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직장생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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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에 다녀온 이후로 아내가 변했다는 것을 아는 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벌써 잠자리를 요구했을 아내가 연수원에 다녀온 후 2개월이 지나도록 요구하지 않고 있었다. 현숙의 남편 민우는 처음에는 그녀가 피곤해서 잠자리를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런 그의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 아내의 대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민우는 처음부터 그의 아내인 현숙이 직업을 갖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사업에 실패해서 어려운 살림 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지나면 어느 정도 고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자신에게 맡기고 연수원에 들어가 버렸다. 아내가 연수원에 있는 동안 그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집에 혼자 놔두고 박에 나갈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그는 많은 약속들을 뒤로 미루어야만 했었다. 아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아내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그는 뭔가 모를 감정이 가슴 한 구석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그것은 아내를 잃을 거라는 불안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셋이나 난 가정 주부 같지 않은 몸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적이 없었다. 처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은 날씸 몸매를 갖고 있는 자신의 아내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사 입고 또 짙은 화장을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민우는 불안감 속에서 아내를 떠나 보냈었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연수원을 마치고 돌아온 후로는 뭔가 모르게 자신과 멀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아내와 잠자리를 원했지만 아내는 냉정하게 거절 했다. 이유는 피곤하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다른 사내에게 몸을 허락했으며 마치 그 남자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자신의 몸을 남편에게 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사실대로 고백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생각으로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던 것이 연수원에 다녀온 후로 벌써 2달이 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남편은 더 이상 요구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그녀가 처음으로 다니는 직장이기 때문에 힘일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지난 2달 동안 그녀의 생활은 눈코 뜰 시간도 없이 바빴다. 비록 남편이 도와주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화장하고 나면 뛰어 나가야 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퇴근하자 마자 바로 잠들어 버릴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수입이 들어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피로가 더해 갔다.
현숙 같은 유부녀들은 회사에서 대부분 텔레 마케팅을 하게 되며 그녀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른 성과급을 받게 되어 있었다. 텔레 마케팅이란 게 말이 쉽지 보이지도 않는 고객을 상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품을 전화 통화만으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판매에 성공할 수 가 없었다. 더더구나 전화를 거는 상대방에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더욱 어려웠다. 한 달에 겨우 5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월급이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오래된 사원들은 많게는 몇 천에서 몇 백은 받아 가는 것 같았다. 아니 최소한 2백만원 이상은 받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는 겨우 5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또 일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여보 그만 일어나요, 회사에 늦겠어”
오늘도 남편은 먼저 일어나서 그녀를 깨웠다. 언제부터 인가 그러니까 그녀가 직장생활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그녀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놓고는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이 언제 잠자리에 들고 언제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남편인 서재에서 혼자 잠을 자기 때문이다.
“으…응 아..알았어”
하지만 쉽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언제나 부족한 잠 이었다. 조금만 더 잤으면 하는 생각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그녀를 다시 흔들어 깨운다.
“또 늦으면 어떻게 할려고 그래”
그 소리에 그녀는 벌떡 일어난다. 지난번 늦었을 때 부장에게 혼이 난 생각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10분 늦게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부장은 호출했고 그 자리에서 그녀가 상상할 수 없는 소리로 그녀를 질타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뭉개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가뜩이나 판매가 되지 않아 불만인 그녀에게 판매량이 제일 꼴찌라며 이렇게 늦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온다느니 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깔아 뭉개 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날 하루 종일 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
그 뒤로는 절대로 늦을 수가 없었다. 아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면 두었지 늦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부랴부랴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나서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편인 민우가 다가와서 아침 식사를 권했다.
“여보 아침 먹어, 당신 요즘 너무 힘이 드는 것 같더라”
“지금 몇 시야”
“응 7시야 아직 30분은 여유 있어”
“알았어,…”
그녀는 화장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지 않고 바로 집을 나섰다. 아침을 먹는 시간에 차라리 회사에 출근해서 조금이라도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해서 판매를 많이 하고 싶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현숙은 한편으로는 남편에게는 미안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놓고 기다린 남편이 얼마나 화가 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다른 모든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이었다. 자신의 몸을 주고서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지금의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 설사 수입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도 노력하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근한지 3개월이 지나도 그녀의 수입을 늘지를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남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전화를 하고 똑 같은 애교 석인 말투를 사용해도 좀처럼 먹혀 들지 않았다. 그 동안 받은 월급은 겨우 교통비에 옷 사 입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
3개월이 지나도록 남편에게 생활비 한푼 내놓지 못했지만 남편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모르지만 남편은 날마다 정성스럽게 새로운 반찬을 준비해서 그녀의 입맛을 돋우려 노력했다.
