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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천왕 10


제8장 翡翠女帝,빗 속의 情事

-북망산(北邙山).
낙양(洛陽) 북쪽의 야트막한 야산.
본래 이름은 망산(邙山)이었으나 낙양 북쪽에 있다 하여
북망산(北邙山)이라 불려졌다.
상고시대부터 고도 낙양의 공동묘지로 쓰여진 곳,
이제 북망산은 망자들의 귀역이 되었으며 죽음의 대명사로 불려지고
있었다.
북망산 남쪽의 어느 고묘(古墓)----
돌을 쌓아 만든 고묘 안은 제법 널찍했다.
한 쪽에는 송시대에 죽은 고관의 위패가 걸려 있었다.
위패 앞,
"으...... 음!"
한 명의 여인이 가부좌를 튼 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비취여제!
바로 그녀였다.
지금 그녀는 운공 중이었다.
막붕비, 그는 비취여제의 뒤에 앉아 그녀의 명문혈에 장(掌)을
붙이고 있었다.
저주명공강이 강맹한 힘으로 부서진 비취여제의 명문혈을 치료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전신에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얇은 내의와 속치마만을 입은 비취여제, 그녀의 교구는 온통 땀으로
번질거렸으며 내의가 몸에 착 달라 붙어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아직도 탄력을 잃지 않은 탐스러운 유방, 팽팽한 하복부, 잘룩한
세류요와 풍성한 둔부의 곡선......
그것은 능히 사내를 뇌살시킬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때 문득,
콰드득......!
"흐윽!"
비취여제는 등쪽에서 무엇인가 툭 터지는 듯한 소리에 전신을
격렬하게 떨었다.
막혔던 그녀의 등쪽 혈도 중 또 하나가 타통된 것이었다.
"음......!"
막붕비는 피로한 기색으로 비취여제의 명문혈에서 손을 뗐다.
(이제...... 하나의 혈맥한 뚫으면 이 여인은 옛날의 여제(女帝)로
돌아온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마의 땀을 씻었다.
문득, 그는 얼마 전 비취여제가 자신을 손님인 줄 알고 치마를 걷어
하체를 개방하던 것이 생각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어머님 같은 분인데...... 망상을 하다니......!)
막붕비는 자책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그는 고개를 들어 고묘 밖을 바라보았다.
쏴아아......
장대발 같은 빗줄기가 밤의 북망(北邙)을 두드리고 있었다.
막붕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며 다시 진기를 끌어 모았다.
(자! 힘을 내자! 한 번의 고비만 넘기면......!)
부르르......!
돌연 그의 전신이 격렬한 떨림을 일으켰다.
한가닥 강렬한 방향이 심호흡을 하던 그의 코 속으로 빨려든
것이었다.
그 방향을 들이 마시는 순간, 막붕비는 불덩이를 삼킨 듯 내부가
격렬하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것은 욕정의 불길이었다.
(아차! 이것은 최음향이다!)
그는 안색이 홱 변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다음 순간,
"누구냐?"
그는 폭갈을 내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때,
"호호! 목소리도 우렁차시군요, 지옥혈황(地獄血皇)!"
문득 고묘 밖에서 자극적인 여인의 교소가 들려왔다.
촤아......
쏟아지는 폭우 속,
하나의 섬세한 그림자가 막붕비의 눈에 쏘아져 들어왔다.
언제 나타났을까?
한 명의 여인이 고묘 밖에 뇌살적인 자세로 표연히 서 있었다.
삼십 전후의 미부인,
그녀는 기이하게도 아주 상반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모습은 더할 수 없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관음보살의
형상이었다.
하나, 그 집요하게 끈적이는 눈빛하며 전신에서 풍기는 아찔한
색향은 대단한 탕부의 그것이었다.
천하에서 이런 기묘한 두 가지 분위기를 지닌 여인은 단 한 사람 뿐,
막붕비는 그녀가 누군지 첫눈에 알아 보았다.
"너...... 화화관...... 음?"
그가 경악의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얼굴은 이미 욕정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더...... 러운 계집! 잘도 죽으러 제발로 걸어 왔군!"
