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8장
第 八 章 魔火三寶
------ 나 적양신마(赤陽神魔)가 행여 노파심으로 이 글을 남긴다.
잿더미 속에서 발견된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적양신마가 남긴 유언,
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이제 죽거니와 요녀의 금강불괴를 깨뜨릴 힘이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
해서, 노부는 노부의 일신의 원정지기(元精之氣)를 총 동원하여 요녀에게 한가지 금법(禁法)을 시전할 작정이다. 그것은 마화적멸강막이라는 것으로 마화사원(魔火寺院) 최후의 수호금법이다.
「마화사원(魔火寺院)!」
이검한은 해연히 놀란 표정으로 부르짖었다.
그는 마화사원(魔火寺院)에 대해 냉약빙이 구해다 준 천축의 고서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천축 어딘가에는 아수라(阿修羅)를 숭배하는 마교(魔敎)의 무리가 세운 성전이 있었다.
아수라(阿修羅)------!
파괴와 살육의 상징!
그 아수라의 권능은 바로 불(火)이었다.
아수라의 추종자들은 그 아수라를 위해 세운 성전의 이름을 마화성전(魔火聖展)이라 불렀다.
그리고,
천축인들은 그곳을 마화사원(魔火寺院)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하나,
그 마화사원(魔火寺院)은 또 다른 마의 추종자들인 소뢰음사(小雷音寺)와의 쟁패에서 패퇴하여 사멸하고 말았다.
그것이 이천여 년 전의 일이었다.
한데,
그 마화사원의 이름이 뜻밖에도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가?
------마화적멸강막!
마화사원의 가장 무서운 금제,
인간의 생명력을 모조리 불의 기운으로 전환하여 하나의 강막을 형성하는 비법이었다.
일단 그 강막에 휩싸이면 무쇠라도 재로 화하고 만다.
적양신마 ------!
그는 이미 태반의 내공을 누란왕후 흑요설에게 탈취당하고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비록 천신만고 끝에 흑요설을 제압하기는 하였으나 막상 그에게는 흑요설을 죽일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흑요설은 이미 금강지체(金剛之體)의 몸이었다.
그녀를 죽이려면 간장(干裝), 막사(莫邪)와 같은 신병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흑요설을 죽일 수 없음을 깨달은 적양신마,
그는 최후의 수단을 이용하여 흑요설을 죽이려 했다.
즉,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녹여 마화적멸강막을 만든 뒤 그것을 흑요설에게 덮어씌운 것이었다.
비록 그것으로 당장 흑요설을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오랜 세월 마화적멸강막에 덮여 있다 보면 흑요설이 비록 금강지체라 할지라도 결국 한줌의 재로 변하게 될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누란왕후가 비록 천년의 내공을 지녔다 해도 마화적멸강막 아래서는 백년을 견디지 못하고 재로 화하고 말 것이다. 이제 이 글을 본 인연자에게 간절히 원하거니와 노부와 누란왕후가 잠든 이 석실을 영원히 봉쇄해 달라는 것이다. 비록 그녀가 희대의 요부이기는 했어도 노부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하여, 함께 영면하여 저승에서나마 원앙의 환희를 누릴 수 있기를 빌 뿐이다! 수고의 대가로 마화삼보(魔火三寶)를 남기니 충분한 보답이 되리라 믿는다.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마화삼보(魔火三寶) ------!
그것은 적양신마의 시체에서 타지 않고 남은 세 가지 물건이었다.
------ 마화신척(魔火神尺).
------ 마화경(魔火經).
------ 적룡풍(赤龍風).
이것이 바로 마화삼보(魔火三寶)였다.
마화신척(魔火神尺),
그것은 마화사원(魔火寺院)의 호법지보였다.
그 안에는 활화산 하나에 필적하는 가공할 극양강기가 잠재되어 있었다.
마화경(魔火經)은 아수라(阿修羅)의 상징이었다.
그 안에는 마화사원의 비전 마공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적룡풍(赤龍風) ------!
그것은 화룡잠(火龍蠶)이라는 영물이 토한 비단실로 짠 피풍이었다.
도검불침은 물론 모든 화기(火氣)를 다스리는 효능을 지닌 기보.
아득한 옛날,
적양신마는 우연히 마화삼보(魔火三寶)를 얻어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의 첫째가 될 수 있었다.
