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6 -
<36부>
#1- 유나의
이중생활(?)
“어허허.또..송금이시군요..”
“그래서요?불만있나요?”
“아하하하!아..아닙니다.그저
자주뵈니 기뻐서..”
영국최고의 은행.게다가 온통 VIP고객들만 오는 최고의 지점의 지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오늘도 반들반들한
대머리에 땀이 흘렀다.
게다가, 상대는 은행 직원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거물급 손님이었다.한번 행차할 때마다 마치 군사령관 검열을
받는 군인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대부호로써 은행 자금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지점장을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점장은 의문이었다. 예전에는 매우 신사적이었던 그의 성격이 무슨 노망이 늘었는지 판이하게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한국이라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 송금을 요구했고, 조금만 맘에 안드는 태도를 보이면 깐깐하게 굴며 전액을 현찰로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그가 긴장하지 않을수 없는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저..이..이렇게 큰 금액을 한번에 송금하는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안된다는 건가요?”
중후한 윌리엄스의 눈꼬리가,마치 바가지 긁는 와이프의 눈썹처럼 위로
쓰윽 올라갈때에, 지점장은 한줄기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도랑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느껴야만 했다.
“아..그..그게..수수료도
엄청날 텐데요.저희 입장도 좀 생각해 주시면..”
“흠...자꾸 저를 실망시키시네요.안되는게 어딨나요? 여러분들이 나약함을 너무나
잘 반영시켜주는 대목이로군요!”
“아..저..윌리엄스 씨. 그래도 저희 사정을 조금만...부탁드립니다.”
“흥!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에요..지금당장..”
중년의 모습을 한 주제에 도도하게 말을 잇던 그는 갑자기 말을 확 하고 멈추었다.그 어떠한
간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부성이 짙은 자세를 하고 있던 지점장의 얼굴이 윌리엄스를 향했다. 윌리엄스의 양미간이 눈에 띌 정도로 꿈틀대고
있었다.
‘이런..겁나 열받았나보네..아..이 개 진상..’
지점장은 속으로 떠오르는 모든 욕들을 윌리엄스에게
퍼부었다.어서 빨리, 그가 그만 고집을 부리고 나가줬으면 하는 바램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할뿐.
“돼..됐어요 그럼.일단 오늘
부탁한 것만 부탁해요.”
“아..제발 부탁이니 그것만은...네..네?”
“일단 아까 그 금액만 송금한다구요.저
갈게요.”
중후한 신사 윌리엄스씨는 아까의 기세등등한 진상행위(?)와는 달리 마치 도망치듯 휙 하고 은행밖으로 나서 버렸다.
직원들을 비롯한 지점장은 허둥지둥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도 90도로 인사를 하다가, 이내 그가 사라진 것을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야야야!갔어갔어!아우씨! 저 재수없는
쉐끼!”
“으핫!위험했어!진짜로!”
가까스로 사람이 없는 곳까지 다다른 유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하마터면 모습을 바꾸는 마법인 폴리모프가 은행안에서 깨져버릴 위기였었다.그녀는 헐렁해진 채로 자신의 몸에 걸쳐진 남자 정장을
신경질 적으로 휙휙 벗어 던졌다.공중 화장실이니 망정이지, 누가 봤으면 눈을 크게 뜨고 감상할 좋은 눈요기 였으리라.
“덥다 더워!
나같은 패셔니 스타가 이런 아자씨 정장을 입어야해?”
무릎위로 한참이나 올라가야 그 끝이 있는 핫팬츠사이로 길고 하얗게 뻗은 그녀의
다리.그리고 약간은 헐렁하지만 팔이 훤히 드러나는 흰색 티셔츠를 걸친 그녀의 몸위로는 헐렁한 옷을 입었음에도 극명하고도 은은하게 그녀의 몸
라인이 드러나고 있었다.그녀는 어깨까지 미치치 않는 단발머리를 살짝 위로 틀어 묶고는,유유히 화장실을 나섰다.
‘아...이래서
앞서가는 사람은 피곤하다니까.으힛!’
유나는 괜시리 뿌듯해짐이 느껴졌다. 부동산이 아닌, 은행에 잠들어 있는 윌리엄스의 재산은
말그대로 입이 쩍 하고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가 페어리들을 이용해 축적한 부 이외에도, 원래 윌리엄스의 집안이 영국 대대로 유서깊은 부자 가문인
탓도 있었다.
유나는 오너 전쟁이 끝난이후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준은 절대로 부자가 아니었고, 또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꿈을
꾸는 타입도 아니었다. 윌리엄스의 재산건에 대해 유나 역시 리미에게 말한적이 있었으나, 리미는 준이 반대할거라는 이야기만 했을 뿐이기에,이렇게
매번 그녀가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역시 리미가 만들어준 도구는 틀림없이 효염이 있지만...폴리모프는 너무 지속시간이
짧단 말이야...’
유나는 걸어가는 와중에도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중간중간 아찔한 복장의 유나를 보며 휘파람을 불면서 희롱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유나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다만, 유나에게 치근대었던 자들은 갑자기 자신의 발밑이 얼어붙는 괴현상을 경험해야 했지만
말이다.
‘아...이 선구자의 고뇌란..’
유나는 가슴깊이 뿌듯함을 느꼈다.준의 계좌에는 그야말로 ‘억!’소리날 정도의
돈이 손쉽게 입금되었던 것이다. 김노인의 청으로 어지러진 정국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게 된 준에게도 활동비가 필요할
것이었다.
‘으히힛!그리고 나도 쇼핑도 실컷 하구!’
유나는 부푼 꿈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귀에 걸린 동그란 구
모양의 귀걸이. 말할것도 없이 준의 페어리라면 모두가 착용하고 있는 리미의 통신구였다. 영국까지는 통신구의 허용범위 밖이었기에, 유나는 얼른
준의 곁으로 가야했겠지만, 오늘 유나의 스케줄은 하나가 더 있었다.
‘리미와의 약속도 지켜야지..흠흠!’
유나가 영국을
오갈 워프의 스크롤, 그리고 윌리엄스와 똑같이 변신하기 위한 폴리모프의 스크롤을 매번 제작하는 리미. 하지만 그녀가 그런 수고를 무료봉사할리
만무했다. 그 댓가로, 유나는 리미에게 윌리엄스의 집안을 털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유나로써는 조금 귀찮지만, 손해보지 않는 딜이나
다름없다.
“자자..훈녀 유나 출동해 보실까.”
#2-
블랙맘마
‘여기가 윌리엄스의 진짜 집....’
여유롭게 택시까지 타고, 유나는 교외에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 저택에 도착할수 있었다.대회의가 열리고, 또 오너전쟁이 일어났었던 윌리엄스의 저택은 말그대로 제 2의 저택이었다.그것보다는 넓진
않지만,그것보다는 몇십배는 화려해 보이는 저택의 규모에 유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윌리엄스의 본가를 알아내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유나는 늘 은행에서 업무를 보고나서도, 그의 본거지를 알아내는데에 많은 조사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윽...기분나뻐.’
저택에 들어선 유나는 얼굴을 심하게 찡그려 보였다. 주인을 잃은지 꽤 되어가는
저택은,관리자의 부재로 인해 군데군데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당시엔 하인도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유나는
기억을 더듬어 처음으로 대회의를 갔던것을 떠올렸다.윌리엄스의 전용기로 왔었고,분명 공항에서 집까지 바래다 줬던 비서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직원들은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크룬 전쟁때부터 해산시켰겠지.’
그러고 보니 크룬전쟁때
윌리엄스의 저택을 본거지로 했었을때,직원이라고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역시 사회적인 시선이 있었기에 해산시켰을 것임이
분명했으리라.
‘우와..진짜 돈많은 놈이네.’
이미 리미의 기지에 의해 고인이 되어버린 그지만, 유나는 속으로 그에게
아낌없이 욕을 퍼부어 주었다.대회의가 열렸던 저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저택.게다가 안에 있는 가구는 하나같이 고풍스러웠으며, 벽마다
비싸보이는 명화들이 가지런히 자리해 더욱더 품격을 높여주는 듯했다.
