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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8 -







38부



#1-추격자들





“하아..하아..”



티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험준하기로 유명한 센트럴 산맥의 거친 침엽수들은 그녀의 고운 살갖을 빨갛게 긁어내고 있었다.



‘온다..’



그녀는 얼굴의 반이상을 가린 마스크를 단단히 고정했다.무수히 많은 얼굴로 변신할수 있으나 정작 고유의 얼굴은 갖고 있지 않은 더블워커. 그들은 대낮의 태양에 노출되어서는 안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더블워커 일족중 한명인 티나 역시 두건이 없이는 이런 대낮에 뛰어 다닐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수 없었다. 숲은 황실에서 보낸 정예병들이 점령하듯 애워싸고는 사방에서 그녀를 옥죄어 오며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다른 일족들도 잡혀갔을까?’



티나는 저들이 어떤 목적으로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지 이해할수 없었다.대륙전체에 희귀할 정도로 숫자가 적은 더블워커 일족을 탐내는 사람들이야 많았다. 노예로 팔려가게되면 그 어떤 사람으로도 변신할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변태귀족들의 성적 환타지를 마음껏 충족시켜주는 노리개가 되기 너무나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일일뿐. 체술에 있어 타고난 자질을 갖는 더블워커를 개개인이 생포하여 노예화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런 정부규모의 원정은 티나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녀는 추적자들의 마나를 느끼고는 재빨리 몸을 이동했다. 일족들이 모여있는 곳이 따로 존재한다면 그리로 가겠지만, 애석하게도 더블워커라는 종족은 인간이나 여타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집단 생활을 하지 않는 철저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종족이었다. 계속해서 혼자 생활을 해온 그녀가 거주지를 알고 있는 가족 혹은 지인이 있을리 없었다.



그녀의 눈이 푸르스름한 빛을 띄며 빛이 났다. 우거진 풀숲들이 시야를 잔뜩 가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은 천리안처럼 멀리 떨어진 후방의 추격자들을 똑똑히 바라볼수 있었다. 더블워커들에게 있어서 눈이란 그저 보는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눈으로 모든것을 카피하고, 모든것을 시선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으로 금발머리를 한 한 사내와 몇명의 무리들이 포착되었다.금발의 사내는 눈이 좌우로 찢어져 교활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고, 가슴팍에는 왕실의 문장을 수놓은 가벼운 레더아머를 착용하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왼손에 들려진 검은 온갖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되어 눈을 찔렀다. 은은히 풍기는 마나 자체가 위험인물이라는 적신호가 눈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하지만 티나가 두려워하는것은 그가 아니었다.



‘로브를 입은 녀석들...어떻게든 피해야만 해.’













“줄기차게 도망가는구만.”



더블워커를 생포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 자작 프루토는 조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추격하는 중이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여유로웠다.그가 이끄는 황룡기사단중 한명이 그를 따랐고, 좌우로는 로브를 입은 궁중마법단 소속의 마법사 둘이 비행마법으로 그를 쫓았다.



“단주님.어째서 저런 인간도 아닌 여자를 잡기 위해 이런 대 인원이 투입되는 겁니까?”



프루토는 부하의 질문에 피식 하고 웃었다. 그는 살짝 입맛을 다시며,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티나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입을 열었다.



“인간도 아닌 여자? 아크 너는 더블워커를 상대해 본적 없는게냐?”



아크라 불린 부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이내 대답했다.



“네.부끄럽지만 없습니다.”



“우리같은 기사들이 마나를 느꼈답시고 거들먹 거리며 두세명 설렁설렁 잡으러 갔다가는 되려 당하는게 더블워커들이다.”



“그..그럴리가..단주님께서는 마스터의 칭호를 가진 분이십니다.”



프루토는 티나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나무 사이를 내달렸다.그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마스터?나는 일곱살때부터 검을 쥐었다.나보다 나은놈이 있으면 어떤 꼼수를 써서라도 부상을 입히고 로얄 기사학교에 입학했다.그리고 정확히 10년후에 마나라는 녀석을 느꼈지. 아크. 내가 이렇게 10년이란 시간을 뼈를 깎는 고통에 시달려야 겨우 터득할수 있었던 마나를, 저들은 태어날때부터 수족처럼 다룬다. 게다가 내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더블 워커들은 나의 모든것을 카피할수 있다는 거다. 체술가의 가장 큰 적이라 할수 있지.반대로 저년의 가장 좋은 먹잇감은 우리같은 기사들이란 거고.”



