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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계약 47


그 순간 멈춰 있던 우민의 심장이 크게 쿵쿵,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일정한 리듬으로 맥박을 치기 시작했다.


여자가 씩 웃으며 우민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에 떼어낸 후 상체를 위로 일으켰다.


그리고 우민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로 손을 뻗으며, [후후, 합격이야.] 라고 작게 속삭였다.




우민은 여자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으로 그의 몸속에서 엄청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발밑에 무릎 꿇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우민의 마스크가 벗겨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눈부신 빛이 흘러들어오자 우민은 한순간 앞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눈이 익숙해져서 주위의 사물이 눈에 들어온 순간 우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앗.....너....넌?]




우민은 자신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맞아요,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숨긴 거예요.]




여자가 작게 코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우민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미녀가 누구인지, 아니 어떤 존재인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세상의 모두를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는지 잘 알 수가 있었다.


눈앞의 미녀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바로 이 분에게 봉사를 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곧바로 우민의 몸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주인님을 위해서 뼛속까지 충성을 다하며 열심히 봉사를 해야 합니다.]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우민은 더욱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이....이 분마저 모시고 있는 주인님이 아직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분이?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기고 있는 지현조차 누군가의 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민은, [잘 알겠습니다.] 라고 말을 하면서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우민을 내려다보며 지현이 조용히 말했다.




[‘전 지현님’, 너의 동료들은 날 그렇게 부르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부르도록.]




[옛. 잘 알겠습니다, 전 지현님. 불초, 김 우민, 전 지현님의 주인님을 위해서 분골쇄신의 각오로 열심히 일을 하겠습니다.]




우민이 소리 높여 그렇게 선언하자 지현이 턱을 들어서 문을 가리켰다.


우민은 즉시 마스크와 이어폰을 손에 들고서 고개를 숙여 절을 한 후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걸어가는 도중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옷을 재빨리 주워서 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조금 전의 포니테일의 메이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물인 최 지민이라고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다 신봉자님의 공유물입니다. 언제, 어떤 때라도 저희를 불러주신다면 열심히 봉사를 하겠습니다.]




메이드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제물이라니 그게 뭐야? 신봉자는 또 뭐고?]




하지만 지민은 스윽 우민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양손으로 그의 입술을 눌렀다.


그 순간 우민은 등 뒤에서 누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면서 조금 전의 자신과 똑같은 마스크를 쓴 김 인권이 다른 메이드에 이끌려서 조금 전의 복도로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민은 입을 막은 의미를 알아차리고서 지민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지민은 그의 입술에서 손을 떼어낸 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서 양손으로 그의 양복을 받아서 다시 그에게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권이 그 방안으로 사라지자, [그 질문에 대해서는 잠시 후 기춘님께서 모두 다 자세히 설명을 해주실 겁니다.], 라고 지민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대답을 했다.




[김 실장님이?]




그러자 지민이 그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서 고개를 숙였다.




[전 또 다른 할 일이 있으므로 여기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어느 새 우민의 손에서 마스크와 귀마개까지 챙긴 후 복도의 안쪽으로 사라져갔다.


혼자 복도에 남게 된 우민은 거실의 문을 바라보면서 쓴 웃음을 지으며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안으로 들어간 우민은 곧바로 기춘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 그런가? 내가 압박감으로 느꼈던 것은 바로 저것이었군.




자신의 정면 소파에 앉아 있는 기춘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강한 어둠의 기를 볼 수 있게 되자 우민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춘 또한 거실로 들어온 우민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오옷.....자네도 문양이 밖으로 드러나 있군.]




기춘이 감탄을 하며 말을 걸어온 순간 우민은 기춘의 오른쪽 눈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실장님, 그 눈은?]




[후훗....내 눈보다 자네 얼굴부터 거울로 보도록 해.]




기춘이 즐거운 얼굴로 거울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을 하자, 우민은 즉시 벽에 걸려 있는 거울로 가까이 다가갔다.




[앗! 뭐야, 이건?]




우민은 자신도 모르게 한손을 이마로 가져가며 그렇게 외쳤다.


우민의 양쪽 눈썹의 정확히 한 가운데 부분에서 5센티 정도 위쪽으로, 즉 미간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직경 5센티 정도의 푸른 색 삼파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깜짝 놀란 우민이 고개를 돌려서 기춘을 바라보았다.




[김 상무님,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큰 소리를 내다니?]




우민의 소리에 깜짝 놀란 박 태민이 말을 걸어왔다.


우민이 남아 있는 태민과 주현을 바라보며, [이걸 봐? 이런 반점이 갑자기 생기면 누구나 놀라지 않겠어?]라고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태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점이라니요? 어디에?] 라고 되묻고 있었다.


그 순간 기춘이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그런 문양이야. 보이는 사람밖에는 보이지 않아. 우리들의 증거야. 음....하지만 그런 곳에 문양이 생기다니?]




기춘이 우민의 시선을 받으며 즐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문양이 발현하는 장소는 주로 그 사람의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70% 정도는 몸에 나타나며, 팔과 다리에 나타나는 사람이 30% 정도로, 기춘처럼 눈이나 입, 귀에 나타나는 사람은 매우 드문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민처럼 얼굴 한 가운데 문양이 나타난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우민의 문양이 나타난 부분은 바로 ‘천리안’이나 ‘삼지안’이라고 불리는 아주 특수한 부위인 것이다.


