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REDLINE) 2부-7
15. 화해
갑작스런 사건으로 인해 집에 가지도 못하고 밤이 되도록 난 병원 복도를 서성거렸다. 의사는 그런 유산이 자주 발생하는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그녀의 나이를 거론하며 태아 유전자 이상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것은 하필이면 내가 그녀에게 이상한 말을 했을 때, 그녀가 유산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사실이 아빠에게 알려진다면, 정말 난 아빠와 완전히 인연을 끊어야 할지 몰랐다.
“저녁 안 먹었지?”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아빠가 내게 물으며 곧바로 저녁식사를 제의했다.
“같이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자.”
“아뇨. 생각 없어요. 그나저나 산모 건강은 어때요?”
“지금 막 잠들었다. 큰 이상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의사도 안정만 취하면 별 문제 없을 거라고 하고. 어째든 나가자.”
아빠는 나를 이끌었다. 뿌리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병원에 남아 병간호 할 것이 아닌 이상 아빠를 따라가는 것이 정상이었으니까. 물론, 생각 같아서는 그녀를 깨워서라도 입 단속을 약속 받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굳이 싫다는 데도, 아빠는 나를 가까운 음식점으로 이끌었다. 갈비탕을 주문한 후 아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내가 한 것도 없는 걸 뭐.”
“겸손할 필요 없어. 그런데, 네 새엄마는 어디서 만난 거냐?”
“거리를 걷다가 만났어. 차를 마시자고 해서 같이 마시다가 그렇게 된 거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난 혹 아빠가 그 여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눈치를 살폈지만, 아빠에게서는 별다른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아빠는 내가 엄마를 범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태연하게 지내셨던 분이니까.
“그랬군. 그런데, 나도 저 사람이 임신한 것은 몰랐었다.”
그 점은 나도 의문이었다. 예전,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아이를 가지고자 했지만, 번번히 실패만 했었는데, 어떻게 그 여자는 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갑자기 아빠의 생식능력이 좋아지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그래? 낯에 나에게는 말하던데……”
“네 새엄마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바로 유산이 된 거지.”
“새엄마가 다른 말은 안 해?”
“무슨 말?”
“아니 그냥……”
나는 말 꼬리를 흐리며 내어온 갈비탕 국물을 수저로 떠서 맛을 보았다. 별로 맛있지는 않았다. 갈비를 물에다 헹구기만 한 것인지 갈비탕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갈비 조각이라도 없었다면, 그게 갈비탕인지 양념국물인지 구분이 안될 것 같았다.
“무슨 갈비탕이 이래.”
“그러게…… 손님이 많길래 들어왔더니.”
“아무래도 손님들이 싼 맛에 오는가 보네.”
“흠. 그래 그런가 보다. 입에 맞지 않으면 다른 데로 갈까?”
“아니, 대충 먹고, 술이나 좀 사줘.”
“술?”
“응. 아빠랑 오늘은 한 잔 하고 싶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내가 먼저 사실을 밝히는 것이 낳을 것 같았다. 그 여자에 의하여 어차피 밝혀질 사실이라면, 내가 먼저 이야기 하는 편이 아빠가 충격을 덜 받을 것이다. 같은 사실이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충격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가령, 살인이란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의 입장에서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살인자의 입장에서 인간적으로 다루는 것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른 법이다.
게다가, 첫인상의 효과는 나중에 10번을 만나는 것과 맞먹는다. 즉, 각인효과는 조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술은 맥주로 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이 없는 술집을 찾기란 어려울 터였기에 난 밖에서 마셔도 무난한 캔맥주를 사서 근처의 놀이터 벤치로 아빠를 이끌었다.
“이 곳도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군.”
“고마워”
“네가 고마울 게 뭐 있어.”
“어째든. 자 아버지 꺼.”
난 맥주 하나를 따서 아버지에게 건네 주었다.
“아버지?”
“앞으론 아버지라고 부를게.”
“너 왜 그래?”
“언제까지 아빠라고 부를 수 없잖아. 내 나이도 이제 21살인데. 다만, 말을 높이는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고쳐 볼게.”
“흠……”
가로등 빛을 받은 아버지의 얼굴이 다소 서운한 듯한 표정이었다. 언젠가 잡지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수기’란 코너였는데,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존대를 하는데 무척이나 서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아들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느낌에 말이야. 지금 내 아버지도 그런 심정일까?
“그래 잘 생각했다. 다 컸구나.”
아버지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내 결정을 지지해주었다.
“고마워. 그런데, 나 참 제멋대로지?”
“왜 그렇게 말하니?”
“그냥. 아버지나 엄마에게, 아니 어머니에게… 풋~~ 나 엄마는 뭐라 불러야 하는 거지?”
“……”
내 말에 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난 맥주를 마신 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의 일을 묻지 않아?”
“그때의 일이라니?”
“내가 엄마를 범한 날.”
“이제는 말할 준비가 된 거니?”
“뭐야.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린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단한 인내심이네.”
“글세……”
아버지는 맥주를 내려놓고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어 베어 물었다. 하지만, 일회용 라이터는 가스가 다 되었는지 틱틱 거리기만 할 뿐 불이 켜지지 않았다. 난 말없이 내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너도 필래?”
담배 불을 붙인 후 연기를 길게 뿜으며 아버지가 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왜 자꾸 그래?”
“피워도 돼. 자……”
“아니 됐어. 나 담배 그렇게 많이 안 피워.”
“흠……”
아버지는 권하던 담배를 벤치에 내려 놓았고, 난 다시 한번 맥주를 들이켰다. 언젠가는 할 이야기라면 그때부터의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낳을지 몰랐다.
“그날의 일은 순전히 사고였어. 엄마를 상대로 그런 일을 작정하고 벌인 게 아냐. 정말 우연한 사고였어. 그냥 여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금 훔쳐본다고 생각한 것이 그렇게 된 거야.”
“우리도 네가 작정하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는 생각지 않아.”
“난 정말 조금만 볼 생각이었어. 그러면 될 것 같았으니까. 그게 죄를 짓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멈추어지지 않았고, 조금만, 조금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 옷을 다 벗기게 되었고, 내 옷도 다 벗었어. 그런데도 엄마는 일어날 생각도 않고. 큼~”
난 사래가 들려 가볍게 기침을 했고, 아버지는 말없이 길게 연기를 뿜어 내었다. 연기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마치 그림처럼 멋지게 보이게 했다.
“그런데, 그 한번으로 엄마가 임신을 하게 될 줄은……”
“운명이니까.”
“운명? 풋~ 나중에 내 아들이 내 아내에게 그런 짓을 하면 난 어떻게 할까? 과연 아버지처럼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답은 아니야. 너는 네 식대로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면 돼.”