그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을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시간이었다. 과장이 그녀를 퇴근 후에 잠시 보자고 했다. 그녀의 과장은 건장한 체격의 멋진 몸매를 가진 사내였다. 평소에는 별다른 말도 없던 사람이라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고 업무 이외에는 일체의 만남도 없었던 사이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다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과장을 기다렸다. 오후 늦게 과장은 거래처 사람을 만난다고 외출했으며 금방 돌아 올 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뒤였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아 기다리던 현숙은 9시가 넘어도 돌아 오지 않는 과장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과장에게 연락을 하려고 막 전화기를 드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고 과장이 들어왔다.
“아 현숙씨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었군요”
“아닙니다. 일 때문에 그러신 걸요”
속으로는 불만이었지만 상사에게 그걸 표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집에는 일 때문에 조금 늦을 거라고 전화를 해 놓았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요”
“아 그래요 내가 보자고 했지요”
과장은 사무실 한쪽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다. 과장의 시선이 짧은 스커트 자락에 집중되는 것을 눈치채며 살며시 스커트 자락을 두 손으로 잡아 당기고는 그 무릎사이에 두 손을 올려 놓았다.
“내가 보자고 한 이유는 현숙씨가 요즘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요”
“…”
“요즘 판매가 영 신통치 않죠!”
“예 사실 너무 힘이 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영 판매가 늘지 않아요 겨우 기본급만 맞추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이유라면 제가 무능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
과장은 뭔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녀는 매달리고 싶었다. 지금의 판매량은 그녀에게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겨우 50만원 가지고는 정말 버티기 힘든 직업이었다. 50만원을 벌기 위해 남편에게도 하지 않던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애교 석인 목소리로 거의 사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저…어 과장님 무슨 해결책이 있나요”
“…”
“으…음 해결책이 있긴 있는데…그게 좀…”
“무…슨 방법인데요”
과장은 아무런 말이 없이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의미를 그녀는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내가 원하는 것이 그녀의 짐작대로 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리쳐야 하나 받아 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은 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떤 방법이든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판매 상품을 바꿔 보는게 어때요”
“판매 상품을요?”
“그래요 지금 현숙씨가 팔고 있는 제품은 이미 인기가 떨어진 제품이고 어느 정도 구매한 사람은 다 구매한 제품이거든요”
사실 그랬다. 그녀에게 할당된 제품을 팔려고 전화를 하면 반절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절의 사람들도 지금 누가 그런 제품을 사용하느냐고 반문하는 투였다. 그녀는 마침내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았다. 그랬다. 인기 있는 제품을 팔면 그만큼 판매 성공률이 높아진다. 다른 사람들은 전화 후 판매 성공률이 50%이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겨우 5%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판매 재품은 그녀가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과장의 권한 이었다.
“그렇다면 판매 재품을 바꿔 주실 수 있나요?”
“그건 좀 곤란해요 회사 정책이 신입의 경우 6개월이 지나야 판매 재품을 변경할 수 있거든요”
그의 말이 옳았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에게는 판매 재품을 일괄적으로 지정해 주고 경력사원은 자기 스스로 원하는 재품을 선택해서 팔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판매 성공률을 달성하면 그 다음부터는 어떤 재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재품을 판매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판매하고 있는 재품으로는 판매 성공률을 목표 치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6개월을 버틴다는 것 또한 불가능 했다.
“저..어 과장님! 제발 재품을 변경할 수 있게 해주세…”
“그건 곤란해요 규칙이 그래서”
“제품을 지정하는 것은 과장님의 권한 아닌가요 제발 과장님이 저를 한번 봐 주신다고 생각하시고 바꿀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글쎄 그게 힘이 드는데”
그러면서 과장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앉아 있는 옆에 다가와 앉았다.
