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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중독성 음식 -1-

1

 
 
 
 
 

‘하.. 시발...’

 

몇 개의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보내고 자신의 이력서 페이지도 새로 갱신했다.

그러나 어디라고 해도 환영의 스펙으로는 연락조차 올 지 의문인 회사가 많았고 그마저도 지독한 박봉의 회사들이었다.

 

‘요즘 세상에 1800이라니..’

 

심한 곳은 1400만원의 연봉도 있었기에 채용이 확정되어봐야 이전의 그 끔찍한 생활로 돌아갈 뿐이기에 그의 입에서는 한숨만이 새어나온다. 회원제 피씨방이므로 계산할 필요없이 사용하던 피씨의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고는 피씨방의 입구로 향하는 환영.

 

그 순간, 사위가 어두워지고 뒤쪽에서 각종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아 뭐야 씨발!”

 

“으아아아! 내 아이템!!”

 

“뭐야?”

 

순식간에 장내는 침침한 어둠에 뒤덮히고 카운터에 앉아 딴짓거리를 하던 안경 쓴 알바생이 허둥거리는게 보인다.

 

“정전인가...?”

 

내심 환영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며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뒤로하고 피씨방의 두터운 유리문을 향한다. 어짜피 볼 일은 끝났기에 상관은 없다. 그 때 문이 반대측으로 열리고 여드름 투성이의 한 고교생 남자아이가 급하게 들어온다.

 

“아씨... 부딪힐 뻔...”

 

“저기요! 여기 핸드폰 터지는 분 없어요?”

 

‘어?’

 

거칠게 뛰어들어온 학생에게 핀잔을 주려던 환영은 입을 다물고 그대로 굳어진다. 학생 역시도 환영은 그대로 지나친 채로 몇 발자국 더 걸어가서는 내부를 향해 소리친다. 그가 들어오는 순간 문을 향해 얼핏 보인 화창한 날씨의 바깥 풍경.

 

‘?!’ 

“여기요!! 핸드폰 터지는 사람 없어요??”

 

각종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는 피씨방 내부탓에 학생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혀버렸고 알바조차도 별 반응을 하지 않는다. 환영역시 고함을 치는 학생보다 그가 들어올 때 얼핏 보였던 바깥풍경이 신경이 쓰여 그를 무시한 채 입구를 나선다.

 

“....어..?”

 

화창한 날의 넓게 펼쳐진 들판.

 

잡초가 여기저기 자라있고 길조차 보이지 않는 그냥 황무지. 게다가 멀찍이 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도 보인다. 그곳에는 이미 나와있던 몇몇 학생과 아저씨들이 황당하다는 듯 핸드폰을 들고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뭐....뭐야?”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봐도 똑같은 풍경. 저녁무렵에 들어왔으니 이미 어둑어둑해진 도심지가... 아니, 그 전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좁은 통로가 사라져있고 그대로 바깥에 나와버렸다.

 

“저 아저씨, 핸드폰 터져요?”

 

그 때 몇 미터쯤 앞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다가오며 말을 건다.

 

“예? 잠...잠시만요.”

 

황급히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을 확인해보자 신호없음에 인터넷도 메신져도 접속이 되질 않는다.

 

“허... 내것도 이런데... 이상하네.. 무슨 방송 프로그램인가..”

 

같이 화면을 쳐다보던 중년 역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 뒤의 피씨방 입구로부터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온다.

 

“와! 씨발 머야이거!”

“몰래카메라 같은거 아냐?”

“핸드폰 터지는 사람 없어요?”

 

저마다 황당하다는 듯 소리를 치는 인파가 주위를 둘러보려 피씨방 건물의 주위로 제각기 흩어져 나간다. 환영 역시도 피씨방 주위를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진짜냐 이거...’

