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26 부
**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26 부 ** [수정일. 2006 년 3 월.]
제 9 장. 은밀히 움직이는 강호(江湖) 2.
생각도 하지 못한 말을 듣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자혜공주(慈惠公主)를 향해
상관명은 반역을 도모할 것이라는 조짐의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집단이 암암리 서로 협력을 하고 있으며
그 두 집단을 조종하고 있는 숨은 인물은 그 한곳 한곳에 깊이 관여해 완벽히 양쪽의 움직
임을 장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공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상관 오라버니, 그 두 집단이라는 곳이 어디인지요..?」
「예, 공주님.. 그 한곳은 황성사(皇城司)의 밀부(密部)인 혈잠령(血潛領)을 움직이고 있는
추밀사(樞密使) 조평환(趙平換)입니다. 그 조평환(趙平換)이 혈잠령두(血潛領頭) 유극관(劉
克官)을 움직여 중원무림(中原武林)의 세력중 숭정방(崇正邦)을 포섭해 수하에 두었고 또 다
른 한곳은 이미 소림을 장악한 후 진양문(眞陽門)을 부리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그 두곳
은 어느 한 인물에 의해 항상 적절히 밀고 당기며 균형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그 균형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요..?」
상관명은 한참을 깊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두곳의 세력이 어느 한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전날 공주를 암살하려던 그 숭정방(崇正邦)의 움직임은 조평환(趙平換)의 짓이 아니었습니
다. 분명 정적(政敵)인 공주님을 제거 하고 싶으면 조평환(趙平換)이 혈잠령(血潛領)에 명령
을 하여 공주님의 뒤를 감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상관명의 말에 공주가 동의(同意)를 하며 나섰다.
「맞습니다 오라버니.. 황궁(皇宮)의 내에서도 조평환(趙平換)에게 항상 그러한 견제를 받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예, 공주님.. 조평환(趙平換)이 공주님을 견제 하려는 것은 다만 공주님의 세력을 약화
시키려는 시도일 뿐이겠지요. 절대로 공주님의 목숨까지는 노리지 못합니다. 만약 조평환
(趙平換)이 공주님을 시해했다고 하면 그 순간 조평환(趙平換)은 권력(權力)의 핵심에서
쫒겨나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잃게 되겠지요.」
자혜공주(慈惠公主)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상관명을 바라 보았다.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공주님은 황실을 자손.. 즉 황손(皇孫)입니다. 아무리 조평환
(趙平換)이 황궁(皇宮)의 실권을 손에 쥐고 있다고는 하나 스스로 황실을 능멸하면 그 것이
반역이지요. 즉 그 순간 조정의 모든 신료가 조평환을 탄핵할 명분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주님의 세력을 약화시켜 손아귀에 올려두고 조종하는 편이 조평환으로서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을 조평환 자신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러나 무엇입니까..?」
「또 한편의 세력이 숭정방(崇正邦)을 이용해 공주님을 제거하게 되면 그 의심은 숭정방을
부리고 있는 조평환(趙平換)에게 송두리채 돌아갈 것이며, 그 책임은 당연히 조평환(趙平換)
이 져야 합니다. 그 세력은 자연스럽게 황실의 실력자인 공주를 제거하고 조평환(趙平換)조
차 궁지로 몰아 그 여세로 조정을 장악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숨은 인물의 노림수이고 그
한쪽 끝자락에 서문인걸(西門仁杰)이 있어 백성의 칭송을 받도록 일을 꾸며가고 있으며, 그
서문인걸이 숭정방과 연결의 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포착된 것입니다.」
상관명의 긴 설명에도 자혜공주(慈惠公主)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서문인걸(西門仁杰)과 숭정방(崇正邦)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셨는지..?」
「아하.. 그것은 내가 공주님의 뒤를 쫒아 기산(箕山) 연운봉(然雲峰)으로 달려간 그날..!
