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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판타지] 세자르씨의 유쾌한 전원생활 21

세자르는 이자벨라의 뒤쪽 바짝 붙어서 한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에 든 단검을 이자벨라의 목에 갖다 대며 속삭였다.

 

“쉿. 조용히 해! 입 다물면 해지지는 않아, 벨.”

 

하지만, 다음 순간 이자벨라의 팔꿈치가 세자르의 옆구리를 강타하더니 세자르의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빙 돌고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넘어져 버렸다. 순식간에 그의 옆으로 빠져나와 업어치기를 날린 이자벨라는 세자르의 손을 비틀어 칼을 빼앗으며 말했다.

 

“흠,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군. 세바스티앙. 제법 짜릿했어. 누가 날 덮친 건 꽤 오랜 만이거든.”

“오호, 그래? 도미노는 좀 아니었나 보지?”

“도미노는 봤잖아. 너무 점잖았거든.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격한 걸 좋아는 편이여서 말이야. 근데 이거 감동받았어. 아직까지 내 애칭도 기억해주고.”

“어떻게 잊겠어. 나에겐 애증의 첫사랑인데.”

 

그 말과 함께 누워있는 상태에서 날아온 세자르의 발차기에 이자벨라가 잡고 있던 단검이 근처에 있던 기둥으로 날아가 박혀버렸다. 세자르는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런 세자르를 보며 이자벨라가 말했다.

 

“흥, 어떻게든 틈만 노리는 게, 야비해졌어. 용병생활 너무 오래한 티가 나.”

“그 용병이란 게 말이야. 살아남아야만 돈이 되거든.”

“구차한 변명이시군. 한데 그런 자세로 날 막을 수나 있겠어?”

 

이자벨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볍게 뛰어오르면서 발차기로 세자르의 무릎 쪽을 공격해 들어왔다.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간발의 차로 옆으로 돌며 이자벨라의 공격을 피한 세자르의 주먹이 그녀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으나, 이자벨라는 들어오는 팔을 관절기술로 꺾어 잡고는 반대로 세자르의 옆구리를 향해 무릎을 날렸다. 다른 쪽 팔로 간신히 그 공격을 막은 세자르는 얼른 이자벨라로부터 떨어져 간격을 벌렸다.

 

“여전히 전투기술은 최고로군. 이거 간단히 이기긴 힘들겠어.”

“허풍은.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잖아. 하지만 너도 그동안 많이 는 것 같군. 용병생활 헛한 건만은 아닌데.”

“이거 어디 자존심 상하는 소릴. 그렇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그럼 이제 진짜 실력 좀 발휘해 볼까나.”

세자르는 천천히 주위를 돌면서 다시 한 번 거치대의 위치를 확인했다. 지금 세자르의 판단으론 싸움에서 칼을 든 이자벨라한테는 자신이 상대가 안 될 게 뻔하니, 비록, 좀 전에 확인했다시피 맨손전투에서도 전투기술이나 스피드에서 이자벨라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어떻게든 이자벨라를 최대한 무장에서 떨어뜨려서는 힘으로 밀어 붙인다면, 그나마 자신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세자르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자벨라도 그런 세자르를 따라 둥글게 돌면서 서로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이자벨라가 옆으로 발을 옮기면서 중심을 이동하는 순간, 기습적으로 세자르가 발차기를 날렸다.

이자벨라는 움직이는 방향으로 슬쩍 몸을 돌려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힌 세자르의 팔꿈치가 이자벨라의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다. 이자벨라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그 공격을 피했지만, 그 뒤로 세자르의 연타가 계속해서 이자벨라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아까 전 얼음괴물들과의 대결에서처럼 현란한 스텝으로 유유히 그 모든 공격을 피하면서 다시금 세자르와의 거리를 벌리고는 앞쪽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면서 말했다.

 

“휴우, 이거 첫사랑한테 너무하는 거 아냐?”

“그러는 너는 그 사랑하던 상대의 집안을 몰살시키지 않았나?”

