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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천왕 4


제2장 毒皇의 遺物

소년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철접(鐵蝶), 그녀는 탈진 상태에서
가중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고소를 지었다.
"이 지독스런 친구도 별수없이 인간이로군!"
그는 혀를 차며 다가가 소년의 시체와 철접을 떼어놓았다.
철접의 전신도 온통 피투성이었다.
"이 친구, 역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하겠군!"
막붕비는 철접의 상세를 살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위험한 일을 하는 자객이니 상비약을 갖고 다니겠지!"
이어, 그는 약을 찾을 요량으로 철접의 야행복 가슴섶에 손을
집어넣었다.
순간, 뭉클......
고무공 같은 탄력이 그의 손 끝에 느껴졌다.
막붕비는 질겁했다.
"계...... 계집이었잖아!"
그는 아연실색하며 불에 덴 듯 황급히 손을 뗐다.
그제서야 그는 철접이 여자인 것을 확연히 안 것이었다.
"빌어먹을...... 난감하게 되었군!"
그는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막붕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이어, 그는 결심한 듯 다시 손을 뻗어 천천히 철접의 야행복 상의를
벗겼다.
야행복 속, 철접은 가는 철사로 짠 그물옷을 입고 있었다.
그 그물옷에 눌려 자그마하나 팽팽하고 탄력 있는 한 쌍의 유방이
드러났다.
백설이 앉은 듯 희고 소담스런 젖무덤, 그 위에 설익은 복숭아 같은
분홍빛 유두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막붕비, 그는 흥분했다.
생전 처음보는 적나라한 여체에 그의 준미한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나 그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철접의 상의를 뒤졌다.
곧 그는 여러 개의 약봉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약봉지에는 내상약과
금창약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하나, 막붕비는 다시 곤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철접의 상처는 거의 전신에 퍼져 있어 치료를 하려면 그녀의 옷을
모두 벗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막붕비는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팔자에도 없는 염복을 만났군!)
이어,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철접의 야행복을 벗겨냈다.
철접의 몸매는 의외로 풍만했다. 그녀의 허리는 겨우 한줌이나 될까
말까할 정도로 잘록했다.
하나, 가슴과 엉덩이는 놀랍도록 발달해 마치 부푼 풍선같이
풍만했다.
그것은 철접이 의외로 나이가 많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
철접의 바지를 벗기던 막붕비, 그는 문득 숨을 멈추었다.
철접은 야행복 안쪽에 쇠그물 옷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바지를 밑으로 벗겨내리자 그녀의 아랫도리 은밀한 곳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었다.
희고 통통한 허벅지 사이로 살포시 부푼 둔덕이 보였다.
철접의 몸에는 체모가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은밀한 부분에도 체모가 무성하지는 않았다. 겨우
파릇파릇한 잔디 같은 체모가 둔덕과 그 아래 부분에 약간 돋아나 있을
뿐이었다.
따라서, 철접의 내밀한 부위는 전혀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매끈하게 갈라진 살집 사이로 분홍빛 꽃잎이 살짝 엿보였다. 그
모습은 실로 뇌살적이었다.
막붕비는 은밀한 비소를 본 순간, 그는 자신의 일부가 급격히
팽창함을 느끼며 끊어질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하나 그는 그것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못난 놈! 부상자를 앞에 두고 무슨 망상이란 말인가?"
그는 신음을 발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러나 본능은 정직한 것, 막붕비의 얼굴은 모닥불같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심하게 진동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어, 멈추었던 손을 다시 움직여 철접의 바지를 완전히 벗겨내렸다.
하나 쇠그물 옷은 차마 벗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막붕비는 그물옷을 사이에 두고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탱탱한 철접의 피부가 손 끝에 닿을 때마다 그는 불에 덴 듯한
격렬한 감각을 느끼곤 했다. 그것은 차라리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마침내, 막붕비는 힘겹게 철접의 치료를 끝냈다.
그의 전신은 온통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겪은 최악의 수난이었다!)
그는 고소를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철접의 몸에 야행복을 덮어 주고 몸을 일으켰다.
(우선 이 시체들이나 처리하자!)
막붕비는 먼저 두 중년부부의 시신을 힘겹게 우물가로 끌고 갔다.
(저승에 가서라도 백년해로 하시기를......!)
그는 내심 두 사람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그는 두 부부의 시신을
우물 속으로 밀어넣었다.
첨---- 벙!
어두운 우물 저 아래로 물소리가 울려퍼졌다.
막붕비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석실로 돌아왔다.
이윽고, 그는 철접의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인자를 끌어내려 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흠칫했다.
(엇...... 이것 봐라!)
그는 검미를 모으며 소년이 할퀸 벽을 주시했다.
그 벽은 소년이 죽어가며 고통을 못참고 마구 긁어대 끔찍하게도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 석벽에는 금이 쩍쩍 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돌이 아니다! 누군가 흙으로 메워놓은 뒤 석회를 발라
석벽으로 위장한 것이다!)
막붕비의 두 눈이 기광으로 번뜩 빛났다.
그렇다. 소년인자가 손으로 긁어댄 벽은 다른 곳과는 달리 돌이
아니라 흙을 바른 토벽이었다.
막붕비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혹시 여기는 낭야왕(狼爺王) 갈태독(葛太毒)이 지었다는 지하궁전의
입구가 아닐까?)
그는 호기심을 느끼며 힘주어 벽을 밀어보았다.
순간,
콰드득......!
과연 벽이 뒤쪽으로 무너져 내리며 그곳에 하나의 어둑한
밀로(密路)가 나타났다.
막붕비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이곳은 낭야왕 갈태독이 세운 낭야보궁(狼爺寶宮)일
것이다!)
그는 내심 확신이 생겼다.
이윽고, 그는 성큼 밀로 안으로 들어섰다.
밀로는 오랫 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었는지 온통 주위가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막붕비는 이끼를 밟으며 안으로 전진했다.
십여 장 정도 들어갔을까?
츠...... 읏!
돌연 전면으로부터 한 가닥 푸르스름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막붕비는 의혹을 느끼며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순간,
"검(劍)...... 아닌가?"
막붕비는 흠칫하며 낮게 부르짖었다.
눈을 찌를 듯 뻗어나온 푸른빛, 그것은 바로 한 자루 장검(長劍)에서
발출된 것이었다.
장검(長劍), 그것은 이끼가 가득 덮인 석벽의 중간에 박혀 있었다.
검신(劍身)은 반투명했으며 새파란 섬광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반투명한 검신 가운데, 한 가닥 선명한 핏빛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혈선(血線)은 얼마나 선명한지 방금 전 누군가 검에 베어 흘린
선혈과도 같았다.
검의 손잡이, 그곳에는 아수라의 두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마검(魔劍) 지옥혈(地獄血).>