적양신마의 글을 모두 읽고난 이검한,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데......!)
그는 흠칫하며 백옥침상을 돌아보았다.
적양신마의 말대로라면 누란왕후의 교구는 이미 오래 전에 재로 변했어야만 했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비록 온 몸의 체모가 타버리기는 했으나 누란왕후는 멀쩡하지 않은가?
이검한의 안색이 갑자기 홱 변했다.
(설마...,.. 죽지 않았단 말인가?)
그는 소름이 오싹 끼침을 느꼈다.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침상에 누워있는 누란왕후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음 순간,
「저...... 저럴 수가......!」
이검한은 질겁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보라!
스으...... 스으......
자세히 살펴보니 누란왕후의 몸을 감싼 붉은 노을이 마치 가는 실처럼 변해 그녀의 전신모공으로 빨려들고 있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누란왕후 흑요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미미하게나마 기복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스으...... 스으......
그녀의 몸을 감싼 마화적멸강막이 급격히 엷어져갔다.
오오!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본래,
이 밀실은 천년동안 밀폐되어 있었다.
그러다 이검한이 철문을 여는 바람에 마화적멸강막의 화기가 문밖으로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오래지 않아 마화적멸강막의 화기는 완전히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때,
쿵...... 쿵!
아연함을 금치못하는 이검한의 귓전으로 미미하나마 누란왕후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검한은 아연실색했다.
(저...... 저 마녀가 소생하려고 한다!)
그는 너무 놀라 믿을 수가 없었다.
천만뜻밖에도 누란왕후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마화적멸강막이 약해지자 부활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의 가슴은 세차게 두근거렸다.
이어,
그는 급히 마화신척을 집어들고 누란왕후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치지지직......
마화적멸강막의 잔재가 이검한의 살갗을 태우며 연기가 일어났다.
하나,
이검한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조급한 마음으로 마화신척을 거꾸로 꼬나들고 누란왕후의 가슴을 겨누었다.
「용서해요, 여왕님!」
그는 누란왕후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을 느끼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화신척을 누란왕후의 가슴에 찔러 넣으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반짝!
죽은 듯이 감겨져있던 누란왕후의 두 눈이 갑자기 반짝 치떠졌다.
눈썹 한올 없는 눈꺼풀이 떨어지며 그 안에서 추수같이 새파란 한쌍의 신비로운 벽안(碧眼)이 드러났다.
순간,
(헉!)
이검한은 질겁했다.
누란왕후의 그 푸른 벽안을 대하는 순간 마치 심혼이 몽땅 빨려 들어가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 제발 살려다오!
그같은 처절한 애원이 이검한의 뇌리를 직격하는 듯 했다.
그같은 간절한 애원에,
(가엾다!)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누란왕후에 대해 연민지정을 느꼈다.
그 바람에,
그는 들고 있던 마화신척을 누란왕후의 가슴에 찔러 넣지 못했다.
누란왕후는 천여 년의 세월동안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때문에,
현재 그녀는 막 마화적멸강막을 중화시키느라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만일 이검한이 마화신척으로 찌르면 그녀는 마화신척의 강력한 화기에 전신 심맥이 타들어가 죽고 말 것이다.
한데,
이검한은 그 절후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었다.
이검한이 멈칫하는 사이,
스읏!
문득 누란왕후의 섬섬옥수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이검한의 옆구리를 찍어왔다.
순간,
「헉!」
이검한이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한 줄기 강맹한 잠력이 그의 옆구리 연마혈을 후려친 후였다.
직후,
콰다당 ------!
이검한은 전신이 마비됨을 느끼며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크윽...... 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검한은 모질게 바닥으로 나뒹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하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호...... 호! 어리석은 것!」
카랑카랑하고 듣기 거북한 웃음소리와 함께 누란왕후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천 수백년 만에 부활하는 탓에 전신의 관절과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아 동작 하나하나가 지극히 느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이검한,
그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큰...... 큰일이다. 내 실수로 저 무서운 마녀를 부활시켰으니......!)
그는 당황을 금치 못하며 안절부절 했다.
하나,
그는 지금 마혈이 짚혀 손가락 하나 까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사이,
누란왕후는 천천히 침상에서 내려섰다.
「호호...... 드디어...... 때가...... 도래...... 했...... 구나! 하늘...... 아래에서...... 사내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고...... 말겠다!」
그녀는 감회와 함께 원한에 사무친 교소를 터뜨렸다.
