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탈-1
3458년 어느 궁벽진 산동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샤샤는 오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만.
"이게 아니잖아!!"
샤샤는 통곡했다.
어떤 정신이 염통에 틀어 박히신 놈께서 쓰신 책인지는 모르지만 샤샤는 수련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면서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지 않는 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원죄의 굴레를 어처구니 없이 뒤집어 써 버린 것이었다. 샤샤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름과 동시에 그것을 깨닫게 되자 이를 뽀드득 갈아 붙였다.
"개새끼 씹새끼 소새끼 말새끼... 이거 쓴 새끼부터 찾아다 족쳐야겠다."
샤샤 인생의 첫번 째 목표가 정해지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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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스피스트는 신성 왕국이었다. 빌어먹게도 썩었지만 일단은 신성 왕국이었고, 주신 피스트의 열렬한 광빠들이 좀비처럼 득실 거리는 이 동네는 사람이 짱깨보다 많았기에 대가릿수를 이용한 "순교라고 쓰고 인육 폭탄이라고 읽는 전술"로 크툴 제국의 대륙 서쪽 방향에서의 진군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는 첨병이기도 했다. 국경이 가깝긴 했지만 샤샤 하나가 몸을 숨기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바이퍼 형님, 오셨습니까!!"
남는건 시간과 힘, 그리고 사람이다. 샤샤는 그 잉여물들을 냉채 족발처럼 적절히 버무려 하나의 앙증맞은 조직을 만들었다. 바이퍼라는 가명으로 말이다.
"오늘 수확."
샤샤가 말하자 일렬로 정렬한 쫄따구 중 하나가 앞으로 한걸음 나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6마리입니다!!"
"육질은."
"A급 두마리, B급 네마리입니다!!"
"정육점은?"
"매장 다섯개가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돼지들은?"
"정육점에서 배터지게 먹여 보냈습니다!!"
"장사하러 가자."
"예, 형님!!"
돼지가 먹고 가는 정육점.
샤샤의 정체는 인신 매매단 두목이었다.
매춘까지 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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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국경 전투로 인해 주다스피스트의 치안은 완전한 개판이었다. 자고로 썩은 곳에 돈이 모이기 마련이다.
"형님 하는 걸 잘 봐라."
"예, 형님!!"
샤샤는 마차가 오는 길목을 막아섰다. 갑작스러운 도에 지나친 미소년의 등장으로 마차를 호위하던 다섯 명의 젊은 기사들이 찔끔 놀라 빠르게 마차를 애워쌌다. 기사 하나가 대뜸 샤샤를 향해 소리쳤다.
"누구냐, 네놈은!!"
"정육점 주인인데..."
"..."
기사는 상황 파악이 잘 안되는지 다시 한번 물어 보았다.
"네 이놈, 대체 누구이길래 우리 앞을 막아서는 거냐!!"
샤샤는 한쪽 손등으로 살며시 입을 가린 후 징그럽게 웃으며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고기 맛 좀 보실 생각 없수?"
마차를 둘러 싼 기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익어갔다. 순진한 신참들이라 왠 헛소리를 지껄이는 미친 놈으로 보였던 탓이다. 기사 하나가 말에서 내려 검을 뽑아들고 샤샤에게 다가왔다.
"네 이놈!! 무슨 망발을 지껄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팔 하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쭈? 이 것들 안 넘어 오네?"
기사가 위협을 하며 코 앞에 다가오자 대뜸 샤샤가 단검을 꺼내어 자신의 팔을 푹 찔렀다. 당연히 비명도 질렀다.
"꺄아아악!!!"
"뭐, 뭣이..!!"
칼날을 빙글빙글 돌리자 짜릿한 쾌감이 온 몸을 촉촉하게 적셔오기 시작했다. 샤샤는 주체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이번에는 손등이 보이게 편 손을 땅바닥에 대고 엎드려 단검을 손가락 사이에 미칠듯한 속도로 박아 대었다. 검끝이 당연히 손가락 사이 사이를 통과하기는 커녕 한 입 크기로 성둥성둥 썰려 나가고 있었다.
