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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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1)
지하철 안에서는 섹스를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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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골목에는 올씨년 스
러운 늦가을의 바람이 거인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가, 바람난 여인 내의 속울음 소리를 내며 달려 와서 울부짖
었다.
하와는 벌써 석잔 째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늦가을의 깊은 밤, 우유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스
물 일곱 살의 하와 눈 속에는 절반쯤 차 있는 푸른 소주병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를 정말 사랑했었을까?
어느 날 불쑥 불빛을 보고 찾아 드는 부나비처럼 찾아 들었
다가, 축배를 들던 빈 술잔 만 남겨 놓고 떠난 아담을 생각할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질문이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었다면......
아담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섹스를 원할 때마다 배
고픈 아이처럼 섹스에 굶주린 눈빛으로 원할 때 응해주지 않
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당신이 섹스를 원할 때 해주지 못하면 꼭 밥을 해 놓고
주지 못하는 엄마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아담에게 그렇게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아담이 섹스를 원할 때, 그리고 그의 눈빛이 정염으로 불타
오를 때 섹스를 거절하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아담은 수시로 섹스를 원했다. 그럴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아
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난 숫케 처럼 쇳내음을 풍
기며 귓전을 간지럽혔다.
나 지금 미치도록 하고 싶어. 이걸 만져 봐.
아담은 귓전을 녹여 버릴 것처럼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손을 슬며시 끌어다가 단단하게 굳어 있는 남성을 만지게 했
다. 어느 때는 지하철 안에서 바바리 코트 속에 우뚝 서 있는
남성을 만지게 하는가 하면, 백화점 의 할인 매장 앞에서 옷
을 고르고 있을 때 슬쩍 뒤로 와서, 술병처럼 굳어 있는 남성
으로 엉덩이를 찌르며 속삭였다.
"나 미치도록 하고 싶은 거 있지."
아담은 마치 주기적으로 섹스를 하지 못하면 밧대리가 다 된
녹음기처럼 음성이 늘여지면서, 눈빛이 풀어져 버렸다. 때로는
삼일을 굶은 아이처럼 허리가 휘청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여기서 어떻게 해."
지하철 안에서 였던가. 구석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아담이 갑자기 손을 쓸어다 단단히 굳어 있는 남성을 덮으며,
지금 미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렇게 대답을 하며
아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애처로울 만큼 갈망
에 떨고 있었다.
"그래, 여.기.는.지.하.철.안.이.지.....지.하.철.안.에.서.는.섹.스.를,
할.수.없.어."
아담이 성애 낀 유리창에 글자를 한자 한자 적어 가듯이 힘
없이 말했을 때 슬픔이 와락 밀려왔다.
승객 두어 명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신 새벽의 지하철 안이
었다면 그의 바지 지퍼를 열고 굶주림에 떨고 있는 남성을 보
듬어 안아 주고 싶으련만 불행하게도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오직 신성한 섹스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흥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스포츠 신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이 어디지?"
아담의 얼굴에 쓸쓸한 비애가 기어다니는 것을 보며 슬며시
바바리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애야 조금만
참아,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의 남성을 가만히 잡아 주었
다. 그가 섹스 때문에 비틀거리지 않도록, 그의 눈빛이 섹스
때문에 애처롭게 떨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담의 남성이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스 처럼 꿈틀 거리는 가
했더니, 그의 눈빛에서 생기가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종로 삼 가, 아니 독립문 일 꺼야."
아담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거기서 내려."
아담의 떨리는 음성을 듣는 순간, 해로인 에 중독 된 사람이
주사 바늘을 보고 떨리는 음성으로 이쪽에다 놔줘, 라고 말하
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의 남성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그 정도 만 해주어도 살 것 같애."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영자
지를 읽고 있던 여대생 풍의 여자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아담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
기를 감지 했는지 얼른 신문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와는 그런 여대생의 얼굴을 보는 순간 행복감을 느꼈다.
그녀는 모르리라. 지금 이 순간 아담이란 남자가 날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 모르리라. 내가 아니면 아담은 해로인 기운
이 떨어져 가는 중독자처럼 비틀거리다가 이 도시 어느 습진
골목에서 죽어 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녀는 모르리라는 생각
에서 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담과 동거 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에도
독립문에는 여관이 흔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땅의 독
립을 위하여 피를 흘렸던 수많은 애국 열사들의 영혼이 떠다
니는 거룩한 성지에 수많은 남녀들의 땀으로 얼룩지고 정액
냄새가 나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담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집에서만 섹스를 하나 봐."
여관을 찾아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지친 아담이 슬픈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시를 써, 이럴 때 시를 쓰라고. 원래 절망스러울 때 좋은 시
가 나오는 법이 잖어."
시나브로 하와는 아담 보다 도 더 섹스가 하고 싶었다. 이미
그녀의 꽃잎은 물에 불린 비누처럼 매끄럽게 젖어 있었다. 섹
스를 하고 싶을 때는 오직 동물 적인 욕망만이 존재 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엉뚱하게도 시를 쓰라고 재촉했다.
"그래. 우선 목부터 축이자. 콜라를 마셔야 갰어. 아니 캔 맥
주를 마실 꺼야. 그러면 좀 낳아 지겠지. 그리고 나서 시를 쓰
겠어. 너를 위한 시를 쓰겠어. 그럼 됐지?"
아담이 절망스럽게 물었다.
"시가 써지지 않으면 억지로 쓸 필요는 없어. 어차피 아담의
육체가 곧 만년필이니까. 내 몸 위에다 써 줘."
하와는 여관을 찾지 못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비디오 방
이 보였다. 순간 밀폐된 공간과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포르
노 영화가 생각났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사랑하는
아담과의 섹스는 사랑의 표현 일 뿐이지. 포르노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였다.
오늘은 좀 더 진지하게 섹스를 해야지. 반듯이 아담을 기쁘
게 해주겠어.
드디어 여관이 보였다. 여관은 아이러니 하게도 산부인과 건
물 뒤에 숨어서 관 자란 글자만 내 보이고 있었다. 여관에서
섹스를 하고, 산부인과에서 인공 중절 수술을 한 다음에 관에
넣으라는 말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뛰는 걸음으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독립문 여관.
아담은 만주 벌판을 외롭게 달리는 독립 투사 같은 얼굴로
독립문 여관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낮에 여관을 찾
는 아베크 족이 어디 한 둘이겠냐 마는 아담의 얼굴에 깃들인
비장감이 너무 넘쳐 흘렸는지 여관 조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2층으로 따라 올라 왔다.
"싸우러 오는 건 아니겠죠?"
조바가 돈과 키를 바꾸며 하와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싸우러 오는 거예요."
하와는 싱긋 웃어 주며 어서 조바가 밖으로 나가길 기다렸
다. 그녀도 급했기 때문이었다.
"옆 방 손님에게 피해는 주지 말구려."
여관이란 건물이 어차피 두평 남직한 공간을 대여 해 주고
돈을 받는 만큼, 대여해 준공간에서 살인만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허용해 주는 장소인 탓인가. 조바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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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2)
내 가슴에 길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연꽃이 대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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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할 말이 없다. 생각 같아서는 가슴속에
담긴 한 마디 까지 남김없이 털어놓고 싶지만, 반가움의 깊이
가 더 할수록 비례적으로 대화의 소재도 빈곤한 법이다.
