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붉은 달(月)을 베다. 21 회
** 白雲俠(낭만백작)著/ 붉은 달(月)을 베다. **
제 21 회 에도염정(江戶艶情) 2
「어어어.. 왜.. 왜 이러시오 사다에님..!」
당황한 명(明)의 입에서는 고작 이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제가 이기면 제 말을 들어야 한다 약조하지 않았던가요? 호호호..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지닌
명(明)님이라 할지라도 이렇듯 쉽게 여인(女人)의 마음에 당한 것입니다.」
사다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상대가 사다에라는 여인이었고 그 여인은 자신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방심을 한
사이 무모하게 달려드는 행동에 당황해, 이 여인이 혹시나 부상을 당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마
음으로 스스로 품속에 안아 버린 명(明)이 아닌가! 그 순간 단도를 손에 쥐고 가슴을 찔러 왔다
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지금의 상황이다. 그 겨룸에 명(明)이 패한 것이 분명했다.
「알았소. 내가 졌소이다. 이제 일어나시오.」
감상(感傷)에 젖어드는 상황일수록 더욱 오감을 놓치지 말라던 스승 혜암스님의 당부를 여인의
웃음에 마음이 홀려 잊어버린 스스로를 질책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명(明)을 사다에는 단
단히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며 향해 눈을 흘킨다.
「장부의 약속이 아니었습니까? 이제 저의 말을 들어주셔야지요.」
명(明)의 품에 안긴 채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진다.
남정네와 운우(雲雨)의 정을 오래도록 나눈 바 있는 과부가 아닌가! 그 욕정의 황홀한 느낌을
익히 알고 있는 사다에였다.
그 사다에는, 하루(春)가 그토록 칭양(稱揚)하는 남정네가 누군지 보고 싶기도 했고 얼마나 뛰
어난 인물인지 알고 싶기도 했다.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그 인물.. 괴히 옥골선풍(玉骨仙風) 장부의 모습..! 농익은 여체가 흔들
리는 것은 당여지사(當然之事)였다.
그래서 비무를 핑계로 묘안을 짜내 그 남자의 품속에 뛰어든 것이다.
자신의 품안에서 나체가 된 여인..!
상큼한 살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꿈틀.. 명(明)의 아랫도리에서도 불기둥이 치솟았다.
「공자님.. 부탁입니다. 어서 저의 몸을..!」
비음이 섞인 사다에의 간절한 목소리였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던 명(明)이 결심한 듯 바지의 허
리춤을 끌어내렸다.
(기왕(旣往) 벌어진 일..! 이 여인을 취하여 여인의 마음까지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에도에
서 활동하기에 첩경(捷徑;쉬운 방법)이리라!)
「부인.. 용서하오!」
「아니.. 아니옵니다 공자님, 제가 바라고 원한 일입니다.」
「그럼..!」
겉옷을 열어젖히니 그 속에 앙증맞은 천 조각이 비부를 가리고 있었다.
그 천 조각을 걷어 던진 후 사다에의 두 다리를 살며시 벌려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비부는 스스로 달아올라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악.. 하학..! 부끄러워요!」
고개를 모로 돌리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는 사다에의 다리는 명(明)의 머리를 휘어 감는다.
비부에 묻혀 향긋한 음부의 향기를 들이키고 있던 명(明)의 혓바닥이 붉게 익어있는 사다에의
음문을 파고든 것이다.
「으윽.. 으.. 끄으으..!」
참으려 해도 절로 튀어 나오는 신음..! 사다에의 나신이 꿈틀 거렸다.
문어발처럼 온 몸을 휘감아 오는 맑고 투명한 나신 한가운데의 꽃샘에서 달콤한 애액이 흘러내
려 명(明)의 입술을 적신다.
활처럼 휘어 오른 허리아래 동그란 엉덩이가 음심(淫心)을 더욱 돋우고 있었다.
「명.. 명(明)님.. 으으윽.. 어서.. 어서 이 몸을..!」
달아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한 사다에가 몸을 뒤집어 명(明)을 타고 오른다. 어느새 명(明)의 눈
앞에 봉긋 솟아오른 젖꼭지가 다가와 있었다.
덮석 입속에 머금는다. 그 순간 사다에의 온몸이 튀어 오르듯 경련을 했다.