손잡이에는 그와 같은 섬뜩한 핏빛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마검...... 지옥혈?"
막붕비는 침음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마검(魔劍) 지옥혈(地獄血)을 뽑아들었다.
순간,
웅웅...... 쩌정......!
검은 야수의 으르렁거림 같은 울음을 토하며 벽에서 뽑혀졌다.
지옥혈검(地獄血劍)!
그것이 뽑히자 삽시에 주위는 새파란 광망으로 뒤덮였다.
"대단...... 히 마성이 강한 놈이다!"
막붕비는 검에서 흐르는 오싹한 한기에 몸을 떨었다.
이어, 그는 유현한 눈빛으로 지옥혈검(地獄血劍)을 살펴보았다.
"한데...... 이 마검(魔劍)을 누가 이런 석벽에 꽂아 두었을까?"
그는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그는 지옥혈검을 손에 든 채 다시 밀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십여 걸음도 채 걷지 않아 막붕비의 몸은 석상같이 굳어졌다.
시체! 한 구의 썩어가는 시체가 이끼 가득한 석벽에 기대어 있었던
것이다.
그 시체는 일신에 자색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생시에 아마
거인(巨人)이었던 듯 골격이 장대한 인물이었다.
그는 죽은 지 별로 오래되지 않은 듯 아직 전신의 살이 다 썩지 않은
상태였다.
막붕비는 한 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쪽 석실에서 그 끔찍한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기절할 뻔했군!"
그는 고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한데...... 이 사람은 누군데 여기까지 와서 죽어 있는 것일까?
보아하니 이 마검(魔劍) 지옥혈(地獄血)의 주인인 듯한데......?"
그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이어, 그는 코를 감싸쥐고 시신의 앞으로 다가갔다.
문득 시신의 가슴 부분이 불룩한 것을 발견한 막붕비, 그는
조심스럽게 시신의 가슴섶을 뒤져보았다.
그러자 한 권의 가죽책자가 나왔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듯 검붉게 퇴색한 책자였다.
무슨 가죽으로 만들었는지 그 감촉이 아주 부드러웠다.
책자의 표지,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대전체의 글이 적혀 있었다.

