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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 19부 1장


19부 1장 호사다마(好事多魔) 아니잖아. 호사다호(好事多好)가 맞는 말이라고 적어도 나한테는......


야구계의 격언 중에 기회가 온 후에 위기가 오고, 위기 후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은 세상사 살아가는 데도 꽤 적합한 말인 듯싶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극장에서 우연히 명자누나와 마주친 후부터 지금의 상황 때문에 그렇다.
지금 내 옆에는 내 팔을 베개 삼아 명자 누나가 자고 있다. 뭐 자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올의 실도 걸치지 않은 채로 있다는 것은 많이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여자들을 많이 만나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여복이 넘치는 시기는 없었다. 이젠 여복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여난이다.
“휴우 하늘이 현애한테 받은 시련을 이것으로 보답하려고 해주는건가?”
정말 오랜만에 입에 담는 이름이다. 현애, 내가 만났던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다. 한때는 내 가슴 속을 뻥 뚫리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기억 속의 사람일 뿐이다.
“음냐... 음냐...”
후, 근데 이 아줌마 미이라 잡으러 왔다가 완전히 미이라 된 격이네.(일본 속담일걸요. 아마.)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희수는 내 등 뒤에 숨어서 살짝 고개만 내밀며 명자 누나를 보고 있었다. 등 뒤에 맞닿은 그녀의 가슴은 이러다 터지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뛰고 있었다.
“정현이 너.”
“희수야, 떨지 마. 성은이한테 허락받고 나왔는데도 죄지은 사람처럼 왜 그래? 누나도 그래요. 나나 성은이를 그렇게 못 믿어요?”
“.........”
죄 지은 사람이 강하게 나오면 추궁하는 사람은 ‘아닌가.’이거나 말문이 막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색 정도가 중요하지. 막 화를 내는 것은 비 추천이다. 오히려 상대방이 열을 내면 그 때는 멈칫 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 정도가 딱 좋다.
명자 누나도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정색을 하고 오히려 따지자, 순간 말문이 막힌 듯 했고 오히려 조금은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난, 그게 아니라........”
“그리고 누나가 나에게 한 것에 비하면.......”
명자 누나는 자신이 작가라는 쪽으로 소재가 바뀌기 시작하자, 허둥댔고 그런 모습은 떨고 있던 희수에게 힘을 주었는지 등 뒤에서의 떨림이 멈추기 시작했다.
“알았어. 미안해. 내가 오버했어. 정현아.”
휴우~ 어느 정도 작전이 성공한 듯싶었다. 왜 저렇게 자신의 필명의 남희선이고, 처형식의 작가라는 것을 밝히는 질색 발색하는지 그래도 다행이다.
“언니는 근데 서울에 웬일이야?”
이제는 떨림이 멈추었는지 희수는 어느새 내 뒤에서 나와 명자 누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응. 그게 만날 사람이 있어서.”
킥킥. 만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누군가에게 밝히기 그런 사람인가 보지. 아마도 지난번에 호텔에서 스치듯 만난 사람.
“아 지난번에 호텔에서 봤던 사람 아니야?”
“호텔!?”
희수는 호텔이란 말에 크게 호기심을 보였고 그 일은 더욱 누나를 당황하게 하였다. 왜 사람들은 호텔이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라는 생각보다는, 누군가와 잠을 자는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 희수야.......”
명자 누나도 희수랑 마찬가지네. 저렇게 당황대면서 말하면 의심도가 높아질 뿐이라니까. 그래도 다행히 명자 누나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네.
“희수야. 누나 바람핀다. 요즘에.....”
“에?!*2”
희수와 명자 누나는 둘 다 눈이 둥그레지며 나를 쳐다보았다. 희수는 절대 그럴리없는 사람이 바람을 핀다는 소리에 놀랐고, 명자 누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감을 못 잡는 듯 했다.
“글쎄 지난번에 내가 호텔에서 명자 누나를 봤거든. 그때 같이 있던 사람이 너무 중후하고 잘생긴 사람이더라.”
명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내 가슴팍을 퍽하고 쳤다. 희수는 그럴 리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명자 누나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져 있었다. 조금만 더하면 자기가 작가라는 것을 실토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럼 안 돼지. 어떻게 잡은 약점인데.