기춘이 이렇게 감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 기춘을 향해서 우민이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 순간, [그럼 다음 분의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지민이 어느 새 거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끝난 건가?]




지민이 너무 빨리 나타나자 우민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김 상무님 때에도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여기를 나갔다가 5, 6분 정도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태민이 그렇게 대답했다.




[무슨 바보 같은? 5, 6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우민이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 5, 6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그 행위가 그렇게 짧았나? 그렇다면 실제로 섹스를 한 것은 겨우 3분도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이야......그렇게 짧았다고?




자신이 느꼈던 궁극의 쾌감이 겨우 몇 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민이 깜짝 놀라고 있는 가운데, 태민이 준비를 마치고서 거실을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1분 후 김 인권이 거실로 들어오더니 우민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마지막 노 주현까지 모든 것을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기춘이 아주 즐거워하며 말을 했다.




[과연, 4명 모두 합격이로군. 그럼 시간이 없으니까 자세한 내용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알려주지.]




4사람이 기춘을 따라서 저택 밖으로 나가 조금 전의 밴에 올라타자, [여긴 정 우성, 사립 탐정이야. 지금의 너희들이라면 알아차렸겠지만 너희들보다 한 계급이 위다. 인사해.] 라고 우성을 소개해 주었다.




[우성이다. 뭐, 내 앞에서 까불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잘 기억해.]




우성이 운전석 뒤로 몸을 내밀고서 무뚝뚝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잠시 후 4사람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비밀의 일부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4명의 전무파 임원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계약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5-14.




4명의 상무는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긴급 임원회의에 참석을 해야만 했다.


긴급 임원회의라고 말해도 이제는 전혀 회의가 아니라, 사장실에서 행해진 친족회의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그냥 통보해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지금 스캔들의 책임을 부사장이 지고서 물러나게 되었다는 내용이 통보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4명의 상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4사람이 놀라고 있는 것은 회의 내용이 아니었다.


4사람은 이미 이 스캔들의 진상을 기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놀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감각 때문에 놀라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두려움을 느꼈던 회장이나 사장에 대해서 아무런 위압감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 외에 모든 사람들이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민 일행은 그게 자신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인지 알고 싶어서 회의가 끝난 후 한 자리에 모여서 그 사실을 서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각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혼자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던 우민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고서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려고 한 순간 온몸을 통해서 무서울 정도의 압박감을 느꼈다.


우민은 마음속으로 크게 비명을 지르며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오한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계단실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그 안에서 손짓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본 순간 우민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민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려고 한 순간, [가만히 있어!], 그 남자가 낮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우민의 육체는 그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여서 계단실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민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 멍청아! 그런 곳에서 상무가 평사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어떻게 돼? 앞으로는 조심해!] 라고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야단을 쳤다.




[죄....죄송합니다.]




남자의 화가 난 목소리에 우민은 계단실 바닥에 엎드려 이마까지 조아리며 사죄를 하고 있었다.




[젠장, 빨리 일어나. 여긴 회사야. 누구의 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몰라.]




그러자 우민은 또 다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당신이 그 주인님?.....이것으로 모든 게 이해가 되는군요. 직접 만나 뵙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그리고 절 동료로 받아주셔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준하 님이 저희들의 주인님이었다니....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후후, 불만인가?]




[서...설마요....단지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쳤는데 그걸 전혀 깨닫지 못했던 제 불찰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불만은 조금도 없습니다.]




[훗. 알았어. 그런데 몇 명이나 성공했나?]




[에? 아....4명입니다. 저희들 상무 4명이 모두 신봉자가 되었습니다.]




[음....4명 모두?]




준하가 약간 놀라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희들이 신봉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너희들 아내 때문이야. 잔뜩 사랑을 해 줘.]




[네. 돌아가는 대로 칭찬의 말씀을 희애에게 전해 주면서 마구 박아주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것만은 꼭 명심하도록. 앞으로 매우 급한 일이 아니면 절대로 나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아는 체 하지 마. 존재 자체를 무시해. 아. 맞아. 그리고 다른 세 사람에게는 아직 내 존재에 대해서 알려주지 마. 다만 절대로 계단실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전해 줘. 혹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 녀석들이 조금 전 너처럼 반응을 보이면 위험하니까 말이야.]




준하는 그렇게 말한 후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혼자 남겨진 우민은 준하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준하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우민은 큰 한숨과 함께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계단에 주저앉고 있었다.


잠시 거칠게 숨을 쉰 우민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굉장한 땀이군....언제였지, 이렇게 긴장을 한 것은? 후후후, 그런데 진짜로 굉장했어. 압도적인 존재감이었어. 김 실장님도 굉장하고 지현님도 뛰어났지만 그 분은 확실히 특별하군. 현격한 차이야. 그 분을 따라야 해. 아니 이 몸과 마음을 모두 다 바치는 길 밖에는 없어.]




그런 식으로 우민은 순수한 존경에 의한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의 이마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응? 뭐야?]




우민이 이마로 손을 가져간 순간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이 우민의 머리 주위로 펼쳐 나갔다.