서문인걸(西門仁杰)은 한발 앞서 비연선원(秘緣仙院)의 문을 나섰습니다. 그를 배웅을 하려
나온 그때 서문인걸(西門仁杰)이 멀리 고목나무위에 숨어있는 무인(武人)들과 전음(傳音)을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그 직후 비명소리가 울리며 공주님이 그 비명소리에 유인
당해 달려갔고 내가 그 뒤를 따른 것입니다.」
「그 당시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자혜공주(慈惠公主)가 아찔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관명은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조종을 해 한쪽은 조정의 세력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을 막으며, 다른 한쪽은 민심
을 득(得)하게 만들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상관오라버니.. 그것이 어째서 역성 혁명의 조짐이라는 것입니까..?」
「숨은 인물의 힘은 막강한 듯 합니다. 그가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이 있다면 그 힘을
이용해 암암리 황제(皇帝)에게 접근을 해 부패한 조정을 바로 세우려 시도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위하기 보다 자신이 강호의 민심을 얻는 일에 더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점이 그가 모종의 야심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케 하는 의구심입니다.」
자혜공주(慈惠公主)의 앞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마친 상관명은 고개를 들어 좌중을 살폈다.
「주군(主君).. 그렇다면 정체를 숨기고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급히 해야 할 일이겠습니다.」
구(龜)와 학련(鶴蓮)이 동시에 상관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요, 학련(鶴蓮)언니.. 그 인물이 누군가를 빨리 파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상관 오라
버니..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되지요..?」
공주가 안타까운 듯 상관명에게 방법을 구했다.
「지금부터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그 배후의 인물을 알아내야 합니다.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우선은 당황하지 말고 지금처럼 행동을 하십시오. 그리고 학련(鶴蓮)누님..! 당분간 비연선
원(秘緣仙院)은 완(婉)아에게 맡겨두고 학련(鶴蓮)누님과 구(龜)는 공주와 함께 행동을 하며
공주의 신변을 보호하도록 하십시오. 겉으로 드러나는 경호는 광진(光振)호위가 할 것이니
두분은 그림자처럼 공주를 경호하기 바립니다. 조만간 공주의 주변에 다가드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예, 주군(主君)..!」
구(龜)와 학련(鶴蓮)은 상관명의 명(命)을 두말없이 받아 들였다. 그만큼 상관명을 신뢰해
이유조차 묻지 않고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신변보호를 이야기 하는 상관명의 말에 자혜공주(慈惠公主)는 무었 때문인가
영문을 알고 싶어 상관명을 바라보았다.
「상관 오라버니....?」
「아아.. 별다른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공주님의 주변을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자 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신 공주님은 구(龜)와 학련(鶴蓮)이 공주님을 따라 황궁(皇宮)을 출입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해 주십시오.」
「알았어요.. 상관 오라버니..!」
자혜공주(慈惠公主)의 대답에 고개를 끄득이던 상관명이 학련(鶴蓮)에게 물었다.
「학련(鶴蓮)누님.. 전에 내가 잘 다독여 두라고 했던 황보(皇甫)공자는 요즈음 어찌하고
있습니까..?」
뜬금없이 상관명이 황보정(皇甫程)의 근황을 묻는 것이었다.
「아.. 예.. 주군(主君), 문하평장사(書門下平章事)의 아들 말씀이지요..? 그 공자님은 그
때 비연선원(秘緣仙院)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제가 잘 달래어, 학문(學問)을 익혀 조정
에 헌신 하라고 설득을 했습니다. 다행히 저의 말을 들어 지금은 한림학사원에서 열심히 공
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 지금은 아마 연환서숙(捐幻書塾)으로 옮겨 학문(學問)을
계속하고 있겠지요.」
그 말을 들은 상관명은 알듯 모를 듯 고개만 끄득이고 있었다.
상관명이 생각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구상은 강호(江湖)의 정보를 빨리 파악을해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미 무림의 삼대 방파인 소림과 숭정방, 진양문이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반목을 하고 있고
다만 백련채(白蓮菜)만이 무지한 백성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채주를 중심으로 깊은 연대감을 가지고 있는 백련채(白蓮菜)의 교도들..! 지금 강호에 가장
널리 퍼져있는 그 백련교도들을 강호의 눈과 귀로 삼으려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앗차.. 그들도 분명 백련채(白蓮菜)를 노릴 것이다.」
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감..!
