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천왕 5
제3장 千毒屍菌과 墨鱗千毒鞭
낭야왕의 시체 옆에 우뚝 선 철접, 그녀는 시체를 내려다보며 무심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 자는 생시에 천 가지 독을 복용하고 무서운 독공(毒功)을 익힌
독인(毒人)이었다!"
"......!"
그녀는 말을 하며 낭야왕의 시체 옆에 앉았다.
"그런 독인(毒人)이 죽으면 그가 생시에 복용한 천 가지 독(毒)이 한
곳으로 모여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어,
빠각!
그녀는 낭야왕의 시체 가슴 부분의 천을 걷어냈다.
순간, 그곳에서 하나의 기이한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전체가 푸른색을 띤 하나의 버섯이었다.
"시...... 균(屍菌)?"
막붕비는 그것을 바라보며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아는 게 많구나. 어린 아이가......! 그렇다! 이것은 일종의
시균(屍菌)이다!"
철접은 막붕비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균(屍菌)----
시체가 썩으면서 생시에 그 사람이 복용한 약기운이 버섯형태로
자라는 것, 그것을 다 따먹으면 만병이 치유되어 영원한 젊음을
얻는다는 전설이 있다.
철접, 그녀는 시균을 비수로 조심스럽게 따내며 말했다.
"하지만...... 이 시균은 보통 시균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천독(千毒)의 정화가 모인 천독시균(千毒屍菌)이다!"
"어떤 점이 다르오?"
막붕비는 검미를 모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
철접은 시균을 손바닥에 놓고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이 천독시균을 먹으면 이 자가 생시에 지녔던 독공(毒功)과 내공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다!"
"아!"
막붕비는 경악의 표정으로 탄성을 발했다.
"그럼...... 당신이 그것을 복용하면 단번에 생시의 낭야왕
갈태독만한 고수가 된다는 말이오?"
"......!"
그 물음에 철접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천독시균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손을 얼굴의 몽면으로 가져가 주저주저했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히죽 웃었다.
(그렇지! 그것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몽면을 벗어야겠지?)
그의 눈이 장난스러운 빛으로 반짝 빛났다.
(도도한 네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볼 수 있겠군!)
그는 호기심과 기대 어린 표정으로 철접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는 철접이 인자인지라 아주 독살스럽게 생겼으리라 추측했다.
그때,
슥......
드디어 철접이 돌아앉은 채로 몽면을 벗었다.
그녀는 머리를 아주 짧게 깎고 있었다.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목덜미가 백설같이 하얗고 깨끗했다.
그것은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었다.
"......!"
막붕비는 말없이 철접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아까...... 내 몽면을 벗기지 않아 고마왔다!"
철접이 주저주저하며 천천히 돌아 앉았다.
순간,
"......!"
막붕비는 경악의 눈으로 철접의 얼굴을 주시했다.
돌아앉은 철접, 그녀의 모습은 막붕비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판이했다.
역시 그녀는 꽤 나이가 들어 이십 세 중반 정도로 보였다.
화려한 얼굴은 아니나 아주 단아하고 우수 어린 느낌을 주는
인상적인 용모였다.
마늘쪽같이 오똑한 코, 앵두같이 자그마하고 붉은 입술, 섬려하고
맑은 선(線)을 지닌 인상적인 오관...... 또한, 백지같이 희고 깨끗한
피부가 더 한층 그녀의 미(美)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
막붕비는 일순 넋나간 듯 멍한 눈빛을 지었다.
마치 인형같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용모, 그러면서도 나이든 누님같이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미모를 뜻밖에도 인자 철접은
지니고 있었다.
문득,
"내가...... 밉지 않느냐?"
철접은 백지같이 맑은 볼에 발그레 홍조를 떠올리며 물었다.
"전혀...... 제가 본 어떤 분보다 아름답소. 나의 어머님만
빼고......!"
막붕비는 눈을 가늘게 뜨며 감탄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그것은 그의 진실이었다.
"고맙...... 구나!"
철접은 막붕비의 칭찬에 목까지 발그레한 장미빛으로 물들이며
고개를 떨구었다.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뇌살적이었다.
문득, 그녀는 망설임 끝에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밉지...... 않다면...... 내 몸을 즐기게 해 준다면......
기쁘겠구나!"
"예?"
막붕비는 그녀의 말을 잘못 알아 들었는지 검미를 모으며 물었다.
순간,
팟!
돌연 철접이 벼락같이 교수를 뻗어 막붕비의 연마혈을 찍었다.
"억! 이게 무슨 짓이오?"
막붕비는 몸이 뻣뻣해져 뒤로 쓰러지며 당황스런 비명을 발했다.
순간,
슷!
철접은 두 손을 내밀어 쓰러지는 막붕비를 안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였다.
"억! 이게 무슨 짓이오?"
막붕비는 노한 표정으로 철접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철접은 그런 그의 모습을 우수 어린 시선으로 내려다 보았다.
"나는...... 네게 더할 수 없는 빚을 졌어!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방법이라고는...... 나의 처녀...... 외에는 달리 없구나!"
"당...... 당신의 처녀를 주겠다고?"
막붕비는 아연함을 금치 못하며 금방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철접의 옥용 역시 능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우수 어린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
"거절하지...... 말아라! 동영 이가조의 인자들은 은혜를 입고 갚지
않음을 죽음보다 더한 수치로 아니까......!"
