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야설) 아내 스토리 95
〈 95화 〉
나는 오늘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두와 정기적으로 잘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연두가 싫은 건 아니었다. 연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건 분명했다.
내가 인정하는 팩트였다. 하지만 연두와 섹파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가 예전에 썼었던 야설에 단골로 나오는 그런 섹파라는 관계, 연두와 그런 걸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연두와의 잠자리 솔직히 나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신선로를 매일 먹던 사람이 장터 국밥이 성에 찰 리가 없었다.
연두와 자고 난 이후에... 그냥 평범한 30대 여성인... 전연두와 잔 이후에... 나는 사혜연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혜연이라는 여자의 몸은... 육체는... 내 전 아내였던... 법적으로 내 첫 번째 아내이자... 내 마지막 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상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그 여자... 사혜연의 육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나는 정말... 절실하게 깨달아버린 상황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동정을 떼었으니... 그리고 부부 생활을 했으니..내가 하고 싶을 때마다... 그렇게 미친 듯이 했었으니... 내가 그 생각을 마음대로 잊거나... 지울 수가없는 것은...
정말 당연한 것 같았다. 전연두와 자고 난 이후에... 나도 참 많은 걸 느낀 것같았다. 연두만 뭔가를 많이 느낀 게 아니었다. 나도 솔직히 생각이 더 많아진 상황이었다.
여자 예쁜 거 딱 3년 간다고... 예쁜 여자와 결혼을 해서 잠자리를 하면 그거 딱 3년 간다고... 사람들이 흔히 말을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예쁜 여자와...
아니 그냥 예쁜 여자가 아니라... 제대로 예쁜 여자와... 같이 살아보지 않은 남자들이... 지어낸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얼굴만 예쁜 여자에게는 그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몸이 예쁜 여자는 이야기가 틀렸다.
아내는... 얼굴도 예뻤지만... 얼굴보다 몸이... 열 배는 더... 예쁜 여자였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너무 보고 싶었다.
메기 매운탕이 왜 이렇게 맛이 있을까? 아내도 매운 거 잘 먹었는데... 이런 비싼 매운탕을... 아내에게 사주었던 적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다.
회를 먹으러 가면... 매운탕을 항상 잘 먹던... 아내였는데 말이다.
"멍 그만 때려 또 혜연이 생각하는구나 "
연두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냥 뭐 "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연두가 황차장님과 정지연 부장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신문사 이야기와 언론계가 요새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갔고 거기서 내가 아내를 잊기 위해서 요새 기획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진 책 이야기를 연두에게 꺼냈다.
"오로라? 파충류로 재미 봤으면 계속 생물 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난데 없이 무슨 오로라야?"
연두는 내 기획안을 듣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했다.
"아니, 한국 사람들은 제대로 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평생 없잖아. 그건 지구상에서 선택받은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이 되는 거잖아.
그런데 미국에 무명 사진작가 중에 오로라만 전문적으로 촬영을 해서 여러 권의 사진 책을 낸 작가가 있더라고. 이미.. 몇 년 전에 나온 사진 책들이고 별로 재미는 못 본 모양이야.
그 작가가 촬영한 여러 권의 사진 책을 하나로 엮어서 사진들 중에 괜찮은 것들만 추리고 추려서.. 책으로 엮어보려고 해. 사진만 넣는 것이 아니라..
오로라에 대한 짧은 에세이식의 글을 섞어서 한 번 책으로 만들어보려고 "
내 이야기를 듣던 전연두의 눈이 반짝거렸다
"또 올 컬러 양장판으로 만들어서 비싸게 팔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좀 그렇네. 또 하나 대박이 날 것 같은데... 파충류 책 때문에... 출판사 이름이 좀 알려진 상황에서... 오빠 안목이야 뭐... 내가 익히 아니까... 글재주도 그렇고 말이야.
이번에도 마진 엄청 남겠네 "
"돈은 생각 안 해... 돈 벌면 뭐해... 같이 쓸 여자가... 내 인생에서... 나가버렸는데 "
나는 커피를 한 입 마시면서 말을 했다.
"그 사진작가와 미국 출판사 만나서 미팅해야 하는 거아니야?"
