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12장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고독천년 12장

이미지가 없습니다.
第12章 혈황(血皇)의 공포(恐怖)

나타난 인물들은 머리카락이 눈 내린 듯 새하얀 백발의 여인과 헌앙한 용모의
소년이었다.

두 남녀 중 여인쪽은 겉모습을 봐서는 도대체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눈이 내린듯 새하얀 백발이었다.

하지만,
하얗게 센 머리카락 외에 그녀의 용모 어디에도 그녀가 나이 많은 여인이라는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
조각으로 빚은 듯 섬세한 용모는 실로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빼어났다.

이 백발의 여인에게는 아직도 사내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 빛나
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백발의 아름다운 미부에게는 사내들이 감히 범접키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풍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교구에는 칠흑같이 검은 흑의
가 걸쳐져 있었다.
그 짙은 흑의는 단호하고 차가운 듯한 이 여인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흑의미부 옆에 서 있던 소년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 십왕총의 제일 난관인 유사하의 통과방법을 이렇게 수월하게 알아낼 수 있으리
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사부님! 」

이제 나이 십 칠팔 세 정도 되었을까?
마치 임풍옥수처럼 영준하기 이를 데 없는 용모를 지닌 소년이었다.

이들은 바로 하토삼밀세 중 신도밀영의 당대 가주인 무정모모 화소연과 그녀의
제자 옥비룡이었다.



옥비룡은 유사하 건너편을 주시하며 말했다.

「 달단여왕의 말로 미루어보아 먼저 십왕총에 들어간 자들의 수가 상당한 모양
입니다! 」

「 그런 것 같구나! 」

무정모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옥비룡을 바라보았다.

얼음같이 차가운 그녀였지만 옥비룡을 볼 때만큼은 옥용에 한 가닥 따스한 정감
이 스쳤다.

옥비룡은 두 눈을 번뜩이며 긍지가 담긴 결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 십왕의 유물은 우리 하토무림의 것입니다. 절대 이역의 무리들에게 넘겨 줄 수
없습니다! 」

「 그렇다! 우리도 서두르자! 」

무정모모는 옥비룡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스읏!

이어,
그녀는 유사하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한데,
실로 놀라웠다.
그녀는 지극히 유연한 신법으로 정확히 철산산이 지나간 곳만을 딛고 유사하를
건너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들은 나유라와 이검한보다 먼저 유사하변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유사하를 건너는 방법을 몰라 유사하변을 배회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에 나유라와 이검한이 도착하자 몸을 숨긴 채 두 사람이 유사하를 건
너는 것을 기억해두었던 것이다.

화라라락!

새하얀백발을 흩날리며 몸을날리는 그녀의 모습은 신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 ........! 」

옥비룡은 앞서 날아가는 날렵한 무정모모의 뒷모습을 홀린 듯이 주시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저 나이에 아직까지 저토록 탱탱한 몸매라니..!)

문득 옥비룡의 입가로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순진하고 공손해 보이던 방금 전까지의 표정과는 전혀 이질적인 음흉한 미소였
다.

스읏!
이어,
그 역시 몸을 날려 유사하를 건너기 시작했다.

이내 그들의 모습은 유사하 건너편으로 사라져 버렸고 유사하 주위는 다시 깊은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 * * *

밀로(密路),
주위는 코 앞에 내민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 십왕(十王)이 누군지 아느냐? 」

「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

어두운 밀로 안에서 두 남녀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칠흑같이 캄캄한 밀로를 조심 조심 전진해 나가고 있는 두 남녀가 있었다.
바로 이검한과 달단여왕 나유라였다.
두 사람은 지금 십왕총의 중심부로 향하는 중이었다.
유사하 안쪽에는 오래 전에 버려진 한 채의 사원(寺院)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원의 이름은 십왕전(十王殿)!
바로 쿠빌라이가 십왕을 유인하기 위해 만든 화려한 사원이었다.
십왕전은 십왕 사이의 무서운 충돌로 인해 거의 초토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불타고 허물어진 십왕전은 지하(地下)에 자리하고 있었기때문이다.
쿠빌라이는 한 가지 보물을 지하의 거대한 미궁(迷宮)속에 감춰두고 그것을
차지하는 자가 진정한 십왕지존(十王至尊)이라고 선언했다.
쿠빌라이의 이 같은 계교는 공명심에 들뜬 십왕을 죽음으로 몰아넣기에 충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십왕은 다투어 지하미궁으로 몰려들어갔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십왕미궁(十王迷宮)에서 살아 나오지 못했다.

