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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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一 章 超然心訣과 太陽寶鼎
현음마모(玄陰魔母)가 남긴 글,
그것은 실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때는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末期) ------!
혼탁하기 이를 데 없던 당시 강호에는 한 명의 절세기인이 있었다.
상고시대의 온갖 무공을 수습하여 중원무림의 터를 닦았다고 알려진 일대기인!
------ 원시천존(元始天尊)!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는 너무나 오래 전의 인물로서 당금무림에 그런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졌을 정도였다.
하여간,
그는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후경지까지 다달았던 인물이었다.
그의 무예는 깊고도 넓어서 도무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원시천존(元始天尊)에게는 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
------ 태양신군(太陽神君)!
------ 현음마모(玄陰魔母)!
바로 그들이었다.
본래,
원시천존의 절학은 기오막측하기 이를 데 없어 절세기재가 아니면 연마할 수가 없었다.
원시천존은 천하를 주유하며 자신의 절기를 이어받을 재목을 찾아다녔다.
하나,
실패했다.
원시천존 자신은 천고기재였다.
한데,
그 같은 기재가 또 있을리 없었다.
해서,
원시천존은 차선책으로 그나마 인중용봉(人中龍鳳)이라 할 수 있는 두 명의 남녀를 제자로 거둬 들였다.
즉,
남제자에게는 양강한 절기를, 여제자에게는 음유한 절기를 각기 전수한 것이었다.
그 두 남녀 제자가 태양신군(太陽神君)과 현음마모(玄陰魔母)였다.
두 사람은 원시천존에게 절기를 전수받은 후 무림에 출도하여 천하를 주유했다.
하나,
두 사람은 자신의 삼초지적(三招之敵)도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원시천존의 무공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무림에 나온 태양신군(太陽神君)과 현음마모(玄陰魔母),
그들은 각기 하나의 문파를 세웠다.
태양신군(太陽神君)은 숭양무벌(崇陽武閥)을 현음마모는 현음마교(玄陰魔敎)를 각기 세웠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무림에는 정사(正邪)의 구별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태양신군과 현음마모에 의해 비로소 정사(正邪), 그리고 흑백(黑白)으로 나뉘어져 무림판도를 구축하게 되었다.
본래,
동문(同門)인 두 남녀는 서로를 사랑하던 사이였다.
하나,
두 사람에게는 한 가지 나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사랑보다 더한 호승심이었다.
둘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그것은 연인 사이라 해도 다를리 없었다.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탓에 결국 두 사람 사이는 파경을 맞고 말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 철천지 한을 지닌 원수처럼 대립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태양신군과 현음마모는 동시에 스승인 원시천존으로부터 호출을 받게 되었다.
원시천존 ------ !
드디어 그는 천수를 다하고 우화등선하게 된 것이었다.
해서,
그는 두 제자를 불로 유언을 남기려 했다.
스승의 거처로 달려간 태양신군과 현음마모,
원시천존은 그들 앞에 두 가지의 물건을 내놓았다.
------ 태극보정(太極寶鼎)!
------ 초연심결(超然心訣)!
바로 그것이었다.
태극보정(太極寶鼎) ------ !
그것은 원시천존의 상징이었다.
즉,
원시무맥(元始武脈)의 종사(宗師)를 상징하는 보물이 바로 태극보정(太極寶鼎)이었다.
본래,
태극보정은 상고의 성왕(聖王) 순(舜) 임금이 만들었다는 신주구정(神州九鼎)의 하나로 제왕(帝王)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나,
주왕조가 몰락하면서 구정(九鼎)도 모두 유실되고 말았다.
그 중 하나가 어찌어찌하여 원시천존의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다.
구정(九鼎)중 하나를 얻은 원시천존,
그는 그것으로 자신의 징표로 삼았다.
해서,
태극보정을 물려받는 자는 명실 상부한 원시천존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나,
태극보정은 그저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아무런 묘용이 없었다.
그에 비해,
초연심결(超然心訣)------!
그것은 실로 엄청난 유혹을 지닌 것이었다.
즉,
초연심결에는 원시천존의 초절기예의 정수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연마해 내는 자는 제 이의 원시천존이 될 수 있었다.
원시천존,
그는 두 제자에게 태극보정과 초연심결중 한가지씩만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에 두 남녀는 깊이 고심했다.
그러다,
결국 태양신마와 현음마모는 두 보물들 중 한가지씩을 선택하게 되었다.
