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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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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19話 개념탑재……시도중입니다.



  51.
  황궁에 도착했다.


  “뭐? 누나들이 부인이라고? 근친상간이잖냐! 역시 빨갱이들은…….”
  “윤리고 도덕이고 없는 잡놈이라고. 잘 알고 있어. 그렇다고 누님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이 세계가 결단날 것 같은 위기라서 말야.”


  내 부인들이 대부분이 같은 아버지에게서 나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자 녀석이 기겁했지만 변명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뭐, 내가 잡놈인 것만은 사실이니까 말이야.


  “뭐, 그런 이유도 있지만 역시 내가 잡놈이라서 누이들에게 사랑을 느끼는 건 사실이야. 최소한 고려시대 때에는 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촌 정도가 결혼한 것에서 끝난 것에 비하면 정말 잡놈이긴 하지. 누이들이 미인들이라서 그런 잡놈이 되기를 소망한 것도 사실이고. 그 정도 비난은 담대하게 받아주기로 하지.”


  천천히 황궁을 걸어다니면서 이죽이죽 녀석을 약올린다. 그런 내 태도에 더 화가 났던지 녀석은 방방 뛰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대화를 나눈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한 녀석의 태도에 양심에는 조금 찔리긴 했지만 어쩔 수 있나. 이미 쌀은 익어 밥이 되었고 나는 아버지까지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15명의 아이를 두고 있는 아버지이기도 하지.”
  “천하의 잡놈! 어디에 쓰지도 못할 놈!”
  “아아, 그렇다고 해서 너무 화내지마. 숙희씨를 만날 수 없다고 바로 마라라는 학살광에게 반한 너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니까 말야.”


  뭐, 그렇다고 해서 누이들과 결혼한 폐륜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나저나 오래간만에 동향 사람을 만나서 그런가 누이들과 결혼한 이후로는 점점 무뎌져가던 윤리의식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네. 좋은 현상인 것 같다.


  “잠시……‘이야기’를 해볼까?”


  그리고 황궁에 들어오자 마자 분신들은 모두 수습하고 다시 단일개체로 돌아와 누님을 불렀던 나는 누님들과 대면할 수 있었다. 내가 손님을 데려온 것은 알고 있으니 복장은 제대로 갖추고……. 커흠. 어쨌거나 누님들을 본 녀석의 입은 쩍 벌어졌다. 훗, 누이들의 미모는 세계 최고지. 부러울 거다. 아니, 내가 우쭐할 때가 아니지.


  “어서와, 그리고 그 쪽의 짐짝……아니 손님은 아버지에게 맡겨.”


  녀석이야 입이 쩍 벌어지건 말건 나는 앞날에 대한 걱정과 내년 이맘때로 다가온 내 제삿날을 걱정하며 벌벌 떨었다. 차갑기가 액체 질소같은 누이들의 안광을 보고나서 그런 것이다. 물론 힘으로 하면 내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그랬다가는 며칠은 외면받을 것이니 그래서는 안된다.
  전생에 아버지가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어머니에게 얻어맞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버지!”
  “오냐!”


  나는 누님들에게 끌려가기 전, 아버지에게 내가 짐짝처럼 들고 온 ‘이고깽’을 맡겼다. 아버지는 동향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반가워하며……녀석을 창고에 집어넣고는 문을 잠가버렸다. 과연 아버지. 남자는 소용없다는 이야기이렷다.


  “변명해봐.”


  하지만 아버지의 태도에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하지만…….


  “아, 그게.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응, 그렇지. 우리 진은 너무 매력적이니까. 그런데 네 능력이면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살기도 없었고 다른데 신경을 쓰느라…….”
  “문답무용! 전력전개 ‘별빛부수기!’ 내 이야기를 들어!”


  아니, 빠져나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딘가의 마음만 반짝반짝한 짜가마법소녀처럼 강맹한 파괴광선을 날려오는 누이들을 보면서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누님들의 공격 앞에 한 줌 재가 되어 흩날렸다.
.
.
  “세, 세상은 불공평해.”


