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천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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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소주께서 놈에게 잡히셨다!"
"산개하랏! 놓쳐서는 안된다!"
스스슥!
휙!
급급히 붕정원으로 뛰어들던 자의천위들, 그들은 철접이 막붕비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그들은 황망히 두 사람을 에워쌌다.
"......!"
철접, 그녀는 자의천위가 안으로 덮쳐들자 일순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주위를 돌아 보았다. 그때,
"무얼 멍청히 기다리는가! 나의 침실을 무덤으로 쓸 작정인가?"
막붕비가 문득 철접의 옆구리를 툭 치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
그제서야 철접은 막붕비가 왜 별안간 고함을 쳤는지 그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순간,
팟!
그녀는 막붕비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길을...... 열어랏! 이 애송이를 살리고 싶다면!"
그녀의 살기띤 기세에 자의천위들은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치잇! 별 수 없다. 각주(閣主)님의 후예를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물러서려 했다.
그때,
"정말...... 대담한 계집이로군! 대명제국의 심장부를 그렇게
유린하고 다니다니......"
문득, 붕정원의 측면에서 한 줄기 스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스---- 읏!
휘르르......
부서진 왼쪽 창문으로 한 명의 인물이 허공을 밟으며 다가섰다.
역시 자포를 걸친 자의천위의 인물이었다.
그의 나이는 오십 세 정도, 탐스러운 흑염을 가슴까지 기른 모습으로
눈빛이 칼로 찌르는 듯 예리해 보였다.
한데, 그 인물의 소매에는 금줄 대신 한 마리 금룡(金龍)이 수놓아져
있었다.
또한 다른 자의천위들이 네 자 길이의 단창(短槍)을 들었음에 비해
그는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등에는 황금으로 만든 빈 검갑(劍甲)이 메여져 있었다.
흑염노인이 모습을 나타낸 순간,
"금검존(金劍尊)----!"
철접의 입에서 문득 공포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막붕비는 자신의 어깨를 움켜쥔 철접의 몸이 가늘게 떨림을 느꼈다.
그것을 느낀 그는 문득 고소를 지었다.
(역시 신비각(神秘閣)의 사대영반이 무섭긴 무섭군. 그 지독하다던
동영의 인자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다니......!)
그는 적이 놀라움을 느꼈다.
-금검존(金劍尊) 뇌극형(雷極形)!
이것이 흑염노인의 이름이었다.
신비각 최강의 고수들인 신비사존의 일 인, 달리
신비사대영반(神秘四大領班)이라 불리는 사 인(四人) 중 막내가 바로
그였다.
신비사존의 막내이긴 하나 그의 검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혹자는 그가 전설적 검예인 어검지술(馭劍之術)까지 연마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인자(忍者) 철접,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금검(金劍)은 바로 금검존
뇌극형이 어검술로 날려보낸 것이었다.
막붕비, 그는 뇌극형이 들어서자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애걸했다.
"사...... 살려 주시오, 뇌영반!"
그 모습에 뇌극형의 두 눈에 경멸의 빛이 스쳤다.
(쯧! 호랑이 애비에 견자(犬子)로군! 글자 나부랑이나 읽은 자들은
별 수 없지!)
그는 내심 혀를 찼으나 막붕비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소부주! 걱정 마십시오! 그 자는 소부주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철접에게 찌르는 듯 예리한 시선을 던졌다.
"자! 너같은 비천한 오랑캐 계집과 이야기 한다는 것은 탐탁지
않으나 별도리가 없으니 해야겠군.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나는......"
철접은 서툰 한어로 말을 꺼내려 했다.
하나 그것을 뇌극형이 손을 들어 막았다.
"경고하겠는데...... 무리한 주문은 삼가하라! 우리는......
소부주의 목보다 네 목이 더 중요하니까!"
그는 싸늘한 음성으로 못박듯이 말했다.
그 말에 막붕비는 내심 고소를 지었다.
(여차하면 내 목숨은 돌보지 않고 사살해 버리겠다는 뜻이군!)
이때, 철접이 잘근 입술을 물며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루의 시간 뿐이다!"