「 비록 쿠빌라이님의 원대한 지모에 속아 넘어가기는 했으나 십왕은 개개인이
실로 대단한 능력을 지닌 자들이었다! 」

어두운 밀로들 조심스럽게 전진하며 나유라는 말을 이었다.
이검한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 만일 너 정도의 기재가 십왕의 절기 중 두세 가지만 얻어 연성한다면 십년
내에 우내무적(宇內無敵)의 초강자가 될 수 있을것이다. 」

나유라는 심각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그녀의 말에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심으로는 동의하지 않
고 있었다. 그는 십왕이 저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보다 강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그 같은 생각을 내색하지 않았기에 나유라로서는 그런 이검한의 내심을
알 리 없었다.
나유라는 십왕에 대해 한 명 한 명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만독모모(萬毒母母)!
-개벽장황(開闢掌皇)!
-마음지존(魔音至尊)!
-부풍신검황(扶風神劍皇)!
-벽력신편(霹靂神鞭)!
-절앙마녀(絶殃魔女)!
-옥룡음마(玉龍淫魔)!
-빙하여제(氷河女帝)!
-신륜천왕(神輪天王)!
-천외약선(天外藥仙)!

이들이 바로 십왕이었다.
쿠빌라이 치세(治世)에 구주팔황(九州八荒)을 통틀어 가장 강했던 십 인의 무
사들이 바로 이들이다. 십왕 개개인의 절기는 한 방면에서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후경지에 달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비록 사상최대 판도의 대제국
을 이룩한 쿠빌라이라 해도 그들 십 인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십왕은 쿠빌라이의 심모원려한 음모에 말려들어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삼백 년 전의 일이었다.

「 인간인 이상 완벽해질 수는 없는 일이겠지! 십왕은 최강의 무인들이었으나
결국 인간이 지닌 최후의 약점을 극복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

나유라는 십왕에 대한 설명을 마치며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여인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그녀는 제이의 징기스칸이되고픈 웅심(雄心)
을 가슴에 품고 있는 여장부였다. 그러하기에 이곳 신강의 오지에 주검을 누
여야했던 십 인의 절대자들에게 동료의식을 느끼는 것이리라.
나유라는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 그 약점이란 바로 명예욕(名譽慾)이다. 긍지가 높은 인간일수록 그 치명적인
함정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지! 」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이검한은 검미를 모으며 물었다.
「 십왕은 과연 뜻을 이루기나 했을까요? 자신들 중 누가 진정한 최강자였는지
가려내기나 했을런지요! 」
그 말에 나유라는 유현하게 봉목을 번득이며 말했다.
「 글쎄다. 그거야 이제부터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 그들 중 누가 십왕지존
(十王至尊)의 보좌를 차지했는지! 」
헌데 바로 그때였다.
꽈르르릉!
돌연 멀리서 사나운 폭갈과 함께 굉렬한 폭음이 들려왔다.
두 남녀는 동시에 흠칫했다.
「 가보자 」
「 예! 어머니········! 」
스슥!
두 남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질풍같이 폭음이 들린 곳으로 날아갔다.




드넓은 지하광장!
파츠츠츠! 번쩍! 번쩍!
굉렬한 검풍(劍風)과 시퍼런 검기(劍氣)의 소용돌이가 온통 지하광장을 뒤덮
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 속에 두 사람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를 온통 시뻘건 천으로 휘감은 괴
인이었다.

-혈황(血篁)!

바로 그자가 아닌가? 유사마부의 지존 지둔노조를 살해한 신비의 흉수·······,
혈황과 맞서고 있는 인물 역시 혈황에 못지 않은 기괴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 인물은 아주 강팍한 인상의 노인이었는데 머리에는 늑대의 머리뼈와 가죽
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몸에도 역시 늑대가죽으로 만든 가죽옷을
걸치고 있었다.
노인은 톱니같이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한 자루의 낭아검(狼牙劍)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혈황과 늑대가죽의 옷을 입은 노인은 서로 마주 선 채 치
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쩌저저정!
노인의 수중에 들린 낭아검은 연신 신랄무비한 검초를 토해냈다. 그때마다
무서운 검기가 내뻗혀 광장을 그득하게 메우고 있었다.
그 살벌한 검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혈황은 오연한 자세로 우뚝 선 채 피처
럼 시뻘건 장력을 내치고 있었다.
피차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접전이었다.

