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베어] 봉사명령 수행 4호 - 일산마루님의 기억력에 관한 글을 읽고
2004년 12월 5일 일산마루님의 "기억력" 에 관한 글을 읽고 느낀 소감 발표합니다...
우선... 일산마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섹스와 관계 없는 글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직접 올리신 글을 적시하여 로컬을 보내주셨더군요...
일산마루님에게는 빛나리 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으신 듯 합니다... 이 분이 가끔 실수는 하시지만 그래도 대단한 기억력을 가지신 분 같은데요...
제가 가진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기억력이, 특히 주변상황기억력이 너무 좋다는 것이죠...
예를 든다면... 저는 지금도 초등학교 시절 교실 안에서 있었던 조그만 사건 하나에 대해서 누가 무슨 말을 어떤 투로 했던가, 그리고 그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대답하였으며, 그때 교실은 어떠했고, 창문밖에는 무엇이 보였으며,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던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편입니다...
대략 고등학교 정도로 올라오면 기억하고 있는 사건의 수가 더 많아지고... 대학부터는 정말 정확히 다 기억하는 편입니다...
☞ 여기서 잠깐...
일전에 제가 글 하나 올리면서 "바둑 고수는 몇년전에 둔 한판도 다 복기한다. 고스톱고수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섹스한 것은 다 기억한다" 라고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 기억도 거의 섹스에 해당합니다...쩝...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구요?
네... 문제가 됩니다...
뭐 머리가 복잡해서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저 같은 인간들은 그런 머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거나 골치 아플 것 하나도 없습니다...
☞ 여기서 잠깐...
이 기억력이라는게 좋을 때도 많아요... 여자 만날 때 말이죠... 특히 아줌마들 만날 때, 이 아줌마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애저녁애 사라져 버리고 없는데... 지난번 만났을 때 복장이나 향수, 들고 나온 핸드백 같은 것 한마디 해주면 거의 뿅 갑니다... (근데 난 왜 이런 얘기도 결론은 섹스쪽으로 가죠?)
문제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거나, 혹은 내가 뻔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틀린 말이 사실로 둔갑할 때 답답함에서 일어납니다...
약 1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세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그 시점으로부터 또 약 1년 전에 있었던 회의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저도 이제는 어느 정도 참는 습관이 들어 있습니다만 그게 자존심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그날은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날 회의는 어디서 했다, 누가 가장 먼저 왔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누가 왔다, 누구는 어떤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구는 어떤 수첩을 들고 있었다, 누가 어떻게 얘기를 시작하였는데, 무슨 말을 하는 도중 누가 말을 끊고 뭐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렇게 전개되었다...
등등을 다 얘기하고 말았습니다...
반응은?
제 기억력에 탄복했다구요? 천만의 말씀... "네가 무슨 수로 그걸 다 기억하냐?" 라고 한마디로 일축하더군요...
물론 우리 친구들은 다 압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술 마시다가 예전 일에 대해서 기억이 서로 엇갈리면 다들 저에게 물어보죠... 제가 "이러했다" 라고 얘기하면 그냥 다들 수긍합니다...
어릴 때는 이런 기억력 때문에 답답한 적도 많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순화가 되어서 누가 다른 소리를 하더라도 직접 저의 이익에 관련이 없으면 입을 다물고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꼭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기록을 하는 편이기도 하죠...
여러분... 기억력 좋은 사람들... 알고 보면 불쌍합니다... 잘 봐주세요...
폴라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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