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왕경 第四章 美女의 膳物
第四章 美女의 膳物
“앗!”
산신묘 안으로 들어서던 마운룡은 깜짝 놀라 흠칫 물러섰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의 얼굴이 갑자기 벌겋게 물들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천수나한과 알몸의 여인을 발견한 것이다.
가슴에 비수가 박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천수나한의 모습도 놀라운 광경이었지만 그보다 더욱 소년을 당황스럽게 한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인이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여인의 비밀을 한 번 엿본 적이 있는 마운룡에게 활짝 벌어진 허벅지 사이가 피로 물들어있는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모습은 가슴을 놀라움과 함께 야릇한 감정으로 두근거리게 하고도 남았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검미를 모으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마운룡은 우선 가까이 있는 천수나한에게 다가가 급히 맥을 짚어보았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아직 숨결이 있다!)
미약하지만 아직 천수나한의 숨결이 붙어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의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마운룡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한 그는 천수나한의 가슴에 꽂힌 비수를 바라보았다.
(음, 우선 이 칼이라도 뽑아내야겠군.......)
그가 천수나한의 가슴에 꽂힌 비수의 자루를 잡고 힘을 주어 뽑아내자 비수가 꽂힌 자리에서 피분수가 확 솟구쳤다.
“아이쿠!”
마운룡은 질겁을 하며 뒤로 몸을 피했지만 이미 그의 전신은 시뻘건 피를 흠뻑 뒤집어쓴 후였다.
생각지도 않은 사태에 마운룡이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고 있을 때............
“으음..................”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쓰러져있는 천수나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며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마운룡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고 물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너....... 는 누구냐?”
천수나한은 힘겨운 표정으로 마운룡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저는 마운룡이라고 합니다. 지나던 길에 아저씨와 저 누나를 발견했어요.”
“그........ 그러냐?“”
천수나한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운룡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소년의 눈은 별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년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 잠시 동안 미미한 경련이 스쳤다.
(하늘이 나 당천종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신 듯 하구나!)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죽어가는 늙은이가 네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구나. 나의 유언을 들어주겠느냐?”
마운룡은 즉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드리겠어요!”
“내가 죽거든 나의 유물을 사천당문으로 가져가 내 아내에게 전해다오. 그녀의 이름은 李玉花라고 한다.”
“四川唐門....................., 李玉花 ! 명심하겠어요!”
당천종은 死色이 가득한 눈으로 마운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몸에는 四川唐門의 家主만이 익힐 수 있는 千手眞訣(천수진결)이라는 비급이 있다. 나의 유언을 들어주는 대가로 너에게 그것을........ 주마.”
그 말에 마운룡은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무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당천종은 희미하게 웃으며 소년의 말을 잘랐다.
“千手眞訣을 익히거나 말거나 그건 네 마음이다. 한 가지 더 부탁하마.............. 저..... 아이를 살려다오.”
그는 신단 앞에 쓰러져 있는 여인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저 아니는 나를 자신의 원수로 알고 암습했다가 저 지경이 되었다. 불쌍한 것.............!“
마운룡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저 여인을 살릴 수 있지요?”
천수나한은 점점 가빠지는 숨결을 억지로 가누며 말을 이었다.
“저 아이의 몸에는........ 핏빛으로 빛나는....... 다섯 개의......... 손톱이............. 있다. 그... 것을 뽑아낸 다음.............. 내 품 속에......... 束斷油(속단유)라는....... 약병이 있다. 그것........... 그것을 발라주면...... 된다! 그리고 ........ 내 딸아이를........... 그녀에게 돌봐달라고............ 말해다오.”
“알겠어요!”
천수나한은 꺼져드는 음성으로 다시 힘겹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부탁.......... 한다............. 무림의.................. 운명이..................................... 네 손에......................!”
그는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당천종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였다.
이 위대한 일대의 종사가 이토록 황량한 곳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둔 것이다.
千手羅漢 唐天宗-----------!