「 ··········! 」
「 ··········! 」
광장 입구에는 두 명의 남녀가 나란히 서서 두 사람의 치열한 접전을 관전하
고 있었다.
바로 이검한과 달단여왕 나유라였다.
「 저 사람이 혹시 낭왕(狼王) 갈천사(葛天師)가 아닐까요? 」
이검한은 늑대 가죽을 걸친 노인을 주시하며 나유라에게 물었다.
그의 말에 나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것 같구나. 지금 저 노인이 쓰는 검법이 하토삼밀세(蝦土三密勢)중 천
산(天山)낭인맹(狼人盟) 비전의 천랑십이식(天狼十二式)일 것이다! 」
그녀의 말에 이검한은 두 눈에 반짝 이채를 빛냈다.
(천랑신붕황(天狼神鵬皇)에게 훌륭한 후인이 있었군!)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늑대가죽을 걸친 노인을 유심히 주시했다.

-낭왕(狼王) 갈천사(葛天師)!

낭아검을 사용하고 있는 노인이 바로 지둔노조 유마조율과 함께 하토삼기에
드는 낭왕 갈천사였다. 황역사천왕 중 천랑신붕황의 후손이며 하토삼밀세 중
천산(天山)에 자리한 낭인맹(狼人盟)의 당대맹주가 바로 그다. 사실 천산 낭
인맹은 천랑신붕황의 반쪽짜리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천랑신붕황의 절기는 수많은 늑대군단을 부릴수 있는 천랑절예(天狼絶藝)와
모든 날짐승들을 다스릴 수 있는 신붕절예(神鵬絶藝)로 대변된다.
하지만 그중 신붕절예는 천랑신붕황의 실종과 함께 절전되어버리고 오직 천
랑절예만이 당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천산 낭인맹의 휘하에는 수만 마리의 늑대무리들이 있었다.
천산 일대에서 천산 낭인맹의 위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천산
근역을 천 년 동안 지배해온 것이 바로 천산 낭인맹이었기 때문이다.
나유라는 눈을 번뜩이며 고갯짓으로 한쪽을 가리켜 보았다.
「 저들은 아마 저것 때문에 싸우게 된 모양이구나! 」
이검한은 나유라의 고갯짓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온통 난장판이 되어 버린 지하광장의 한쪽에는 하나의 화려한 보좌(寶座)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보좌 위에 한 구의 해골이 앉아 있었다.
화려한 장포를 걸친 작달만한 체구의 해골은 양손에 각기 한가지씩의 물건을
들고 있었다. 한 권의 낡은 비급과 칙칙한 빛의 쇠퉁소가 그것이었다.
쇠퉁소를 본 이검한은 일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 마음지존(魔音至尊)? 」
그는 한눈에 시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것이었다.

-마음지존(魔音至尊)!

십왕(十王)의 일 인이며 동해(東海) 먼 바다의 어딘가에 있다는 마음도(魔音
島)의 지존이 그였다. 전설에 의하면 그의 음률공부는 천지조화(天地造化)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었다고 한다.
삼백 년 전, 마음지존은 동해 전역을 자신의 왕국으로 삼아 지배했었다.
그러나 동해제왕(東海帝王)으로 불리던 마음지존이었건만 쿠빌라이의 악독한
음모에 휘말려 머나먼 이역인 이곳 신강의 오지에서 최후를 마친 것이었다.
혈황과 낭왕 갈천사는 아마 거의 동시에 마음지존의 유해와 그의 보물을 발
견하고 싸우게 된 것이리라.