막붕비는 이를 악물며 마검 지옥혈을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여인 화화관음은 깔깔거리며 요악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홋! 내공을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녀가 쓴
관음환희향(觀音歡喜香)은 내공을 쓰면 쓸 수록 더 빨리 온몸으로
퍼지니까!"
순간,
"관음...... 환희향이라고......"
막붕비는 안색이 불같이 달아오르며 신형을 휘청했다.
과연 내공을 끌어 올리자 하복부에서 일어나는 욕화가 급격히 증폭된
것이었다.
"호홋! 네가 관음환희향을 벗어 나려면 여자를 안아야만 한다!"
화화관음은 막붕비의 모습을 바라보며 득의의 교소를 터뜨렸다.
"이제 네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그 고고한 비취여제(翡翠女帝)란
계집을 범해 관음환희향의 약력을 쏟아내든지...... 호홋! 아니면
순순히 본교주의 사랑을 받든지!"
이어, 그녀는 문득 둔부를 살래살래 저으며 고묘의 입구로 다가섰다.
(빌...... 어먹을......!)
막붕비는 낭패한 표정으로 화화관음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막붕비 자신도 빨리 욕정의 불길을 끄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측할 수 없었다.
하나, 그렇다고 비취여제를 범할 수 없는 일이었다.
쿵!
"음......!"
막붕비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운공을 시작했다.
내공으로 욕화에 대항하려는 것이었다.
"호호! 무모한 짓이예요, 귀여운 아우님!"
화화관음은 관능적인 교소를 터뜨리며 고묘 안으로 들어섰다.
빗물에 그녀의 나삼이 흠뻑 젖어 있어 선정적인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터질 듯 부푼 유방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물결치듯 출렁거렸으며,
팽팽한 아랫배 밑의 거뭇거뭇한 방초 숲까지 아찔하게 들여다 보였다.
"흐응...... 어디 얼마나 견디는지 볼까? 우리의
지옥혈황께서......!"
화화관음은 야릇한 콧소리를 내며 막붕비의 앞에 멈추어섰다.
순간, 강렬한 여인의 살내음이 막붕비를 덮어씌웠다.
"으...... 음!"
막붕비의 전신에 한 차례 격렬한 파문이 일었다.
그럴 수록 화화관음의 유혹은 점점 강해졌다.
"호호! 여기를 봐요, 아우님!"
그녀는 자극적인 비음을 발하며 젖은 치마를 슬슬 위로 걷어올렸다.
그러자, 매끈한 종아리가 물에 씻긴 박속같이 뽀얗게 드러났다.
스으......
관음색모는 치마를 점점 더 위로 걷어올렸다.
희멀겋고 포동포동한 허벅지가 노출되었다.
허벅지는 점점 굵어지고 풍만해지더니 이윽고 골짜기로 파고 들며
화화관음의 비소까지 눈앞에 드러냈다.
마침내 가랑이 사이의 거뭇거뭇한 수림이 적나라하게 나타난
것이었다.
그녀의 그곳 둔덕은 탐스럽게 불룩했다.
그 둔덕 위로, 검은 방초가 무성하게 덮여 있었다.
방초는 비에 젖어 뽀얀 안개가 서려 있었다.
그 사이로, 붉디붉은 내밀한 꽃잎이 살짝 들여다 보였다.
화화관음의 두 눈이 야릇한 흥분과 욕정으로 몽롱하게 변했다.
문득,
"흐응...... 내가 필요치 않으세요, 아우님!"
그녀는 코소리를 발하며 자신의 하체를 가부좌를 틀고 앉은 막붕비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순간,
"크...... 읏!"
막붕비의 안면이 이지러지며 고통스런 신음이 터져나왔다.
여인의 속살 내음이 강렬하게 그의 전신을 덮어 씌웠기 때문이다.
그는 내부에서 끓어 오르는 욕화와 화화관음의 강한 유혹에 완전히
이성을 상실할 지경이었다.
"......!"
그는 화화관음의 비소를 뚫어질 듯 노려보았다.
이어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의 하체로 가져갔다.
"호호...... 그래요! 누나의 몸은 당신 거예요. 어서 가져요!"
화화관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득의의 교소를 흘렸다.
그녀의 옥용도 점차 참을 수 없는 욕정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호호...... 빙화정, 그 계집의 말대로 이 어린 놈은 굉장한 내공을
지녔다. 그것만 내 것으로 흡수하면......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있다!)