‘던젼이구만 던젼..’
유나는 보물이 가득 쌓여있는
드래곤의 레어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어 킥킥 거리며 웃었다.이제 찾을 것은 단하나. 윌리엄스가 수행했을 마법서를 찾는 것이다. 그가
어떤경로로,어떻게 익혔던 간에 마법서가 없다면 자신의 마법주문,혹은 마나배열을 기록한 다이어리식의 노트한권이라도
있을테니까.
‘1층은 그냥 하나의 방인가?’
거대 저택의 1층은 고급 카펫이 깔려 있었다.마치 티비 영화에서나 보는
고가의 고택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홀. 온갖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으며, 희귀한 돌들이 진열된 진열장도 있었다. 유나는 그런것들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듯 미련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오오 그래!이거야!서재!’
미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방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던 유나는 이윽고 방한가득 책장으로 가득한 방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렀다.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종이냄새와 잉크냄새가 유나의
코를 찔렀다. 마치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 마냥, 유나는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뒤적이기 시작했다.
“흠...괴태전집?
이건 아니고...카프카 전집?흠...이것도 아니고...어엇!”
하나하나 빠르게 책의 제목을 읽어가던 유나의 동작이 뚝하고
멎었다.유독 그녀의 눈길을 끄는 책 한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침대에서 사랑받을수 있는 전세계의 모든
방중술-
‘오..오호..’
유나는 책장을 넘겨보고는 꿀꺽 하며 침을 삼켰다.책 안에는 온갖 낮뜨거운 자세로 결합을 하는
남녀의 그림들이 즐비했으며, 그것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마저 곁들여져 있는 책이었다. 페어리가 많았던 윌리엄스의 유희를 위해 놓여져 있는 책이
틀림없을 것이다.
‘흠흠..이거 괜찮은데..주인님이 이렇게 유연하려나 크ㅤㅋㅡㅅ!’
혼자서 방방뛰며 꺄르르 웃던 유나는
그것을 리미가 준 커다란 가방속에 챙겨넣었다.
“오오! ‘트러블을 없에는 피부관리법’ ! 이거 좋다! 오옷! ‘주목받는 패션의
모든것’?? 요거도 챙겨야지.”
유나는 잠시 리미의 당부도 잊은채 패션잡지와 피부미용 관련 잡지들을 부랴부랴 챙겨넣었다.가방도
어느새 묵직해졌고, 급기야 유나가 낑낑거리며 옮길수 있을 정도의 책이 가득차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마법서를 찾기 시작했다.
-마법
관련-
“...뭐야...따로 섹션이 있잖아.”
그동안 책 제목 하나하나를 탐색했던 유나는 힘이 빠진 듯
중얼거렸다.몇개의 책장들 사이를 지나고 나니,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씌여져 있는 문구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흠...’
윌리엄스가 수집했을것으로 보이는, 온갖 마법 관련 서적들이 망라되어 있었다.중세의 마녀에 관한
책부터 시작해서, 프로센에서 출판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마법의 종류가 상세히 적혀있는 책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이걸
누가 쓴거야?’
비록 페어리로 징벌이 될때에 당시 마법사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마나의 운용을 빙계쪽으로 한정이 되어진 그녀지만,
마법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유나도 잘 알고 있는 마법들이었다.그녀는 재빨리 책을 뒤로 넘겼지만, 출판사나 저자에 관한 내용은 도무지 찾아볼수가
없었다.
‘흠..이거 혹시..’
유나는 곰곰히 김노인이 예전에 했던말을 되새겨 보았다.
-내때에도 많은
페어리들이 건너왔지.많은 오너들이 서로 싸우다 죽었고.그때는 법사형 페어리들이 여러갈래로 분화되어 있지 않았단다. 때문에 마나가 많지 않은자는
생명력을 잡아 먹히기 까지 했었지.-
유나의 머릿속에 김노인의 페어리인 유희가 떠올랐다.빙백의 인에 의해 폭주상태가 되어 있을때,
마법봉인이라는 궁극 주문을 써서 자신을 잠재웠던 그녀. 단 한번도 그녀가 제대로 싸우는 것을 본적이 없는 유나였다. 김노인의 말대로, 유희가
바로 마법이 장르별로 분화되지 않은 제 1세대 페어리의 표본이었다.
‘맞아..그것 이외엔 설명이 안돼.1세대 페어리중 누군가가
이렇게 마법을 집대성했고,그것을 윌리엄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겠지.’
페어리가 오기 전까지만해도, 이 세계에 마법이나 마나의
개념을 아는이가 있었을리 없었다. 물론 공상 영화나 소설속에서 마나의 개념을 미약하게나마 정리한 이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마법사인 유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1써클부터 9써클까지의 마법들을 친절하게 망라 시킬수 있는 이가 존재했을리 만무했다.
‘그랬군.윌리엄스가 8써클까지
쓸수 있었던 건...이거 때문이었어.’
유나 역시 8써클의 마법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빙계에 한정되어 있었다. 빙계 8써클의
마스터와 전 마법의 8써클의 마스터는 하늘과 땅보다 더 깊은 차이가 있었다.인간인 윌리엄스가 그렇게 많은 마법을 구사할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나가 농후하다는 것과 머리가 좋다는 것 이외에도 이런 이론서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좋은거 얻었네.요걸 꼭
리미에게 가져다 줘야겠다.’
유나는 마법이 망라된 그 책마져 가방에 넣고는 낑낑 거리며 그것을 잡아 끌었다.사실상 필요한 것은 책
한권뿐이었지만, 50여권에 달하는 지극히 사적인(?)책들 때문에 유나는 겨우겨우 힘을 써서 서재의 중앙까지 그것들을 끌고
왔다.
“자자.이제 널찍한 곳에 마법진을 그리고 워프하면 땡!”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리미의 연금술은 더더욱
견고해졌다. 법사형 페어리들이 성장을 하면서 마법의 클래스가 상승한다고 한다면, 리미같은 연금술사는 그 실력이 더욱더 견고해지는
모양이었다.최초에 무인도에 갈때에만 해도 마법진이 아니면 발동도 되지 않았던 그녀의 스크롤은, 이제 마법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만큼 훌륭한
마법도구로 변해 있었다. 유나가 지금 마법진을 그리는 이유는 단 한가지. 더욱더 견고하게,그리고 오차없이 원하는 위치로 워프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인가.”
“그런거 같군.”
카페트 위인지라 매직대신 조그마한 나이프로 파서 마법진을
그리려던 유나의 손이 뚝하고 멎었다.누군가가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유나는
마나를 숨기고는 천천히 문쪽으로 자세를 낮추고 걸어가, 몸을 감춘후 서재 밖을 바라보았다.계단의 난간 사이로 보이는 1층의 모습.정체모를
두세명의 인영이 1층 홀에 서있었다.
‘뭐지?’
유나의 눈이 동그레 졌다.흡사 닌자를 보는 것처럼 온통 검은색의
복장에, 복면까지 한 그들. 얼핏보면 좀도둑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세명의 인원중 두명은 세라가 들고다닐 법한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요즘 세상에 일반인들중 저런 복장으로 나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여기가 윌리엄스의 집이로군.더럽게
부자네 그려.”
세명중에 가장 왼쪽에 있는 남자가 감탄하듯 말했다.그는 입가를 반만 가리고 있었으며, 그 역시 거대한 칼을
등에 차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빼어갈 정보가 있다면 빼어가야지. 너희 둘이 샅샅히 찾아보고 보고하도록
해.”
“알겠어.”
가운데에 서있는 남자가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셋중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그 역시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둘과 다른점은 복면의 색깔이 붉은 색이라는 점이었다.
‘뭐야..신종
빈집털이인가?’
유나는 유심히 그들의 행동을 살폈다. 걸음걸이와 행동 하나하나가 예사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마나가 느껴진다.’
그들은 은근히 마나를 표출하고 있었다. 역시나 가운데에 있는 대장격의
사내에게서 농익은 마나의 느낌이 전달되었다.
‘우리들 말고...마나를 부리는 사람들이 이 세계에 있단 말야?’
