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실락원 -하
음란 실락원 - 하
루시펠은 다음날 천사들의 대군을 움직여 반란을 일으켰다.
두 군단은 처절하게 싸웠고 루시펠은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루시펠과 그의 군단은 천국에서부터 거꾸로 떨어져 우주와 혼란의 세계를 지나 무저갱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수감자를 받아들인 지옥은 거대한 울음소리를 냈다.
오랫동안 그들은 잠들어 있었다. 아마도 그 기간은 야훼가 우주를 창조하던 7일간이었을 것이고 또는 150억년 간이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영원히 저주 받을 무리들은 이제는 사탄이 된 루시펠을 필두로 하여 깨어나버렸다.
사탄은 사방을 둘러싼 붉은 어둠을 바라보았다. 이곳이 지옥임을 사탄은 인지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들어가 살려고 야훼가 창조한 것이 아닌 이상 빼앗길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바알세붑, 베르제브브, 몰록, 맘몬, 벨리알 등등의 대군주들을 시작으로 모든 타천사들을 깨웠다. 침통한 원한과 대책 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 속에서 사탄의 무리는 야훼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맘몬의 무리는 지옥에서 광물을 캐내어 마궁을 건설했다. 일단 사탄은 그 마궁 안에 모든 타천사들을 모아들였다.
아직도 사탄은 천국에서의 화려한 빛을 모조리 잃고 있지는 않았다. 석유로 불 밝힌 회의장 안에서 사탄은 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족이 천국에서 계획되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불행에 빠뜨려 야훼의 계획을 틀어지게 함으로서 우리의 원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야겠군"
사탄은 홀로 우주를 향해 모험을 떠났다. 지옥은 너무나도 넓었다. 천국과 마찬가지로 우주 보다 넓었다.
이때 사탄의 딸 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사탄은 죄가 잘 천국에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탄의 소망과는 반대로 죄는 사탄의 무리가 지옥으로 떨어질 때 함께 지옥에 떨어졌다.
"거기 아무도 없나요. 나요. 나요. 나요"
아무리 애절하게 불러봐도 돌아오는 건 붉은 어둠으로 가득찬 광막한 영역의 메아리 뿐. 죄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공포에 잠겨갔다. 죄 곁에게는 지옥문의 열쇠가 떨어져 있었다. 죄는 허겁지겁 떨리는 손을 움직여 자물쇠에 열쇠를 꼽고 지옥문을 열려 했다.
그렇지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는 무리였다. 죄는 하염없이 움직이지 않는 지옥문을 바라보며 야훼를 저주했다.
갑자기 매서운 고통이 엄습해왔다.
자궁에서 밀려드는 아픔이었다. 너무나도 처절한 아픔에 죄의 다리는 꺽어지고 휘감기고 꼬여 마치 두 마리의 구렁이가 서로를 칭칭 감은 것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철갑 같은 흉직한 비늘이 거침없이 여리디 여린 피부를 뚫고 솟구쳐올라 이젠 다리라 부를 수 없는 죄의 다리는 피로 물들었다.
"아빠아~!"
죄는 사탄을 목 놓아 부르며 지옥의 차가운 바닥 위를 뒹굴었다. 보지가 찟어지면서 사탄과 죄의 저주스러운 자식이 튀어나왔다. 거대하고 흉폭한 몸집에 있는 지 없는 지 알 수 없는 머리 위에 왕관 비슷한 것을 걸치고 날카로운 창을 든 죽음이었다. 전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을 앞으로 그 창으로 빼앗아갈 사악한 왕의 탄생이었다.
순간 온 지옥이 전율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두려움이 지옥 전체를 휘감고 돌며 한 목소리로 지옥이 울부짓게 만들었다.
"죽음이여!"
그 소리는 거대한 메아리가 되어 죄의 온 몸을 강타했다. 공포감이 죄를 엄습해왔다. 죄의 예지력은 죽음이 자신에게 큰 불행을 주리라는 걸 알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죄는 미친듯이 죽음으로부터 달아났다.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죄는 달아났다.
죽음은 자신의 어머니이자 누나인 죄에게 욕정을 느꼈다. 지옥문 둘레에는 단 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것은 고독을 씻기 위한 동작이었을 지도 모른다. 죽음의 보폭은 너무나도 컷고 발걸음은 너무나도 빨랐다.