현숙은 긴장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못했다. 지금 이 사내를 붙잡지 않으면 그녀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몸은 살짝 떨려 오기 시작했다.
“저어 과장님 판매 재품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인생이라는 게 상부 상조하는 것 아닙니까?”
갑자기 난데 없는 인생 애기를 꺼내는 저의를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차마 자신의 입으로 그걸 애기 할 수는 없었다.
“…”
과장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어깨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그녀를 자기쪽으로 끌어 당기며 엉덩이를 붙여왔다. 그녀는 긴장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왜 이러세요 “
“…”
“그렇다면 할 수 없죠 내가 한 애기는 없었던 걸로 하죠”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책상으로 걸어 갔다. 그녀는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대로 여기서 나간다면 아니 저 사내를 그냥 보낸다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을 그대로 서 있었다. 입 언저리에 맴도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숙씨 퇴근 안 해요 어서 나가죠?”
“…”
현숙은 차마 자기 입으로 상부상조라는 말의 의미를 표현할 수 없었다.
“저…어 과장님!”
“왜 그래요?”
“…”
“이것만 약속해주실 수 있나요?”
“…”
“제가 재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또 이번 만 이예요”
그녀의 요구 조건을 들은 과장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맴돌았다. 그 웃음의 의미는 그녀로서는 짐작할 수 없었다. 다만 과장의 뜻대로 되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의 표시라고만 생각했을 정도다.
과장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과장이 다가오자 눈을 지긋이 감으며 양쪽 허리에 있는 두 손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비록 그녀 스스로 허락한 일이지만 그녀에게는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
처음 직장을 구하려 했을 때 그녀는 남편보다 많은 수입을 벌어서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그리고 여자라서 못한다는 소린 듣기 싫었으며, 여자도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아니 자신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그런 생각들은 남자에게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아니 막상 나와본 사회는 모든 권력을 남성들이 쥐고 있었으며 그들은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가지고 놀려는 사내들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걸 깨뜨릴만한 힘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 스스로 그 점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모순 속에 빠져 들고 있었다.
과장은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지긋이 감은 두 눈의 짙은 속눈썹이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진한 핑크 빛 립스틱을 바른 볼록한 입술은 금방이라도 삼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3부 끝>
많은 분들의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의도대로 글을 제대로 쓸지 두려운 생각이 드는 군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민우는 처음부터 그의 아내인 현숙이 직업을 갖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사업에 실패해서 어려운 살림 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지나면 어느 정도 고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자신에게 맡기고 연수원에 들어가 버렸다. 아내가 연수원에 있는 동안 그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집에 혼자 놔두고 박에 나갈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그는 많은 약속들을 뒤로 미루어야만 했었다. 아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아내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그는 뭔가 모를 감정이 가슴 한 구석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그것은 아내를 잃을 거라는 불안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셋이나 난 가정 주부 같지 않은 몸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적이 없었다. 처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은 날씸 몸매를 갖고 있는 자신의 아내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사 입고 또 짙은 화장을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민우는 불안감 속에서 아내를 떠나 보냈었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연수원을 마치고 돌아온 후로는 뭔가 모르게 자신과 멀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아내와 잠자리를 원했지만 아내는 냉정하게 거절 했다. 이유는 피곤하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다른 사내에게 몸을 허락했으며 마치 그 남자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자신의 몸을 남편에게 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사실대로 고백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생각으로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던 것이 연수원에 다녀온 후로 벌써 2달이 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남편은 더 이상 요구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그녀가 처음으로 다니는 직장이기 때문에 힘일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지난 2달 동안 그녀의 생활은 눈코 뜰 시간도 없이 바빴다. 비록 남편이 도와주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화장하고 나면 뛰어 나가야 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퇴근하자 마자 바로 잠들어 버릴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수입이 들어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느끼는 피로가 더해 갔다.