“내 식대로?”
“그래.”
“난 자신 없어. 아버지처럼 자식의 허물을 이해해 줄지 말이야. 정말 자신 없어.”
“너무 걱정 마. 아버지란 역할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니까.”
“그래…… 그런데, 나 더 웃긴 이야기 해도 돼?”
“더 웃긴 이야기?”
“응. 정말 더 웃긴 이야기.”
“뭔데?”
“난 지금도 새엄마가 싫어. 내가 더 크게 아버지를 배신했음에도, 이상하게 그 여자가 미워. 미워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미운 건 나도 어쩔 수 없어.”
“그 이야기라면 예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아버지는 내게 새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이제부터라 나로선 아버지의 요청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
그 말에 아버지는 나를 슬쩍 돌아보더니 말을 꺼내었다.
“혹시. 대학입학 전, 내 집에서 지낼 때에 네 새엄마랑 다투었던 이야기냐?”
“알아?”
난 놀라서 반문했다.
“그래. 이미 들었다. 작년 가을. 수진이가 몹시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네 새엄마가 고백을 하듯이 모든 것을 다 말하더구나. 자신이 마음을 곱게 쓰지 않아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픈 것 같다며 말이다.”
“……!!!”
“이제 그만 네 새엄마를 용서해라.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여린 여자야. 눈물도 많고……”
아버지는 잠시 말을 끊고서 담배를 빨아 단긴 후 길게 뿜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작년 겨울에는 네 새엄마의 엄마와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불과 한달 간격으로 말이야. 부모를 모두 잃은 네 새엄마는 이제 이세상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나와 수진이 뿐이야.”
“그럼 일이……”
“이런 말 네게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네 새엄마 무척이나 불안해 해. 내가 자신을 버릴까봐 말이야.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아무리 안심시켜도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예전에는 무척이나 당당한 여자였는데…… 너도 너무 네 새엄마를 미워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낯 시간, 새엄마를 만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뭔가 잘못되어가는 느낌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나에게까지 몸을 주려 했던 것 같았다. 아버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닌, 자신이 아버지 곁에 남아 있고 싶어서 말이다.
그 후로, 아버지와 난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일순간에 하고 싶었던 말이 거품처럼 사라진 나는 꾸역꾸역 맥주 캔을 비웠고, 아버지는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만 들려주었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시계가 밤 11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엄마는 그때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거실에서 책을 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오니?”
“응.”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아버지 만나고 왔어.”
“술 마셨구나.”
“응. 맥주 조금. 지수는?”
“잠들었어”
“그래. 그럼 나 샤워할게.”
그 말에 엄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샤워란 말은 엄마와 나의 섹스를 뜻하는 말이었다. 굳이 약속을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굳어졌다. 엄마와 떨어져서 살 때는 ‘자고간다’는 말이 그것을 의미했는데, 같이 살면서부터는 ‘샤워한다’는 말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드라이브도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에 내가 야외로 드라이브 가자고 하면 엄마는 알아서 지수를 친정에 맡겼다.
샤워를 마치고 안방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있었다.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만 켜 놓았고, 스탠드 밑에는 콘돔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너 왜 갑자기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야?”
“나도 이제 21살이잖아.”
“풋~~”
“왜 웃어?”
“그냥……”
“당신도 아버지를 찾아갔었다면서?”
“당신?”
내가 당신이라고 하자 엄마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난 머리를 닦던 것을 중지하고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낼 거야. 당신 남편으로서.”
“그러지마. 그런 말도 쓰지 말고.”
“지수의 아빠 노릇을 하라고 한 것은 당신이야.”
“그건 지수에게 그만큼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것일 뿐이야.”
“그래. 당당하기 위해서 앞으로 당신과 부부가 되겠다는 거야.”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야.”
“황혜정 때문에?”
“네가 어떻게?”
“아버지에게 들었어. 어떻게 하다가 운명이 이렇게 뒤틀렸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말할게. 내 정식 아내는 당신이야. 이제 내 엄마라는 생각은 내 머리에서 지울 거야. 당신은 그저 내 아내일 뿐이야.”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난 엄마의 말을 자르며 말을 이었다.
“내 아내는 당신 뿐이야. 우리끼리 결혼식을 올리자. 아버지와 새어머니, 지수, 수진이만 불러서 말이야.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좋아. 당신의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난 언제까지나 당신의 남편으로 있을 거야."
“말도 안돼.”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단호했다. 조금이라도 내 말에 감동할 줄 알았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다. 엄마는 그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세상은 우리만 살지 않아. 네게도 많은 친척들이 있고, 나에게도 많은 친척들이 있어. 그 사람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야. 네 말은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모두 끊겠다는 건데, 그렇게 살면 우리 모두 불행해져.”
“우리 집에서만 그렇게 살면 되잖아.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잖아.”
“틀려 그건. 지금 우린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야. 항공용어로 레드라인(REDLINE)을 비행하고 있어. 고도를 낮출 수도 없고, 높일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한계비행?”
“그래. 여기서 조금만 더 벗어나면, 우린 견딜 수 없어. 너도, 나도, 지수도……”
“그렇지만 당신의 생각대로라면 당신 인생이……”
“아니 그렇지 않아.”
이번엔 엄마가 내 말을 잘랐다.
“난 이대로도 만족해. 난 여전히 네 엄마이고, 네 아내이니까. 어차피 어느 한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할 수도, 완전하게 포기할 수도 없는 불구자야. 그건 너도, 지수도 마찬가지이란 건 너도 알 거야.”
“그럼 이대로 지내. 혜정선배를 끌어들이지 말고.”
그 말에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 웃었다기 보다는 슬퍼했다.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이다.
“그건 그 아이의 뜻이야. 그리고, 나도 그 뜻에 동의하고. 네 말대로 나 역시 이대로 지내고 싶지만, 우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아. 마음을 놓아도, 너무 긴장해도 무너지고 말아. 하지만, 그 아이와 우리가 같이 산다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거야.”
“말도 안돼!!! 그건 억지야.”
“억지가 아니야. 사진관에서의 일을 벌써 잊었니?”
“……!!!”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서 산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우린 조심성을 잃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 아이가 우리와 살면 달라질 거야.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영원한 앙숙이니까. 더구나, 우린 단순한 고부가 아니고, 한 남자를 공유하는 고부니까 더욱 그렇겠지. 게다가, 지수도 그 아이를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지수도 긴장을 늦추지 않을 거야.”
“그건 궤변이야!”
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의 말에 상당히 공감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터무니 없는 논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엄마를 절실하게 만든 것일까? 나에게 버려질 각오로 그런 준비를 한다는 건.
“그건 좋은 면만 봐서 그래. 오히려 갈등으로 파멸할 수도 있어.”
