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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레드라인(REDLINE) 1부-4

4. 엄마의 고통

즉흥적으로 엄마의 남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게 어디 실현 가능한 말인가? 순간의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지수란 존재가 생겨났지만, 그건 감정적인 교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다. 지수의 존재도, 엄마의 남자가 되고 싶다는 말도 그냥 하나의 사고에 지나지 않았다. 교통사고처럼 [끼익- 쾅!] 하는 그런 사고 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고에는 언제나 수습이 필요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 돌아온 나는 방에 틀어박혀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했던 말은 물론이고, 이제 물릴 수도 없는 지수의 존재까지… 나도 엄마를 피해 다녔지만, 사실 엄마가 더 나를 노골적으로 피했다. 어쩌다가 마주치기라도 하면 나는 물론이고, 엄마도 얼굴이 굳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난 아빠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낳을지 몰랐다. 적어도 아빠는 나를 이해하고, 받아 들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예정대로 엄마는 맞선을 보았고, 외가 가족들 방문이나 전화통화를 보아서 아마도 결혼준비가 착착 진해되는 듯 했다. 어느 날인가, 집에 나 혼자 있는데 외할머니가 방문했다. 물론, 방문 목적은 엄마를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회사일로 늦어진 관계로 외할머니는 나를 불렀다.
“네 엄마 결혼하는 거 너도 알지?”
“예…”
“그래.. 네가 이해해야 한단다. 언제까지 네 엄마 혼자 살 수는 없지 않겠냐..”
“예.. 이해해요.”
“곧 너를 그 사람에게 인사를 시키겠지만, 좋은 사람이란다. 결혼은 했지만, 5년 전에 상처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란다. 직업은 대학교수이고, 조그만 회사도 운영하고 있단다.”
“예…”
“나는 네가 걱정이다만, 그래도 잘 지낼 거라 믿는다.”
“예.. 걱정마세요.”
나로선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가족들 모두가 찬성을 하였고, 엄마도 별다른 반응 없이 그런 가족들의 뜻을 따르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는 아빠 외에 다른 남자가 엄마 곁에 있게 될 거란 사실이 난 몹시 불쾌했으나, 난 그런 불쾌한 심정을 말할 처지가 못되었다.

결혼 준비는 정말 빠르게 진해되었다.
엄마는 결혼을 하면, 그 남자의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으로 했고, 현재의 집은 세를 놓기로 했다. 원래 아빠의 명의로 되어 있던 집이고, 아빠의 돈으로 산 집이었지만, 이혼을 하면서 아빠는 이 집을 엄마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엄마와 결혼 할 남자를 만났다. 키는 엄마보다 약간 큰 편이었지만, 얼핏 보면 엄마 키와 비슷해 보였고, 교수다운 풍채와 고상한 품위가 가득한 것이 정말 사람 좋아 보이는 호인상이었다.
그 남자 앞에서 엄마는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가 나를 대했다.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나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 남자에게 아주 좋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왠지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가증스러웠지만, 나 역시도 엄마 못지 않은 연기를 하며 엄마의 세상 속이기에 동참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에게는 이제 두 명의 엄마와 두 명의 아빠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3년 만에 기가 막히게 내 주변이 변화했다. 하지만, 난 어떤 투정도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벙어리 발언권만 가졌을 뿐이다.
만약, 그 일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는 일도 없었을까? 아니 아빠가 바람만 피우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아님 엄마가 아빠의 실수를 한때의 불장난으로 여기고 받아 주었더라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내 생각은 모두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만 한정되었다.

결혼식 날짜는 빠르게 다가왔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 올수록 엄마는 나에게 아빠에게 갈 것을 점점 강하게 권유했다. 때론 내 자존심을 건드리면서까지 말이다.
“나는 너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눈빛은 싸늘하다 못해 증오까지 서려있었다.
“너 양심이 있는 애니?”
“네 아빠에게 가지 않을 거면 제발 내 눈에 띄지마.. 난 네가 보기 싫어..”
“지수마저 증오하지 않게 해 줄래?”
“생활비는 줄 테니까 자취하는 건 어떠니?”
우연히 마주 칠 때마다 엄마는 끊임없이 나에게 사라져 줄 것을 요구했지만, 나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가 자초한 일이 아니던가.
그러다, 결혼식을 5일 앞둔 시점에 비보가 날아 들었다.
엄마와 결혼할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4중 충돌이라는 큰 사고였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그 남자는 한 쪽 다리와 한 팔의 골절상만 입었을 뿐 다른 곳은 큰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는 결혼식을 치를 수 없었기에 엄마의 결혼식은 자연스럽게 뒤로 미루어졌다.
그 비보는 왠지 모르게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지만, 엄마는 달랐다. 그 마저 내 탓으로 돌리는 듯 했다.
“너랑 있으면 되는 것도 안돼…”
정말 엄마가 나에게 하는 말은 전부 다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이상하게 오기가 생기는 걸 느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는 나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는 듯 느껴지자 그건 이상하게도 나로 하여금 남자로서의 오기를 생기게 했던 것이다.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야..”
“응.. 그래 지혁이구나.. 왠일이냐..”
“나 좀 도와줘..”
“뭘…?”
아빠의 반문에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 정말로 엄마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
“………”
내 말에 아빠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내 머리 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괜히 전화했다는 후회부터, 예전에 아빠가 인정했던 부분이니까 하는 생각까지 침묵이 흐르는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리는 고성능 수퍼 컴퓨터 보다 빠르게 연산을 했다.
“그건 전화로 말할게 못 되는 구나..”
“…..”
“지혁아 그 문제는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 다음 주 토요일 어떠니?”
“좋아요..”
“그래 그럼 토요일 날 학교 마치고서 아빠 집으로 오너라..”
“예…”
전화를 끊은 후 내 심장은 정말 터질 듯이 뛰었다. 얼굴에 모든 피가 몰렸는지 화끈거리다 못해 피부를 뚫고서 피가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정말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조차 없는 아주 파렴치한 말을 내가 한 것이었다. 그것도 내 친 아빠에게 말이다.