이어,
사각......
그녀는 섬섬옥수로 막붕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막붕비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소리쳤다.
"이...... 이러면 안되오! 나는 아직 어린애오!"
그는 안간힘을 쓰며 최후의 저항을 했다.
하나, 철접은 옷이 벗겨지며 드러난 막붕비의 하체를 보며
미소지었다.
"너는...... 결코 어린 아이가 아니다!"
"......!"
막붕비는 낭패함을 느꼈다.
어느 새 자신의 일부가 굳강하게 일어서 있는 것이 자신의 눈에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낭패한 모습에 철접은 다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끄러워 할 것 없다! 나의 사랑스런 아기......!"
그는 손을 움직여 막붕비의 하의를 완전히 벗겨냈다.
순간, 막붕비의 늠름한 일부가 철접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의 일부는 십 오 세 소년의 그것으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늠름했다.
"......!"
그것을 본 철접, 그녀는 본능적인 부끄러움으로 가늘게 몸을 떨었다.
하나, 그녀는 곧 몸을 일으켜 자신의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다.
사르르......
그녀의 야행복이 허물같이 소리없이 벗겨졌다.
아! 놀랍게도 그녀는 그물옷을 이미 벗어 버려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막붕비의 안면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빌...... 어먹을...... 일찌감치 이럴 작정을 했군!)
그는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철접의 보송보송한
솜털이 덮인 허벅지 사이로 끌리고 있었다.
그곳의 살집 사이로 이미 촉촉한 분홍 이슬이 내비치고 있었다.
이윽고,
"두려워...... 말아요! 그대나...... 나나 언젠가는 거쳐야 할
일이니......!"
철접은 막붕비의 옆에 살며시 누우며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그리고 천천히 막붕비의 일부를 애무하며 단내를 토했다.
문득, 그녀는 막붕비의 하체로 얼굴을 가져갔다.
순간,
(흐윽......!)
막붕비는 내심 자지러질 듯한 신음을 발했다.
그는 자신의 일부에 더할 수 없이 감미롭고 보드라운 자극이
가해짐을 느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러면...... 안되오! 제...... 제발......!"
그는 숨을 헐떡이며 신음하듯 소리쳤다.
하나, 철접의 애무는 점점 집요하게 변해 막붕비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신비하고 황홀한 느낌...... 그것은
막붕비의 전신을 사로잡았다.
한 순간,
(헉!)
그는 자신의 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작렬감을 느끼며 아득한
혼미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막붕비,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철접의 품에 포근하게
안겨져 있었다.
그의 연마혈은 이미 풀어져 있었다.
문득, 막붕비는 철접을 올려다 보았다.
"너...... 너무합니다, 누님......!"
그는 울상을 지으며 철접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순간,
"가만......!"
철접이 몸부림치는 막붕비의 몸을 꼬옥 가슴에 끌어안았다.
(욱......!)
막붕비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그의 얼굴은 향긋한 살내음을 풍기는 보드라운 철접의 유방 사이에
파묻혀 버렸다.
(따뜻하다......!)
그는 더할 수 없는 포근함을 맛보았다.
이어, 그는 자기도 모르게 철접의 따뜻한 젖무덤을 더듬었다.
"흐음......!"
철접은 숨을 할딱이며 자신의 젖꼭지를 막붕비의 입에 물려 주었다.
막붕비는 어린 아이같이 철접의 젖무덤을 탐닉했다.
철접은 희열에 몸부림치며 달뜬 신음을 발했다.
그녀는 뜨거운 숨을 할딱이며 막붕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어, 그녀의 한 손은 천천히 막붕비의 하체로 움직였다.
(음......!)
막붕비의 입에서도 후끈한 열기 어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내, 그의 일부는 철접의 하복부 아래로 이끌려졌다.
까실까실한 감촉에 이어 지극히 부드럽고 따스한 살점에 의해
막붕비의 일부가 자극되었다.
"으...... 음!"
막붕비는 순간 자신의 일부가 터질 듯 팽창함을 느끼며 고통스런
신음을 발했다.
"아아......!"
의외로 빠른 막붕비의 회복력에 철접은 몸을 떨며 전음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내밀한 부위를 막붕비의 일부에 접촉시켰다.
막붕비는 철접의 내밀한 곳이 따뜻한 물기로 흥건해짐을 느꼈다.
문득,
"흐음...... 이제는......!"
철접은 막붕비의 얼굴을 가슴에서 떼어내며 그를 반듯하게 누였다.
"누...... 님!"
막붕비는 후끈 몸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철접의 젖가슴을 두 손으로
불끈 움켜쥐었다.
순간,
"싫어...... 아파......!"
철접은 나직한 교성을 지르며 살짝 옥용을 찌푸렸다.
이어, 그녀는 섬섬옥수로 막붕비의 실체를 쥐어 자신의 은밀한
곳으로 밀착시켜 갔다.
그리고 두 눈을 살짝 내리감은 채 막붕비의 위로 자신의 하체를
침몰시켰다.
격렬한 파문이 두 사람의 몸을 동시에 흔들었다.
막붕비, 그는 자신의 일부가 격렬하게 조여 들며 한없이 깊은 곳으로
빨려듬을 느꼈다.
그는 손을 뻗어 힘껏 철접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 긴축감은 천 개 벼락이 때리는 듯한 충격으로 막붕비에게
가해졌다.