“지금도 파멸은 우리 곁에 있어.”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생각해볼게.”
“너무 오래하지는 마. 지수를 생각해서라도……”
“알았어. 이리와.”
난 엄마를 내 쪽으로 당겨 안았다. 가냘픈 엄마의 몸이 내 품에 들어왔다. 이렇게 약한 여자가 나로 인해 마음 고생이 심하다는 게 못내 가슴이 아팠다. 나를 버리면 될 것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내 아내가 되어버린 여자. 그 여자는 내 엄마였다.
난 엄마를 뒤로 천천히 눕히면서 입을 맞추었다.
익숙한 키스를 주고 받았고, 서로의 몸을 매만졌다. 세상은 이런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나만해도 아직 우리의 모습이 낯설고, 혼란스럽다. 6년 전, 그 일이 이런 상황을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은 생명을 잉태하게 했고, 내 주변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보호막이 없어지고, 하늘처럼 높은 엄마가 이젠 내 아내가 되어가고 있다.
변신도 이런 기막힌 변신이 또 있을까?
-사락사락…… -
엄마와 나의 옷이 하나씩 몸을 떠났다. 어느 책에서는 인간이 옷을 입으면서부터 수치심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게 맞는 논리일까? 난 그 것만큼 개떡 같은 논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역사를 난도질할 개 자식일 것이다. 자신이 옷을 벗으면 수치스러우니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러리라 추측한 그런 학설은 도저히 학설로서 인정할 수가 없다. 그런 학설을 접하느니 포르노 소설을 접하는 것이 인생에 더 유익하다.
문화가 다르면, 도덕도 다르다.
조건이 바뀌면, 선과 악도 뒤바뀐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이란 것은 상대적인 관점일 뿐이고, 주어진 조건에 따른 구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옷을 벗고 산다면, 도덕도 바뀌고, 수치심도 바뀌며, 미의 기준도 바뀐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그런 개 자식들은 전쟁에서 사람을 죽인 군인들을 살인죄로 재판하려고 덤벼들 녀석들이다.
엄마는 지금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세상이 우리들에게 세뇌를 시켜놓은 가치관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세상의 눈들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나를 낳은 여자. 그녀는 내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이다.
혼자서 얼마나 힘겨웠을까?
얼마나 힘겨웠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방법이라고 제시하는 걸까?
아들을 버릴 수 없기에 아들을 남자로 받아들였고, 아들의 여자가 될 수 없기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여자. 그건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일까? 아님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일까?
끝없는 질문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질문들은 하나같이 내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가슴이 세하니 저려왔고, 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눈물이 날 것처럼 눈이 뜨거웠다. 엄마와 내가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거지? 무엇이 잘못되어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거지? 철부지 시절의 실수치고는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다. 말랑말랑한 유방에 느낌이 슬펐다. 엄마의 배속에서 엄마의 영양분을 빨아 먹던 것도 모자라 세상에 나와서도 엄마의 영양분을 난 흡혈귀처럼 빨아 댔을 엄마의 젖가슴이 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엄마의 몸은 달아올랐다.
“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유두를 세차게 빨아대자 엄마는 몸까지 비틀며 괴롭게 신음했다. 내가 아기였을 때에도 이 정도의 강도로 엄마의 빨았을 텐데. 그때도 엄마는 지금과 같은 신음을 내었을까?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수유를 하던 여자의 모습에 엄마의 얼굴이 오버랩이 되었다. 더 없는 행복감과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젖을 물렸을 엄마가 지금은 전혀 다른 행복감에 신음을 하고 있었다.
“으음… 아…”
엄마의 유두가 단단하게 발기했고, 흥분한 가슴이 조금 더 부풀어 올랐다. 손으로 톡톡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몸에 전율이 흐른다. 더 이상 빠질 살도 없는 엄마의 몸이 애처롭기 까지 하다. 왜 난 지금까지 이런 엄마의 몸을 몰랐을까? 수없이 가진 엄마의 몸인데, 왜 이런 것을 몰랐을까? 날씬한 엄마의 몸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 이 몸에 새겨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미웠다. 고민은 혼자 짊어진 것처럼 폼 잡은 것이 우스웠고, 무책임하게 도망치려 한 지난 날이 후회스러웠다.
난 이 여자의 남자가 되리라.
난 이 여자를 영원히 사랑하리라. 늙어 볼품이 없어져도 이 여자를 가슴에 품으며 끝없이 받기만 한 사랑을 돌려주리라. 울컥거리며 이상한 다짐들이 내 머리를 맴돌고,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순간의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세상의 상식이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이마저도 나에게 없다면 난 인간도 아닐 테니.
“흐흑!”
호흡이 막히는 듯한 소리를 내며 엄마의 몸이 긴장했다. 언제나 엄마는 내가 자신의 음부를 입으로 빨면 그런 소리를 내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갔고, 참을 수 없는 떨림으로 내 애무에 화답을 했다. 여전히 부끄러운 걸까? 아마 그런 것일지 모른다. 그 곳으로 나를 잉태하고, 그 속에서 나를 10개월이나 기르지 않았던가. 아버지라면 모를까. 나에게 있어 그 곳은 생명이 시작된 성스러운 곳. 같은 장소이건만 상대에 따라 완전히 의미가 다른 곳이 바로 그 곳이었다.
하지만, 의미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논리적 개념일 뿐. 물리적 의미는 아니다. 아버지가 아닌, 내가 그 곳을 자극해도 엄마의 몸은 타오르는 성욕에 전율을 한다. 미끈거리는 엄마의 질 분비물을 난 남김없이 혀로 감아 올려 목으로 넘겼다. 소음순이 혀에 의해 이리저리 자리를 잡지 못하고 움직였고, 클리토리스는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하여 앙증맞게 튀어나왔다. 내 혀는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질 입구를 건드리다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나온 혀에는 다시마의 알긴산같은 끈적한 엄마의 분비물을 내 입 속으로 넣었다.
“으읍……. 흡……”
애처롭게 엄마가 신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던 엄마의 손이 무엇인가를 애타가 찾았다. 그것은 내 성기였다. 난 엄마의 머리 쪽으로 다리를 뻗고 누워서 엄마의 몸을 내 위로 올렸다.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몸이 내 위로 올라왔다. 예전에는 이런 자세를 싫어했었는데, 이젠 엄마가 더 원했다. 나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함에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 자신이 내 몸을 원해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행위는 나로 하여금 엄마가 이제는 완전히 내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흡……. 흡………”
다소 가쁜 호흡소리를 내면서 엄마는 내 성기를 빨았다. 촉촉하면서 따듯한 엄마의 입이 성기에 느껴졌다. 엄마의 혀가 내 성기를 휘감았고, 내 고환을 엄마는 부드럽게 만져주었다. 그런 기분 좋은 감각을 느끼며 난 더욱 정성스럽게 엄마의 음부를 입으로 빨았고, 손으로 항문까지 자극해주었다. 항문을 건드릴 때마다 엄마의 몸이 전율하면서 움찔거렸다.