그리고 몸속에서 알 수 없는 능력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 뭐야? 힘이 넘치고 있어....설마....




우민은 감각의 변화에 매우 당황해하면서 계단실을 뛰쳐나온 후 눈앞에 있는 휴게소로 들어가서 거울을 찾았다.


그리고 그 거울을 들여다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 벼....변했어. 문양의 색이 빨강에서 푸른색으로 변했어.




아무런 자극도 없는데 문양의 색이 변화한 것을 보면서 우민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우민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변화는 두 가지의 우연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우민은 다른 세 명과 다르게 몸속에 충분히 어둠의 기가 쌓여 있었다.


그건 우민이 희애의 감정을 조종해서 영혼까지 고문을 한 것이 크게 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감정을 조종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켜서 다른 세 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어둠을 소유하고 있었다.




둘째, 그리고 지금 처음으로 준하를 만나서 그에 대한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게 된 일이다.




************************




한편 준하는 지하실에 위치한 자료실로 향하고 있었다.




[영감님? 있어?]




[여기야.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준하가 즉시 기춘의 책상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4명 모두 신봉자가 되었다고 하던데?]




[응....소식이 빠른데, 누구에게 들었어?]




[김 우민.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




준하가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을 했다.




[왜 그래? 다행히 4명 모두 신봉자가 되었는데 뭔가 불만이라도 있어?]




그러자 준하는 조금 전 우민과의 만남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다행히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사장파의 귀에 내 이름이 들어갈 수도 있었어.]




[후후후.....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이 몸도 너 정도의 기를 가진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간담이 서늘해져. 하물며 그 녀석은 겨우 몇 시간 전에 신봉자가 된 놈으로 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어. 즉 갑자기 굶주린 맹수를 만난 것과 비슷할 걸. 음....그런데 겨우 그 정도 일로 날 찾아오진 않았을 텐데....]




[영감님....나에게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이야? 내가 뭘 숨겨?]




[저번에 명수의 저택에 우연히 가게 되었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었어. 오늘 우리 집으로 갔다니까 알겠지? 우리 집에 새로 늘어난 가구들 말이야.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지?]




[알아. 명수 녀석은 그 가구에 어둠의 기운을 모아서 자신의 문양을 유지하고 있었어. 그래서 계약자나 제물이 없어도 어떻게든 자신의 문양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




그러자 준하가 그 말을 이어서 기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우리 집에 있던 가구들은 거의 다 명수의 집에 있었어. 바꿔 말하면 그 가구들 외에는 어둠의 기운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야. 자, 그런데 영감님은 어떻게 문양을 유지하고 있었던 거야?]




준하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자 기춘이 창백해진 얼굴로 땀을 비 오듯이 흘리기 시작했다.




[미...미안해.....숨기고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하지만 이 몸도 이유가 있었어. 제일 큰 이유는 네 입에서 ‘공유’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어. 제일 먼저 너와 만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공유’라니? 그럼 제물을 말하는 거야?]




그러자 기춘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백을 했다.




[현무님과 연결이 끊어진 후, 이 몸을 37년 동안 유지시켜주었던 것은 2명의 제물이었어.]




[음.....역시 그랬군.]




준하가 납득을 하자 기춘이 책상 위로 머리를 세게 내리치며 말했다.




[그건 너에 대해 악의가 있어서도 배반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야! 그냥 그 바보 녀석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제발 믿어 줘!]




[영감님. 오버 좀 하지 마. 난 영감님에게 화가 난 게 아니야. 그냥 왜 나에게 뭘 숨기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뭐, 나도 계속해서 숨기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말을 꺼낼 타이밍이 계속 없었을 뿐이야. 계속해서 일이 생기고 있었으니까.]




[알았어, 그럼 지금 하지. 내가 직접 그 애들을 상대해줄게. 그건 그렇고 어떤 여자들이야? 36년 전에 연결이 끊어졌을 테니까.....에? 그럼 벌써 할매들이야?]




[아, 둘 다 올해 53살이야. 이 몸이 제물로 만든 것은 37년 전으로 둘 다 16살 때의 일이었어.]




- 젠장, 16살이라니? 영감님, 진짜 영계를 좋아하는군.




준하는 반쯤 놀라면서 기춘의 성벽이 예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춘은 그런 준하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휴대폰을 꺼내서 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통화가 연결되자, [여보세요, 주인님?] 이라고 요염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야. 바로 이리로 와!]




기춘이 명령을 내리자 전화기 저편에서 숨을 집어삼키는 기척이 들려왔다.




[알았습니다. 저도 주인님이 불러주시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스케줄을 조정한 후, 바로 갈게요. 아마 이 시간이라면 거기에 도착하는 것은 8시 이후일 거예요.]




끈적끈적한 음성으로 여자가 대답하고 있었다.


기춘은 알았다고 대답을 한 후 통화를 끊은 후 이번에는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주인님? 찾으셨어요?], 통화가 연결되자 이번에는 차가운 느낌의 여자가 물어보고 있었다.


기춘이 조금 전과 같이 지시를 내리자, [알았어요, 곧바로 그 쪽으로 갈게요. 하지만 8시 이후에나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이번에도 같은 시간을 말하고 있었다.