철접 또한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란 격렬한 충격에 전율했다.
문득,
주르르......
그녀의 감은 긴 속눈썹 사이로 뜨거운 이슬이 배어 흘렀다. 하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점점 몸을 가라앉혀 막붕비를 자신의 깊은 곳으로
수용했다.
언제부턴가?
붉은 이슬이 배어나와 두 사람의 몸 사이로 흘러내렸다.
"이것...... 나의 최선이예요!"
철접은 낮게 속삭이며 흐느꼈다.
이어, 그녀는 막붕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서서히 하체를 움직였다.
그녀의 가는 허리가 규칙적인 율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누...... 누님...... 나...... 나는......!"
막붕비는 거의 필사적으로 철접의 품을 파고들며 매어달렸다.
점차, 격렬한 환희의 파동이 격하게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
끝없는 열락의 물결은 점점 높아가고 있었다.
* * *
문득,
"갔구나......!"
막붕비는 우울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철접과 격렬한 정사로 지쳐 잠들었던 막붕비, 그는 시간이 흐르자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반나절 만이었다.
막붕비의 몸에는 의복이 단정하게 입혀 있었다.
하나, 어디에도 여인자(女忍者) 철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막붕비는 한 차례 꿈을 꾸고 난 느낌이었다.
간밤의 격렬한 경험, 그것은 폭풍같이 그의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꿈 속의 일인 듯 아득하기만 했다.
하나, 그것은 분명 현실이었다.
바닥에 점점이 피어 있는 혈화(血花)가 그것이 결코 꿈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철접, 그녀는 떠나면서 세 가지의 물건을 갖고 갔다.
천독시균(千毒屍菌)과 천독살황경(千毒薩荒經), 그리고
묵린천독편(墨鱗千毒鞭)이 그것들이었다.
하나, 지옥저주마경과 마검 지옥혈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놓여
있었다.
막붕비가 누워 있던 바닥의 한쪽, 몇 줄의 섬세한 글이 남겨져
있었다.
<당신을 잊지 않아요. 나의 귀여운 붕비(鵬飛)! 하지만 나를 찾지
말아요. 그대가 이 천한 계집을 필요로 할 때면...... 그곳에 바로
내가 있을 테니까......中略...... 내게는 돌아갈 고향도...... 찾아볼
친인도 없어요. 그저 바람같이 떠돌며...... 먼저 간 동생
용영차랑(龍影次郞)의 명복이나 빌겠어요.>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철접을 상징하는 하나의 암기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얇은 면철로 만든 나비의 모양의 암기였다.
호접철편(蝴蝶鐵片), 그것은 지극히 정교했으며 금방이라도 한 마리
나비가 날아오를 듯한 형상이었다.
"......!"
막붕비는 조심스럽게 호접철편을 집어들었다.
"그대를...... 찾아내고 말 거요, 철접!"
그는 호접철편을 들여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잠깐의 만남이었으나 이미 철접의 모습은 그의 뇌리 깊숙이
박혀들었다.
그렇다. 여인에게 있어 첫남자는 잊혀질 수 없는 존재이듯
막붕비에게도 첫 이성인 철접은 잊혀질 수 없는 존재였다.
문득, 막붕비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나는...... 아직 어리고 약해. 하나 곧 성인이 될 것이고 아주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어, 그는 지옥저주마경과 마검 지옥혈을 굳게 움켜쥐고 일어섰다.
"이 넓은 세상에서 철접을 찾으려면 정말 강해져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무술을 시러베 잡배의 잡기로 천시해 왔으나...... 이제는
아니다"
그의 눈빛이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유현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뚜벅......
그는 천천히 광장의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찌---- 익!
그가 나타나자, 독충들은 황망히 비명을 내지르며 산지사방으로
달아났다.
그것은 막붕비가 천년독황정을 복용하여 모든 독충들의 천적이 된
때문이었다.
막붕비는 걸음을 옮기며 문득 강한 힘이 실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철접! 그대를 찾기 위해 천하제일인이 되어야 한다면...... 그렇게
되고 말겠다. 그런 후에는......!"
스읏!
그의 두 눈에 강렬한 신광이 흘렀다.
"후훗! 그런 후에는...... 당신을 내 곁에 잡아두고 말겠다!
영원히......!"
그의 나직한 웃음은 조용한 지하광장을 울렸다.
그 웃음소리의 여운과 함께, 막붕비의 모습은 그곳에서 사라져갔다.
낭야보궁----!
하나의 인연......!
사상최강의 용자(勇子)를 탄생시킨 거대한 인연이 잉태된 곳, 그
운명의 장소였다.
* * *
-황산(黃山),
오악(五嶽)에는 꼽히지 않으나 서역의 곤륜대산(崑崙大山)과 함께
중화인들에게 가장 숭배받는 신산(神山)이다.
그 이유는 황산(黃山)이 바로 전설의 제왕 황제(黃帝)를 의미하는
성산(聖山)이기 때문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황제(黃帝)는 이곳 황산(黃山)에서 천단(天壇)을
쌓고 천성의 여러 신들과 교통하였다고 한다.
제왕(帝王)의 산(山)---- 황산(黃山)!
그것은 당대에 와서 중원무림인들에게조차 최고의 경외를 받는
성역이 되었다.
