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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판타지] 세자르씨의 유쾌한 전원생활 27

“하하하. 축하하네. 이처럼 성공한 자는 수백 년 만에 만나보는군.”

하지만 그 알베르토의 말에 뭔가 수상한 점을 느낀 이자벨라가 말했다.

 

“수백 년? 그럼 이전에도 여기까지 왔던 자들이 있었단 말입니까?”

“물론이지. 그런 건 똑똑한 자네라면 예전에 좀비들하고 전투를 벌였을 때 이미 예상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성공한 자가 있었다면, 왜 그동안 어디에도 그런 소문이 돈 적이 한번도....... 설마? 이런!”

 

이자벨라는 뭔가를 알아채었는지 갑자기 화를 내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온힘을 다해 알베르토에게 뛰어가려고 하는 순간, 알베르토의 손짓에 뭔가에 마비된 것처럼 몸을 비틀거렸다. 이자벨라는 온 힘을 다해 몸을 가누려고 했지만, 결국엔 힘이 빠져버렸는지 칼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알베르토에게 절규하듯이 외쳤다.

 

“비, 비겁한 자식!”

“아, 그렇게 너무 성내지 마. 아무튼 이건 분명히 해두지. 내가 자네들 부탁을 들어준다는 건 젊음의 샘물에 대한 것만 이었지, 그 외에 자네들의 신변 보장에 대해선 어떠한 약속도 한 적이 없다네.”

알베르토는 이젠 귀여운 강아지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이자벨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제 자네의 그 싱싱한 젊은 육체는 내 소유야. 자네가 얼마나 잘났고 똑똑했던지 간에 지금부터 자네는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아. 예를 들면 말이야.......”

 

알베르토가 한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이자벨라는 그 자리에서 몸에 번개에 맞은 것처럼 격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얼굴을 벌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자벨라는 처음엔 뭔가를 필사적으로 참는 것처럼 얼마동안 몸을 비비 꼬더니, 결국 나중에는 다 포기했는지 몸에 걸치고 있던 갑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갑옷을 벗어졌긴 이자벨라는 그대로 양 손으로 자신의 양 젖가슴을 감싸 쥐고 주무르다가 아예 셔츠와 바지의 단추를 다 풀고는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격하게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천하의 이자벨라 백작이 비록 몸은 마비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남정네들 앞에서 부끄러움도 다 잊은 것처럼 음란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욕정에 빠져드는 모습은 평소 그녀 모습을 아는 자들에겐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다 필요 없다는 것처럼 열심히 자신의 몸을 애무하던 이자벨라는 결국 폭풍같이 엄청난 절정에 도달함과 동시에 큰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분수처럼 보짓물을 사방으로 흩뿌리더니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완전히 흐트러진 이자벨라의 모습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알베르토가 입을 열었다.

 

“꽤 재미있는 장난감이야. 당분간 심심하진 않겠어. 무엇으로 가지고 놀면 좋을까? 정원의 애완동물들은 아직 충분하고, 요정들도 적당하고....... 아니 뭐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지. 우선 저 녀석들부터 처리하고 말이야. 흐흐흐흐.”

 

알베르토는 아직 그 자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장승처럼 서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같은 시각, 노만은 마법사인 아이린이 석상으로 변해버리고 나서부터 마법이 풀리기 시작했는지 마비된 자신의 몸에 천천히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노만은 알베르토와 이자벨라 사이의 일이 끝나고 알베르토가 이젠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최대한 다급히 옆에 있는 세자르를 불렀다.

 

“세자르, 이젠 어떻게 할 건가? 무슨 방법이라도 없는 건가?”

 

하지만 세자르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노만은 계속해서 몇 번이나 세자르를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있는 힘껏 아직 마비가 덜 풀린 고개를 돌려 세자르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노만은 황당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발견한 것은 땅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세자르의 칼과 아직 바닥에 붙어있는 세자르의 신발 뿐, 정작 세자르 자신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각, 세자르는 맨발로 한쪽 벽을 타고 조심스럽게 방 뒤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좀 전 세 여자의 행동으로 짐작해봤을 때, 아이린이 자신들에게 구속마법을 걸 것임을 미리 눈치 챈 세자르는 사람을 아이린의 특기인 ‘세도우 프리즈(Shadow Feeze)’가 발동되는 순간에 그림자 말뚝 위에 자신의 칼집 그림자를 덮어 구속을 피한 뒤, 세 마녀가 알베르토와 대면할 동안 바닥에 붙은 신발 끈을 몰래 풀고는 조용히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그렇게 남 몰래 구석에 숨어 조용히 움직이던 세자르는 이자벨라들과 알베르토의 대화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클로에나 아이린 뿐만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이자벨라 마저도 저런 뻔한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다들 ‘젊음의 마법’이란 것에 눈이 멀었군, 그래. 하여간 여자들이란. 이렇게 되면 다음엔 남은 병사들이 위험하겠어.’

