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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정조역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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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즐링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연기가 상담실 내에 떠돌고 있었다.

도저히 원래는 교실이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멋진 분위기의 공간, 모던풍의 인테리어와 로코코양식의 가구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상담실에 두 사람이 앉아있다.

그 중 한 사람인 1학년의 국어담당교사 이희주는 눈 앞의 향기로운 다즐링에는 입도 대지 않고 잔뜩 긴장한채 앉아있는 1학년의 학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환영군은 홍차 싫어하나요? 아까부터 별로 손에 안 대는군요.”

“아뇨 뭐... 차야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불안한듯 이리저리 눈을 희번덕거리던 환영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어정쩡하게 대답하고는 어색하게 차 한모금을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상담실은 처음 와 보는데.. 분위기가 좋네요.”

“...마음에 안들어서 사비를 좀 들였거든요. 상담실 담당이 된 기념으로.”

“아예....”

찌르는 듯한 안광에 주눅이 든 환영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듯한 어색함에 1초라도 빨리 이 부담스러운 공간을 나가고픈 심정이었다. 인사를 하고 앉아 벌써 10분 이상이 지난듯 한데도 눈 앞의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는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쓸데없는 이야기만 해대자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역시 본건가... 대체 무슨 속셈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굉장히 어색하게 생긋생긋 웃는게 불안감을 특히 부채질한다. 잘 알고있다. 눈은 웃고 있지 않아.. 사람의 기색을 살피는 저 거짓웃음!

평상시에 오로지 딱딱한 표정만으로 타 학생들을 질책하는 장면밖에 떠오르지 않는 ‘마녀’였기에 환영은 진정하질 못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관해 불안하기만 하다. 다 알고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슬쩍슬쩍 곁눈질해대는 폼을 관찰하던 중, 그녀가 슬쩍 일어나자 침을 꿀꺽 삼킨다.

-안돼겠어...-

환영을 응시한채로 몸을 일으킨 희주는 한참동안이나 안정할 수 있도록 포근한 웃음을 섞어 그를 유도했지만 변함없이 불안감을 표시하기에 결단을 내렸다.

원래, 마음에 큰 데미지를 입은 학생은 마음을 열기 어려운게 당연하다 여겼다. 하물며 조금전의 분리수거장에서의 일.. 그런 성적 학대를 받았다면 남자아이로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는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여겼다.

“...!?”

환영의 소파 옆자리로 앉아 그의 손을 가만히 마주잡아 주었다. 눈에 띄게 당황해 흠칫거리는 환영의 눈을 바라보며 희주는 마치 자애의 여신인 양 포근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며 그를 안심시켜주기로 했다.

“... 좀전에.. 많이 힘들었죠?”

“에...예?”

금방이라도 자신을 다그칠거라 생각했던 ‘마녀’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더니 무시무시한 웃음을 선보인다. 환영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주륵 흐르고, 더욱더 속셈을 간파하기 어려운 그녀의 행동에 바짝 긴장한다. 수업때의 그 날카로운 태도로 순식간에 변해 뺨이라도 갈기며 자신을 압박하는건 아닐까, 다 아니까 모든걸 실토하라..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 옆으로 다가온걸까 싶었기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2반.. 위원장이었죠? 김유라.. 였던가. 선생님이 다 봤으니까.”

“... 역시 보셨군요.”

씨익 하고 희주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지어진다.

희주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의지하는 듯한 환영의 태도에 마음 가득히 뿌듯함을 느꼈다. 입학때부터 은근히 눈에 들어오는 남학생. 딱히 연정을 품거나 어떻게 해 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어짜피 교사와 학생의 관계였고, 잘못하다간 직장이고 인생이고 완전히 망쳐질게 뻔하기에 가끔 들려오는 판타지같은 이야기를 망상할뿐.

교사 친구들이 ‘영계를 따먹었다’며 자랑 할 때 부러운 눈길로 그 성공담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경우를 대입해 상대로서 환영을 낙점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뿐인 손에 닿지 않는, 그저 그 뿐인 아이.