“으흑… 제발 거기는…”
엄마는 애원했지만,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항문 성교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한 날 이후에는 하지 않았다. 장난 삼아 한번 시도를 한 적이 있었지만, 마지 못해 받아주려는 엄마의 눈물을 본 이후에는 다시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손으로 가볍게 자극하는 것까지 엄마가 거부한 적은 없었다.
한참을 69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던 나는 엄마의 몸을 옆으로 밀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엄마는 눕지 않고 내 행동을 예측하고서 엉덩이를 세우고서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익숙해진 패턴이었다. 난 콘돔을 재빠르게 착용한 뒤, 성기를 엄마의 활짝 개방된 입구에 가져가 밀어 넣었다. 미끈거리며 순식간에 내 성기는 엄마의 몸 속으로 사라졌고, 엄마는 탄성을 내었다.
“아~~~”
그마저도 익숙했다. 엄마는 내 성기가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오면 충만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더 없이 가득해지는 자신의 몸 속의 느낌에서 행복감마저 느낀다고 부끄럽게 고백을 했었다. 그 고백이 내 강요에 의한 것인지 솔직한 엄마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용기를 주는 말이었었다.
-탁.. 탁... 탁.. 탁.. 탁…-
엄마의 엉덩이와 내 하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그기에 삐걱대는 침대소리가 묘한 화음이 되어 방안은 엄마와 나의 음악소리로 가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탄성을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아… 아… 흑… 헉,… “
-탁…탁…탁…탁…-
그 음악에 내 호흡소리가 액센트를 주었다.
“헉……….. 헉……….”
방안은 엄마와 나의 섹스가 내는 음악소리로 질펀하게 젖어 들었다. 땀이 들을 타고 흘렀고, 엄마의 몸에서도 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힘들기 보다는 그러한 노동은 기쁘고, 즐겁다.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의 깊은 환희가 눈 앞에 잡힐 듯 말 듯 아른거리니까.
하지만, 그 자세로 절정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난 엄마의 몸 속에서 성기를 빼내면서 엄마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자동적으로 엄마는 다리를 벌려 내가 삽입하게 쉽게 자세를 취해주었다. 난 망설임 없이 엄마의 몸 속에 다시 내 성기를 찔러 넣으며 엄마를 안았다.
“좋아?”
“응……”
“사랑해.”
한번도 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엄마의 몸이 순간적으로 정지되었다가 이내 힘있게 나를 끌어 안았다.
“나두.”
“당신은 내 아내야. 내 영원한 아내.”
“그래.”
“말해주지 않을 거야?”
“뭘?”
“내가 당신의 남편이란 걸.”
“말로 해야만 알아?”
“난 바보니까.”
“당신은 내 남편이야. 난 당신의 아내이고.”
“고마워.”
난 엄마의 입에 입을 가져가 키스를 요구했고, 엄마는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엄마의 혀가 내 입을 먼저 침범해 내를 농락하고선 자신의 입으로 나를 초대했다. 기꺼이 엄마의 입으로 들어가 난 엄마와 뒤엉켰다. 그러다, 서로의 혀를 거두어 들이며 이번엔 상대의 입술을 빨아당겼다. 난 엄마의 아랫입술을 엄마는 내 윗입술을 빨았다. 엄마의 타액이 내 입으로 흘러 들었고, 내 타액은 엄마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유난히 깔끔을 떨었던 어린 시절, 난 타인이 사용한 수저는커녕 국에도 손을 대지 않았었다. 그런 어느 날 집안에 많은 손님이 찾아온 탓에 수저가 모자랐을 때가 있었다. 엄마는 자신이 먹던 수저를 씻어서 나에게 주었었지만, 난 신경질을 내며 그 수저로 밥을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의 타액을 거침없이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엄마와 나의 키스가 끝이 난 것은 내가 허리를 움직였을 때였다. 내 움직임에 엄마와 나의 입은 반사적으로 떨어졌고, 난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엄마의 무릎을 내 겨드랑이에 끼우고 강하게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윽… 윽… 윽… 윽….”
-탁… 탁…탁… 탁….-
강한 내 움직임에 엄마의 몸이 진동을 하면서 아까보다 더 강한 탄성이 엄마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탁… 탁…탁… 탁….-
“헉… 헉… 헉… 헉….”
이내 엄마는 호흡이 끊어지는 듯 가쁜 탄성을 내었고, 온 몸을 출렁거렸다. 엄마의 가슴이 흔들리고, 머리가 진동했다. 벌어진 엄마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고 끈임 없이 신음을 토해내었다. 왠지 그런 엄마가 슬퍼 보였다. 더 없는 희열에 가득 찬 표정이건만,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하지만, 내 느낌은 이율배반적인 느낌.
이럴 때, 사고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몸은 쾌감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머리 속은 엉뚱한 생각을 하니 말이다. ‘좋아 죽겠다’는 말은 단순한 반어법만은 아니다. 인간의 심리와 사고능력을 정말 절묘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엄마의 음부에서 힘이 느껴졌다.
내가 들어갈 때 마다 강하게 나를 잡는다. 그건 곧 엄마가 절정에 아주 가까이 다가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더욱 강하고, 빠르게 허리를 놀렸다. 쾅쾅대는 내 움직임에 엄마의 온 몸이 강하게 울렸다.
“학… 학… 끄윽……..”
엄마의 신음은 점점 절박 해져갔다.
“제발… 흐윽…. 으윽…..제발… 흑…. 흑…..”
애원 섞인 엄마의 말이 신음과 함께 섞여 나왔고, 이내 엄마는 온 몸을 경직시키며 강하게 떨렸다.
“아흑……………..”
숨이 끊어질 듯 단발의 신음을 내며 엄마는 절정에 치달았고, 내 성기에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조임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곧 나도 정신의 아득함을 느끼며 엄마의 몸 속에서 폭발했다.
폭풍이 지나간 뒤, 난 엄마의 몸에서 내려와 옆으로 누웠다. 그러자 허전함을 느낀 엄마는 내 품을 파고 들었다. 난 그런 엄마를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결혼하자. 아버지와 새엄마, 지수, 수진이만 초대하고서……”
하지만,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절정의 여운을 대화로 깨고 싶지 않은 듯 내 품 속에서 간헐적으로 몸만 떨 뿐이었다.