하와는 지하철에서와 다르게 막상 사면이 벽으로 가려진 허
가난 섹스 숍에 도착하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아담을 쳐다보았다.
"넌 지금 하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담이 커튼을 닫고 나서 돌아서서 조용히 물었다.
"아니. 하고 싶어."
하와는 아담에게 가까이 갔다.
"그래. 우선 섹스부터 하자, 난 지금 다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하는 대로 너의 몸에 시를 써 주께."
아담이 가까이 다가 와서 그만이 독특한 냄새를 풍겼다. 그
것은 쇳내음이자 땀 냄새이기도 했다.
하와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길 잘
드려진 충견 마냥 그의 앞에 앉아서 바지 지퍼를 주르르 내렸
다. 그 안에 형광 불빛이 보고 싶어 몸부림치며 아우성 치고
있는 아담이 남성이 팬티를 불쑥 내 밀었다. 하와는 그것마저
소중하게 벗겼다. 그리고 성이 난 얼굴로 끄덕거리는 아담의
남성을 소중하게 감싸고 입안에 넣었다.
"아퍼!"
아담이 기다렸다는 듯이 하와의 머리카락을 움켜 쥘 때, 하
와는 숨을 쉴 수 없어서 간신히 말했다.
"말을 하지마. 말을 하지 말고 내가 네 몸으로 시를 쓰듯이
원고지가 되어 줘. 잉크가 잘 먹는 원고지 말야."
아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천장을 쳐다보았다. 하와는
아담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굶주린 늑대 한 마리가 입을 벌
리고 괴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위로 천정을 도
배한 정육각형의 꽃무뉘 벽지가 보였다. 그 꽃 무뉘 벽지는
서울에서 어울리지 않는 벽지 였다. 영주나, 봉화, 아니면 태
백 쯤의 역전 부근에 있는 여인숙에서 쉽게 볼수 있는 벽지
였다. 그러나 어떠랴, 서울 스러운 벽지를 붙였지 않았다 해서
하와의 남성을 목구멍 끝까지 집어 넣고 싶은 욕망의 불꽃이
사그러들지는 않는다. 다만 약간은 낯설다는 느낌이 들뿐이었
다.
아담이 하와의 옆구리에 두 손을 집어넣어 가만히 일으켜 세
웠다. 그리고 하와의 청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밸트 라인
의 단추를 풀지도, 지퍼를 내리지도 않은 상태여서 하와는 훅
숨을 들어 마셔야 했다.
아담의 손은 꽉 조인 청바지 밸트라인 때문에 자유스럽지 못
했다. 그 자유스럽지 못한 손가락 끝으로 팬티 아래를 문질렀
다. 하와는 축축하게 젖어 있는 팬티 밖으로 와 닿은 아담의
손끝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그건 목마른 열정이었다.
사막을 걸어 온 아라비아 상인이 목 쉰 음성으로 부르는 사
랑의 아리아 였다.
이 사람은 왜 허물뿐인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지 않지, 왜
단추를 따지 않는 걸까, 왜 지퍼를 열고 바지를 끌어 내지 않
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의 입이 오뚝
서 있는 젖꼭지를 포도 알을 머금은 듯이 빙빙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건 또 다른 목마름이었다.
그것은 옹달샘 옆에 서 있는 목마른 승냥이에게 물을 나누어
주지 못하는 그런, 물이 있으면서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지
못하는 상대적인 목마름이었다.
나를 빨리 가져, 빨리 가지라고.
하와는 서둘러서 비지 단추를 따고 지퍼를 열었다. 팬티를
끌어내린 다음에 둥지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아담의 남
성을 끌어다 이곳이 너의 집이야 라고 속삭여 주었다.
헉!
아담은 하와의 윈 발을 들어 올렸다. 하와는 까치발을 띄며
왼발로 아담의 등을 휘어 감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태고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을 때,
사랑의 언어로 사용하던 구구법(九九法)이 바로 이것이었어.
머릿속으로 지하철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터널에서 터널로 달
려가던 지하철이 역사에 도착하면서 잠깐 승객을 토해 내고
다시 줄기차게 어둠 속의 터널로 달려가고 있었다.
"담쟁이 넝쿨을 알고 있지?"
"그래요 계....계속 해봐요."
"당쟁이 넝쿨이 바위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 가 알고 있
어?"
"아.....아뇨. 근데 그게 중요해요."
"중요하지. 담쟁이 넝쿨은 모두 수컷 뿐야. 그래서 암놈 바위
를 찾아 구멍에다 뿌리를 내리지 이렇게 말여."
"아.....아 황홀한 거짓말 같아요. 하지만 좋아. 그래요 힘껏
뿌리를 내려요. 맞어요 그렇게."
"난 당쟁이 넝쿨이 되고 싶어. 너의 가슴에 빨간 손자국을
남기는 담쟁이 넝쿨이 되어 너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싶
어."
"조....좋아요. 하지만 난 바위가 되지 못해요. 그냥 물로 남아
있을래요. 당신은 화려한 꽃을 피우는 연꽃이 되어 줘요. 내
가슴에 길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연꽃이 되어 달란 말이에
요."
"그....으래."
아담은 지친 얼굴로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의 남성은 아직
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기고 만장한 자세로 끄덕거리고 있었
다. 하와는 망설였다.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두 가치 입에 물고 한꺼번에 불을 붙였다.
"자 담배를 피워요. 우리 담배를 피우면서 담쟁이 넝쿨에 대
해서 더 이야기하도록 해요."
"좋아."
아담은 담배를 맛있게 피웠다. 굶주린 사람이 피자를 먹어
치우는 듯한 그런 얼굴로 담배를 맛있게 피웠다.
"사랑스러워요. 어쩌면 이 분은 이렇게 화가 나 있는 모습이
더 보기가 좋을까."
하와는 아담 옆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아담의 남성을 쓰다듬
어 주었다. 축축한 남성이었다. 하지만 축축해서 오히려 야성
미가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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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3)
하와는 아담의 남성에 장미를 꽂고 향수란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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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한 송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와는 우뚝 서 있는 아담의 남성을 쓰다듬으며 담배 연기
를 길게 내 뿜었다. 커튼이 쳐진 창문 틈으로 바람이 스며들
어 오는지 담배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창문 반대편으로
흩어져 갔다.
"장미? 장미라면 요 아래 카운터의 화병에 꽂혀 있던데. 근데
장미는 갑자기 왜?"
아담이 갈증을 면한 사람처럼 넉넉한 표정으로 누워 있다가
눈을 뜨며 반문했다.
"어머, 그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와는 맨 몸 위에 청바지를 입었다. 풀어진 와이셔츠의 단
추를 채우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 연기를 풀풀 날리며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아담의 말대로 카운터에는 주둥아리가 깨진
화병에 장미 한 다발이 화려하게 꽃여 있었다. 어느 여잔가
그 장미 때문에 여관에 들어와서 장미 꽃다발을 받친 남자에
게 처녀성을 주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카운터 앞까지 살금살금 걸어갔다. 조바는 비디오를 보고 있
었다. 화면 가득히 여자의 하반신이 보였다. 포르노 비디오였
다. 서울이란 도시는 온통 포르노에 젖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비교적 싱싱하고, 줄기가 가는 장미 한 송이를 뺏
다. 돌아서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성큼성큼 뛰어 올
라갔다.