“그 일로 부르신거라고 생각했어요.”

“응... 보통일이 아니니까요.”

자신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환영의 태도에 점점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손에 닿지 않던 사랑스러운 제자가 심한 상처와 함께 자신에게 기대고 있음을 만끽하며 희주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이대로 자신이 교사로서 얼마나 의지되는 존재인지 알려주고 그의 옆에 있어주면 된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마음속에 희주를 들여보내는 환영.

-저, 사실은 그.. 상담 때부터 선생님이 좋았어요!-

-안돼! 환영아, 선생님은... 선생님은.. 아흑...-

-항상 절 지켜주신 이유 알고있어요! 선생님! 저도 사랑해요!~-

부끄러운 듯 자신의 앞에서 한꺼풀 한꺼풀 교복을 벗어나가는 환영. 그 새하얗고 유약한 남고생의 알몸에 자신이 자랑하는 커다란 유방을 눌러주며 격렬하게 키스. 귀엽게 발기한 페니스를 조심스레 자신의 푹 젖은 음순으로 잡아먹고 상냥하게 허리를 흔들어준다. 희주의 가슴에 파묻혀 쾌락에 신음하며 몸부림치는 환영을 감싸안고...

“우헤헤헤”

“선생님?”

“앗...”

역시나 전부 간파당했다.

환영은 낭패의 표정을 짓고, 그와 반대로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자신의 손마저 붙잡은 ‘마녀’에게서 도망치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꾸민듯한 미소의 의미를 알아차린 순간 할 수없이 모든 것을 자백해버리자 본성을 드러내는 것인지 그로테스크한 웃음을 짓는다.

-자퇴라도 종용할 생각인가.. ‘보통 남자아이’가 아닌 내 본색조차도 간파한걸까.... 아무리 그래도 일부다처제까지 허용된 세계인데 설마...-

초점이 맞지않는 흐리멍텅한 눈빛과 표정으로 입가에 침까지 흘려가며 켈켈 거리며 웃는 국어선생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며 비로소 그녀가 왜 ‘마녀’라 불리는 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각오를 다지고 그녀를 부르자, 깜짝 놀란 그녀가 황급히 입가에 흐르던 침을 닦고 다시금 그 꾸며진 ‘로보트 미소’로 돌아간다.

“흠... 흠... 그러니까.. 위원장에게 강간당한 거. 선생님이 도와줄테니까 안심하세요.”

“에... 에...예?”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자애로운-괴상한-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희주를 보고 환영은 총맞은 타조마냥 눈을 크게 뜬다.

“어.. 그러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힘든일을 당했으니 이렇게 긴장할만도 하죠.. 가엾어라... 그때 선생님이 나서지 않았다면 환영군은 지금쯤...”

- 뭐야 이여자... 자기가 무슨 백마탄 기사라도 된 줄 안거야?-

입을 쩍 벌리고 굳어진 환영을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감싸안는다.

“이제 괜찮아요.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선생님이 지켜줄게요.”

“에..... 아... 음.....”

-이건 성희롱이 아냐! 상처입은 제자를 안아주는거 뿐이니까-

눈을 희번덕거리며 탐욕스러운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희주는 껴안은탓에 환영이 자신을 볼 수 없게되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지금의 상황을 만끽한다.

“아! 잠깐만요 이것 좀 놔봐요!”

“아!?”

그 순간 강하게 자신을 떼어놓고 얽혀든 팔을 뿌리치는 남학생. 희주는 아차싶은 생각에 다시금 그의 손을 나꿔채고는 양 손으로 마주잡았다.

“아.. 미안해요. 그런 일을 당한 직후인데 선생님이 너무 앞서나갔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도 상관없...”

“아 뭐라는거야,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강간같은게 아니라 내가 부탁한거거든요?.”

“에.. 뭐?”