갑작스런 사건으로 인해 집에 가지도 못하고 밤이 되도록 난 병원 복도를 서성거렸다. 의사는 그런 유산이 자주 발생하는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그녀의 나이를 거론하며 태아 유전자 이상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것은 하필이면 내가 그녀에게 이상한 말을 했을 때, 그녀가 유산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사실이 아빠에게 알려진다면, 정말 난 아빠와 완전히 인연을 끊어야 할지 몰랐다.
“저녁 안 먹었지?”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아빠가 내게 물으며 곧바로 저녁식사를 제의했다.
“같이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자.”
“아뇨. 생각 없어요. 그나저나 산모 건강은 어때요?”
“지금 막 잠들었다. 큰 이상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의사도 안정만 취하면 별 문제 없을 거라고 하고. 어째든 나가자.”
아빠는 나를 이끌었다. 뿌리칠 이유는 없었다. 내가 병원에 남아 병간호 할 것이 아닌 이상 아빠를 따라가는 것이 정상이었으니까. 물론, 생각 같아서는 그녀를 깨워서라도 입 단속을 약속 받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굳이 싫다는 데도, 아빠는 나를 가까운 음식점으로 이끌었다. 갈비탕을 주문한 후 아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내가 한 것도 없는 걸 뭐.”
“겸손할 필요 없어. 그런데, 네 새엄마는 어디서 만난 거냐?”
“거리를 걷다가 만났어. 차를 마시자고 해서 같이 마시다가 그렇게 된 거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난 혹 아빠가 그 여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눈치를 살폈지만, 아빠에게서는 별다른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아빠는 내가 엄마를 범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태연하게 지내셨던 분이니까.
“그랬군. 그런데, 나도 저 사람이 임신한 것은 몰랐었다.”
그 점은 나도 의문이었다. 예전,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아이를 가지고자 했지만, 번번히 실패만 했었는데, 어떻게 그 여자는 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갑자기 아빠의 생식능력이 좋아지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그래? 낯에 나에게는 말하던데……”
“네 새엄마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바로 유산이 된 거지.”
“새엄마가 다른 말은 안 해?”
“무슨 말?”
“아니 그냥……”
나는 말 꼬리를 흐리며 내어온 갈비탕 국물을 수저로 떠서 맛을 보았다. 별로 맛있지는 않았다. 갈비를 물에다 헹구기만 한 것인지 갈비탕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갈비 조각이라도 없었다면, 그게 갈비탕인지 양념국물인지 구분이 안될 것 같았다.
“무슨 갈비탕이 이래.”
“그러게…… 손님이 많길래 들어왔더니.”
“아무래도 손님들이 싼 맛에 오는가 보네.”
“흠. 그래 그런가 보다. 입에 맞지 않으면 다른 데로 갈까?”
“아니, 대충 먹고, 술이나 좀 사줘.”
“술?”
“응. 아빠랑 오늘은 한 잔 하고 싶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내가 먼저 사실을 밝히는 것이 낳을 것 같았다. 그 여자에 의하여 어차피 밝혀질 사실이라면, 내가 먼저 이야기 하는 편이 아빠가 충격을 덜 받을 것이다. 같은 사실이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충격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가령, 살인이란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의 입장에서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살인자의 입장에서 인간적으로 다루는 것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른 법이다.
게다가, 첫인상의 효과는 나중에 10번을 만나는 것과 맞먹는다. 즉, 각인효과는 조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술은 맥주로 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이 없는 술집을 찾기란 어려울 터였기에 난 밖에서 마셔도 무난한 캔맥주를 사서 근처의 놀이터 벤치로 아빠를 이끌었다.
“이 곳도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군.”
“고마워”
“네가 고마울 게 뭐 있어.”
“어째든. 자 아버지 꺼.”
난 맥주 하나를 따서 아버지에게 건네 주었다.
“아버지?”
“앞으론 아버지라고 부를게.”
“너 왜 그래?”
“언제까지 아빠라고 부를 수 없잖아. 내 나이도 이제 21살인데. 다만, 말을 높이는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고쳐 볼게.”
“흠……”
가로등 빛을 받은 아버지의 얼굴이 다소 서운한 듯한 표정이었다. 언젠가 잡지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수기’란 코너였는데,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존대를 하는데 무척이나 서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아들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느낌에 말이야. 지금 내 아버지도 그런 심정일까?
“그래 잘 생각했다. 다 컸구나.”
아버지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내 결정을 지지해주었다.
“고마워. 그런데, 나 참 제멋대로지?”
“왜 그렇게 말하니?”
“그냥. 아버지나 엄마에게, 아니 어머니에게… 풋~~ 나 엄마는 뭐라 불러야 하는 거지?”
“……”
내 말에 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난 맥주를 마신 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의 일을 묻지 않아?”
“그때의 일이라니?”
“내가 엄마를 범한 날.”
“이제는 말할 준비가 된 거니?”
“뭐야.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린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단한 인내심이네.”
“글세……”
아버지는 맥주를 내려놓고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어 베어 물었다. 하지만, 일회용 라이터는 가스가 다 되었는지 틱틱 거리기만 할 뿐 불이 켜지지 않았다. 난 말없이 내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너도 필래?”
담배 불을 붙인 후 연기를 길게 뿜으며 아버지가 나에게 담배를 권했다.
“왜 자꾸 그래?”
“피워도 돼. 자……”
“아니 됐어. 나 담배 그렇게 많이 안 피워.”
“흠……”
아버지는 권하던 담배를 벤치에 내려 놓았고, 난 다시 한번 맥주를 들이켰다. 언젠가는 할 이야기라면 그때부터의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낳을지 몰랐다.
“그날의 일은 순전히 사고였어. 엄마를 상대로 그런 일을 작정하고 벌인 게 아냐. 정말 우연한 사고였어. 그냥 여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금 훔쳐본다고 생각한 것이 그렇게 된 거야.”
“우리도 네가 작정하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는 생각지 않아.”
“난 정말 조금만 볼 생각이었어. 그러면 될 것 같았으니까. 그게 죄를 짓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멈추어지지 않았고, 조금만, 조금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 옷을 다 벗기게 되었고, 내 옷도 다 벗었어. 그런데도 엄마는 일어날 생각도 않고. 큼~”
난 사래가 들려 가볍게 기침을 했고, 아버지는 말없이 길게 연기를 뿜어 내었다. 연기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마치 그림처럼 멋지게 보이게 했다.
“그런데, 그 한번으로 엄마가 임신을 하게 될 줄은……”
“운명이니까.”
“운명? 풋~ 나중에 내 아들이 내 아내에게 그런 짓을 하면 난 어떻게 할까? 과연 아버지처럼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답은 아니야. 너는 네 식대로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면 돼.”