혈황과 갈천사의 격돌을 지켜보고 있던 나유라는 문득 고운 아미를 살풋 찡
그렸다.
「 그나저나 낭왕 갈천사가 어떻게 십왕총에 들어온 것일까? 」
그녀의 말에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을 지었다.
「 낭왕이 들어왔다면 또 다른 인물들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
나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쩌저저정! 파츠츠츠!
낭왕 갈천사의 검기는 가일층 사나워져 무시무시한 기세로 혈황을 핍박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검한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 뜻밖이군요. 갈천사가 저 혈황이란 자를 능가하는 고수일줄을 몰랐습니다. 」
나유라는 그의 말에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 네 눈에는 갈천사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느냐? 」
「 그럼 아닙니까? 」
이검한은 그녀의 말에 찔끔하며 눈치를 살폈다.
나유라는 그런 이검한을 향해 혀를 찼다.
「 쯧쯧! 그래서 강호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
그녀는 싸늘한 음성으로 책망했다. 그 책망 속에는 따스한 애정이 깃들어 있
었다.
「 갈천사의 표정을 잘 보거라! 그럼 갈천사가 정말 우세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검한은 나유라의 말에 흠칫했다.
낭왕 갈천사는 일견하여 우세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었으며 안색은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
다.
그것은 결코 승세를 점한 자의 표정이 아니지 않는가?
이검한은 곤혼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우세해 보이는 갈천사가 오히려 당황하고 초조한 표
정이라니!)
당혹해하는 이검한의 내심을 짐작한 듯 나유라가 침중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
다.
「 사실 낭왕은 혈황의 백초지적(百招之敵)도 되지 못한다. 단지 혈황이란 자가
낭왕의 무공을 떠볼 심산으로 수비에 치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것이
다! 」
그녀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 ·················! 」
혈황은 낭왕 갈천사의 공격을 막아내며 흘낏 나유라와 이검한 쪽을 돌아보았
다.
나유라가 다시 말을 이었다.
「 바로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것이다. 만일 갈천사가 공격을 늦추면 그 즉시
치명적인 반격이 가해질 것이다. 그래서 갈천사는 사력을 다해 공격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그녀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냈다.
그런 그녀의 예리한 안목에 이검한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어머님은 천하를 호령할 만한 안목을 지니신 분이다!)
단지 무공만 따지자면 이검한은 나유라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마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과 냉철한 안목 등은 나유라에 비할 바가 못되
었다.
아니, 비단 이검한 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의 어떤 사내도 나유라의 그같은 안
목을 능가하지는 못하리라.
「 노는 것은 여기까지다! 」
한소리 음산한 흉갈이 지하광장을 울렸다.
쩌어어엉!
그와 함께 한 가닥 시뻘건 섬광이 낭왕 갈천사의 검기 속에서 작렬했다.
「 크헉! 」
직후 처절한 비명과 함께 무섭게 몰아치던 검기의 소용돌이가 갑자기 싹 사
라졌다.
쿵쿵!
그 속에서 쓰러질 듯 비칠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인물은 바로 낭왕 갈천사가
아닌가?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손가락 사이
로 선혈이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혈황이 날린 지력(指力)이 낭왕의 한
쪽 눈을 으깨어 버린 것이었다. 만일 낭왕의 호신강기가 조금만 더 약했어도
혈황의 지력은 낭왕의 대뇌(大腦)까지 파고들고 말았을 것이다.
「 크크! 감히 본좌의 물건을 노린 대가로 죽어주어야만 되겠다! 갈천사! 」
쐐애애액!
혈황은 눈을 감싸쥔 채 비틀거리는 낭왕 갈천사를 향해 사악한 흉갈을 터뜨
리며 득달같이 덮쳐들었다.
「 크으! 」
낭왕은 하나 남은 눈을 한껏 부릅떴다. 그는 한쪽 눈을 잃은 충격 때문에 미
처 혈황의 공격을 피하거나 저항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쩌어어엉!
낭왕의 정수리를 뽀개어오는 혈황의 잠경은 한 자루 거대한 도끼같다. 낭왕
갈천사의 머리통은 혈황의 손 아래 수박처럼깨져나갈 판이었다. 실로 절대절
명의 순간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 물러서라! 」
꽈르르릉!
돌연 사나운 일갈과 함께 굉렬한 폭음이 터져 올랐다. 누군가 위기의 순간에
혈황을 공격하여 낭왕을 구한 것이었다.
부릅떠진 낭왕 갈천사의 외눈에 휘청하며 물러서는 혈황의 모습이 들어왔다.
「 크으······ 손이 으깨지는 듯하군! 」
화라라락!
이어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한 명의 소년이 비칠 바닥으로 내려섰다.
붉은 기운이 도는 짧은 머리카락에 어깨에는 타는 듯이 붉은 피풍의를 두른
그 소년은 물론 이검한이었다. 낭왕 갈천사가 혈황의 손에 격살당하려는 순
간 이검한이 전광석화같은 경신술로 혈황을 덭쳐들어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검한의 경신술이 워낙 빨랐기에 혈황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의 일격을
고스란히 등판에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오갑자(五甲子) 이상의 내공을 지닌 이검한의 그 일장에는 일 장 두께의 철