현숙 같은 유부녀들은 회사에서 대부분 텔레 마케팅을 하게 되며 그녀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른 성과급을 받게 되어 있었다. 텔레 마케팅이란 게 말이 쉽지 보이지도 않는 고객을 상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품을 전화 통화만으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판매에 성공할 수 가 없었다. 더더구나 전화를 거는 상대방에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더욱 어려웠다. 한 달에 겨우 5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월급이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오래된 사원들은 많게는 몇 천에서 몇 백은 받아 가는 것 같았다. 아니 최소한 2백만원 이상은 받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는 겨우 5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또 일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여보 그만 일어나요, 회사에 늦겠어”
오늘도 남편은 먼저 일어나서 그녀를 깨웠다. 언제부터 인가 그러니까 그녀가 직장생활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그녀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놓고는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이 언제 잠자리에 들고 언제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남편인 서재에서 혼자 잠을 자기 때문이다.
“으…응 아..알았어”
하지만 쉽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언제나 부족한 잠 이었다. 조금만 더 잤으면 하는 생각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그녀를 다시 흔들어 깨운다.
“또 늦으면 어떻게 할려고 그래”
그 소리에 그녀는 벌떡 일어난다. 지난번 늦었을 때 부장에게 혼이 난 생각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10분 늦게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부장은 호출했고 그 자리에서 그녀가 상상할 수 없는 소리로 그녀를 질타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뭉개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가뜩이나 판매가 되지 않아 불만인 그녀에게 판매량이 제일 꼴찌라며 이렇게 늦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온다느니 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깔아 뭉개 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날 하루 종일 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
그 뒤로는 절대로 늦을 수가 없었다. 아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면 두었지 늦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부랴부랴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나서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편인 민우가 다가와서 아침 식사를 권했다.
“여보 아침 먹어, 당신 요즘 너무 힘이 드는 것 같더라”
“지금 몇 시야”
“응 7시야 아직 30분은 여유 있어”
“알았어,…”
그녀는 화장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지 않고 바로 집을 나섰다. 아침을 먹는 시간에 차라리 회사에 출근해서 조금이라도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해서 판매를 많이 하고 싶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현숙은 한편으로는 남편에게는 미안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놓고 기다린 남편이 얼마나 화가 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다른 모든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이었다. 자신의 몸을 주고서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지금의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 설사 수입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도 노력하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근한지 3개월이 지나도 그녀의 수입을 늘지를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남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전화를 하고 똑 같은 애교 석인 말투를 사용해도 좀처럼 먹혀 들지 않았다. 그 동안 받은 월급은 겨우 교통비에 옷 사 입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
3개월이 지나도록 남편에게 생활비 한푼 내놓지 못했지만 남편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모르지만 남편은 날마다 정성스럽게 새로운 반찬을 준비해서 그녀의 입맛을 돋우려 노력했다.
그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을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시간이었다. 과장이 그녀를 퇴근 후에 잠시 보자고 했다. 그녀의 과장은 건장한 체격의 멋진 몸매를 가진 사내였다. 평소에는 별다른 말도 없던 사람이라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고 업무 이외에는 일체의 만남도 없었던 사이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다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과장을 기다렸다. 오후 늦게 과장은 거래처 사람을 만난다고 외출했으며 금방 돌아 올 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뒤였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남아 기다리던 현숙은 9시가 넘어도 돌아 오지 않는 과장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과장에게 연락을 하려고 막 전화기를 드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고 과장이 들어왔다.
“아 현숙씨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었군요”
“아닙니다. 일 때문에 그러신 걸요”
속으로는 불만이었지만 상사에게 그걸 표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집에는 일 때문에 조금 늦을 거라고 전화를 해 놓았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요”
“아 그래요 내가 보자고 했지요”
과장은 사무실 한쪽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다. 과장의 시선이 짧은 스커트 자락에 집중되는 것을 눈치채며 살며시 스커트 자락을 두 손으로 잡아 당기고는 그 무릎사이에 두 손을 올려 놓았다.
“내가 보자고 한 이유는 현숙씨가 요즘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요”
“…”
“요즘 판매가 영 신통치 않죠!”
“예 사실 너무 힘이 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영 판매가 늘지 않아요 겨우 기본급만 맞추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이유라면 제가 무능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
과장은 뭔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녀는 매달리고 싶었다. 지금의 판매량은 그녀에게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겨우 50만원 가지고는 정말 버티기 힘든 직업이었다. 50만원을 벌기 위해 남편에게도 하지 않던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애교 석인 목소리로 거의 사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저…어 과장님 무슨 해결책이 있나요”
“…”
“으…음 해결책이 있긴 있는데…그게 좀…”
“무…슨 방법인데요”
과장은 아무런 말이 없이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의미를 그녀는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내가 원하는 것이 그녀의 짐작대로 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리쳐야 하나 받아 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은 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떤 방법이든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판매 상품을 바꿔 보는게 어때요”
“판매 상품을요?”