세자르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지난밤에 루이와 나눴던 대화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럼 대마법사 알베르토 세르지오가 여자란 말이야?”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걸 보세요.”

 

루이는 불쏘시게 하나를 집어 땅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우리 머리 위 소피아 호수가 인공호수라고 의심되던 이유는 그 모양이 원반모양으로 너무 동그란 데 있다고 말씀 드렸죠? 근데 말이죠. 소피아 호주 전체를 둘러싼 계곡의 모양까지 추가하면 어떨까요?”

 

루이는 동그란 호수 주변으로 계곡을 추가해 그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양이죠. 하기야 대장은 매일 밤마다 지겹도록 봤을 테니까 별 감흥은 없으시겠죠.”

“아니 이자식이. 이젠 대놓고 하극상이냐?”

 

하지만 확실히 루이가 그린 그 그림은 호수를 보지구멍으로 치고 계곡을 그 외부에 있는 보짓살이라고 생각하면, 여성의 다리 사이에 있는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루이는 계속해서 거기에 선을 덧붙이며 말했다.

 

“여기 유적 속은 여기저기 수많은 마법적 장치로 복잡하게 꼬여 있어서 잘못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에요. 그래서 저는 방위를 알기위해 밤마다 같은 시간에 저 호수천장 너머로 보이는 별자리를 관찰했죠. 그랬더니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세요?”

“어떤데?”

“우린 바로 호수 밑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였어요. 이렇게 말이죠.”

 

루이는 호수 아래로 나선형을 그렸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호수 아래쪽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밑에 거의 다다랐어요. 때문에 내일은 여기 호수 밑바닥 정 가운데 있는 마지막 방에 도착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는 겁니다.”

 

루이는 아래를 향해 내려가던 나선형 끝 꼭짓점을 탁 찍으면서 말했다. 그 모양은 말 안 해도 여성의 아랫구멍 모양과 유사해 보였다.

 

“하지만 근거가 좀 빈약한 거 아냐?”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여기 유적 안도 그래요. 그동안 이런 유적 본적 있으세요? 땅 속에 있는 것 치곤 너무 밝고 개방적이잖아요. 호수천장하며, 곳곳에 꽃들이 만발한 정원은 어떻고요. 게다가 지나온 건물들 내부가 너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고 생각이 들진 않으세요?

“글쎄?”

“그럼 키메라는요? 남자라면 공격형 키메라 만드는 건 당연하지만, 미녀 요정 키메라는 좀 간지럽지 않으세요? 저라면 그런 장난감 같은걸 만드느니, 차라리 1:1 사이즈의 기막힌 미녀 노예를 만들 겁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겠지. 결정적인 증거는 없어.”

“그럼 이곳 주인은 필시 여성취향이 강한 남성 마법사 겠군요.”

“하아아암, 하품만 나온다. 다른 건? 이제 할 말은 다 한 거냐?”

“뭐, 이런. 제가 얼마나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건데.......”

“그런 시시한 삼류소설은 누가 들어도 심심할 거다. 아무튼 교대시간 다 되었으니 나는 자러 간다. 너도 그런 얼치기 야설같은 망상은 그만하고 잠이나 자라.”

“자, 잠깐만요. 대장. 이러기가.......”

 

벽을 타고 가는 동안, 그렇게 머릿속에 지난밤의 대화를 떠올린 세자르는 그 기억과 현재 방 안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종합해 보기 시작했다.

세자르가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알베르토 세르지오는 그 괴팍한 성격만큼이나 낯가림이 심한 은둔자형 마법사로 명성에 비해 실제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은 손에 뽑을 정도였다고 했었다. 그 유명한 ‘토렌토 전쟁’에 참가할 때도, 그 전쟁에서 대활약을 펼친 뒤 최고 마법사인 ‘울티머스 프라임’에 등극할 때도 대중 앞에 선 그는 매번 전혀 다른 모습이여서 사람들은 알베르토가 남들 앞에 꼭 나서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분신이나 환영을 내세우는 대신, 본인은 자신의 본거지에 안전하게 숨어있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런 알베르토의 성향을 생각하면, 세자르는 루이의 가설이 아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제발 이 방법이 맞아야 할 텐데.’