暗器術과 毒術로 宇內最强으로 손꼽히던 四川唐門의 家主인 그의 허망한 최후였다.
(당천종이 정말로 흉수가 아니란 말인가?)
북리아황
그녀는 망연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마운룡이 그녀의 몸에 박힌 천강혈조를 빼낸 다음 당천종의 시신에서 束斷油(속단유)를 꺼내 치료해서 살아난 그녀의 발치에는 당천종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디에 눈을 둘지 몰라 어쩔 줄 모르는 마운룡이 어색한 얼굴로 서 있었다.
순진한 소년은 눈앞의 발가벗은 여인이 난감할 뿐이었다.
소년은 이미 한 낯선 여인과 살을 섞은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어두운 밤이었고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여인의 몸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바로 그의 눈앞에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알몸이 환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가!
그 낯 뜨거운 광경에 소년은 눈 둘 곳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인은 낯선 남자 앞에 벌거벗고 있다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만큼 그녀의 감정은 메말라 있는 것이리라.
지금 그녀는 깊은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당천종이 흉수였다면 죽어가면서까지 나를 살리려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녀는 비록 천강혈조에 격중당했으나 즉사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당천종이 손에 사정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마운룡이 때맞추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천종이 원흉이 아니라면 이제 어디에 가서 부모님의 원수를 찾는단 말인가?)
북리아황은 마음이 답답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부모님을 해친 원수를 찾아내고야 말겠다. 지옥의 밑바닥을 뒤져서라도!)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이윽고, 그녀의 눈길이 소년에게 향했다.
“..................”
아직까지도 소년은 차마 여인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여인의 삭막한 얼굴에 얼핏 한 줄기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의 낯빛은 이내 차디차게 굳었다.
“나는 북리아황이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그녀의 음성은 메말라 전혀 감정을 엿볼 수 없었다.
“마...... 마운룡입니다.”
마운룡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 하고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내 너에게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입었구나.”
“마음에 두지 마세요. 대신 저분의 따님을 부탁한다고........... ”
그러나 소년의 말에 여인은 싸늘한 목소리로 잘라 말한다.
“알았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다. 그러니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나는 남에게 빚을 갚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신단아래 있는 옷 꾸러미를 뒤져 하나의 물건을 거내더니 그것을 마운룡에게 던져 주었다.
“이것을 받아라!”
마운룡은 엉겁결에 북리아황이 던지는 물건을 받아들었다.
팔찌(環).
그것은 표면에 獅子(사자)의 형상이 새겨진 칙칙한 무쇠 팔찌였다.
“그 팔찌의 이름은 鐵獅子環(철사자환)이라고 한다. 우리 北里一族(북리일족)의 家寶(가보)인데 이제 내게는 소용없는 한낱 쇳덩이가 되고 말았구나! 그러나 네게는............”
여인은 말과 함께 옆에 떨어져 있던 의복을 걸쳤다.
“그 팔찌에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푸는 자는 古今第一人이 된다는 전설이 있으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걸 버리지 말아라.”
“.....................”
“혹시 아느냐? 내가 인연이 닿아서 無敵獅子皇(무적사자황)이 될지?”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을 던졌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보자!”
여인이 냉정하게 몸을 돌려 산신묘 밖으로 걸어나가자
“잠....... 잠깐만요!”
마운룡이 급히 외치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냐?”
북리아황은 천천히 마운룡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저 몸조심하시라고 인사나 드릴려구요.”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거렸다.
순간, 여인의 차가운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이 소년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너는....... 좋은 아이로구나!”
비로서 그녀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흘렀다.
소년은 여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북리아황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서있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속으로 중얼거렷다.
(내 처녀를 저 아이에게 주어버린다면.......... 어차피 험한 강호를 굴러다니다보면 누군가에게 더럽혀질 몸................!“
그녀는 자신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소년이 고마웠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저 아이는 아직 어린 소년일 뿐인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나직이 혼자 탄식했다.