그 이유는 황산에 당대 천하제일인의 거처가 있는 탓이었다.
-황산(黃山)의 제왕성(帝王城)!
바로 절대신검황 초패강의 거궁이 황산에 있었다.
초패강----
그는 정사를 초월한 모든 무림인들에게 존경받는 일대종사였다.
그는 사십 년 전 낭야왕(狼爺王) 갈태독을 쓰러뜨린 공으로 화산
일대를 태조 주원장에게서 영지로 하사받았다.
그 후, 무림인들은 황산근역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리고 검을 들어
경외를 표하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천하무림의 눈(眼) 같은 곳, 그곳이 바로 황산(黃山)이었다.
가을(秋).
낙엽이 홍등(紅燈) 같이 붉디붉은 가을이었다.
스스스......
바람은 제법 냉기를 띠며 옷자락을 파고들고 기러기떼는
추풍(秋風)을 따라 처량하게 울며 어디론가 날아간다.
깊은 가을날이었다.
휘이잉---- 위---- 잉!
황산 일대에는 누런 황사의 모랫 바람이 불고 있었다.
시신봉(視神峯)----
황산제일봉(黃山第一峯),
시신봉의 산허리를 띠같이 두르고 있는 하나의 웅장한 성채가
있었다.
-제왕성(帝王城)!
바로 그 위대한 이름을 지닌 거성(巨城)이었다.
성채의 길이는 무려 수십 리에 달했다.
또한, 성채의 안쪽에는 수많은 고루거각들이 처마에 잇대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실로 그 엄청난 규모와 위용은 만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황혼 무렵----
가을의 황혼녘은 타는 듯 붉은 빛을 받고 짙어가고 있었다.
시신봉이 내려다 보이는 연화봉(連花峯)의 정상.
"......!"
휘르르......!
서늘한 산중에 옷깃을 펄럭이며 한 명의 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의 건장한 체격에 표범가죽의 피의를 걸친 청년, 그는 오랫
동안 다듬지 않은 듯 봉두난발된 장발을 어깨까지 기르고 있었다.
흩날리는 장발 사이, 한 쌍의 깊고 유현한 봉목이 신비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한없는 지혜와 추측할 수 없는 현기를 담은 눈빛, 지금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제왕성(帝王城)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피의청년, 그의 두 팔은 어깨 위에 올려놓은 장검에 걸쳐져 있었다.
검집도 없는 기이한 장검, 그것은 낡은 천에 둘둘 말려져 있었다.
(이해할 수 없군! 어찌 절대신검황 초패강이 둘씩이나 된단 말인가?)
피의청년은 검미를 찌푸리며 제왕성을 주시했다.
(초패강은 분명 낭야왕부의 지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저 안에 있는 초패강은 또 누구란 말인가?)
그는 의혹 어린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침음했다.
피의청년, 그는 대체 누군데 절대신검황 초패강이 죽은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
막붕비(莫鵬飛)!
그렇다! 청년은 바로 막붕비였다.
그가 철접을 만난 것은 벌써 삼 년 전의 일이었다.
그의 나이 이제 십 팔 세, 삼 년의 세월이 살같이 흘러간 것이었다.
그 삼 년의 세월이 막붕비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실로 엄청났다.
천년독황정을 복용한 후 그의 신체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루었다.
허약한 체질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완벽한 성인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십 팔 세의 건장한 청년, 이제 막붕비는 옛날의 병약한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낭야왕부에서 돌아온 후 곧 승상부를 떠났다.
승상 막대공에게는 천하유람을 위해 떠난다고 말했다.
하나 실은 철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온 것이었다.
삼 년 간 강호를 떠돌며 막붕비는 완전한 한 사람의 무림인이
되었다.
그는 지금 지옥저주마경을 팔성 정도 연성한 상태였다. 그 경지는
절대신검황 초패강의 사십 년 전 수준이었다. 거기에다, 천년독황정
덕분으로 그는 백 년의 내공도 얻었다.
그것은 실로 괄목할만한 성취라 아니할 수 없었다.
한데, 무림에 뛰어든 후 막붕비는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낭야왕부에서 죽은 절대신검황 초패강이 버젓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초패강은 여전히 원기왕성하게 황산의 제왕성에서 무림을 호령하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막붕비는 눈을 번뜩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것은 필시 옥면환룡이란 그 흉수의 술수일 것이다!)
그는 제왕성을 내려다보며 결심을 굳혔다.
(초패강의 유물로 무림인이 된 은혜가 있으니...... 그를 위해서라도
이 흑막을 벗겨 보아야만 한다!)
그는 유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 초패강----
그에게는 세 명의 제자와 한 명의 딸이 있다.
세인들은 그들을 일컬어 황산의 네 마리 잠룡이라고 불렀다.
-검왕(劍王) 극천(剋天).
-옥면환룡(玉面幻龍) 옥사후(玉獅吼).
-천수검후(千手劍后) 빙화정(氷花精).
그들이 초패강의 세 제자였다.
개개인이 천하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자질을 지닌 기재들, 혹자는 그
삼 인이 사부 초패강만큼 강할 것이라 추측했다.
검왕(劍王) 극천(剋天)----
초패강의 대제자, 당시 사십 세의 중년인이었다.
그는 검왕(劍王)이란 칭호답게 과묵하여 패도적인
패왕검력(覇王劍力)을 지닌 검수였다.