유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들은 유나가 있는것도 모르는듯,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한국으로 먼저가야 맞는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지. 거기에 그날의 생존자가 한녀석 있으니까 말이야.”
“한놈은 중국에
있잖아.”
“그 자식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중국에 있을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겠지.”
유나는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왠지 모르게 한국에 있는 생존자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준인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쪽에서 냄새를 맡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있겠지. 리키 그 자식이 한국에서 별별 사건을 일으키며 시선을 끌고 있잖아.조만간에 수면위로 떠오르겠지.그때에 처리하면
되고.”
“근데 굳이 죽여야할 필요가 있을까? 난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
“필요가 있지. 일단 우리 블랙맘마
소속이었던 J가 그자식에게 죽었고, 또 그런 능력자가 활개를 치고 다녀서 우리에게 좋을게 없잖아.”
‘블랙..맘마?? J가
소속 되었었다고?’
유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나온 단어를 곱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무리 생각해도 들어본적 없는
단어였다.
“그런데 말이야...”
문득 가운데에 서있던 대장격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저음의
톤에, 양옆에 있던 복면인들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쥐새끼가 하나 있는거 같은데..”
유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그와 동시에 유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복면인의 팔이 움직이며, 유나가 있는 쪽으로 맹렬하게 표창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칫!들켰다!’
유나는 재빨리 몸을 뒤로 빼었다. 순간, 아슬아슬하게 유나의 얼굴옆으로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표창들이 지나갔다.
타다닷!
그것들은 일사 분란하게 유나의 뒤에 있던 책장에 나란히 꽂혔다.1층 홀과 2층 서재사이의
구조상, 어떤 물건이 절대로 직선궤도로 날아올수 없는 위치. 만만히 볼 수준의 자가 아님을 직감한 유나는 재빨리 수인을
맺었다.
“그냥 지나가는 일반인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복면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복면위로 공개된 그의 두 눈이
씰룩하고 움직인다.
“어쨌든 방법은 하나...살인멸구뿐이지.”
#3-유사부의
수난.
“같이가요!세라씨!”
천천히,그리고 일정한 보폭을 찍으며 걷고 있던 그녀의 발걸음이 뚝하고
멈춘다.더운 날씨 탓일까? 긴생머리를 위로 올려 묶은 그녀의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청초하기 그지 없었다.수수하기 까지한 옷차림.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껍데기가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광채자체를 봉쇄할수 없었던 모양인지, 지나가는 행인들은 힐끔힐끔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일이신가요 박사부님.”
세라의 앞에는 한참이나 뛰어온듯,심하게 헉헉거리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바로,
준의 명령에 의해 세라가 나가고 있는 도장의 다른 사부였다.검게 그을린 피부.그리고 트레이닝복 위로 우람하게 솟아오른 덩치덕에 세라가 더더욱
작아보였다.
“어휴..무슨 여자가 그렇게 걸음이 빨라요?아휴..죽겠네..헥..”
세라는 분명 천천히 걸었기에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라의 속도가 보통 사람하고 같을리가 없었다. 세라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은채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박사부라 불린 사내는 긴장이 되는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음..저기..퇴근하시나요?”
“네.”
“어디로요?집으로가세요?”
“네.”
박사부는
그저 단답형으로 짧은 대답만 돌아오자 멋적은듯 고개를 긁적였다.최소한의 리액션이라도 있어야 대화를 이어가겠지만, 세라의 표정은 무표정한데다가
필요한 대답만을 하고 있었다.
‘거 씨바..더럽게 도도하네 썅.’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표출하지는
못했다.동료 사부들과 한 내기가 있기에.
-내가 유세라 고뇬을 일주일안에 따먹겠다!!!-
그가 동료들끼리 낄낄 거리며
했던 내기의 내용이었다.나름 여성편력이 심한 그는 세라의 도도한 모습이 끌리면서도 쉬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지가 이쁘면
다야?어떻게든 꼬시면 되는거지..큭큭!’
박사부는 마음속으로 심기일전.동료사부들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라를 꼬시지 못한것에 걸었기에, 그가 세라를 유혹한다면 500만원 이상의 거금이 한방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같이 드시러 가실래요?”
“왜..죠?”
이해를 할수 없다는 듯한
세라의 표정에 박사부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그거야! 유사부님이 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서 환영회도 못해
드렸으니 제가 사야죠!”
“괜찮습니다.그럼..”
세라는 꾸벅 목례를 하고는 등을 돌려 버렸다. 그는 가만히 멍때리며
세라의 뒷모습을 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후다닥 세라를 앞질러 가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만요! 계속 이러시면
안되요.”
“무엇을..말씀하시는 겁니까?”
“저희 관장님께서...유사부님께 거하게 쏘지 않으면 저를 짜른다고
했거든요.”
“짜르..다뇨?”
“그러니까.제가 해고 당한단 말입니다.”
세라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염병하네’라고 생각하고도 남을 거짓말 이었지만, 아직 세상을 모르는 세라가 그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푸하하.믿는다 믿어.세상 물정 잘 모른다는 소문이 구라가 아니었군.’
그녀가 오케이 하면 반이상
넘어온것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로써는 회심의 일격이나 다름없었다.세라는 한참이나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저는
잘 얻어먹었다고 하겠습니다.”
“안됩니다! 관장님께서 카드를 주시면서 영수증 가져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럼..왜
박사부님과 제가 단 둘이 먹어야 하죠?”
“그..그건 말이죠..아! 우리 도장에 사부님이 몇분인데요.그렇게 규모가 큰
도장에서...단체 회식하면 돈이 많이 드니, 제가 총대를 맨것이지요!”
갈수록 점입가경인 헛점 투성이 핑계였지만 세라는 또 잠시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준의 지인을 통해 들어간 도장이니 성격대로 딱 잘라 버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세라. 이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기사도를 알고 있지 않아. 여기 사회는 인간관계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거든.-
리미의 충고가 머릿속에
떠오른 세라는, 다시한번 거절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알겠습니다.그렇게 하죠.”
고심끝에 떨어진 세라의 대답에 그는
뛸듯이 기쁜것을 참으며 그녀를 인도했다. 세라는 그를 따라가면서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준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음을 열지 않는 그녀로썬 빨리
시간이 지나주기만을 바라는 고역이었으니까.
“자자.이쪽에 앉으시죠!여기 삼겹살이 아주 죽여줍니다!”
박사부는 신이나서
근처에 있는 고깃집에 들어가 세라를 자리에 앉혔다.여기저기서 자신의 테이블을 보는 뭇 남정네들의 시선을 느끼며 그는 괜시리
뿌듯해했다.
‘크크크.부럽긴 하지 요것들아. 니들이 언제 이런 미인을 보겠냐.크크큭!’
박사부는 아직도 뻘쭘하게 앉아
있는 세라를 보며 몇마디 농담을 건냈지만, 돌아오는것은 예,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었다.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이모!여기 소주 하나 주세요!”
세라의 눈이 크게 떠진다.소주라면 세라역시 마셔본 경력(?)이 있었다.예전에
준을 따라서 호프집이란 곳에 가본적 있는, 나름 페어리치곤 유니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녀가 아닌가.
“아아.시간도 저녁인데 반주로
한잔하면 좋잖습니까?하하.”
박사부는 너스레를 떨며 점원이 들고온 소주의 마개를 뜯었다.하지만 그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여자와 모텔에 갈때는 요 쇠주가 있어야 하는것 아니겄어?으흐흐.’
누가봐도 세라는 술이 약할것만
같았다.아니, 약하진 않더라도 박사부는 자신의 주량에 꽤나 자신이 있었다.
“자
한잔하세요.”
“괜찮습니다.”
“에이 참..받으시래두.”
박사부는 거절하는 세라의 손을 잡아 억지로 콸콸
소주를 따라주었다.그녀의 무표정이 곧 자신과 뒹굴며 환희에 바뀔 상상을 하니, 박사부는 절로 신이났다.
“아이 씨발!그래서 그
개새끼가 어쨌는데!엉!지금가서 조져불자.”
“아따..조용히 해 이 새끼야.형님이 부르면 바로 가야하는거
몰르냐?”