태양신마는 태극보정(太極寶鼎)을,
그리고,
현음마모는 초연심결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태양신마,
그는 일신의 절예를 습득하는것 보다는 존경하는 스승의 후계자가 되고 싶어 했다.
해서 그는 일신의 태극보정을 선택했다.
반면,
현음마모 ------ !
그녀는 사형인 태양신마를 이겨보겠다는 호승심에 초연심결을 선택했다.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어리석구나, 종선(宗仙)이여! 네 자신의 그릇도 모르고 감히 스승님의 초극절예를 넘보다니......!
현음마모의 유언은 깊은 회한과 탄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현음마모(玄陰魔母) 종선(宗仙) ------ !
그렇다.
결론은 그녀의 패배였다.
그녀는 초연심결을 익히기 위해 현음마교 조차 해산하고 이곳 현음동천(玄陰洞天)으로 은둔했다.
오로지 원시천존의 최후절예인 초연심결을 익히기 위해서,
하나,
현음마모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시천존이 남긴 심득은 너무나 난해했다.
백 년 간의 깊은 고뇌에도 불구하고 현음마모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검한이 본 두루마리의 그림,
그것은 바로 원시천존이 남긴 최후심득인 초연심결(超然心訣)의 도해였다.
<죽음에 이러러서야 스승님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 그 분은 어리석은 제자로 하여금 그 분의 기예를 수천 년 이후의 시대로 전하고자 하신 것이다. 그분은 내가 초연심결을 연마하기 위해 현음마교(玄陰魔敎)를 해체하고 이곳에 은거할 것까지도 모두 미리 예견하셨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의 운명 역시 저 위대하신 원시천존(元始天尊) 사부님의 안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라.>
이검한은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누란왕후(樓蘭王后)를 통해 이곳을 발견한 것도 모두 원시천존(元始天尊)이란 분의 안배에 의한 것이란 말인가?」
그는 믿기지 않는 듯 망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렷다.
하나,
어쨌든 그는 원시천존이라는 상고기인의 깊은 뜻에 그저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본녀가 네게 지우려는 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리라. 그대의 시대에는 악마(惡魔)의 화신이 등장할 것이며 그 악마의 분신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바로 초연심결(超然心訣)이 필요한 것이다. 너는 본녀가 이루지 못한 초연신공(超然神功)을 기필코 완성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네게 지우는 짐이니라. 내 사랑하던 이의 후손이여......>
현음마모의 유언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유언의 마지막 구절을 읽은 이검한,
그는 일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시지? 내가 저분의 사랑하던 분의 후손이라니......?」
그는 멍한 표정으로 현음마모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퍼뜩 그의 뇌리를 스치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아연실색했다.
「설...... 설마 내가 태양신마(太陽神魔)라는 분의 후손이란 말인가?」
그의 얼굴은 벌겋게 물들었다.
현음마모의 마지막 암시가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의 아주 오래 전 조상의 연인을 범한 것이 되는 것이었다.
이검한의 머리 속은 갑자기 혼란에 휩싸였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란 말인가?)
그는 명한 표정으로 망연히 현음마모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
스으...... 스으......
현음마모의 교구는 다시 얇은 얼음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지난 일천 수백 년 동안 그래왔듯이 그녀는 또 다시 천년의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었다.
X X X
밤(夜),
신강의 광활한 사막 위로 칠흑같은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대과벽(大戈壁) ------ !
그 거대한 천험의 단애는 웅장한 장관으로 밤의 적막 속에 우뚝 솟아 있다.
달빛,
막 스러지는 가녀린 초승들이 창백한 빛을 대과벽 일대에 흩뿌리고 있었다.
문득,
쐐액!
서북쪽으로부터 한 줄기 인영이 밤하늘을 가르며 질풍같이 대과벽을 날아왔다.
스스스......
밤바람에 옷자락을 펄럭이며 대과벽의 끝으로 내려서는 인물,
그는 삼십대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장한이었다.
일신에 걸친 옷은 칠흑같이 검은 경장,
허리춤에는 검붉은 색의 한 자루 철부(鐵斧)를 차고 있었다.
한데,
그 장한은 두 팔에 무엇인가를 안고 있었다.
두터운 천으로 전신을 감싼 소녀,
이제 나이는 십삼사세 가량 되었을까?
눈같이 흰 피부에 탐스러운 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였다.
한 눈에 보아 그녀는 서역의 색목(色目) 계통의 피를 이어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수혈이 찍힌 듯 장한의 품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헉헉!」
장한은 먼길을 달려온 듯 거칠게 숨을 헐떡엿다.