마운룡이 이미 여인을 알고 있는 사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기겁을 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북리아황은 한결 따뜻한 눈길로 마운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매년 중추절 하루 동안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엣? 무슨 말씀이신지........?”
소년은 여인의 뜻밖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여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말에 답했다.
“다시 만날 때 네게 한 가지 선물을 할 작정이다.”
말하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살짝 불어졌다.
이윽고,
슥!
북리아황은 날씬한 몸을 날려 산신묘 밖으로 화살처럼 날아나갔다.
내대신 당가주의 유해를 잘 모셔다오!“
북리아황의 음성이 산신묘 밖으로 점점 멀어졌다.
마운룡은 급히 산신묘 입구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이미 북리아황의 모습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마운룡은 왠지 가슴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 언젠가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다시 만날 듯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泰山의 동쪽,
이름모를 황량한 협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주신 지도대로라면 여기가 분명한데...........”
나직한 중얼거림과 함께 협곡의 입구에 한 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여전히 남루한 옷차림에 거지 몰골을 한 다름 아닌 마운룡의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하나의 천조각이 들려 있었다.
바로 백수운에게 받은 비도였다.
마운룡은 눈을 빛내며 협곡의 끝으로 다가갔다.
협곡의 끝은 온통 무성한 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그 무성한 덩굴들을 헤쳐보았다.
그러자 그 속에서 하나의 동굴이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 그저 평범한 동굴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이 동굴이 밀도에 표시된 바로 그 동굴이라면 ..................!
마운룡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몸을 숙여 그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동굴 속을 좁고 어두웠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 동굴 속은 눈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들었다.
그나마 화룡정뇌를 복용하여 밤눈이 밝아진 마운령이기에 그 같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주위의 경관을 알아볼 수 있었다.
좁고 음습한 동굴은 갈수록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동굴은 얼마 있지 않아 그가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마운룡은 굽혔던 몸을 펴고 천천히 어두운 동굴 속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동굴의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석실의 형태를 갖춘 하나의 밀실이 있었다.
“여기 어디에 문고리가 있을 텐데.......!”
마운룡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석실의 석벽을 더듬었다.
그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무엇인가 손끝에 닿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차가운 돌의 감촉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지극히 부드러운 감촉.
(흙이다!)
마운룡은 눈을 빛내며 속으로 외쳤다.
그는 급히 손으로 그곳을 파헤쳤다.
흙이 파이자 직경 한자 정도의 홈이 나타났다.
두부를 자른 듯 반듯하고 매끈한 홈,
누군가 예리한 물건으로 바위를 자름 뒤 흙으로 그곳을 메워놓은 것이었다.
그 홈의 안쪽에 하나의 쇠고리가 잡혔다.
마운룡은 그 쇠고리를 잡아당겼다.
순간
바위가 구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석실 전체가 들썩 뒤흔들리며 좌측의 석벽이 좌우로 쫙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와아!”
마운룡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며 안으로 달려갔다.
석벽이 좌우로 갈라진 뒤쪽에 또 하나의 동굴이 나타났다.
천연의 종유동굴..............
동굴의 여기저기에는 사람의 손이 가해진 흔적이 엿보였다.
마운룡은 조심스럽게 그 종유동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동굴 안에는
쏴---------------아아아------------!
세찬 격랑을 일으키며 커다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시커먼 地下水路(지하수로)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몇 개의 돌이 엉성하게 놓여 징검다리가 되어 있었다.
“이......... 이런!”
지하수로 앞에 이른 마운룡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지하수로를 건너려면 그 징검다리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는 하나의 징검다리를 껑충 뛰어 건넜다.
이러 두 번째의 건널목으로 다리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그의 발이 이끼 낀 돌 위를 밟자 미끄러지면서 그의 몸은 그대로 물속으로 곤두박히고 말았다.
“악!”
마운룡은 삽시에 지하수로에 휩쓸리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세찬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마운룡은 사력을 다해 팔을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나 정신없이 물을 꿀꺽꿀꺽 들이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제오장 氷洞의 奇緣 으로 이어집니다.