“염병.떠들지도 못해?누군 룸싸롱에서 술빠는데 건달 가오에 씨발 고깃집에서 소주나 먹고 있고 말야.”
순간
고깃집내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박사부는 뒤에서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리자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세라에게
쉴틈없이 뻐꾸기를 날려야 한다는 플랜이 짜여져 있었지만, 깍두기 머리를 한 건장한 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이 씨발것들 뭘봐!그냥 쳐먹던 술 처먹어!”
덩치의 말 한마디에 가게 내의 손님들은 후다닥 불판쪽으로
고개를 묻었다.험악한 눈으로 실내를 쭈욱 부라린 그는 이윽고 불만가득한 얼굴을 한 박사부와 눈이 마주쳤다.
“어이 거기
깜댕이!뭘꼬나봐! 밥이나 쳐먹어!”
순식간에 ‘깜댕이’가 되어버린 박사부는 슬쩍 세라의 눈치를 보았다.역시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앞에서 도도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이씨.이거 여기서 눈깔면 개쪽이잖아.명색이
사부인데.’
아무리 그래도, 저쪽은 무려 넷이었다. 게다가 대화를 들어보니 껄렁한 동네 양아치가 아니라 진짜 건달인 듯했다.다만
서열이 좀 낮은 관계로 높은 형님들이 근처 룸에서 노실때 비교적 서민적인 삼겹살을 드시는 거겠지만 말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는 굳게 다짐을 했다.그래도 격투기와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 아닌가.걱정이 없을거란 생각에서
였다.
“못깔겠다면 어쩔래? 이 돼지 새끼들아.그리고 왜 건달새끼들이 이런데서 민폐야?나가서 쳐먹던지 하지.”
박사부는
호기있게 소리쳤다.건달들의 눈꼬리는 위로 심하게 치켜 올라갔고, 순간 손님들은 다가올 비극을 예상했는지 하나둘씩 급하게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세라만이 영문모를 표정으로 박사부와 건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씨.일이 좀 꼬였지만 뭐..여기서 점수따는 것도
괜찮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당탕!
테이블이 넘어졌다. 화를 이기지 못한 사내들이 발로
그것을 걷어차며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야 다나가!”
건달의 말 한마디에 손님들은 후다닥 밖을 나가기 바빴고, 가게
주인은 울상이 된 얼굴로 안절부절 못할 뿐이었다.
“이런 십쉐리가 여자 데리고 왔다고 가오잡고 싶은 모양인데..너
돌았냐?엉!”
“나가서 쳐먹으라고 이 새끼들아.”
처음보다는 많이 톤이 다운된 그였지만, 겁을 먹어선 안되었다.이윽고
건달 한명의 손이 박사부의 얼굴 정면으로 날아들었고, 그는 날렵하게 피하며 상대의 허벅지를 걷어차
버렸다.
우당탕탕!
“이런 개새끼가!”
순식간에 세명의 건달들이 의자까지 집어들고 박사부를 향해
돌진했다.
‘어..어라..이게 아닌데..’
정당한 일대일 운동에 익숙한 그가 당황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잠시
주먹을 휘둘러 대항한 그였지만,이내 그는 건달 하나가 집어 던진 의자를 방어하다가 그만 바닥에 뒹굴러 버렸다. 흉흉한 시대에 더욱 활개를 칠수
밖에 없는 이들이 조직폭력배 아니던가. 말단 조직원도 어디가면 대접받는 사회에서, 박사부의 언행은 어찌보면 모험이었을지
몰랐다.
“이 개새끼!뒤져!”
이윽고 바닥에 엎어진 박사부의 몸위로 발길질이 쏟아졌다.처음에는 일어나려고 대항을 했던
그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구둣발로 밟혀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가 확
담가불...”
“그만하시죠.”
어디선가 들려오는 창창한 목소리, 그들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세라는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따 씨벌 반반하긴 허네?근데 시방 뭐라한겨?”
“그만두시라구요.”
“크허허허!야들아
저 아가씨가 지 깔다구 지키고 싶다는디 어쩌냐?”
“어이 아가씨.그냥 좋게 말할때 가잉? 오빠들이 시방 얼라
교육시는겅게잉?”
세라는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건달들은 세라를 위아래로 훑으며 입맛을 다셨고, 그녀의 시선은 바닥에 있는 박사부를
향했다. 밟히는 중간중간 소주병으로도 찍힌 모양인지 금새 피범벅이 되어 있는 그의 모습.세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심하면...될것 같긴 합니다만...일반인을 상대로는 오랜만이라...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수
있습니다.”
“뭐..뭐여? 이 아가씨가 시방 너구리 짬뽕끓이는 소리를 하고 앉았...”
와장창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명의 조직원들은 자신의 앞에서 마치 하나의 원반처럼 자유비행을 하며 날아가는 본인들의 동료를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가게
카운터까지 날아간 그는 출입문에 부딪혔고,그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버린다.
“뭐..뭐시여 시방 이것이?”
어느새
한쪽 손바닥을 편채로 서있는 그녀.그들은 영문도 모른채 바로 앞에 있는 세라를 향해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바로
그때였다.
“으억!”
“켁!”
“워매!”
실로 다양한 음색들.어느새 세라의 몸은 세명의 건달들
사이에 안착했고, 양손과 왼발이 각각 그들의 복부에 정확하게 안착했다.
와장창장!
콰지직!
밖에서 구경하던
손님들은 보아야만 했다. 족히 90키로는 넘어보이는 거구셋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아름답게 비행하다가, 창문을 하나씩 부쉬며 나뒹구는
소리를.
세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눈앞에 널부러져 있는 박사부의 모습.그녀는 머리를 살짝 어루만지며
중얼거린다.
“사회화라는거.........진짜 어렵구나.”
“자!이리로!이곳이
사건현장입니다!”
뭐가 신이났는지 팔짝팔짝 뛰며 앞장서는 연희의 모습에 준과 리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회한섞인 한숨을 주고
받았다.
“결국...데려오시면 어떡해요.”
“내가 데려왔냐?쟤가 내 말은 껌처럼 질겅질겅 씹으면서
따라왔잖아.”
“딱잘라 보내셨으면 됐을 건데요.”
“딱 잘리지 않았잖냐..”
리미는 또한번 한숨을
쉬었다.잘게 잘게 썰려있던(?)건물의 잔해.그것을 조사하러 와야만 했다.그것도 둘의 대화를 엿들었던 그녀가 가자고 조장해서
온것이었다.평소같았으면 간단한 단거리는 스크롤을 이용했을 그들이지만,연희의 눈치가 보여 준은 또 그 10년묶은 고물차를 운행시켜야만
했다.
“준씨! 제가 먼저 가서 조사할까요?”
“저기요..그냥 들어가셔도 되거든요?”
“좋아요.제가 먼저
들어가죠.”
“아뇨.제 말은 글로 들어가라는게 아니고........관둡시다.”
리미는 뚱한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았다.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건물의 잔해를 살피는 그녀.출입금지 테이프를 넘어가려다 오히려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리미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감싸쥐었다.
“야..그러길래 사무실에도 결계를 쳐놨으면 얼마나 좋아.”
“말도 안되죠.그럼 그 건물 자체가
일반인들 눈에 띄지를 않을텐데.”
“리미야.연금술로 기억을 지우거나 할수 없을까?”
준의 물음에 리미는 정색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준은 뜨끔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는 살아있는 생물에게 연금술을 행하지 않습니다.그것은 과학윤리에 어긋나는
것이거든요.”
“8써클의 마법사를 단백질과 무기질,칼슘별로 분리할땐 언제고?”
“윌리엄스의 건은 예외였죠. 그는
살아있는 사람몸에다가 오너의 혼을 소환하는 짓을 한 악독한 자이지만 저 여자분은....”
“에휴...”
“어떻게
하시게요?”
“뭘 어떡하겠냐...”
리미의 질문에 준은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여기저기 잔해들을 살피는 연희의
모습을 보며, 준은 허공으로 연기를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데리고 다녀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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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야설치곤 어이없는 환타지.
성인 환타지라고 생각하시고, 가볍게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1- 유나의
이중생활(?)