"아흐흐흥...!!"
따끔따끔한 통증에 샤샤의 입에서 묘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
[씨밤... 내 오늘 자해 공갈의 극의를 보여주마.]
샤샤가 땡고함을 지르며 바닥에 자빠져 지랄을 시작하자 숲에서 왠 범상한 남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기사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쯧... 피스트 신께서 지상을 벌겋게 내려다 보고 계신데 어찌 기사란 작자가..."
또 하나가 반대쪽에서 불쑥 튀어 나왔다.
"오오, 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두 눈깔을 뽑아 저글링을 시작한 샤샤를 유심히 살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냥 이 쯤에서 합의 봅시다. 댁이나 저 치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소."
"난, 나는 아무 것도..."
젊은 기사는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검을 든 손이 부르르 떨리는게 이미 넋이 나가 있어 악마의 속삭임에 점점 설득 당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한 거 같은데?
"어허, 이 사람이!! 공포로 미쳐 버린 저 사람 꼴이 안보시오? 다 당신들 책임이야!!"
"신이시여!! 오오, 신이시여!!"
"나라 꼴이 쯧쯧쯧..."
"요새 젊은 놈들 하는 꼬라지 하고는.."
인신 매매단 두목 샤샤와 벌떼들은 자해 공갈이 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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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십니다!!"
"과히 정육점 주인에 부끄럽지 않은 현란한 솜씨셨습니다!!"
살랑살랑 꼬리치는 솜씨가 화경에 달한 쫄따구들을 기분좋게 응시하던 샤샤는 합의금이 담긴 돈주머니를 주물럭 거리더니 마치 자기가 일대 종사라도 된 듯 대뜸 근엄한 음성으로 쫄따구들의 대장 토티스를 불렀다.
"광고는 확실히 했겠지, 토티스!?"
"염려 마십시오. 이미 저들의 말안장은 찌라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 기사들이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자신들의 말 궁둥이 쪽 안장 사이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빨간색 찌라시 더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샤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제대로 된 귀족 놈들이 어디 있겠냐. 등 쳐 먹을 놈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 우리도 이만 가게로 가서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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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쪽! 츄르르릅!!
찌걱, 찌걱!!
"하읏, 아흑...!!"
철퍽!!! 철퍽!!!
"으... 아... 싼다..."
퍽,퍽,퍽,퍽,퍽!!!
"으읍....!! 아흥....!!"
하나의 나무 판자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육 마찰 행위에 자의적 타의적 신음 소리가 가게 안을 후끈 후끈한 열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돈을 지불한 손님들이 일렬로 나란히 세워 진 수십개의 여자 엉덩이들 중 마음에 드는 구멍을 택해 격렬한 고기 펌프질을 해대는 한 편, 건너편에서는 입을 열린 채로 고정시키는 기구가 채워진 여자들의 머리와 손을 육봉으로 두들겨가며 희롱하는 사내들이 있었다.
이용 시간은 3천 페세타에 10분, 이용자가 가장 많은 코너이기도 했다. 샤샤는 흐뭇한 미소를 띄고 성업 중인 매장을 시찰하고 있었다. 토티스는 그 뒤를 따르며 각 매장의 수익률을 보고하고 있었다.
"바이퍼님께서 직접 고안하신 장사법으로 이미 석달 동안 2억5천 페세타를 벌어 들였습니다. 이 중 돼지들 밥 값으로 나간 게 5천이고, 유지비 및 애들 월급으로 4천 페세타가 나갔습니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바이퍼님의 몫입니다."
"좋군, 좋아!!"
[16억이라... 내가 언제 이런 돈을 벌어 봤던가.]