“내 식대로?”
“그래.”
“난 자신 없어. 아버지처럼 자식의 허물을 이해해 줄지 말이야. 정말 자신 없어.”
“너무 걱정 마. 아버지란 역할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니까.”
“그래…… 그런데, 나 더 웃긴 이야기 해도 돼?”
“더 웃긴 이야기?”
“응. 정말 더 웃긴 이야기.”
“뭔데?”
“난 지금도 새엄마가 싫어. 내가 더 크게 아버지를 배신했음에도, 이상하게 그 여자가 미워. 미워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미운 건 나도 어쩔 수 없어.”
“그 이야기라면 예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아버지는 내게 새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이제부터라 나로선 아버지의 요청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
그 말에 아버지는 나를 슬쩍 돌아보더니 말을 꺼내었다.
“혹시. 대학입학 전, 내 집에서 지낼 때에 네 새엄마랑 다투었던 이야기냐?”
“알아?”
난 놀라서 반문했다.
“그래. 이미 들었다. 작년 가을. 수진이가 몹시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네 새엄마가 고백을 하듯이 모든 것을 다 말하더구나. 자신이 마음을 곱게 쓰지 않아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픈 것 같다며 말이다.”
“……!!!”
“이제 그만 네 새엄마를 용서해라.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여린 여자야. 눈물도 많고……”
아버지는 잠시 말을 끊고서 담배를 빨아 단긴 후 길게 뿜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작년 겨울에는 네 새엄마의 엄마와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불과 한달 간격으로 말이야. 부모를 모두 잃은 네 새엄마는 이제 이세상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나와 수진이 뿐이야.”
“그럼 일이……”
“이런 말 네게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네 새엄마 무척이나 불안해 해. 내가 자신을 버릴까봐 말이야.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아무리 안심시켜도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예전에는 무척이나 당당한 여자였는데…… 너도 너무 네 새엄마를 미워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낯 시간, 새엄마를 만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뭔가 잘못되어가는 느낌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나에게까지 몸을 주려 했던 것 같았다. 아버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닌, 자신이 아버지 곁에 남아 있고 싶어서 말이다.
그 후로, 아버지와 난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일순간에 하고 싶었던 말이 거품처럼 사라진 나는 꾸역꾸역 맥주 캔을 비웠고, 아버지는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만 들려주었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시계가 밤 11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엄마는 그때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거실에서 책을 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오니?”
“응.”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아버지 만나고 왔어.”
“술 마셨구나.”
“응. 맥주 조금. 지수는?”
“잠들었어”
“그래. 그럼 나 샤워할게.”
그 말에 엄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샤워란 말은 엄마와 나의 섹스를 뜻하는 말이었다. 굳이 약속을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굳어졌다. 엄마와 떨어져서 살 때는 ‘자고간다’는 말이 그것을 의미했는데, 같이 살면서부터는 ‘샤워한다’는 말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드라이브도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에 내가 야외로 드라이브 가자고 하면 엄마는 알아서 지수를 친정에 맡겼다.
샤워를 마치고 안방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있었다. 형광등을 끄고, 스탠드만 켜 놓았고, 스탠드 밑에는 콘돔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너 왜 갑자기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야?”
“나도 이제 21살이잖아.”
“풋~~”
“왜 웃어?”
“그냥……”
“당신도 아버지를 찾아갔었다면서?”
“당신?”
내가 당신이라고 하자 엄마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난 머리를 닦던 것을 중지하고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낼 거야. 당신 남편으로서.”
“그러지마. 그런 말도 쓰지 말고.”
“지수의 아빠 노릇을 하라고 한 것은 당신이야.”
“그건 지수에게 그만큼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것일 뿐이야.”
“그래. 당당하기 위해서 앞으로 당신과 부부가 되겠다는 거야.”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야.”
“황혜정 때문에?”
“네가 어떻게?”
“아버지에게 들었어. 어떻게 하다가 운명이 이렇게 뒤틀렸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말할게. 내 정식 아내는 당신이야. 이제 내 엄마라는 생각은 내 머리에서 지울 거야. 당신은 그저 내 아내일 뿐이야.”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난 엄마의 말을 자르며 말을 이었다.
“내 아내는 당신 뿐이야. 우리끼리 결혼식을 올리자. 아버지와 새어머니, 지수, 수진이만 불러서 말이야.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좋아. 당신의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난 언제까지나 당신의 남편으로 있을 거야."
“말도 안돼.”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단호했다. 조금이라도 내 말에 감동할 줄 알았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다. 엄마는 그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세상은 우리만 살지 않아. 네게도 많은 친척들이 있고, 나에게도 많은 친척들이 있어. 그 사람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야. 네 말은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모두 끊겠다는 건데, 그렇게 살면 우리 모두 불행해져.”
“우리 집에서만 그렇게 살면 되잖아.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잖아.”
“틀려 그건. 지금 우린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야. 항공용어로 레드라인(REDLINE)을 비행하고 있어. 고도를 낮출 수도 없고, 높일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한계비행?”
“그래. 여기서 조금만 더 벗어나면, 우린 견딜 수 없어. 너도, 나도, 지수도……”
“그렇지만 당신의 생각대로라면 당신 인생이……”
“아니 그렇지 않아.”
이번엔 엄마가 내 말을 잘랐다.
“난 이대로도 만족해. 난 여전히 네 엄마이고, 네 아내이니까. 어차피 어느 한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할 수도, 완전하게 포기할 수도 없는 불구자야. 그건 너도, 지수도 마찬가지이란 건 너도 알 거야.”
“그럼 이대로 지내. 혜정선배를 끌어들이지 말고.”
그 말에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 웃었다기 보다는 슬퍼했다.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이다.
“그건 그 아이의 뜻이야. 그리고, 나도 그 뜻에 동의하고. 네 말대로 나 역시 이대로 지내고 싶지만, 우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아. 마음을 놓아도, 너무 긴장해도 무너지고 말아. 하지만, 그 아이와 우리가 같이 산다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거야.”
“말도 안돼!!! 그건 억지야.”
“억지가 아니야. 사진관에서의 일을 벌써 잊었니?”
“……!!!”
“우리가 아무리 조심해서 산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우린 조심성을 잃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 아이가 우리와 살면 달라질 거야.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영원한 앙숙이니까. 더구나, 우린 단순한 고부가 아니고, 한 남자를 공유하는 고부니까 더욱 그렇겠지. 게다가, 지수도 그 아이를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지수도 긴장을 늦추지 않을 거야.”
“그건 궤변이야!”
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의 말에 상당히 공감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터무니 없는 논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엄마를 절실하게 만든 것일까? 나에게 버려질 각오로 그런 준비를 한다는 건.