  누님들에게 온 몸으로 변명하여 누님들의 용서를 얻고 난 이후, 녹초가 된 누님들의 온 몸을 씻어주고 다시 단장해서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전에는, 분신이었던 ‘나’들도 보지 못한, 말하자면 처음 보는 나무에 틀어박혀 목만 나온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기고 통쾌한 느낌이랄까.


  “어라? 이 녀석, 창고에 있었던 것 아니었나요?”


  하지만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 그래서 어머니께 여쭈어보았다.


  “네가 손님을 데려왔잖니. 그래서 차를 대접했는데 이 ‘새끼’가 감히 내 귀를 만지려고 하질 않나, ‘전부터 사랑하고 있었습니다.’라거나, ‘악당에게서 구해주겠습니다. 저에게 오세요!’라고 말하면서 루팡 다이브를 하려고 하지 뭐니. 그래서 이렇게 해버렸단다.”


  아, 이 녀석. 잘못 건드렸구나. 어머니 입에서 욕이 나오다니. 무엇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욕하면 참지 않는다. 오죽하면 세상의 질투와 소문을 뒤로 하고 떠나려는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짓까지 했었을까. 녀석이 실수한 거다.
  그나저나, 어머니. 요즘 루팡 3세를 보고 계셨습니까. 아버지는 대체 이것들을 어디에서 얻어오고 있는 걸까.


  “아, 아가씨. 전 그런 사람이 아니라!”
  “닥쳐! 내가 아니었다면 넌 필시 그 여자를 덮치고 있었을 거야!”
  “뭐……화낼 만도 하네요.”


  어머니가 그런 정도의 반응에 이렇게 화를 낼 리가 없었지만 어머니도 이 녀석이 가진 종마로서의 자질을 느끼신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모질게 대하시는 것이지.
  어머니의 반응에 기겁한 녀석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어머니의 살기 앞에 찍소리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한다. 그나저나 어머니가 입에서는 욕설, 온 몸으로는 살기를 내뿜는 건 나도 처음 보는데 말야……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다. 어머니.


  “크윽.”
  “억울하다 생각하지마. 그나저나, 마라 일직선이라며?”


  나는 뚱한 눈으로 나무에 박혀 옴싹달싹도 못하고 있는 녀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런 내 눈길을 피해 녀석은 딴청을 부린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이쪽으로 넘어올 때 ‘댓가’로 지불했을 개념을 찾아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보다 일단은 ‘이런 누님이 있다니, 나에게 소개시켜줘. 잘 좀 말해줘.’라고 말하는 것 같은 녀석의 오해부터 풀어볼까나.


  “어머나, 그랬니? 정말 몹쓸 ‘새끼’네.”


  한 번 화가 나면 오래가는 어머니라 오해를 풀기는 힘들 것 같다. 알아서 후퇴.


  “뭐, 순진한 녀석을 꼬드긴 여자라서 이 녀석도 어쩌면 불쌍한 녀석이에요. 지금은 그저 여자를 보면 허덕이는 색욕의 화신이 된 것 같지만.”


  그리고 적절한 수준에서 불을 지핀다.


  “타락한 영혼을 갱생시키는데는 봉황각이 최고지.”
  “동의합니다.”
  “친히 갱생시켜주고는 싶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아.”


  어머니께서 직접 나서려고 하시다니, 이 녀석의 욕망이 어느 정도였길래.


  “‘어머니’ 이 녀석은 잘 대해주실 필요가 없어요. 위험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영향을 쉽게 받는 어머니이니만큼 나는 어머니께서 팔을 걷어붙이는 것을 말린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나온 내 말, 그러니까.


  “어, 어머니?”


  어머니라는 내 말에 녀석은 경악한다. 하긴 어머니가 어딜봐서 나만한 애를 둔 어머니로 보이겠어. 하이엘프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녀석에게는 경악할 만한 일일 것이다. 사실을 알고 나자 녀석은 순식간에 꼬리를 내리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아……어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솔직히 누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너무 아리따우셔서…….”