그녀는 흥분과 기대를 억누르지 못하며 문득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 사이, 막붕지의 손은 화화관음의 몸에 거의 가까이 이르고
있었다.
한데 그때,
쩌---- 엉!
관음색모는 막붕비의 손끝에서 푸르스름한 달무리가 떠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헉! 저주명공강?)
그녀는 불신의 눈빛으로 안색이 홱 변했다.
순간,
(위험하다!)
파---- 앗!
그녀는 대경실색하며 벼락같이 뒤로 몸을 퉁겼다.
하나,
"죽...... 어랏, 요녀!"
콰릉----!
쥐어짜는 듯한 막붕비의 일갈과 함께 그의 손끝에서 시퍼런
지옥명공강이 일어 그대로 관음색모를 후려쳤다.
"악!"
콰드득----!
관음색모는 옆구리가 으스러지며 비명과 함께 고묘 밖으로 퉁겨져
나갔다.
"우웃......!"
쩌저정----!
막붕비는 그 뒤를 마검 지옥혈과 함께 떠올라 폭사되어 나갔다.
하나, 고묘 밖으로 내던져진 관음색모, 그녀는 갑자기 오뚜기같이
벌떡 일어났다.
"크...... 너 어린놈의 정력(定力)이...... 그 정도였다니......!"
후드득!
그녀는 쥐어짜는 듯한 경악성과 함께 몸을 떠올렸다.
"바...... 바득! 오늘...... 일장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 놈!"
그녀는 날카롭게 이를 갈았다.
이어,
스스슥!
그녀는 유령같이 몸을 날려 백 장 저편으로 날아갔다.
실로 굉장한 경공이었다.
실상 관음색모는 순수한 무공만으로도 막붕비보다 배는 강했다.
하나, 그녀는 음욕에 눈이 멀어 막붕비에게 강력한 반격을 당한
것이었다.
"크...... 놓쳤군! 단 일격에 쓰러 뜨렸어야 했는데......!"
후두둑!
막붕비는 고통의 신음을 발하며 고묘 밖으로 내려섰다.
쏴아......!
세찬 폭우가 삽시에 그의 전신을 뒤집어 씌웠다.
그 빗줄기에 막붕비는 욕화가 약간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다시 비취여제의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급하다! 관음환희향(觀音歡喜香)의 약력이 폭발하기 전에
여제(女帝)의 치료를 마쳐야 한다!)
이어, 그는 비틀거리며 다시 고묘 안으로 들어갔다.
비취여제는 여전히 운공 중이었다.
"후우......!"
막붕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은 후 비취여제의
뒤에 앉았다.
그녀의 살내음이 후끈하게 막붕비를 자극시켰다.
막붕비는 당장이라도 비취여제를 끌어 안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이어, 그는 입술을 지그시 물며 쌍장을 비취여제의 명문혈에
갖다댔다.
"주의하십시오! 이번이 마지막 고비입니다!"
그는 비취여제에게 당부한 후 저주명공강을 맹렬하게 비취여제의
내부로 토해냈다.
순간,
꽈릉----!
"악!"
비취여제는 내부에서 거대한 굉음이 폭발함을 느끼며 울컥 피를
토하며 앞으로 넘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막 바닥에 부딪치려는 순간,
팍!
그녀는 섬섬옥수로 벼락같이 돌바닥을 내리쳤다.
퍼---- 억!
음향과 함께 그녀의 교수는 돌바닥으로 세 치 깊이나 파고들었다.
드디어 그녀는 내공을 회복한 것이었다.
"축...... 하합니다, 여제!"
막붕비는 억지로 미소지으며 말했다.
"소협, 이 은혜를......!"
회한의 표정으로 돌아앉던 비취여제, 그녀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막붕비의 얼굴이 숯불같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거칠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을 본 것이었다.
"왜 그래요? 어디가 불편해요?"
비취여제는 염려스러운 안색으로 급히 막붕비에게로 다가섰다.
순간,
팍!
막붕비는 지면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뒤로 날아갔다.
"오...... 오지 마십시오!"
그는 황망히 소리쳤다.
"......!"
영문을 모르는 비취여제는 옥용을 곤혹한 빛으로 물들였다.