금새 죄는 죽음에게 따로잡혔다. 죽음은 죄를 낚아채어 몸을 앞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하, 하지마"
두려움에 떠는 죄의 모습은 죽음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하체는 흉직한 쌍구렁이로 변해버렸으나 보지를 비롯한 엉덩이 부분 및 상체는 여전히 천국에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죽음은 어머니의 허리를 붙잡고 단숨에 자지로 보지를 꿰뚫었다. 방금 죽음을 낳느라 피곤죽이 되었던 보지였다. 너무나도 아파 죄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금새 재생되었긴 했지만 고통까지 금새 사라지지는 않았다.
죽음의 자지는 두꺼우면서도 길어 죄의 자궁 입구를 뚫기에 충분했다.
새하얗게 투명한 빛을 발하는 나신이 상체를 떨며 강간당하는 모습은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죽음은 여러 차례 죄를 범하고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죄는 어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옥문 자물쇠에 열쇠를 꼽고 돌려 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죽음이 옆에서 거들고 있었지만 지옥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못가 죄는 자신의 뱃속에서 또다른 것이 자라나고 있음을 느꼈다. 죄는 사색이 되었다.
"아, 아버지..."
해산은 힘들었다. 죽음이 옆을 지키고 있으면서 죄가 지옥문 옆에서 한 시도 떠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운데 이루어진 해산이었다. 다리가 엉켜 구렁이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지를 제대로 열 수 없는 체로 큼직한 괴물을 낳아야 했다.
이번에 죄가 낳은 것은 으르렁거리는 지옥의 번견이었다. 개의 머리가 셋이나 달리고 피막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등에 나있고 꼬리엔 불 뿜는 드래곤이 또아리를 튼 괴수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였다.
거듭되는 불행에 죄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게다가 그것들은 먹이를 원했다.
괴물들은 번갈아가며 죄의 몸을 탐했다. 입, 보지, 항문에 한꺼번에 괴물들의 좆을 받아들인 체 수없이 헐떡여야 했다. 거칠기 짝이 없는 섹스였다. 도망치는 방법도 고통을 덜하게 할 방법도 없었다. 괴물들은 먹이를 원초적인 뜻 그대로 원했다. 이곳에 먹이라고는 죄의 끊임없이 재생되는 육체 밖에 없었다.
괴물들은 어떻게 하는지 죄의 입, 보지, 항문을 통해 죄의 몸 속으로 들어가 창자를 뜯어 먹고 컹컹 짖으며 마음대로 튀어나오곤 했다. 그때마다 정액을 싸질러 새로운 괴물들을 낳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참하게 무너져 가는 죄 옆에서 죽음은 그저 버티고 서있기만 했다.
이즈음 사탄은 지옥문에 도달했다.
사탄은 지옥문을 밀어 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쳇, 열쇠가 필요한가"
사탄이 그렇게 서 있는 것을 죽음은 눈치챘다. 죽음은 강력한 몸을 움직여 사탄에게 다가갔다.
"네 놈은 누군데 이곳에서 얼쩡이고 있는 것이냐"
사탄은 비웃음을 흘렸다. 야훼 아래 모든 피조물을 같잖게 여기는 그였다. 지옥 속의 물체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죽음이 이에 노했는지 창으로 사탄을 한 방 갈겼다.
사탄은 뒤로 흠짓 물러섰다. 강력한 타격이었지만 그 정도로 쓰러질 사탄은 아니었다. 사탄은 함성을 지르며 창으로 찔러가려 했다. 이때 죄가 그 둘 사이로 뛰어들어왔다.
"멈춰요!"
사탄은 죄를 바라보았다. 죄는 사탄에게 윗모습은 아름다우나 아랫도리는 쌍구렁이인 괴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 누구야?"
"저를 잊으셨단 말인가요, 아버지. 천사의 군중 속에서 저는 당신의 머리 속에서 태어났어요. 그때 무리는 죄라고 두렵게 외쳤었죠. 곧 아버지와 전 사랑에 빠졌고 저는 임신했어요. 당신의 무리가 천국에서 떨어졌을 때 저도 함께 떨어졌었어요. 저는 얼마못가 저 원수 놈의 자식을 낳았죠. 지옥은 저 놈이 태어날 때 죽음이라고 외쳤어요. 놈은 저를 강간하고 이 흉직한 괴물들을 낳도록 만들었어요. 이것들은 때때로 내 뱃속에 들어가 창자를 뜯어먹으며 끊임없이 괴롭힌답니다"
사탄의 얼굴에 한순간 비통한 표정이 스쳤다.
죄가 말을 이었다.