  솔직히 내가 이 녀석의 입장이었더라도 반할 정도로 아리따우시긴 하지. 하지만 녀석의 실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도였던지 어머니의 표정은 풀릴 리가 없었다. 당연히 녀석이 하는 아부도 먹히지 않고…….


  “하긴, 마왕 이후로 내 입에서 욕이 나오게 한 ‘새끼’이니 잘 대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친구는 잘 가려서 사귀어야 한단다. 진.”


  어디서 개가 짖나하는 듯, 어머니는 나에게 당부의 말씀만을 하셨다. 당연히 녀석은 비맞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져있는 상황.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들었다. 훌륭한 마음가짐을 하고 있더구나. 그래, 사람이 바탕이 되어야지.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강요해서는 파탄이 나게 마련이다. 명심하고……그 마음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해라.”
  “네, 어머님.”


  그리고 아까부터 어머니의, 아라니엔 특제차를 홀짝이고 있던 이운혜님이 부드럽게 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프리그 왕국에서 벌인 일을 아시고는 ‘마음이 가는대로……하지만 확실히 하고 있다니 훌륭하게 컸구나.’라고 말씀하신 분이니 지금의 말씀은 칭찬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지금을 즐기자.


  “미인인데 빨갱이야.”


  이곳에 내가 설 곳은 없나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녀석은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렸다. 빨갱이라. 이미 내가 설명해서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어머니들은 녀석에게 친히 손을 써주셨다.


  “쿠억! 도, 독인가!. 끄어억!”


  나무는 쑥쑥 자라고 나무에서 돌출한 녀석의 목은 보라색으로 변하고 있고……. 화나셨구나 어머니들.
  그렇게 화를 풀고 계신 어머니들이 화를 진정시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잘 달래고는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


  “어머니가 둘?”


  조금 살 것 같은지 제 구명은 하지 않고 호기심만 풀려고 노력하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는다. 아무래도 이 녀석, 꽤나 고생할 것 같다.


  “아버지의 부인은 109명에 추가로 수십명이지.”
  “세상은 불공평해.”


  어딘지 모르게 낙담한 것 같은 녀석의 눈은……지극히도 평범한 남자들처럼 어머니의 가슴에 머물러있었다.


  “블라인드Blind. 동화assimilation"


  그리고 그걸 확인한 나는 녀석의 눈을 멀게 해버렸다. 다시 화를 내시는 어머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나무가 되어 잠자코 있으렴.
  물론 평소에 하지 않던 가지치기를 하실 태세라 네 목숨이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
.
  “그 놈이 감히 우리 아라니엔을 덮치려고 했다고! 죽인다! 절대로 죽인다!”


  그날 저녁. 온 식구가 모인(황궁이니 가능하지 다른 곳이라면……)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버지는 포효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기쁜 듯 바라보는 어머니.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가 좋건 말건 이런 자리에서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 분이 있었으니……식사를 할 때만은 이 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칭해지는 분. 엘리자베스 벳사지 엔엘빈 미시어스님이다.


  “세인. 식사를 하실 때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제 말을 감히 잊으신 건가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화는 즐겁게 화기애애한 식사를 하시고 나서 내셔도 충분합니다. 식사 후에는 저도 ‘가지치기에 동참하겠어요.”


  하지만 그 분도 오늘만큼은 아버지를 꾸짖지 않으셨다. 그만큼 화가 나셨다는 이야기겠지. 다른 어머니들의 분위기도 흉흉한 것을 보면 다들 비슷한 마음인 모양이다. 힘내라 이고깽. 힘내라 토끼. 죽는다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석판으로 만든 관으로 장례를 지내주마. 이왕이면 관을 뚫고 나오더라도 더 이상 나올 수 없게 백두산 같은 큰 산과 같은 봉분을 만들어주마. 그렇게 된다면 너의 이름은 크게 휘날리겠지. 사람이 이름을 날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것이 악명인 것이 슬플 따름이지.