“그 때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는 걸 너도 알잖아. 안 그랬으면 지금 너와 내 처지가 뒤바뀌어 있었을 걸. 전쟁터에 나가있는 동안, 왕당파였던 바자르 백작이 내 뒤통수 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넌 아직도 그 일을 원망하고 있는 거냐?”

“아니. 그러기엔 세월이 너무 흘렀지. 지금은 그저 시골에서 평온하게 땅이나 일구면서 살고 싶을 뿐이야.”

“흥, 고리타분한 것 하난 여전하군.”

 

이자벨라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바로 세자르를 향해 가볍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세자르는 뒷걸음치면서 그 공격을 피했지만, 그 순간 이자벨라는 전광석화같이 달려들어 세자르의 공격범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날아오는 어퍼컷을 간신히 고개를 젖히면서 피한 세자르에게 이자벨라의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져 들어왔다. 세자르는 그 공격들을 간신히 피하면서도 어떻게든 반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이자벨라의 몸놀림은 장난이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서 자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오는 이자벨라를 막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아서, 세자르는 여기저기 급소를 막으면서 피하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순간 이자벨라의 훅이 크게 들어오자, 틈을 노리던 세자르는 얼른 몸을 숙여 그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이자벨라의 다리 한쪽을 잡으면서 몸통박치기로 그녀를 뒤쪽으로 밀어붙였다.

순간적으로 무게중심을 잃은 이자벨라를 땅바닥에 넘어트리고, 재빠르게 그 위를 덮쳐 제압한 세자르는 말을 이었다.

 

“그런 너도 여전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무슨 말이야?”

“네 우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른 음탕한 속마음 말이야.”

“.......”

“겉으론 아닌 척 하지만, 아직도 밤마다 자신을 완전히 복종시키고 지배하면서 네 변태적인 욕정을 채워줄 남자를 찾고 있는 거 아냐? 그나마 대용품이었던 도미노도 이젠 없으니 지금은 더 하겠군.”

“이 자식, 감히 여자인 내 앞에서 그런 망발을 하다니!”

“으악!”

 

순간 세자르의 사타구니에 이자벨라의 무릎치기가 들어왔다. 급소를 당한 세자르가 비명을 지르며 통증 때문에 바닥을 구를 동안,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이자벨라는 세자르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차곤 말했다.

 

“너무 방심했잖아. 세자르. 설마, 이런 싸움에서 예의를 찾던 건 아니겠지?”

“이, 이 자식.”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일어나. 좀 전에 내가 당한 모욕을 되갚아 주려면, 아직 한참 모자르다고.”

 

간신히 통증에서 회복한 세자르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전에 옆구리에 당한 공격에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세자르는 다시금 자세를 취하면서 이자벨라에 대한 대응방법을 생각할 시간을 벌기위해 말을 이었다.

 

“내 말이 거짓은 아닐 텐데? 내가 듣기엔 아이린과 클로에가 옷 바꾸듯 남자들을 계속해서 바꿔대는 동안, 너는 한번 맘에 드는 애인을 만나면, 꽤 오랫동안 데리고 다닌다더군. 그만큼 네 취향을 맞춰주는 남자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 아냐? 네 신분에 자신이 변태라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닐 수도 없을 테니 말이야.”

“후훗. 이거 대단한데. 그래, 여전히 날카로운 추리야. 이래선 인정안할 수가 없군. 한데 말이야. 내가 이렇게 된 게 다 너 때문이란 생각은 안하냐?”

“내가?”

“이거 오리발 내밀기야? 난 아직도 너와의 첫 경험을 잊을 수가 없어. 그 때, 네가 날 얼마나 과격하게 대했는지 말이야.”

“글쎄.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이 자식. 진짜로 죽여 버리겠어.”

“자, 잠깐, 이런 건 말로 해결하자고.”