그런 그의 전신은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윽고,
스슥!
대과벽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 흑의장한,
그는 빠르게 한 차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기로군!」
그는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두 눈은 초조함과 죄책감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용서하십시오. 공주님! 소신(小臣)은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잠든 금발소녀를 내려다 보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천애고아인 소신 포대붕(包大鵬)에게는 안사람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 음흉한 철목풍(鐵木風)의 요구를 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비통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 포대붕(包大鵬)!
이것이 흑의장한의 이름이었다.
그는 타고난 신력(神力)을 지녀 신강일대에는 그의 용맹함이 자자하게 알려진 역사(力士)였다.
또한,
신강의 제부족들은 그를 철부신장(鐵斧神將)이라 부르며 경원했다.
그 포대붕에게는 한 명의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고아내(高娥乃)라는 이름을 지닌 정숙한 미모의 여인,
한데,
그녀는 얼마 전 한 명의 흉한에게 납치 당하고 말았다.
고아내를 납치한 흉인은 포대붕에게 아내를 구하고 싶으면 한 명의 소녀를 납치해 오라고 협박했다.
그 소녀는 다름아닌 포대붕이 섬기는 여주인의 딸이었다.
포대붕은 번뇌에 빠졌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인을 배신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몇날 며칠을 갈등으로 고민고민하던 포대붕,
하나,
결국 아내에 대한 염려가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이겼다.
만일 자신이 흉인의 협박을 모른척 한다면 아내인 고아내가 어떤 꼴을 당할지는 명약관화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는 숱한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었다가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해서,
포대붕은 눈물을 머금고 소주인(少主人)을 납치하고자 마음 먹었다.
지금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금발소녀,
그녀가 바로 포대붕이 섬기는 주인의 딸이었다.
------ 철산산(鐵珊珊)!
이것이 금발소녀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저 위대한 정복자 성길사한(成吉思汗)의 피를 이은 고귀한 신분이었다.
포대붕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는 철산산을 내려다 보며 죄책감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철목풍(鐵木風)이 아무리 사갈같은 독심을 지닌 흉악한자라고 해도 산산(珊珊) 공주님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용서하십시오. 소신의 아내만 구해낸다면 저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자 철목풍을 쳐죽일 것입니다!)
그는 입술을 질근 깨물며 다짐했다.
한데,
그때였다.
「흐흐...... 그래도 제법 현명하구나, 포대붕!」
돌연 포대붕의 뒤에서 한가닥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포대붕은 깜짝 놀라며 급히 뒤를 돌아 보았다.
언제였을까?
그의 삼 장 뒤,
한 명의 장한이 우뚝 서 있었다.
일신에 짙푸른 장포를 두룬 자,
그 자는 얼굴 또한 푸른 천으로 가리고 있어 간신히 두 눈만 드러나 보였다.
천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그 자의 두 눈에서는 음산하고도 사이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 자의 허리춤,
금은으로 장식이 화려하게 치장된 한 자루의 반월도(半月刀)가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자의 청포 소맷자락 밖으로 하나의 특이한 팔찌를 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무쇠로 만든 팔찌였는데 팔찌위에는 푸른늑대(靑狼)가 칠보(七寶)로 상감되어 있었다.
푸른 늑대(靑狼)!
그것은 저 징기스칸의 상징이 아닌가?
「철....... 목풍(鐵木風)!」
청포인을 본 포대붕,
그는 이를 부드득갈며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철목풍(鐵木風) ------ !
그렇다.
그 자는 바로 포대붕의 아내 고아내를 납치한 장본인이었다.
흠... 하드를 정리하다 보니 이게 남아있더군요
그냥 지우기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
현음마모(玄陰魔母)가 남긴 글,
그것은 실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때는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末期) ------!
혼탁하기 이를 데 없던 당시 강호에는 한 명의 절세기인이 있었다.
상고시대의 온갖 무공을 수습하여 중원무림의 터를 닦았다고 알려진 일대기인!
------ 원시천존(元始天尊)!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는 너무나 오래 전의 인물로서 당금무림에 그런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졌을 정도였다.
하여간,
그는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후경지까지 다달았던 인물이었다.
그의 무예는 깊고도 넓어서 도무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원시천존(元始天尊)에게는 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
------ 태양신군(太陽神君)!
------ 현음마모(玄陰魔母)!
바로 그들이었다.
본래,
원시천존의 절학은 기오막측하기 이를 데 없어 절세기재가 아니면 연마할 수가 없었다.