처음에는 지극히 탁하고 메마르게 들리던 그녀의 음성에도 점차 윤기가 돌았다.
「흥! 어린 놈이었군!」
누란왕후는 바닥으로 나뒹군 이검한을 일별하고는 싸늘하게 코웃음쳤다.
「잠시...... 기다려라! 공청석유(空淸石乳)로...... 몸을 적신...... 후에 네놈을 상대해 줄테니......!」
그녀는 탐욕의 눈길로 이검한을 주시하며 비칠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검한을 바라보는 누란왕후의 시선,
그것은 마치 굶주린 짐승의 눈빛과 같았다.
이검한은 그 전율적인 느낌에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 사이,
밖으로 나간 누란왕후,
그녀는 현음동천의 가운데 자리한 예의 그 기이한 연못으로 다가가 서슴없이 풍덩 연못 안으로 뛰어들었다.
------ 공청석유(空淸石乳)!
그렇다!
그 샘물이야말로 한 모금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희세영약 공청석유(空淸石乳)였다.
「호호...... 뼈속까지 생기가 가득차 오는 구나!」
공청석유에 탐스러운 교구를 담근 누란왕후,
그녀는 바르르 치를 떨며 희열에 찬 교성을 발했다.
오!
보라.
메마르고 건조하던 그녀의 피부는 공청석유를 빨아들여 삽시에 뽀얀 윤기를 띠는 것이 아닌가?
문득,
「호호! 꼴좋구나. 더러운 사내놈!」
누란왕후는 공청석유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죽어있는 유사지존(流砂至尊)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깔깔 표독한 교서를 터뜨렸다.
「본 왕후를 죽이려한 대가로 네놈의 피붙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주겠다!」
그녀는 사악한 눈을 번뜩이며 한서린 음성으로 맹세했다.
이윽고,
촤...... 아!
누란왕후는 공청석유가 찰랑거리는 연못에서 나신을 일으켰다.
아!
아름다웠다.
그녀의 몸매는 금방 새벽 이슬을 담뿍 머금은 채 피어난 백화와 같이 숨가쁜 유혹의 빛을 뿌리며 생기롭게 되살아났다.
신(神)의 조각품인들 이렇게 완벽할 수 있으랴?
절대「絶代)의 조화와 균형을 이룬 뇌살적인 몸매!
이제 그녀는 완전히 그 옛날 열국왕들을 뇌살시킨 그 절대완미의 아름다운 몸매를 되찾은 것이었다.
실로 그것은 무서운 유혹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심혼이 달아나 버릴 듯한 전율적인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사내가 천하에 뉘 있으랴?
이윽고,
「오래 기다렸지? 귀여운 것!」
누란왕후는 풍만하고 탱탱한 둔부를 한들거리며 연못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요악하기 이를 데 없는 교소를 발하며 이검한을 향해 다가왔다.
이검한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여......여왕님! 나를 풀어 주세요! 저는 여왕님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몸입니다.」
그는 다가서는 누란왕후를 향해 간절한 음성으로 애원했다.
하나,
「흥! 그럴수는 없다! 너는.... 내 손에 죽어야만 한다!」
누란왕후는 싸늘한 코웃음을 발하며 사악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억울한 듯 소리쳤다.
「왜 저를 죽여야만 합니까?」
「그 이유를 가르쳐 주마!」
문득,
누란왕후는 이검한의 머리위로 다가오더니 그곳에서 두 다리를 벌리고 섰다.
순간,
(헉!)
이검한은 기겁하며 눈을 부릅떴다.
누란왕후의 두 다리는 바로 그의 얼굴위에서 벌어졌다.
그 때문에,
그녀의 허벅지 사이의 은밀한 비소가 그대로 이검한의 눈에 들어온것이 아닌가?
백옥같이 흰 계곡,
그 주위는 한올의 터럭 조차 나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은밀하기 이를데 없는 계곡일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대로 들여다 보였다.
길게 갈라진 살틈,
수줍게 입을 벌린 그 하얀 살틈으로 붉고 오돌오돌한 야릇한 살점들이 벌려져 있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이검한으로 서는 지금껏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여체의 적나라한 일부,
그것이 지금 그의 눈앞에 너무나 생생하게 들어온것이 아닌가?
===============================================================
여기까지가 제일권 입니다.
