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라게 - 전편 (1)
갑작스런 단편입니다!
소라게
-전편-
태양이 지기 시작하고, 길을 가는 사람들은 귀가하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니와(丹羽) 사쯔키도 그 중 한사람이다.
「하아~~ 늦어졌다아....」
안색을 살짝 흐리며, 한숨에 섞여 나온 사쯔키의 목소리는, 노을빛 하늘로 퍼져나간다.
그런 그녀 앞으로 젊은 남자 2인조가 돌연 나타났다.
머리는 각각 금색과 다갈색으로 물들이고, 양쪽귀에 피어스를 하고 있는 두사람은 척 보기에도 경박하게 보이는 미소를 띄우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저기말야, 왜 그런 얼굴이지?」
「......무슨 용무입니까?」
표정이 굳어진 사쯔키는 2인조에게 차가운 물음을 던졌다.
사쯔키에 대응에 두사람은 입가에 띤 미소를 더욱도 짙게 할 뿐이었다.
(이번의 사냥감은 절대로 상등품이다!)
두사람의 의견은 훌륭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동그란 맑은 눈동자에, 아름다운 눈매.
오똑한 코에, 통통하고 사랑스러운 붉은 입술.
달걀형의 갸름한 턱선과 가냘픈 목선.
칡흑같이 검은 머리를 뒤에서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과, 검은 머리색에 대비되는 새하얀 살결의 그녀는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아름다운 미소녀이다.
이것만이라도 길거리에서 헌팅하는 족속들은 절대 내버려둘수 없을 것이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제복도 역시 포인트가 높다.
옅은 물빛의 블레이저에 감청색의 스커트, 앞가슴의 빨간 리본.
이것은 현내(縣內)에서도 유명한 명문교의 제복이다.
명문교에 다니는 아름다운 소녀------남자들이 수작을 걸어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타깝게도 스커트의 기장이 무릎위까지 덮는 스타일이라는 것과 하이삭스를 신고 있다는 것이 감점 대상이었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두 남자는 자신들이라면 헌팅할 수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사쯔키의 차가운 태도는 단지 수줍어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것이다.
거기다가 만약에 거절당한다면 그때는 상호동의없이 우격다짐으로 나갈 각오까지 그들에게는 충분했다.
이 길은 사람의 왕래가 적어서 그녀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적었다.
이 모든 상황이 두사람에겐 유리할 뿐이었다. --- 적어도 그들의 머리 속에서는...
「우리들과 놀러 가지 않을래?」
「당치도 않은 것을 말하지 말아주세요.」
2인조의 부드러운 권유---그들 생각으로는---에 대한 답변은 사쯔키의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불평이었다.
「당연히! 매우! 싫습니다!」
사쯔키는 두사람에게 조금은 동정을 느끼면서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마자, 두사람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왜 그렇게 더럽게 잘난체 하는거야? 얼굴좀 반반한 년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나름대로 즐겁군. 어디한번 도망쳐보시지. 크큭.」
「얼굴값 한다는 거냐!? 그렇게 잘난 얼굴도 아니잖아!!! 앙!!!」
여전히 미소는 띄우고 있지만, 두사람의 관자놀이에는 희미한 핏줄이 서 있다.
「당신들과 같이 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애초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전에, 자기자신의 얼굴을 먼저 보는게 어떨까요?」
사쯔키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마치 날카로운 얼음파편 처럼 두사람에게 꽂혔디.
몇초후, 두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변해간다.
「뭐가 어째? 얼굴좀 예쁘다고 신이 나서 지껄이기는!!」
「그냥 입을 다물고 말하는대로 따랐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본성을 보이며 당장이라도 덤벼들것 같은 두사람을 보고, 사쯔키는 한숨을 쉬었다.
「언제까지 그런식으로 더럽게 잘난척 할 수 있는지 어디 두고 보자! 이년아!」
2인조중 금발이 더이상 화를 참을수 없게 된 것인지, 사츠키의 좌측에서 덤벼들어왔다.
그녀는 그것을 옆으로 움직여 가볍게 피하며, 남자의 발을 살짝 걸었다.
철푸덕---!!!
둔중한 소리를 내며 금발은 보기 흉하게 엎어졌다.
「보자보자하니까!」
다갈색 머리의 양아치가 노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온다.
사쯔키는 가지고 있었던 가방을 놓으며, 오른쪽의 곧게 편 팔을 안으로 접으며 상대방의 일격을 바깥쪽으로 쳐내서 무효화 시킨다.
