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왕경 第十一章 쫓기는 미소부(美少婦)
第十一章 쫓기는 미소부(美少婦)
태행산(太行山)———— !
산서(山西)와 하북(河北)의 경계를 이루는 험산(險山).
계곡이 많고 기암절벽의 조화가 뛰어난 심산(深山)이다.
눈(雪),
태행산(太行山) 전체는 온통 희디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눈천지(雪天地)!
하얀색의 산봉(山峰)은 수려하고 아름답게 그지없다.
태행산(太行山)의 남단,
그곳 역시 온통 백설로 뒤덮여 있었다.
한데,
“학....... 학!”
문득 그 설지(雪地) 위로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가쁘게 숨을 할딱이며 정신없이 앞으로 질주하는 여인,
그녀는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는 듯 연신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며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되었을까?
일견하기에도 그녀는 실로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흰 피부에 조각 같은 오관이 빼어나 보이는 미인(美人),
한데,
지금 여인의 형색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의 흑단같이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은 온통 풀어 헤쳐져 봉두난발이 되어 있었다.
또한 악전고투를 치룬 듯 전신의 의복은 찢기고 피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품,
한 명의 어린아이가 안겨 있었다.
이제 두세 살 가량 되었을까?
귀엽고 천진하게 생긴 사내아이였다.
아이는 수혈을 짚인 듯 눈을 꼭 감은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여인은 행여 놓칠세라 품속의 어린아이를 한 손으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한 손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들려있었다.
그 장검은 붉은 피로 흠신 젖어있었다.
슥....... 스슥................!
여인은 설원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초상비(草上飛)의 뛰어난 경공이었다.
하나,
여인은 몹시 지친 듯 그녀의 시형은 자못 불안정해 보였다.
그때,
“우우———— !”
여인이 지나온 곡으로부터 한줄기 장소성이 들려왔다.
순간,
여인의 안색이 일변했다.
(벌...... 벌써............!)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일각 이내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녀는 일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안돼! 강(江)아를 위해서라도 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녀는 두 눈에 짙은 결의의 빛을 띠었다.
다음 순간,
스슥........!
여인은 입술을 깨물며 사력을 다해 앞으로 질주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여인의 앞에 한 그루의 아름드리 고목(古木)이 나타났다.
고목(古木)의 윗부분에는 시커멓게 썩어 들어간 흔적이 엿보였다.
그것을 본 여인의 두 눈에 반짝 이채가 떠올랐다.
(혹........ 혹시............)
다음 순간,
스읏!
그녀는 표연한 신법으로 날아올라 고목의 옆구리에 뻗힌 가지로 날아올랐다.
과연,
고목의 안쪽은 썩어 들어가 움푹 파여 있었다.
순간 여인의 두 눈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하늘이 나 옥여상(玉如霜)을 돕는구나!)
그녀는 급히 잠든 아이를 고목의 썩어 들어간 홈속에 밀어 넣었다.
이어,
그녀는 품속에서 한 권의 낡은 비단 비급을 꺼내들었다.
(네놈이 저주스럽다!)
비급을 바라보던 여인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와 함께,
주르르.........
그녀의 창백한 얼굴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인은 그 비단 책자 대문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 자신과 사랑하는 어린 아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지지 않았는가!
(천지신명이시여! 황보(皇甫)가문의 일점혈육인 강아를 보살펴 주세요!)
여인은 비단책자를 움켜쥔 채 눈을 감고 기원했다.
바로 그때,
“우우———— !”
예의 사나운 장소성이 재차 길게 들려왔다.
그것은 아까보다 훨씬 가깝게 들려온 것이다.
그 소리에 여인은 흠칫 정신을 차렸다.
(아가! 조금만 참거라. 엄마가 곧 데리러 올 테니......)
그녀는 비단책자를 아이의 가슴 위에 올려놓으며 아이의 작은 뺨을 다독거렸다.
그득하게 눈물 고인 그녀의 두 눈에 짙은 연민과 처절한 모정의 빛이 얼룩졌다.