“그래요 지금 현숙씨가 팔고 있는 제품은 이미 인기가 떨어진 제품이고 어느 정도 구매한 사람은 다 구매한 제품이거든요”
사실 그랬다. 그녀에게 할당된 제품을 팔려고 전화를 하면 반절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절의 사람들도 지금 누가 그런 제품을 사용하느냐고 반문하는 투였다. 그녀는 마침내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았다. 그랬다. 인기 있는 제품을 팔면 그만큼 판매 성공률이 높아진다. 다른 사람들은 전화 후 판매 성공률이 50%이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겨우 5%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판매 재품은 그녀가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과장의 권한 이었다.
“그렇다면 판매 재품을 바꿔 주실 수 있나요?”
“그건 좀 곤란해요 회사 정책이 신입의 경우 6개월이 지나야 판매 재품을 변경할 수 있거든요”
그의 말이 옳았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에게는 판매 재품을 일괄적으로 지정해 주고 경력사원은 자기 스스로 원하는 재품을 선택해서 팔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판매 성공률을 달성하면 그 다음부터는 어떤 재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재품을 판매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판매하고 있는 재품으로는 판매 성공률을 목표 치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6개월을 버틴다는 것 또한 불가능 했다.
“저..어 과장님! 제발 재품을 변경할 수 있게 해주세…”
“그건 곤란해요 규칙이 그래서”
“제품을 지정하는 것은 과장님의 권한 아닌가요 제발 과장님이 저를 한번 봐 주신다고 생각하시고 바꿀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글쎄 그게 힘이 드는데”
그러면서 과장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앉아 있는 옆에 다가와 앉았다.
현숙은 긴장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못했다. 지금 이 사내를 붙잡지 않으면 그녀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몸은 살짝 떨려 오기 시작했다.
“저어 과장님 판매 재품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인생이라는 게 상부 상조하는 것 아닙니까?”
갑자기 난데 없는 인생 애기를 꺼내는 저의를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차마 자신의 입으로 그걸 애기 할 수는 없었다.
“…”
과장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어깨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그녀를 자기쪽으로 끌어 당기며 엉덩이를 붙여왔다. 그녀는 긴장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왜 이러세요 “
“…”
“그렇다면 할 수 없죠 내가 한 애기는 없었던 걸로 하죠”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책상으로 걸어 갔다. 그녀는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대로 여기서 나간다면 아니 저 사내를 그냥 보낸다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을 그대로 서 있었다. 입 언저리에 맴도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현숙씨 퇴근 안 해요 어서 나가죠?”
“…”
현숙은 차마 자기 입으로 상부상조라는 말의 의미를 표현할 수 없었다.
“저…어 과장님!”
“왜 그래요?”
“…”
“이것만 약속해주실 수 있나요?”
“…”
“제가 재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또 이번 만 이예요”
그녀의 요구 조건을 들은 과장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맴돌았다. 그 웃음의 의미는 그녀로서는 짐작할 수 없었다. 다만 과장의 뜻대로 되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의 표시라고만 생각했을 정도다.
과장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과장이 다가오자 눈을 지긋이 감으며 양쪽 허리에 있는 두 손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비록 그녀 스스로 허락한 일이지만 그녀에게는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
처음 직장을 구하려 했을 때 그녀는 남편보다 많은 수입을 벌어서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그리고 여자라서 못한다는 소린 듣기 싫었으며, 여자도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아니 자신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그런 생각들은 남자에게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아니 막상 나와본 사회는 모든 권력을 남성들이 쥐고 있었으며 그들은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가지고 놀려는 사내들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걸 깨뜨릴만한 힘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 스스로 그 점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모순 속에 빠져 들고 있었다.
과장은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지긋이 감은 두 눈의 짙은 속눈썹이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진한 핑크 빛 립스틱을 바른 볼록한 입술은 금방이라도 삼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3부 끝>
많은 분들의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의도대로 글을 제대로 쓸지 두려운 생각이 드는 군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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