벽(鐵壁)도 으깰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이검한의 기습에 등판을
얻어맞은 혈황은 그저 한 번 신형을 비틀 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혈황을 가격한 이검한의 손이 으깨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그만큼 혈황의 호신강기(護身?氣)는 강력한 것이었다.
「 쥐새끼 같은 놈! 」
불의의 일격을 당한 혈황은 사나운 폭갈을 내지르며 이검한쪽을 향해 홱 돌
아섰다.
「 크크! 네놈도 함께 죽여주마! 」
꽈르르릉!
그자는 사나운 흉갈과 함께 이검한을 향해 가볍게 일장을 후려쳤다. 비록 아
무렇게나 휘두른 것이었지만 그 일장에는 태산이라도 허물 듯한 막강한 잠경
(潛勁)이 실려 있었다.
한차례 낭패를 당한 이검한은 감히 맞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급히 몸을 날
려 피했다.
스스스!
그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흐릿하게 변해 혈황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전궁만리비(電弓萬里飛)? 」
혈황은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자는 한눈에 이검한이 시전
하고 있는 경공이 무엇인지 알아본 것이었다.
「 전모(電母)의 후예냐? 」
스파앗!
혈황은 경악의 일갈과 함께 한 발을 축으로 맹렬히 몸을 휘돌렸다. 동시에
그자의 쌍장이 순간적으로 십 팔 장을 벼력같이 내쳤다.
콰콰쾅!
직후 지하광장 전체가 온통 무너져 내릴 듯한 가공할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 굉음 속에 강대무비한 소용돌이가 일어나 장내를 휩쓸었다.
「 검한아! 」
「 크헉! 」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튕겨지는 이인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바론 낭왕 갈천사와 나유라였다.
「 크으········· 이럴 수가! 」
그 소용돌이 속에서 이검한의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혈황이 내친 장력에는
강력한 흡인력(吸引力)이 내포되어 있어서 이검한의 몸을 맹렬히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이검한의 경신술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궁만리비를
시전한 덕분에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검한의 모습이 혈황의 시야에 들
어왔다.
「 크크! 전궁만리비도 별것 아니었군! 」
혈황은 자신의 장력에 끌려오는 이검한을 노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이검한은 이를 악물었다.
(안돼·········!)
그는 사력을 다해 혈황의 흡인력에서 빠져나가려 애썼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더 늦어지며 혈황에게로 끌려갈 뿐
이었다.
「 검한아··········! 」
광장 입구에서 나유라의 안타까운 부르짖음이 들려왔다.
그녀는 이검한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혈황이 일으킨 강력한
잠경의 소용돌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단 한 걸음 도 광장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 죽어랏! 」
이검한과의 거리가 이 장 안으로 좁혀지자 혈황은 사나운 흉갈과 함께 오지
(五指)를 날려 지력으로 이검한을 무찔러왔다.
쩌러러렁!
그자의 왼손 다섯 손가락에서 다섯 줄기의 시뻘건 섬광이 마치 달아오른 부
젓가락처럼 내뻗혔다.
빠카카캉!
「 크흑! 」
다음 순간 망치로 절벽을 두드리는 듯한 굉렬한 폭음과 함께 고통에 찬 비명
이 터져 나왔다.
쿠웅!
이검한의 신형은 맹렬히 뒤로 날아가 석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으! 늑골이 부러졌다!)
그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 엇! 」
벽에 기대앉는 이검한의 모습에 혈황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자가 날린 지력은 능히 철벽이라도 관통할 수 있었다. 헌데 이 애송이는
그 파멸지력을 정통으로 가슴에 맞고도 죽지 않은 것이 아닌가?
사정을 모르는 혈황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검한의 가슴은 마화삼보(魔火三寶)의 하나인 적룡풍(赤龍風)으로 방호되어
있었다. 혈황이 날린 지력은 적룡풍 위를 강타했고 그 덕분에 이검한은 무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희세의 호신지보인 적룡풍으로 방호되었건만 혈황의 지력에 얻어맞은
그의 왼쪽 가슴 늑골이 두세 개 정도 금이 가거나 부러져 버렸다.
혈황의 지력은 그만큼 막강했던 것이다.
「 이········ 놈! 」
「 위험하오! 여왕! 」
문득 사나운 여인의 교갈과 다급한 노인의 고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검한이 혈황의 일격에 쓰러지는 것을 본 나유라가 앞뒤 가리지 않고 혈황
을 향해 덮쳐들었고 그것을 본 낭왕 갈천사도 부상당한 몸을 급히 날려 나유
라의 뒤를 따랐다.
그는 이 금발의 아름다운 여장부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본 상태였다.
두 사람이 덮쳐드는 모습을 본 혈황은 조소의 눈빛으로 냉랭하게 코웃음쳤다.
「 버러지 같은 것들! 」
꽈르르릉!
그자는 살기어린 일갈과 함께 나유라와 낭왕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 악! 」
「 크헉! 」
콰당탕!
다음 순간 날카로운 비명과 둔중한 신음이 어우러지며 두 인영이 맹렬히 뒤
로 튕겨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물론 그들은 나유라와 낭왕이었다.
이미 심각한 부상을 당한 낭왕이나 나유라는 혈황의 십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 크크크! 너희 년놈들을 모조리 저 세상으로 보내주마! 」

