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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천룡파황보 제 2 장 天 龍 寶 典

제 2 장 天 龍 寶 典

"크------ 윽! "

돌연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허공에서 울러퍼졌다.

그리고,

후드득,

허공에 피그림자가 퍼지며 하나의 혈영(血影)이 절곡으로 떨어져 내린다.

쿠---- 쿵!

지면으로 내려서는 순간,

그 인물은 피를 뿌리며 모질게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크으.... 쓰러져서는 아니 되는데.... "

폐부가 찢어지는 고통스런 목소리가 나며 혈인(血人)은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혈인(血人).

아!

너무도 끔찍했다.

전신이 수백 수천 개의 자상(刺傷)으로 난자당하여 선혈이 빗물같이 흘러내렸다.

가슴이 쩍 갈라져 늑골과 심장의 조각이 흘러내리고,

찢겨져 입을 쩍 벌린 복부에서는 마디마디 끊어진 내장이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진다.

어찌.....

어찌 인간이 이런 모습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가?

혈인의 몸에는 청색 경장이 걸쳐져 있으나,

청색경장은 혈포가 된지 오래였다.

그의 시뻘건 두눈에서는 처절한 분노가 줄줄히 흘렀다.

"크으.... 분하다. 그놈들이 비겁하게 무형추혼산(無形追魂散)으로 암습할 줄이야. "

광기를 띈 한과 분노가 사위를 얼린다.

혈인,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강인한 정신력과 처절한 분노였다.

그것이 없었다면 혈인의 몸뚱이가 시신으로 나뒹군 것은 이미 오래 전이었으리라.

"크크..... 중독되지만 않았어도 천존사위(天尊四衛) 정도에게 당하지는 않았다. "

혈인은 이를 갈며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 상태에서도 그의 오른 손에는 한 자루 검(劍)이 굳게 쥐어져 있었다.

본래는 검중지왕(劍中之王)의 품위로 지닌 보검(寶劍)이었으나,

아주 강한 내가기공과 충돌하여 반동강이 나 있었다.

"크하하... 나.... 천룡검황(天龍劍皇)이.... 이토록 어이없이 쓰러져야.... 하다니. "

돌연 괴인은 처절하게 광소를 터뜨렸다.

천룡검황(天龍劍皇).

이것이 혈인의 별호인가?

검(劍)의 황(皇)이라 불릴 수 있는 인물,

"오오.... 하늘... 하늘(天)이시여.... 당신은.... 정녕코 천룡세가(天龍世家)의

멸문을 바라셨나이까? 천룡세가가 사라진 중원무림(中原武林)에 불어닥칠 혈풍의

겁난을 어찌하란 뜻이오이까...... "

혈인, 천룡검황은 하늘을 우러르며 피를 토하는 절규를 토했다.

"크........! "

한 모금의 선혈이 내장조각과 함께 천룡검황의 입가로 흘러내리고,

쿠------ 웅!

그통에 천룡검황은 다시 모질게 지면에 나뒹굴었다.

선혈이 확 튀어 바닥이 선혈로 물들었다.

"크----- 으! "

천룡검황은 찢어진 살조각을 움켜쥐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어, 그는 반검(半劍)을 짚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실로 처절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크흐흐.... 설사 하늘(天)이 본 세가를 버렸다해도 본인... 천룡검황은 이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천룡(天龍)의 오백 년 기업을..... 수포로 돌릴 수는.....

없다. "

천룡검황은 부서져 흐르는 내장을 뱃속으로 구겨 넣으며 비틀비틀 절곡 안으로 들어섰다.

뚝! 뚝!

그가 일 보를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에서는 한 사발의 선혈이 흘렀다.

(죽음(死)이...... 다가온다. )

천룡검황의 두 눈이 고통스럽게 빛났다.

"헛! "

이윽고 절곡으로 들어서던 천룡검황은 김빠지는 신음을 토했다.

천룡검황은 절곡 중앙에서 벌어지는 위급한 광경을 발견한 것이다.

절곡 중앙에 거대한 괴망(怪 )이 한 명의 청년을 휘감고 있었다.

청년은 바로 사마장현이었다.

"묵..... 묵린혈망(墨鱗血 )이 있다니! "

천룡검황의 전신이 경악으로 떨렸다.

캬----- 오!

묵린혈망은 막 사마장현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마장현이 정신을 잃은 중에도 굳게 묵린혈망의 목을 거머쥐고 있어서 묵린혈망은

금방 사마장현을 집어 삼키지 못했다.

사마장현을 바라보던 천룡검황의 눈에 경탄의 빛이 흘렀다.

"정신을 잃고도 묵린혈망의 목을 놓지를..... 않다니... 범인(凡人)이 흉내낼 수

없는 정력(定力)이다! "

천룡검황의 사색(死色)이 깃든 혈안(血眼)에 기광(奇光)이 흘렀다.