“앗!”
산신묘 안으로 들어서던 마운룡은 깜짝 놀라 흠칫 물러섰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의 얼굴이 갑자기 벌겋게 물들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천수나한과 알몸의 여인을 발견한 것이다.
가슴에 비수가 박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천수나한의 모습도 놀라운 광경이었지만 그보다 더욱 소년을 당황스럽게 한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인이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여인의 비밀을 한 번 엿본 적이 있는 마운룡에게 활짝 벌어진 허벅지 사이가 피로 물들어있는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모습은 가슴을 놀라움과 함께 야릇한 감정으로 두근거리게 하고도 남았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검미를 모으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마운룡은 우선 가까이 있는 천수나한에게 다가가 급히 맥을 짚어보았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아직 숨결이 있다!)
미약하지만 아직 천수나한의 숨결이 붙어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의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마운룡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한 그는 천수나한의 가슴에 꽂힌 비수를 바라보았다.
(음, 우선 이 칼이라도 뽑아내야겠군.......)
그가 천수나한의 가슴에 꽂힌 비수의 자루를 잡고 힘을 주어 뽑아내자 비수가 꽂힌 자리에서 피분수가 확 솟구쳤다.
“아이쿠!”
마운룡은 질겁을 하며 뒤로 몸을 피했지만 이미 그의 전신은 시뻘건 피를 흠뻑 뒤집어쓴 후였다.
생각지도 않은 사태에 마운룡이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고 있을 때............
“으음..................”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쓰러져있는 천수나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며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마운룡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고 물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너....... 는 누구냐?”
천수나한은 힘겨운 표정으로 마운룡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저는 마운룡이라고 합니다. 지나던 길에 아저씨와 저 누나를 발견했어요.”
“그........ 그러냐?“”
천수나한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운룡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소년의 눈은 별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년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 잠시 동안 미미한 경련이 스쳤다.
(하늘이 나 당천종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신 듯 하구나!)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죽어가는 늙은이가 네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구나. 나의 유언을 들어주겠느냐?”
마운룡은 즉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드리겠어요!”
“내가 죽거든 나의 유물을 사천당문으로 가져가 내 아내에게 전해다오. 그녀의 이름은 李玉花라고 한다.”
“四川唐門....................., 李玉花 ! 명심하겠어요!”
당천종은 死色이 가득한 눈으로 마운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몸에는 四川唐門의 家主만이 익힐 수 있는 千手眞訣(천수진결)이라는 비급이 있다. 나의 유언을 들어주는 대가로 너에게 그것을........ 주마.”
그 말에 마운룡은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무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당천종은 희미하게 웃으며 소년의 말을 잘랐다.
“千手眞訣을 익히거나 말거나 그건 네 마음이다. 한 가지 더 부탁하마.............. 저..... 아이를 살려다오.”
그는 신단 앞에 쓰러져 있는 여인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저 아니는 나를 자신의 원수로 알고 암습했다가 저 지경이 되었다. 불쌍한 것.............!“
마운룡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저 여인을 살릴 수 있지요?”
천수나한은 점점 가빠지는 숨결을 억지로 가누며 말을 이었다.
“저 아이의 몸에는........ 핏빛으로 빛나는....... 다섯 개의......... 손톱이............. 있다. 그... 것을 뽑아낸 다음.............. 내 품 속에......... 束斷油(속단유)라는....... 약병이 있다. 그것........... 그것을 발라주면...... 된다! 그리고 ........ 내 딸아이를........... 그녀에게 돌봐달라고............ 말해다오.”
“알겠어요!”
천수나한은 꺼져드는 음성으로 다시 힘겹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부탁.......... 한다............. 무림의.................. 운명이..................................... 네 손에......................!”
그는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당천종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였다.
이 위대한 일대의 종사가 이토록 황량한 곳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둔 것이다.
千手羅漢 唐天宗-----------!