나는 아빠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건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일주일을 보내고서 아빠의 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나에게는 새엄마가 되는 아빠의 새로운 아내가 문을 열어주며 나를 반겼다. 미처 그 여자의 존재까지 생각지 못한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야기는 굳이 집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나누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아빠는 가벼운 실내복 차림으로 거실 소파에 나오 마주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간단한 다과상이 마련되고, 아빠의 소개로 나는 그 여자와 인사를 나누었고, 이런 저런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었다. 정말 지루할 정도로 그 시간이 괴로웠다.
“저.. 아빠.. 언제 나갈 거야?”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그렇게 말했다.
“어딜 나가?”
아빠는 의외라는 듯 그렇게 내게 말했다.
“오늘 할 이야기 있다고 했잖아..”
“그래..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볼까?”
“……….”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여자가 있는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자니.. 말도 안되었다.
“그래 너 생각은 어떠니..?”
“……..”
나는 여전히 놀란 눈으로 아빠와 그 여자를 번갈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아참.. 이런…”
내 표정을 살피던 아빠는 뭔가 깜박 잊은 듯 한 제스처를 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미 네 새엄마도 다 알고 있단다. 1년 전, 네 엄마가 집으로 찾아와 난리 치던 날 이 사람도 집에 있었거든. 걱정은 마라. 네 새엄마는 나보다 더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
아빠의 말에 난 더 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난 왠지 벼랑 끝에 선 기분이 되었다.
“걱정 말아요. 더 이상은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내 기분을 알아 챈 듯 그 여자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 여자, 아니 내 새엄마는 내게 존대말을 했다. 호칭도 꼬박꼬박 “지혁씨” 라고 했다. 그런 그 여자의 말투에 아빠는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나이로만 본다면 그 여자는 엄마 보다 3살이 많았으므로, 내게 굳이 존대말을 할 이유가 없었고, 엄연히 호적상으로 내 엄마였다.
어째건, 나는 그 여자의 말에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그 여자는 목소리가 가늘기는 했지만, 나직한 것이 묘하게 사람을 설득시키고, 안심시키는 매력을 가졌고, 약한 외모와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아주 신뢰감 있어 보였다.
“예….”
나는 체념한 듯 답하며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내 솔직한 의견은 사실 반대다.”
아빠가 말을 꺼내었다.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너와 네 엄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야. 이건 도덕을 떠나서 단순히 나이로만 보아도 그래. 누군가의 남자가 되고, 누군가의 여자가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 말에는 저도 동의해요. 지혁씨도 들어서 알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지혁씨 아버지와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을 했었죠. 저 보다 10살이 많은 남자였어요. 그런데도 살아가며 많은 장애를 격어야 했어요.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7년의 차이는 꽤 넘기 힘들었죠. 한때 열병 같은 사랑으로 결혼은 했지만, 그건 정말 열병이었죠. 그런데, 지혁씨와 지혁씨의 어머니와는 무려 16년이 차이가 나요. 모자관계란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죠.”
그 여자의 말, 미처 나는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나는 엄마를 어떻게 하면 내 여자로 만드느냐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며 일주일을 보냈을 뿐, 그런 나이차이나 먼 장래를 내다보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었다. 그저 엄마를 잃어버리느니, 혹은 지금의 이런 고약한 엄마와 나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엄마를 나의 여자로 만드는 게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을 뿐이었다.
“지혁씨 단지 여자가 필요한 거라면, 다른 여자를 찾아보세요. 단순히 자신의 어머니를 한때 데리고 노는 여자로 생각하며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거라면, 그건 정말 나빠요. 지혁씨의 어머니는 한 여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지혁씨와 지수씨의 어머니이기도 해요. ”
“그런 생각으로 말하는 거 아닙니다.”
울컥하는 심정에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 그 여자가 말하는 내용은 정말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갑자기 나는 암담한 기분이 들며 벼랑에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 지혁아 단순한 성적인 욕망이라면 그만 두어라. 네 엄마 보기보다 약한 여자란다. 근래 들어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나를 찾아와 오열을 했는지 모른다. 미친 듯이 일에 매달려 보아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말이다. 네 엄마도 요즘 많이 후회하고 있단다. 그냥 모른 척 살아가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이다.”
“……..”
나는 말을 이어가는 아빠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 날, 한정식 집에서 너에게 말했던 일 기억할 거다. 사실 나는 만류했었다. 이대로 넘어가자고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네 엄마는 그저 약한 여자이더구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네 모습이 너무나 미웠다고 했다. 도덕관념 같은 것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아들에게 여자로서 능욕을 당하고, 그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그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자신이 힘든 만큼 너도 힘들어야 한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잠시 말을 끊고서 호흡을 했다.
“이건 내 느낌이지만, 네 엄마는 지금 한 여자일 뿐이다. 적어도 너에게 있어서는 그저 약한 여자일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역경을 이겨내는 엄마를 기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이미 넌 엄마를 잃었다. 두 번 다시 예전의 엄마를 되찾지는 못할 거야.”
“알아요!!!”
내 속이 훤히 들켜버린 듯한 기분에 난 소리치듯 아빠의 말을 잘랐다. 확실히 내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그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울컥하는 마음에 엄마를 평생 책임지면 그만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미 지수라는 아이까지 존재하는 마당에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 말에 상관없이 아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네 엄마가 결혼하려는 진짜 이유도 그 때문이란다. 더 이상 너를 보며 태연한 척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 엄마가 스스로 네 엄마란 자격을 버린 거지.”
“지혁씨…”
아빠의 말이 끝나자 그 여자가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응시했다. 그 여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꺼내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혁씨 어머님은 이제 지혁씨를 남자로만 보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 지혁씨 어머니가 찾아온 적이 있었죠. 그때 지혁씨 아버지는 출장을 간 상태였고, 지혁씨 어머니는 술에 취한 상태였어요.”
그 말에 나는 놀랐다. 아빠와 이혼 한 후, 지금까지 난 엄마가 술에 취한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많이 취하셨더군요. 지혁씨 어머니는 술에 취해 제게 하소연을 했어요.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했죠.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인자한 엄마 노릇을 못하겠다고 말하며 잠이 들었죠.”
“그럼 여기서 잤다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내 기억에 엄마가 외박한 일은 없었다. 만약 외박을 했다면, 시험 준비로 인해 내가 독서실에서 잠을 때였을 것이다.
“예…”
나는 기분이 착잡해졌다. 내가 아는 엄마는 잠자리를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 본가든 외가든 잠을 자고 와야 하는 상황이면 엄마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그것도 술에 취해 여기로 찾아와 잤다는 것이 왠지 나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했다. 자신의 남자를 뺏어간 여자의 집에 스스로 찾아와 하소연까지 했다니…
그제야 나는 엄마의 고통이 조금 이해되는 듯 했다.