“정말이야?”
희수는 설마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싶은지 나에게 확인을 해오고 있었다.
“내가 본 것은 사실이야. 솔직히 내가 보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남자가 명자 누나에게 사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다니까.”
거짓말은 없었다. 그 당시 만났던 편집장은 꽤 잘생긴 사람이었고, 그 당시 편집장은 어서 원고를 넘겨달라고 누나한테 사정하고 있었으니까.
“정현이 너.”
“팍 팍.”
은근히 명자 누나 손이 매서운걸.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언니 반응 보니까. 왠지 오빠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거 같은데.”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니까. 다만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조금 숨길 거 숨기고 과장할 거 과장 할 뿐이지. 처음에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사실을 밝힐 것 같은 누나도 이제는 말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너 정말.......”
아 난 왜 여자의 눈물 앞에서는 이렇게 약해지는 걸까? 명자 누나는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고,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저 매서운 눈매에 절로 동점심이 생기네.
“장난 그만해야겠다. 희수야. 누나 울 것 같다.”
“뭐야 거짓말이었던거야?”
“거짓말은 아니고, 내가 좀 앞뒤 자른 것뿐이야.”
희수의 눈매가 더욱 매서워지기 시작한다. 이 아줌마야. 이게 다 당신이 표정관리 못해서 생긴 일인데. 어떻게 나만 잘못한 것처럼 보고 있냐고?
“앗.”
흑 희수야 거긴 아침에 성은이한테 꼬집힌 곳이라고 아 아프다. 가스나 인정사정없이 꼬집네.
“도대체 장난해야 될 것이랑 아닐 것을 구분하지 못하냐고?”
“알았다고. 알았어. 누나 미안해. 내가 장난이 좀 지나쳤어.”
나도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누나를 구박한 것이라고, 이제 누나 머릿속에서 나와 희수의 일은 이미 잊혀지고 없다고. 누명을 벗어나는 것과 작가라는 것을 들키지 않는 것 그것 이상은 머릿속에서 생각나지 않을 걸.
유후 그래도 다행이다. 아무리 주부치고는 개방적이고 생각이 트인 누나라고 해도 희수와 나의 일은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결국은 하연의 일도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게 되면 희수나 성은에게도 상처겠지만, 바른 생활 소녀 하연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번 말했지만, 하연이는 바른 생활 소녀이다. 초등학교 바른 생활에서나 나올만한 옳고 굳은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문제다. 그녀로서는 정현과 자신의 관계가 사회에서는 쉽게 인정받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밝혀진다면 성은이나 희수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하연처럼 옳고 곧은 사람이 틀린 길을 걸을 때는 남들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자신과도 싸우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런 경험을 누군가를 통해 보았다. 물론 내가 보았던 그녀는 자살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지만 말이다.
그 후론 누나를 달래느라 온 저녁 시간을 다 보내었다. 꽤 비싼 호텔 레스토랑에서 누나가 가장 좋아한다는 랍스터 요리를 대접하고 예전에 부탁받은 캐릭터 설정을 위한 인터뷰를 최대한 빨리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누나는 기분을 풀었다.
젠장 랍스터는 왜 이렇게 비싼거야. 흑 젠장 들어준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피하고 있었는데 이젠 피할 길도 없네.


“왔어.”
언제나 그렇듯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누군가가 나를 맞이해준다는 사실은 꽤 기쁜 일이다. 특히 나처럼 10년 이상을 혼자서 보낸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연은 늘 그렇듯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고, 그 옆에는 약간은 시샘어린 표정이지만 그래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 짓고 있지 않다. 왜 저렇게 성은이가 골 나 있지.
“성은아.... 뭐 않좋은 일 있니?”
조심스럽게 물어볼래요. 말해도 될까요? 나 그대에게 오늘은...... 이건 노래가사이고 정말 성은은 뭔가 불만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왜 저렇지? 그러니 내 말투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오빠. 일로와.”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성은은 내 말을 잘라먹고 거실로 향했다. 휴우 또 뭘까? 나는 조심스럽게 하연에게 눈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
이런 분명히 내가 눈으로 물은 것을 하연은 알아들은 듯 했지만, 난처한 듯 나에게 미소만 보이고 성은과 잘 해결하라는 제스츄어만 보인 후 부엌으로 향했다.