장미, 장미 한 송이-
그대가 건네준 장미 한 송이-
하지만 오늘은.....
콧노래를 부르며 아담이 누워 있는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뒤로 돌려 잠금쇠를 잠그고 아담에게로 갔다.
"내 눈이 틀림없지?"
아담이 침대에 누운 체 자랑스럽게 웃었다. 그는 하와가 밖
으로 나가기 전과 똑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 바지를 벗
고 상위를 입은 자세로 침대에 누워 담배 연기를 도너츠를 만
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요. 당신의 말은 항상 맞아요. 만약에 당신이 보리로 만
든 피자를 파는 집이 있다면 난 보리 피자를 먹으로 가기 위
해 그 집을 찾을 거예요."
하와는 그 말을 남겨 두고 화장실로 들어가 장미를 깨끗이
씻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와서 아담의 상위를 벗겼
다. 아담은 장미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서 순순히 옷
을 벗었다.
"노래를 불러 주겠어요."
하와는 자신도 옷을 모두 벗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나
신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크기의 젖
가슴은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허리는 잘록했고, 힙은 몸매에
비해서 큰 편이었다. 꽃잎을 가리고 있는 검은 숲은 너무무성
해서 마치 검열에 걸린 사진에 검은 칠을 해 놓은 것처럼 보
였다.
"눈을 감아요."
하와는 갈증이 났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담뱃불을 붙
였다. 밖이 어두워지고 있는지 실내의 불이 조금 전 보다 훨
씬 밝아 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떨리는걸."
아담은 빙긋이 웃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육체는 조
각품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약간은 야윈 듯 한 몸이었다.
상체보다는 하체가 많이 여위었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배
에 군살이 붙어 있었다.
그런 아담의 나신이 하와를 약간 슬프게 했으나 개의치 않
기로 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몸이 아니고, 그의 푸른
영혼이니까.
"아플지도 몰라요."
하와는 일부러 아담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갖다 대고 속삭이고
나서 그의 남성을 어루만졌다. 잠자고 있던 남성이 빠른 속
도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힘줄이 돋아날 정도로 쇳덩
이처럼 굳어져 버렸다.
"사랑해요."
하와는 아담의 남성을 혀로 부드럽게 애무했다. 아담이 손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하와는 아담의
남성을 입안 가득히 물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애무를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조금만 참아요."
하와는 아담의 남성을 부드럽게 쥐고, 벌어진 요도 안에 껍
질을 벗기고 줄기 끝을 부드럽게 만든 장미 송이를 꽂았다.
"무얼 하는 거야."
아담이 다리를 움찔거리며 눈을 뜨지 않고 물었다.
"됐어요. 이제 눈을 뜨세요."
하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뒷벽의 거울 앞을 향하여 섰다. 거
울 안으로 아담의 우뚝 선 남성에 꽂혀 있는 장미가 보였다.
천천히 뒤 돌아섰다. 아담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남성이
끄덕 거릴 때 마다 장미 송이가 따라 움직였다.
"당신을 위한 노래를 불러 주겠어요"
하와는 초등 학생이 독창을 하는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목청
을 다듬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나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개으른 울음 우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아
질화로에 재가 식으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러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아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눈을 감고 부르는 하와의 음성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
냥 강물이 소리내어 흐르는 것처럼 같은 크기고 조용조용 흘
러서, 작은 여관방 안을 춤추고 다녔다.
하와는 정지용 시의 향수를 부르고 나서 눈을 떴다. 장미꽃
이 침대 바닥을 향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아담 곁으로
갔다.
"이 분은 내 노래를 싫어 하나 봐. 졸고 있네."
하와가 축 늘어진 아담의 남성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속삭일
때 아담이 천천히 일어났다.
"사랑해."
아담은 하와를 굳게 껴 않았다. 하와는 아담이 껴 않으면 껴
않을수록 그의 품에 안겼다.
"사랑해요."
하와는 아담의 영혼을 사랑하고 싶었다. 영혼을 사랑하고 싶
어서 그의 가슴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담이 껴 않으면 껴
않을수록 더 꼭 껴않아 달라고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였다.
* *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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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4)
우리 알몸으로 자작나무 숲을 거닐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말이 필요 없다. 육체도 갈대처럼 속삭
일 줄 알기 때문이다.
하와는 아담의 남성에서 떨어져 나온 장미꽃을 주워서 자신
의 꽃잎에 꽂았다.
"날 봐요."
하와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담을 일으켜 세워, 침대 저 끝
으로 가 보라고 했다.
아담은 의자에 앉아 술이 마시고 싶다고 했다. 캔 맥주를
마시면서 하와의 꽃잎에 꽂힌 장미꽃을 감상하고 싶다며 마
른 웃음을 풀풀 날렸다.
"그래요. 술이 마시고 싶으면 술을 마셔요. 내실에 전화를 해
서 맥주를 같다 달라고 하면 금방 올라 올꺼예요."
하와는 꽃잎이 수축되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맥주 좀 같다 줄 수 있죠. 네. 금방 가져 온다구요?"
하와는 아담이 맥주를 받기 위해 것 옷을 걸치는 소리가 자작
나무 숲에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렸다. 문득 알몸으로
꽃잎에 싱싱한 장미를 꽂고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 싶은 생각
이 들렸다. 녹크 소리가 들렸다. 아담이 주머니를 뒤지는 소
리도 들렸다. 금방이라도 여관 조바가 슬며시 방안으로 들어
올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젖꼭지가 팽팽하게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우리 자작나무 가 있는 숲에 갈래요?"
하와가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아담에게 말했다.
"자작나무 숲에서 거닐고 싶어?"
어쩌면......
하와는 자신의 심중을 백 프로 소화시키는 아담이 마냥 사랑
스럽기만 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옷을 벗고 자작나무 숲을 거닐어요. 그리
고 검은 바위에 걸터앉아 노래를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말이
예요. 바람이 불어서 추우면 중국 제 고량주를 마시면 될꺼
예요. 알코올 도수가 사십 오도나 되니까. 자작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쯤은 견뎌 낼 수 있을 꺼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래, 난 사십 오 도 짜리 중국제 고량주를 마시고 섹스를
하겠어. 내 입에서 옥수수 냄새가 날지도 몰라. 하지만 너를
낙엽 위에 눕혀 놓고, 이마에 땀이 흐를 때까지 섹스를 하겠
어. 산비둘기가 놀라서 도망 갈지도 모르지. 까마귀란 놈은
엉큼하니까, 가시덤불 속에 숨어서 너의 잘생긴 젖꼭지를 훔
쳐볼지도 모르지. 때까치는 노래를 부를 거야. 모처럼 만에 인
간들이 자연 속에 돌아 왔다고 축가를 부를지도 몰라."
아담의 음성이 떨려 나오고 있었다. 입술에 묻은 맥주 거품
을 닦아 내는 그의 눈빛에서 광채가 뻗어져 나왔다.