그와 정면으로 맞서 신검을 받아낼 자가 없다고 알려졌다.
일전, 사부인 초패강도 극천과의 정면대결에서 오히려 밀렸다는
초강검수였다.
하나, 그는 삼 년 전부터 초패강에 의해 한 곳에 유폐되었다고 한다.
옥면환룡(玉面幻龍) 옥사후(玉獅吼)----
그는 초식 위주로 환영검결(幻影劍訣)을 완성한 인물이었다.
그의 현란한 초식은 환우일절이라고 알려졌다.
나이 삼십 오 세, 극히 뛰어난 용모의 소유자로서 뭇 여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었다.
천수검후(千手劍后) 빙화정(氷花精)----
이름 그대로 천 개의 손(手)을 지닌 경공과 암기술의 달인.
하나, 그녀는 한 번 결혼에 실패하여 지금은 쓸쓸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결혼에 실패한 이유는 그녀가 석녀(石女)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나, 진정한 내막을 알 수 없었다.
방년 삼십 이 세의 나이, 우수 어린 절륜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검정(劍精) 초하령(楚霞靈)!
초패강의 유일한 혈육, 초패강이 늘그막에 얻은 딸이었다.
그녀는 세 명의 사형과 사저의 자질을 하나로 합친 만큼 뛰어난
자질을 지녔다.
이미 그녀의 나이 십 삼 세에 초패강이 더 가르칠 것이 없다고 손을
들었을 정도였다.
그 후, 초하령은 숭산 소림사로 소림사 칠십 이 절기를 배우러
들어갔다.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인 인물은 소림사상 최고기재라는
항마천존(降魔天尊)이었다.
항마천존은 초패강과 함께 천하에서 가장 강한 십 인(十人) 중 일
인이었다.
황산의 사잠룡!
세인들은 그들 사잠룡 때문에 제왕성이 초패강 시절보다 열 배
강해지리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 제왕성을 파멸시킬 악령의 싹이 그들 중에 자라고 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아무도......
막붕비, 그는 짙어가는 황혼 속에 우뚝 선 채 제왕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선...... 어두워지길 기다리자! 어두워지면 저 동장철벽에도
스며들만한 틈 정도는 발견되겠지......!)
이윽고,
슥!
그는 몸을 돌려세웠다.
한데, 그가 막 연화봉의 뒤편으로 내려가려 할 때였다.
스---- 읏!
멀리 산봉 사이로 하나의 인영이 흐르듯 스쳐가는 것이 보였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았다.
(황산 근역에서 어떤 자가 감히 경공을 펼친단 말인가?)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쫓아가 볼까? 아직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있으니......!)
다음 순간,
슥......
그는 소리없이 몸을 움직여 인영이 사라진 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특별히 경공을 연마하지는 않았다. 하나 백 년 내공을 지녀
그의 발걸음은 나는 듯 빨랐다.
곧, 막붕비는 예의 인영이 사라진 곳에 이르렀다.
그곳은 하나의 은밀한 협곡이었다.
협곡의 안쪽,
촤---- 아아---- 콰르르----!
폭포의 물줄기가 기세좋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 앞, 기화이초가 가득 피어 있는 싱그러운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실로 은밀하고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
막붕비, 그는 한 그루 고목 뒤에 은신한 채 협곡 안쪽을 주시했다.
폭포 앞, 한 명의 화사한 궁장여인이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여인은 면사로 코 아래 부분을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하나, 면사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이 아주 요악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얇은 궁장 속으로 여인의 풍염한 몸매가 선연한 굴곡을 이루며
드러나 보였다. 그것은 실로 관능적이고도 선정적인 유혹을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궁장여인, 그녀는 고혹적인 자태로 바위 위에 걸터앉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그녀의 삼 장 앞, 한 명의 왜소한 곱추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추괴한 용모에 두 눈이 작고 교활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구부정한 등에 큼직한 쇠상자를 짊어지고 있었다.
궁장여인과 곱추노인, 두 사람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하나 폭포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막붕비는 청력을 돋구어서야 겨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호...... 귀수왕(鬼手王)! 기일에 맞추어 오다니 당신은 역시
신용이군요!"
궁장여인이 깔깔 교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끈적하고 요염한
음성이었다.
막붕비는 여인의 말에 흠칫하며 곱추노인을 주시했다.
(귀수왕! 저 자가 하오문(下午門)의 맹주 귀수왕(鬼手王)이란
말인가?)
그는 내심 놀람을 금치 못했다.
삼 년의 유랑생활을 하는 동안 막붕비는 많은 무림명인들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귀수왕----!
그는 절대신검황 초패강이나 항마천존 같은 서열에는 들지 못했다.
하나, 그는 나름대로 대단한 명성을 쌓은 자였다.
그는 두 가지로 천하제일을 다툴만 했다.
모작(模作)과 경공술이 바로 그것이었다.
귀수왕은 한 번 본 것은 무엇이든 똑같이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었다.
이십여 년 전, 소림사와 하오문이 서로 충돌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귀수왕은 그 보복으로 소림사 장문영부인 녹옥불장을 열 개나
그대로 모작하여 세상에 풀어 놓았었다.
당연히 세상은 발칵 뒤집혀졌다.
결국, 소림사 항마천존이 직접 귀수왕을 찾아가 사죄한 후에야 가짜
녹옥불장이 회수될 수 있었다.