그녀는 다친 맹수같이 중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루가...... 지나면 이 애송이를 돌려 보내겠다! 이가조의
명예와...... 대화의 시조이신 천조대신(天照大神)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뇌극형이 칼로 자르듯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너희들 시조 나부랑이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너 어린 계집도
본좌와 같은 무사이기에 믿어줄 뿐이다!"
말을 마침과 함께,
슥!
문득 그는 가볍게 소매를 저었다.
그러자 자의천위들은 포위망을 풀며 한쪽으로 비켜서 길을 열어
주었다.
문득,
"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 말은 해야겠다! 고맙다!"
철접은 뇌극형에게인지 막붕비에게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디 말을
던졌다.
이어 그녀는 막붕비를 옆에 낀 채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잠깐!"
뇌극형이 문득 그녀를 불러세웠다.
"......!"
철접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본좌의...... 애검(愛劍)은 놓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뇌극형은 철접을 노려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말에 철접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팟!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금검(金劍)을 단번에 잡아뽑아
뇌극형에게 던졌다.
"잊을 뻔...... 했군! 그대의 일검은...... 기억해 둔다!"
다음 순간,
휘르르......!
그녀는 막붕비를 옆구리에 낀 채 붕정원을 날아나갔다.
"......!"
"......!"
뇌극형과 자의천위들, 그들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사라지는 철접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문득,
"괜...... 찮겠습니까, 영반?"
한 자의천위가 우려의 빛으로 뇌극형에게 물었다.
"바뀌는 것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저 계집의 목이 하루 늦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뇌극형은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어,
쩌---- 엉!
그는 금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런 그의 눈에 지축을 울리며 저편에서 급급히 달려오는 대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곳은...... 승상부 붕정원이었다.
* * *
-낭야왕부(狼爺王府)!
금릉의 서북쪽에 위치한 광대한 장원의 폐허, 그곳은 육십 년 전만
해도 금릉에서 가장 화려하던 곳이었다.
낭야왕(狼爺王) 갈태독(葛太毒)!
대원제국시대 최고의 권세가, 낭야왕부는 바로 그 갈태독의
성채였다.
갈태독은 원래 무림인이었다.
그는 우연히 한 권의 상고독경을 얻어 독문제일인이 되었다.
그는 독공(毒功)으로 천하를 휩쓸어 반원(反元) 운동을 벌이던
무림고수들을 주살하여 원제국에 아부해왔다.
그 대가로, 그는 수백 리에 이르는 영지를 얻었으며
무림왕(武林王)에 봉해졌다.
하나, 사십여 년 전, 태조 홍무제 주원장이 원제국을 쓰러뜨리면서
갈태독도 파멸하고 말았다.
낭야왕부는 무림인들과 홍무제 주원장 휘하 일만 명의 고수들의
합공하에 궤멸되었다.
낭야왕(狼爺王) 갈태독, 그는 천여 명의 고수들을 쓰러뜨린 후 그
자신도 심각한 중상을 입고 어디론가 달아났다.
당시, 갈태독을 쓰러뜨리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한 명의 젊은
검수(劍手)가 있었다.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 초패강(楚覇?)!
후일 환우일존의 무상지위에 오른 절대자가 바로 그였다.
초패강은 팔식(八式)의 제왕검결(帝王劍訣)로 공포스런 독(毒)의
제왕 갈태독을 처참한 몰골로 패주케 만들었다.
그리고, 낭야왕부(狼爺王府)를 괴멸시킨 후 그는 홍무제(洪武帝)
주원장에게서 그 전공으로 황산(黃山)을 영지로 하사 받았다.
이에 초패강은 황산(黃山)에 하나의 성(城)을 세워 은거하니......
세인들은 그 성(城)을 일컬어 제왕성(帝王城)이라 하며 경외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사십여 년이 지난 그 옛날의 일이었다.
삼경(三更),
폐허가 된 낭야왕부(狼爺王府)는 스산하고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문득,
스---- 읏!
낭야왕부의 폐허 위로 하나의 검은 인영이 소리없이 스쳐갔다.
지극히 은밀하고 날렵한 신법, 거의 파공성도 일지 않았다.
이윽고,
"다...... 다왔다! 저기가...... 우리 이가조 형제들의 은신처였다!"
스읏!
흑영은 괴로운 신음과 함께 지면으로 날아내렸다.
철접(鐵蝶)! 바로 그녀가 아닌가?