혈황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바닥에 나뒹군 나유라와 낭왕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
섰다.

그 모습을 본 이검한의 안색이 변했다.

(어머님이 위험하다!)

그는 다급한 심정에 뽀개지는 듯한 가슴의 격통을 억누르고 급히 일어섰다.


한데 일어서던 이검한의 눈에 옆의 석벽에 하나의 쇠사슬이 빠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혹시....!)

「 흐흐! 잘 가라! 」

그 사이에 혈황은 시뻘건 빛으로 변한 손을 쳐들어 나유라와 낭왕을 내려칠 자
세를 취했다.

그것을 본 이검한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촤앙!

그는 망설임없이 즉시 쇠사슬을 잡아 당겼다.

그그긍!

그러자,
석벽의 안쪽에서 무엇인가 기관장치가 움직이는 듯한 금속성이 들렸고,

꾸르르릉! 쩌저적!

이어,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사면의 벽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
작했다.

그렇다.
이검한이 잡아당긴 쇠사슬은 바로 지하광장을 무너뜨리는 기관장치였던 것이
다.

「 헛! 」

돌연한 사태에 막 나유라와 낭왕를 공격하려던 혈황은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았
다.

그런 그의 눈빛이 홱 변했다.

쩍! 쩌저적!

석실 사면의 벽면과 바닥이 굉음속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검한아! 」

「 피하세요, 어머니! 」

터져 나오는 굉음속에서 나유라와 이검한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콰콰쾅! 콰르르릉!
천붕지열의 대굉음 속에 모든것이 무너져 내렸다.

과연 이검한과 나유라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


추천79 비추천 31
관련글
  • 오피스 디엣 - 12장
  • 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12장
  • 내 경험의 허와실,,, - 1부 12장
  • 조건녀 - 지영 - 단편 12장
  • 그랬던 아내의 변화 12장 완결
  • 어느날 친구부부가 같이살자고-12장
  • 방금 클럽5678에서 12장에 만나기로 했는데..
  • 사랑하는 하늘이 - 단편12장
  • 당가풍운 - 12장
  • 사랑하는데? - 12장
  • 실시간 핫 잇슈
  • 처제의 숨결 - 36편
  • 처제의 숨결 - 35편
  • 유부녀 길들이기 2부
  • 처제의 숨결 - 48편
  • 장모아닌 여자라고 4
  • 처제의 숨결 - 44편
  • 우리 동네아줌마와 경험했던 이상한일 실화입니다
  • 나와 아내의 채팅-하
  • 실화 10년간의 기억 3편
  • 노출되는 그녀 상
  • 회사소개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www.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