“그건 좋은 면만 봐서 그래. 오히려 갈등으로 파멸할 수도 있어.”
“지금도 파멸은 우리 곁에 있어.”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생각해볼게.”
“너무 오래하지는 마. 지수를 생각해서라도……”
“알았어. 이리와.”
난 엄마를 내 쪽으로 당겨 안았다. 가냘픈 엄마의 몸이 내 품에 들어왔다. 이렇게 약한 여자가 나로 인해 마음 고생이 심하다는 게 못내 가슴이 아팠다. 나를 버리면 될 것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내 아내가 되어버린 여자. 그 여자는 내 엄마였다.
난 엄마를 뒤로 천천히 눕히면서 입을 맞추었다.
익숙한 키스를 주고 받았고, 서로의 몸을 매만졌다. 세상은 이런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나만해도 아직 우리의 모습이 낯설고, 혼란스럽다. 6년 전, 그 일이 이런 상황을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은 생명을 잉태하게 했고, 내 주변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보호막이 없어지고, 하늘처럼 높은 엄마가 이젠 내 아내가 되어가고 있다.
변신도 이런 기막힌 변신이 또 있을까?
-사락사락…… -
엄마와 나의 옷이 하나씩 몸을 떠났다. 어느 책에서는 인간이 옷을 입으면서부터 수치심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게 맞는 논리일까? 난 그 것만큼 개떡 같은 논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역사를 난도질할 개 자식일 것이다. 자신이 옷을 벗으면 수치스러우니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러리라 추측한 그런 학설은 도저히 학설로서 인정할 수가 없다. 그런 학설을 접하느니 포르노 소설을 접하는 것이 인생에 더 유익하다.
문화가 다르면, 도덕도 다르다.
조건이 바뀌면, 선과 악도 뒤바뀐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이란 것은 상대적인 관점일 뿐이고, 주어진 조건에 따른 구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옷을 벗고 산다면, 도덕도 바뀌고, 수치심도 바뀌며, 미의 기준도 바뀐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그런 개 자식들은 전쟁에서 사람을 죽인 군인들을 살인죄로 재판하려고 덤벼들 녀석들이다.
엄마는 지금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세상이 우리들에게 세뇌를 시켜놓은 가치관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세상의 눈들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나를 낳은 여자. 그녀는 내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이다.
혼자서 얼마나 힘겨웠을까?
얼마나 힘겨웠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방법이라고 제시하는 걸까?
아들을 버릴 수 없기에 아들을 남자로 받아들였고, 아들의 여자가 될 수 없기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여자. 그건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일까? 아님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일까?
끝없는 질문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질문들은 하나같이 내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가슴이 세하니 저려왔고, 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눈물이 날 것처럼 눈이 뜨거웠다. 엄마와 내가 왜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거지? 무엇이 잘못되어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거지? 철부지 시절의 실수치고는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다. 말랑말랑한 유방에 느낌이 슬펐다. 엄마의 배속에서 엄마의 영양분을 빨아 먹던 것도 모자라 세상에 나와서도 엄마의 영양분을 난 흡혈귀처럼 빨아 댔을 엄마의 젖가슴이 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엄마의 몸은 달아올랐다.
“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유두를 세차게 빨아대자 엄마는 몸까지 비틀며 괴롭게 신음했다. 내가 아기였을 때에도 이 정도의 강도로 엄마의 빨았을 텐데. 그때도 엄마는 지금과 같은 신음을 내었을까?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수유를 하던 여자의 모습에 엄마의 얼굴이 오버랩이 되었다. 더 없는 행복감과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젖을 물렸을 엄마가 지금은 전혀 다른 행복감에 신음을 하고 있었다.
“으음… 아…”
엄마의 유두가 단단하게 발기했고, 흥분한 가슴이 조금 더 부풀어 올랐다. 손으로 톡톡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몸에 전율이 흐른다. 더 이상 빠질 살도 없는 엄마의 몸이 애처롭기 까지 하다. 왜 난 지금까지 이런 엄마의 몸을 몰랐을까? 수없이 가진 엄마의 몸인데, 왜 이런 것을 몰랐을까? 날씬한 엄마의 몸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 이 몸에 새겨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미웠다. 고민은 혼자 짊어진 것처럼 폼 잡은 것이 우스웠고, 무책임하게 도망치려 한 지난 날이 후회스러웠다.
난 이 여자의 남자가 되리라.
난 이 여자를 영원히 사랑하리라. 늙어 볼품이 없어져도 이 여자를 가슴에 품으며 끝없이 받기만 한 사랑을 돌려주리라. 울컥거리며 이상한 다짐들이 내 머리를 맴돌고,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순간의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세상의 상식이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이마저도 나에게 없다면 난 인간도 아닐 테니.
“흐흑!”
호흡이 막히는 듯한 소리를 내며 엄마의 몸이 긴장했다. 언제나 엄마는 내가 자신의 음부를 입으로 빨면 그런 소리를 내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갔고, 참을 수 없는 떨림으로 내 애무에 화답을 했다. 여전히 부끄러운 걸까? 아마 그런 것일지 모른다. 그 곳으로 나를 잉태하고, 그 속에서 나를 10개월이나 기르지 않았던가. 아버지라면 모를까. 나에게 있어 그 곳은 생명이 시작된 성스러운 곳. 같은 장소이건만 상대에 따라 완전히 의미가 다른 곳이 바로 그 곳이었다.
하지만, 의미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논리적 개념일 뿐. 물리적 의미는 아니다. 아버지가 아닌, 내가 그 곳을 자극해도 엄마의 몸은 타오르는 성욕에 전율을 한다. 미끈거리는 엄마의 질 분비물을 난 남김없이 혀로 감아 올려 목으로 넘겼다. 소음순이 혀에 의해 이리저리 자리를 잡지 못하고 움직였고, 클리토리스는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하여 앙증맞게 튀어나왔다. 내 혀는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질 입구를 건드리다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나온 혀에는 다시마의 알긴산같은 끈적한 엄마의 분비물을 내 입 속으로 넣었다.
“으읍……. 흡……”
애처롭게 엄마가 신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던 엄마의 손이 무엇인가를 애타가 찾았다. 그것은 내 성기였다. 난 엄마의 머리 쪽으로 다리를 뻗고 누워서 엄마의 몸을 내 위로 올렸다.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몸이 내 위로 올라왔다. 예전에는 이런 자세를 싫어했었는데, 이젠 엄마가 더 원했다. 나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함에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 자신이 내 몸을 원해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행위는 나로 하여금 엄마가 이제는 완전히 내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흡……. 흡………”
다소 가쁜 호흡소리를 내면서 엄마는 내 성기를 빨았다. 촉촉하면서 따듯한 엄마의 입이 성기에 느껴졌다. 엄마의 혀가 내 성기를 휘감았고, 내 고환을 엄마는 부드럽게 만져주었다. 그런 기분 좋은 감각을 느끼며 난 더욱 정성스럽게 엄마의 음부를 입으로 빨았고, 손으로 항문까지 자극해주었다. 항문을 건드릴 때마다 엄마의 몸이 전율하면서 움찔거렸다.