"그래요. 떡갈나무 낙엽 위에서 섹스를 한다는 발상은 정말 멋
지네요.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섹스를 하는 것 보
다 더 환상적일 지도 몰라요. 하지만 경의선 열차를 바라보
며 가로 공원에서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스릴이 없겠죠."
하와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담을 쳐다보았다. 어느 틈에 아담
의 남성이 우뚝 서 있었다.
"섹스는 스릴이 아냐. 포르노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야. 오직
영혼의 속삭임 일 뿐야."
아담이 자기 남성을 어루만지며 음유시인이 피아노 반주에 시
를 낭송하는 듯 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멋진 말이예요. 하지만 스릴이 없는 섹스는 왠지 싱거워요.
그렇다고 아담 당신께, 늘 스릴이 있는 섹스를 원하는 건 아
니예요. 전 솔직히 지하철 안에서 당신이 섹스를 하고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요. 새벽녘의
지하철 안이었다면 난 아담의 바지 지퍼를 열었을 지도 몰라
요. 섹스를 스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예요. 때론 그럴때가 있다는 말이죠."
하와는 자기 꽃잎에 꽂혀 있는 장미 꽃송이를 어루 만졌다.
장미꽃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가지가 흔들리 면서 꽃잎이 꿈
틀 거렸다.
"그래. 하와의 말도 일리가 있어. 섹스는 스릴이기도 해. 하지
만 사랑이 없는 섹스에는 스릴이 없어, 왜냐 하면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경의선 열차의 불빛을 보면서 가로 공원에서 섹
스를 할 수 있거든."
아담은 눈을 감고 남성을 어루만졌다. 입을 반쯤 벌리고 거친
숨을 내 쉬기 시작했다.
"그만해요. 그만하고 이쪽으로 와요. 내 꽃잎이 축축이 젖어
있잖아요. 빨리 오세요."
하와는 아담에게 손짓했다.
"장미꽃 보다 당신이 아름다워. 장미꽃은 당신의 꽃잎에 꽂
혀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아담이 우뚝 선 남성을 흔들면서 하와에게 다가 왔다. 그리
고 천천히 꽃잎에 꽂혀 있는 장미 꽃을 빼서 하와의 입술에
줄기를 물려 주었다.
"으......음"
하와는 장미꽃을 잎에 물고 길게 신음했다. 아담의 혀가 장
미꽃이 꽂혀 있던 꽃잎을 간지럽협기 때문이다.
"장미꽃을 떨어트리지마. 이건 명령이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지."
아담이 적극적으로 꽃잎을 애무하다 고개를 들고 말했다.
"으으으......알았어요."
하와는 장미꽃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이빨로 장미꽃 줄기
를 물고 간신히 말했다. 그러다 여느 날 보다 우람하고, 딱딱
한 아담의 남성이 꽃잎을 파고드는 순간 허리를 활처럼 휘면
서 아담의 어깨에 매달렸다.
시간이 흘렀다.
혼곤하게 잠이 들었는가 싶더니 갈증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어느 틈에 여관 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
다. 어디선가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복도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새꺄, 하기 싫으면 옷 벗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방안에까지 들려 왔다.
"까고 앉아 있네. 내가 처음부터 맘에 안 든다고 했잖아. 근데
도 내년이 서비스 기똥차게 해 준다고 홀라당 벗지 않았어."
남자의 비웃음 소리가 공허하게 들려 왔다.
"벼영신 한 입 물어뜯은 번데기 만한 물건을 촐랑거리면서
그래도 사내라고, 기똥찬 서비스를 원해. 아나- 자식아 너 같
은 놈은 돈을 보따리로 싸가지고 와도 상대 안해 준다. 재수
가 없으려니까 개시부터 내시 같은 놈이 기분 잡치고 있네."
"야 이년아 한 입 물어뜯은 번데기건, 씹다만 번데기건 너 같
은 년은 트럭으로 한 트럭을 대령 해도. 눈하나 껌쩍 안할테
니 빨리 꺼져."
"야 이새꺄, 하든 안하든 네 놈 물건하고 빡치기는 했으니까
기본 요금은 줘야 할꺼 아냐?"
"별 시답지 않은 말 다 들어보겠네. 빡치기는 내가 했냐. 네
년이 가랑이 벌리고 대 들었지. 아무리 똑 같은 영업용 이라
지만, 기본 요금 달라는 년 처음 봤네."
"이 새끼가 계속 약 올리고 있어. 너 이 새끼 맛 좀 볼래?"
"어쭈구리. 똥 폼 잡고 개그 하냐?"
"에라 이 놈 맛 좀 봐라."
"어어어, 이년이 어딜 잡아 당겨! 사람 살려!"
남자의 비명 소리에 아담이 깨어났다.
"밖에서 왜 그래?"
아담은 눈을 뜨자 마자 담배부터 찾았다.
"화대 문제 때문에 그러는 가 봐요."
하와는 담뱃불을 붙여서 아담의 입술에 꽃아 두고 사랑이 담
뿍 담긴 시선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저런 원시인이 이 도시에 존재하는가?"
아담이 기가 막히다 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밀림의 법칙 아닌가요?"
하와는 아담의 목을 끌어 당겨 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
다.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야. 아무리 섹스
가 하고 싶다고 해도 돈을 주고 여자를 사면 안돼. 그건 원
시 시대에 사슴 뒷다리를 주고 여자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
어. 정 섹스가 하고 싶으면 여자에게 사정을 해야 돼. 난 당
신하고 섹스가 하고 싶다고 말야."
"당신다운 발상이예요. 하지만 세상의 여자들은 처음 보는
남자하고 섹스를 원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그게 문제죠."
"그렇지 않아 여자들도 인간야. 그들도 섹스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다만 참고 있는 거지."
"맞아요. 당신의 말은 무조건 옳은 말이에요. 당신은 나를 처
음 만난 날 섹스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받아 들였고........"
하와가 아담의 추억을 싸늘히 식은 블랙 커피에 타서 홀짝이
고 있을 때 요란스럽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 동안 별 일 없었습니까?"
정사장 이었다. 하와는 마른 웃음을 풀풀 날리며 걱정 해 주
는 덕분에 별 탈 없이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대답했다.
"소설은 어느 정도 완성 돼 갑니까?"
정사장이 전화를 건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하와는 구성은
다 해 놨지만 아직 시작은 안 했다고 건조한 음성으로 대답
했다.
"그래요. 그럼 이번 주말쯤 김사장님을 만나서, 그 동안의 결
과에 대해 보고를 드리는 것으로 하죠. 어때요?"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만나서 내가 쓰고자 하는 의도
를 설명해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드리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군요. 입맛에 맞는 말도 아니구요."
"하하하, 그렇게 들렸다면 수정하죠. 하와씨 께서 김사장님을
만나 소설이 나갈 방향에 대해 말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그렇기 하기로 하죠."
하와는 정사장의 능글맞은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홀짝 마셔 버렸다. 김 사장을 만나 진
지하게 포르노를 논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담뱃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훅 품어 내는 순간
어느틈에 팬티가 축축히 젖어 있다는 것을 알고 쓰게 웃어버
리고말았다.