“성은아 정현씨 너무 힘들게 하지 마.”
역시 하연이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나를 도와주려는 듯 부드럽게 하연을 달랬다.
“알았어. 언니만 오빠 생각하는지 알아. 치.”
정말 많이 골났나 보다. 조금이라도 나를 도와주려는 하연이에게 성은은 감정이 실린 말투를 날렸고, 하연은 멋쩍어 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할 말이 뭔데 하연이는 저러고 너는 기분이 바닥을 치는데.”
“오빠가 잘못했어. 나뿐만이 아니라 언니도 솔직히 워낙 좋은 일이 있어서 표시를 안할 뿐이지, 기분 나쁠거야.”
하연이한테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그건 비밀. 뭐 담 부 정도에 나올테니까 모두들 기대하세요. 근데 뭐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거지? 나 잘못한 거 없는데.
“.........”
도대체 감이 안왔다. 물론 어제 희수랑 하루 왠 종일 시간 보낸 것 때문에 성은과 하연이 골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일상생활이다. 뭐 여자들을 많이 다스리고 사는 단점이라고 할까?
“어쭈, 모르겠다는 얼굴이네. 너무 한 것 아니야?”
성은의 행동으로 봐서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듯 한데, 여자들 3명을 내 여자로 만들었지만 여자들 마음은 아직도 나에게는 미스테리이다.
“........”
묵묵무답으로 일관하는 내 모습에 성은이는 더욱 화가 나는 듯 했지만, 어떡하랴? 모르는 걸.
“그렇게 화내지만 말고, 이야기 해봐.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아야지 사과를 할 것 아니야?”
“정말 모른다고?”
“그래 나도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정말 모르겠다.”
“휴우........”
얄미움 반 실망 반이 섞인 한숨이 성은의 입에서 나왔다. 곧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성은이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성은이랑 재미있었어?”
“응.”
물론 재미있었지, 내 인생 처음으로 탈의실에서 섹스도 했고 모처럼만에 데이트 다운 데이트도 했고 마지막에 명자 누나 일만 없었으면 최고의 하루였다. 또 희수한테 기념할 만한 첫 데이트이기도 했지만, 나도 모처럼만에 여성과의 데이트였다. 하연이는 이 맨션에 들어와서 생긴 인연이라 그 동안 데이트를 못했었고, 뭐 성은이의 경우는 일주일에 한 번 그녀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 거의 다였으니 데이트 다운 데이트는 정말 오랜만이어서 솔직히 나도 즐겁게 보냈다.
물론 이런 내 맘을 안다면 볼멘소리를 할 지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기뻐해 줄 만한 여성들이 성은과 하연이다. 그런 점에선 난 복 받은 사람이다. 더욱 그래서 성은이 화내는 이유를 몰랐다.
“그게 무슨 문제야?”
“오빠 우리들이 그렇게 맘 좁은 사람인줄 알어? 희수랑 데이트했다면 물론 기분은 않좋겠지만, 그건 우리들의 선택이니까 오빠한테 화 낼 이유는 없어.”
“그럼 뭐가?”
“정말 답답하네. 그렇게 감이 안와.”
응 절대 안와. 나도 내가 이렇게 눈치 없는 사람인지 지금 알았어.
“.........”
성은은 계속 힌트를 줘도 감을 못잡는 내가 얄미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겠는걸.
“어제 희수 수영복 사줬다며?”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하연, 성은, 희수 이 세명 사이에는 비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입으로 저 질문이 나오기 전에 내 스스로 납득이 됐다.
“그게 무슨 문제가?”
문제가 된다면 수영복 매장 탈의실에서 했다는 게 문제인데, 그건 아무리 내외가 없는 사이라고 해도 말을 못할 일이고, 가끔씩 엉뚱한 짓을 하는 희수라도 부끄러워서 말 못할 것이다. 적어도 시간이 오래 지난다면 몰라도.
“이 아저씨야. 정답을 가르쳐줘도 모른다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성은은 정말 화가 난 듯 보였다. 뭐가 문제지. 어차피 성은이나 하연이도 사줄 생각인데. 시샘부릴 이유가 없는데.