그리고 놀라는 다갈색 머리의 품안으로 재빠르게 뛰어들어, 가슴옷깃과 소매를 움켜 쥐어 단숨에 업어치기의 요령으로 던졌다.
「말도 안돼~!!!」
아스팔트에 등을 내동댕치 쳐진 다갈색 머리는, 희미하게 고통의 기색을 보인 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이 계집애가...!」
그제서야 일어선 금발의 얼굴에 동료가 당한 놀람과 분노가 나타나 있다.
명문교의 제복을 입고 있는 미소녀답지 않은 사쯔키의 움직임에 압도된 것일지도 모른다.
금발은 손으로 바지의 호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어, 사쯔키의 눈앞으로 밀어 냈다.
사쯔키는 눈썹을 모으며, 무서워하는 것 같이 한 걸음 물러선다.
그제서야 금발은 자신의 우위를 확신했다.
「성질 건드리기는...... 깨끗한 얼굴에 상쳐를 내고 싶지 않으면 얌전하게 따라 와라.」
「싫은데요.」
「뭐가 어째?」
금발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승리의 미소가 얼어 붙고,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렇지......좀 다쳐봐야 정신을 차리지!」
금발은 갑작스럽게 나이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리 그었다.
금발의 움직임을 예측했던 것인지, 사쯔키는 백 스텝으로 칼의 범위에서 물러난다.
「쯧쯧.」
강하게 혀를 차며 금발은 깊이 파고들며, 팔을 위로 들어 또 한번 칼로 내리 그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도중, 사쯔키의 왼쪽 손이 남자의 오른쪽 손목을 움켜 쥐었다.
「싯트!!」
금발이 분해하는 것과 동시에, 사쯔키는 회전하여 상대에게 등을 보였다.
「으앗!? 」
필연적으로 팔을 잡아 당겨진 금발은 비틀거렸다.
사쯔키는 그 순간 왼팔을 미끄러지듯 움직여 금발의 손목을 쳐냈다.
「크윽! 」
사쯔키의 정확한 일격에 금발의 손이 마비되어 나이프를 떨어뜨린다.
금발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사쯔키는 남자의 팔을 돌려서 꺾어버린다.
다음 순간, 가드가 비어있는 남자의 옆구리로 사쯔키의 무릎 차기가 명중했다.
「우웨에......」
남자는 왼쪽손으로 옆구리를 누르고, 신음하며 그 자리에 웅크렸다.
「명치를 쳤으니까...」
사쯔키는 불만스래 중얼대면서 오른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려, 갑작스래 금발의 정수리에 발뒤꿈치를 작렬시켰다.
금발이 조금더 얼굴을 들고 있었다면, 혹 스커트 안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쓰레기!」
사쯔키는 쓰러진 남자들에게 그렇게 한마디를 툭 던지며, 가방을 줍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집이 눈에 보일 때 쯤 사쯔키의 발걸음이 멈췄다.
물색의 블레이저에 감청색의 바지, 빨간 넥타이------ 같은 학교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담에 기대어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데... 누구더라?)
자세히 보니, 그 소년을 본 기억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키타무라(北村)군...? 」
머리에 떠오른 이름을 말하자, 소년----키타무라(北村) 사토시(聰志)는 그녀쪽을 바라보았다.
「아, 사쯔키. 오랫만이야.」
사토시는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명랑한 인사를 한다.
그런 사토시의 행동에 대해서 사쯔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혹시 매복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 사토시의 행동이 수상쩍게 보인다.
자의식과잉일지도 모르지만, 아까 2인조를 상대한 직후이니 조금 신중해도 나쁠건 없었다.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
표면상으로는 조금 쌀쌀 맞게, 하지만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니, 단지 니와(丹羽)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인데요.」
아무 것도 모르는 사토시는 만사 태평하게 대답한다.
사쯔키의 눈빛이 위태로운 빛을 띠었지만, 사토시는 전혀 게이치않고 산뜻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것뿐이야? 왜 날 기다렸다는 거지? 」
「기다린 이유는... "키타무라(北村) 사토시를 상기시키길" 원해서지.」
「아...」
일순, 사쯔키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고, 사토시는 히쭉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눈앞의 소년이 친척이며, 형제나 다름없는 매우 사이좋은 관계이며, 지금 그녀의 집에 하숙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상기했다".
「...기억해냈어?」
「으, 응 ...」
사쯔키는 얼굴을 외면하며 끄덕였따.