다음에는 제2권 "新疆의 劫風" 편에서....
------ 나 적양신마(赤陽神魔)가 행여 노파심으로 이 글을 남긴다.
잿더미 속에서 발견된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적양신마가 남긴 유언,
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이제 죽거니와 요녀의 금강불괴를 깨뜨릴 힘이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
해서, 노부는 노부의 일신의 원정지기(元精之氣)를 총 동원하여 요녀에게 한가지 금법(禁法)을 시전할 작정이다. 그것은 마화적멸강막이라는 것으로 마화사원(魔火寺院) 최후의 수호금법이다.
「마화사원(魔火寺院)!」
이검한은 해연히 놀란 표정으로 부르짖었다.
그는 마화사원(魔火寺院)에 대해 냉약빙이 구해다 준 천축의 고서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천축 어딘가에는 아수라(阿修羅)를 숭배하는 마교(魔敎)의 무리가 세운 성전이 있었다.
아수라(阿修羅)------!
파괴와 살육의 상징!
그 아수라의 권능은 바로 불(火)이었다.
아수라의 추종자들은 그 아수라를 위해 세운 성전의 이름을 마화성전(魔火聖展)이라 불렀다.
그리고,
천축인들은 그곳을 마화사원(魔火寺院)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하나,
그 마화사원(魔火寺院)은 또 다른 마의 추종자들인 소뢰음사(小雷音寺)와의 쟁패에서 패퇴하여 사멸하고 말았다.
그것이 이천여 년 전의 일이었다.
한데,
그 마화사원의 이름이 뜻밖에도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가?
------마화적멸강막!
마화사원의 가장 무서운 금제,
인간의 생명력을 모조리 불의 기운으로 전환하여 하나의 강막을 형성하는 비법이었다.
일단 그 강막에 휩싸이면 무쇠라도 재로 화하고 만다.
적양신마 ------!
그는 이미 태반의 내공을 누란왕후 흑요설에게 탈취당하고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비록 천신만고 끝에 흑요설을 제압하기는 하였으나 막상 그에게는 흑요설을 죽일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흑요설은 이미 금강지체(金剛之體)의 몸이었다.
그녀를 죽이려면 간장(干裝), 막사(莫邪)와 같은 신병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흑요설을 죽일 수 없음을 깨달은 적양신마,
그는 최후의 수단을 이용하여 흑요설을 죽이려 했다.
즉,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녹여 마화적멸강막을 만든 뒤 그것을 흑요설에게 덮어씌운 것이었다.
비록 그것으로 당장 흑요설을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오랜 세월 마화적멸강막에 덮여 있다 보면 흑요설이 비록 금강지체라 할지라도 결국 한줌의 재로 변하게 될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누란왕후가 비록 천년의 내공을 지녔다 해도 마화적멸강막 아래서는 백년을 견디지 못하고 재로 화하고 말 것이다. 이제 이 글을 본 인연자에게 간절히 원하거니와 노부와 누란왕후가 잠든 이 석실을 영원히 봉쇄해 달라는 것이다. 비록 그녀가 희대의 요부이기는 했어도 노부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하여, 함께 영면하여 저승에서나마 원앙의 환희를 누릴 수 있기를 빌 뿐이다! 수고의 대가로 마화삼보(魔火三寶)를 남기니 충분한 보답이 되리라 믿는다.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마화삼보(魔火三寶) ------!
그것은 적양신마의 시체에서 타지 않고 남은 세 가지 물건이었다.
------ 마화신척(魔火神尺).
------ 마화경(魔火經).
------ 적룡풍(赤龍風).
이것이 바로 마화삼보(魔火三寶)였다.
마화신척(魔火神尺),
그것은 마화사원(魔火寺院)의 호법지보였다.
그 안에는 활화산 하나에 필적하는 가공할 극양강기가 잠재되어 있었다.
마화경(魔火經)은 아수라(阿修羅)의 상징이었다.
그 안에는 마화사원의 비전 마공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적룡풍(赤龍風) ------!
그것은 화룡잠(火龍蠶)이라는 영물이 토한 비단실로 짠 피풍이었다.
도검불침은 물론 모든 화기(火氣)를 다스리는 효능을 지닌 기보.
아득한 옛날,
적양신마는 우연히 마화삼보(魔火三寶)를 얻어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의 첫째가 될 수 있었다.