“그게 뭐가 문제야. 너나 하연이도 데리고 가서 사줄 생각인데.”
“응?!”
내 말이 끝나자 성은은 눈에 보일 정도로 허둥대기 시작했다. 얼레 사주지 않을 것이라고 알았나?
“킥킥. 그것 봐라. 내가 화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성은이가 허둥대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연이가 쟁반에 차를 들고 왔다.
“언니도 성은이가 수영복 들고 와서 자랑하니까. 시샘했으면서.”
“내가 언제 그랬다고?”
천연덕스럽게 그런 적 없었다는 듯한 하연의 표정에 성은은 기가 막힌지 말문이 잃었고, 그런 성은을 보면서 하연은 이겼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 자기도 같이 화냈으면서 화낼 이유가 없어지니까. 발 뺀다 이거지.”
“헤헤.”
언제 봐도 하연의 저 미소는 아름답다. 그리고 안아주고 싶다. 그런 네 맘을 알았는지 하연은 내 옆자리에 앉아 내 품에 파고들었다.
“치. 얄밉게 보려니까. 모든 짓이 얄밉게 보인다는 말이 비유적인 말인 줄 알았는데 비유적이지 않을 때도 쓸 수 있구나.”
“메롱.”
세상에 바른생활 소녀 하연이가 혀를 냅쭉 내밀고 성은이한테 메롱을 하다니, 지금 내가 뭔가를 잘못 본 것 아냐.
“치. 오빠 언니 잡아.”
난 참 여자 말 잘 듣는다. 하긴 잘 듣기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나 같은 바람둥이가 살아남지 못하지.
성은은 내 품에 안긴 채, 메롱을 하는 하연이에게 급습을 했고 뭐 내 손에 잡힌 하연이는 도망치지 못한 채 그대로 성은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공격이라고 해서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너무한 것 아냐? 물론 하연이나 성은이가 나를 목적으로 싸우는 적대국인 입장도 있지만 적어도 페어플레이가 뭔지는 아는 사람들이라구.
“꺄르륵... 꺄르르르... 성은아.. 미안해. 제발.. 아흑..”
“내가 이걸로 봐줄것 같애.”
처음에 하연은 자신만 발을 뺀 것이 미안한지 성은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계속 성은의 공격이 지속대자 인내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는 듯이 역습을 시작했다.
“꺄르륵. 악.... 이 기집애....”
“앗 언니.. 꺄르륵 으흑...”
뭐 공격이라고 해봤자. 간질이기이지. 아 역시 난 콩깍지가 씌였나 보다. 저런 모습도 예뻐 보이니 말이다. 물론 내 콩깍지가 여러 개라서 문제지만. 흠흠. 아무튼 하연과 성은은 나를 중간에 두고 서로 간질이기를 하고 있었고 나야 뭐 중립국이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안 터지려면 가만히 있는 수 밖에.....
“아흑... 언니 이제 그만.”
“그래.”
그래 잘했다. 계속 그렇게 했다간 둘 중 하나가 먼저 숨이 머져 돌아갈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는데, 그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최고지.
“근데 성은아.”
“응?”
“내가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희수한테만 선물을 해준다면 기분 나쁠 것 같니?”
그 말을 꺼낸 순간 다시 성은의 눈은 무서워졌고 하연도 기분은 좋지 않은듯 얼굴이 찡그려졌다.
“오빠. 그냥 선물이라고 해서 화낸 게 아니거든.”
“응??”
“여자들이란 뭐라고 해야 될까? 오빠 반지가 특별한 선물인건 알지?”
“응.”
남자도 여자에게 반지란 선물을 한다면 그건 조금 속되게 말한다면 너를 가지고 싶다는 말이다. 여성들도 그런 의미에선 많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반지 말고도 속옷이라 던지, 수영복도 비슷한 의미야. 아니 어떤 의미에선 반지보다 더 의미 있을 수 있겠네.”
하긴 반지는 그래봤자 손이지만, 수영복이나 속옷은 여성들의 가장 은밀한 부분과 중요한 부분을 보호하는 곳이니. 킥 어떤 의미에선 반지보다 더 너를 가지고 싶다는 의미일지도.