하나, 이내 그녀의 안색이 새빨갛게 변했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그녀는 어렵지 않게 막붕비가 강력한 흥분제에
중독된 것을 안 것이었다.
"소협! 나는......!"
그녀는 막붕비가 원한다면 자신의 몸을 제공할 작정으로 다가섰다.
막붕비는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랄 수 있었다. 그런 그를 위해
비취여제는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
막붕비의 태도는 완강했다.
"대...... 단치 않습니다! 여제께서는......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만겁마가(萬劫魔家)의 졸개들이 주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 하지만......!"
비취여제는 주저하며 일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비취여제를 노려보았다.
"어서...... 가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후배, 여제를 위해......
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
너무도 완강한 막붕비의 태도에 비취여제의 눈이 격렬하게 떨렸다.
막붕비,
그는 정말 자신이 비취여제를 범할 지경이 되면 자결하여 그녀의
정조를 지켜줄 작정이었다.
비취여제는 한눈에 그것을 알아보고 감격으로 전신을 떨었다.
(저 아이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녀의 두 눈에 문득 뽀얀 안개가 서렸다.
"좋아요......! 가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무어라 말하려다 입술을 잘근 깨물어 삼켰다.
이어,
슷!
그녀는 즉시 고묘 밖으로 교구를 날렸다.
"돌아오겠어요! 결코...... 그대를 죽게 놓아두지 않겠어요......!"
비취여제의 결연한 음성이 빗속으로 멀어져 갔다.
"......!"
막붕비는 지그시 입술을 문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욕정으로 전신은 터질 듯 고통스러웠으나 그의
마음만은 흡족한 심정이었다.

* * *

"후우...... 이제 되었다! 여기를...... 떠나자. 그렇지 않으면
만겁마종의 개들이 떼거지로 몰려들 것이다!"
막붕비는 신형을 비틀거리며 고묘 밖으로 나섰다.
한데,
(흑!)
밖으로 나서던 그는 전신에 오싹한 오한을 느끼며 내심 신음성을
발했다.
(빗속에...... 누군가 있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전면을 주시했다.
본능적으로 그는 주위에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은신해 있음을 감지한
것이었다.
하나,
쏴---- 아아!
전면으로는 여전히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만 보일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살수...... 들이다! 그것도 고도의 수련을 거친......!)
막붕비는 침중하게 신음하며 두 눈을 감았다.
눈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울 때 방해만 된다.
그는 온 정력을 귀에 집중시켜 상대의 위치를 감지했다.
(하나, 둘...... 모두...... 열 명 이상인데......
독련십삼살(毒鍊十三煞) 이상인 자들이다. 사망탑(死亡塔)의......
살인기계들인가?)
그는 빗속에 우뚝 선 채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의 전신은 이내 빗물로 흠뻑 젖어들었다.
하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부에서 치미는 뜨거운 욕정의 불길이 그의 집중력을 자꾸만
흐트리고 있었다.
(이러...... 다간 당한다!)
막붕비는 눈꼬리를 실룩였다.
이윽고,
슥!
그는 슬쩍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첨벙!
그의 발이 물구덩이에 빠지며 신형이 앞으로 휘청 꺾였다.
그때였다.


사각!
전면의 빗속에서 눈부신 섬광이 작렬하며 막붕비를 그어왔다.
"기다렸다!"
막붕비는 일성폭갈을 내질렀다.
동시에,
번---- 쩍!
그의 소매 속에서 하나의 낫이 달린 쇠사슬이 전면으로 폭사되어
나갔다.
그것은 바로 독련십삼살이 쓰던 독겸철삭(毒鎌鐵索)이었다.
순간,
"캐---- 엑!"
"크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막붕비의 앞쪽으로 덮쳐들던
야우십팔영(夜雨十八影) 중 두 명이 독겸철삭에 목이 반쯤 싹뚝 잘려
나뒹굴었다.
그들의 석 자 독검(毒劍)이 막붕비의 앞에 이르기도 전에 오 장
길이의 독겸철삭이 그들을 베어 버린 것이었다.
이때,
"조심해라! 놈은 독련십삼살의 살인병기 독겸철삭을 갖고 있다."
빗속에서 야우십팔영의 경호성이 들려왔다.