  “이왕이면 수액이 나오지 않게 빙계마법으로 급속 냉동시킨 후에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악독해! 이게 어딜봐서 화기애애입니까!
  나는 그 분의 발언에 벌벌 떨면서 식사를 계속한다. 참고로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주변에는 접시를 하나씩 든 ‘아내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접시를 풀밭으로 만들고서는 나에게 야채쌈을 건낼 태세를 한 엘프 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가 내가 수저질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 ‘아내들’과만 식사를 한다면 당연히 분신술을 이용해서 111쌍의 핑크빛 무드에 젖은 커플들을 양산할 수 있건만, 아니 아버지도 그런 행동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는 않지만 이 자리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다. 어쩔 수 없다. 포기는 빠른 것이 편해지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포기의 미덕을 배워가는 내 귀에 어머니들의 대화가 들어왔다. 살벌하다.


  “그냥 태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공기가 오염됩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르겠어!라고 외치는 분이 있다면 원래 이 미시어스 제국의 여황제이셨으며 8살로 보위에 오르자마자 늠름하고도 모에한 로리의 모습으로 추상과도 같은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전설이 떠도는 분이라고 대답해 주겠다.


  “땅에 파묻으면 토지가 오염될 거야.”
  “비료로 삼기에도 부족합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거부할 거예요.”
  “그러니 저 우주로 날려버리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어쨌거나 그런 살벌한 대화가 오고가는 식사시간이 끝나고 나는 황태자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녀석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 필시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길렀을 머리카락들이 다시 짧게 잘려있는 것을 보면서 피식 웃는다.
  살아서 보자구.


  52.
  다음날 아침.


  “아들아. 계획대로 할 것이다.”
  “네.”
  “이 작전은 ‘안드로메다행 개념 탈취작전’이라 명한다.”
  “너무 많이 수출해서 그쪽에서도 별로 신경은 안 쓸겁니다.”


  우리는 각오를 다지고 녀석에게 갔다. 그리고 녀석에게 건 내 마법을 풀어주었다.


  “사, 살려줘! 난 단지 남자의 본능대로 행동했을…….”


  아무래도 살살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어머님들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살기들이 내 등을 쿡쿡 찌르고 있다고 할까.


  “거름으로도 못 쓸 녀석. 너에게는 한 톨의 쌀알과 한줌의 공기도 아까워!”


  무엇보다 아버지가 제일 화가 났다. 그나저나 아버지. 공기도 쥐실 수 있는 건가요.
  아버지는 완전 무장을 하고 나무에 틀어박힌 녀석의 앞에 섰다. 그리고 살기를 풀풀 날리며 정원용 가위를 들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아버지가 무기를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원용 가위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오러가 맺혀있었다. 말하자면 죽이겠다는 의지의 표시. 이 모습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녀석은 나무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어디 그것이 쉬울까. 어머니가 자라게 한 나무가 고작 소드마스터의 몸부림에 부서지거나 상처를 입을 리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왕군 100만이 주둔한 곳에 숲을 만들어버려 전멸시킨 사람이니까. 마왕군에 소드마스터가 없었겠는가. 그랜드마스터가 없었겠는가. 그랜드마스터라고 하더라도 부술 수 없는 숲. 그것을 만든 것이 바로 내 어머니 아라니엔이다. 음, 잠시 어머니가 공들여 만든 그 숲의 양분이 되었을 마왕군을 향해 묵념하자. 참고로 그 이후로 그 숲에는 질좋은 과일이 많아 갈 곳 없는 유민들이 들어가서 살고 있다나 뭐라나.


  “같은 장소에서 저 녀석이 토해낸 숨결을 내가 들이마신다는 것도 기분이 나쁘네요. 아, 공기가 탁해진 것 같아.”
  “아라니엔! 괜찮아? 당신들 괜찮아? 이 노오오옴!”