그것은 칼로 가슴을 저미는 듯한 단장의 아픔이었다.
하나,
여인은 잠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다음 순간,
파———— 앗!
여인은 전력을 대해 몸을 날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내 그녀의 모습은 둔덕을 날아넘어 서쪽으로 사라졌다.
그 직후,
슥! 스슥........!
여인이 섰던 자리로 두 명의 인물이 날아내렸다.
흉흉한 인상을 지닌 사내들,
“흐흐흐............ 어리석은 계집, 제 발로 함정에 걸어들어 가고 있군!”
사내 중 한 명이 여인의 발자국이 이어진 서쪽을 주시하며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무슨 말인가?
함정(陷穽)이라니........?
눈꼬리가 위로 쭉 찢어진 사내는 득의의 표정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캇캇! 십왕경(十王經)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독신편(毒神篇)이 곧 우리 음산사흉(陰山四兇)의 손에 들어오겠군!”
이어,
콰아———— !
두 사내는 질풍같이 둔덕을 넘어 사라졌다.
그자들이 사라지고 나자 갑자기 사위는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이곳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는데............”
한 가닥 나직한 중얼거림이 주위의 적막을 깨뜨렸다.
이어,
슥!
고목나무 앞으로 한 명의 소년서생이 날아내렸다.
그는 마치 무게 없는 깃털처럼 가볍게 바닥에 내려섰다.
등에 장방형의 길쭉한 상자를 짊어진 소년,
그의 용모는 영준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헌앙한 기품이 돋보이는 헌헌장부였다.
하나,
아직 치기어린 눈빛으로 보아 그의 나이는 별로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소년의 눈썹과 머리카락은 은은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의 두 눈에도 화광(火光)이 일렁이고 있지 않은가!
문득,
(이것 봐라?)
설지 위를 내려다보던 소년은 두 눈을 번득 빛냈다.
눈 위에 찍힌 세 쌍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것은 흐릿하게 눈 속에 파묻혀 있었으나 소년의 예리한 안목은 결코 예사롭게 지나치지 않았다.
(무림인의 발자국이다. 여인이 먼저 가고 그 뒤로 사내가 둘이 쫓아간 흔적이다!)
그의 예리한 눈은 한 눈에 방금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해냈다.
소년은 검미를 모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갈길이 바쁘지만 연약한 여자가 쫒기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이어,
그는 방금 전 여인과 사내들이 사라진 서쪽을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바로 그때
번———— 쩍!
소년의 두 눈에서 무서운 신광이 폭사되었다.
동시에,
화락!
소년의 신형이 질풍같이 고목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그곳에서 한 가닥 가녀린 숨소리를 감지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어엇!”
고목나무의 가지 위로 올라서던 소년은 당황한 표정으로 흠칫했다.
나무가 석어 움푹 파인 내부,
뜻밖에도 한 명의 어린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지 않은가!“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소년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그의 두 눈이 문득 번뜩 빛났다.
잠든 어린아이의 가슴 위,
한 권의 비단책자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
소년은 그 비단책자를 집어들어 뒤집어 보았다.
비단책자의 낡은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독신편(毒神篇)>
순간,
“독신편(毒神篇)!”
소년은 경악의 표정으로 부르짖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가지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눈을 껌벅이며 다시 비단책자를 주시했다.
하나,
틀림없었다.
비급의 표지에 적힌 글은 분명 독신편(毒神篇)이란 글이었다.
독신편(毒神篇)———— !
그것이 무엇인가!
모산독조(茅山毒祖)가 남긴 전설적인 독경(毒經)이 아닌가!
가히 우내최강(宇內最强)이라 할 수 있는 용독술(用毒術)이 바로 그 안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재차 책의 표지를 확인한 마운룡은 격동과 감격을 금치 못했다.
“유실된 십왕경(十王經) 중의 한 권을 이렇게 수월하게 회수하게 되다니.........!”
이어,
그는 급히 표지를 펼쳐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난해하고 심오하기 그지없는 용독술이 빽빽이 수록되어 있었다.
“틀림없이 독신편이다!”