“앗.”
“실망이야. 그런 것도 모르고.”
아 아파라. 성은은 내 무식을 벌했고, 그 행동은 하연에게도 마땅한 일로 여겨졌는지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잘했다는 표시를 성은에게 하고 있었다.
“정현씨.”
“응.”
“미안해. 나도 잠시지만 자기가 희수한테 선물한 것을 질투했어. 조금만 생각했다면 자기가 희수한테만 선물하지 않을 것 알면서도. 미안해. 용서해줘.”
하연이는 정말 깍듯하게 나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예의를 지키고 하는 사과는 하는 사람도 힘들겠지만, 받는 사람이 거절하기도 무척 어렵다. 당연히 거절하기 힘든 사과를 거절해서 하연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피해야 하니. 그 담은 아시겠죠.
이쯤 되면 한사람은 난처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하연의 표정을 보니 사과의 목적에는 누군가를 난처해하는 것도 포함된 듯 보였다.
“성은아 뭐해 얼른 너도 정현씨한테 사과해야지.”
“어. 흠.....”
하연은 어서 사과하라는 식으로 성은에게 말을 했고, 안 그래도 난처하게 있던 성은이는 하연의 재촉에 더욱 난처해하고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이것은 그전에 있던 전쟁의 계속이다. 비록 휴전협정을 맺기는 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 방심하고 있던 성은이는 하연의 정보공작에 당한 격이었다.
그런데 정말 순진하고 착했던 바른생활 소녀 하연이가 저런 음흉한 정보공작까지 하다니 이거 왠지 씁쓸한걸. 아 나한테 영향을 받은건가?
“휴우. 오빠 미안해.”
얼레 성은이가 너무 쉽게 사과를 하네. 흠 그럼 전쟁은 하연의 정복공작 때문에 하연의 압승으로 끝나는 건가?
“정말 오빠한테 미안하네. 난 언니보다 오빠랑 보낸 시간이 더 많은데, 언니는 못 알아챌수 있지만, 나는 알아채려야 하는 것인데.”
이거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게 흐르는 걸.
“말로만 사과로서 오빠한테 용서 받는 것은 내가 용납이 안돼. 언니 오늘 침대 자리는 양보해줄래. 오빠한테 최고의 서비스로 보답하고 싶어.”
야구로 따지면 10안타를 맞으면서도 운으로 점수를 안주던 팀이 퍼펙트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던 팀에게 홈런을 날린 격인 걸. 하긴 나한테 영향을 받아 많이 음흉해졌다고 해도 음흉함면에서 아직 하연이가 성은이를 못따라가지.
이런 내 생각이 맞기라도 하는 듯이 하연의 입에선 패배 신호가 떨어졌다.
“........ 응.”
당했다는 얼굴로 하연은 패배를 인정했고, 성은은 내 품에 안긴 채 승리의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나야 뭐 성은이가 해줄 최고의 서비스에 기대로 부풀어 오르고 있지.


참 오랫동안 쓴 글입니다. 도대체 진도가 안나거더군요. 2시간 동안 3줄 쓴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글인데도 눈에 띄게 오류가 보이더 군요. 큰 오류들만 제거하고 올립니다.
야한 장면이 없다구요. 없을 수도 있죠. 뭐!!!! 사실 야한 장면이 가장 쓰기 쉽습니다. 이렇게 평상시의 대화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더욱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이 있어야지 야한 장면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 뜬금없이 바로 베드 신으로 간다면... 으흠...
아 그리고 축하할 만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반상회가 A4 용지로 300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맨 처음에 쓸때는 100페이지 넘길까 싶었는데 어느새 300이란 숫자까지 왔네요. 축하해주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어서 반상회를 끝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도대체 얼마까지 가야지 완결을 볼지.... 맨 처음에 스토리 구상할 때는 100p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질문 하나 요즘 제 글 좋지 않은가요? 댓글수도 떨어지고 탈의실 장면은 꽤 잘썼다고 생각했는데. 흠...
혹시라도 글에 비평하고 싶으신 분은 가차없이 해주십시오. 그런 분들의 조언 하나하나가 반상회를 살찌웁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작가에게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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