목소리도 아까와는 달리 부드러워져 있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사실에 죄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서 좋은걸 뭐...」
「미안해요...」
「괜찮아.」
사쯔키는 도망치듯이, 그리고 사토시는 그 뒤를 쫓듯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저도 다녀왔습니다.」
우선 사쯔키가, 그리고 그보다 조금 늦게 사토시가 들어온다.
그로부터 잠깐 시간을 두고, 조금 늦게 사쯔키의 어머니, 카나에가 부엌으로부터 얼굴을 비추었다.
까만 머리를 길게 늘여뜨린 그녀는 사쯔키의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
겉보기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미인.
「두사람 다 다녀오셨읍니까.」
이미 사토시를 "상기했다".
그녀는 상냥한 웃는 얼굴을 두사람을 향한다.
「어머니, 밥은? 」
구두를 벗으면서 묻는 사쯔키의 어조에는, 어린애 같은 응석이 섞여있다.
무의식중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식사 가능해요. 일단 갈아입고 오세요, 사토시군도...」
「응」
카나에의 모습이 사라지자, 사쯔키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쯔키.」
「왜? 」
갑작스런 부름에 멈춰선 사쯔키는 이상한 듯이 사토시를 바라본다.
그를 잊어버렸던 미안함은 이미 사라진 듯 했다.
「시호리와 아저씨에게 나를 기억해내 달라고 말해줄래? 」
시호리는 사쯔키의 두살 연상의 언니로 차가운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미소녀이다.
사쯔키는 일순 멍해졌지만, 다음 순간에는 미소짓고 있었다.
「헤헷 ...기억하고 있는지 걱정인 거야? 알았어. 전해줄꼐.」
사쯔키는 납득한 듯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혼자 남은 사토시는 부엌의 전에서 왼쪽으로 꺽어들어가, 손님용의 침실에 들어갔다.
흩어진 방의 구석에 가방을 두고, 사토시는 크게 한숨을 돌렸다.
사쯔키가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니, 현관 문이 열리고 시호리와 아버지인 켄지(健二)가 들어왔다.
「아, 두사람 다 다녀오셨읍니까.」
「아아, 다녀왔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 두사람은, 사쯔키의 부자연스러운 상냥함을 알아차렸다.
두사람은 미리 정해놓은 듯이 얼굴을 마주보며, 눈으로 서로 이야기 했다.
(사쯔키, 왜 저럴까요?)
(나? 사쯔키가 왜저러는지 전혀 짚이는 곳이 없는데...?)
(아버지가 물어봐요.)
(...네쪽이 물어보는 쪽이 더 쉽게 대답해줄거라 생각한다.)
지당한 의견이라 시호리는 납득해버렸다.
다른 방법이 없자 쭈뼛 쭈뼛 입을 열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사쯔키, 왜 그렇게 싱글벙글 하고 있어? 무슨일 있는거야?」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쯔키는 가볍게 숨을 들이 마셨다.
「두사람 다 "키타무라(北村) 사토시를 상기하세요."」
「아아......」
2사람으로부터 같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순간 동작이 정지한다.
사쯔키는 상냥하게 물어본다.
「...자, 기억났어?」
「...아아, 기억났다.」
「...어째서」
두사람은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
「이것참 미안하네.」
구두를 벗으면서 시호리는 고개를 갸웃갸웃거리고, 켄지(健二)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친척의 성이 다르다는 부자연스러움은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자, 식사하러 오세요.」
「네엡~」
「알았어.」
시호리와 켄지(健二)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사쯔키와 부엌으로 향했다.
니와(丹羽)가에서는 무엇보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다른사람을 기다리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피해야 할 것이었다.
「오늘 저녁메뉴는 뭐지?」
「에에......」
사쯔키는 어깨를 움츠렸다.
「나도 방금 귀가한 참이라...... 모르겠어요.」
「그런가......」
켄지(健二)뿐만이 아니라 사쯔키까지 유감스러운듯 한숨을 쉬었다.
니와(丹羽) 집안 식구는 의외로 먹보들인지도 몰랐다.
메뉴를 모른다면 냄새로 판별하는 수 밖에 없지만, 부엌의 문이 완전히 닫혀있어 전혀 냄새도 풍겨오지 않는다.
「사쯔키, 아빠, 조금은 참아보세요. 애도 아니고 너무 먹을거에 집착하는거 아니에요?」
시호리의 쌀쌀한 발언에 두사람은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반성은 하지 않고 있고, 할 생각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