마운룡은 흥분과 희열을 금치 못하며 전율했다.
그렇다.
소년서생은 바로 마운룡이었다.
마운룡은 수호십왕전에서 삼 년 동안 수련을 끝내고 막 무림으로 나오던 길이었다.
현재 그는 지옥도제(地獄刀帝)의 지옥도결(地獄刀訣)과 거화신마(巨火神魔)의 열화패천신강(熱火覇天神罡) 등을 연마한 상태였다.
그것들은 아직 한 번도 실전에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하나,
화룡정뇌(火龍精腦)와 철골대력산(鐵骨大力散) 등을 복용하여 무궁무진한 내공잠력을 지닌 마운룡인지라 그의 무공은 이미 초일류의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다만 마운룡 자신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태산(泰山)을 떠나온 마운룡,
그는 한동안 강호를 떠돌며 정세를 살폈다.
그러다 그는 사천당문(四川唐門)으로 가기 위해 남하하던 중이었다.
십왕경(十王經)의 회수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수호십왕전을 멸망시킨 흉수(兇手)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마운룡이 알고 있는 단서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수호십왕전의 수호위사들이 사전에 모두 사천당문 비전의 무형단장산(無形斷腸散)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마운룡은 천수나한(千手羅漢) 당천종의 유언대로 천수진결(千手眞訣)을 돌려줄 겸 사천(四川)으로 가기 위해 남서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그는 이곳 태산의 남단을 지나다 천만 뜻밖에도 독신편을 얻게 된 것이었다.
마운룡은 희열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이 모두가 수호십왕의 영령들의 보살피심 덕분이다!”
이어,
그는 독신편을 품에 집어넣고 잠든 사내아이를 안아들었다.
(쫒기는 여인은 필경 이 아이의 모친일 것이다!)
그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슥!
마운룡의 모습은 한줄기 바람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치 유령 같은 절세의 신법,
———— 무영표흔신법!
대도(大盜) 무영야제(無影夜帝)의 초절(超絶)한 신법(身法),
그것이 오백 년 만에 마운룡에 의해 세상에 다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태행산(太行山)———— !
산서(山西)와 하북(河北)의 경계를 이루는 험산(險山).
계곡이 많고 기암절벽의 조화가 뛰어난 심산(深山)이다.
눈(雪),
태행산(太行山) 전체는 온통 희디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눈천지(雪天地)!
하얀색의 산봉(山峰)은 수려하고 아름답게 그지없다.
태행산(太行山)의 남단,
그곳 역시 온통 백설로 뒤덮여 있었다.
한데,
“학....... 학!”
문득 그 설지(雪地) 위로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가쁘게 숨을 할딱이며 정신없이 앞으로 질주하는 여인,
그녀는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는 듯 연신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며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되었을까?
일견하기에도 그녀는 실로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흰 피부에 조각 같은 오관이 빼어나 보이는 미인(美人),
한데,
지금 여인의 형색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의 흑단같이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은 온통 풀어 헤쳐져 봉두난발이 되어 있었다.
또한 악전고투를 치룬 듯 전신의 의복은 찢기고 피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품,
한 명의 어린아이가 안겨 있었다.
이제 두세 살 가량 되었을까?
귀엽고 천진하게 생긴 사내아이였다.
아이는 수혈을 짚인 듯 눈을 꼭 감은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여인은 행여 놓칠세라 품속의 어린아이를 한 손으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한 손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들려있었다.
그 장검은 붉은 피로 흠신 젖어있었다.
슥....... 스슥................!
여인은 설원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초상비(草上飛)의 뛰어난 경공이었다.
하나,
여인은 몹시 지친 듯 그녀의 시형은 자못 불안정해 보였다.
그때,
“우우———— !”
여인이 지나온 곡으로부터 한줄기 장소성이 들려왔다.
순간,
여인의 안색이 일변했다.
(벌...... 벌써............!)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일각 이내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녀는 일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안돼! 강(江)아를 위해서라도 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녀는 두 눈에 짙은 결의의 빛을 띠었다.