기춘은 통화를 마친 후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고서 [호출했어.] 라고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춘의 태도에 준하는 또 다시 몇 가지 의문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영감님, 지금 전화를 했는데 8시 이후라는 것은? 둘 다 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뜻이지?]




[맞아, 둘 다 시내에 있어.]




- 음. 영감님의 표정이 이상한데.....아직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야?




기춘의 대답에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며 준하가 물었다.




[어이, 영감님? 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야?]




[아니야. 단지 주인님과 다시 연결이 된 후 한 번도 사용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기춘이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기춘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기춘이 불편해하고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자, 준하가 매우 즐거워하며 말했다.




[왜 그래, 영감님? 솔직하게 전부 다 말하고서 편해져.]




그러자 기춘이 벌레를 씹은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몸의 제물은 둘 다 매우 우수한 수완가들이야. 이 몸과 함께 미국으로 가서 미국 대학에서 월반으로 졸업을 했어. 그리고 이 몸의 기를 조달하기 위해서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세계로 몸을 바쳐서 이 몸의 문양의 지탱시켜 왔어.]




[그래서?]




[두뇌가 아주 뛰어난 여자가 그 환상적인 몸과 얼굴을 무기로 30년 동안 각자 자신의 세계에서 일을 했어. 당연히 지금 둘 다 매우 뛰어난 지위에 올라가 있어.]




이제 기춘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준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춘의 시선을 무시한 채 준하가 더욱 더 몸을 앞으로 내밀자 기춘이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 이 몸은 그 녀석들의 사회적 지위가 아까워. 그런데 그 녀석들은 그 지위에 고집을 부리지 않아. 그런 제물이 주인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 아마 지금의 지위 따위는 쓰레기처럼 버리고 말 거야.]




기춘이 자신의 걱정을 준하에게 말했다.




[뭐야? 그럼 영감님의 제물은 주인이 말하는 것도 듣지 않는다는 거야?]




[후훗....이 몸의 제물은 이 몸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해. 하지만 이 몸보다 위의 존재가 명령을 내리면 내 명령 따위는 간단하게 무시하겠지. 게다가 이 몸의 윗사람은 이 몸이 싫어하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런 명령 따위는 간단히 내릴 것 같고 말이야. 아니야, 주인님?]




기춘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준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준하가 씩 웃으며 말했다.




[과연 영감님....내 마음까지 읽고 있어. 뭐 거기까지 생각했다면 나도 영감님의 태도를 이해하지 않을 수 없지.]




[그래. 난 진짜로 아까워.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야. 그 녀석들을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 둬.]




[어쨌든 8시 반까지야. 우리 집으로 집합.]




하지만 준하는 그런 기춘의 애원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뒤돌아서 걸어가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춘은 그런 준하의 등에 크게 한숨을 쉬며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




우민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사장파가 진행하고 있는 기자회견을 보고 있었다.


TV화면에는 사장, 홍보부장, 영업본부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기자 회견은 그 프로젝트의 실패와 결산보고의 조작을 인정하며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였던 부사장의 경질을 발표하는 내용이었다.


이 발표에 의해 그 스캔들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는 의도가 분명하게 보이는 기자 회견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기자들 역시 미리 입을 맞춰 놓았는지 그런 방향으로 수습되도록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연히 그 방송 또한 녹화 방송이었으며 기자회견 자체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끝나 있었다.


그리고 기자 회견 영상은 교묘하게 편집되어 꼬투리가 잡힐만한 질문이나 애매모호한 대답은 모두 다 잘라져 있었다.


‘원 인터’라는 제일 큰 광고주의 사정을 매우 잘 봐주고 있는 지방 방송국인 것이다.


우민은 그 기자회견 영상을 보며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희생양은 부사장이었던 건가? 후후후....가족을 내치면서까지 이 사태를 막고 싶었던 거군. 사태를 알아차리는 눈이 전혀 없어. 게다가 이런 급한 불을 끄는 정도로의 해결책이 또 다른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 사장파 녀석들, 완전히 식은 죽 먹기인가?]




우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TV화면을 인터넷의 경제 정보 사이트로 바꾸고 있었다.


그러자 그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는 새 소식을 알리는 빨간 문자가 점멸되고 있었다.


새 소식의 표제는 바로 ‘원 인터내셔널 부사장, 업무상 횡령인가?’ 라고 적혀 있었다.


우민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 기사를 클릭했다.


그러자 어느 익명의 고발장이 나타나고 있었다.




‘공장 유치와 관련된 용도불명금의 행방.’ 이라고 적혀 있는 고발장에는 좌절된 프로젝트의 유치와 교섭에서부터 토지 매수, 공사업자의 선정까지 여기저기서 사라져 간 용도불명금의 명세서가 적혀 있었고, 그 명세서와 관련된 부사장의 사인이 들어가 있는 결제서류의 사본이 자료로 첨부되어 있었다.


고발장에는 관계된 사람들의 이름이나 회사명은 까맣게 지워져 있었지만 결제자의 사인을 보면 그게 부사장이 추진한 일이라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나 있었다.