적양신마의 글을 모두 읽고난 이검한,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데......!)
그는 흠칫하며 백옥침상을 돌아보았다.
적양신마의 말대로라면 누란왕후의 교구는 이미 오래 전에 재로 변했어야만 했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비록 온 몸의 체모가 타버리기는 했으나 누란왕후는 멀쩡하지 않은가?
이검한의 안색이 갑자기 홱 변했다.
(설마...,.. 죽지 않았단 말인가?)
그는 소름이 오싹 끼침을 느꼈다.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침상에 누워있는 누란왕후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음 순간,
「저...... 저럴 수가......!」
이검한은 질겁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보라!
스으...... 스으......
자세히 살펴보니 누란왕후의 몸을 감싼 붉은 노을이 마치 가는 실처럼 변해 그녀의 전신모공으로 빨려들고 있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누란왕후 흑요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미미하게나마 기복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스으...... 스으......
그녀의 몸을 감싼 마화적멸강막이 급격히 엷어져갔다.
오오!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본래,
이 밀실은 천년동안 밀폐되어 있었다.
그러다 이검한이 철문을 여는 바람에 마화적멸강막의 화기가 문밖으로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오래지 않아 마화적멸강막의 화기는 완전히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때,
쿵...... 쿵!
아연함을 금치못하는 이검한의 귓전으로 미미하나마 누란왕후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검한은 아연실색했다.
(저...... 저 마녀가 소생하려고 한다!)
그는 너무 놀라 믿을 수가 없었다.
천만뜻밖에도 누란왕후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마화적멸강막이 약해지자 부활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의 가슴은 세차게 두근거렸다.
이어,
그는 급히 마화신척을 집어들고 누란왕후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치지지직......
마화적멸강막의 잔재가 이검한의 살갗을 태우며 연기가 일어났다.
하나,
이검한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조급한 마음으로 마화신척을 거꾸로 꼬나들고 누란왕후의 가슴을 겨누었다.
「용서해요, 여왕님!」
그는 누란왕후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을 느끼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화신척을 누란왕후의 가슴에 찔러 넣으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반짝!
죽은 듯이 감겨져있던 누란왕후의 두 눈이 갑자기 반짝 치떠졌다.
눈썹 한올 없는 눈꺼풀이 떨어지며 그 안에서 추수같이 새파란 한쌍의 신비로운 벽안(碧眼)이 드러났다.
순간,
(헉!)
이검한은 질겁했다.
누란왕후의 그 푸른 벽안을 대하는 순간 마치 심혼이 몽땅 빨려 들어가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 제발 살려다오!
그같은 처절한 애원이 이검한의 뇌리를 직격하는 듯 했다.
그같은 간절한 애원에,
(가엾다!)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누란왕후에 대해 연민지정을 느꼈다.
그 바람에,
그는 들고 있던 마화신척을 누란왕후의 가슴에 찔러 넣지 못했다.
누란왕후는 천여 년의 세월동안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때문에,
현재 그녀는 막 마화적멸강막을 중화시키느라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만일 이검한이 마화신척으로 찌르면 그녀는 마화신척의 강력한 화기에 전신 심맥이 타들어가 죽고 말 것이다.
한데,
이검한은 그 절후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었다.
이검한이 멈칫하는 사이,
스읏!
문득 누란왕후의 섬섬옥수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이검한의 옆구리를 찍어왔다.
순간,
「헉!」
이검한이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한 줄기 강맹한 잠력이 그의 옆구리 연마혈을 후려친 후였다.
직후,
콰다당 ------!
이검한은 전신이 마비됨을 느끼며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크윽...... 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검한은 모질게 바닥으로 나뒹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하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호...... 호! 어리석은 것!」
카랑카랑하고 듣기 거북한 웃음소리와 함께 누란왕후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천 수백년 만에 부활하는 탓에 전신의 관절과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아 동작 하나하나가 지극히 느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이검한,
그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큰...... 큰일이다. 내 실수로 저 무서운 마녀를 부활시켰으니......!)
그는 당황을 금치 못하며 안절부절 했다.
하나,
그는 지금 마혈이 짚혀 손가락 하나 까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사이,
누란왕후는 천천히 침상에서 내려섰다.
「호호...... 드디어...... 때가...... 도래...... 했...... 구나! 하늘...... 아래에서...... 사내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고...... 말겠다!」
그녀는 감회와 함께 원한에 사무친 교소를 터뜨렸다.