원화와 비교하면 딱 10배이기에 단순 환산으로는 석달 만에 16억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린 셈이었다. 하지만 샤샤는 이제 슬슬 가게를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이권을 낳는 장사에 이미 수도의 백돼지들의 눈독이 심상치 않은 이유도 컸지만, 고작 인신 매매나 정육점에 청춘을 바치기에는 가진 바 능력이 너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샤샤는 꿈꾸는 청년이었다.
"이제 슬슬 그 신기한 새끼도 족치러 가야겠지."
알아 본 바 "소드 마스터 한권으로 끝내기" 저자의 정체가 만만치 않은 놈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족치고자 마음 먹었는데 이루지 못할 바가 어디 있겠는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샤샤 자신은 불사신이다.
[개새끼... 잡히면 아주 그냥 쑤시고 쑤셔서 니르바나의 세계로 안내해 주마.]
콰콰쾅!!!!!
샤샤가 다시금 이를 뽀드득 갈아 붙이는 와중에 매장 바깥에서 갑작스러운 폭음이 터져 나왔다.
"어이쿠, 좌측 발목 3번 인대야!!"
비명을 지르며 바람에 흩날리는 잡초처럼 날아가는 수하를 바라보던 샤샤는 당황한 표정으로 가게 바깥으로 뛰어 나갔다. 아까 봤던 기사 놈이었다.
"이 짐승같은 놈!! 내 네놈의 목을 따서 세상의 법도를 바로 잡겠다!!"
장사를 위해 홍보 활동을 하다보면 가끔 가다 이렇게 제정신이 심하게 박힌 놈들도 있게 마련이다.
어릴 때부터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모범적인 아빠 엄마 1남 2녀의 가정 환경에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양질의 교육을 받고 바른 생활 사나이로 성장해 장래에는 기사도를 추구하는... 어쨓든 그 비슷한 걸 씨부렁 거리는 놈들을 보노라면 샤샤는 폐에서 물기가 차오르고 요로 결석이 자글자글하게 뱃속을 굴러다니는 기분이었다.
남들은 개나소나 다 하는 타락 하나 제대로 못해서 저 지랄인가. 젊은 놈이라 아직 세상의 유행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대협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놈에게 현실을 가르쳐 주기로 작심한 샤샤는 천천히 옷을 벗어 잘 개어둔 다음 한 쪽 구석에 고이 모셔 두었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스트립 쇼에 기사는 눈알이 튀어 나오려고 했다.
"뭐, 뭐...!!"
나체가 된 샤샤가 허리를 몇번 휘휘 돌리자 부름에 응한 육봉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곧추섰다. 당황하는 기사를 바라보며 샤샤는 징그럽게 웃었다.
"단골 고객으로 만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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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는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져버린 기사의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조금 전에 벌어졌던 암담하고 말세적인 전투 장면에 사람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그 수하들은 샤샤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부서진 가게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호통 소리에 잔뜩 쫄아들어버린 손님들의 육봉도 서비스 20분 연장이라는 소리에 다시 힘차게 기립해 국적국적거리며 우렁찬 신음 소리를 토해내었다.
바야흐로 평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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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엇이냐!!!"
"뭐긴 뭐야, 천국으로의 고고싱이지. 크로포드경."
샤샤는 기사를 발가 벗긴 다음 구속 플레이 전용 객실 내부에 있는 의자에 앉혀 두 손목과 발목을 구속했다. 바닥에 널부러진 옷을 뒤적거리니 "기사 허가증 34263번 위니아 크로포드"라는 명패가 나왔다. 샤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기사인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역시 돈 주고 산 놈이었군. 그래 한 자리에 얼마 하디?"
"어, 어쩔 수 없었다!! 요즘 시대에 귀족이 아니라면 돈이 있어야 기사가 될 수 있다...!!!"
크로포드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그것은 자신의 치부와도 같았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기사도를 지키고자 마음먹었다. 썩어빠진 사회에서 홀로 정의로운 기사를 꿈꾸는 건방진 천둥 벌거숭이에게 맴매를 해 줄 누님들이 객실 안으로 들어 왔다.
