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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LD 팬픽]루나틱! #001 프롤로그



"연아야~."


 


친구녀석이 내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난 무시.


 


"야, 연아!"


 


무시하자. 무시...


 


-빠직!


 


계속되는 나의 무시에 열받았는지 친구가 끝내 소리친다.


 


"얌마! 이름을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 할거 아냐?"


 


하아, 정말 싫다.

왜 이리 넌 눈치가 없냐. 이한성.


 


"이한성!, 너 내 이름 부를 때 꼭 풀네임으로 부르라고 그랬잖아!"


 


한번 난 친구인 한성에게 개겨본다.

난 녀석을 그저 그런 친구로 생각하는데 녀석은 날 베프(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닌다.

그것도 내 이름을 친한 척 "연아"라고 친근하게 부르면서 말이다.


귀찮지만 어쩌랴. 오덕후라 친구도 별로 없는 녀석 구제해준다고 하고 내가 친구해줘야지.


 


내 이름은 진 연.

외자이기 때문에 이름은 연이다.

이번에 중학생으로 오른 13살의 미소년.

내 입으로 미소년이라고 부르기 부끄럽지만, 그건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쿡쿡, 뭐야. 너 설마 이름 때문에 삐진거야?"


 


"..."


 


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놈이 연아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친구들이 부르는 것을 질색해하고 있었다.


 


"너의 그 컴플렉스는 언제쯤이면 없어질거냐?"


 


녀석은 내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말했다.

그에 난 인상을 찡그리며 녀석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챘다.


 


"이것도 하지마 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여서 녀석은 나의 컴플렉스를 잘 알면서도 꼭 날 귀찮게 군다.


 


"나라고 이런 여자같은 이름으로 태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라구!"


 


나의 컴플렉스.

그렇다. 난 나의 이름에 불만이 많다.


"하필이면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연이 뭐냐고, 연이."


 


진 연.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부를 때 연아 또는 연낭자라고 부른다.

나의 외모가 여자아이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런 걸 질색해하는 나는, 날 약올리는 녀석들을 다 쥐어패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장을 다닌 나는 적어도 싸움에서만큼은 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게 쥐어터지는 녀석들은 그 다음날이면 역시 연아 또는 연낭자라며 날 놀린다.




재미가 들린 걸까. 아니면 화내는 그런 모습조차 귀엽기 때문일까.


오히려 녀석들은 내가 화를 내면 화를 낼수록 여자아이 같이 히스테리를 낸다며 놀려댔다.


 


"그 중에서도 최악인 녀석은 바로 눈 앞의 이 녀석이구."


 


난 녀석을 노려보며 이를 갈아본다.

하지만 녀석은 이제 그런 내 살기어린 눈치 공격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 눈꼬리는 제법 날카로워 매서워보이는데도 녀석은 끄덕이 없다.


 


무서운 놈. 녀석은 친구지만 정말 바퀴벌레 이상의 강적이다.

(참고로 난 벌레라면 질색을 한다. 특히 바퀴벌레는 보기만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아, 도대체 오늘은 또 뭐 때문인데?"


 


난 악우(惡友)인 한성녀석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한숨이 절로 난다. 이 녀석의 성격상 이야기를 안 들어주면 밤늦게까지 쫒아다닐 것이 분명했다.


 


"짜잔~! 이걸 보시라! 이번에 비밀리에 구한 레어 아이템이시다!"


 


녀석은 한장의 BD-R(블루레이 디스크)을 꺼내며 자랑하듯이 말했다.


 


"그건 뭔데? 또 야동이냐?"


 


난 한심하다는 듯이 한성이 놈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야동의 황제 이한성. 이 녀석은 어디서 구하는지 알 수 없는 루트로 모든 류의 야동과 야겜 그리고, 만화, 애니를 비롯한 미디어믹스들을 들고 다니는 악의 축이었다. 그것도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복제로 말이다.


 


"작년까지 초딩이었던 녀석이 왜 이리 야한 걸 밝히는건지 알 수가 없어."


 


그래. 나도 야한 것엔 관심이 조금 있다.

하지만 한성이 놈처럼 광적이진 않다.

녀석은 완전히 음란병이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쯧,쯧,쯧~. 연낭자께서는 아직도 그런 수준낮은 것을 즐기시나 보구려."


 


녀석은 마치 내가 안됐다는 듯이 혀를 찼다.


 


-발끈!


 


나는 그 말에 화가 나서 녀석에게 따지려고 했는데, 녀석은 가만히 그 디스크를 내게 넘겨주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건 널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라네. 진연군."


 


"...?"


 


나는 녀석이 내 이름을 풀로 불러준다는 것에 괜히 마음이 누그러져 얼떨결에 그 디스크를 받고 말았다.

그것이 매번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난 학습능력이 딸리는 것도 아닌데도 매번 녀석의 페이스에 이끌려 매번 그런 유해물질을 집에 가져가 구경을 한다.


(아아, 참으로 슬픈 남자의 성이여. 도저히 그런 걸 거부 못하는 나의 한심함이 슬프구나)


 


"너희 집에 리얼게임 머신있지?"


 


한성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컴퓨터치고 리얼게임머신이 안 달려있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리얼게임머신. 통칭 R머신.

양파자루처럼 생긴 리얼게임 전용 슈츠와 함께 팔리는 그 가상체험기계는 가격이 조금 비싸서 그렇지 요즘 컴퓨터에 흔히 장착되는, 옛날의 마우스와 같이  흔한 인터페이스 중 하나였다.


 


 


나 역시 리얼게임머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등생인 나는 순전히 그걸 교육용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리얼게임머신을 통해 공부를 하면 능률이 몇배나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뇌파를 통해 현실세계보다 그 시간을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느리게 체험을 할 수 있는 리얼게임머신은 시간이 없는 수험생들에겐 신의 축복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대단한 기계였다.


그리고 학구열을 논하자면 대한민국의 부모님들보다 높은 이들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당연히 난 원치않았는데도 부모님이 떡하니 내 전용으로 컴퓨터와 리얼게임머신을 한대 마련해주셨다.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난 아직도 녀석의 의도를 알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킥킥킥, 뭘 모르는구나. 이걸 사용하면 리얼게임머신을 통해 바로 어른의 단계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말씀!"


 


녀석은 그 디스크엔 가상현실 게임 프로그램이 들어있으며 까다로운 성인인증이나 그런 게 필요없는 그런 축복받은 게임이 들어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성인인증이 필요없는 게임이라고? 그런 게 가능해?"


 


나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녀석을 쳐다보았다.


성인인증은 가상현실게임을 할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었다. 락키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그것이 없으면 할애비의 할애비가 와도 성인용게임엔 접속을 할 수 없었다.


 


"괜찮아. 나도 벌써 해봤으니까. 무료게임인데, 성인인증이 필요없는 게임이었어. 그리고 이건 널 위해 내가 특별히 개조한 크랙버젼이니까 설치에서부터 캐릭터 메이킹까지 한큐에 끝내줄거야."


 


녀석은 마치 날 위해 배려해준다는 듯이 말햇다.


 


"성인인증이 필요없는 게임이라니..재밌겠는데?"


 


나 역시 사춘기로서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이니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난 마지못한 척, 녀석이 건네주는 디스크를 내 책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집에 가서 한번 해볼 요량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성인용 무료게임 LD&LD+와의 첫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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