“그..그렇다면 여러명이 합동작전으로 투입해도 되지 않겠습니까?순수 기사단으로만요.”



프루토는 아크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피식 웃었다. 기사가 무관이라면, 마법사는 문관이었다. 기사들의 대부분이 두뇌가 명석하고 꼼수에 능한 마법사들을 기피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럴수도 있겠지.하지만 기사단에는 막대한 피해가 올거다. 우리편의 피를 흘리며 잡는들 무슨소용이 있겠느냐? 게다가 저년은 생포되어야 할 년이다. 당연히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야겠지.”



아크는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는 좌우에 포진된 마법사들을 불만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기사들이 몸을 날려 나무와 나무사이를 날아가듯 경공을 펼칠동안 그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비행마법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마법사.아이러니 하게도 더블워커인 티나에게는 가장 위험한 적이었다. 더블워커의 눈은 마법사들의 마나배열식을 카피하거나 꿰뚫어 볼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법사의 큰 적이 체술가임에도 불구하고 체술의 정점에 있는 더블워커들은 마법사를 피할수 밖에 없었다.즉, 상호간에 천적이자 가장 큰 먹잇감이라는 다소 모순적 관계라는 뜻이었다.



“먹잇감이 목표지점에 있다.전원 속도 줄이도록!”



프루토의 명령에 의해 일행들의 속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작전대로 티나를 어느 한 지점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티나가 있는 지점의 동서남북으로 또다른 루트에서 출발한 추격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었다.









#2- 四面楚歌







“사면초가 였군요.그야말로.”



세라의 말에 초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옛날 이야기의 광팬인 노아와 수아는 아예 자리까지 깔고 큰 눈을 껌벅거리며 초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어느새 수아의 손에는 과자 한봉지가, 노아의 손에는 바나나우유가 들려져 있었다.



“너무나 비열한 짓이었지.우리는 자유를 사랑하는 종족이었다. 비록 다른사람의 얼굴을 빼앗아 다른곳에서 삶을 영위하지만, 우리는 자유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종족들이었지. 프로센왕실은 나에게 그 환상마저 빼앗은 거다.”



유나와 리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기억이 지워진 자신들의 과거는 과연 어땠을까 하는 의문과 찝찝함이었다. 세라의 맑은 눈망울이 초희를 향했다. 서로가 동지이자 라이벌인 두사람은 묵묵히 시선을 주고 받았다. 세라의 반짝이는 입술과 하얀 피부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초희. 그리고 세라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어떻게 되었나요?”



“그런건 물어보나 마나다. 센트럴 산맥은 험준한 지형때문에 인간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곳이다. 그러니 그때의 전투가 사상 유래없는 대 혈전이었던 거지.”













“다시한번 묻겠다 계집.황실에 협조하겠는가?”



티나는 프루토의 말에 이를 갈았다.정신을 차려보니 산위에 펼쳐진 넓직한 구릉에 다다른 것이었다.험준한 지형이 아닌 평지에 가까운 지형이니 애워싸서 생포작전을 펼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모든것이 함정이라고 생각하니 티나의 등에는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웃기지 마라! “



티나의 외침에 프루토는 피식 하고 웃었다. 마법사들은 벌써 한두발자국 물러나 작전개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고 병사들은 하나둘 검을 뽑아들었다.



“절대로 죽여서는 안된다! 생포해야 한다!”



프루토 자작의 목소리에 티나를 둘러싼 병사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쥐었다.티나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족히 수십명은 되는 무리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둥글게 포진해 있었다. 



스르릉!



프루토의 작전개시 명령에 따라 일제히 병사들이 달려들었다.저마다 검이나 창등의 무기들로 완전무장한 인원들 뿐이었다.티나의 눈이 적색으로 물들며 그녀의 눈망울에는 사각형의 기이한 문양이 세겨졌다.