「윽.. 으으윽.. 저.. 저.. 사다에.. 죽어요..!」
이제는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섬섬옥수로 명(明)의 물건을 잡아 자신의 비소로 가져가 꿈
틀거리는 음문 속에 맞추어 내려 누른다.
- 푹.. 퍼억..!
단단해져 힘 오른 명(明)의 육봉이 그 밑둥도 남기지 않고 빨려들어 움찔거리는 사다에의 점막 속
에 깊이 묻혀 버렸다.
「아학... 아아아악.. 좋아.. 좋아요.. 명(明)님..!」
숨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열락의 쾌감을 전신으로 표현하는 사다에의 모습이었다.
* * * * * * * * * *
「이 가지를 밖에 있는 저 청년이 자른 것이란 말이지??」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그 잘라진 단면을 유심히 살피고 있던 무네노리가 툭.. 던지듯 말했다.
「예.. 오라버니, 저 청년이 오라버니를 만나 뵙기를 원하면서 그 가지를 오라버니께 필히 보여
드리라 했습니다.」
사다에가 무네노리의 내실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사다에의 눈에 뜻밖에 고
로가 무네노리와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저 닌자가 어찌 이곳에 함께 있는가?)
고개를 갸웃 하는 찰나(刹那).. 무네노리의 음성이 귀에 들렸다.
「내.. 그를 만나 보아야 겠다. 어서 들게 해라.」
대면의 허락을 받은 명(明)이 실내로 들어와 무네노리(宗矩)의 앞에 자리해 앉으며 손에 들고
있던 죽장(竹杖)을 오른쪽 무릎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윤충과 설아도 명(明)의 좌우에 자리해 조용히 앉는다.
그런 명(明)을 유심히 살피던 무네노리의 입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으음.. 이 청년..! 제법 예의를 갖추고 있구나. 생각보다 심지가 굳은 청년이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무릎 옆에 놓인 검집에서 검(劍)을 빼들려면 우선 왼손으로 검집을 잡은 후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아 뽑을 수 밖에 없다. 그 짧은 순간 상대는 이미 검을 빼어들고 선공(先攻;먼
저 공격함)의 자세를 충분히 취하리라.)
그 속에 검(劍)이 들어있는 명(明)의 지팡이였다. 그 죽장(竹杖)을 오른쪽 무릎 옆에 놓아 둔다
는 것은 상대에게 적의(敵意)가 없다는 점을 표하는 행동이었다. 무네노리는 그 점을 간파하고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던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명(明)이라 합니다. 이 두 사람은 소생의 일행인 윤충(尹忠)공과 설아낭자
입니다.」
「오오.. 세분 모두 비범한 인물들이로고..! 나는 무네노리(宗矩)라 하오.」
「야규우(柳生)님의 명성(名聲)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여 소생 그 유명한 야규우 신카께류
(柳生新陰流)의 병법 한 수를 견학할 영광을 주십사 부탁드리려 찾아뵈었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명(明)은 사다에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깊이 놀라고 있었다. 무네노리의 옆
자리에 고로가 부복을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고로와 명(明)은 서로가 모른 척 눈을 마주치
지 않고 외면을 한다.
무네노리는 고변자(告變者)인 고로가 혹시 허언(虛言;거짓소문)을 퍼뜨려 혼란을 야기하려는 것
은 아닌가 하여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붙들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허.. 공자의 정중한 부탁이기는 하나 이 무네노리는 검을 뽑아 본지가 오래오.」
거절의 뜻이 담긴 무네노리의 대답에 사다에가 한 무릎 다가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라버니.. 어쩌면 오라버니가 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솜씨일지도 모릅니다. 한번 시험해 보시
지요.」
슬쩍 무네노리의 호승지벽(好勝之癖)에 불을 당기는 말이었다. 그러나 무네노리의 얼굴에는 잔
잔한 미소만 스쳐 지나간다.
과연 깊은 수양을 지닌 무인이었다.
「허허허.. 네가 어찌 그토록 장담을 하느냐? 혹여 겨루어 보았느냐?」
「예.. 오라버니. 기습을 했다가 이 공자의 재간(才幹)에 단단히 창피만 당해습니다.」
「그랬겠지! 그게 당연한 결과였을 거다. 이보게 명(明)공자.. 우리 마당으로 나가세..!」
뜻밖의 언질에 사다에가 반색을 했다.