暗器術과 毒術로 宇內最强으로 손꼽히던 四川唐門의 家主인 그의 허망한 최후였다.
(당천종이 정말로 흉수가 아니란 말인가?)
북리아황
그녀는 망연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마운룡이 그녀의 몸에 박힌 천강혈조를 빼낸 다음 당천종의 시신에서 束斷油(속단유)를 꺼내 치료해서 살아난 그녀의 발치에는 당천종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디에 눈을 둘지 몰라 어쩔 줄 모르는 마운룡이 어색한 얼굴로 서 있었다.
순진한 소년은 눈앞의 발가벗은 여인이 난감할 뿐이었다.
소년은 이미 한 낯선 여인과 살을 섞은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어두운 밤이었고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여인의 몸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바로 그의 눈앞에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알몸이 환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가!
그 낯 뜨거운 광경에 소년은 눈 둘 곳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인은 낯선 남자 앞에 벌거벗고 있다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그만큼 그녀의 감정은 메말라 있는 것이리라.
지금 그녀는 깊은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당천종이 흉수였다면 죽어가면서까지 나를 살리려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녀는 비록 천강혈조에 격중당했으나 즉사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당천종이 손에 사정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마운룡이 때맞추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천종이 원흉이 아니라면 이제 어디에 가서 부모님의 원수를 찾는단 말인가?)
북리아황은 마음이 답답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부모님을 해친 원수를 찾아내고야 말겠다. 지옥의 밑바닥을 뒤져서라도!)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이윽고, 그녀의 눈길이 소년에게 향했다.
“..................”
아직까지도 소년은 차마 여인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여인의 삭막한 얼굴에 얼핏 한 줄기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의 낯빛은 이내 차디차게 굳었다.
“나는 북리아황이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그녀의 음성은 메말라 전혀 감정을 엿볼 수 없었다.
“마...... 마운룡입니다.”
마운룡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 하고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내 너에게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입었구나.”
“마음에 두지 마세요. 대신 저분의 따님을 부탁한다고........... ”
그러나 소년의 말에 여인은 싸늘한 목소리로 잘라 말한다.
“알았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다. 그러니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나는 남에게 빚을 갚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신단아래 있는 옷 꾸러미를 뒤져 하나의 물건을 거내더니 그것을 마운룡에게 던져 주었다.
“이것을 받아라!”
마운룡은 엉겁결에 북리아황이 던지는 물건을 받아들었다.
팔찌(環).
그것은 표면에 獅子(사자)의 형상이 새겨진 칙칙한 무쇠 팔찌였다.
“그 팔찌의 이름은 鐵獅子環(철사자환)이라고 한다. 우리 北里一族(북리일족)의 家寶(가보)인데 이제 내게는 소용없는 한낱 쇳덩이가 되고 말았구나! 그러나 네게는............”
여인은 말과 함께 옆에 떨어져 있던 의복을 걸쳤다.
“그 팔찌에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푸는 자는 古今第一人이 된다는 전설이 있으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걸 버리지 말아라.”
“.....................”
“혹시 아느냐? 내가 인연이 닿아서 無敵獅子皇(무적사자황)이 될지?”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을 던졌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보자!”
여인이 냉정하게 몸을 돌려 산신묘 밖으로 걸어나가자
“잠....... 잠깐만요!”
마운룡이 급히 외치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냐?”
북리아황은 천천히 마운룡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저 몸조심하시라고 인사나 드릴려구요.”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거렸다.
순간, 여인의 차가운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이 소년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너는....... 좋은 아이로구나!”
비로서 그녀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흘렀다.
소년은 여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북리아황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서있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속으로 중얼거렷다.
(내 처녀를 저 아이에게 주어버린다면.......... 어차피 험한 강호를 굴러다니다보면 누군가에게 더럽혀질 몸................!“
그녀는 자신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소년이 고마웠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저 아이는 아직 어린 소년일 뿐인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나직이 혼자 탄식했다.