-계속-
[14]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1)
지하철 안에서는 섹스를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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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골목에는 올씨년 스
러운 늦가을의 바람이 거인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가, 바람난 여인 내의 속울음 소리를 내며 달려 와서 울부짖
었다.
하와는 벌써 석잔 째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늦가을의 깊은 밤, 우유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스
물 일곱 살의 하와 눈 속에는 절반쯤 차 있는 푸른 소주병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를 정말 사랑했었을까?
어느 날 불쑥 불빛을 보고 찾아 드는 부나비처럼 찾아 들었
다가, 축배를 들던 빈 술잔 만 남겨 놓고 떠난 아담을 생각할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질문이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었다면......
아담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섹스를 원할 때마다 배
고픈 아이처럼 섹스에 굶주린 눈빛으로 원할 때 응해주지 않
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당신이 섹스를 원할 때 해주지 못하면 꼭 밥을 해 놓고
주지 못하는 엄마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아담에게 그렇게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아담이 섹스를 원할 때, 그리고 그의 눈빛이 정염으로 불타
오를 때 섹스를 거절하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아담은 수시로 섹스를 원했다. 그럴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아
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난 숫케 처럼 쇳내음을 풍
기며 귓전을 간지럽혔다.
나 지금 미치도록 하고 싶어. 이걸 만져 봐.
아담은 귓전을 녹여 버릴 것처럼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손을 슬며시 끌어다가 단단하게 굳어 있는 남성을 만지게 했
다. 어느 때는 지하철 안에서 바바리 코트 속에 우뚝 서 있는
남성을 만지게 하는가 하면, 백화점 의 할인 매장 앞에서 옷
을 고르고 있을 때 슬쩍 뒤로 와서, 술병처럼 굳어 있는 남성
으로 엉덩이를 찌르며 속삭였다.
"나 미치도록 하고 싶은 거 있지."
아담은 마치 주기적으로 섹스를 하지 못하면 밧대리가 다 된
녹음기처럼 음성이 늘여지면서, 눈빛이 풀어져 버렸다. 때로는
삼일을 굶은 아이처럼 허리가 휘청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여기서 어떻게 해."
지하철 안에서 였던가. 구석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아담이 갑자기 손을 쓸어다 단단히 굳어 있는 남성을 덮으며,
지금 미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렇게 대답을 하며
아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애처로울 만큼 갈망
에 떨고 있었다.
"그래, 여.기.는.지.하.철.안.이.지.....지.하.철.안.에.서.는.섹.스.를,
할.수.없.어."
아담이 성애 낀 유리창에 글자를 한자 한자 적어 가듯이 힘
없이 말했을 때 슬픔이 와락 밀려왔다.
승객 두어 명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신 새벽의 지하철 안이
었다면 그의 바지 지퍼를 열고 굶주림에 떨고 있는 남성을 보
듬어 안아 주고 싶으련만 불행하게도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오직 신성한 섹스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흥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스포츠 신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이 어디지?"
아담의 얼굴에 쓸쓸한 비애가 기어다니는 것을 보며 슬며시
바바리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애야 조금만
참아,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의 남성을 가만히 잡아 주었
다. 그가 섹스 때문에 비틀거리지 않도록, 그의 눈빛이 섹스
때문에 애처롭게 떨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담의 남성이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스 처럼 꿈틀 거리는 가
했더니, 그의 눈빛에서 생기가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종로 삼 가, 아니 독립문 일 꺼야."
아담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거기서 내려."
아담의 떨리는 음성을 듣는 순간, 해로인 에 중독 된 사람이
주사 바늘을 보고 떨리는 음성으로 이쪽에다 놔줘, 라고 말하
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의 남성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그 정도 만 해주어도 살 것 같애."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영자
지를 읽고 있던 여대생 풍의 여자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아담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
기를 감지 했는지 얼른 신문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와는 그런 여대생의 얼굴을 보는 순간 행복감을 느꼈다.
그녀는 모르리라. 지금 이 순간 아담이란 남자가 날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 모르리라. 내가 아니면 아담은 해로인 기운
이 떨어져 가는 중독자처럼 비틀거리다가 이 도시 어느 습진
골목에서 죽어 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녀는 모르리라는 생각
에서 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담과 동거 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에도
독립문에는 여관이 흔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땅의 독
립을 위하여 피를 흘렸던 수많은 애국 열사들의 영혼이 떠다
니는 거룩한 성지에 수많은 남녀들의 땀으로 얼룩지고 정액
냄새가 나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담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집에서만 섹스를 하나 봐."
여관을 찾아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지친 아담이 슬픈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시를 써, 이럴 때 시를 쓰라고. 원래 절망스러울 때 좋은 시
가 나오는 법이 잖어."
시나브로 하와는 아담 보다 도 더 섹스가 하고 싶었다. 이미
그녀의 꽃잎은 물에 불린 비누처럼 매끄럽게 젖어 있었다. 섹
스를 하고 싶을 때는 오직 동물 적인 욕망만이 존재 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엉뚱하게도 시를 쓰라고 재촉했다.
"그래. 우선 목부터 축이자. 콜라를 마셔야 갰어. 아니 캔 맥
주를 마실 꺼야. 그러면 좀 낳아 지겠지. 그리고 나서 시를 쓰
겠어. 너를 위한 시를 쓰겠어. 그럼 됐지?"
아담이 절망스럽게 물었다.
"시가 써지지 않으면 억지로 쓸 필요는 없어. 어차피 아담의
육체가 곧 만년필이니까. 내 몸 위에다 써 줘."
하와는 여관을 찾지 못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비디오 방
이 보였다. 순간 밀폐된 공간과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포르
노 영화가 생각났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사랑하는
아담과의 섹스는 사랑의 표현 일 뿐이지. 포르노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였다.
오늘은 좀 더 진지하게 섹스를 해야지. 반듯이 아담을 기쁘
게 해주겠어.
드디어 여관이 보였다. 여관은 아이러니 하게도 산부인과 건
물 뒤에 숨어서 관 자란 글자만 내 보이고 있었다. 여관에서
섹스를 하고, 산부인과에서 인공 중절 수술을 한 다음에 관에
넣으라는 말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뛰는 걸음으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독립문 여관.
아담은 만주 벌판을 외롭게 달리는 독립 투사 같은 얼굴로
독립문 여관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낮에 여관을 찾
는 아베크 족이 어디 한 둘이겠냐 마는 아담의 얼굴에 깃들인
비장감이 너무 넘쳐 흘렸는지 여관 조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2층으로 따라 올라 왔다.
"싸우러 오는 건 아니겠죠?"
조바가 돈과 키를 바꾸며 하와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싸우러 오는 거예요."
하와는 싱긋 웃어 주며 어서 조바가 밖으로 나가길 기다렸
다. 그녀도 급했기 때문이었다.
"옆 방 손님에게 피해는 주지 말구려."
여관이란 건물이 어차피 두평 남직한 공간을 대여 해 주고
돈을 받는 만큼, 대여해 준공간에서 살인만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허용해 주는 장소인 탓인가. 조바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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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2)
내 가슴에 길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연꽃이 대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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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할 말이 없다. 생각 같아서는 가슴속에
담긴 한 마디 까지 남김없이 털어놓고 싶지만, 반가움의 깊이
가 더 할수록 비례적으로 대화의 소재도 빈곤한 법이다.