하나, 막붕비는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신형을 휘청했다.
(빌어...... 먹을...... 내공을 쓰면 안되는 것인데......!)
내공을 무지하게 쓴 탓으로 간신히 억눌렀던 관음환희향의 독기가
그대로 그의 뇌리까지 침투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쿠---- 웅!
막붕비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기회다! 죽여랏!"
"캇! 놈의 목을 가져가면 탑주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쐐!
슈---- 아악!
빗줄기를 타고 열 여섯 줄기의 흐릿한 인영이 쓰러진 막붕비를
덮쳐갔다.
절대절명의 위기!
그때였다.
"컥!"
"크륵!"
쿵! 쿵!
돌연 십 육 인 중 다섯 명이 가래 끓는 듯한 신음을 발하며 뚝뚝
지면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보라! 그런 그들의 목 부분에는 각기 나비모양의 암기가 박혀
있었다.
순간,
"어엇! 저것은 동영의 인자(忍者)들이 쓰는 철접표다!"
"산개하랏! 우리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
야우십팔영은 경악성을 발하며 분분히 빗속으로 날아올랐다.
순간적으로 십일인(十一人)의 모습은 아득히 빗속으로 사라졌다.
직후,
"흥...... 치졸한 은신술이로군! 그 정도로 동영 이가조의 철접을
속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문득 빗속에서 싸늘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헉! 이가조의 철접?"
"물...... 물러가자! 저 계집은 동영 최고의 여자객
용문철접(龍門鐵蝶)이다!"
스스슷!
야우십일영은 공포의 음성으로 분분히 외치며 사방으로 산개했다.

-용문(龍門)의 철접(鐵蝶)!

동영 이가조의 인간인 용문조(龍門組)의 전설적 여인자.
세인들은 모르나 같은 길을 걷는 사망탑의 살수들은 그 이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감히 영락대제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달아난 무서운 여인자!
사망탑의 살수지에도 교묘하나 결코 철접의 상대는 아니었다.

한 순간,
"케---- 엑!"
"크아악!"
심혼을 뒤흔드는 처참한 비명이 열 한 곳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야우십일영, 그들은 철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녀의 암기에
쓰러진 것이었다.
"끄윽...... 동영 이가조의 명인(名人)인 당신이...... 왜......
우리를......?"
야우십일영 중 한 명이 죽어가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순간,
"너희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너희들이 본녀의 은인을 노렸기
때문이다!"
차갑고 우울한 음성과 함께 문득 그 자의 앞에 한 명의 여인이
유령같이 솟아났다.
나이는 이십대 후반, 자그마한 체구에 우수 어린 미모를 지닌 회의
미소부였다.
스으...... 스으......
그녀의 몸 주위로는 자색의 노을이 일어나 비가 침범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녀는 본 순간,
"당...... 당신은 서시...... 독후(西施毒后)! 그대가
철접(鐵蝶)이...... 라니...... 이런 엉터리 같은......!"
툭......!
야우십일영의 마지막 자객은 불신의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회의미부는 문득 나직한 탄식성을 발하며 쓰러져 있는 막붕비에게로
다가갔다.
막붕비는 여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의 전신피부는 타는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붕비(鵬飛)! 그렇게 주의하라고 했거늘 또 남의 암수에
당하다니......!"
회의미소부는 탄식하며 우울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여인자 철접,
동시에 오사(五邪) 중 일 인인 서시독후가 바로 그녀였다.
삼 년 사이 그녀는 더욱 아름다와지고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하나, 그녀의 두 눈에 어린 우수와 고독은 지워지기는 커녕 더
짙어져 있었다.
"멍청이...... 최음제 따위에나 당하고......!"
철접은 낮게 중얼거리며 막붕비의 불 같은 뺨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옥용이 문득 붉어졌다.
(관음환희향의 음약은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별 수 없이 내
몸으로 붕비를 구해야 한다!)
그 생각으로 철접은 목까지 붉게 물들었다.
막붕비와 철접, 그들은 이미 부부관계를 맺은 상태였다.
하나, 그것은 삼 년이나 지난 오래 전이 일이었고 그때 막붕비는
그저 귀여운 사내아이였을 뿐이었다.
철접은 문득 잘근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철접아...... 너는 무얼 망설이느냐!)