"샤샤님, 이 분인가요?"
"어머, 오빠 내 타입이네."
하늘하늘 속이 다 비치는 옷을 입고 있는 여성 들 중 한 명은 풍만한 몸매에 탐스러운 붉은 블론드 머릿결을 자랑하는 뇌쇄 계열의 미녀였고, 다른 한 명은 어린 나이에 발육이 다소 덜 되었지만 갈색 숏 컷이 어울리는 명랑한 소녀였다. 둘 다 마을에서 손꼽히는 처자들이었기에 샤샤가 납치가 아닌 고용이라는 형태로 업소에 들인 특 A급 미녀들이었다.
"자, 크로포드 경. 어느 쪽이 좋으신지?"
아까부터 덜덜덜 떨기 시작하던 크로포드의 육봉이 샤샤의 질문에 순간 움찔했다. 포경도 다 안 벗겨진 육봉이 애처롭게 기립하자 두 여인들의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 닥쳐라!! 더 이상 모욕을 주지 말고 깨끗하게 죽여라!!"
"흐-응. 죽이라고?"
돈을 주고서까지 기사가 되고 싶었던 녀석들은 결코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이루고 싶은 꿈이 너무 크던가, 아니면 본전을 뽑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으니까. 왕국의 개혁을 꿈꾸는 크로포드는 전자에 속했지만 이런 이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오래 살기 힘들었다. 차라리 깨끗하게 죽여 주는게 자비일 수도...
"죽고 싶어? 진짜?"
"으윽...!!"
샤샤가 크로포드의 머리채를 붙잡고 크게 뒤로 재낀 다음 고통스러워 하는 그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 하지만 나는 다른 의미에서 너를 죽일 생각이야."
샤샤는 정말 처절하게 크로포드를 죽여줄 생각이었다. 우선 첫째로 크로포드의 성난 육봉을 죽이고, 둘째로 그의 드높은 이상을 타락시켜 죽일 생각이었다.
"밀리아, 손님께서 죽고 싶으시댄다. 죽여 드려라."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에 붉은 머리의 미녀가 붉은 입술에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크로포드에게 다가와 조숙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육봉 끝을 살살 돌리니 크로포드의 싱싱한 육봉이 미친 듯이 벌떡 거렸다.
"어머, 귀여운 똘똘이네. 후후후."
"놔, 놔...!! 아하, 아흐..."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지만 샤샤가 머리채를 붙잡은 채 조소하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완전하게 구속 당한 채 모멸감과 쾌락의 중간에서 크로포드는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점차 이성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 때 숏 커트의 소녀가 다가와 샤샤로부터 머리채를 빼앗아 가슴에 껴 안았다.
"뭐하는 짓이에요!! 불쌍하잖아!!"
소녀는 아미를 곱게 치켜 뜨고 샤샤를 질책하는 듯한 눈초리를 보냈다. 크로포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오자 모성애라도 발동한 듯 싶었다. 샤샤는 속으로 웃었다.
"괜찮아, 괜찮아. 치에가 위로해 줄게."
"으음..."
치에의 작은 입술이 크로포드의 입술에 맞닿았다. 순간 하반신에서 올라오는 쾌락에 그대로 밀리아의 입 속에 싸 버렸다.
찍!
"으읍..."
밀리아는 입 안 가득 찬 정액을 뱉어 낸 다음 또 다시 움찔거리는 육봉을 맛있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어느새 치에와 크로포드도 혀를 교환하며 이제는 서로의 맛을 음미하는 가운데 샤샤는 조용히 객실 문을 닫았다. 입 가로 징그러운 미소가 꿈틀거리며 기어갔다.