“어허허.또..송금이시군요..”
“그래서요?불만있나요?”
“아하하하!아..아닙니다.그저
자주뵈니 기뻐서..”
영국최고의 은행.게다가 온통 VIP고객들만 오는 최고의 지점의 지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오늘도 반들반들한
대머리에 땀이 흘렀다.
게다가, 상대는 은행 직원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거물급 손님이었다.한번 행차할 때마다 마치 군사령관 검열을
받는 군인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대부호로써 은행 자금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지점장을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점장은 의문이었다. 예전에는 매우 신사적이었던 그의 성격이 무슨 노망이 늘었는지 판이하게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한국이라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 송금을 요구했고, 조금만 맘에 안드는 태도를 보이면 깐깐하게 굴며 전액을 현찰로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그가 긴장하지 않을수 없는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저..이..이렇게 큰 금액을 한번에 송금하는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안된다는 건가요?”
중후한 윌리엄스의 눈꼬리가,마치 바가지 긁는 와이프의 눈썹처럼 위로
쓰윽 올라갈때에, 지점장은 한줄기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도랑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느껴야만 했다.
“아..그..그게..수수료도
엄청날 텐데요.저희 입장도 좀 생각해 주시면..”
“흠...자꾸 저를 실망시키시네요.안되는게 어딨나요? 여러분들이 나약함을 너무나
잘 반영시켜주는 대목이로군요!”
“아..저..윌리엄스 씨. 그래도 저희 사정을 조금만...부탁드립니다.”
“흥!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에요..지금당장..”
중년의 모습을 한 주제에 도도하게 말을 잇던 그는 갑자기 말을 확 하고 멈추었다.그 어떠한
간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부성이 짙은 자세를 하고 있던 지점장의 얼굴이 윌리엄스를 향했다. 윌리엄스의 양미간이 눈에 띌 정도로 꿈틀대고
있었다.
‘이런..겁나 열받았나보네..아..이 개 진상..’
지점장은 속으로 떠오르는 모든 욕들을 윌리엄스에게
퍼부었다.어서 빨리, 그가 그만 고집을 부리고 나가줬으면 하는 바램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할뿐.
“돼..됐어요 그럼.일단 오늘
부탁한 것만 부탁해요.”
“아..제발 부탁이니 그것만은...네..네?”
“일단 아까 그 금액만 송금한다구요.저
갈게요.”
중후한 신사 윌리엄스씨는 아까의 기세등등한 진상행위(?)와는 달리 마치 도망치듯 휙 하고 은행밖으로 나서 버렸다.
직원들을 비롯한 지점장은 허둥지둥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도 90도로 인사를 하다가, 이내 그가 사라진 것을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야야야!갔어갔어!아우씨! 저 재수없는
쉐끼!”
“으핫!위험했어!진짜로!”
가까스로 사람이 없는 곳까지 다다른 유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하마터면 모습을 바꾸는 마법인 폴리모프가 은행안에서 깨져버릴 위기였었다.그녀는 헐렁해진 채로 자신의 몸에 걸쳐진 남자 정장을
신경질 적으로 휙휙 벗어 던졌다.공중 화장실이니 망정이지, 누가 봤으면 눈을 크게 뜨고 감상할 좋은 눈요기 였으리라.
“덥다 더워!
나같은 패셔니 스타가 이런 아자씨 정장을 입어야해?”
무릎위로 한참이나 올라가야 그 끝이 있는 핫팬츠사이로 길고 하얗게 뻗은 그녀의
다리.그리고 약간은 헐렁하지만 팔이 훤히 드러나는 흰색 티셔츠를 걸친 그녀의 몸위로는 헐렁한 옷을 입었음에도 극명하고도 은은하게 그녀의 몸
라인이 드러나고 있었다.그녀는 어깨까지 미치치 않는 단발머리를 살짝 위로 틀어 묶고는,유유히 화장실을 나섰다.
‘아...이래서
앞서가는 사람은 피곤하다니까.으힛!’
유나는 괜시리 뿌듯해짐이 느껴졌다. 부동산이 아닌, 은행에 잠들어 있는 윌리엄스의 재산은
말그대로 입이 쩍 하고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가 페어리들을 이용해 축적한 부 이외에도, 원래 윌리엄스의 집안이 영국 대대로 유서깊은 부자 가문인
탓도 있었다.
유나는 오너 전쟁이 끝난이후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준은 절대로 부자가 아니었고, 또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꿈을
꾸는 타입도 아니었다. 윌리엄스의 재산건에 대해 유나 역시 리미에게 말한적이 있었으나, 리미는 준이 반대할거라는 이야기만 했을 뿐이기에,이렇게
매번 그녀가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역시 리미가 만들어준 도구는 틀림없이 효염이 있지만...폴리모프는 너무 지속시간이
짧단 말이야...’
유나는 걸어가는 와중에도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중간중간 아찔한 복장의 유나를 보며 휘파람을 불면서 희롱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유나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다만, 유나에게 치근대었던 자들은 갑자기 자신의 발밑이 얼어붙는 괴현상을 경험해야 했지만
말이다.
‘아...이 선구자의 고뇌란..’
유나는 가슴깊이 뿌듯함을 느꼈다.준의 계좌에는 그야말로 ‘억!’소리날 정도의
돈이 손쉽게 입금되었던 것이다. 김노인의 청으로 어지러진 정국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게 된 준에게도 활동비가 필요할
것이었다.
‘으히힛!그리고 나도 쇼핑도 실컷 하구!’
유나는 부푼 꿈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귀에 걸린 동그란 구
모양의 귀걸이. 말할것도 없이 준의 페어리라면 모두가 착용하고 있는 리미의 통신구였다. 영국까지는 통신구의 허용범위 밖이었기에, 유나는 얼른
준의 곁으로 가야했겠지만, 오늘 유나의 스케줄은 하나가 더 있었다.
‘리미와의 약속도 지켜야지..흠흠!’
유나가 영국을
오갈 워프의 스크롤, 그리고 윌리엄스와 똑같이 변신하기 위한 폴리모프의 스크롤을 매번 제작하는 리미. 하지만 그녀가 그런 수고를 무료봉사할리
만무했다. 그 댓가로, 유나는 리미에게 윌리엄스의 집안을 털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유나로써는 조금 귀찮지만, 손해보지 않는 딜이나
다름없다.
“자자..훈녀 유나 출동해 보실까.”
#2-
블랙맘마
‘여기가 윌리엄스의 진짜 집....’
여유롭게 택시까지 타고, 유나는 교외에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 저택에 도착할수 있었다.대회의가 열리고, 또 오너전쟁이 일어났었던 윌리엄스의 저택은 말그대로 제 2의 저택이었다.그것보다는 넓진
않지만,그것보다는 몇십배는 화려해 보이는 저택의 규모에 유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윌리엄스의 본가를 알아내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유나는 늘 은행에서 업무를 보고나서도, 그의 본거지를 알아내는데에 많은 조사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윽...기분나뻐.’
저택에 들어선 유나는 얼굴을 심하게 찡그려 보였다. 주인을 잃은지 꽤 되어가는
저택은,관리자의 부재로 인해 군데군데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당시엔 하인도 꽤 있었던 걸로 아는데.’
유나는
기억을 더듬어 처음으로 대회의를 갔던것을 떠올렸다.윌리엄스의 전용기로 왔었고,분명 공항에서 집까지 바래다 줬던 비서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직원들은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크룬 전쟁때부터 해산시켰겠지.’
그러고 보니 크룬전쟁때
윌리엄스의 저택을 본거지로 했었을때,직원이라고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역시 사회적인 시선이 있었기에 해산시켰을 것임이
분명했으리라.
‘우와..진짜 돈많은 놈이네.’
이미 리미의 기지에 의해 고인이 되어버린 그지만, 유나는 속으로 그에게
아낌없이 욕을 퍼부어 주었다.대회의가 열렸던 저택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저택.게다가 안에 있는 가구는 하나같이 고풍스러웠으며, 벽마다
비싸보이는 명화들이 가지런히 자리해 더욱더 품격을 높여주는 듯했다.
‘던젼이구만 던젼..’