누구나 다 이 비자금이 누구의 손에 의해서 얼마나 조성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우민이 엷은 웃음을 지으며 그 기사를 읽고 있는 도중 갑자기 복도가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사장파의 임원들이 그 기사를 알아차리고서 복도를 뛰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 녀석들! 저렇게 행동을 하면 이 기사가 전혀 예상 밖의 일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는 꼴이잖아. 아직도 사내에 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는 거야, 병신들.]




우민이 크게 한숨을 쉰 순간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어이, 인터넷 봤어?]




인권이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고 있었다.




[아아, 지금 보고 있어. 바보 녀석들, 상대방의 목적도 잘 알지 못한 채, 서투르게 발버둥을 치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어이, 너 지금 어디야? 설마 그런 말을 집무실에서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인권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우민이 약간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집무실이야. 하지만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사장파 녀석들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말이야. 벌써 우리들의 감시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말을 할 정도로 체계 자체가 붕괴되고 있어.]




[그런데 근거가 뭐야?]




인권이 놀라서 물어보자 우민의 그의 질문에 움찔 몸을 떨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맞아, 난 뭘 근거로 괜찮다고.....




우민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그 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를 본 사장파의 반응, 회장 및 사장 등 사장파 수뇌부의 성격, 그들의 혈연관계와 여러 가지 상황......


그런 데이터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지금 현재 사장파의 행동과 상황, 대응 방안 등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결과 현재 98%의 확률로 사장파는 3파로 내부분열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 결과 그들은 우민 일당을 감시할 여력이 없다고 우민의 뇌는 말해주고 있었다.


조금 전 우민이 깜짝 놀라면서 숨을 삼키는 순간 우민의 두뇌는 마치 슈퍼컴퓨터처럼 그런 결론을 추론한 채 우민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추론은 조금의 차이도 없이 사장실 안에서 현실이 되고 있었다.




우민이 인권에게 전화를 받기 몇 분 전 사장실 안에서는 기자회견을 마친 사장 일파가 우민보다 먼저 그 인터넷 기사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조금 전의 기자회견에 의해서 주가가 어떻게 변동할지 가슴을 조이며 인터넷으로 주가 정보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경제 정보 사이트에서 이 기자회견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정보를 내놓을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어느 경제 정보 사이트에서 ‘원 인터 부사장 엄벌에 의해 경질’이라는 정보가 올라왔다.


그 사이트는 얼마 전 원 인터의 스캔들을 폭로한 사이트로 주가 하락의 방아쇠를 당겼던 사이트였다.


그리고 곧바로 같은 내용의 정보들이 다른 사이트에서도 올라오기 시작하자 주가의 하락폭이 잠시 주춤해지고 있었다.


한순간 사장 일파는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그 순간 다른 경제 사이트에서 ‘원 인터 부사장, 업무상 횡령인가?’라는 완전히 다른 정보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정보에 사장파는 아연실색한 채 그 기사를 클릭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그들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내부 정보와 고발장이었다.


게다가 그 고발장은 아마도 경찰과 검찰 양쪽에 증명 자료와 함께 발송되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고발 내용을 확인한 사장 일파는 그 내용에 머리를 움켜잡고 있었다.


만일 그 자료를 바탕으로 검찰 조사가 시작된다면 부사장은 틀림없이 실형 판결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부사장 외의 다른 임원들도 형사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고 다행히 기소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해도 회사의 사회적 신용도가 실추하는 것은 불을 보듯 확실한 상황이었다.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서 실행했던 방법이 최악의 형태로 보복 공격을 받아 사장파 수뇌부는 가족인 부사장을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정보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회장은 즉각 보복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사장인 몽주와 마찬가지로 횡령 사실이 있는 상현과 정민이 필사적으로 사장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두 명 외에 정 성준과 이 한구 역시, 그 기사에 의해서 더욱 더 빠르게 하락할 주가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두 번째 타개책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었다.


서투르게 행동해서 상대를 자극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음에 공격을 받을 대상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 역시 필사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사장파의 수뇌부는 3파로 나누어져 서로 의견이 대립된 채 그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게다가 세 파의 대립은 급보를 알리러 온 사장파 사원의 눈에 들어가게 되어서 이제는 사내 전체에 그 위기감이 크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그 결과 전무파의 감시까지 흐지부지되어버리고 있었다.


확실히 우민의 예상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민이 얻게 된 암흑의 힘.....그건 바로 그가 제일 자랑으로 여기는 분석력과 해석력을 사용한 ‘수읽기’였다.


우민은 올바른 정보만 있으면 마치 ‘예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로 순식간에 사건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우민은 자신의 그런 힘에 깜짝 놀라면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 기자회견을 본 후 왜 난 제일 먼저 그 사이트에 접속한 걸까? 그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




그러자 우민의 머릿속에서 이 주가하락을 조작하고 있는 기춘의 성격, 이 경제 사이트의 평판이나 신뢰도 등이 떠오르면서 만일 기춘이 다음에 정보를 흘리려고 했었다면 이 사이트를 이용했을 확률이 제일 높았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민의 ‘수읽기’ 능력이 무의식 상태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증거였다.




[왜 그래? 또 뭔가가 있는 거야?]




멍하니 있는 우민의 귀에 인권이 묻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직은 없어.]




우민은 그렇게 대답을 하며 시선을 비서실로 향하고 있었다.