마운룡이 이미 여인을 알고 있는 사내라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기겁을 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북리아황은 한결 따뜻한 눈길로 마운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매년 중추절 하루 동안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엣? 무슨 말씀이신지........?”
소년은 여인의 뜻밖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여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말에 답했다.
“다시 만날 때 네게 한 가지 선물을 할 작정이다.”
말하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살짝 불어졌다.
이윽고,
슥!
북리아황은 날씬한 몸을 날려 산신묘 밖으로 화살처럼 날아나갔다.
내대신 당가주의 유해를 잘 모셔다오!“
북리아황의 음성이 산신묘 밖으로 점점 멀어졌다.
마운룡은 급히 산신묘 입구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이미 북리아황의 모습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마운룡은 왠지 가슴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 언젠가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다시 만날 듯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泰山의 동쪽,
이름모를 황량한 협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주신 지도대로라면 여기가 분명한데...........”
나직한 중얼거림과 함께 협곡의 입구에 한 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여전히 남루한 옷차림에 거지 몰골을 한 다름 아닌 마운룡의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하나의 천조각이 들려 있었다.
바로 백수운에게 받은 비도였다.
마운룡은 눈을 빛내며 협곡의 끝으로 다가갔다.
협곡의 끝은 온통 무성한 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그 무성한 덩굴들을 헤쳐보았다.
그러자 그 속에서 하나의 동굴이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 그저 평범한 동굴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이 동굴이 밀도에 표시된 바로 그 동굴이라면 ..................!
마운룡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몸을 숙여 그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동굴 속을 좁고 어두웠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 동굴 속은 눈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들었다.
그나마 화룡정뇌를 복용하여 밤눈이 밝아진 마운령이기에 그 같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주위의 경관을 알아볼 수 있었다.
좁고 음습한 동굴은 갈수록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동굴은 얼마 있지 않아 그가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마운룡은 굽혔던 몸을 펴고 천천히 어두운 동굴 속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동굴의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석실의 형태를 갖춘 하나의 밀실이 있었다.
“여기 어디에 문고리가 있을 텐데.......!”
마운룡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석실의 석벽을 더듬었다.
그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무엇인가 손끝에 닿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차가운 돌의 감촉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지극히 부드러운 감촉.
(흙이다!)
마운룡은 눈을 빛내며 속으로 외쳤다.
그는 급히 손으로 그곳을 파헤쳤다.
흙이 파이자 직경 한자 정도의 홈이 나타났다.
두부를 자른 듯 반듯하고 매끈한 홈,
누군가 예리한 물건으로 바위를 자름 뒤 흙으로 그곳을 메워놓은 것이었다.
그 홈의 안쪽에 하나의 쇠고리가 잡혔다.
마운룡은 그 쇠고리를 잡아당겼다.
순간
바위가 구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석실 전체가 들썩 뒤흔들리며 좌측의 석벽이 좌우로 쫙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와아!”
마운룡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며 안으로 달려갔다.
석벽이 좌우로 갈라진 뒤쪽에 또 하나의 동굴이 나타났다.
천연의 종유동굴..............
동굴의 여기저기에는 사람의 손이 가해진 흔적이 엿보였다.
마운룡은 조심스럽게 그 종유동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동굴 안에는
쏴---------------아아아------------!
세찬 격랑을 일으키며 커다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시커먼 地下水路(지하수로)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몇 개의 돌이 엉성하게 놓여 징검다리가 되어 있었다.
“이......... 이런!”
지하수로 앞에 이른 마운룡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지하수로를 건너려면 그 징검다리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는 하나의 징검다리를 껑충 뛰어 건넜다.
이러 두 번째의 건널목으로 다리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그의 발이 이끼 낀 돌 위를 밟자 미끄러지면서 그의 몸은 그대로 물속으로 곤두박히고 말았다.
“악!”
마운룡은 삽시에 지하수로에 휩쓸리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세찬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마운룡은 사력을 다해 팔을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나 정신없이 물을 꿀꺽꿀꺽 들이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제오장 氷洞의 奇緣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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