자신이 생각 하고 있는 것은 그들도 분명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정에서는
백련채(白蓮菜)를 없애려 혈안이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틈타 백련채(白蓮菜)에 도움
을 주며 손아귀에 넣으려는 세력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자 상관명은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공주님.. 급히 해야 할 일이 생각 났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내어야만 하겠습니
다. 구(龜)와 학련(鶴蓮)은 공주님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하라..!」
* * * * * * * * * *
상관명은 자혜공주(慈惠公主)와 급히 작별을 한 후 비연선원(秘緣仙院)의 제궁(帝宮)을 떠나
개봉의 동쪽에 위치한 강소성(江蘇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늦지 않았어야 할텐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서두르고 있던 상관명은 사람의 왕래가 많은 관도를 벗어나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자 절정의 경공(輕功) 무영능공비(無影陵空飛)의 신법을 시전해 손살같이
허공을 날았다.
강소성(江蘇省) 남부.. 양자강(揚子江) 삼각주의 요지를 차지하는 기름진 도시 소주(蘇州),
그 소주(蘇州)의 서쪽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태호(太湖)를 향해 상관명은 혼신을 다해 날고
있었다.
그곳 태호(太湖) 호수변 아름드리 나무와 숲이 우거진 곳에 웅장하게 서있는 백련채(白蓮菜)
의 본전(本殿)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쉴 틈도 없이 꼬박 이틀을 달려 겨우 당도한 태호(太湖) 호수변에 내려앉은 상관명은 잠시
숨결을 고른 뒤 숲속의 웅장한 건물 백련채(白蓮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 창.. 창 창.. 챙그렁.. 으아악..!
백련채(白蓮菜)의 본전(本殿)건물 앞 넓은 뜰에서 도검(刀劍)이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 이미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참상(慘狀)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너무 늦게 당도 했구나.. 이것을 어쩐다..!」
상관명은 앞뒤 살필 겨를 없이 백련채(白蓮菜)의 본전(本殿)으로 뛰어 들었다.
「엇.. 저놈들은..!」
백련채(白蓮菜)의 넓은 뜰은 이미 많은 제자들이 부상을 당해 뒹굴어 붉은피가 바닥을 물들이
고 있었으며 남은 백련채의 제자들은 혈잠령(血潛領)의 고수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해 우왕좌왕
(右往左往)하고 있었다.
그 많은 백련채(白蓮菜)의 제자들이 모두 당해 선혈 낭자하게 쓰러져 있는 마당의 한쪽옆에는
삽십여명의 혈잠고수(血潛高手)들에 둘러싸인, 오직 예닐곱 명의 백련채의 제자들이 채주를
보호하려 사력(死力)을 다해 막아서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혈잠령두(血潛領頭) 유극관(劉克官)과 백련채(白蓮菜)의 채주 홍련(紅蓮)이
마주하고 서 있었다.
「이년.. 백성을 혹세무민하며 조정에 반기를 드는 이 백련채(白蓮菜)의 씨를 말려 버리라는
대인의 명(命)이시다. 그러기에 협조하라고 타이를 때 말을 들었어야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마지막 기력을 다해 버티고 있는 홍련(紅蓮)은 그러나 조금도 굴
(屈)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있었다.
「호호호.. 어림없는 일.. 이 백련채가 그리도 쉽게 당할줄로 아느냐..!」
힘겨운 웃음을 흘리고 있는 홍련(紅蓮)의 모습은 야차(夜叉)와 다를 바 없었다.
「크흐흐흐.. 끝내 반항을 한다면 목숨을 거둘 수 밖에, 저년을 죽여도 좋다. 모두 쳐라..!」
- 휙.. 흭.. 휘익.. 우르르르..!
도검(刀劍)을 든 삼십여명의 혈잠고수(血潛高手)들이 홍련(紅蓮)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 안된다. 막아랏..!」
부상의 고통 속에서도 일곱 제자들은 다급히 뛰어나와 달려드는 혈잠령 무인(武人)들의
앞을 막아섰다.
- 창.. 창 창.. 펑.. 퍼엉.. 쾅..!
칼이 부딪히는 소리, 장풍(掌風)이 난무하는 굉음(轟音).. 그 속에서 처절하게 울리는
비명소리..!