유나는 보물이 가득 쌓여있는
드래곤의 레어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어 킥킥 거리며 웃었다.이제 찾을 것은 단하나. 윌리엄스가 수행했을 마법서를 찾는 것이다. 그가
어떤경로로,어떻게 익혔던 간에 마법서가 없다면 자신의 마법주문,혹은 마나배열을 기록한 다이어리식의 노트한권이라도
있을테니까.
‘1층은 그냥 하나의 방인가?’
거대 저택의 1층은 고급 카펫이 깔려 있었다.마치 티비 영화에서나 보는
고가의 고택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홀. 온갖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으며, 희귀한 돌들이 진열된 진열장도 있었다. 유나는 그런것들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듯 미련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오오 그래!이거야!서재!’
미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방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던 유나는 이윽고 방한가득 책장으로 가득한 방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렀다.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종이냄새와 잉크냄새가 유나의
코를 찔렀다. 마치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 마냥, 유나는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뒤적이기 시작했다.
“흠...괴태전집?
이건 아니고...카프카 전집?흠...이것도 아니고...어엇!”
하나하나 빠르게 책의 제목을 읽어가던 유나의 동작이 뚝하고
멎었다.유독 그녀의 눈길을 끄는 책 한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침대에서 사랑받을수 있는 전세계의 모든
방중술-
‘오..오호..’
유나는 책장을 넘겨보고는 꿀꺽 하며 침을 삼켰다.책 안에는 온갖 낮뜨거운 자세로 결합을 하는
남녀의 그림들이 즐비했으며, 그것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마저 곁들여져 있는 책이었다. 페어리가 많았던 윌리엄스의 유희를 위해 놓여져 있는 책이
틀림없을 것이다.
‘흠흠..이거 괜찮은데..주인님이 이렇게 유연하려나 크ㅤㅋㅡㅅ!’
혼자서 방방뛰며 꺄르르 웃던 유나는
그것을 리미가 준 커다란 가방속에 챙겨넣었다.
“오오! ‘트러블을 없에는 피부관리법’ ! 이거 좋다! 오옷! ‘주목받는 패션의
모든것’?? 요거도 챙겨야지.”
유나는 잠시 리미의 당부도 잊은채 패션잡지와 피부미용 관련 잡지들을 부랴부랴 챙겨넣었다.가방도
어느새 묵직해졌고, 급기야 유나가 낑낑거리며 옮길수 있을 정도의 책이 가득차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마법서를 찾기 시작했다.
-마법
관련-
“...뭐야...따로 섹션이 있잖아.”
그동안 책 제목 하나하나를 탐색했던 유나는 힘이 빠진 듯
중얼거렸다.몇개의 책장들 사이를 지나고 나니,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씌여져 있는 문구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흠...’
윌리엄스가 수집했을것으로 보이는, 온갖 마법 관련 서적들이 망라되어 있었다.중세의 마녀에 관한
책부터 시작해서, 프로센에서 출판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마법의 종류가 상세히 적혀있는 책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이걸
누가 쓴거야?’
비록 페어리로 징벌이 될때에 당시 마법사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마나의 운용을 빙계쪽으로 한정이 되어진 그녀지만,
마법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유나도 잘 알고 있는 마법들이었다.그녀는 재빨리 책을 뒤로 넘겼지만, 출판사나 저자에 관한 내용은 도무지 찾아볼수가
없었다.
‘흠..이거 혹시..’
유나는 곰곰히 김노인이 예전에 했던말을 되새겨 보았다.
-내때에도 많은
페어리들이 건너왔지.많은 오너들이 서로 싸우다 죽었고.그때는 법사형 페어리들이 여러갈래로 분화되어 있지 않았단다. 때문에 마나가 많지 않은자는
생명력을 잡아 먹히기 까지 했었지.-
유나의 머릿속에 김노인의 페어리인 유희가 떠올랐다.빙백의 인에 의해 폭주상태가 되어 있을때,
마법봉인이라는 궁극 주문을 써서 자신을 잠재웠던 그녀. 단 한번도 그녀가 제대로 싸우는 것을 본적이 없는 유나였다. 김노인의 말대로, 유희가
바로 마법이 장르별로 분화되지 않은 제 1세대 페어리의 표본이었다.
‘맞아..그것 이외엔 설명이 안돼.1세대 페어리중 누군가가
이렇게 마법을 집대성했고,그것을 윌리엄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겠지.’
페어리가 오기 전까지만해도, 이 세계에 마법이나 마나의
개념을 아는이가 있었을리 없었다. 물론 공상 영화나 소설속에서 마나의 개념을 미약하게나마 정리한 이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마법사인 유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1써클부터 9써클까지의 마법들을 친절하게 망라 시킬수 있는 이가 존재했을리 만무했다.
‘그랬군.윌리엄스가 8써클까지
쓸수 있었던 건...이거 때문이었어.’
유나 역시 8써클의 마법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빙계에 한정되어 있었다. 빙계 8써클의
마스터와 전 마법의 8써클의 마스터는 하늘과 땅보다 더 깊은 차이가 있었다.인간인 윌리엄스가 그렇게 많은 마법을 구사할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나가 농후하다는 것과 머리가 좋다는 것 이외에도 이런 이론서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좋은거 얻었네.요걸 꼭
리미에게 가져다 줘야겠다.’
유나는 마법이 망라된 그 책마져 가방에 넣고는 낑낑 거리며 그것을 잡아 끌었다.사실상 필요한 것은 책
한권뿐이었지만, 50여권에 달하는 지극히 사적인(?)책들 때문에 유나는 겨우겨우 힘을 써서 서재의 중앙까지 그것들을 끌고
왔다.
“자자.이제 널찍한 곳에 마법진을 그리고 워프하면 땡!”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리미의 연금술은 더더욱
견고해졌다. 법사형 페어리들이 성장을 하면서 마법의 클래스가 상승한다고 한다면, 리미같은 연금술사는 그 실력이 더욱더 견고해지는
모양이었다.최초에 무인도에 갈때에만 해도 마법진이 아니면 발동도 되지 않았던 그녀의 스크롤은, 이제 마법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만큼 훌륭한
마법도구로 변해 있었다. 유나가 지금 마법진을 그리는 이유는 단 한가지. 더욱더 견고하게,그리고 오차없이 원하는 위치로 워프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인가.”
“그런거 같군.”
카페트 위인지라 매직대신 조그마한 나이프로 파서 마법진을
그리려던 유나의 손이 뚝하고 멎었다.누군가가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유나는
마나를 숨기고는 천천히 문쪽으로 자세를 낮추고 걸어가, 몸을 감춘후 서재 밖을 바라보았다.계단의 난간 사이로 보이는 1층의 모습.정체모를
두세명의 인영이 1층 홀에 서있었다.
‘뭐지?’
유나의 눈이 동그레 졌다.흡사 닌자를 보는 것처럼 온통 검은색의
복장에, 복면까지 한 그들. 얼핏보면 좀도둑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세명의 인원중 두명은 세라가 들고다닐 법한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요즘 세상에 일반인들중 저런 복장으로 나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여기가 윌리엄스의 집이로군.더럽게
부자네 그려.”
세명중에 가장 왼쪽에 있는 남자가 감탄하듯 말했다.그는 입가를 반만 가리고 있었으며, 그 역시 거대한 칼을
등에 차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빼어갈 정보가 있다면 빼어가야지. 너희 둘이 샅샅히 찾아보고 보고하도록
해.”
“알겠어.”
가운데에 서있는 남자가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셋중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그 역시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둘과 다른점은 복면의 색깔이 붉은 색이라는 점이었다.
‘뭐야..신종
빈집털이인가?’
유나는 유심히 그들의 행동을 살폈다. 걸음걸이와 행동 하나하나가 예사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마나가 느껴진다.’
그들은 은근히 마나를 표출하고 있었다. 역시나 가운데에 있는 대장격의
사내에게서 농익은 마나의 느낌이 전달되었다.
‘우리들 말고...마나를 부리는 사람들이 이 세계에 있단 말야?’
유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들은 유나가 있는것도 모르는듯,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한국으로 먼저가야 맞는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지. 거기에 그날의 생존자가 한녀석 있으니까 말이야.”