[음, 자네의 경우에는 오른쪽 어깨였지? 문양이 나온 장소가 말이야. 뭔가 바뀐 게 있었어?]




[제발....그런 말은 전화로 하지 마. 아무 것도 바뀐 건 없어.]




인권이 놀라움과 초조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전화를 끊었다.


우민이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바라보며, [후후....그 녀석이라면....틀림없이 그렇게 할 거야.] 라고 중얼거린 후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넣은 후 다시 비서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제 최 설현, 저 년을 어떻게 할까?]




우민이 무정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우민은 일부러 인권을 화가 나게 만들어서 전화를 끊게 만들었다.


아직 자신의 문양의 변화를 인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권의 성격 상 화를 나게 하지 않았다면 감시의 눈이 사라진 지금 곧바로 우민의 집무실로 찾아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확률은 아마 96%라고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민의 문양의 색깔의 변화를 직접 봤을 때 그 이유를 캐물을 확률은 100%였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민은 아직 다른 상무들의 능력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준하의 이름을 대지 않고서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인권을 화가 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권이 사무실로 찾아올 확률이 0%가 된 지금, 우민의 머릿속에는 사장파에게 자신의 정보를 팔아넘긴 얄미운 비서, 최 설현을 어떻게 괴롭힐지 확률을 따지고 있었다.




- 단순히 또 다시 사장파를 배신하고 나에게 붙을 확률은 100%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음...노예로서 복종하게 만드는 것....그것도 100%야. 그랬어, 저 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우리 하청 회사의 직원이었어. 부친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간단하게 복종을 맹세하게 만들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전혀 재미있지 않아....맞아...애완견보다 더 아래인 성 노리개로서 충성을 맹세하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우민은 그 결과에 코웃음을 치면서 더욱 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우민의 머릿속에는 최 설현을 100% 성 노리개로 만들기 위한 순서가 확립되고 있었다.


우민은 더욱 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비서실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비서실은 집무실의 입구와 집무실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반드시 10평 정도의 그 방을 지나지 않으면 집무실로 들어올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이른바 대기실로 손님은 모두 다 그 방에서 비서에게 일단 용건을 말하고 비서가 사무실로 전화를 거는 것이 원 인터의 시스템이었다.


그건 상무 이상의 모든 임원들에게 적용되어 있었다.


우민은 그 비서실의 문손잡이를 붙잡고 단숨에 문을 열면서, [이런, 업무시간 중에 개인적인 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 않아?] 라고 설현을 보며 말을 걸었다.


책상 그늘에 숨어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던 설현은 갑자기 나타난 우민의 모습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설현은 매우 당황해하며 휴대폰을 끊은 후 자리에서 일어서며 휴대폰을 정장의 주머니 속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저기....상무님....이건....]




설현이 변명을 시작하자 우민은 즉시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으며, 입구의 문을 열고서 문의 재실 표시를 ‘부재’로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닫은 후 사무실 안쪽에서 자물쇠를 잠그고 있었다.




[자, 이걸로 밖에서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자, 잠시 대화를 좀 나누지. 지금 네가 전화한 상대는 아마도 정보기획부장이겠지? 그 녀석이 사장파의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러자 설현의 깜짝 놀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채 동요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 젠장, 너무 쉬운데....저 년은 마음이 너무 약해서 표정이 금방 드러나.




우민은 설현의 동요로 그녀를 노리개로 만드는 순서를 매우 간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기획 부장님께서 뭐라고 말하던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나중에 연락을 해 주겠다.’ 어느 쪽이야?]




그러자 그 두 말을 모두 들었던 설현은 더욱 더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있었다.




[드....들으셨어요?]




우민이 코웃음을 치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후후후....그 정도는 듣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어. 그 녀석들은 확실히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니까....지금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 따위는 전혀 없을 거야. 그래 이 회사가 진짜로 망할지 말지의 기로에 서 있으니까 말이야. 우왕좌왕하고 있을 걸.]




설현은 조금 전 기획부장과의 전화로 우민의 말이 전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궁지에 몰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우민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설현을 보며 씩 웃으며 이 소동의 결론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보를 하나 주지. 이 주가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거야. 그리고 이 소동이 끝나고 나면 사장파는 아마도 지금의 권력을 모두 잃게 될 거고 예전, 명수가 살아 있었던 때보다 더욱 더 우리들의 힘이 강해질 거야.]




그러자 설현이 얼굴을 팽팽하게 긴장시킨 채, [그런....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요! 왜냐 하면.....상무님들은....전부 다 해고를 당해서....평생 노숙자 신세가 될 거라고....], 마치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처럼 우민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그러니까 넌 그런 심부름을 해 주면서 자신의 생존과 앞으로의 출세를 손에 넣으려고 한 거야?]




그러자 설현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얼굴로 대답했다.




[어....어쩔 수 없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길거리로 쫓겨나게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맞아....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하지만 네 실수는 그런 협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잘못 판단한 거야. 그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녀석들이 아니야. 우리들이지.]




[거짓말.....]




설현이 얼굴을 더욱 더 창백하게 물들며 중얼거렸다.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설현을 보며 우민이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그 때가 오면 알게 될 거야. 넌 한순간 판단을 잘못해서 날 배반했어. 난 배반자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보복을 해. 그 결과 네가 어떻게 되든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야.]