「오리버니.. 청을 들어주시는 겁니까?」
무네노리는 사다에의 말에 대꾸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뜰로 내려서고 있었다.
* * * * * * * * * *
- 번쩍..!
- 휘익.. 철커덕..!
- 툭..!
눈앞에 하얀 검광(劍光)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뜰에 서있던 매화의 가지가 발아래 떨어졌다.
뜰에 내려선 무네노리의 손에서 섬광(閃光)이 번적이며 칼바람이 인 것이다. 어느 사이에 허리
의 대도(大刀)를 뽑아 순식간에 매화나무의 가지를 자르고 다시 날카로운 칼날은 다시 검집 속
으로 숨어들었다.
천천히 허리를 숙여 잘려진 가지를 집어든 무네노리는 예리한 눈빛으로 사다에가 전해준 나뭇가
지의 잘려진 부분과 비교하며 입을 열었다.
「세분 모두 뛰어난 자질..! 지금 내가 한 것 처럼 이 매화의 가지를 베어보시게!!」
나뭇가지를 베는 것으로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상대와의 비무를 간접적으로 비교를 해줄 심산인
무네노리의 행동이었다.
- 휙.. 휘익..!
- 스르릉.. 찰칵..!
무네모리의 말이 떨어지자 윤충과 설아는 그에게 뒤질세라 번개같이 칼바람을 뿌렸다.
- 투둑.. 털썩..!
조용히 가지를 집어 든 무네노리의 눈빛에는 아쉬운 표정이 담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생
각과는 동떨어지는 기량이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명(明)공자..! 그대는 어찌 검을 뽑지 않는가?」
그러나 명(明)은 맑은 눈동자로 무네노리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어허.. 그대는 나와 비무를 원치 않았던가? 직접 상대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겨룸이 될걸세.
어서 베어 보게나!!」
그 말에 명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야규우(柳生)님..! 노심초사(勞心焦思) 가지를 뻗어 겨우 꽃을 피운 그 매화입니다. 그 고귀
한 생명을 어찌 하찮은 인간의 칼질로 끊으려 하십니까?」
「뭐.. 뭐라 했느냐? 하찮은 인간이라 했느냐?」
「예.. 야규우(柳生)님..! 저 매화나무도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생물입니다. 그 아름다
운 모습을 왜 우리의 유희(遊戱)따위로 자르려 하십니까?」
「어허.. 그런가? 그렇다면 그대가 끊어 내게 보낸 이 나뭇가지는 무엇이란 말이냐?」
「그 가지는 생명을 살리려 자른 것이지요. 이미 썩어가는 가지가 수목(樹木)의 영양(營養)을
낭비하여 그 아름다운 생명을 고갈시키려 하기에..!」
「뭐라..? 썩은 가지를 도려낸 것이라..! 에잇..!」
순간 무네노리가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던 나뭇가지가 명(明)의 가슴을 향해 던졌다. 그 가지
ㄴ느 바람을 가르며 비수(匕首)처럼 명(明)에게 날아들었다.
「핫.. 차앗..!」
명(明)의 입에서 기합소리가 터지며 죽장(竹杖)에서 일순 번개가 번쩍였다 다시 그 칼빛은 지팡이
속으로 들어가 갈무리되고 명(明)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히 그 자리에 서있다.
명(明)이 휘두른 검에 두 동강이가 나 발아래 툭..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든 무네노리의 눈빛
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가벼운 가지를 이토록 군더더기 하나 없이 벤 저 청년의 기량은 과연 어
디까지란 말인가? 내 이토록 두려움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로다.)
「하하하..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솜씨로다. 이 무네노리도 그대의 적수가 되지 못할 듯
하구나!! 썩은 나뭇가지를 벤 것이라 했느냐? 섞었다?? 이 에도성에도 도려내야 할 곳이 있다는
말이었더냐?」
파안대소를 하며 명(明)을 바라보는 무네노리의 시선에는 놀라움과 존경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 모습을 본 사다에의 얼굴에도 기쁨에 넘친 미소가 떠오른다.
「자.. 자.. 모두들 나를 따르오. 이제 곧 어전시합이 벌어질 시간이외다.」
그 순간 명(明)과 눈이 마주친 고로의 얼굴은 긴장에 잔뜩 굳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