그 만큼 귀수왕의 모방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둘째로, 그는 경공으로 가히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의 비폭탄궁(飛爆彈弓)의 경공술은 아무도 따라잡지 못했다.
특히,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있어 비폭탄궁은 천하최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작술과 경공술로 천하를 우롱하며 사는 괴인이었다.
한데, 그 하오문의 맹주가 이 제왕성 근역에 나타난 것이었다.
막붕비는 의아한 눈으로 귀수왕을 주시했다.
(하오문과 제왕성은 전혀 교류가 없는데...... 저 자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그때, 귀수왕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흐흣! 부인과 같은 미인과의 거래인데 노부가 어찌 소홀하겠소!"
그는 교활한 눈을 번뜩이며 음충하게 말했다.
그 말에 궁장여인은 깔깔거리며 요염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말재주도 좋으세요. 그보다 이번 물건도 틀림없겠죠?"
"물론이오! 설사 초패강이 환생한다 해도...... 이것을 진짜라고
믿을 것이오!"
귀수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등에 진 쇠상자를 끌러내려 그 안에서 한 가지의 물건을
꺼냈다.
순간,
(저...... 저것은......!)
그 물건을 본 막붕비는 아연실색을 금치 못했다.
귀수왕이 쇠상자에서 꺼낸 것,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마검 지옥혈과
똑같이 생긴 장검이 아닌가?
그것은 얼마나 흡사한지 지옥혈을 지닌 막붕비조차도 구분을 못할
정도였다.
이때, 가짜 지옥혈을 받아든 궁장여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정말 대단해요. 요전 초가 늙은이의 그 인피면구도
절묘했는데 이것도 그에 못지 않군요!"
그녀는 사악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어요! 이것만 있으면 그 터무니없이 막강한 검왕(劍王)이란
놈을 수족같이 부릴 수 있어요!"
마검 지옥혈!
그것은 무서운 마력을 지닌 마검일 뿐 아니라 제왕성의
지존신물이기도 했다.
막붕비는 그제서야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계집은...... 저것으로 검왕(劍王) 극천(剋天)을 이용할
작정이었군!)
그는 차가운 눈으로 궁장여인을 노려보았다.
그때,
"호호! 수고했어요. 그 대가로 무엇을 갖고 싶으세요?"
궁장여인이 가짜 지옥혈을 갈무리하며 귀수왕에게 물었다.
그 말에 귀수왕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이번에는 좀 특이한 것으로 갖고 싶소!"
그는 문득 음탕한 눈빛으로 궁장여인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 선정적인 궁장여인의 몸매가 빨려들 듯 들어왔다.
순간, 기이한 열기로 그의 눈이 충혈되었다.
"......!"
궁장여인, 그녀는 귀수왕의 음침한 시선에 일순 교구를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두 눈에 번뜩 살기가 스쳤다.
하나, 그녀는 아무것도 내색지 않고 요염하게 웃었다.
"호홋! 천만뜻밖이군요. 맹주께서 제몸에 관심이 있으시다니......!"
귀수왕은 욕정으로 눈을 번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흣! 여제(女帝)는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몸이오! 제후와...... 한
번의 운우지락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
그는 충혈된 눈빛으로 궁장여인의 몸매를 쓸어보았다.
막붕비, 그는 다시 한 번 흠칫 놀랐다.
(여제(女帝)! 여제라고 불릴 여인은 초패강의 부인인
비취여제(翡翠女帝) 수옥경(水玉璟) 외에는 달리 없다. 설마 저 여인이
비취여제란 말인가?)
그는 놀랍다 못해 어이없는 표정으로 궁장여인을 주시했다.
실로 뜻밖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비취여제(翡翠女帝) 수옥경(水玉璟)----
그녀는 누군가?
바로 절대신검황 초패강의 부인이며 검정(劍精) 초하령의 생모였다.
이십 년 전 천하제일 미인이며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여종사(女宗師), 여제(女帝)라 불릴 여인은 천하에서 그녀 뿐이었다.
한데, 귀수왕은 궁장여인을 일컬어 여제라 하지 않는가?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막붕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의 눈으로 궁장여인을 주시했다.
(이럴 수는 없다! 설마...... 절대신검황 초패강은 부인에게까지
배신을 당했단 말인가?)
그는 격동의 표정으로 이 인(二人)을 바라보았다.
그때,
사르륵......
바위에 걸터 앉아 있던 궁장여인, 그녀가 문득 섬섬옥수를 들어
궁장의 치맛자락을 한쪽으로 걷어 올렸다.
그러자, 치맛자락이 쫙 갈라지며 뽀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눈부시도록 희고 풍만한 허벅지였다.
"호호...... 좋아요! 맹주께서는 충분히 제 몸을 요구하실 자격이
있어요!"
궁장여인은 고혹적인 눈웃음과 함께 간장을 녹일 듯한 교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녀는 드러난 왼쪽 다리를 서서히 벌려 세웠다.
순간, 그녀의 뽀얀 허벅지 안쪽으로부터 여인의 비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녀는 치마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다리를 벌려
세우자 아찔하도록 무성한 방초숲과 은밀한 분홍 속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일순,
"......!"
귀수왕의 작은 체구가 부르르 떨렸다.
그는 홀린 듯 궁장여인의 하체를 노려보며 서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저...... 정말 아름답소, 여제!"