[그런....]




[나와 기획부장의 말 중 어느 쪽이 사실일지는 네가 직접 판단할 수밖에 없어.]




설현은 조금 전 기획부장이 마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아주 초조해하며 전화를 끊었던 것과 지금 눈앞에서 아주 여유 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민을 서로 비교하고 있었다.


물론 우민의 말에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것은 누가 봐도 우민 일당이었다.


전무파는 가라앉는 배와 같았으며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너무나 여유 만만한 우민과 기획부장의 초조감을 설현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노골적으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설현을 보며 우민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넌 내 옆에서 ‘비서’로 근무할 수 없어. 당연하지 않아? 배반자에 대해서 그걸 용서해줄 만큼 너그러운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우민은 그렇게 선언하면서 오른발을 스윽 들어 올려서 입구의 문을 가리키며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반을 후회하고서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은 후 나에게 충성을 다시 맹세한다면 내 옆에 있는 것을 허락해줄 수도 있어.]




완전히 혼란에 빠진 설현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표정으로 우민을 올려보았다.




[벌?]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우민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애완견 이하의 노리개로서 내가 가지고 놀아주는 거야.] 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설현은 넋이 나간 것처럼 깜짝 놀라며, [애완견 이하의 노리개?] 라고 되묻고 있었다.




[그래. 애완견보다 못한 성노리개. 네 모든 것을 다 사용해서 날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내가 무슨 명령을 내리든 보상의 기회가 주어진 것을 매우 기뻐하면서, 나에게 감사를 하며 벌을 받는 거야. 너와 같은 배반자에게는 파격적인 조건이지.]




그러자 설현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그 말은.....섹스....도 포함되어 있다는 건가요?] 라고 물었다.




[난 너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어. 넌 여자로서 어떻게 날 즐겁게 해줄 생각이야?]




우민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렇게 대답한 후 쓰윽 뒤로 몸을 돌렸다.




[그게 싫다면 당장 저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가. 하지만 애완견보다 못한 장난감이 되어서 배반을 속죄할 마음이라면 내 사무실의 문을 열어. 뭐, 판단은 네가 알아서 해.]




우민은 단호한 말투로 그렇게 말한 후 집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돌아갔다.


비서실에 혼자 남겨진 설현은 완전히 기가 꺾인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고 있었다.


전 지현과 입사 동기인 최 설현은 지현에게 밀려서 존재감이 약했지만, 능력도 미모도, 몸매도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여자였다.


육상부원으로 단련된 날씬한 몸매에 작지만 탄력 있는 아름다운 유방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미인 비서였다.


그리고 원인터의 영업부에 결혼까지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추근거리는 남자는 없었지만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매우 많은 여자였다.


그런 설현이 지금 인생 최대의 갈림길에 처해 있었다.


남자친구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라고 있었던 설현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 꿈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일 조금 전 우민의 말이 사실이었다면, 사장파인 기획부장을 따라서 이 방을 나갔을 경우, 남자친구와 결혼은 할 수 있었지만 그 미래는 전혀 보장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모님의 일자리조차 위험해질 수 있었다.


설현에게는 아직도 두 명의 여동생이 남아 있었고 둘 다 아직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실직하게 된다면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5년 전에 분양을 받은 아파트는 아직도 대출이 30%이상 남아 있었는데 그건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정산을 할 계획이었다.


잘못하면 직업과 집을 모두 다 잃고서 거리로 내쫓길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동생들도, 남자친구도 모두 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친척들이나, 남자친구의 가족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원 인터였으며 그렇게 회사에 당한 사람들이 몰락하는 것을 설현은 잘 알고 있었다.




설현은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의 몸을 꼭 껴안고서 부르르 몸을 크게 떨면서 상무이사의 집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우민의 말이 거짓말이다.....설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민의 태도와 말, 기획부장의 태도와 말, 지금 원 인터의 상황, 등을 고려해 보면 우민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우민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을 때 그녀의 가족들에게 닥칠 불행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 흑흑....어쩔 수 없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나 혼자....나 혼자만 참으면 모두 다 아무 일이 없을 거야.




설현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설득한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무실의 문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 미안해요.....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설현은 마음속으로 남자친구에게 사죄를 하면서 음란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 의자에 앉아 있던 우민이 안으로 들어온 설현을 바라보며, [애완견 이하의 노리개. 그렇게 될 결심을 한 거야?] 라고 조용히 물었다.




[네....], 설현이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우민은 그런 설현을 보며, [넌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이제 됐어, 그냥 나가.] 라고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갑작스러운 우민의 질책에 설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우민이 더욱 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가 억지로 강요한 것이 아니야. 네가 선택한 거야.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고 벌을 받는 것과 나와 결별을 하는 것.....네가 원하는 쪽을 선택한 거지. 하지만 너의 그 태도에서는 사죄의 의사도 벌을 받을 각오도, 속죄의 심정도 무엇 하나 느껴지지 않고 있어. 난 그런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야.]