"미팅은 무슨 미팅. 화상 전화 다 되는 세상인데... 화상 통화로 회의 하고 전화로 하면 안 되는 거 없어. 이미 판권 계약에 대한 기본 아웃라인은 다 짜놓은 상황이야.
저번에 영국 출판사하고 계약하면서 배운 게 많아서..이번에는 좀 더 쉽게 된다 "
"아니, 미국에 가서 그래도 한 번은 직접 보고 오는 게 좋지 않겠어? 그냥 그런 핑계라도 대고 날라가서 사혜연이 한 번 보고 오면 되잖아..맨날 보고 싶다고... 빙신같이... 질질 짜고 있지만 말고"
나는 전연두의 말에 너무 놀라서 그만 커피잔을 놓칠 뻔 했다.
"그 그게 무슨 "
내 놀란 표정을 보면서 전연두가 웃었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그런 핑계라도 대고... 미국 가서 한 번 보고와. 갈 때... 인사도 안 해주고... 눈도 안 마주쳐준 게... 그렇게 후회가 된다고...
그렇게 계속... 후회만 하고 있을... 이유가 뭐가 있어?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다 안다면서... 무슨 일 하면서 어디서 있는지... 다 아는데... 못 찾아갈 이유가 뭔데? 비행기 타고 갈 돈이 없니?"
* * *
콜럼부스가 달걀 아래를 깨서 세운 일화를 듣고 사람들은 콜럼부스를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발상의 전환은 필요했다. 아내는 나에게 모두 털어놓은 상황이었다.
미국에 가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미국에 있는 진짜 오너... 그 사람의 회사가 어디이고... 한국에 있는 조나단 크레이들과 제이디 파이넌스 앤인베스트먼트는 미국 회사와 어떤 관계인지
아내는 나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미국에서 어떤 인생을 살았었는지까지... 모두 다 털어놓은 상황이었다. 왜... 왜 내가 직접 미국으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일까?
십 년을 기다릴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냥 가서... 얼굴 한 번... 보고 오는 건...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는데... 몰래 보면 되는 건데...
일부러 찾을 필요도 없는데... 아내가 모든 걸 다 고백하고 떠났기 때문에... 내가 따로 뒷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모든 걸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인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었던 것일까?
연두가 내 등을 떠밀었다. 가서 보고 오라고 말이다. 나랑 자고 난 이후에... 연두도... 그냥 인생에 대해서... 생각이... 참 많이 바뀌었다고 말을 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그동안 살아왔었던 날들 보다... 더 많다고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신선한 자극을 받으면서...
새롭게 살아가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했었던 전 연두였다.
나를 혼자서 차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사혜연하고... 어차피 합칠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가서... 한 번... 보고나 오라고...
거기서... 그 애를 위해서 돈 열심히 벌라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고 오라고... 그렇게 하고 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이라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연두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
연두는 알고 있었다. 내가 연두에게... 아내에 대해서 전부 다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털어놓았던... 그 이야기들 중의 일부를 말이다.
나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LA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떨결에 연두가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 같았다. 비행기 안에서 내가 도대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나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연두가 더 나이를 먹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나중에 눈을 감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일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면서 눈을 감는다고...
나와 잠을 잔 후에... 그걸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왜... 실패하고 거절당하고.... 그런 것을 너무 두려워해서..시도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
과연 그동안의 인생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고 이제라도 ... 다시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는 건 뭐가 있는지... 앞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연두는 나에게 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도 가서... 다른 거 없었다. 눈을 마주쳐 주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그 아이 위해서 해주고 싶은 거 다 하라고...
그렇게 어깨를 두들겨주고 싶었다.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사혜연이라는 여자와 마주 친다면... 긴 생머리를 휘두르면서 파워풀한 응원단 율동을 하는 그 여자를 사랑할 것이다.
내 지난 인생에 후회는 없었다. 연두가 말을 했었던 것처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그동안 내가 살아왔었던 날들 보다 더 많든 더 적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두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었던 일들을... 이제 앞으로 다가올 인생에서는... 모두 다 시도해 볼 것이다.
거절 당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망신을 당하고 창피를 당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를 하기보다는... 일단 시도라도 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족적을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