 

그 때, 알베르토는 남은 일행을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병사들은 어느덧 구속 마법이 거의 다 풀려 행동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쉽사리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행 중 최고 실력자인 세 마녀가 알베르토의 마법 앞에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졌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 이번엔 잔챙이들 중 얼마나 쓸모 있는 것들이 남아있을까? 기대되는 데.”

“살, 살려만 주십시오. 제 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마법사님!”

병사들 중 하나가 무릎을 꿇더니 알베르토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너나할 것 없이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이런 짜증나는 것들이군. 너희는 남자로써, 군인으로써 배알도 없는 거냐? 한심하긴. 도대체 어떤 놈이 지휘를 했기에 이런 것들이 살아서 여기까지 온 거지? 아, 가만.”

 

알베르토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병사들의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역시 하나가 비어. 그리고 보니 아까부터 붉은 망토를 입은 놈이 안 보이는 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알베르토는 장난기 가득한 눈을 번쩍이면서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싫증을 내면서 자리에 도로 앉았다.

 

“어차피 이곳엔 도망갈 곳은 없어. 방안에 어딘가에 있겠지. 나중에 천천히 찾아보면 나올 거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은 그만한 배짱도 용기도 없어 보이니 이쯤에서 그만 정리가 돼 줘야겠다. 난 남자들이 질질 짜는 건 질색이거든. 그래도 그간 고생했으니 특별히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주지. 잘 가거라.”

 

그 말과 함께 알베르토는 이젠 아예 통곡을 하는 병사들을 향해 천천히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병사들은 다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알베르토가 남자답지 않게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허리를 앞으로 푹 숙였다. 그리고는 다시 허리를 뒤로 젖혀 왕좌에 푹 기대더니 온 몸을 비비꼬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악! 하, 하지마! 하지마! 아하하하! 그만 해! 그만 좀 하라고!!”

죽음의 문턱 바로 앞까지 다가갔던 병사들은 그 의외의 상황에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눈앞에서 알베르토에게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왕좌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지르던 알베르토의 모습은 어느 순간 연기처럼 뿌예지더니 점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갑자기 젊은 미남자가 되었다가 무시무시한 용모의 거한으로 변하더니 나중에는 한참 나이 먹은 노인과 사나운 표정의 중년부인까지 다양한 인물로 바뀌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던 알베르토는 결국 마지막엔 흰 천만을 걸친 젊디젊은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으로 왕좌에 앉아있었다. 병사들은 방안에 가득 울려 퍼지는 그 여성의 비명과 웃음이 뒤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세자르는 루이의 생각이 들어맞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좀 전에 방 뒤쪽으로 몰래 돌아오는 데 성공한 세자르는 주변을 살피다가 알베르토가 앉은 거대한 기단 아래 사람이 간신히 들락거릴 만한 자그마한 입구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자그마한 사각형 방이었다. 그 방은 온통 아름다운 벽화와 보물들로 사방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마법진 모양으로 홈이 파여진 대리석 바닥 위로 길쭉한 육각형 모양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건 상당히 무거운 금속재질에 사방이 금은으로 화려하게 도금되어진 일종의 관 같은 것이었는데, 세자르는 있는 힘껏 그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힌 뒤, 그 안을 들여다보고는 자신의 기대가 적중한 것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자 속에는 긴 갈색 생머리의 아주 젊은 미모의 여성이 흰 천만 덮은 채로 누워있었다. 겉보기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성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고 두 뺨은 옅은 복숭아 빛을 띠고 있어서 마치 좀 전에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봉긋 위를 향해 솟아오른 두 앙증맞은 젖가슴은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그 여성이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렇게 잠자고 있는 미녀를 잠시 내려다보며 감상하던 세자르는 곧 정신을 차리고는 조용히 자신이 구상한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입술이었다. 젊디젊은 미녀의 도톰하면서도 탱탱한 앵두빛 입술을 가볍게 맛 본 세자르는 곧 입술 사이를 벌리고 딥키스를 시도하는 한편, 양 손은 여성을 가리는 천을 살짝 걷고는 그 아래 숨어있던 두 아담한 마시멜로우 같은 젖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런 세자르의 자극이 효과가 있었는지 여자의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여자의 얼굴이 가느다란 눈썹사이 미간이 찌푸려지는 동시에 두 뺨의 홍조가 더욱 짙어졌다.