“으흑… 제발 거기는…”
엄마는 애원했지만,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항문 성교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한 날 이후에는 하지 않았다. 장난 삼아 한번 시도를 한 적이 있었지만, 마지 못해 받아주려는 엄마의 눈물을 본 이후에는 다시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손으로 가볍게 자극하는 것까지 엄마가 거부한 적은 없었다.
한참을 69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던 나는 엄마의 몸을 옆으로 밀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엄마는 눕지 않고 내 행동을 예측하고서 엉덩이를 세우고서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익숙해진 패턴이었다. 난 콘돔을 재빠르게 착용한 뒤, 성기를 엄마의 활짝 개방된 입구에 가져가 밀어 넣었다. 미끈거리며 순식간에 내 성기는 엄마의 몸 속으로 사라졌고, 엄마는 탄성을 내었다.
“아~~~”
그마저도 익숙했다. 엄마는 내 성기가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오면 충만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더 없이 가득해지는 자신의 몸 속의 느낌에서 행복감마저 느낀다고 부끄럽게 고백을 했었다. 그 고백이 내 강요에 의한 것인지 솔직한 엄마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용기를 주는 말이었었다.
-탁.. 탁... 탁.. 탁.. 탁…-
엄마의 엉덩이와 내 하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방을 울렸다. 그기에 삐걱대는 침대소리가 묘한 화음이 되어 방안은 엄마와 나의 음악소리로 가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탄성을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아… 아… 흑… 헉,… “
-탁…탁…탁…탁…-
그 음악에 내 호흡소리가 액센트를 주었다.
“헉……….. 헉……….”
방안은 엄마와 나의 섹스가 내는 음악소리로 질펀하게 젖어 들었다. 땀이 들을 타고 흘렀고, 엄마의 몸에서도 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힘들기 보다는 그러한 노동은 기쁘고, 즐겁다.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의 깊은 환희가 눈 앞에 잡힐 듯 말 듯 아른거리니까.
하지만, 그 자세로 절정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난 엄마의 몸 속에서 성기를 빼내면서 엄마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자동적으로 엄마는 다리를 벌려 내가 삽입하게 쉽게 자세를 취해주었다. 난 망설임 없이 엄마의 몸 속에 다시 내 성기를 찔러 넣으며 엄마를 안았다.
“좋아?”
“응……”
“사랑해.”
한번도 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엄마의 몸이 순간적으로 정지되었다가 이내 힘있게 나를 끌어 안았다.
“나두.”
“당신은 내 아내야. 내 영원한 아내.”
“그래.”
“말해주지 않을 거야?”
“뭘?”
“내가 당신의 남편이란 걸.”
“말로 해야만 알아?”
“난 바보니까.”
“당신은 내 남편이야. 난 당신의 아내이고.”
“고마워.”
난 엄마의 입에 입을 가져가 키스를 요구했고, 엄마는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엄마의 혀가 내 입을 먼저 침범해 내를 농락하고선 자신의 입으로 나를 초대했다. 기꺼이 엄마의 입으로 들어가 난 엄마와 뒤엉켰다. 그러다, 서로의 혀를 거두어 들이며 이번엔 상대의 입술을 빨아당겼다. 난 엄마의 아랫입술을 엄마는 내 윗입술을 빨았다. 엄마의 타액이 내 입으로 흘러 들었고, 내 타액은 엄마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유난히 깔끔을 떨었던 어린 시절, 난 타인이 사용한 수저는커녕 국에도 손을 대지 않았었다. 그런 어느 날 집안에 많은 손님이 찾아온 탓에 수저가 모자랐을 때가 있었다. 엄마는 자신이 먹던 수저를 씻어서 나에게 주었었지만, 난 신경질을 내며 그 수저로 밥을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의 타액을 거침없이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엄마와 나의 키스가 끝이 난 것은 내가 허리를 움직였을 때였다. 내 움직임에 엄마와 나의 입은 반사적으로 떨어졌고, 난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엄마의 무릎을 내 겨드랑이에 끼우고 강하게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윽… 윽… 윽… 윽….”
-탁… 탁…탁… 탁….-
강한 내 움직임에 엄마의 몸이 진동을 하면서 아까보다 더 강한 탄성이 엄마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탁… 탁…탁… 탁….-
“헉… 헉… 헉… 헉….”
이내 엄마는 호흡이 끊어지는 듯 가쁜 탄성을 내었고, 온 몸을 출렁거렸다. 엄마의 가슴이 흔들리고, 머리가 진동했다. 벌어진 엄마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고 끈임 없이 신음을 토해내었다. 왠지 그런 엄마가 슬퍼 보였다. 더 없는 희열에 가득 찬 표정이건만,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하지만, 내 느낌은 이율배반적인 느낌.
이럴 때, 사고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몸은 쾌감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머리 속은 엉뚱한 생각을 하니 말이다. ‘좋아 죽겠다’는 말은 단순한 반어법만은 아니다. 인간의 심리와 사고능력을 정말 절묘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엄마의 음부에서 힘이 느껴졌다.
내가 들어갈 때 마다 강하게 나를 잡는다. 그건 곧 엄마가 절정에 아주 가까이 다가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더욱 강하고, 빠르게 허리를 놀렸다. 쾅쾅대는 내 움직임에 엄마의 온 몸이 강하게 울렸다.
“학… 학… 끄윽……..”
엄마의 신음은 점점 절박 해져갔다.
“제발… 흐윽…. 으윽…..제발… 흑…. 흑…..”
애원 섞인 엄마의 말이 신음과 함께 섞여 나왔고, 이내 엄마는 온 몸을 경직시키며 강하게 떨렸다.
“아흑……………..”
숨이 끊어질 듯 단발의 신음을 내며 엄마는 절정에 치달았고, 내 성기에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한 조임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곧 나도 정신의 아득함을 느끼며 엄마의 몸 속에서 폭발했다.
폭풍이 지나간 뒤, 난 엄마의 몸에서 내려와 옆으로 누웠다. 그러자 허전함을 느낀 엄마는 내 품을 파고 들었다. 난 그런 엄마를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결혼하자. 아버지와 새엄마, 지수, 수진이만 초대하고서……”
하지만,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절정의 여운을 대화로 깨고 싶지 않은 듯 내 품 속에서 간헐적으로 몸만 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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