순간 짜증이 솟구친 환영은 재차 잡아오는 희주의 양 손 마저 다시 뿌리치고 황망한 눈길로 자신을 응시하는 그녀를 마주본다.

“아 몰라 이젠.. 그냥 말할게요. 서로 자위하는거 보여준거 뿐이에요.”

“그.. 그런... 아니, 그러니까 위원장이 환영군을 강제로..”

“아.니.구요! 제가 보여달랬는데요.걔가 좀 오바한거고!”

“!?”

-환영의 눈에-괴상한 표정만을 지어대던 그녀의 얼굴에 이제야 제대로 된 감정이 떠오른 것 같았다. 마치 금붕어처럼 입을 뻥끗대며 경악한 눈으로 희주는 환영을 바라본다.

“화.. 환영군 아파하면서 막..”

“당연하죠! 갑자기 세게 빨아대는데 누가 안아파요!”

“.....”

한동안의 침묵.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만들어준 더럽게 맛없는 음식을 입에 넣은 듯한 표정의 희주는 상담실 전체를 관찰하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엉덩이에 눌린 부드러운 쿠션이 날카로운 바늘방석으로 변한듯 앉아있기가 부담스러웠다.

“.....”

그리고 그 순간 티링~ 하고 울리는 핸드폰의 메시지 착신음.

-야호~ 자기야 뭐해?

-음.. 유주경? 주경누나야?

-응!

-누가 자기야!

-자기야~ 나 자지먹고싶어~ 오늘밤에 놀러와라♥

-...봐서. 좀따 연락할게

그대로 굳어진 희주의 앞에서 환영은 태연하게 답장을 날리고는 이내 벌떡 일어섰다.

“그럼 용무 끝난거 같으니 그만 가보겠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

상담실 문을 나서기 직전, 여전히 굳어있던 희주의 눈에 순식간에 광채가 번뜩이고 그녀가 벌떡 일어나 환영에게로 몸을 날려왔다.

“잠깐!”

“!?”

순식간에 문과 환영사이로 끼어들고는 막아선 희주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얼마나 빨리 움직였던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은 삐뚤어져 간신히 코에 걸려있고, 깔끔히 틀어올린 머리는 군데군데 헝클어져있었다.

“왜...왜요?”

“선생님은 상담 끝났다고 안했어요!”

날카로운 인상의 그녀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환영을 압박하자, 그는 기백에 눌려 저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전 그녀의 치태를 떠올린 환영도 마주 인상을 쓰고는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아 진짜.. 왜ㅇ.. 악!”

“남자애면 좀 다소곳 할것이지! 잔말말고 다시 앉아요!”

강제로 손목을 잡아끌어 환영을 제자리에 앉힌 희주는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의 옆에 당연한 듯 털썩 앉고는 눈앞의 식어가는 홍차를 단숨에 들이킨다.

“크허.. 좋다! 역시 다즐링!”

“....”

평상시의 그 얼음같이 날카롭던 태도는 어디다 내팽개쳤냐고 따져묻고 싶었지만 마치 술꾼과도 같은 그녀의 박력있는 포효에 위축되어 환영은 속으로 욕을 해댄다.

“아니 근데 왜 또 제 옆에..”

“선생님이 시끄럽다고 했어요? 안했어요?”

-언제 그랬어... 그리고 니 목소리가 더...-

이제는 지끈거리기까지 하는 머리를 부여잡고 환영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강하게 문질렀다.

“아니.. 그러니까 선생님이 저 좋아하는 것도 알...”

“떽!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교사로서! 그리고 오늘 상담으로 학생의 불순한 교제를 막을 의무가 있습니다!”

-처음엔 아니었잖아....-

“......계속하세요...”

“환영군은 남자아이가 몸가짐을 조심히 해야죠! 그 나이대 여자애들이 얼마나 성욕이 강한지 몰라서 그래요?”

“아.. 알죠.”