‘이스케이프?( escape)’



수십년간의 기사경력을 가진 프루토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체술에 특화된 전투 종족 더블워커만이 갖는 특유의 능력. 그것은 바로 가장 안전한 지점을 포착하는 공간확보 능력이었다.



티나의 눈에는 빠르게 달려드는 병사들의 모습이 일순간 슬로우모션으로 비춰졌다. 그들의 공격반경과 움직임의 패턴등등이 빠르게 그녀의 눈으로 정보화 되어 입력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은 빠르게 어느 한지점으로 파고 들었다.



“아악!”



몇몇의 비명섞인 외침이 울려퍼졌다.티나가 움직이자마자 그녀를 노리고 날아들었던 무기들이 허공을 갈랐고, 걔중에는 아군의 무기에 맞아 쓰러지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분히 생포하기 위한 위협의도의 휘두름이었지만 그것에 사람이 맞았을때에 전혀 데미지가 없는것은 아니었다. 이윽고 이그러진 대형 중간에서 티나의 몸이 빠르게 회전하며 주위에 있는 다섯명의 턱에 정확하게 킥을 꽂아 넣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목이 돌아가며 쓰러졌다.티나는 재빨리 바닥에 떨궈진 검을 쥐어 휘둘러 병사 두세명의 목을 그대로 그어 버렸다.



“크아아악!”



병사들의 피분수가 솟았지만 프루토의 표정은 변화하나 없었다. 어차피 정예부대가 아닌 일반 병사들 뿐이었다.자신이 이끄는 황룡기사단의 정예 맴버가 아니면 그저 쓰레기로 보는 그가 저런 일반병들의 안위까지 걱정할리 없었다.



마법사들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티나가 의외로 병사들 무리속에 파고들어 있으니 마법을 효율적으로 날릴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예상대로라면 그녀는 사방을 점한 병사들을 경계하며 움직임을 주저해야 했고, 그틈을 날려 움직임을 봉쇄할 마법을 날렸어야 하지만 예상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고 있었다.



‘저 년이..’



프루토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티나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의 안면도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검을 든 티나의 모습이 프루토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 가고 있었다.



‘건방진 년...감히 이 몸을 카피했다는 건가?’



티나로써는 최적의 선택이었다.지금 이순간 그녀가 카피할수 있는 체술가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프루토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다시금 본래의 두건을 두른 티나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그녀가 들고있는 검에는 푸른색 빛무리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병사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왼손잡이인 프루토를 고대로 복사한듯, 그녀는 왼손에 빼앗은 검을 쥐고는 자세를 취했다. 외관만 다를뿐, 전장에서 이름높은 프루토의 모습을 완전히 빼다박은 그녀의 자세에 병사들은 물론 황룡기사단 소속의 아크마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우우우!



티나의 검이 빠르게 횡으로 베어졌다.검기를 머금은 검은 미쳐 피하지 못한 병사들 몇몇을 두부자르듯 도륙했다.하지만 티나의 목적은 병사 몇몇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니었다.



“피해!”



유일하게 티나의 의도를 간파한것은 프루토였다.그는 재빠르게 마법사 쪽을 돌아보며 외쳤지만, 급격히 자세를 바꾼 티나의 검에서 뿌려진 검기는 일직선으로 마법사에게 날아갔다.



파식!



미쳐 손을 쓰지 못한 마법사의 목이 그대로 잘려나갔다.프루토는 재빨리 검을 뽑았다.티나가 시전한 기술은 자신의 주특기인 라이트닝 크로스였다.검기를 누구보다 빨리 날리는 쾌검술의 정수. 자신이 쓰는 오의를 카피당한 프루토는 재빨리 검을 뽑아 남아있는 한명의 마법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뭣들하고 있는거냐!저 년을 어서 생포해! 망설이는 자는 내가 죽인다!”