처음에는 지극히 탁하고 메마르게 들리던 그녀의 음성에도 점차 윤기가 돌았다.
「흥! 어린 놈이었군!」
누란왕후는 바닥으로 나뒹군 이검한을 일별하고는 싸늘하게 코웃음쳤다.
「잠시...... 기다려라! 공청석유(空淸石乳)로...... 몸을 적신...... 후에 네놈을 상대해 줄테니......!」
그녀는 탐욕의 눈길로 이검한을 주시하며 비칠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검한을 바라보는 누란왕후의 시선,
그것은 마치 굶주린 짐승의 눈빛과 같았다.
이검한은 그 전율적인 느낌에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 사이,
밖으로 나간 누란왕후,
그녀는 현음동천의 가운데 자리한 예의 그 기이한 연못으로 다가가 서슴없이 풍덩 연못 안으로 뛰어들었다.
------ 공청석유(空淸石乳)!
그렇다!
그 샘물이야말로 한 모금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희세영약 공청석유(空淸石乳)였다.
「호호...... 뼈속까지 생기가 가득차 오는 구나!」
공청석유에 탐스러운 교구를 담근 누란왕후,
그녀는 바르르 치를 떨며 희열에 찬 교성을 발했다.
오!
보라.
메마르고 건조하던 그녀의 피부는 공청석유를 빨아들여 삽시에 뽀얀 윤기를 띠는 것이 아닌가?
문득,
「호호! 꼴좋구나. 더러운 사내놈!」
누란왕후는 공청석유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죽어있는 유사지존(流砂至尊)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깔깔 표독한 교서를 터뜨렸다.
「본 왕후를 죽이려한 대가로 네놈의 피붙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주겠다!」
그녀는 사악한 눈을 번뜩이며 한서린 음성으로 맹세했다.
이윽고,
촤...... 아!
누란왕후는 공청석유가 찰랑거리는 연못에서 나신을 일으켰다.
아!
아름다웠다.
그녀의 몸매는 금방 새벽 이슬을 담뿍 머금은 채 피어난 백화와 같이 숨가쁜 유혹의 빛을 뿌리며 생기롭게 되살아났다.
신(神)의 조각품인들 이렇게 완벽할 수 있으랴?
절대「絶代)의 조화와 균형을 이룬 뇌살적인 몸매!
이제 그녀는 완전히 그 옛날 열국왕들을 뇌살시킨 그 절대완미의 아름다운 몸매를 되찾은 것이었다.
실로 그것은 무서운 유혹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심혼이 달아나 버릴 듯한 전율적인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사내가 천하에 뉘 있으랴?
이윽고,
「오래 기다렸지? 귀여운 것!」
누란왕후는 풍만하고 탱탱한 둔부를 한들거리며 연못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요악하기 이를 데 없는 교소를 발하며 이검한을 향해 다가왔다.
이검한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여......여왕님! 나를 풀어 주세요! 저는 여왕님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몸입니다.」
그는 다가서는 누란왕후를 향해 간절한 음성으로 애원했다.
하나,
「흥! 그럴수는 없다! 너는.... 내 손에 죽어야만 한다!」
누란왕후는 싸늘한 코웃음을 발하며 사악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억울한 듯 소리쳤다.
「왜 저를 죽여야만 합니까?」
「그 이유를 가르쳐 주마!」
문득,
누란왕후는 이검한의 머리위로 다가오더니 그곳에서 두 다리를 벌리고 섰다.
순간,
(헉!)
이검한은 기겁하며 눈을 부릅떴다.
누란왕후의 두 다리는 바로 그의 얼굴위에서 벌어졌다.
그 때문에,
그녀의 허벅지 사이의 은밀한 비소가 그대로 이검한의 눈에 들어온것이 아닌가?
백옥같이 흰 계곡,
그 주위는 한올의 터럭 조차 나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은밀하기 이를데 없는 계곡일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대로 들여다 보였다.
길게 갈라진 살틈,
수줍게 입을 벌린 그 하얀 살틈으로 붉고 오돌오돌한 야릇한 살점들이 벌려져 있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이검한으로 서는 지금껏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여체의 적나라한 일부,
그것이 지금 그의 눈앞에 너무나 생생하게 들어온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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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일권 입니다.
다음에는 제2권 "新疆의 劫風"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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