“그러다 강간당해요 진짜로! 알아요? 강간!”

“....”

“그렇게 어줍잖게 장난 쳤다가 여자애가 눈알 까뒤집고 달려들면 어떡하려고! 남자아이면 좀 조심을 해야지!”

-눈알 까뒤집고 달려든건 좀전에 니가...-

속사포처럼 쏘아대며 환영을 압박하는 희주의 기세에 압도된 환영은 일일이 대꾸할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그저 폭풍이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한참을 ‘남자아이의 몸가짐’에 대해 역설하는 희주.

말이 끊이질 않는게 과연 국어교사다웠다.

“... 그리고 응? 이거 뭐야 이거!”

“으앗!”

불시에 환영이 손에 쥔 핸드폰을 빼앗아 든 희주는 조금 전 곁눈질로 읽었던 메시지를 재차 확인하고 득의의 미소를 짓는다.

“환영학생! 이거 뭐죠? 응? 뭐어? 누우나아?? 근친상간이라도 하는건가요!”

“누가! 그냥 아는 누나에요!”

“아는 누나가! 앙? 자지를 먹네 마네! 이게 학생으로서 할 짓입니까!”

“..아니죠.”

“그렇죠?”

“그렇죠.”

신이 났다.

...적어도 환영의 눈에 비친 희주는 그래보였다.

무한하게 계속될 듯한 희주의 ‘설교’. 그리고 끝이 보일 기미가 없자 그에따라 슬슬 환영 역시도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근데요 선생님.”

“...그래서.. 남자애가... 응? 선생님 말 아직 안끝났거든요!”

“... 말씀대롭니다. 저 섹스 좋아해요. 문자 온 누나랑도 오늘 섹스약속 잡혔구요.”

“뭐.. 뭐! 선생님 앞에서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남자아이면..”

“아! 아! 아! 그놈의 남자아이 타령! 됐구요, 일부다처제도 합법인데 뭘 그러세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런건 어른이 되고 나서!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하는거에요! 이여자 저여자, 문란하게 그게 뭐하는 짓인가요!”

“문란하다뇨! 그 누나랑 첫경험 딱한번 한게 전부인데”

“아..한번밖에... 그래요? 음... 그것도 문제지! 어딜 새파란 고등학생이!”

“아까부터 자꾸 그러시는데, 설득력이 없잖아요. 고딩이 어떻고, 남자아이가 어떻고.. 그러는 선생님은 성인이라 여기저기서 실컷 섹스하면서 나한테만 그럴 자격 있어요?”

“처녑니다. 그러니까 자격 있어요!”

“아.. 죄송합니다.”

“응...”

다시금 시끌벅적했던 상담실에 정적이 찾아든다.

희주는 볼을 잔뜩 부풀린채 마지막 대사는 괜히 말했다며 중얼거리곤 티포트에 남아있던 식은 차를 찻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제 가도 되요?”

“안되요.”

“왜요?”

“환영군은 그렇게 행동하다가 큰일나요. 좀더 세상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요.”

“무슨 큰일이요?”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질 모르잖아요. 잘못하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애 데리고 와서 환영군 집에 그대로 눌러붙을걸요? 그것도 서너명이 동시에 그런다고 생각해봐요. 인생 망치는 거에요.”

“...다 데리고 살면 되죠.”

“졸업전에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 중퇴 되는거에요.”

“....검정고시라는 좋은 제도도 있어요.”

“퍽이나. 애들 우는데 잠이나 제대로 잘 거 같아요?”

“처녀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언니네가 애가 셋이에요”

“언니분, 부러워요?”

“시끄러워요”

다 식어빠진 찻잔을 호호 불어가며 희주는 다즐링을 묵묵히 마신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은 환영은 표정을 굳히고 그녀를 바라봤다.

“선생님”

“왜요”

“저 성욕이 강해요. 다 상관없으니까 섹스하러 가봐야겠어요”

인상을 팍 구긴 희주가 환영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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