“한놈은 중국에
있잖아.”
“그 자식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중국에 있을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겠지.”
유나는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왠지 모르게 한국에 있는 생존자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준인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쪽에서 냄새를 맡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있겠지. 리키 그 자식이 한국에서 별별 사건을 일으키며 시선을 끌고 있잖아.조만간에 수면위로 떠오르겠지.그때에 처리하면
되고.”
“근데 굳이 죽여야할 필요가 있을까? 난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
“필요가 있지. 일단 우리 블랙맘마
소속이었던 J가 그자식에게 죽었고, 또 그런 능력자가 활개를 치고 다녀서 우리에게 좋을게 없잖아.”
‘블랙..맘마?? J가
소속 되었었다고?’
유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나온 단어를 곱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무리 생각해도 들어본적 없는
단어였다.
“그런데 말이야...”
문득 가운데에 서있던 대장격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저음의
톤에, 양옆에 있던 복면인들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쥐새끼가 하나 있는거 같은데..”
유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그와 동시에 유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복면인의 팔이 움직이며, 유나가 있는 쪽으로 맹렬하게 표창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칫!들켰다!’
유나는 재빨리 몸을 뒤로 빼었다. 순간, 아슬아슬하게 유나의 얼굴옆으로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표창들이 지나갔다.
타다닷!
그것들은 일사 분란하게 유나의 뒤에 있던 책장에 나란히 꽂혔다.1층 홀과 2층 서재사이의
구조상, 어떤 물건이 절대로 직선궤도로 날아올수 없는 위치. 만만히 볼 수준의 자가 아님을 직감한 유나는 재빨리 수인을
맺었다.
“그냥 지나가는 일반인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복면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복면위로 공개된 그의 두 눈이
씰룩하고 움직인다.
“어쨌든 방법은 하나...살인멸구뿐이지.”
#3-유사부의
수난.
“같이가요!세라씨!”
천천히,그리고 일정한 보폭을 찍으며 걷고 있던 그녀의 발걸음이 뚝하고
멈춘다.더운 날씨 탓일까? 긴생머리를 위로 올려 묶은 그녀의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청초하기 그지 없었다.수수하기 까지한 옷차림.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껍데기가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광채자체를 봉쇄할수 없었던 모양인지, 지나가는 행인들은 힐끔힐끔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일이신가요 박사부님.”
세라의 앞에는 한참이나 뛰어온듯,심하게 헉헉거리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바로,
준의 명령에 의해 세라가 나가고 있는 도장의 다른 사부였다.검게 그을린 피부.그리고 트레이닝복 위로 우람하게 솟아오른 덩치덕에 세라가 더더욱
작아보였다.
“어휴..무슨 여자가 그렇게 걸음이 빨라요?아휴..죽겠네..헥..”
세라는 분명 천천히 걸었기에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라의 속도가 보통 사람하고 같을리가 없었다. 세라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은채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박사부라 불린 사내는 긴장이 되는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음..저기..퇴근하시나요?”
“네.”
“어디로요?집으로가세요?”
“네.”
박사부는
그저 단답형으로 짧은 대답만 돌아오자 멋적은듯 고개를 긁적였다.최소한의 리액션이라도 있어야 대화를 이어가겠지만, 세라의 표정은 무표정한데다가
필요한 대답만을 하고 있었다.
‘거 씨바..더럽게 도도하네 썅.’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표출하지는
못했다.동료 사부들과 한 내기가 있기에.
-내가 유세라 고뇬을 일주일안에 따먹겠다!!!-
그가 동료들끼리 낄낄 거리며
했던 내기의 내용이었다.나름 여성편력이 심한 그는 세라의 도도한 모습이 끌리면서도 쉬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지가 이쁘면
다야?어떻게든 꼬시면 되는거지..큭큭!’
박사부는 마음속으로 심기일전.동료사부들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라를 꼬시지 못한것에 걸었기에, 그가 세라를 유혹한다면 500만원 이상의 거금이 한방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같이 드시러 가실래요?”
“왜..죠?”
이해를 할수 없다는 듯한
세라의 표정에 박사부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그거야! 유사부님이 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서 환영회도 못해
드렸으니 제가 사야죠!”
“괜찮습니다.그럼..”
세라는 꾸벅 목례를 하고는 등을 돌려 버렸다. 그는 가만히 멍때리며
세라의 뒷모습을 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후다닥 세라를 앞질러 가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만요! 계속 이러시면
안되요.”
“무엇을..말씀하시는 겁니까?”
“저희 관장님께서...유사부님께 거하게 쏘지 않으면 저를 짜른다고
했거든요.”
“짜르..다뇨?”
“그러니까.제가 해고 당한단 말입니다.”
세라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염병하네’라고 생각하고도 남을 거짓말 이었지만, 아직 세상을 모르는 세라가 그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푸하하.믿는다 믿어.세상 물정 잘 모른다는 소문이 구라가 아니었군.’
그녀가 오케이 하면 반이상
넘어온것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로써는 회심의 일격이나 다름없었다.세라는 한참이나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저는
잘 얻어먹었다고 하겠습니다.”
“안됩니다! 관장님께서 카드를 주시면서 영수증 가져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럼..왜
박사부님과 제가 단 둘이 먹어야 하죠?”
“그..그건 말이죠..아! 우리 도장에 사부님이 몇분인데요.그렇게 규모가 큰
도장에서...단체 회식하면 돈이 많이 드니, 제가 총대를 맨것이지요!”
갈수록 점입가경인 헛점 투성이 핑계였지만 세라는 또 잠시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준의 지인을 통해 들어간 도장이니 성격대로 딱 잘라 버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세라. 이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기사도를 알고 있지 않아. 여기 사회는 인간관계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거든.-
리미의 충고가 머릿속에
떠오른 세라는, 다시한번 거절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알겠습니다.그렇게 하죠.”
고심끝에 떨어진 세라의 대답에 그는
뛸듯이 기쁜것을 참으며 그녀를 인도했다. 세라는 그를 따라가면서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 준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음을 열지 않는 그녀로썬 빨리
시간이 지나주기만을 바라는 고역이었으니까.
“자자.이쪽에 앉으시죠!여기 삼겹살이 아주 죽여줍니다!”
박사부는 신이나서
근처에 있는 고깃집에 들어가 세라를 자리에 앉혔다.여기저기서 자신의 테이블을 보는 뭇 남정네들의 시선을 느끼며 그는 괜시리
뿌듯해했다.
‘크크크.부럽긴 하지 요것들아. 니들이 언제 이런 미인을 보겠냐.크크큭!’
박사부는 아직도 뻘쭘하게 앉아
있는 세라를 보며 몇마디 농담을 건냈지만, 돌아오는것은 예, 아니오의 단답형 대답이었다.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이모!여기 소주 하나 주세요!”
세라의 눈이 크게 떠진다.소주라면 세라역시 마셔본 경력(?)이 있었다.예전에
준을 따라서 호프집이란 곳에 가본적 있는, 나름 페어리치곤 유니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녀가 아닌가.
“아아.시간도 저녁인데 반주로
한잔하면 좋잖습니까?하하.”
박사부는 너스레를 떨며 점원이 들고온 소주의 마개를 뜯었다.하지만 그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여자와 모텔에 갈때는 요 쇠주가 있어야 하는것 아니겄어?으흐흐.’
누가봐도 세라는 술이 약할것만
같았다.아니, 약하진 않더라도 박사부는 자신의 주량에 꽤나 자신이 있었다.
“자
한잔하세요.”
“괜찮습니다.”
“에이 참..받으시래두.”
박사부는 거절하는 세라의 손을 잡아 억지로 콸콸
소주를 따라주었다.그녀의 무표정이 곧 자신과 뒹굴며 환희에 바뀔 상상을 하니, 박사부는 절로 신이났다.
“아이 씨발!그래서 그
개새끼가 어쨌는데!엉!지금가서 조져불자.”
“아따..조용히 해 이 새끼야.형님이 부르면 바로 가야하는거
몰르냐?”