"크흐흐.... 하늘이..... 본황을 끝까지 버리지는... 않는구나. 천룡의 혈한을

갚아줄 기재를 죽음에 맞아 보내주시다니..... "

천룡검황은 비틀거리며 묵린혈망과 사마장현이 뒤엉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캬-------- 아!

천룡검황을 발견한 묵린혈망은 서둘러 사마장현을 삼키려고 힘을 가했다.

우두둑!

사마장현의 팔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마장현의 팔이 굽어지며 그의 머리가 묵린혈망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천룡검황은 비틀거리며 묵린혈망과 삼 장을 격하고 몸을 세웠다.

다죽어가던 그의 두눈에서 휘황한 광채가 일어났다.

그것은 죽음이 다가오는 징조인 회광반조(廻光返照)가 아닌가?

"흐흐..... 원영지기(元靈之氣)마저 끌어올린다면... 한번 정도 더....

천룡파천검강(天龍破天劍 )을 펼칠 수 있다! "

위----- 잉!

천룡검황이 쳐든 반검(半劍)에서 휘황한 검강(劍 )이 일어나고....

그의 입가에 한 가닥 자부심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 천룡파천검강은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다. 묵린혈망의 가죽이 제

아무리 질겨도 뚫고 들어가 그 내부를 박살내리라! "

묵린혈망의 가죽을 격하고 내부를 박살내다니.......!

위------ 잉!

천룡검황이 두 손으로 움켜쥔 반검에서는 마주 바라볼 수 없는 찬란한 검강이 일어났다.

"부디.... 본황의 뜻을 알아.... 저 청년이 천룡세가의 심원을 풀어주기를 빌 뿐이다. "

우----- 웅!

츠츠츠!

천룡검황의 몸마저 찬연한 검강에 가려졌다.

그리고,

"차----- 핫! 가랏! "

검기 속에서 천룡검황의 폭갈이 터졌다.

푸----- 학!

쐐----- 액!

가공할 검기가 묵린혈망의 허리로 향해 날아들었다.

그때 사마장현은 목까지 묵린혈망의 입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파----- 카캉!

케------- 엑!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아름드리의 묵린혈망의 허리부분이 무너져 내려 즉사한 것이다.

쿠---- 웅!

묵린혈망은 사마장현의 목을 문채로 힘없이 나뒹굴었다.

가죽이 찢기지는 않았으나 극강한 검기가 묵린혈망의 내부를 박살낸 것이다.

"그대만.... 믿는다.....! "

차----- 앙!

쿠----- 웅!

그와 함께 천룡검황이 반검을 떨어뜨리며 뒤로 넘어졌다.

"하늘의..... 안배....를..... 믿는다......! "

천룡검황이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향..... 향(香)아..... 애비....를 용서.... "

털썩!

천룡검황의 목이 힘없이 옆으로 떨구어졌다.

휘르르......!

산풍이 불고,

절곡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 들었다.

× × ×

(으........!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사마장현은 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활화산같은 힘이 넘치고 얼굴 전체가 끈적끈적한 것으로 뒤덮여 있다.

"윽! "

눈을 뜨자 끈끈한 액체가 흘러들며 못 견디게 따가왔다.

(이곳이 어디지? 유부(幽府)인가? )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전후사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 줄 알았다.

"아! 묵린혈망의 입.... 억! "

입을 벌리는 순간,

폭포가 쏟아지듯 끈끈한 액체가 그의 입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묵린혈망의 선혈이었다.

"어----- 헉! "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코로 입으로 묵린혈망의 선혈이 그의 목구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몸속으로 들어간 묵린혈망의 선혈은 즉시 거창한 잠력으로 변했다.

"크...... 질식하겠다! "

우드득!

사마장현은 다급히 묵린혈망의 입에서 몸을 빼내었다.

그의 얼굴은 온통 묵린혈망의 보혈로 뒤덮이고 그는 배가 터질지경으로 그

피를 마신 후였다.

엉겁결에 그는 만년삼왕에 버금가는 기연(奇緣)을 얻은 것이다.

만일 사마장현이 절정의 내공심법을 얻는다면 단시일내에 막강한 공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기연이요, 기우(奇遇)였다.

남들이 천세(千世)에 한번 만나기 힘든 절대기연을 사마장현은 한 번에 두 가지나

얻은 것이다.

묵린혈망의 피를 얼굴에서 닦아낸 그의 눈에 허리가 부러져 즉사한 묵린혈망의

시신이 들어왔다.

"묵린혈망이 어째서 죽음을 당했는가? "

그는 검미를 모으며 주위를 돌아 보았다.

"엇! 웬 시신이..... "

그는 천룡검황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갔다.