 

세자르의 도발에 이자벨라의 찌르기가 그를 향해 날아 들어왔다. 하지만 세자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공격을 피하면서 이자벨라의 목덜미를 잡았다. 하지만 이자벨라의 공격은 페이크였다. 이자벨라는 자신을 잡은 세자르의 팔을 잡고는 두 다리를 들어 세자르의 어깨를 감더니 그대로 몸을 아래로 돌려 세자르를 자빠뜨리고는 암바(Am Ba)를 걸었다.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면, 다시금 상기시켜주지. 네가 처음부터 너무 격하게 날 밀어붙이는 통에 내 몸은 어느새 웬만한 자극으론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이 망할 자식아.”

“자, 잠깐. 그건 내 탓이 아니라, 내 덕분에 네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됐다는 생각은 안하는 거냐?”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걸 그냥.......”

 

이자벨라는 있는 힘껏 몸을 뒤로 젖히면서 세자르의 팔을 더욱 세게 비틀었다. 세자르는 통증으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모아 잡힌 팔을 사방으로 격하게 흔들면서 그 구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순간, 세자르의 강한 저항에 힘이 부쳤는지 이자벨라의 속박이 느슨해졌다. 세자르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른 팔로 이자벨라의 두 다리를 밀어 올리면서 간신히 누르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탈출에 성공한 세자르는 재빠르게 옆으로 굴러 이자벨라와의 거리를 벌렸다. 아픈 팔을 부여잡고 일어서는 세자르를 보면서 이자벨라 또한 뭔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자벨라가 일어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잠시 팔을 쓰다듬던 세자르에게 갑자기 뭔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감촉은.......? 그렇다면 혹시.......’

 

세자르는 잡힌 팔의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면서 이자벨라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다.

 

“이거 아까워서 어쩌나. 거의 끝낼 뻔 했는데 말이야.”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정신 못 차렸군. 좋아. 이렇게 유치하게 노는 것도 슬슬 지루한데 이젠 끝내도록 하지. 지금 여기서 너를 끝내고, 용병단을 청소하러 가야겠어.”

“과연 그렇게 될까? 너무 자신만만하군. 그런 말은 날 쓰러트리고 해도 늦진 않을 텐데.”

“맘만 먹었으면 벌써 몇 번이나 했어.”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자 그럼 한 번 끝장내 보라고, 벨.”

 

세자르는 두 팔을 벌리면서 또다시 이자벨라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응답하듯 이자벨라는 세자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이자벨라를 향해 세자르는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세자르의 발이 채 앞으로 뻗기도 전에 한 발로 세자르의 정강이를 차며 그 공격을 막는 동시에, 그 반동으로 위로 뛰어오르면서 세자르의 머리를 향해 돌려차기를 날렸다.

세자르는 아차 싶었지만,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이자벨라는 이번엔 그것을 반동삼아 떨어지면서 빙글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비어있던 반대쪽 다리를 후려 찼다.

그 충격에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세자르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지자, 이자벨라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세자르 위에 올라타고는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기 위해 팔을 들었다. 그 때였다.

 

“까아아아악!”

 

이자벨라가 세자르를 끝장내려던 순간, 세자르의 두 손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위에 있던 이자벨라의 봉긋한 두 젖가슴을 힘껏 움켜잡았다. 예상치 못한 세자르의 공격과 동시에 자신의 민감한 부분에 가해진 강한 충격에 이자벨라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반사적으로 자신의 두 팔을 휘둘러 세자르의 손을 뿌리치고는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기발한 변칙으로 구사일생한 세자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자벨라를 쳐다보았다. 이자벨라는 양팔로 자신의 젖가슴을 감싸 안은 채로 조금 떨어진 곳에 엉거주춤 서있었다. 이자벨라는 한쪽다리를 절뚝이면서 자기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세자르를 화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 천하의 변태자식!”

“흥, 그럼 어때? 설마 이런 싸움에서 예의를 찾는 건 아니겠지?”