프루토의 성격을 잘아는 병사들은 덜덜 떨면서도 티나에게 접근했다.티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칙대로라면 한명 남아있는 마법사도 빨리 해치워야 했다. 그래야 병사들을 도륙하고 돌파구를 찾는 희망도 보일수 있었다.체술가들만이 상대라면, 티나에게도 약간은 해볼만한 전투였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는 티나를 향해 돌진했다.사방에서 뻗어오는 병기들. 티나의 손목이 빠르게 회전했고 그것에 맞은 병기들은 힘없이 모두 바닥에 떨궈졌다.그와 동시에 티나의 검기는 점점 농도가 진해지고 있었다. 일대 다수의 적을 섬멸할때 쓰는 프루토만의 장기인 검술중 하나가 시전되려 하고 있었다.



“크아아아!”



“으아악!”



산맥에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쳤다. 검기를 머금은채 그녀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을 했고, 짙푸른 검기들은 그 회전점을 중심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파장되었다. 마나에 눈을 뜨지 못한 일반 병사들이 검기에 대적할 묘수가 있을리 만무했다. 원형으로 파장되는 검기에 쏘인 사람들의 몸은 종이잘리듯 두동강씩 잘려나갔다.



“이봐 마법사.”



“네..넵!”



티나의 무위에 기가 질려있던 로브차림의 사내는 프루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서로 가는 길은 다르지만 엄연히 프루토의 지위가 높았기 때문에 그는 그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



“지금 저 년을 잡을 마법이 있겠나?”



“물론 사로잡을 방법이야 있습니다.”



“어떤 마법이지?”



“아쿠아 제일...수중의 감옥속에 가두는 마법입니다.하지만 지금 병사들이 있어서 섣불리 했다가는..”



“그딴건 중요치 않다.”



“네..네?”



“지금 중요한건 저 년을 사로잡는 것이다.이계의 사자로 보내질 소중한 인적 자원이니까 말이야. 저딴 잡병 몇명의 목숨때문에 주저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마법사는 프루토의 말에 기가 질려 입을 다물어 버렸다.그의 눈은 매섭게 검기를 뿌리는 티나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마법역시 마나를 통해 발동되는 술수입니다. 저 정도 검기라면 아쿠아 제일을 찢을수 있을지도 모르는겁니다.누군가가 시선을 끌어주지 않으면..”



“잘 들어라.내가 여기서 큰 거 한방을 날릴것이다.그냥 당할년이 아닐테니 방어를 취할것이다. 너는 그 순간의 딜레이에 맞춰 저년을 물의 지옥에 가두면 되는거다.내 기술을 단 몇초안에 막을수 있을리가 없다.”



“아..알겠습니다.”



마법사는 재빨리 허공으로 손을 몇번 교차시켰다.시동어만 외치면 된다는 그의 말에 프루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눈앞에서는 티나의 검이 번뜩이며 구릉전체를 피바다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런 큰 기술을 한명의 계집에게 쓰는날이 있다니.’



프루토는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이계로 보내질 사자가 아니라면 정말 겨뤄보고 싶을 정도의 실력자였다.하지만 그녀를 죽여서는 안되었다.그녀는 이번에 징벌된 사자들중 유일하게 인간이 아닌 더블워커였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이계로 보내지기 위해 시술되는 마나의 최적화 과정에서 죽을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었다.



“아크.나를 엄호하도록.”



아크는 프루토의 명령에 검을 뽑아들고는 그의 앞을 막아섰고, 프루토는 검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하늘색 영롱한 빛깔을 띄던 검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의 짙푸른 색깔로 물들기 시작했다.마나를 과잉응집해서 한곳에 날리는 기술. 검을 쥔 자라면 모두가 경악할 만한 마나 컨트롤의 정수였다. 그만큼 프루토가 마나를 수족처럼 다룬다는 뜻이 되었다.



“비켜!”



프루토의 준비가 끝나자 아크는 재빨리 그의 옆으로 비켜섰다.프루토의 검이 일적선으로 위로 올려졌다. 그의 시선이 눈앞에서 병사들과 대처한 티나를 향했고, 잠시간의 딜레이후 그의 검은 직선주로로 하강했다.



콰콰콰콰.



프루토가 쏘아낸 거대한 마나덩어리,아니 검기다발은 눈앞에 있던 병사들을 그대로 밀어버리며 티나를 향해 돌진했다. 아군이 있는대도 전혀 주저없는 칼부림에 마법사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타이밍을 노리기 시작했다.