그녀의 옆구리에는 막붕비가 끼어 있었다.
"흐음...... 놀랍군! 자금성의 지척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다니......!"
막붕비는 몸을 바로 세우며 경이의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선 곳, 그곳은 낭야왕부의 후원이었던 곳이다.
오랫 동안 돌보는 이 없이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있는 후원, 그
중에는 돌로 쌓아 만든 하나의 고정(古井)이 있었다.
"살아난 형제...... 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철접은 비틀거리며 잡초에 둘러싸인 고정(古井)으로 다가갔다.
"......!"
막붕비는 그녀를 따라가 고정을 내려다 보았다.
하나 칼칼한 어둠 속에 잠긴 고정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물 속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막붕비는 의아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궁금...... 하면 함께 내려가 보...... 자!"
철접은 힐끗 막붕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어,
휙!
그녀는 망설임없이 우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엇!"
막붕비는 흠칫하며 다급히 철접을 잡으려 했다.
하나, 철접의 모습은 이미 칼칼한 우물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우물 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흠...... 이 안에 무엇인가 궁리가 되어있군!)
막붕비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디 들어가 볼까?)
다음 순간, 그는 서슴없이 고정 속으로 뛰어 내렸다.
쐐액----!
세차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전을 찢었다.
막붕비는 질끈 눈을 감았다.
순간,
출렁!
그의 몸이 소리를 내며 어떤 그물 같은 것에 떨어졌다.
(역시......!)
막붕비는 짐작했었다는 듯 히죽 웃었다.
그는 그물 위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고정의 중간쯤, 하나의 튼튼한 그물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고정 저편, 놀랍게도 우물벽에 면해 하나의 동굴이 뚫려
있었다.
막붕비는 경이를 금치 못했다.
(우물 속에 저런 동굴이 있다니......!)
그는 검미를 모았다.
(혹시...... 이곳은 갈태독이 낭야왕부의 지하에 만들었다는
지하궁전이 아닐까?)
이어, 그는 엉금엉금 기어 동굴로 다가갔다.
동굴, 그것은 사람 하나가 겨우 기어들어갈 정도로 협소했다.
하나, 안으로 일 장쯤 기어 들어가자 동굴 안은 점점 넓어졌으며
밝아졌다.
곧 막붕비는 동굴의 끝에 이를 수 있었다.
동굴의 끝, 그곳에는 한 칸의 석실이 있었다.
석실 안----
몇 개의 야광주가 박혀 있어 흐릿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한데,
"......!"
먼저 들어온 철접, 그녀가 멍하니 석실의 입구에 서 있었다.
"철접(鐵蝶)......!"
철접의 뒤로 다가서며 그녀를 부르던 막붕비는 문득 흠칫했다.
역한 피비린내가 그의 코 끝에 확 풍겨져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석실 안, 세 사람이 죽어 있었다. 그들은 철접과 같은 인자(忍者)의
복장이었다.
이남일녀(二男一女), 별다른 특징없이 생긴 중년남녀와 이제 겨우 십
사오 세 정도의 소년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부부였던 듯 서로 껴안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들은 검으로 서로의 심장을 찔러 동반자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소년, 그는 할복자살을 한 듯했다.
심한 격전을 치른 듯 그의 전신은 무참하게 난자당해 있었다.
오른손은 중병기에 으스러져 있었으며 문드러진 왼손으로 배를 가른
것이었다.
소년의 복부에서 흘러나온 내장과 선혈이 온통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실로 눈뜨고 보지 못할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이었다.
중년남녀와 소년, 그들은 살수행(殺手行)에서 실패하자 이곳
은신처로 돌아와 자진한 듯했다.
특히, 소년은 죽기 직전의 고통이 극심하였던 듯 심하게 몸부림을 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가 손톱으로 벽을 할퀴어 한쪽벽 전체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막붕비, 그는 이 처참한 광경에 하마터면 토할 뻔하여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끔...... 찍하군!)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때,
"아니야! 차랑(次郞)! 이게 아니야!"
돌연 철접은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이어, 그녀는 할복한 소년의 시체를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으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막붕비, 그는 그제서야 철접과 그 소년이 남매간인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어엇! 소주께서 놈에게 잡히셨다!"