<지옥저주마경(地獄詛呪魔經).>

막붕비는 그 글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옥...... 저주마경? 섬뜩한 제목이군!"
그는 지옥저주마경(地獄詛呪魔經)을 펼쳐들었다.
첫장을 열자 핏빛글씨가 가득 눈에 들어왔다.
그 글은 이미 천여 년 전에 쓰여진 글이었다.

<신강(新疆) 지옥성(地獄城) 제구대성주 신강지옥황(新疆地獄皇)이
죽어가며 이 글을 적는다. 지옥저주마경과 마검 지옥혈을 얻는 자가 곧
신강지옥성(新疆地獄城)의 제십대 성주(城主)다......>

글의 첫머리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신강...... 지옥성?"
막붕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기억으로는 그런 문파가 있었다는 것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신강지옥성(新疆地獄城)!
그들은 천여 년 전 신강 일대에 융성했던 마(魔)의 무리였다.
변황무림 사상최강이라 일컬어지던 문파, 지옥(地獄)을 관장한다는
아수라왕(阿修羅王)을 숭배하여 산사람을 제물로 썼다는 전설을 지닌
문파였다.
하나, 천여 년 전, 신강지옥성은 저 전설 속의 사대천왕,
그들의 연수합격에 의해 지상에서 사라졌다.
한데...... 놀랍게도 그 신강지옥성의 마경(魔經)이 이곳
낭야왕부(狼爺王府)의 지하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막붕비는 호기심을 느끼며 이어지는 책자의 글을 읽어나갔다. 글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대천왕(四大天王)의 무리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놈들은...... 악마삼보(惡魔三寶)를 노리고 본성을 공격했다. 본성의
형제들이 사력을 다해 맞섰으나 중과부적이었다......중략......
모두가 쓰러졌다. 살아난 것은 본좌 신강지옥황(新疆地獄皇)과 노부의
애첩 혈미인(血美人) 뿐...... 하나 우리 둘도 곧 죽을 것이다. 그것은
곧 위대한 신강지옥성의 멸망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 하여...... 노부는 애첩 혈미인(血美人)을 죽여 그녀의 가죽에
신강지옥성의 비전절기들을 기록하게 되었다......>

거기까지 읽은 막붕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 사람의 가죽이었단 말인가?"
그는 질겁하며 지옥저주마경(地獄詛呪魔經)을 손에서 떨구었다.
아! 지옥저주마경!
그것은 놀랍게도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책자가 아닌가?
신강지옥황, 그는 자기의 애첩인 혈미인을 죽여 그 가죽에다
지옥절기를 적은 것이었다.
막붕비는 그 사실을 알고 전저리를 쳤다. 실로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잔혹한 일이 아닌가?
하나, 그는 호기심 때문에 다시 떨리는 손으로 지옥저주마경을
집어들었다.
신강지옥황이 남긴 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사대천왕 중 만겁마종(萬劫魔宗)의 천마분심마강이 노부의 심장을
박살낸 상태인지라 노부는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 신강지옥성에는
지옥십결(地獄十訣)이라는 열 가지 절기가 있다. 그 중 몇 가지나
여기에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옥저주마경을 얻는 자는......
부디 사대천왕을 꺾어 신강지옥성의 절기가 결코 그들의 잡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여한이 없겠다!

신강지옥황(新疆地獄皇) 절필(絶筆).>

그 뒤로 세 가지의 무공구결이 적혀 있었다.

-저주명공강결.
-지옥흡정심결(地獄吸精心訣).
-지옥검결(地獄劍訣).