“염병.떠들지도 못해?누군 룸싸롱에서 술빠는데 건달 가오에 씨발 고깃집에서 소주나 먹고 있고 말야.”
순간
고깃집내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박사부는 뒤에서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리자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세라에게
쉴틈없이 뻐꾸기를 날려야 한다는 플랜이 짜여져 있었지만, 깍두기 머리를 한 건장한 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이 씨발것들 뭘봐!그냥 쳐먹던 술 처먹어!”
덩치의 말 한마디에 가게 내의 손님들은 후다닥 불판쪽으로
고개를 묻었다.험악한 눈으로 실내를 쭈욱 부라린 그는 이윽고 불만가득한 얼굴을 한 박사부와 눈이 마주쳤다.
“어이 거기
깜댕이!뭘꼬나봐! 밥이나 쳐먹어!”
순식간에 ‘깜댕이’가 되어버린 박사부는 슬쩍 세라의 눈치를 보았다.역시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앞에서 도도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이씨.이거 여기서 눈깔면 개쪽이잖아.명색이
사부인데.’
아무리 그래도, 저쪽은 무려 넷이었다. 게다가 대화를 들어보니 껄렁한 동네 양아치가 아니라 진짜 건달인 듯했다.다만
서열이 좀 낮은 관계로 높은 형님들이 근처 룸에서 노실때 비교적 서민적인 삼겹살을 드시는 거겠지만 말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는 굳게 다짐을 했다.그래도 격투기와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 아닌가.걱정이 없을거란 생각에서
였다.
“못깔겠다면 어쩔래? 이 돼지 새끼들아.그리고 왜 건달새끼들이 이런데서 민폐야?나가서 쳐먹던지 하지.”
박사부는
호기있게 소리쳤다.건달들의 눈꼬리는 위로 심하게 치켜 올라갔고, 순간 손님들은 다가올 비극을 예상했는지 하나둘씩 급하게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세라만이 영문모를 표정으로 박사부와 건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씨.일이 좀 꼬였지만 뭐..여기서 점수따는 것도
괜찮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당탕!
테이블이 넘어졌다. 화를 이기지 못한 사내들이 발로
그것을 걷어차며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야 다나가!”
건달의 말 한마디에 손님들은 후다닥 밖을 나가기 바빴고, 가게
주인은 울상이 된 얼굴로 안절부절 못할 뿐이었다.
“이런 십쉐리가 여자 데리고 왔다고 가오잡고 싶은 모양인데..너
돌았냐?엉!”
“나가서 쳐먹으라고 이 새끼들아.”
처음보다는 많이 톤이 다운된 그였지만, 겁을 먹어선 안되었다.이윽고
건달 한명의 손이 박사부의 얼굴 정면으로 날아들었고, 그는 날렵하게 피하며 상대의 허벅지를 걷어차
버렸다.
우당탕탕!
“이런 개새끼가!”
순식간에 세명의 건달들이 의자까지 집어들고 박사부를 향해
돌진했다.
‘어..어라..이게 아닌데..’
정당한 일대일 운동에 익숙한 그가 당황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잠시
주먹을 휘둘러 대항한 그였지만,이내 그는 건달 하나가 집어 던진 의자를 방어하다가 그만 바닥에 뒹굴러 버렸다. 흉흉한 시대에 더욱 활개를 칠수
밖에 없는 이들이 조직폭력배 아니던가. 말단 조직원도 어디가면 대접받는 사회에서, 박사부의 언행은 어찌보면 모험이었을지
몰랐다.
“이 개새끼!뒤져!”
이윽고 바닥에 엎어진 박사부의 몸위로 발길질이 쏟아졌다.처음에는 일어나려고 대항을 했던
그지만, 이내 그의 얼굴은 구둣발로 밟혀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가 확
담가불...”
“그만하시죠.”
어디선가 들려오는 창창한 목소리, 그들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세라는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따 씨벌 반반하긴 허네?근데 시방 뭐라한겨?”
“그만두시라구요.”
“크허허허!야들아
저 아가씨가 지 깔다구 지키고 싶다는디 어쩌냐?”
“어이 아가씨.그냥 좋게 말할때 가잉? 오빠들이 시방 얼라
교육시는겅게잉?”
세라는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건달들은 세라를 위아래로 훑으며 입맛을 다셨고, 그녀의 시선은 바닥에 있는 박사부를
향했다. 밟히는 중간중간 소주병으로도 찍힌 모양인지 금새 피범벅이 되어 있는 그의 모습.세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심하면...될것 같긴 합니다만...일반인을 상대로는 오랜만이라...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수
있습니다.”
“뭐..뭐여? 이 아가씨가 시방 너구리 짬뽕끓이는 소리를 하고 앉았...”
와장창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명의 조직원들은 자신의 앞에서 마치 하나의 원반처럼 자유비행을 하며 날아가는 본인들의 동료를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가게
카운터까지 날아간 그는 출입문에 부딪혔고,그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버린다.
“뭐..뭐시여 시방 이것이?”
어느새
한쪽 손바닥을 편채로 서있는 그녀.그들은 영문도 모른채 바로 앞에 있는 세라를 향해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바로
그때였다.
“으억!”
“켁!”
“워매!”
실로 다양한 음색들.어느새 세라의 몸은 세명의 건달들
사이에 안착했고, 양손과 왼발이 각각 그들의 복부에 정확하게 안착했다.
와장창장!
콰지직!
밖에서 구경하던
손님들은 보아야만 했다. 족히 90키로는 넘어보이는 거구셋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아름답게 비행하다가, 창문을 하나씩 부쉬며 나뒹구는
소리를.
세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눈앞에 널부러져 있는 박사부의 모습.그녀는 머리를 살짝 어루만지며
중얼거린다.
“사회화라는거.........진짜 어렵구나.”
“자!이리로!이곳이
사건현장입니다!”
뭐가 신이났는지 팔짝팔짝 뛰며 앞장서는 연희의 모습에 준과 리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회한섞인 한숨을 주고
받았다.
“결국...데려오시면 어떡해요.”
“내가 데려왔냐?쟤가 내 말은 껌처럼 질겅질겅 씹으면서
따라왔잖아.”
“딱잘라 보내셨으면 됐을 건데요.”
“딱 잘리지 않았잖냐..”
리미는 또한번 한숨을
쉬었다.잘게 잘게 썰려있던(?)건물의 잔해.그것을 조사하러 와야만 했다.그것도 둘의 대화를 엿들었던 그녀가 가자고 조장해서
온것이었다.평소같았으면 간단한 단거리는 스크롤을 이용했을 그들이지만,연희의 눈치가 보여 준은 또 그 10년묶은 고물차를 운행시켜야만
했다.
“준씨! 제가 먼저 가서 조사할까요?”
“저기요..그냥 들어가셔도 되거든요?”
“좋아요.제가 먼저
들어가죠.”
“아뇨.제 말은 글로 들어가라는게 아니고........관둡시다.”
리미는 뚱한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았다.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건물의 잔해를 살피는 그녀.출입금지 테이프를 넘어가려다 오히려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리미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감싸쥐었다.
“야..그러길래 사무실에도 결계를 쳐놨으면 얼마나 좋아.”
“말도 안되죠.그럼 그 건물 자체가
일반인들 눈에 띄지를 않을텐데.”
“리미야.연금술로 기억을 지우거나 할수 없을까?”
준의 물음에 리미는 정색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준은 뜨끔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는 살아있는 생물에게 연금술을 행하지 않습니다.그것은 과학윤리에 어긋나는
것이거든요.”
“8써클의 마법사를 단백질과 무기질,칼슘별로 분리할땐 언제고?”
“윌리엄스의 건은 예외였죠. 그는
살아있는 사람몸에다가 오너의 혼을 소환하는 짓을 한 악독한 자이지만 저 여자분은....”
“에휴...”
“어떻게
하시게요?”
“뭘 어떡하겠냐...”
리미의 질문에 준은 품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여기저기 잔해들을 살피는 연희의
모습을 보며, 준은 허공으로 연기를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데리고 다녀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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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야설치곤 어이없는 환타지.
성인 환타지라고 생각하시고, 가볍게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추천77 비추천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