"산개하랏! 놓쳐서는 안된다!"
스스슥!
휙!
급급히 붕정원으로 뛰어들던 자의천위들, 그들은 철접이 막붕비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그들은 황망히 두 사람을 에워쌌다.
"......!"
철접, 그녀는 자의천위가 안으로 덮쳐들자 일순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주위를 돌아 보았다. 그때,
"무얼 멍청히 기다리는가! 나의 침실을 무덤으로 쓸 작정인가?"
막붕비가 문득 철접의 옆구리를 툭 치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
그제서야 철접은 막붕비가 왜 별안간 고함을 쳤는지 그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순간,
팟!
그녀는 막붕비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길을...... 열어랏! 이 애송이를 살리고 싶다면!"
그녀의 살기띤 기세에 자의천위들은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치잇! 별 수 없다. 각주(閣主)님의 후예를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물러서려 했다.
그때,
"정말...... 대담한 계집이로군! 대명제국의 심장부를 그렇게
유린하고 다니다니......"
문득, 붕정원의 측면에서 한 줄기 스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스---- 읏!
휘르르......
부서진 왼쪽 창문으로 한 명의 인물이 허공을 밟으며 다가섰다.
역시 자포를 걸친 자의천위의 인물이었다.
그의 나이는 오십 세 정도, 탐스러운 흑염을 가슴까지 기른 모습으로
눈빛이 칼로 찌르는 듯 예리해 보였다.
한데, 그 인물의 소매에는 금줄 대신 한 마리 금룡(金龍)이 수놓아져
있었다.
또한 다른 자의천위들이 네 자 길이의 단창(短槍)을 들었음에 비해
그는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등에는 황금으로 만든 빈 검갑(劍甲)이 메여져 있었다.
흑염노인이 모습을 나타낸 순간,
"금검존(金劍尊)----!"
철접의 입에서 문득 공포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막붕비는 자신의 어깨를 움켜쥔 철접의 몸이 가늘게 떨림을 느꼈다.
그것을 느낀 그는 문득 고소를 지었다.
(역시 신비각(神秘閣)의 사대영반이 무섭긴 무섭군. 그 지독하다던
동영의 인자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다니......!)
그는 적이 놀라움을 느꼈다.
-금검존(金劍尊) 뇌극형(雷極形)!
이것이 흑염노인의 이름이었다.
신비각 최강의 고수들인 신비사존의 일 인, 달리
신비사대영반(神秘四大領班)이라 불리는 사 인(四人) 중 막내가 바로
그였다.
신비사존의 막내이긴 하나 그의 검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혹자는 그가 전설적 검예인 어검지술(馭劍之術)까지 연마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인자(忍者) 철접,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금검(金劍)은 바로 금검존
뇌극형이 어검술로 날려보낸 것이었다.
막붕비, 그는 뇌극형이 들어서자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애걸했다.
"사...... 살려 주시오, 뇌영반!"
그 모습에 뇌극형의 두 눈에 경멸의 빛이 스쳤다.
(쯧! 호랑이 애비에 견자(犬子)로군! 글자 나부랑이나 읽은 자들은
별 수 없지!)
그는 내심 혀를 찼으나 막붕비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소부주! 걱정 마십시오! 그 자는 소부주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철접에게 찌르는 듯 예리한 시선을 던졌다.
"자! 너같은 비천한 오랑캐 계집과 이야기 한다는 것은 탐탁지
않으나 별도리가 없으니 해야겠군.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나는......"
철접은 서툰 한어로 말을 꺼내려 했다.
하나 그것을 뇌극형이 손을 들어 막았다.
"경고하겠는데...... 무리한 주문은 삼가하라! 우리는......
소부주의 목보다 네 목이 더 중요하니까!"
그는 싸늘한 음성으로 못박듯이 말했다.
그 말에 막붕비는 내심 고소를 지었다.
(여차하면 내 목숨은 돌보지 않고 사살해 버리겠다는 뜻이군!)
이때, 철접이 잘근 입술을 물며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루의 시간 뿐이다!"
그녀는 다친 맹수같이 중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루가...... 지나면 이 애송이를 돌려 보내겠다! 이가조의
명예와...... 대화의 시조이신 천조대신(天照大神)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뇌극형이 칼로 자르듯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너희들 시조 나부랑이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너 어린 계집도
본좌와 같은 무사이기에 믿어줄 뿐이다!"