다음 순간,
스슥........!
여인은 입술을 깨물며 사력을 다해 앞으로 질주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여인의 앞에 한 그루의 아름드리 고목(古木)이 나타났다.
고목(古木)의 윗부분에는 시커멓게 썩어 들어간 흔적이 엿보였다.
그것을 본 여인의 두 눈에 반짝 이채가 떠올랐다.
(혹........ 혹시............)
다음 순간,
스읏!
그녀는 표연한 신법으로 날아올라 고목의 옆구리에 뻗힌 가지로 날아올랐다.
과연,
고목의 안쪽은 썩어 들어가 움푹 파여 있었다.
순간 여인의 두 눈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하늘이 나 옥여상(玉如霜)을 돕는구나!)
그녀는 급히 잠든 아이를 고목의 썩어 들어간 홈속에 밀어 넣었다.
이어,
그녀는 품속에서 한 권의 낡은 비단 비급을 꺼내들었다.
(네놈이 저주스럽다!)
비급을 바라보던 여인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와 함께,
주르르.........
그녀의 창백한 얼굴 위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인은 그 비단 책자 대문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 자신과 사랑하는 어린 아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지지 않았는가!
(천지신명이시여! 황보(皇甫)가문의 일점혈육인 강아를 보살펴 주세요!)
여인은 비단책자를 움켜쥔 채 눈을 감고 기원했다.
바로 그때,
“우우———— !”
예의 사나운 장소성이 재차 길게 들려왔다.
그것은 아까보다 훨씬 가깝게 들려온 것이다.
그 소리에 여인은 흠칫 정신을 차렸다.
(아가! 조금만 참거라. 엄마가 곧 데리러 올 테니......)
그녀는 비단책자를 아이의 가슴 위에 올려놓으며 아이의 작은 뺨을 다독거렸다.
그득하게 눈물 고인 그녀의 두 눈에 짙은 연민과 처절한 모정의 빛이 얼룩졌다.
그것은 칼로 가슴을 저미는 듯한 단장의 아픔이었다.
하나,
여인은 잠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다음 순간,
파———— 앗!
여인은 전력을 대해 몸을 날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내 그녀의 모습은 둔덕을 날아넘어 서쪽으로 사라졌다.
그 직후,
슥! 스슥........!
여인이 섰던 자리로 두 명의 인물이 날아내렸다.
흉흉한 인상을 지닌 사내들,
“흐흐흐............ 어리석은 계집, 제 발로 함정에 걸어들어 가고 있군!”
사내 중 한 명이 여인의 발자국이 이어진 서쪽을 주시하며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무슨 말인가?
함정(陷穽)이라니........?
눈꼬리가 위로 쭉 찢어진 사내는 득의의 표정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캇캇! 십왕경(十王經)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독신편(毒神篇)이 곧 우리 음산사흉(陰山四兇)의 손에 들어오겠군!”
이어,
콰아———— !
두 사내는 질풍같이 둔덕을 넘어 사라졌다.
그자들이 사라지고 나자 갑자기 사위는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이곳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는데............”
한 가닥 나직한 중얼거림이 주위의 적막을 깨뜨렸다.
이어,
슥!
고목나무 앞으로 한 명의 소년서생이 날아내렸다.
그는 마치 무게 없는 깃털처럼 가볍게 바닥에 내려섰다.
등에 장방형의 길쭉한 상자를 짊어진 소년,
그의 용모는 영준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헌앙한 기품이 돋보이는 헌헌장부였다.
하나,
아직 치기어린 눈빛으로 보아 그의 나이는 별로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소년의 눈썹과 머리카락은 은은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의 두 눈에도 화광(火光)이 일렁이고 있지 않은가!
문득,
(이것 봐라?)
설지 위를 내려다보던 소년은 두 눈을 번득 빛냈다.
눈 위에 찍힌 세 쌍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것은 흐릿하게 눈 속에 파묻혀 있었으나 소년의 예리한 안목은 결코 예사롭게 지나치지 않았다.