「악.. 아악.. 으윽..!」
검기(劍氣)에 한팔이 잘려져 움켜쥐고 고함지르는 백련채(白蓮菜)의 제자..!
장력(掌力)을 복부에 맞아 석 장(丈)뒤로 날아가 바위에 부딪히 뒹굴며 채주의 신변을 보호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눈빛으로 홍련(紅蓮)을 바라보는 제자들..!
그들의 눈빛과 마주친 홍련(紅蓮)의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가 떠 오르고 있었다.
「제자들은 앞을 막아서지 말고 피해라.. 이놈 유극관(劉克官)..! 비급하게 제자들을 건드리
지 말고 나와 단둘이 결판을 내자..!」
「크흐흐흐.. 아직도 네년의 힘이 남았다고 생각 하느냐..! 지금이라도 우리의 뜻에 따른다
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아니 네년의 능력에 합당한 관직도 마련해 주지..! 그리고 백련채
(白蓮菜)의 제자들도 충분한 지위를 보장 하겠다..!」
말을 하며 쓰러져 신음을 내뱉고 있는 백련채(白蓮菜)의 제자들을 둘러 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회유를 하며 제자들의 배신을 부추기는 유극관(劉克官)의 말이었다.
「호호호.. 여기 백련채의 가족들은 네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어서
덤비기나 해라..!」
휙.. 홍련(紅蓮)이 본전(本殿)건물을 뛰어 넘어 뒤뜰로 몸을 날렸다.
「좋다, 내가 네년을 저승으로 보내주지..! 너희들 모두 꼼짝말고 여기에서 대기하라. 홍련
(紅蓮)채주는 내가 직접 상대를 할 것이다.」
유극관(劉克官) 역시 홍련(紅蓮)의 뒤를 따라 후정(後庭)으로 향해 몸을 날렸다.
바로 그때, 급히 백련채(白蓮菜)의 경내로 들어 서려던 상관명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허허허 홍련(紅蓮)채주.. 젊은 낭자이긴 하지만 한 방파를 이끌 배포와 아량을 가진 여인
이구나..!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는 제자들을 더이상 다치지 않게 하려고 유극관(劉克官)을
뒷뜰로 유인을 한 것이렸다..!)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며 곁에서 있는 소나무의 솔잎을 따서 한움큼 손바닥에 움켜 쥐고는 양
손을 홱.. 뿌렸다.
- 슉.. 수욱.. 슈우우욱..!
- 우웅.. 우우우우웅..!
양손에서 뻗어나는 손바람..!
- 퍽.. 퍽.. 퍽.. 퍼억..!
그 한쪽 손에서는 날카로운 강기(剛氣)를 담은 가느다란 솔잎이 혈잠고수(血潛高手)들을 향
해 날아가 그들의 견정혈(肩井穴)에 정확히 꽂혔다.
「윽.. 으윽.. 컥..!」
혼혈인 견정혈(肩井穴)을 점혈당한 삼심여명의 혈잠고수(血潛高手)들이 혼수상태가 되어
썩은 고목이 넘어지듯 쓰러졌다.
- 스윽.. 스르륵.. 스르륵..!
다른 한손에서 펼쳐진, 진기(眞氣)가 가득 담긴 장력은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며 신음을
하고 있는 백련제자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그 진기(眞氣)가 부상당한 백련제자들의 상처를 하나 하나 다스려 출혈을 멈추게 하여 제자들
을 편안히 잠들게 만들었다.
수혈(睡穴)을 찔러 더 이상 제자들의 몸에서 기력(氣力)이 소진(消盡)되는 것을 방지해 목숨
을 부지시키기 위한 상관명의 배려였다.
* * * * * * * * * *
백련채(白蓮菜)의 후정(後庭)..!
마주하고 서있는 두사람, 홍련(紅蓮)과 유극관(劉克官)은 눈동자는 불꽃을 번쩍이고 있었다.
스르르릉 빼어든 유극관(劉克官)의 검(劍)이 부르르 떨리며 검끝에서 한줄기 검강(劍剛)이
소리없이 뻗어나고 있었다.
일주파경기결식(一湊破經起訣式)의 단 한초로 끝을 내려는 듯 유극관(劉克官)은 모든 검기를
칼끝에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