"제겐 다행히도 열쇠가 있어도 셋이서 힘을 합친다면 열 수 있을 지도 몰라요. 만약 열린다면 저는 아버지의 사랑스런 딸로서 오른편에 앉을 수 있을 지도 모르죠"
죄는 열쇠를 지옥문 자물쇠에 꽂아 넣었다. 사탄, 죄, 죽음은 함께 지옥문을 열어보았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지옥문은 활짝 열렸다. 드러난 것은 광활한 혼란의 세계였다.
혼란의 세계는 늙은 군주 혼돈왕 카오스가 다스리고 있었다. 사탄은 그를 날아서 찾아갔다.
카오스는 야훼가 혼란의 세계의 재료를 강탈하여 우주를 만들었다고 불만이 대단했다.
"그렇다면 본디 우주는 혼란의 세계였다는 것이로군요"
"그렇다네. 사탄이여"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주에 있음을 알고 있나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는 관계로 그들이 야훼가 정해준 금기 하나를 어기도록 유혹할 수 있다면 우주의 질서를 조금이나마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이득이 될 수 있겠군. 9:1로 이익을 나누세. 9가 나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을테지"
"너무 짜지 않습니까. 아무리 카오스께서 먼저 우주의 혼란을 통해 이득을 얻으신 후에야 저희가 그 이득을 나눌 수 있다고는 하지만요. 6:4로 하시죠. 6이 카오스이십니다"
"저기 지옥문 근처에 너의 딸이 보이는군. 그녀의 쌍구렁이 다리의 비늘을 조금씩 치료할 수 있도록 내가 혼란의 요정들을 제물로 제공하겠다. 조건은 9:1이다"
사탄은 죄에게로 달려가 카오스가 샘플로 제공한 혼란의 요정의 피를 죄의 흉직한 하체에 뿌리자 비늘이 조금 작아지는 것이 보였다. 죄는 영문을 몰라 사탄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사탄은 즉시 혼돈왕 카오스에게로 날아갔다. 죄와 죽음은 날지 못 하는 관계로 길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이 길로 악마들이 훗날 우주로 쳐들어가 인류의 영혼을 잡아 오게 되는 것이다.
"좋습니다, 혼돈왕이시여"
사탄은 우주로 갔다.
150억 년 동안 진화한 기억을 가진 체 창조된 우주가 눈앞에 드러났다. 1000억 이상의 은하계와 그 각각의 은하계 마다 있는 1000억 개 이상의 별들 가운데 있는 평범한 별 하나의 3번째 행성에 찾아가는 일은 사탄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록별 지구를 내려다보며 사탄은 마지막으로 야훼에게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저희가 지옥에 여전히 있더라도 좋습니다. 죄가 태어날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체 천국에 살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피조물을 유혹하지 않겠습니다"
사탄은 아직 혼란의 세계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 죄를 바라보았다. 여전한 죄의 모습에 사탄은 천국을,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지구에 태어난 남성 중 가장 늠름한 아담과 여성 중 가장 아름다운 이브를 사탄은 뱀의 모습으로 변한 체 바라보았다. 그리고 간사한 세 치 혀로 이브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따먹게 만들고 이를 아담에게도 먹이도록 유도했다.
야훼의 분노가 있었고 우주의 피막이 뚫렸다. 혼란의 세계를 사이에 두고 죄와 죽음이 만든 길을 통해 우주와 지옥이 연결되었다.
암사자가 젖을 주던 새끼 가젤을 물어 죽였다. 곰이 쓰다듬어 주던 다람쥐를 먹어치웠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었다. 혜성이 지구에 위험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궤도가 수정되었다. 태양에 흑점이 생기고 플레어가 일어났다. 초신성이 생겼다. 은하계 중심에 블랙홀들이 들어섰다. 퀘이서가 이글거렸다. 150억 년 동안 존재했던 것으로 되어 있던 우주의 기억 전부가 혼란의 속성을 일부 띄게 되었다. 생명이 있는 우주 말고도 다른 생명 없는 우주들이 생겼다.
사탄은 야훼의 저주를 들었다. 확실히 그리될 터였다. 사탄은 또 다시 자신이 패배할 것이고 그때는 영원토록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 할 것임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반드시 죄의 다리를 고쳐 놓고야 말겠다. 처음 태어났던 때와 같은 맑은 모습을 반드시 되찾고야 말겠다.
가장 맛있는 먹이인 인류의 죄악은 아직 인간이 둘 밖에 없는 관계로 많이 오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 오는 혼란의 양만으로도 죄가 낳은 괴물들을 먹이는 데는 충분했다. 죄는 비로소 괴물들에게서 해방되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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