저주명공강결,
신강지옥성의 양대마공 중 하나인데 공격을 위주로 한 마공으로
십이성(十二成) 모두 완성하면 몸 주위로 시퍼런 뇌전이 일어난다.
그것이 스치면 모든 것은 삽시에 재로 변하고 만다.
실로 전율적인 마력을 지닌 무공이었다.
그 때문에 달리 그것을 일컬어 겁화파멸흔(劫火破滅痕)이라고도
한다.

지옥흡정심결(地獄吸精心訣),
저주명공강결이 공격 위주의 마공인데 반해 지옥흡정심결은
방어전용의 마공이었다.
적이 공격해 오면 은연중 상대의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게
된다.
그리고, 절정에 이르면 허공을 격하고도 상대의 정기를 모두 흡수할
수가 있다.
사파(邪派)의 채음보양(彩陰補陽)이나 흡양보음(吸陽補陰) 등
사술(邪術)의 원형이 되는 절대마공이었다.

지옥검결(地獄劍訣),
지옥저주마경 상의 유일한 초식인데 모두 팔식(八式)으로 이루어져
지옥팔검(地獄八劍)이라고도 부른다.
그것은 무조건 상대를 척살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안된 잔혹신랄한
마검결(魔劍訣)이었다. 절정에 이르면 검을 따라 지옥검강이 일어
금강불괴지신이라도 흙베듯 베어 버린다.

세 가지의 마공구결을 다 살펴본 막붕비, 그는 경악과 전율을 금치
못했다.

"끔찍하군! 세상에 이런 잔혹한 무공도 있다니......!"
그는 새삼 지옥저주마경을 지닌 채 죽은 자포노인의 신분이
궁금해졌다.
이윽고,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지옥저주마경을 덮었다.
순간,
"......!"
그는 책자의 뒷표지에 또 다른 글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글은 최근에 쓰여진 것으로 보였는데 아주 난잡한 글씨였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으며 표지의 글을 읽어보았다.

<본좌는...... 초패강이다.
세인들은 노부를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이라 부른다.>

"절대...... 신검황 초패강!"
막붕비는 아연함을 금치 못하며 자포노인을 주시했다.
무림인이 아닌 막붕비, 그도 절대신검황 초패강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 초패강! 그가 누군가?
사십여 년 전, 낭야왕 갈태독을 쓰러뜨리고 환우최강자의 권좌에
오른 일대검종(一代劍宗)!
황산(黃山)에 제왕성(帝王城)을 짓고 무림왕(武林王)으로 군림해 온
그가 아닌가?
한데, 그 절대무적의 환우제일존이 낭야왕부의 음습한 지하에
시신으로 누워 있는 것이었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누가 환우제일인을 죽일 수 있었단
말인가?"
막붕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검황(劍皇)으로 존경받던 초패강이 실은
신강지옥성의 후예라는 점이었다.
그것은 천하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비밀이었다.
막붕비, 그는 경악의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초패강의 난잡한 글을
읽고 있었다.

<본좌를...... 죽인 놈은 통탄스럽게도 노부의 둘째 제자
옥면환룡(玉面幻龍)이다. 그 놈은 만성독약을 음식에 넣어 노부를
중독시켜 왔다. 놈은...... 나의 아내와...... 황산 제왕성(帝王城)의
기업을 노리고 노부를 해친 것 같은데...... 분하게도 놈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놈은 절대 혼자 힘으로 노부를 해칠
만큼 배포가 큰 놈이 못 된다. 놈의 배후에 어쩌면...... 멸망했다는
사대천왕(四大天王)이...... 있을지도......>

어지러운 초패강의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막붕비는 침음성을 발하며 검미를 모았다.