그날 난, 아빠와 새엄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두 분 모두 지난 내 과오를 비난하거나, 나의 패륜적인 근친상간의 의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를 한 명의 여자로서만 인식하며 말을 했고, 나도 한 명의 남자로 여기며 이야기 했다.
그 들은 내가 엄마를 여자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와 엄마는 이루어 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지도 못한다고 했다. 즉, 굳이 엄마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거든 평범한 여자를 유혹하듯, 엄마로 하여금 나를 매력적인 남자로 인식하게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우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제 겨우 18살의 고등학생이 대체 무엇을 해야만 34살의 여자의 마음에 들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그렇지만, 그 것은 맞는 말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엄마를 내 여자를 만든다는 사실 그 자체의 정당성과 별개의 문제로 나는 나와 엄마를 한명의 남자와 여자로서 생각해 보았다. 18살의 남자와 34살의 여자. 그건 확실히 말도 안 되는 관계였다. 한때의 불장난 같은 거라면 몰라도 극복하기에는 나이차이가 상식적으로 너무 많았다.
나는 어떤 결론을 내야만 했다.
이대로 더 이상 엄마와 같이 지낸다는 것은 나로서도 힘들었다. 엄마에게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따뜻한 미소를 찾을 수 없었고, 3일을 굶어도 걱정하는 듯한 말 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아예 나에겐 관심조차 없는 듯 보였다. 확실히 아빠와 그 여자의 말대로 엄마는 나의 엄마이길 포기 한 듯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지수만은 엄마가 챙겼다. 출근하며 외가에 지수를 맡기고 퇴근하며 지수를 데리고 와 정성을 다해 돌보았다.
그런 엄마의 모습은 한편으론 안심이 되면서, 다른 한 편으론 지수에게 마저 엄마가 냉담하게 돌아서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을 처음으로 했고, 그런 만일의 사태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라도 난 하루 속히 엄마 앞에서 사라져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의 집으로 가는 것은 싫었다.
아빠의 아내 자리에 새롭게 자리잡은 그 여자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난 그 여자와 같이 사는 것은 싫었기에 난 독립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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