말을 마침과 함께,
슥!
문득 그는 가볍게 소매를 저었다.
그러자 자의천위들은 포위망을 풀며 한쪽으로 비켜서 길을 열어
주었다.
문득,
"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 말은 해야겠다! 고맙다!"
철접은 뇌극형에게인지 막붕비에게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디 말을
던졌다.
이어 그녀는 막붕비를 옆에 낀 채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잠깐!"
뇌극형이 문득 그녀를 불러세웠다.
"......!"
철접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본좌의...... 애검(愛劍)은 놓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뇌극형은 철접을 노려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말에 철접은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팟!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금검(金劍)을 단번에 잡아뽑아
뇌극형에게 던졌다.
"잊을 뻔...... 했군! 그대의 일검은...... 기억해 둔다!"
다음 순간,
휘르르......!
그녀는 막붕비를 옆구리에 낀 채 붕정원을 날아나갔다.
"......!"
"......!"
뇌극형과 자의천위들, 그들은 벌레씹은 표정으로 사라지는 철접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문득,
"괜...... 찮겠습니까, 영반?"
한 자의천위가 우려의 빛으로 뇌극형에게 물었다.
"바뀌는 것은 단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저 계집의 목이 하루 늦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뇌극형은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어,
쩌---- 엉!
그는 금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런 그의 눈에 지축을 울리며 저편에서 급급히 달려오는 대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곳은...... 승상부 붕정원이었다.
* * *
-낭야왕부(狼爺王府)!
금릉의 서북쪽에 위치한 광대한 장원의 폐허, 그곳은 육십 년 전만
해도 금릉에서 가장 화려하던 곳이었다.
낭야왕(狼爺王) 갈태독(葛太毒)!
대원제국시대 최고의 권세가, 낭야왕부는 바로 그 갈태독의
성채였다.
갈태독은 원래 무림인이었다.
그는 우연히 한 권의 상고독경을 얻어 독문제일인이 되었다.
그는 독공(毒功)으로 천하를 휩쓸어 반원(反元) 운동을 벌이던
무림고수들을 주살하여 원제국에 아부해왔다.
그 대가로, 그는 수백 리에 이르는 영지를 얻었으며
무림왕(武林王)에 봉해졌다.
하나, 사십여 년 전, 태조 홍무제 주원장이 원제국을 쓰러뜨리면서
갈태독도 파멸하고 말았다.
낭야왕부는 무림인들과 홍무제 주원장 휘하 일만 명의 고수들의
합공하에 궤멸되었다.
낭야왕(狼爺王) 갈태독, 그는 천여 명의 고수들을 쓰러뜨린 후 그
자신도 심각한 중상을 입고 어디론가 달아났다.
당시, 갈태독을 쓰러뜨리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한 명의 젊은
검수(劍手)가 있었다.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 초패강(楚覇?)!
후일 환우일존의 무상지위에 오른 절대자가 바로 그였다.
초패강은 팔식(八式)의 제왕검결(帝王劍訣)로 공포스런 독(毒)의
제왕 갈태독을 처참한 몰골로 패주케 만들었다.
그리고, 낭야왕부(狼爺王府)를 괴멸시킨 후 그는 홍무제(洪武帝)
주원장에게서 그 전공으로 황산(黃山)을 영지로 하사 받았다.
이에 초패강은 황산(黃山)에 하나의 성(城)을 세워 은거하니......
세인들은 그 성(城)을 일컬어 제왕성(帝王城)이라 하며 경외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사십여 년이 지난 그 옛날의 일이었다.
삼경(三更),
폐허가 된 낭야왕부(狼爺王府)는 스산하고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문득,
스---- 읏!
낭야왕부의 폐허 위로 하나의 검은 인영이 소리없이 스쳐갔다.
지극히 은밀하고 날렵한 신법, 거의 파공성도 일지 않았다.
이윽고,
"다...... 다왔다! 저기가...... 우리 이가조 형제들의 은신처였다!"
스읏!
흑영은 괴로운 신음과 함께 지면으로 날아내렸다.
철접(鐵蝶)! 바로 그녀가 아닌가?