  다만 그런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아버지의 질투를 불태우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그 때 그대로 은거했다면 이 세계에는 또 한 번의 피폭풍이 몰아쳤을지도 모르니, 이렇게 막나가는 아버지라도 세계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런 고로, 네 놈을 얼리고 볶고 지져서 죽지도 못하게 한 다음 저 진공의 공간으로 날려주마!”


  물론, 어쩌다보니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 아버지와는 달리, 세계에 크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우리의 이고깽, 백원만씨는 현재 유부녀강간미수죄로 현장에서 잡혀 즉결처분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적어도 피의자의 최후의 변론 정도는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억울하다라고 외치면서 눈물을 흩날리는 녀석의 진상을 보고 약간의 측은지심을 빙자해 계획대로 아버지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는 우셨다. 정말 서럽게 우셨다. 우는 연기 하나만큼은 일품인 어머니. 자랑스럽습니다. 작년에는 마라가 상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어머니께서 받으셔도 문제가 없겠어요.


  “그렇습니다! 저는 단순히 반한 죄 밖에!”
  “일단 그렇답니다.”


  하지만 녀석은 이런 우리의 연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아버지의 행동을 제지하는 걸 본 녀석은 희망이 보인 것인지 아까보다는 살아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착각은 자유지. 암. 뭐, 착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진이, 내가 아홉달 동안 배앓아낳은 내 자식이 엄마보다 다른 사람 편을 들고 있어. 우아아앙!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도 없어. 훌쩍.”


  아버지의 눈이 쭈욱 늘어지며 귀신의 형상을 하기 시작했다. 백원만 녀석이 아까 말한 개념없는 한마디와 지금 어머니가 신세한탄을 시작한 것 때문에 연기를 넘어 진정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말로 죽여버리면 곤란하니까, 한숨을 쉬면서 어머니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쉽게 납득해주었다.


  “아니, 어머니. 어차피 배심원들의 판결이 남아있으니까 결과는 똑같다고 생각해요. 최후의 변론을 듣지 않고 죽일 경우, 혹시나 모를 찝찝함이 남을테니까 그걸 털어버리자는 차원에서 말하는 겁니다.”
  “사형은 확정된 거냐!”


  내 말에 백원만은 절규를 어머니들은 긍정의 고갯짓을, 아버지는 냉혹한 웃음으로 나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잘 했군. 진.’
  ‘원래 희망을 가질 때 부숴야 제대로인 거죠.’
  ‘훌륭하구나. 진. 그것을 깨닫다니.’
  ‘괜히 이고깽의 아들로 환생한 녀석이겠습니까.’


  그리고 오랫동안 티격태격해온 우리 부자는 그렇게 스치듯 눈빛으로 대화를 완성하고는 녀석을 바라보고는 히죽 웃는다. 남자답게 잘생긴 동양인의 외모를 한 남자와 어찌보면 서양인의 외모를 한 곱상한 사내녀석이 동시에 그렇게 미소를 날리자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는 그저 피를 토할 상황인 모양이었다.


  “커억!”
  “어머나,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어딜 보시나요?”


  아니, 어머니께서 다시 한 번 화를 내시는 모양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고 보이는 나무 하나가 자신의 몸에 파고들어와 있는 이물질을 압착하고 있는 모양. 물론 나무에게 이물질을 망가뜨리겠다는 생각은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자라고 있는 나무의 무서운 성장속도였고 죽기 전에 어머니의 자태를 눈에 새겨두자고 마음먹은 것 같은 녀석의 갈비뼈를 부순 것 같다는 것이다.