 

어디를 둘러봐도 잡초만 무성한 들판. 지평선이 보일정도로 끝없이 펼쳐져있고, 더 멀찍이는 산이나 숲같은것도 어렴풋이 보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피씨방 건물 주위에는 벽에 등을 대고 주저앉아있는 사람, 사태파악은 별로 신경을 안쓰는지 자기들끼리 뛰어다니며 떠드는 학생들, 우두커니 서서 담배를 피우는 중년 남성 등 제각각이다.

 

‘응...?’

 

벽 한쪽에 몰려앉은 네 명의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통통한 얼굴의 남학생과 잘생긴 남학생, 단말머리의 여고생. 그리고 또 한명, 교복을 밀어올린 팽팽한 젖가슴, 말려올라간 치마탓에 보이는 새하얀 맨다리.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는 남학생과 여전히 다투고 있는 서연이다.

 

“쟤들도 아직 있었네..”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단발머리’쪽 여고생도 만만치 않은 미모다. 평범한 몸매지만 유달리 큰 눈이 서글서글한 인상을 준다.

눈이 마주칠새라 흘끔흘끔 서연과 단발머리의 몸매를 훔쳐보던 환영은 담배 한 대를 빼어물고는 불을 붙여 한모금 깊게 빨아들인다.

 

‘항상 난 뭐든지 한 템포 늦었지... 가만...’

 

‘.....’

 

잠시 생각에 빠진 듯한 환영은 몇 모금 빨아들이기도 전에 무언가 퍼뜩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다. 그리고는 지갑을 꺼내 수중의 돈을 확인한다.

‘만원짜리 두장에... 오천원, 천원... 아 럭키... 오만원짜리 하나 있었어...’

환영은 지갑을 쑤셔넣음과 동시에 재빨리 피씨방으로 향했다. 화창한 바깥과 달리 전기가 끊긴 건물인 탓에 입구는 열려있고 내부에는 피씨방 좌석에 앉은 몇몇의 사람들, 카운터에 비치된 유선전화기를 들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남아있었다.

 

‘....’

 

별 말없이 그는 스낵바쪽에 비치된 에너지바, 육포등을 전부 쓸어담아 카운터에 올려놓고 생수도 한아름 추가한다.

 

‘...?’

 

그가 하는양을 수화기를 든 채 물끄러미 지켜보던 알바생이 황당한 듯 되묻는다.

 

“이거 다 사시려구요?”

“얼마에요?”

 

의외로 비싼 육포탓에 가진돈을 모조리 털어서야 액수에 맞춘 환영. 알바생도 무언가 불안한지 찌푸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지만 그에 아랑곳없이 그것을 자신의 크로스백에 모조리 쑤셔넣는다. 그리고 그 때,

 

“저쪽에서 사람 보여요!”

 

누군가가 바깥에서 소리를 쳤고, 그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알바생과 피씨방 내부의 몇몇과 함께 환영은 반사적으로 바깥으로 나간다. 한참동안이나 현 상태 그대로였던 모두가 피씨방 입구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숲쪽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듯 싶었다.

 

“어이~ 이봐요!”

 

대학생 쯤으로 보이던 한 청년이 재빠르게 그들을 향해 뛰어나갔고 뒤의 사람들도 저마다 그쪽을 향해서 걸어간다.

 

“야, 우리도 가보자”

“아 귀찮아. 일로 오잖어 머하러 마중을 나가.”

“이 상황에 귀찮냐 넌?”

“....”

 

맨 뒤에서 뒤늦게 피씨방을 빠져나온 환영의 앞으로 교복을 입은 무리가 짜증스럽다는 듯 이야기를 나눈다.

저도 모르게 새미 롱의 머리와 단발머리의 뒷태를 감상하게 된 그는 마음속으로 감탄을 한다.

 

‘오오...’

 

가느다란 허리 아래로 급격히 커지는 골반, 교복 스커트 위로도 알 수 있는 모양좋은 엉덩이가 그의 시전을 빼앗는다.