이어, 그녀는 교수로 천천히 치마를 걷어올렸다.
바르르......
그녀의 작은 교수가 경련을 일으켰다.
한데, 그때였다.
스---- 읏!
쏟아지는 비를 뚫고 저편에서 누군가 질주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취...... 여제!)
철접은 한눈에 그 인영이 비취여제임을 알아보았다.
일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잠깐 망설였다.
하나, 곧 그녀는 막붕비에게 한 알의 약을 먹이고 급히 고묘 뒤로
몸을 숨겼다.
직후,
"소협!"
화르르......!
다급한 교성과 함께 비취여제가 막붕비의 옆으로 내려섰다.
그녀는 이내 막붕비가 다친 곳이 없는가를 확인했다.
이어, 그녀는 주위에 쓰러진 야우십일영의 시체들을 돌아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이들을 죽여 이 아이를 구했을까?)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다시 막붕비를 돌아보며 문득 얼굴을 붉혔다.
(저 아이를......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이제...... 내가 저 아이를
위해 나설 차례다!)
툭!
그녀는 문득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던졌다.
아! 그것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머리통이 아닌가?
-색상(色商) 왕탕!
바로 그 자의 머리였다.
비취여제는 무공을 회복한 즉시 낙양으로 날아가 자신을 매음굴에
팔아넘긴 장본인 색상 왕탕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었다.
문득, 그녀는 막붕비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주르르 눈물을 떨구었다.
(나를...... 용서하세요, 상공! 그리고 하령(霞靈)......!)
그녀의 뇌리에 남편 절대신검황 초패강과 딸 검정(劍精) 초하령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윽고, 그녀는 막붕비를 안으려 몸을 굽혔다.
그때,
"......!"
번쩍!
기절해 있던 막붕비가 갑자기 번쩍 눈을 떴다.
(흑!)
그 눈을 본 비취여제의 전신이 일순 딱딱하게 굳어졌다.
막붕비의 붉게 핏발선 눈,
그것은 그대로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눈이었다.
"흐...... 흐......!"
문득 막붕비의 입에서 잔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비취여제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며 그에게서 달아나려 했다.
하나 그 순간, 막붕비의 손이 득달같이 비취여제를 잡아챘다.
"악!"
비취여제는 숨막힐 듯 애처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흐흐......!"
그런 그녀를 잡아챈 막붕비는 무서운 힘으로 바닥에 찍어눌렀다.
"아...... 안돼요!"
비취여제는 공포에 질려 몸을 버둥거렸다.
하나 건장한 사내의 힘을 그녀가 어찌 당할 수 있으랴?
단번에 그녀의 머리카락과 내의는 진흙으로 범벅되고 말았다.
순간,
"아흑!"
비취여제의 입에서 자지러질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막붕비의 우악스런 손이 그녀의 유방을 터뜨릴 듯 힘껏 움켜쥔
것이었다.
비취여제는 격렬한 통증에 몸부림쳤다.
하나,
북!
찌지직----!
막붕비는 미친 듯 비취여제의 나삼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지금 그에게는 발정한 숫컷의 흉성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삽시에, 비취여제는 막붕비의 거친 손길에 의해 발가벗겨졌다.
"안돼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막상 막붕비에게 강간당하게 되자 비취여제는 심하게 발버둥치며
저항했다.
하나, 그것은 오히려 막붕비의 흉성만 북돋울 뿐이었다.
한 순간, 비취여제는 자신의 허벅지가 막붕비의 손에 거칠게
개방됨을 느끼며 반실신하고 말았다.
"흐흐......!"
막붕비는 잔인한 웃음을 흘리며 거친 손길로 비취여제의 아랫도리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무성한 방초를 헤치고 거침없이 비취여제의 치부로
침입했다.
순간,
"안돼......!"
비취여제는 막붕비의 손가락이 치부 속으로 파고듬을 느끼며
섬섬옥수로 막붕비의 어깨를 후려쳤다.
쾅!
굉음과 함께 막붕비는 그대로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흐윽......!"
비취여제는 공포에 떨며 발가벗은 채 그곳에서 달아나려 했다.
하나, 두 걸음도 채 가기 전 그녀의 허리는 막붕비의 무쇠 같은 팔에
휘감겨 버렸다.