  “아들아, 횟감은 상처 없이 싱싱한 것이 제 맛이 아니겠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우리 부자는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정원용 가위에 어려있던 이글이글 불타오르던 오러를 없애버린다. 그런 우리 둘의 모습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범죄자는 다시 한 번 희망의 불빛을 본 것마냥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횟감으로 해서는 안되겠구나. 그냥 편육용으로 삶아버리는 것이…….”
  “고기의 질이 떨어졌으니 맛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감히 ‘아내들’과 ‘아내들’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희롱한다면 불같이 화를 내던 바보들이 아닌가. 주로 ‘아내들’간의 백합을 보고 질투한 나머지 맞바람을 피우다가 아내들에게 깨지고 마찬가지로 백합플레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폭주한 인간들이지만 기본적으로 아내들을 희롱한 자들에게는 그 어떤 자비도 품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질투의 화신이려나.


  “이런 악마들!”
  “훗, 이런 건 당연한 처벌이다.”
  “그런다고 죽이지는 않아!”
  “이곳은 지구가 아니니까 말이야.”


  눈을 빛내며 아버지는 왼쪽 손바닥에 뜨거워보이는 구체를 소환하고는 씩 웃는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보기에도 차가워보이는 빙결마법의 힘이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슬금슬금 뒤를 향해 빠진다.


  “고기가 상해서 맛이 없을테니까. 몬스터들에게 나눠주도록 하죠.”


  그리고 냉혹한 발언. 그런 우리 부자의 모습에 녀석의 눈에 어려있던 희망의 불꽃이라는 것이 때 아닌 장마를 맞아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훗, 몇 번을 보는 광경이지만 이 녀석, 마음이 크지 않았어. 하긴 옴싹달싹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몬스터들이 배탈난다. 적어도 몬스터들에게도 저런 불량식품을 먹지 않을 권리가 있어.”
  “아, 그렇겠군요.”


  위협하던 마법을 취소시키고는 아버지는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잠시후, 무엇인가를 떠올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야기한다.


  “오래간만에 쥐포를 먹고 싶지 않냐. 아들아.”
  “그렇군요. 아버지.”


  이제 슬슬 어머니들과 누이들은 우리 부자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소 지루하다는 듯 다른 행동들을 시작했다.


  “아, 악마들이야. 이 녀석들은 악마들이었어.”


  하지만 머리가 나쁜 것인지 아버지와 내가 의도적으로 뿜고 있는 살기에 위축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우리가 이러는 이유를 파악도, 짐작도 하지 못한 녀석은 그저 벌벌벌 떨고 있었을 뿐이다. 뭐, 이렇게 벌벌 떨기만 해준다면 나름대로 이 녀석을 갱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야. 아버지와 나는 눈빛으로 ‘아직 모르는 것 같으니 더 하자’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계속해서 위협을 해나간다.


  “하지만 아버지, 실수로 어머니께서 키우신 나무를 눌러버리게 되면 어머니께서 슬퍼하실 겁니다.”
  “끙, 그게 문제였지.”


  오랫동안 장고에 들어가기 시작한 아버지를 뒤로하고 나는 녀석의 앞으로 걸어가 냉혹한 미소로 이야기했다.


  “들어봐, 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버려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거야. 한 번 들어보겠어?”
  “드, 듣는 것뿐이라면 상관없어!”


  회를 친다, 찐다, 삶는다, 쥐포를 만들어버린다 등등……여러가지로 살벌한 방법들로 자신을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녀석은 내 말, 미끼, 떡밥을 덥썩 물어버렸다. 걸렸다.


  “듣기만 해서는 목숨을 구할 수 없을텐데.”
  “큿!……노력하겠습니다.”


  좋아. 좋은 마음가짐이야. 히죽 웃으면서 녀석의 불안한 시선을 똑바로, 냉혹한 눈으로 바라봐준다. 이제 개념탑재할 시간이야. 아해야.
.
.
  “커억!”
  “쯧쯧……. 그렇게 해서 개념을 다시 탑재할 수 있겠나?”
  “시끄러워!”