그는 흥분으로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궁장여인이 앉은 바위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궁장여인의 허벅지로 가져갔다.
만지면 묻어날 듯 뽀얀 허벅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던 귀수왕, 그의
시커멓고 무딘 손은 점점 대담해져 궁장여인의 무성한 비소로
옮겨갔다.
그때,
츠---- 읏!
"......!"
지금까지 녹일 듯 유혹적인 눈빛을 흘리던 궁장여인의 두 눈이
갑자기 검붉은 노을 빛으로 변해 귀수왕을 내려다 보았다.
순간,
(저것은......!)
그 눈빛을 본 막붕비는 대경했다.
그의 뇌리 속에 소문으로 들은 한 가지 마공(魔功)이 떠오른
것이었다.
(저것은 잔양흡정마공이란 사공(邪功)이다! 귀수왕이 위험하다!)
그는 경악의 음성으로 내심 부르짖었다.
-잔양흡정마공(殘陽吸精魔功)!
사도(邪道)의 전설적 사공, 일종의 채양보음의 사술(邪術)이었다.
하나, 채양보음은 교접을 통해 상대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는데 반해
잔양흡정마공은 그저 피부를 접하고만 있어도 상대의 정기를 갈취할 수
있었다.
막붕비는 다급한 심정이었다.
"귀수왕! 잔양흡정마공을 조심하시오!"
그가 더 이상 그냥 두고볼 수 없어 대갈하며 장내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헉!"
귀수왕은 궁장여인의 비소를 만지던 손으로 자신의 내공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대경했다.
그는 황급히 궁장여인의 비소에서 손을 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나,
"호홋! 늦었다, 귀수왕!"
궁장여인이 사악한 교소를 터뜨리며 귀수왕의 머리통을 손으로
벼락같이 후려쳤다.
순간,
퍼---- 억!
"케엑----!"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귀수왕은 두개골이 박살난 채 삼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그것은 실로 찰나간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이었다.
막붕비는 대노했다.
"간악한 계집!"
콰---- 작!
그는 대갈일성하며 허공에서 그대로 궁장여인을 덮쳐내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 새 마검 지옥혈이 번뜩이며 궁장여인의 가슴을
겨냥하고 있었다.
순간,
"마검...... 지옥혈!"
궁장여인은 안색이 홱 변하며 경악성을 발했다.
동시에,
쉬---- 잇!
그녀는 질풍같이 교구를 날려 뒤쪽으로 폭사되어 갔다.
위기의 순간,
콰---- 쾅!
마검 지옥혈에서 일어난 가공할 검기의 폭풍은 간일발의 차이로
궁장여인의 앉았던 바위를 박살내고 말았다.
하나, 검기의 소용돌이에 스쳐 궁장여인의 옷자락 앞부분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스읏!
궁장여인은 십 장 밖에서 공포의 눈빛으로 날아내렸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는 자신의 저고리가 갈가리 찢어졌음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찢겨진 옷자락 사이로 터질 듯 팽팽한 유방이 드러나 보였다.
한데, 그 유방의 계곡 사이, 보라! 아찔하게도 발가벗은 나녀의
모습이 새겨져 있지 않은가?
그것은 흡사 살아 움직이듯 생생한 문신이었다.
궁장여인의 두 눈은 경악으로 한껏 치떠져 있었다.
"너...... 너 초패강과 어떻게 되는 사이냐?"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막붕비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지옥에...... 가서 알아 봐라! 요악한 계집!"
그는 냉갈을 터뜨리며 마검 지옥혈의 손잡이를 단전에 대고 검끝을
궁장여인에게 겨누었다.
순간,
"지옥...... 폭멸검강"
막붕비의 자세를 본 궁장여인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위험하다! 저 놈은 초패강만큼 강하다!)
그녀는 공포의 음성으로 내심 부르짖었다.
그와 함께,
쐐!
그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벼락같이 지면을 박차고 떠올랐다.
막붕비의 짙은 눈썹이 꿈틀했다.
"가랏!"
그의 입에서 한 소리 쩌렁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콰드득----!
푸---- 하악!
마검 지옥혈의 끝에서 시뻘건 핏빛 광채의 덩어리가 벼락같이
폭사되었다.
-지옥폭멸검강!
달리 지옥검강풍이라 불리는 지옥저주마경 상의 강력한 파천마공,
그것은 검강의 일종으로 그 속도는 빛과 같이 빠르며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박살내 버린다.
한 순간,
콰---- 콰쾅----!
거창한 굉음이 짓터져 오르며 협곡이 송두리째 진동했다.
그와 함께 이십 장 밖의 석벽이 굉음 속에 허물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흐...... 윽! 두...... 두고보자! 애송이 놈!"
후드득!
그 사이로 하나의 왜영이 피를 뿌리며 떠올라 폭포 너머로
사라져갔다. 바로 예의 궁장요녀였다.
"으...... 음! 놓쳤군!"
막붕비는 신형을 휘청하며 둔중한 신음성을 발했다.
그의 안색은 밀랍처럼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지옥폭멸검강! 그것은 위력이 막강한 대신 극도의 내공소모를
요구했다. 백 년 내공을 지닌 막붕비이건만 연달아 두 번을 내치지
못했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으며 침음성을 발했다.