“치잇!”



티나는 재빨리 몸을 회전하여 주변의 병사들을 검으로 튕겨내듯 쳐내고는 땅에 검을 쑤셔 넣었다. 그와 동시에 검을 중심으로 반구형의 마나 보호막이 생성되었고 조금의 틈도 없이 프루토의 검기다발이 그녀의 보호막으로 직격해 버렸다.



콰콰쾅!



상식을 뛰어넘는 두개의 힘이 맞부딪히자 그 반경에 있던 병사들은 추풍낙옆처럼 날아가버렸다. 



“으이이익...”



티나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마치 전신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엄청난 충격.그나마도 보호막을 친게 이정도이니 저 무지막지한 기술에 당했더라면 온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것만 같았다.



파파파파..



티나의 방어막이 점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프루토가 쏘아 낸 검기는 계속해서 티나의 방어막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집중하여 그것을 견뎌내었다.얼굴을 가린 두건은 그녀가 토해낸 선혈덕에 붉게 물들었다. 바로 그 순간 티나의 귓가로 마법사의 외침이 들리고야 말았다.



“아쿠아 제일!”



아차해도 너무 늦은 것이었다.티나의 주변으로 오밀조밀하게 마나의 가상공간이 투영되었지만, 티나는 그것을 검기로 깨어부술 여유가 없었다.아직까지도 프루토의 기술을 막기에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파직!



티나는 온몸의 힘을 짜내어 그것을 무위로 돌려버렸다.다리가 휘청거렸지만 그녀는 검을 떨구지 않았다. 어서 빨리 마법사가 구현시킨 마법을 깨어야만 했다.



“아..”



팔을 휘두르려던 티나는 그제서야 알수 있었다.마법의 공간속에서 이미 자신의 몸은 반이상 물에 잠겨 있다는 것을. 당황한 그녀가 몸을 비틀었을때에, 이미 티나의 전신은 물에 잠겨버렸다.



“후우..정말 힘들구만.저 년하나 잡는데에 이렇게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니..”



프루토의 중얼거림에 마법사도, 아크도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 티나를 바라보았다.물속 감옥에 갇힌 티나는 심하게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그녀의 움직임은 둔해졌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움직임은 완전히 멈추어 가고 있었다. 프루토는 성큼성큼 물속의 공간에 갇힌 티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의 입가가 비열하게 올라갔고, 그는 이윽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희처럼 막강한 종족이 왜 멸종되어 가는지 알고있나?”



티나쪽에서 대답이 들려올리 없었다.이미 기절을 해버린 그녀는 마법이 풀리는 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은채 바닥에 털썩하고 쓰러져 버렸다.



"바로...협동이라는게 없기 때문이지.크큭."







#3- 그녀를 구한 또다른 이계의 사자.







티나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모든것이 어둠이었다. 그녀는 슬립 마법때문에 깊은 잠에 빠져 궁까지 이송되었던 것이다.모든 술법의 중심인 눈에는 천이 둘러졌고, 수족은 마법이 걸린 도구로 꽁꽁 봉해져 있었다.



“정신이 든 모양이군.”



티나의 몸이 급격하게 경직했다. 그녀의 귓가로 들려온 목소리는 그녀도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나를 잡았던..그 자식.’



마지막 순간에 보는것만으로도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검기 다발을 쏘아 아군까지 쓸어버리는 과격한 술수를 부렸던 자. 바로 프루토의 목소리였다.



“죽여버리겠다..”



티나는 이를 갈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눈이 보이진 않았지만,청각 만으로도 프루토의 위치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크크큭.”



조소섞인 비웃음소리가 티나의 귓가에 메아리쳤다. 하지만 손발은 꽁꽁 묶여 움직여지지 않았다.



“난 널 죽일 생각이 없다. 내가 너에게 긴히 부탁할것이 있어서 잡아왔을 뿐이지.”



“헛소리하지마라. 네놈들 인간들의 청을 내가 들어줄거 같은가?”



“아주 간단한 부탁이다.그것만 들어준다면 널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도록 하지.”