"옥면환룡이란 자가 사모(師母)와 제왕성(帝王城)의 기업을 노리고
이 노인을 시해했단 말인가?"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신음했다.
"인간의 심성이란 그렇게도 무섭군! 욕망 때문에 부모 같은 사부를
해치다니......!"
그는 탄식하며 일어서려 했다.
그때였다.
피잉----!
돌연 막붕비의 등 뒤에서 비단폭 찢는 듯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
막붕비는 흠칫 몸이 굳어졌다.
그 순간,
카---- 악!
그의 발 끝에서 한 줄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붕비는 홱 시선을 돌렸다.
그의 발 아래, 한 마리 커다란 전갈이 별모양의 표창에 꽂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전갈은 막붕비를 물려고 막 그의 몸 근처로 접근하던 중이었다.
만일, 누군가 표창을 던지지 않았다면 막붕비는 한 자나 되는 전갈에
물려 즉사하고 말았을 것이다.
(음......!)
막붕비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조심...... 해야지! 이런 습기찬 곳에는 독충이 득실거리는
법이란다!"
문득, 채 놀라움을 거두지 못한 막붕비의 뒤에서 한 줄기 싸늘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철접(鐵蝶)......!)
막붕비는 흠칫하며 몸을 돌렸다. 그의 일 장 뒤,
"......!"
철접이 유령같이 서 있었다.
그녀는 어느 새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여전히 예의 복면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막붕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막붕비는 철접을 보자 빙그레 미소지었다.
"일어나셨군요! 동생분의 일은 안되었습니다!"
"......!"
철접의 두 눈에 어두운 우수의 빛이 어렸다.
"어쨌든...... 너는 본녀의 생명의 은인이다! 그 은혜는...... 꼭
갚아 준다!"
그녀는 복면 속에서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말했다.
"앞으로 어찌하실 것입니까?"
막붕비는 철접이 자신보다 연상임을 안지라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철접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 살수행(殺手行)에 실패했으니...... 본녀는 동영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몸, 그렇다고...... 내 손으로 내 목을 자를 용기도
내게는...... 없구나......!"
그녀는 낮게 잠긴 우수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길이 더할 수 없이 쓸쓸하게 변했다.
순간,
(가엾다......!)
막붕비는 그런 철접의 모습을 보자 가슴 속에서 연민의 정이 불끈
솟아오름을 느꼈다.
그는 철접에게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해주려 했다.
한데 그때,
"가만...... 이게 무슨 소리지?"
문득 철접이 눈을 반짝이며 밀로 안쪽을 주시했다. 그런 그녀는
일시에 인자(忍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섰다.
"......!"
막붕비는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사각사각......
쉬쉬쉭......!
과연 그의 귀에도 종이조각 꾸기는 듯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이지? 왠지 기분 나쁜 소리로군......!)
막붕비는 내심 중얼거리며 검미를 모았다.
그 순간,
피---- 핑!
돌연 철접의 손이 흔들리며 십여 개의 한망이 안쪽으로 떨쳐졌다.
직후,
케엑...... 카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어두운 밀로 안을 찢어 발겼다.
스---- 읏!
철접은 표창을 날린 직후 소리없이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막붕비는 황급히 지옥혈검(地獄血劍)을 들고 그 뒤를 쫓아갔다.
이윽고,
"역시......!"
철접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발 아래, 십여 마리의 독충들이 표창에 맞은 채 죽어 있었다.
독전갈, 독지네, 황금빛 독사, 거미 등...... 한데 그것들은 보통
독충들보다 십여 배나 컸다.
특히, 독지네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근 석 자나 되어 그것이 수백 년
묵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때, 문득 철접이 막붕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 뒤를 바싹 따라 오너라! 어쩌면...... 좋은 구경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의미 있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 그녀는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걸어가며 그녀는
간간이 바닥에 하얀 분말을 뿌렸다. 그때마다,
츠으...... 쓰쓰쓰......
이끼 사이에 숨어 있던 독충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독충들의 수는 갈수록 점점 많아져 마침내는 석로 전체가 온통
독충들에 의해 가득 뒤덮여 버렸다.
하나, 그것들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철접이 뿌리는 분말이 두려운 듯 독충들은 나타났다가는 분분히
달아나 버리곤 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하나의 모퉁이를 돌아섰다.
그때였다.
쩌---- 엉!
돌연 전면에서 찬란한 보광이 뻗어나와 눈을 찔렀다.
"읏!"
막붕비는 갑자기 쏟아진 보광에 눈이 부셔 일순 눈을 가리며 주춤
물러섰다.
이어 그는 겨우 가늘게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경이의 표정이 가득 떠올랐다.
전면, 그곳은 하나의 넓은 지하공동이었다.
천연적인 지하동굴에 인공을 가해 만든 지하광장.
한데 보라!
오오...... 놀랍게도 그 한쪽에는 수많은 금은보화가 산같이 쌓여
휘황한 광채를 발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실로 엄청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가...... 낭야왕(狼爺王)의 낭야보궁(狼爺寶宮)이로군!"
막붕비는 경탄성을 발하며 휘황한 보물의 산(山)을 주시했다.
그것은 능히 대륙의 절반을 살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산더미같이 쌓인 금은보화, 그것은 낭야왕 갈태독이 대원제국 황실을
등에 업고 끌어모은 재화였다.
그 양은 가히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이때,
"이리 와 봐라!"
문득 한쪽에서 철접이 막붕비를 불렀다.
"엇!"
무심코 돌아본 막붕비, 그는 또 한 차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광장 한 구석, 한 명의 거대한 괴수의 골격이 누워 있었다. 그것은
일견하여 이무기같이 생긴 괴수였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십여 장이 넘는 거대한 괴수, 그것의 몸에는
예의 독충들이 빽빽이 달라붙어 괴수의 시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괴수가 죽어있는 옆의 석벽, 한 구의 해골이 엎어져 죽어
있었다.
한데, 그 해골에는 기이하게도 시퍼런 털들이 숭숭 돋아 있었다.
그것은 실로 끔찍하고 괴이한 모습이었다.
"......!"
막붕비, 그는 시체의 괴상한 모습에 경악하며 주춤주춤 다가섰다.
그때 철접은 시체에서 무엇인가를 집어들고 있었다.
문득,
"너...... 낭야왕이란 자를 아느냐?"
다가온 막붕비에게 철접이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 새 한 권의 퇴색한 고경(古經)과 검붉은 채찍이
들려 있었다.
"낭야왕! 이 시체가 낭야왕이란 말입니까?"
막붕비는 경악하며 되물었다.
그는 시체와 철접이 들고 있는 비급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철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다. 이 독경(毒經) 안에 그의 서명이 있구나!"
슥!
그녀는 말과 함께 막붕비에게 비급을 내밀었다.
"......!"
막붕비는 말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천독살황경(千毒薩荒經) 상편(上篇).>

