가 그들의 마음속에서 현실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커튼이 벗겨진 기분이었다.
다들 가슴속에서 뭔가 하나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그들은 몇주간 진이가 학교를 나오지 않는데도 집이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진이도 자신들처럼 좀 방황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아영이었다.
우선에 심리적인 책임감이 가장 약했고, 민정의 좋은 친구 역할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영은 매일같이 민정의 병실에 들려 민정을 간호했다.
아영이 그렇게 바쁘게 지내자 다른 이들도 점차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이는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휴학처리도 안되었으면서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F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깐깐한 선생님들의 과목은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 전하라고 했다.
아영은 진이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 진이의 집에서 아영에게 전화가 왔다.
진이의 부모님은 진이에게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집안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애가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진이는 이미 병원에 입원해서 심각한 상태였다.
아영이 병원에 와보니 진이의 얼굴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얼마나 심하게 아팠는지 몸무게의 절반은 살이 빠진 듯 했다.
원래도 좀 마른 체구였는데 지금은 거의 뼈밖에 남지 않았다.
의사의 말로는 링겔조차 몸에서 분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리적 충격 때문에 스스로 죽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도 했다.


아영은 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진이가 이렇게 까지 아파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냥 좀 침울해 하고 있을꺼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번 민정의 자살 소동으로 가장 충격을 받았을 것은 진이였다.
자신이 아픈 것의 몇 곱절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었다.
“진이야.”
아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아영은 진이의 손을 쓸어주었다.
참 여자처럼 긴 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얼음처럼 차디차기 만한 손이었다.
진이가 매우 여린 아이란 걸 자신은 알고 있었다.
“진이야.”
결국 아영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렇게 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영은 울면서 진이의 곁에 있었다.


진이는 그날에야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꿈속에서 아영이 찾아 왔다.
아영의 방에서 잤던 것처럼 아영의 품에서 꼼지락 거리면서 누워있었다.
진이가 보기에 아영의 가슴은 참 고왔다.
아영이 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편하게 쉬어. 다 잘될꺼야.”
“응.”
진이는 정말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진이가 쓰러진 것도 급작스러운 일이었다면 진이가 회복하는 속도도 급작스럽게 빨랐다.
병실에는 아영뿐만 아니라 아영의 연락을 받고 온 희연, 예진 규리들로 복작거렸다.
민정도 진이를 찾아왔다.
민정이 진이의 병실에 들어오자 진이는 깜짝 놀래 했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민정과 진이는 한동안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민정도 진이에게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화해하는 시간동안 네 사람은 병실 입구를 지키면서 오랜만에 웃었다.
그래 다 잘될꺼야 하는 안도감이 흘렀다.


그러나 결국 진이는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영장이 날아왔고, 진이는 연기하지 않고 바로 군대를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부모님은 그런 몸으로 군대를 가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반대했지만 진이가 바득바득 우겼다.
그리고 이번 일 때문에 진이의 부모님은 진이의 뜻을 꺽지 못했다.
도망치고 있다는 것은 진이 자신도 잘 알았다.
그러나 진이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일은 진이에게도 쉽게 벗어나기 힘든 깊게 베인 상처였다.
몸의 병이 나았다고 마음의 병까지 깨끗해 진 것은 아니었다.


입영날짜는 빠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진이는 다같이 모여 웃고 떠들며 지냈다.
예전처럼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하려고 노력했다.
민정과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
민정은 진이를 잊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진이도 민정도 서로 받아들였다.


입영 전날은 먹고 죽자라는 진이의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 술독에 빠져버린 날이었다.
그러나 사실 진이는 술처럼 보이는 맹물이었다.
그 후로도 몇번이나 술병을 따고 병나발을 부는척하다가 화장실에 가면서 맹물로 바꿔왔다.
진이는 그날 소주맛 맹물만 몇병이나 잔뜩 마셨다.
밤이 깊었고, 다들 취해서 쓰러졌다.
진이는 취한척 쓰러져 있다가 마지막 누나까지 취해서 잠들자 눈을 떴다.
그는 천천히 술상을 치우고 한명씩 곱게 눕혔다.
편지라도 남길까 하다가 그것도 우습다 싶어서 그냥 그렇게 나왔다.  
그러나 언제나 헤어짐은 아쉬운 법이다.
진이는 돌아가 그 아쉬움을 담아 잔뜩 키스를 했다.
모두들 입안에서 술맛이 진동을 했다.
그러나 잠결에도 진이의 키스에 오물거리며 반응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잘있어요. 잘있어요."
진이의 마지막 인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틈에 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다.
그리고 그 바람과 함께 진이의 대학 신입생 시절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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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시절은 이제 끝입니다^^;;;;;

이른바 막장 작가의 막장 테크.... 급완결!!

그간 야한장면도 별로 없는 해괴한 야설비스므레를 읽느라 수고하신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나저나 전에 연재하던 에덴은 쓸수록 판만 커져서 당황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연중입니다..ㅜㅠ

(술먹고 쓰다가 결국 주인공이 일을 저질러서...

소녀시대를 건드리는.... 누군가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드랬죠..ㅠㅠ

수습을 해보고 안되면 방향 전환이라도 해보고 있습니다용..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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