티나의 움직임이 일순간 정지했다. 자유..그녀가 그토록 바라고 동경해 마지 않던 삶이었다.



“나는 황실의 자작이다. 내 청만 들어준다면, 넌 더이상 숲속에 살면서 인간들의 얼굴을 훔치지 않아도 될것이다.내 너가 살만한 거처를 특별히 마련해 주지.”



티나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을 훔쳐 살아도, 그 얼굴의 주인공이 나타나게 되면 사라져야 하는것이 자신의 삶. 흡사 떠돌이와도 같은 삶이 아닐수 없었다.그런 그녀에게 프루토의 제안은 너무나 솔깃한 것이었다.



“정..말인가?”



“기사가 거짓말을 할리가 없지 않나?크큭.”



이윽고 티나의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제거되었다.한참동안 어둠속에 있었던 탓에 눈이 따가웠지만 그녀는 곧 평상시의 시력을 회복하고는 프루토를 바라보았다.



“여긴 어디지?”



“내 침소다.걱정할것 없어.”



“부탁이란게 뭐지?어서 말해라.”



프루토는 비열하게 웃으며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그의 품안에서 나온것은 어느 한 여성의 초상화였다.갈색빛 머리카락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었다.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말로 표현할수 없는 기풍이 흘렀다.



“이 모습으로 변신할수 있겠는가?”



“어렵진 않지.하지만 원하는게 뭐지?”



“일단 변신을 해보도록 해.자유의 몸이 널 기다리고 있다.”



티나는 의아했고,또 수상했지만 생각외로 쉬운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초상화를 잠시 응시한 그녀의 모습이 천천히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오오오..”



프루토는 군침을 꿀꺽하고 삼켰다.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티나의 모습이 점점 초상화의 인물과 1퍼센트의 오차없이 맞춰지고 있었다.



“흐흐흐..아름답군..역시..한 나라의 공주다운 외모야.”



“뭐라고 하는거..헉!”



티나는 깜짝 놀랐지만 움직일수 없었다.프루토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주물렀기 때문이었다.티나는 깜짝 놀랐지만 움직일수 없었다.이미 마법의 용구에 양손과 양발이 봉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모습을 바꾸지 말도록 해. 그럼 자유고 뭐고 널 죽이겠다.”



“그..그런..”



프루토의 두 눈에 욕정이 가득찼다.티나는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하지만 그 모습이 늘 사모하던 공주의 모습으로 보이고 있는 프루토에게는 오히려 더 큰 자극이었다.



그의 손이 가슴을 마음껏 유린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점점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티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치욕을 참아내려 애를 썼다. 그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자유의 몸이 될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때문에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수도 없었다.



“오오..정말 놀랍군.공주와 하는 기분인데 그래..큭큭.”



프루토는 양발이 봉해진 티나의 다리를 살짝 들어올리고는 가랑이 사이의 둔덕에 손을 대고 비비기 시작했다.티나는 터져나오는 신음을 참으려 부던히 애를 썼다.그의 손이 무지막지하게 자신의 옷가지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티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것을 느끼며 더욱더 이를 악물었다.프루토의 몸이 천천히 자신이 있는 쪽으로 밀착했다.티나의 몸위를 가리는 천들은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뭐하는짓인가 자네.”



일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프루토의 몸이 뚝하고 멎었다.티나의 시선에 수염이 삐쭉삐쭉 나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 투영되었다.프루토는 잠시 오만상을 찡그리더니 이윽고 옷가지를 추스리며 일어났고,티나는 재빨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몸을 웅크려 나체를 가렸다.



“이거이거..터커 단장님께서 여긴 어인일로..”



프루토는 까딱하고 목례하며 비아냥 거리듯 입을 열었다.터커는 근엄한 표정으로 티나를 바라보고는 프루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계의 사자를 데리고 뭐하는 짓인겐가. 게다가 공주님의 모습을..그런 불경까지 저지르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뭐 직접 공주님을 범한건 아니잖습니까?”



“뭐라?”



“너무 반듯한 기사인척 행세하지 마시지요.가르치려고 하지도 마시구요.제가 예전처럼 단장님 밑에서 검을 배우던 풋내기는 아니잖습니까? 이제 어엿한 기사단의 단주라구요.”