퇴색한 비급의 표지에는 갑골문으로 그와 같이 쓰여져 있었다.
막붕비는 비급의 첫장을 넘겨 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의 서명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이미 천여 년 전에,
다른 하나는 수십 년 전에 남겨놓은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서명.

<독종(毒宗) 갈황(葛皇)이 독문(毒門)의 영광을 위해
천독경(千毒經)의 상편(上篇)을 짓다.>

첫번째 서명은 그러했다.
막붕비는 그것을 보며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독종(毒宗)? 혹시 갈황(葛皇)이란 자는 그 옛날 사대천왕에게
패사했다는 오패천의 한 사람이 아닐까?)
그의 뇌리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엇갈렸다.
사대천왕----
전설적 초인들, 그들은 자신들의 아성에 도전해 온 새외의 강자들인
오패천(五覇天)을 물리치고 비로소 천하를 제패했다고 한다.

오패천----
독(毒), 사(邪), 빙(氷), 화(火), 혈(血)!
그렇게 알려진 인물들, 그들은 각기 한 분야에서 오히려
사대천왕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하나, 그들은 지혜 싸움에서 사대천왕에게 져서 패망했다고 한다.

막붕비, 그는 천독경(千毒經)이란 비급을 보자 그 오패천 중 문득
독천존(毒天尊)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는 다시 비급으로 눈길을 돌렸다.

<후손 낭야왕 갈태독이 독종 갈황 조사님의 뜻을 받들며 그 맹세를
이에 적습니다.>

두 번째 서명, 그것은 바로 낭야왕 갈태독이 남긴 것이었다.
낭야왕 갈태독----
그는 독종(毒宗) 갈황(葛皇)의 후손인 듯했다.
그는 백여 년 전 묘강(苗疆)의 만독담(萬毒潭)이란 곳에서 한 자루
독채찍과 천독경(千毒經)을 얻었다.
그것으로 그는 독문일종(毒門一宗)이 되어 천하를 휩쓸었다.