  현재 나는 녀석의 개념을 다시 탑재시키기 위해 녀석에게 온갖 종류의 저주를 걸어두고 녀석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황태자로서의 업무는 어떻게 된 거냐고? 잊지 않았나? 나는 분신술을 쓸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왕들이라면 하루종일 해야 할 업무도 30분이면 모두 마칠 수 있는 것이다. 분신체 하나만 업무실에 남겨두고 모두들 휴식 중. 매일매일이 즐거운 ‘나’인 것이다.


  “훗, 네가 개념을 탑재하지 않는다면 끝내 너는 조X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토끼인 것으로 판명나버린 녀석이었지만 묘하게 자신감에 넘쳐있던 녀석이었으니까 그렇잖아도 조루인 녀석을 더더욱 조루로 만들어버렸다. 아마도 3초면 가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10초 내외로 가버리겠지만, 녀석은 원래부터 토끼였으니까 말야.


  “크윽! 치사하다!”
  “훗, 그렇게 된 너를 저승에 가버린 마라가 보면 울겠지.”
  “크아아악!”


  물론 이런 저주 이외에도 황궁 가족들을 보고 음란한 생각을 하면 그곳이 끊어질 것 같이 아파진다거나 흘끔흘끔 바라보면 눈을 멀게 해버린다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갱이’라고 말하면 내가 만든 ‘시간과 공간의 방’으로 워프시킨다거나 하는 저주가 있다.
  참고로 이 저주 중에서 제일 강력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 황실 가족을 대상으로 자위를 하거나 덮칠 계획을 세우거나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 촉수괴물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방Ⅱ : 조교실’로 직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 이런 생각이나 행동만은 과연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찾는 손님이 없는 조교실에 외롭게 남아있던 촉수괴물은 현재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마계에서 살아남은 제자식들에게 훈육을 하는 중이다.


  “넌 어째서 날 설득하려고 하지 않지?”
  “뭘?”


  이 녀석, 그래도 마지막 개념만큼은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녀석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녀석의 질문도 꽤나 괜찮은 것이었다.


  “넌 언제나 이야기만 했지, 국가를 위해서 헌신을 할 수 있는 인간이 되자는 내 생각을 바꾸려고는 하지 않았어. 그저 한 것이라고는 내가 너의 가족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한 것이 대부분이었지. 어째서냐.”
  “아, 그거라면 당연하지.”


  녀석이 이것을 계속 궁금해했던 건가. 생각하면서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개인의 생각을 모두 보장해주는 것이니까. 적어도 이 원칙 정도는 알아둬. 자신의 신념을 남에게 강요하지마. 그리고 네 생각이 그렇다면 넌 소속된 국가를 위해 노력해라. 그렇다면 넌 훌륭한 사람으로 추앙받을 수 있겠지. 이고깽이라면 힘도 있을테니까 말야.”


  히죽 웃으며 녀석의 질문에 답해주자 녀석의 표정이 달라졌다. 마치 한 방 먹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 할까.


  “세뇌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야.”
  “네가 할 소리냐.”


  마왕을 조교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녀석은 좀 심각한 편이었으니까 말이지. 그의 말에 동의하고는 다시 한 번 히죽 웃는다. 그런 내 웃음에 태클을 걸지도 않고 녀석은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어갔다. 그리고.


  “어라?”


  녀석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 자식이 결국 마지막 개념까지 놓은 거냐!”


  지루함에 허덕이던 촉수괴물 녀석이 기뻐하는 느낌을 받고는 외쳤다. 이 녀석이 내가 제한을 걸어둔 걸 결국 해버린 모양이다. 일단 조건을 따지자면 2번, 덮칠 계획을 세워보았다는 것이니까, 녀석이 비명을 지르면서 구원을 청하는 것을 외면한다.


  “아드득, 이 녀석, 나중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군.”


  강제로 당하는 여자의 기분을 느껴보라고. 이 자식.
  하지만 훗날, 녀석을 조교실에서 꺼내었을 때……녀석이 촉수괴물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올라가게 된 것을 알고는 나는 땅을 치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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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깽의 마지막 개념 상실과 실력 향상. 물론 마왕에게는 아직 한손감도 안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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