슬슬 여자가 발동이 걸렸다고 생각한 세자르는 본격적으로 천을 옆으로 걷어 버리고는 한쪽 젖꼭지를 입에 물고 다른 쪽은 손가락으로 자극하는 동시에 남은 손을 아래로 내려 두 가느다란 상아빛 허벅지 사이로 가져갔다. 여자의 조개는 아직 달아오르기 전이었는지 그 입구를 두 다리 사이에서 얌전히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세자르의 손이 그곳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자, 여자의 입에선 뜨거운 입김이 새어나왔다.

세자르는 그런 여자의 반응을 즐기면서 계속해서 보지를 만지작거리는 동시에 여자의 다른 성감대를 찾아 여자의 우윳빛 살결 구석구석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그거 그만두지 못해! 이 불한당 자식아!”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젊은 여자의 앙칼진 고함소리에 세자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렸다. 소리가 난 쪽에는 지금 세자르가 건드리고 있는 여자와 똑같은 모습의 여자가 흰 천으로 몸을 가리고 공중에 살짝 뜬 채로 세자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자르는 그런 여자의 태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은 별로 그러고 싶진 않군요. 알베르토 님.”

“이, 이 자식이. 너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하지만 알베르토는 말을 채 내지도 못한 채, 무릎을 오므리고 허리를 숙이면서 비명을 질렀다. 바로 세자르가 상자 안에 누워있는 여자의 가슴과 보지를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아, 물론 말씀하신대로 알베르토님이 이 자리에서 바로 저 하나 끝장내는 건 일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상태론 잘못하면 여기 있는 알베르토님의 본체 또한 무사하지 못할 듯 한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 이런 비열하고, 저속하고, 야비한 쥐새끼 같으니! 네가 그러고도 살아남을 것 같으냐?”

“아, 다 그러자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위대하신 알베르토님과 협상을 벌일 여지조차 없을 테니까요.”

“하하하, 네까짓 게 나랑 협상을 한다고? 이거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는 군.”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전에 이런 아름답고 싱싱한 여자의 몸을 한 번 맛이나 보고 죽어야겠군요.”

 

세자르는 그 말과 함께 상자 안에 누워있는 알베르토의 본체 위에 올라타고는 젖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 있던 알베르토의 환영은 두 팔로 자신의 젖가슴을 감싸 안으면서 또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악!!! 그, 그만, 그만 해!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알, 알았어! 협상 해! 협상 하자고! 그러니 제발 그 몸 좀 만지지 마! 제발!!”

 

세자르는 알베르토의 애원에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만하도록 하죠. 그렇지만 제 제안을 들으시면 그리 나쁘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좋, 좋아. 한 번 들어나 보자고!!”

 

계속된 자극과 흥분에 온 몸을 뻘겋게 물들인 알베르토는 분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순순히 협상에 응했다. 그런 알베르토에게 세자르는 차분히 자신의 제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세자르는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 소피아 호수 근처 낡은 유적 앞에 서있었다.

때는 벌써 늦은 오후 시간이었는지 일행들이 바라보는 호수는 석양빛에 온통 금빛으로 물들이는 중이었고, 산들 바람이 그 주변의 금빛 갈대밭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유적 안에서 하루 종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일행은 방금 전까지 무섭고 답답한 유적 안과는 달리 지금 눈앞에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서도 지금 모두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들 이었다.

 

“이건 마치 꿈꾸는 것 같구먼.”

“그래도 이런 멋진 광경을 보면서 감탄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라네. 노만.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이번에도 나랑 같이 끝까지 살아남아 줘서 고맙네.”

“원, 무슨. 자네답지 않게 감성 젖은 말이야? 어울리지 않으니 관두게. 그리고 감사할 사람은 자네가 아니라 여기 살아남은 동료들 모두일세. 자네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즐길 수가 있겠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래도 모두 고생했어.”

 

세자르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감상하며, 기분 좋은 산들바람에 실려 전해져 오는 주변의 봄꽃 향기를 즐기던 세자르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괜찮군. 내일은 일진이 좋을 듯 같은데.’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던 세자르 옆으로 죽은 브루노의 제자인 길버트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석양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민머리를 빛내면서 세자르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다.

 

“저, 세자르씨. 잠시만 조용히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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