"난 정말 자상한 놈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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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다. 굴욕적인 이계에서의 신고식. 이제 크툴 제국으로는 건너가지 못한다. 자신은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하얀 피부를 가진 자는 크툴에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피 지배 계급이었다. 특히 자신같은 경우에는 크툴이 자랑하는 일기토 머신 니어미드 공작을 살해했으니 앞 날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왕국으로 가자니, 이미 많은 난민과 손님들의 말을 종합해 보았을 때 다른 곳은 이미 전시 체제로 바짝 긴장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 즐겁고 명랑한 이계 깽판은 불가능했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 전쟁을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도록 노력하던가(크툴을 멸망 내지는 무력화 시키는 방법으로) 아니면 대륙에서 가장 썩은 배설구인 이 주다스피스트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길이었다.
샤샤는 긴 고민없이 명쾌하게 두번 째를 선택했다. 물론 모든 일이 샤샤의 뜻대로 풀려 갈 리는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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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크로포드의 등을 두드려 보낸 다음 샤샤는 정육점을 매각하는 대신 그것을 기반으로 주다스 피스트의 권력층에 다가가기로 했다. 샤샤의 돈을 노리고 정규군이 오면 박살나는 건 기정 사실이니까. 샤샤는 몸이 날랜 수하 콜로드와 락셰를 호출했다.
"니들 각각 메종 자작과 할포트 추기경에게 가서 이 서신을 전해라."
"옛써!!"
나가는 수하들을 바라보며 샤샤도 외출 준비를 했다. 정육점 운영은 이제 토티스에게 맡겨도 순조롭다. 자신의 모든 영업 노하우를 물려 주었고, 또 여차하면 언제든지 피떡을 만들어 버리 수 있었다. 토티스도 샤샤의 집요한 성격을 알기에 결코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샤샤도 토티스가 이미 딴 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굳이 추궁하지 않았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라랄랄라~"
경쾌한 축지스탭을 밟으며 샤샤는 어느 이름 모를 산간 지방까지 왔다. 마을 근처에서는 더이상 납치를 할 수가 없었기에 모르는 동네까지 원정 납치를 온 것이었다. 그 때 한 참 산길을 가던 샤샤의 육봉이 불끈하며 갑자기 왼쪽으로 픽 돌아갔다. 샤샤의 고개도 픽 돌아 갔다.
"좌측 전방 50미터, 여자 냄새!!"
샤샤의 기척이 갑자기 사라졌다.
.....................
"허억, 헉... 괜찮으십니까?"
땀에 흠뻑 젖은 두 명의 여행자가 바닥에 쓰러진 여자에게 손을 건넸다. 로브를 푹 눌러쓴 여자는 살짝 드러난 얼굴 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욱신 거릴 정도의 미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은 이미 가죽 옷을 아무렇게나 껴 입은 괴한들의 시체 8구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여자를 노리고 꿈의 집단 윤간을 하려다 두 명의 여행자에게 토막난 고등어 꼴이 되어버린 불쌍하고 가련한 희생자들이었다.
"안심하세요. 여자는 보호 받아야 할 존재라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 한 레이디께 결례를 저지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친구는 모르겠군요. 워낙 성격이 개차반이라서."
"야야!! 혼자 멋있는 척 하면 다냐?"
두 명의 사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맺혔다. 하마터면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당할 찰나에 자신을 구해 준 두 명의 사내에게 여자는 호감을 느꼈다.
"저기, 보아하니 여행자분들 같으신데 저희 마을로 모셔서 소녀를 구해 준 답례를 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두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야 말로 정말 무사 수행을 나선 보람을 느꼈다. 좀 전에 소녀에게 말을 건넸던 청년은 미소를 띄며 소녀에게 답했다. 아니, 답하려 했다.
뜨드드둑!!
으드득!!
"...아...?"
갑자기 멀쩡하게 서 있던 두 청년의 목이 720도 돌아갔다. 웃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두 눈이 튀어 나오고 혀를 빼문 끔찍한 꼴이 되어버린 두 청년의 몸이 좌우로 쓰러지자, 청년들의 등 뒤에서 한 벌거벗은 미청년이 징그러운 미소를 띄며 소녀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겟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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