(무림인의 발자국이다. 여인이 먼저 가고 그 뒤로 사내가 둘이 쫓아간 흔적이다!)
그의 예리한 눈은 한 눈에 방금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해냈다.
소년은 검미를 모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갈길이 바쁘지만 연약한 여자가 쫒기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이어,
그는 방금 전 여인과 사내들이 사라진 서쪽을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바로 그때
번———— 쩍!
소년의 두 눈에서 무서운 신광이 폭사되었다.
동시에,
화락!
소년의 신형이 질풍같이 고목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그곳에서 한 가닥 가녀린 숨소리를 감지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어엇!”
고목나무의 가지 위로 올라서던 소년은 당황한 표정으로 흠칫했다.
나무가 석어 움푹 파인 내부,
뜻밖에도 한 명의 어린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지 않은가!“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소년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그의 두 눈이 문득 번뜩 빛났다.
잠든 어린아이의 가슴 위,
한 권의 비단책자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
소년은 그 비단책자를 집어들어 뒤집어 보았다.
비단책자의 낡은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독신편(毒神篇)>
순간,
“독신편(毒神篇)!”
소년은 경악의 표정으로 부르짖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가지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눈을 껌벅이며 다시 비단책자를 주시했다.
하나,
틀림없었다.
비급의 표지에 적힌 글은 분명 독신편(毒神篇)이란 글이었다.
독신편(毒神篇)———— !
그것이 무엇인가!
모산독조(茅山毒祖)가 남긴 전설적인 독경(毒經)이 아닌가!
가히 우내최강(宇內最强)이라 할 수 있는 용독술(用毒術)이 바로 그 안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재차 책의 표지를 확인한 마운룡은 격동과 감격을 금치 못했다.
“유실된 십왕경(十王經) 중의 한 권을 이렇게 수월하게 회수하게 되다니.........!”
이어,
그는 급히 표지를 펼쳐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난해하고 심오하기 그지없는 용독술이 빽빽이 수록되어 있었다.
“틀림없이 독신편이다!”
마운룡은 흥분과 희열을 금치 못하며 전율했다.
그렇다.
소년서생은 바로 마운룡이었다.
마운룡은 수호십왕전에서 삼 년 동안 수련을 끝내고 막 무림으로 나오던 길이었다.
현재 그는 지옥도제(地獄刀帝)의 지옥도결(地獄刀訣)과 거화신마(巨火神魔)의 열화패천신강(熱火覇天神罡) 등을 연마한 상태였다.
그것들은 아직 한 번도 실전에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하나,
화룡정뇌(火龍精腦)와 철골대력산(鐵骨大力散) 등을 복용하여 무궁무진한 내공잠력을 지닌 마운룡인지라 그의 무공은 이미 초일류의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다만 마운룡 자신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태산(泰山)을 떠나온 마운룡,
그는 한동안 강호를 떠돌며 정세를 살폈다.
그러다 그는 사천당문(四川唐門)으로 가기 위해 남하하던 중이었다.
십왕경(十王經)의 회수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수호십왕전을 멸망시킨 흉수(兇手)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마운룡이 알고 있는 단서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수호십왕전의 수호위사들이 사전에 모두 사천당문 비전의 무형단장산(無形斷腸散)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마운룡은 천수나한(千手羅漢) 당천종의 유언대로 천수진결(千手眞訣)을 돌려줄 겸 사천(四川)으로 가기 위해 남서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그는 이곳 태산의 남단을 지나다 천만 뜻밖에도 독신편을 얻게 된 것이었다.
마운룡은 희열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이 모두가 수호십왕의 영령들의 보살피심 덕분이다!”
이어,
그는 독신편을 품에 집어넣고 잠든 사내아이를 안아들었다.
(쫒기는 여인은 필경 이 아이의 모친일 것이다!)
그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슥!
마운룡의 모습은 한줄기 바람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치 유령 같은 절세의 신법,
———— 무영표흔신법!
대도(大盜) 무영야제(無影夜帝)의 초절(超絶)한 신법(身法),
그것이 오백 년 만에 마운룡에 의해 세상에 다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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