-묵린천독편(墨鱗千毒鞭)!
그것이 채찍의 이름이었다.
이무기의 비늘을 천 가지 독(毒)에 담가 만든 것, 그 채찍에 내공을
주입시키면 이무기의 비늘이 거꾸로 칼날같이 일어선다.
그 위력은 실로 가공하여 살짝 스치기만 해도 철벽을 녹여 버릴
정도였다.
절대신검황(絶代神劍皇), 그가 지옥혈검을 들고 나타나기 전
묵린천독편에 맞설 병기는 없었다.
묵린천독편과 지옥혈검!
그것은 모두 고금십병 안에 드는 무서운 마병(魔兵)들이었다.
하나, 막붕비와 철접,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문득,
"이놈이...... 전설 중의 천년독망인 모양이군!"
철접의 음성이 막붕비의 주위를 환기시켰다.
그제서야 막붕비는 흠칫 생각에서 깨어나며 철접을 바라보았다.
철접은 예의 거대한 괴수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천년독망이 이놈이란 말입니까?"
막붕비는 경악의 눈으로 괴수의 시체를 주시했다.
-천년독망.
이무기의 일종으로 천지간에 존재하는 가장 지독한 독물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독물(毒物)을 식량으로 삼아 잡아 먹고 독물들의
독기(毒氣)로 내단을 쌓는다고 한다.
천년독황지정(千年毒荒之精)!
그 내단의 이름을 일컬어 그렇게 칭한다.
천년독황지정을 복용하면 만독불침은 물론 삼 갑자의 내공을 얻게
된다.
본래, 천년독망은 묘강의 만독담을 지키는 수호영물이었다.
한데 낭야왕 갈태독이 그것을 중원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하나, 천년독망은 절대신검황 초패강이 어검술로 날린 마검(魔劍)
지옥혈(地獄血)에 맞아 죽게 되었다.
그 후, 낭야왕 갈태독과 천년독망은 이곳 지하궁전으로 도망쳐
들어와 결국 죽고 말았다.
그들의 시체는 자연히 갈태독이 기르던 독충들의 먹이가 되었다.
이곳의 독충들이 보통 독충들보다 열 배나 큰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리 와라!"
철접은 막붕비를 데리고 천년독망의 골격 사이로 들어갔다.

천년독망, 그것의 가슴 부분은 놀랍게도 사람이 걸어서 드나들
정도로 넓었다.
그 중앙, 수많은 독충들이 무엇인가를 뒤덮고 있었다.
철접은 그 독충들을 향해 예의 분말을 뿌렸다.
그러자,
카---- 아!
쓰쓰쓰......
독충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황망히 달아났다.
독충들이 모두 달아나고난 자리, 그곳에서 문득 한 알의 오리알만한
검붉은 구슬이 나타났다.
막붕비는 그 구슬이 무엇인지 첫눈에 알아 보았다.
"천년...... 독황지정이군!"
그는 신음처럼 중얼거리며 검붉은 구슬을 주시했다.
철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천년독망이 천 년 간 단련한 내단(內丹)이다!"
이어, 그녀는 천년독황지정을 조심스럽게 집어들며 막붕비에게
말했다.
"입을 벌려라!"
그녀는 천년독황지정을 손에 든 채 막붕비와 마주섰다.
"왜......? 억!"
막붕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는 순간, 철접은 천년독황지정을
그대로 막붕비의 입 안에 던져 넣었다.
막붕비의 입 안으로 들어간 천년독황지정,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물체같이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 갔다.
순간, 역한 비린내가 막붕비의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우웩! 이게 무슨 짓이오?"
막붕비는 헛구역질을 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철접은 그런 그의 모습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갑고
무감정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수선 떨지 마라! 그것은 몸에 좋은 것이니까! 앞으로 너는 어떤
독(毒)도 무서워하지 않게 될 것이고 무공을 연마하면 십 갑자의
강력한 내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어,
사박!
그녀는 더 이상 막붕비를 상대하지 않고 천년독망의 몸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당신이 먹지 그러시오?"
막붕비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철접 등에 대고 말했다.
그는 엉겁결에 삼킨 내단의 역한 비린내로 영 기분이 언짢았다.
"그렇게 계집같이 앙앙대지 마라!"
철접은 힐끗 막붕비를 돌아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쏘아댔다.
"그리고...... 내게는 따로 먹을 것이 있다!"
이어, 그녀는 머쓱해 하는 막붕비를 흘겨본 후 낭야왕 갈태독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이 계집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설마 낭야왕의 시체라도
먹겠다는 말인가?)
그는 의아함을 금치 못했으나 말없이 철접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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