그러자 설현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아니에요! 용서해 주세요, 부탁입니다....제가...제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라고 큰 소리로 사죄를 하면서 마루에 몸을 던지면서 엎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루에 이마를 대고서 세게 누르고 있는 설현을 보며 우민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젠장, 너 매우 멍청한 년이군. 그게 벌을 받는 사람의 태도야? 넌 애완견보다 못한 성노리개일 뿐이야. 날 즐겁게 해주기 위한 존재가 되겠다는 의미를 넌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러자 설현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이 입고 있는 여성용 정장으로 양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설현은 마치 염불을 하듯이 사죄의 말을 하면서 재빨리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 순간, 설현의 머릿속에는 냉정한 판단력 따위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우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 그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옷을 모두 다 벗고서 알몸이 된 설현은 떨리는 몸으로 바닥에 엎드린 채, [멍청한 저에게 벌을 주세요. 애완견 이하의 노리개로서 상무님의 옆에 있게 해 주세요.] 라고 필사적으로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우민이 잔혹한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 선탠 자국이 남아 있으며, 운동으로 단련된 날씬한 설현의 알몸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애완견 이하의 노리개. 그 의미를 알고 있어?]




설현이 숨을 꿀꺽 삼키며, [몰라요.] 라고 솔직히 대답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설현에게 있어서는 그런 단어 자체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러자 우민이 능글맞게 웃으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넌 진짜 장난감이야. 애완견이란 나름대로의 자유의사가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넌 그것조차 할 수가 없어. 단순히 내 명령에 따라서 그 일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존재일 뿐이야. 즉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곧바로 내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해. 거부는 당연히 할 수 없고 내 명령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 또한 절대로 용서되지 않아. 그게 바로 장난감, 즉 노리개야.]




설현은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완전히 넋이 나간 채 우민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침내 설명을 마친 우민이 집무의자에 등을 기대고서, [책상 위로 올라가서 다리를 벌려.] 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설현은 여전히 넋이 나간 채로 우민의 명령대로 집무 책상 위로 올라가서, 양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섰다.


우민은 완전히 드러난 설현의 하반신을 바라본 후 그녀의 풍성한 음모를 덥석 움켜잡고서 힘껏 아래쪽으로 끌어당겼다.


아름다운 설현의 얼굴이 고통으로 크게 일그러지면서 크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책상 위로 주저앉고 있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설현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그러자 우민의 손바닥이 그 매끄러운 허벅지를 “찰싹!”, 큰 소리를 내면서 때리고 있었다.


설현의 오른쪽 허벅지에 새빨간 손자국이 생겨나고 있었다.




[누가 오므리라고 했어?], 우민이 낮은 목소리로 날카롭게 질책하자, [죄....죄송합니다.], 설현이 거의 반사적으로 사죄를 하면서 다리를 크게 좌우로 벌리고 있었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는 설현을 보며 우민의 잔혹한 미소가 더욱 더 커지고 있었다.




[웃으면서 고맙다고 해.]




우민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설현이 필사적으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주...주의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감사의 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설현은 마음속으로 매우 놀라고 있었다.


바로 지금 우민의 태도 때문이었다.




설현이 알고 있는 우민은 항상 상냥하고 조용한 남자로 성희롱 따위는 일체 하지 않는 보기 드문 상사였다.


오히려 다른 여직원들을 항상 성희롱에서 보호해주는 임원으로 모두에게 인식되어 있었다.


사실 예전에 다른 임원이 성희롱에 가까울 정도로 설현의 몸을 어루만졌을 때 우민이 아무렇지 않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설현을 보호해준 적도 있었다.


그런 우민이 지금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서 설현을 가혹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설현의 혼란은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건 방해야. 경치를 해치기 때문에 영구히 나지 않도록 처리를 할 필요가 있겠어.]




설현의 음모를 다시 한주먹 가득 움켜진 우민이 대량의 음모를 뽑아내면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설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말소리를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설현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우민은 마치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생생하고 굴욕적인 심문을 시작하고 있었다.


설현은 첫 경험을 한 나이, 상대방 남자가 어떤 애였는지, 아직까지 경험을 한 남자의 수, 섹스의 빈도, 좋아하는 체위, 지금 남자친구와의 섹스에 대해서, 쌌거나 오르가슴에 도달했던 경험 등을 스스로의 손으로 보지를 크게 벌린 채, 우민의 그 내음순 사이를 볼펜의 끝으로 가지고 노는 동안, 고백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우민은 설현의 똥구멍을 식지를 사용해서 확장시키면서 볼펜의 끝으로 희롱하면서 아날 섹스의 경험을 물어보고 있었다.


원래 얌전한 성격에 섹스의 경험도 적은 설현으로서는 당연히 아날 섹스의 경험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설현은 엄청난 수치심으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모든 것을 우민에게 고백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현의 수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민은 설현의 핸드폰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주면서, [‘지금 회사가 위험한 때라서 잠시 숙직을 하면서 상황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집에 전화를 해.] 라고 말을 했던 것이다.


결국 설현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우민이 시키는 대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끝낸 설현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가면서 우민이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이것으로 일단 오늘 하루 종일 나에게 속죄를 할 수 있겠군. 어때, 기뻐?]




우민이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자 설현이 절망감으로 완전히 체념에 빠진 채, [네.....고...고맙습니다.] 라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눈가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5-15.




밤의 장막이 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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