 

이자벨라는 세자르가 자기 말을 비웃으며 지근거리로 다가오자, 정신을 추스르고는 다시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런 이자벨라를 향해 세자르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자벨라의 대응은 빨랐다. 온 힘을 실은 세자르의 주먹을 눈도 감지 않고 고개만 옆으로 살짝 돌려 피한 이자벨라는 동시에 자신을 향해 오는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찰나의 반격을 뺨에 생채기를 입는 정도로 간신히 피한 세자르는 이번에도 이자벨라의 가슴을 향해 팔을 날렸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한 팔로 자신의 가슴부위를 방어했다. 그러자 세자르는 재빨리 다른 곳을 노리고 들어갔다.

 

“꺄악!”

 

이자벨라의 가슴을 막던 팔을 붙잡은 세자르는 곧바로 다른 쪽 손을 이자벨라의 다리 사이로 밀어 넣었다. 또다시 남자의 손에 거칠게 자신의 민감한 부분을 공격당한 이자벨라는 또 한 번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서둘러 손을 뿌리치고는 세자르에게서 떨어지기 바빴다.

완전히 당황한 이자벨라는 그 뒤로 이어진 세자르의 공격에 한동안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자신의 반격에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생채기를 입으면서도 마치 약점을 잡았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정상적인 급소가 아닌 젖가슴과 가랑이 그리고 엉덩이 같은 부위만을 노리고 들어오는 세자르의 공격방식에 이자벨라의 반격은 좀 전 같은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방어에 신경 쓰면서 움직이느라, 이자벨라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이자벨라의 상황판단은 빨랐다. 이렇게 변칙적인 세자르의 공격에 수세적으로 방어만 해서는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한 이자벨라는, 곧 적극적인 공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펼쳐지기 시작한 이자벨라의 공격은 이전의 춤추는 듯한 화려한 기술들과는 확연히 다른, 단순하면서도 위력적인 연속동작들이었다. 마치 서둘러 이런 대결을 끝내겠다는 듯이 무섭게 달려드는 기세에 세자르가 서둘러 방어자세를 취하면서 열심히 이자벨라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직격타를 피하기에도 급급할 지경이여서 한동안 반격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로 밀리면서도 세자르는 이자벨라의 공격패턴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화려한 파생공격이 사라진 기본기 위주의 공격은 세자르가 반격 타이밍을 잡기 쉬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자벨라의 다음 연개공격이 들어올 때였다.

 

‘지금이다!’

 

이자벨라가 여러 번의 찌르기에 이어 살짝 뛰어올라 자신의 복부를 향해 킥을 날리려는 순간, 같은 쪽 다리를 들어 그것을 막은 세자르는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이자벨라의 허리를 두 팔로 재빠르게 감싸 안고는 그대로 뒤에 있던 기둥 쪽으로 밀어붙였다. 두 사람의 몸무게에 달려가는 힘까지 더해진 상태로 기둥에 부딪힌 이자벨라는 그 충격에 순간 비명을 질렀지만, 곧 필사적으로 세자르의 품을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세자르가 연달아 주변의 가구들이나 기둥에 연달아 이자벨라를 부딪히자, 결국 그 충격을 못 이긴 이자벨라는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마침내 이자벨라를 제압하는데 성공한 세자르는 하지만 그 기쁨에 들뜨기도 전에 쓰러질 듯한 이자벨라를 잡아 바닥에 앉히고는 말했다.

 

“어때? 이쯤에서 포기하라고.”

“무슨! 이런 비열한 수를 쓰고서는 이겼다고 생색낼 작정이냐?”

“워워. 진정하라고. 그러지 말고 이젠 서로 솔직해지는 게 어때?”

“뭐? 내가 뭘 숨기기라도 하고 있다는 건가?”

 

이자벨라는 세자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피식 웃었다.

 

“글쎄. 그걸 굳이 말 안하겠다면 다른 방법을 써보도록 하지.”

 

세자르는 기운이 빠진 이자벨라를 일으켜 기둥에 기대어 세우고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한 손으로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기둥에 박혀있던 자신의 단검을 뽑아들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어허, 가만히 있어. 함부로 움직이다가 예쁜 몸에 흉터 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하, 하지.......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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