"흑......!"
비취여제는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흐흐......!"
막붕비는 그런 비취여제를 등 뒤에서 찍어누르며 올라탔다.
순간,
(학......!)
비취여제는 자신의 하체가 뒤로부터 개방되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그 치욕스런 행위에서 벗어나려 허리를
비틀었다.
하나,
"......!"
어느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이 거대하고 뜨거운 것에 관통당함을
느끼고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격렬한 작렬감이 그녀의 예민한 꽃잎을 파고 들었다.
(다...... 틀렸어!)
아득한 절망감이 그녀의 전신을 엄습했다.
그런 그녀의 허리를 안고 막붕비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동물적인
행위에 몰입했다.
"......!"
비취여제는 막붕비에게 몸을 빼앗기며 망연한 표정으로 엎드려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막붕비가 행위를 끝내기를 기다리는 마음 외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데 그때,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의 내부에서 문득 야릇한 파문이 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막붕비의 힘찬 행위에 따라 비취여제의 내부에서 점점
파도처럼 커져갔다.
본래, 그녀는 오 년 전 매음굴로 팔려간 직후부터 석녀(石女)가
되었었다.
아무리 오래 사내에게 당해도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다.
한데...... 잊었던 옛날의 흥분이 서서히 그녀의 내부에서 되살아난
것이었다.
(싫어...... 이러면 안돼!)
비취여제는 비탄을 느끼며 미친 듯 몸부림쳤다.
하나,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내부의 파문은 점차 격심해지며 뜨겁게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아아...... 흑!"
마침내 그녀는 활같이 몸을 휘며 참을 수 없는 비명을 토했다.
그녀의 몸은 어느 덧 막붕비의 행위에 동조하고 있었다.
쏴아......!
세찬 소나기가 절정을 치닫는 두 남녀의 몸 위로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모든 추악을 씻어 버리려는 듯......

* * *

거세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그와 함께, 비취여제를 유린하던 막붕비의 격렬한 행위도 끝이났다.
그는 세 차례 거푸 비취여제를 능욕한 후에야 행위를 멈추었다.
그리고 행위가 끝나자 그는 이내 죽음 같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화화관음의 관음환희향,
그것은 막붕비가 지닌 정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쥐어짜내게
만들었다.
"......!"
비취여제,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누워 밤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비가 그친 하늘,
먹구름이 급격히 걷히며 그 사이로 초롱한 별빛이 고개를 내밀어
있었다.
하나, 비취여제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교구는 아직도 자신을 서너 차례 까무러치게 만든 격렬한
행위의 여운에 떨고 있었다.
그와 함께, 막붕비의 체액으로 젖은 그녀의 하체로부터 둔중한
통증이 전해 왔다.
(이 어린아이에게 희열을 느꼈다니......!)
주르르......!
문득 그녀의 눈에서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석녀가 되어 여인의 기쁨을 까마득히 잊었던 그녀,
한데 실로 오랜만에 막붕비와의 행위 중 그 옛날의 기쁨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그 사실이 그녀를 못견디게 괴롭혔다.
오 년 세월,
뭇 사내들에게 치욕을 당하면서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남편 초패강을
배신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비록 몸을 더렵혔어도 마음의 정절만은 변치 않았다고 믿었던
그녀였다.
하나, 그 믿음이 오늘 밤 깨진 것이었다.
(나는 그이를 배신했다. 무슨 면목으로 지하에서 그이를 뵐 수 있단
말인가?)
비취여제는 소리없이 오열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윽고, 그녀는 무기력한 몸을 일으켰다.
이어 찢긴 천조각으로 대강 몸을 가리며 막붕비를 돌아보았다.
(안녕! 아이야......! 이것으로 네게 준 것도 받은 것도 없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돌아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나의 몸도...... 나의 마음도 이제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은
없다! 나를 이렇게 만든 혈관음교와 만겁마가에의 복수만이......
이제 땅에 묻히기 전에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문득, 그녀는 십여 걸음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막붕비,
그는 여전히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너를...... 잊지는 않겠다. 영원히......!)
회한의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비취여제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으......
휘르르......
하얀 백발을 밤바람에 흩날리며 그녀의 모습은 점차 멀어져갔다.
아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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