하와는 지하철에서와 다르게 막상 사면이 벽으로 가려진 허
가난 섹스 숍에 도착하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아담을 쳐다보았다.
"넌 지금 하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담이 커튼을 닫고 나서 돌아서서 조용히 물었다.
"아니. 하고 싶어."
하와는 아담에게 가까이 갔다.
"그래. 우선 섹스부터 하자, 난 지금 다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하는 대로 너의 몸에 시를 써 주께."
아담이 가까이 다가 와서 그만이 독특한 냄새를 풍겼다. 그
것은 쇳내음이자 땀 냄새이기도 했다.
하와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길 잘
드려진 충견 마냥 그의 앞에 앉아서 바지 지퍼를 주르르 내렸
다. 그 안에 형광 불빛이 보고 싶어 몸부림치며 아우성 치고
있는 아담이 남성이 팬티를 불쑥 내 밀었다. 하와는 그것마저
소중하게 벗겼다. 그리고 성이 난 얼굴로 끄덕거리는 아담의
남성을 소중하게 감싸고 입안에 넣었다.
"아퍼!"
아담이 기다렸다는 듯이 하와의 머리카락을 움켜 쥘 때, 하
와는 숨을 쉴 수 없어서 간신히 말했다.
"말을 하지마. 말을 하지 말고 내가 네 몸으로 시를 쓰듯이
원고지가 되어 줘. 잉크가 잘 먹는 원고지 말야."
아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천장을 쳐다보았다. 하와는
아담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굶주린 늑대 한 마리가 입을 벌
리고 괴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위로 천정을 도
배한 정육각형의 꽃무뉘 벽지가 보였다. 그 꽃 무뉘 벽지는
서울에서 어울리지 않는 벽지 였다. 영주나, 봉화, 아니면 태
백 쯤의 역전 부근에 있는 여인숙에서 쉽게 볼수 있는 벽지
였다. 그러나 어떠랴, 서울 스러운 벽지를 붙였지 않았다 해서
하와의 남성을 목구멍 끝까지 집어 넣고 싶은 욕망의 불꽃이
사그러들지는 않는다. 다만 약간은 낯설다는 느낌이 들뿐이었
다.
아담이 하와의 옆구리에 두 손을 집어넣어 가만히 일으켜 세
웠다. 그리고 하와의 청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밸트 라인
의 단추를 풀지도, 지퍼를 내리지도 않은 상태여서 하와는 훅
숨을 들어 마셔야 했다.
아담의 손은 꽉 조인 청바지 밸트라인 때문에 자유스럽지 못
했다. 그 자유스럽지 못한 손가락 끝으로 팬티 아래를 문질렀
다. 하와는 축축하게 젖어 있는 팬티 밖으로 와 닿은 아담의
손끝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그건 목마른 열정이었다.
사막을 걸어 온 아라비아 상인이 목 쉰 음성으로 부르는 사
랑의 아리아 였다.
이 사람은 왜 허물뿐인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지 않지, 왜
단추를 따지 않는 걸까, 왜 지퍼를 열고 바지를 끌어 내지 않
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의 입이 오뚝
서 있는 젖꼭지를 포도 알을 머금은 듯이 빙빙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건 또 다른 목마름이었다.
그것은 옹달샘 옆에 서 있는 목마른 승냥이에게 물을 나누어
주지 못하는 그런, 물이 있으면서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지
못하는 상대적인 목마름이었다.
나를 빨리 가져, 빨리 가지라고.
하와는 서둘러서 비지 단추를 따고 지퍼를 열었다. 팬티를
끌어내린 다음에 둥지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아담의 남
성을 끌어다 이곳이 너의 집이야 라고 속삭여 주었다.
헉!
아담은 하와의 윈 발을 들어 올렸다. 하와는 까치발을 띄며
왼발로 아담의 등을 휘어 감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태고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을 때,
사랑의 언어로 사용하던 구구법(九九法)이 바로 이것이었어.
머릿속으로 지하철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터널에서 터널로 달
려가던 지하철이 역사에 도착하면서 잠깐 승객을 토해 내고
다시 줄기차게 어둠 속의 터널로 달려가고 있었다.
"담쟁이 넝쿨을 알고 있지?"
"그래요 계....계속 해봐요."
"당쟁이 넝쿨이 바위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 가 알고 있
어?"
"아.....아뇨. 근데 그게 중요해요."
"중요하지. 담쟁이 넝쿨은 모두 수컷 뿐야. 그래서 암놈 바위
를 찾아 구멍에다 뿌리를 내리지 이렇게 말여."
"아.....아 황홀한 거짓말 같아요. 하지만 좋아. 그래요 힘껏
뿌리를 내려요. 맞어요 그렇게."
"난 당쟁이 넝쿨이 되고 싶어. 너의 가슴에 빨간 손자국을
남기는 담쟁이 넝쿨이 되어 너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싶
어."
"조....좋아요. 하지만 난 바위가 되지 못해요. 그냥 물로 남아
있을래요. 당신은 화려한 꽃을 피우는 연꽃이 되어 줘요. 내
가슴에 길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연꽃이 되어 달란 말이에
요."
"그....으래."
아담은 지친 얼굴로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의 남성은 아직
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기고 만장한 자세로 끄덕거리고 있었
다. 하와는 망설였다.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두 가치 입에 물고 한꺼번에 불을 붙였다.
"자 담배를 피워요. 우리 담배를 피우면서 담쟁이 넝쿨에 대
해서 더 이야기하도록 해요."
"좋아."
아담은 담배를 맛있게 피웠다. 굶주린 사람이 피자를 먹어
치우는 듯한 그런 얼굴로 담배를 맛있게 피웠다.
"사랑스러워요. 어쩌면 이 분은 이렇게 화가 나 있는 모습이
더 보기가 좋을까."
하와는 아담 옆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아담의 남성을 쓰다듬
어 주었다. 축축한 남성이었다. 하지만 축축해서 오히려 야성
미가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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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3)
하와는 아담의 남성에 장미를 꽂고 향수란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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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한 송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와는 우뚝 서 있는 아담의 남성을 쓰다듬으며 담배 연기
를 길게 내 뿜었다. 커튼이 쳐진 창문 틈으로 바람이 스며들
어 오는지 담배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창문 반대편으로
흩어져 갔다.
"장미? 장미라면 요 아래 카운터의 화병에 꽂혀 있던데. 근데
장미는 갑자기 왜?"
아담이 갈증을 면한 사람처럼 넉넉한 표정으로 누워 있다가
눈을 뜨며 반문했다.
"어머, 그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와는 맨 몸 위에 청바지를 입었다. 풀어진 와이셔츠의 단
추를 채우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 연기를 풀풀 날리며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아담의 말대로 카운터에는 주둥아리가 깨진
화병에 장미 한 다발이 화려하게 꽃여 있었다. 어느 여잔가
그 장미 때문에 여관에 들어와서 장미 꽃다발을 받친 남자에
게 처녀성을 주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카운터 앞까지 살금살금 걸어갔다. 조바는 비디오를 보고 있
었다. 화면 가득히 여자의 하반신이 보였다. 포르노 비디오였
다. 서울이란 도시는 온통 포르노에 젖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비교적 싱싱하고, 줄기가 가는 장미 한 송이를 뺏
다. 돌아서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성큼성큼 뛰어 올
라갔다.