터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일반 백성이 그랬다면 볼것도 없이 사형에 처해질만한 불경이었지만 그는 프로센의 기둥이라 할수 있는 삼대 기사단중 하나인 황룡기사단을 맡고 있는 단주였다. 한때 자신의 애제자 였지만,이제는 어엿한 동급의 지위를 가진 기사단주인 것이었다.



터커는 천천히 티나에게로 다가갔다.그녀의 눈이 경계로 물들을 그 시점, 터커의 손이 빠르게 티나의 몸 몇군데를 찔렀다.



“앗..”



그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푹 하고 기절해 버렸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프루토는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흠..쓸만한 기술이로군요. 그렇게 손짓만으로 기절시킬수 있다니..원리가 뭐죠?”



“혈맥을 이용한 기술이네.자네가 알아서 좋을건 없으니 함구하도록 하지.”



“무슨 뜻입니까?”



“자네가 알아봐야 여자를 기절시켜서 성욕채우는데 급급할테니 말일세.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어서 빨리 이계로 사자들을 보내지 않으면 안될테니.”



터커는 그녀를 가볍게 들어올려 어깨에 걸쳤다.간만의 유희에 방해를 받은 프루토의 얼굴은 험상굳게 일그러지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나 프루토 자작 그 자가 문제였군요.”



세라역시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녀도 프루토에게 진 빚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또한 초희를 구한 터커역시 세라는 잘 알고 있었다.그를 왕실에 데려간 인물이 다름아닌 황실기사단장 터커 크로워드 였다.



“그 이후에도 프루토는 끊임없이 나에게 더러운 요구를 했지. 내가 이쪽으로 넘어오기 전..그러니까 왕실에 갇혀있는 기간 내내 말이야.더러운 자식이었지.”



“언젠가 제 검으로 베고 싶은 자이기도 합니다.”



세라는 살짝 검자루를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렸다.하지만 초희는 고개를 저었다.



“뭐..구태여 그럴필요가 없을거 같은데?”



“네?”



세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초희는 세라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이미 죽을뻔할 만큼 호되게 당했으니까."



세라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그는 분명 세라에게 장력까지 날릴 정도로,세라가 황실에서 훈련받고 있을때는 멀쩡하다 못해 쌩쌩했기 때문이었다.



"물론...신관들 몇몇이 소생술로 다 죽어가는 그 녀석을 살려내긴 했지."



"사고를 당한건가요?"



“아니.그런게 아냐. 그가 당했던 그날도 나에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었고, 마법구에 갇힌 나는 반항한번 하지 못했거든.”



“그럼..혹시나 초희씨가 직접?”



하지만 초희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니.말했다 시피 난 황궁에 있는 내내 마나를 제어하는 마법구를 양손 양발에 내게씩 차고 다녔으니 불가능했어.그 날도 연무장 한쪽에서 나를 잡고는 내 목에 검을 들이대더군.이미 한번 하고자 하는것을 꺾이니 오기로라도 하고싶었던 모양이겠지.뭐..게다가 그정도 지위에 있는자가 그러니 아무도 말리지 못했고.”



“그럼 터커가 구한건가요?”



“아니야.그는 당시에 없었어.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소녀에게 당했지.”



“같은 처지라 하면?”



“뻔하지.페어리..아니 당시로 말하자면 페어리 후보생에게 살해당할 뻔했어.”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특히 초희를 제외하고는 그들중에서 유일하게 프루토의 실력을 알고 있는 세라로써는 더욱더 충격적인 말이었다.



“누군가요?그..페어리는..”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지만,초희는 마치 피식하고 웃는듯했다. 



“우리들 중에 있어. 그 페어리가 말이야.”



리미나 유나는 물론, 마유미까지도 깜짝 놀라 초희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팔이 살짝 올라가고는 어느 한점을 가리켰다.좌중의 시선이 그대로 초희가 가리키는 지점으로 집중되었다.



“바로 너다.”



“에에??나아?”



모두가 입을 쩌억 벌리고 있을때 초희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되묻는 인물.그녀는 바로 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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