그녀의 옆구리에는 막붕비가 끼어 있었다.
"흐음...... 놀랍군! 자금성의 지척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다니......!"
막붕비는 몸을 바로 세우며 경이의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선 곳, 그곳은 낭야왕부의 후원이었던 곳이다.
오랫 동안 돌보는 이 없이 무성한 잡초로 뒤덮여 있는 후원, 그
중에는 돌로 쌓아 만든 하나의 고정(古井)이 있었다.
"살아난 형제...... 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철접은 비틀거리며 잡초에 둘러싸인 고정(古井)으로 다가갔다.
"......!"
막붕비는 그녀를 따라가 고정을 내려다 보았다.
하나 칼칼한 어둠 속에 잠긴 고정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물 속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막붕비는 의아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궁금...... 하면 함께 내려가 보...... 자!"
철접은 힐끗 막붕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어,
휙!
그녀는 망설임없이 우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엇!"
막붕비는 흠칫하며 다급히 철접을 잡으려 했다.
하나, 철접의 모습은 이미 칼칼한 우물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우물 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흠...... 이 안에 무엇인가 궁리가 되어있군!)
막붕비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디 들어가 볼까?)
다음 순간, 그는 서슴없이 고정 속으로 뛰어 내렸다.
쐐액----!
세차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전을 찢었다.
막붕비는 질끈 눈을 감았다.
순간,
출렁!
그의 몸이 소리를 내며 어떤 그물 같은 것에 떨어졌다.
(역시......!)
막붕비는 짐작했었다는 듯 히죽 웃었다.
그는 그물 위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고정의 중간쯤, 하나의 튼튼한 그물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고정 저편, 놀랍게도 우물벽에 면해 하나의 동굴이 뚫려
있었다.
막붕비는 경이를 금치 못했다.
(우물 속에 저런 동굴이 있다니......!)
그는 검미를 모았다.
(혹시...... 이곳은 갈태독이 낭야왕부의 지하에 만들었다는
지하궁전이 아닐까?)
이어, 그는 엉금엉금 기어 동굴로 다가갔다.
동굴, 그것은 사람 하나가 겨우 기어들어갈 정도로 협소했다.
하나, 안으로 일 장쯤 기어 들어가자 동굴 안은 점점 넓어졌으며
밝아졌다.
곧 막붕비는 동굴의 끝에 이를 수 있었다.
동굴의 끝, 그곳에는 한 칸의 석실이 있었다.
석실 안----
몇 개의 야광주가 박혀 있어 흐릿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한데,
"......!"
먼저 들어온 철접, 그녀가 멍하니 석실의 입구에 서 있었다.
"철접(鐵蝶)......!"
철접의 뒤로 다가서며 그녀를 부르던 막붕비는 문득 흠칫했다.
역한 피비린내가 그의 코 끝에 확 풍겨져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석실 안, 세 사람이 죽어 있었다. 그들은 철접과 같은 인자(忍者)의
복장이었다.
이남일녀(二男一女), 별다른 특징없이 생긴 중년남녀와 이제 겨우 십
사오 세 정도의 소년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부부였던 듯 서로 껴안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들은 검으로 서로의 심장을 찔러 동반자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소년, 그는 할복자살을 한 듯했다.
심한 격전을 치른 듯 그의 전신은 무참하게 난자당해 있었다.
오른손은 중병기에 으스러져 있었으며 문드러진 왼손으로 배를 가른
것이었다.
소년의 복부에서 흘러나온 내장과 선혈이 온통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실로 눈뜨고 보지 못할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이었다.
중년남녀와 소년, 그들은 살수행(殺手行)에서 실패하자 이곳
은신처로 돌아와 자진한 듯했다.
특히, 소년은 죽기 직전의 고통이 극심하였던 듯 심하게 몸부림을 친
흔적이 역력했다.
그가 손톱으로 벽을 할퀴어 한쪽벽 전체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막붕비, 그는 이 처참한 광경에 하마터면 토할 뻔하여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끔...... 찍하군!)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때,
"아니야! 차랑(次郞)! 이게 아니야!"
돌연 철접은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이어, 그녀는 할복한 소년의 시체를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으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막붕비, 그는 그제서야 철접과 그 소년이 남매간인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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