장미, 장미 한 송이-
그대가 건네준 장미 한 송이-
하지만 오늘은.....
콧노래를 부르며 아담이 누워 있는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뒤로 돌려 잠금쇠를 잠그고 아담에게로 갔다.
"내 눈이 틀림없지?"
아담이 침대에 누운 체 자랑스럽게 웃었다. 그는 하와가 밖
으로 나가기 전과 똑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 바지를 벗
고 상위를 입은 자세로 침대에 누워 담배 연기를 도너츠를 만
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요. 당신의 말은 항상 맞아요. 만약에 당신이 보리로 만
든 피자를 파는 집이 있다면 난 보리 피자를 먹으로 가기 위
해 그 집을 찾을 거예요."
하와는 그 말을 남겨 두고 화장실로 들어가 장미를 깨끗이
씻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와서 아담의 상위를 벗겼
다. 아담은 장미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서 순순히 옷
을 벗었다.
"노래를 불러 주겠어요."
하와는 자신도 옷을 모두 벗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나
신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크기의 젖
가슴은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허리는 잘록했고, 힙은 몸매에
비해서 큰 편이었다. 꽃잎을 가리고 있는 검은 숲은 너무무성
해서 마치 검열에 걸린 사진에 검은 칠을 해 놓은 것처럼 보
였다.
"눈을 감아요."
하와는 갈증이 났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담뱃불을 붙
였다. 밖이 어두워지고 있는지 실내의 불이 조금 전 보다 훨
씬 밝아 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떨리는걸."
아담은 빙긋이 웃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육체는 조
각품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약간은 야윈 듯 한 몸이었다.
상체보다는 하체가 많이 여위었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배
에 군살이 붙어 있었다.
그런 아담의 나신이 하와를 약간 슬프게 했으나 개의치 않
기로 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몸이 아니고, 그의 푸른
영혼이니까.
"아플지도 몰라요."
하와는 일부러 아담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갖다 대고 속삭이고
나서 그의 남성을 어루만졌다. 잠자고 있던 남성이 빠른 속
도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힘줄이 돋아날 정도로 쇳덩
이처럼 굳어져 버렸다.
"사랑해요."
하와는 아담의 남성을 혀로 부드럽게 애무했다. 아담이 손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하와는 아담의
남성을 입안 가득히 물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애무를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조금만 참아요."
하와는 아담의 남성을 부드럽게 쥐고, 벌어진 요도 안에 껍
질을 벗기고 줄기 끝을 부드럽게 만든 장미 송이를 꽂았다.
"무얼 하는 거야."
아담이 다리를 움찔거리며 눈을 뜨지 않고 물었다.
"됐어요. 이제 눈을 뜨세요."
하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뒷벽의 거울 앞을 향하여 섰다. 거
울 안으로 아담의 우뚝 선 남성에 꽂혀 있는 장미가 보였다.
천천히 뒤 돌아섰다. 아담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남성이
끄덕 거릴 때 마다 장미 송이가 따라 움직였다.
"당신을 위한 노래를 불러 주겠어요"
하와는 초등 학생이 독창을 하는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목청
을 다듬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나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개으른 울음 우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아
질화로에 재가 식으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아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러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는 곳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아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눈을 감고 부르는 하와의 음성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
냥 강물이 소리내어 흐르는 것처럼 같은 크기고 조용조용 흘
러서, 작은 여관방 안을 춤추고 다녔다.
하와는 정지용 시의 향수를 부르고 나서 눈을 떴다. 장미꽃
이 침대 바닥을 향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아담 곁으로
갔다.
"이 분은 내 노래를 싫어 하나 봐. 졸고 있네."
하와가 축 늘어진 아담의 남성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속삭일
때 아담이 천천히 일어났다.
"사랑해."
아담은 하와를 굳게 껴 않았다. 하와는 아담이 껴 않으면 껴
않을수록 그의 품에 안겼다.
"사랑해요."
하와는 아담의 영혼을 사랑하고 싶었다. 영혼을 사랑하고 싶
어서 그의 가슴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담이 껴 않으면 껴
않을수록 더 꼭 껴않아 달라고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였다.
* *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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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목 :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추억속의 포르노 (4)
우리 알몸으로 자작나무 숲을 거닐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말이 필요 없다. 육체도 갈대처럼 속삭
일 줄 알기 때문이다.
하와는 아담의 남성에서 떨어져 나온 장미꽃을 주워서 자신
의 꽃잎에 꽂았다.
"날 봐요."
하와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담을 일으켜 세워, 침대 저 끝
으로 가 보라고 했다.
아담은 의자에 앉아 술이 마시고 싶다고 했다. 캔 맥주를
마시면서 하와의 꽃잎에 꽂힌 장미꽃을 감상하고 싶다며 마
른 웃음을 풀풀 날렸다.
"그래요. 술이 마시고 싶으면 술을 마셔요. 내실에 전화를 해
서 맥주를 같다 달라고 하면 금방 올라 올꺼예요."
하와는 꽃잎이 수축되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맥주 좀 같다 줄 수 있죠. 네. 금방 가져 온다구요?"
하와는 아담이 맥주를 받기 위해 것 옷을 걸치는 소리가 자작
나무 숲에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렸다. 문득 알몸으로
꽃잎에 싱싱한 장미를 꽂고 자작나무 숲을 거닐고 싶은 생각
이 들렸다. 녹크 소리가 들렸다. 아담이 주머니를 뒤지는 소
리도 들렸다. 금방이라도 여관 조바가 슬며시 방안으로 들어
올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젖꼭지가 팽팽하게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우리 자작나무 가 있는 숲에 갈래요?"
하와가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아담에게 말했다.
"자작나무 숲에서 거닐고 싶어?"
어쩌면......
하와는 자신의 심중을 백 프로 소화시키는 아담이 마냥 사랑
스럽기만 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옷을 벗고 자작나무 숲을 거닐어요. 그리
고 검은 바위에 걸터앉아 노래를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말이
예요. 바람이 불어서 추우면 중국 제 고량주를 마시면 될꺼
예요. 알코올 도수가 사십 오도나 되니까. 자작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쯤은 견뎌 낼 수 있을 꺼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래, 난 사십 오 도 짜리 중국제 고량주를 마시고 섹스를
하겠어. 내 입에서 옥수수 냄새가 날지도 몰라. 하지만 너를
낙엽 위에 눕혀 놓고, 이마에 땀이 흐를 때까지 섹스를 하겠
어. 산비둘기가 놀라서 도망 갈지도 모르지. 까마귀란 놈은
엉큼하니까, 가시덤불 속에 숨어서 너의 잘생긴 젖꼭지를 훔
쳐볼지도 모르지. 때까치는 노래를 부를 거야. 모처럼 만에 인
간들이 자연 속에 돌아 왔다고 축가를 부를지도 몰라."
아담의 음성이 떨려 나오고 있었다. 입술에 묻은 맥주 거품
을 닦아 내는 그의 눈빛에서 광채가 뻗어져 나왔다.