"시끄럽게 되었군! 지옥폭멸검강을 펼치고도 그 요녀를 죽이지
못했으니......!"
이어, 그는 귀수왕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 사이 귀수왕의 모습은 처참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머리가 완전히 박살난 채 허연 뇌수를 쏟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의 시체는 바람 빠진 공같이 급격하게 비쩍
말라들고 있지 않은가?
이내 그의 시체는 가죽과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것은 궁장여인이 잔양흡정마공으로 귀수왕의 모든 정기를
순간적으로 갈취했기 때문이었다.
막붕비는 몸서리를 쳤다.
"잔양흡정마공! 정말 무섭군. 지옥흡정심마결(地獄吸精心魔訣)에
결코 못지 않는 위력이다!"
그는 귀수왕의 시체를 살피며 침음했다.
잔양흡정마공----
그것은 삼백 년 전 서역에서 발호한 하나의 여인문파의
사공(邪功)이었다.
-혈관음교(血觀音敎)!
이것이 그 문파의 이름이었다.
전문도들이 여인들로 구성된 문파, 자칭 관음(觀音)의 후예를
자처하는 마녀들의 집단이었다.
하나, 그녀들은 불문(佛門)과도 전혀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쾌락과
사술(邪術)의 숭배를 교리로 하는 사파라 할 수 있었다.
혈관음교(血觀音敎)!
비록 그것은 요악한 계집들의 집단이나 그녀들의 무공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음험하고 신랄했다.
특히, 사내들의 정기를 갈취하는 채양보음술은 가히 천년무적이라고
할만 했다.
그러나......
혈관음교의 지나친 만행은 스스로 파멸을 부르고 말았다.
이백 년 전, 서역밀종의 제파들이 연수 결합하여 혈관음교를
멸망시킨 것이었다.
한데, 이백 년 만에 그 혈관음교의 마공 중 잔양흡정마공이 중원에서
재현된 것이었다. 그것도 무림의 성지(聖地)인 황산 제왕성
근역에서......
막붕비는 귀수왕의 시체를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다.
"혈관음교가...... 제왕성 내에서 부활한 것일까?"
그는 검미를 모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옥면환룡! 그 자가 단순히 야망 때문에 절대신검황 초패강을
시해했나 생각 했는데...... 상황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할지도
모르겠군!)
이어, 그는 귀수왕을 묻어 주기 위해 한 쪽의 땅을 팠다. 적당한
넓이로 땅을 판 후 그는 가죽과 뼈만 남은 귀수왕의 시신을
받쳐들었다.
그때, 툭......!
하나의 피낭이 막붕비의 발끝에 떨어졌다.
막붕비는 귀수왕의 시신을 구덩이에 안치하고 바닥의 피낭을
집어들었다.
"귀수왕의 유물인 듯한데...... 나중에 그의 후예를 만나면 전해
주어야겠군!"
그는 피낭을 펴보았다.
피낭 안......
세 가지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두 장의 양피지와 검은빛이 도는 한 자루의 단극(短戟)이
그것이었다.
단극(短戟), 그것의 표면에는 고전체로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져
있었다.
<곤오철극(昆烏鐵戟)!>
막붕비는 한눈에 그것이 천지간에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곤오철모(昆烏鐵母)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곤오철극의 길이는 한 자 정도, 무기보다는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하나, 막붕비는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하오문 맹주의 신물되는 것임을......
두 장의 양피지, 그것은 다같이 누렇게 퇴색되어 있어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장의 양피지 모두 빽빽한 구결의 글이 대전체로 쓰여져 있었다.
<비폭탄궁결(飛爆彈弓訣).>
<관음섭혼심황결(觀音攝魂心荒訣).>
그것이 두 가지 구결의 제목이었다.
비폭탄궁결----
그것은 바로 귀수왕의 성명경공절기였다.
비폭탄궁의 구결, 그것은 귀수왕이 창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천산(天山)의 어느 빙동(氷洞)에서 그것을 얻어 천하에서 가장 빠른
자가 되었다.
하나, 그와 같은 천하최강의 경공을 지니고도 그는 여인에게 홀려
처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관음섭혼심황결----
혈관음교의 마공구결 중 하나, 귀수왕은 한 가지 물건을
궁장여인에게 만들어 준 대가로 그것을 얻었다.
일종의 섭혼미공(攝魂迷功)의 구결, 완성하면 눈빛만 가지고도
상대의 심령을 조종할 수 있다.
하나, 그것을 정신력이 약한 자가 섣불리 익히려 하다가는 오히려
주화입마에 걸려 광인이 되고 만다.
그 때문에, 삼백 년 전 혈관음교주 관음마모(觀音魔母) 이래 누구도
관음섭혼심황결을 연마하지 못했다.
막붕비는 문득 의혹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귀수왕! 이 자는 어디에 쓸려고 이 섭혼심황결을 손에 넣은
것일까?"
하나,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일전에 귀수왕이 무엇을
만들어 주었기에 궁장여인이 혈관음교 최강의 마공 구결인
섭혼심황결을 귀수왕에게 주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막붕비는 알 수 없는 의혹에 사로 잡혔다.
"우선...... 유폐된 검왕(劍王) 극천을 만나보자. 그를 만나보면
어떤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다음 순간,
슥!
그는 몸을 날려 소리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미 어둠이 주위를 덮고 있었다.
추천55 비추천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