 

‘서연이라고 했지... 옆에 애도 괜찮은데 얜.... 와 진짜......어...?“

 

잠시간의 감상을 마치고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돌린 환영. 그의 시야에 멀찍이서 다가오던 인영들이 보다 확연히 보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시커면 갑옷이나 투구로 무장한 그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무언가 인간같지 않은 모습에 환영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손에는 칼이나 창 등 무기들이 들려있는 모습이다.

 

“진짜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건가...?”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가장 먼저 뛰어나갔던 청년이 서서히 걸음을 멈추고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는게 보인다. 별안간 ‘시커먼’ 존재가 그에게 달려들어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른다. 청년의 머리가 하늘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 몸뚱아리가 마치 영화처럼 무너진다.

 

“....어?” 

“.....?”

 

앞다투어 걸어가던 앞사람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진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으아아아!”

“저건 또 뭐야!”

“괴물이다!”

 

몇몇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고, 뒤늦게 반응한 사람들 몇몇이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것을 신호로 모두가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환영과 앞서걷던 학생들도 당황해서는 피씨방 내부로 피신해 들어온다.

 

“뭐야 씨발, 씨발! 씨발 저거 뭐야!”

 

서연과 싸우던 남학생이 울상이 되어 소리를 지른다. 그 밖에도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저마다 지껄이며 우왕좌왕 했고 바깥으로 그냥 도망친 몇을 빼고는 사람들이 전부 들어오자 환영이 다급히 소리친다.

 

“알바! 저거 유리문! 문 잠가!!”

“에?? 예!”

 

역시 우왕좌왕하던 알바생이 정신을 차리고 두터운 유리문의 위아래 레버를 돌려 입구를 잠가버린다.

 

“비상구! 비상구 어디야!”

“저..저쪽이요!”

 

알바를 따라 환영이 피씨방 구석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그 뒤를 따라 뛰어온다.

 

“으아아아!!”

 

잠시뒤 두터운 유리문이 터져나가며 거대한 해머를 든 ‘시커먼’ 인영을 필두로 비슷한 갑옷 차림새의 괴물들이 피씨방 내부로 침입하자 뒤따르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크와아아아아!!”

“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괴물들을 반사적으로 돌아보자 그 기괴한 형상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뼈 투구에 모피망토나 조악한 갑옷을 입고 시커먼 입을 벌리며 쇄도하는 무리들.

 

“안돼! 잠겼어요!”

“뭐씨발 열쇠없어?

 

녹슨 비상구 앞에 비치된 화분들을 걷어차고 문을 열려던 알바생이 절망적으로 소리치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진다.

 

“.... 썅...”

 

환영 역시도 정신없이 가장 구석쪽으로 뛰어들어가고 그의 눈에 벽쪽에 붙어있는 무릎정도 높이의 미닫이 문이 눈에 띈다. 지체없이 그것을 열자 냅킨과 화장지들이 반쯤 쌓여있는 작은 수납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듯한 공간에 다급히 기어들어가 문을 닫으려는 찰나, 컴퓨터 책상의 아래쪽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여고생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서연...’

 

친구들은 다른곳에 숨었는지 혼자인채로 무릎을 껴안은채 울상이 된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환영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미친듯이 손짓을 했다.

 

‘거기 있으며 안돼!!’

“흐윽...!”

 

알았다는 듯 환영의 손짓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네발로 엉금엉금 그에게로 기어온다. 눈물이 범벅인 채로 필사적으로 기어온 그녀가 비좁은 수납장 안으로 억지로 몸을 우겨넣고 환영은 그에 맞춰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힘껏 안쪽으로 잡아당긴다.

 

“크윽....”

 

한 사람도 들어가기 힘든 비좁은 곳에 그녀까지 들어온지라 몸을 비틀어 간신히 문을 닫는다.

 

“으아아악!”

“크워어어어!!”

 

칸막이 문 바깥 여기저기에서 비명과 괴성이 울려퍼지고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흐으윽... 으앙.....”

“쉿!”

 

울먹이던 서연의 목소리가 커지려 하자 환영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스스로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저도 모르게 서연의 엉덩이를 움켜쥔 한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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