"그래요. 떡갈나무 낙엽 위에서 섹스를 한다는 발상은 정말 멋
지네요.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섹스를 하는 것 보
다 더 환상적일 지도 몰라요. 하지만 경의선 열차를 바라보
며 가로 공원에서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스릴이 없겠죠."
하와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담을 쳐다보았다. 어느 틈에 아담
의 남성이 우뚝 서 있었다.
"섹스는 스릴이 아냐. 포르노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야. 오직
영혼의 속삭임 일 뿐야."
아담이 자기 남성을 어루만지며 음유시인이 피아노 반주에 시
를 낭송하는 듯 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멋진 말이예요. 하지만 스릴이 없는 섹스는 왠지 싱거워요.
그렇다고 아담 당신께, 늘 스릴이 있는 섹스를 원하는 건 아
니예요. 전 솔직히 지하철 안에서 당신이 섹스를 하고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요. 새벽녘의
지하철 안이었다면 난 아담의 바지 지퍼를 열었을 지도 몰라
요. 섹스를 스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예요. 때론 그럴때가 있다는 말이죠."
하와는 자기 꽃잎에 꽂혀 있는 장미 꽃송이를 어루 만졌다.
장미꽃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가지가 흔들리 면서 꽃잎이 꿈
틀 거렸다.
"그래. 하와의 말도 일리가 있어. 섹스는 스릴이기도 해. 하지
만 사랑이 없는 섹스에는 스릴이 없어, 왜냐 하면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경의선 열차의 불빛을 보면서 가로 공원에서 섹
스를 할 수 있거든."
아담은 눈을 감고 남성을 어루만졌다. 입을 반쯤 벌리고 거친
숨을 내 쉬기 시작했다.
"그만해요. 그만하고 이쪽으로 와요. 내 꽃잎이 축축이 젖어
있잖아요. 빨리 오세요."
하와는 아담에게 손짓했다.
"장미꽃 보다 당신이 아름다워. 장미꽃은 당신의 꽃잎에 꽂
혀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아담이 우뚝 선 남성을 흔들면서 하와에게 다가 왔다. 그리
고 천천히 꽃잎에 꽂혀 있는 장미 꽃을 빼서 하와의 입술에
줄기를 물려 주었다.
"으......음"
하와는 장미꽃을 잎에 물고 길게 신음했다. 아담의 혀가 장
미꽃이 꽂혀 있던 꽃잎을 간지럽협기 때문이다.
"장미꽃을 떨어트리지마. 이건 명령이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지."
아담이 적극적으로 꽃잎을 애무하다 고개를 들고 말했다.
"으으으......알았어요."
하와는 장미꽃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이빨로 장미꽃 줄기
를 물고 간신히 말했다. 그러다 여느 날 보다 우람하고, 딱딱
한 아담의 남성이 꽃잎을 파고드는 순간 허리를 활처럼 휘면
서 아담의 어깨에 매달렸다.
시간이 흘렀다.
혼곤하게 잠이 들었는가 싶더니 갈증을 느끼고 눈을 떠보니
어느 틈에 여관 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
다. 어디선가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복도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새꺄, 하기 싫으면 옷 벗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방안에까지 들려 왔다.
"까고 앉아 있네. 내가 처음부터 맘에 안 든다고 했잖아. 근데
도 내년이 서비스 기똥차게 해 준다고 홀라당 벗지 않았어."
남자의 비웃음 소리가 공허하게 들려 왔다.
"벼영신 한 입 물어뜯은 번데기 만한 물건을 촐랑거리면서
그래도 사내라고, 기똥찬 서비스를 원해. 아나- 자식아 너 같
은 놈은 돈을 보따리로 싸가지고 와도 상대 안해 준다. 재수
가 없으려니까 개시부터 내시 같은 놈이 기분 잡치고 있네."
"야 이년아 한 입 물어뜯은 번데기건, 씹다만 번데기건 너 같
은 년은 트럭으로 한 트럭을 대령 해도. 눈하나 껌쩍 안할테
니 빨리 꺼져."
"야 이새꺄, 하든 안하든 네 놈 물건하고 빡치기는 했으니까
기본 요금은 줘야 할꺼 아냐?"
"별 시답지 않은 말 다 들어보겠네. 빡치기는 내가 했냐. 네
년이 가랑이 벌리고 대 들었지. 아무리 똑 같은 영업용 이라
지만, 기본 요금 달라는 년 처음 봤네."
"이 새끼가 계속 약 올리고 있어. 너 이 새끼 맛 좀 볼래?"
"어쭈구리. 똥 폼 잡고 개그 하냐?"
"에라 이 놈 맛 좀 봐라."
"어어어, 이년이 어딜 잡아 당겨! 사람 살려!"
남자의 비명 소리에 아담이 깨어났다.
"밖에서 왜 그래?"
아담은 눈을 뜨자 마자 담배부터 찾았다.
"화대 문제 때문에 그러는 가 봐요."
하와는 담뱃불을 붙여서 아담의 입술에 꽃아 두고 사랑이 담
뿍 담긴 시선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저런 원시인이 이 도시에 존재하는가?"
아담이 기가 막히다 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밀림의 법칙 아닌가요?"
하와는 아담의 목을 끌어 당겨 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
다.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야. 아무리 섹스
가 하고 싶다고 해도 돈을 주고 여자를 사면 안돼. 그건 원
시 시대에 사슴 뒷다리를 주고 여자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
어. 정 섹스가 하고 싶으면 여자에게 사정을 해야 돼. 난 당
신하고 섹스가 하고 싶다고 말야."
"당신다운 발상이예요. 하지만 세상의 여자들은 처음 보는
남자하고 섹스를 원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그게 문제죠."
"그렇지 않아 여자들도 인간야. 그들도 섹스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다만 참고 있는 거지."
"맞아요. 당신의 말은 무조건 옳은 말이에요. 당신은 나를 처
음 만난 날 섹스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받아 들였고........"
하와가 아담의 추억을 싸늘히 식은 블랙 커피에 타서 홀짝이
고 있을 때 요란스럽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 동안 별 일 없었습니까?"
정사장 이었다. 하와는 마른 웃음을 풀풀 날리며 걱정 해 주
는 덕분에 별 탈 없이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대답했다.
"소설은 어느 정도 완성 돼 갑니까?"
정사장이 전화를 건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하와는 구성은
다 해 놨지만 아직 시작은 안 했다고 건조한 음성으로 대답
했다.
"그래요. 그럼 이번 주말쯤 김사장님을 만나서, 그 동안의 결
과에 대해 보고를 드리는 것으로 하죠. 어때요?"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만나서 내가 쓰고자 하는 의도
를 설명해 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드리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군요. 입맛에 맞는 말도 아니구요."
"하하하, 그렇게 들렸다면 수정하죠. 하와씨 께서 김사장님을
만나 소설이 나갈 방향에 대해 말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그렇기 하기로 하죠."
하와는 정사장의 능글맞은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홀짝 마셔 버렸다. 김 사장을 만나 진
지하게 포르노를 논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담뱃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훅 품어 내는 순간
어느틈에 팬티가 축축히 젖어 있다는 것을 알고 쓰게 웃어버
리고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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