천룡검황의 몸은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지독.... 하군. 어쩌다 이런 상처를 입었는가? "

사마장현은 끔찍한 천룡검황의 시신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천룡검황이 입은 상처는 범인(凡人)이라면 열 번은 죽었을 중상이었던 것이다.

이어,

그의 눈에 부러진 반동강의 보검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

사마장현은 신음성을 발하며 반동강의 검을 집어들었다.

<천룡(天龍). >

"천룡검(天龍劍)! "

사마장현은 부르르 떨었다.

천하제일기재(天下第一奇才)로 불리던 그다.

사마장현의 뇌리에 전후사정이 눈에 본 듯 선하게 떠올랐다.

"이분 고인(高人)께서 중상을 입으신 상태에서도 나를 구하고 타계하셨다. "

사마장현의 추리는 마치 직접 본 듯이 정확했다.

"소생! 사마장현, 은공의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

사마장현은 천룡검황의 시신에 삼배를 올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은공께서 미생의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은공의 친인에게 그 천배 만배로 갚아

드리겠습니다! "

사마장현은 엄숙한 신색으로 천룡검황의 유체를 내려다 보았다.

천룡검황의 얼굴은 비록 피로 물들었으나 보면 볼수록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은공께서는 강렬한 극독에 중독 당하신 채 많은 적에게 피습당하셨다. 중독되지만

않으셨어도 남의 손에 당하실 분이 아니셨거늘..... )

사마장현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은공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신물(信物)을 지니고 계시는지 모른다. "

사마장현은 조심스럽게 천룡검황의 품속을 뒤졌다.

곧,

사마장현의 손에 묵직한 피낭이 잡혔다.

"책(冊)이 들어있는 것 같군! "

사마장현은 역시 피로 물든 하나의 묵직한 피낭을 꺼내들어 들여다 보았다.

피낭 안에는 비단으로 엮어 만든 한 권의 비급과 둥그런 자옥패(紫玉牌)가 들어 있었다.

사마장현은 조심스럽게 비급과 옥패를 집어 들었다.

둥근 옥패에는 한 마리 천룡(天龍)이 구름을 뚫고 날아 오르는 형상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천룡자옥패(天龍紫玉牌). 천룡(天龍)이 은공의 신분과 관련이 있는가? "

사마장현은 천룡자옥패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보면 볼수록 훌륭한 조각이었다.

이어 그는 비급을 집어 들었다.

붉은 비단의 겉표지에는 용사비등의 서체로 비급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천룡보전(天龍寶典). >

"천룡보전(天龍寶典)! 무공비급(武功秘 )인가? "

사마장현은 그 비급이 적어도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비급은 여러사람이 본 듯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사마장현은 겉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아주 웅휘한 필체의 글이 한줄 적혀 있었다.



<서천검성(西天劍聖)이 적어 후세(後世)에 남긴다. >



"서천검성(西天劍聖)? "

사마장현은 호기심이 일어 그다음 장을 넘겨 보았다.

<천룡대승신공(天龍大乘神功). >

큼직한 제목이 적혀 있고 그 아래로 아주 난해하고 오묘한 구결이 적혀 있었다.

그 구결은 모두 열장분량이었다.

비록 열장분량이긴 하지만 그 안에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가 함축되어 있었다.

사마장현은 진결(眞訣)을 읽어나가며 경이로움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하의 모든 학문은 통달했다고 자부하는 사마장현이다.

하나, 그는 자신의 안목이 너무나 보잘 것 없음을 통감해야 했다.

그만큼 천룡대승신공(天龍大乘神功)은 오묘한 것이었다.

무공에는 문외한인 사마장현이지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룡대승신공의 진결을 모두 읽은 사마장현의 안색이 붉어졌다.

"부끄럽다. 무공(武功)이란 하류잡배들의 잔재간이라 믿어온 나의 좁은 안목이 부끄럽다! "

사마장현은 진심으로 자신이 부끄러워짐을 느꼈다.

"무공이란 것도 학문과 마찬가지로 도(道)를 추구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다. "

사마장현은 중얼거리며 천룡대승신공의 끝부분에 적힌 글에 시선을 주었다.



<천룡(天龍)의 무공은 모두 천룡대승신공(天龍大乘神功)을 기반으로 한다. 천룡대승신공은

사부인신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께서 밀종비전(密宗秘傳)을 통합하여 만드신 신공

(神功)이다. 후인들은 필히 천룡대승신공을 연성한 후에 여타의 무공을 익혀야 할

것이다. >



<천룡대법사(天龍大法師). >

무림인이 이 이름을 접했으면 너무도 놀라 정신을 잃을 것이나 사마장현은 이

위대한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글도 서천검성(西天劍聖)이란 분이 남기셨으리라! "

사마장현은 중얼거리며 다음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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