원시천존은 천하를 주유하며 자신의 절기를 이어받을 재목을 찾아다녔다.
하나,
실패했다.
원시천존 자신은 천고기재였다.
한데,
그 같은 기재가 또 있을리 없었다.
해서,
원시천존은 차선책으로 그나마 인중용봉(人中龍鳳)이라 할 수 있는 두 명의 남녀를 제자로 거둬 들였다.
즉,
남제자에게는 양강한 절기를, 여제자에게는 음유한 절기를 각기 전수한 것이었다.
그 두 남녀 제자가 태양신군(太陽神君)과 현음마모(玄陰魔母)였다.
두 사람은 원시천존에게 절기를 전수받은 후 무림에 출도하여 천하를 주유했다.
하나,
두 사람은 자신의 삼초지적(三招之敵)도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원시천존의 무공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무림에 나온 태양신군(太陽神君)과 현음마모(玄陰魔母),
그들은 각기 하나의 문파를 세웠다.
태양신군(太陽神君)은 숭양무벌(崇陽武閥)을 현음마모는 현음마교(玄陰魔敎)를 각기 세웠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무림에는 정사(正邪)의 구별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태양신군과 현음마모에 의해 비로소 정사(正邪), 그리고 흑백(黑白)으로 나뉘어져 무림판도를 구축하게 되었다.
본래,
동문(同門)인 두 남녀는 서로를 사랑하던 사이였다.
하나,
두 사람에게는 한 가지 나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사랑보다 더한 호승심이었다.
둘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그것은 연인 사이라 해도 다를리 없었다.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탓에 결국 두 사람 사이는 파경을 맞고 말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 철천지 한을 지닌 원수처럼 대립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태양신군과 현음마모는 동시에 스승인 원시천존으로부터 호출을 받게 되었다.
원시천존 ------ !
드디어 그는 천수를 다하고 우화등선하게 된 것이었다.
해서,
그는 두 제자를 불로 유언을 남기려 했다.
스승의 거처로 달려간 태양신군과 현음마모,
원시천존은 그들 앞에 두 가지의 물건을 내놓았다.
------ 태극보정(太極寶鼎)!
------ 초연심결(超然心訣)!
바로 그것이었다.
태극보정(太極寶鼎) ------ !
그것은 원시천존의 상징이었다.
즉,
원시무맥(元始武脈)의 종사(宗師)를 상징하는 보물이 바로 태극보정(太極寶鼎)이었다.
본래,
태극보정은 상고의 성왕(聖王) 순(舜) 임금이 만들었다는 신주구정(神州九鼎)의 하나로 제왕(帝王)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나,
주왕조가 몰락하면서 구정(九鼎)도 모두 유실되고 말았다.
그 중 하나가 어찌어찌하여 원시천존의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다.
구정(九鼎)중 하나를 얻은 원시천존,
그는 그것으로 자신의 징표로 삼았다.
해서,
태극보정을 물려받는 자는 명실 상부한 원시천존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나,
태극보정은 그저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아무런 묘용이 없었다.
그에 비해,
초연심결(超然心訣)------!
그것은 실로 엄청난 유혹을 지닌 것이었다.
즉,
초연심결에는 원시천존의 초절기예의 정수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연마해 내는 자는 제 이의 원시천존이 될 수 있었다.
원시천존,
그는 두 제자에게 태극보정과 초연심결중 한가지씩만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에 두 남녀는 깊이 고심했다.
그러다,
결국 태양신마와 현음마모는 두 보물들 중 한가지씩을 선택하게 되었다.
태양신마는 태극보정(太極寶鼎)을,
그리고,
현음마모는 초연심결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태양신마,
그는 일신의 절예를 습득하는것 보다는 존경하는 스승의 후계자가 되고 싶어 했다.
해서 그는 일신의 태극보정을 선택했다.
반면,
현음마모 ------ !
그녀는 사형인 태양신마를 이겨보겠다는 호승심에 초연심결을 선택했다.
과연,
두 사람 중 누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어리석구나, 종선(宗仙)이여! 네 자신의 그릇도 모르고 감히 스승님의 초극절예를 넘보다니......!
현음마모의 유언은 깊은 회한과 탄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현음마모(玄陰魔母) 종선(宗仙) ------ !
그렇다.
결론은 그녀의 패배였다.
그녀는 초연심결을 익히기 위해 현음마교 조차 해산하고 이곳 현음동천(玄陰洞天)으로 은둔했다.
오로지 원시천존의 최후절예인 초연심결을 익히기 위해서,
하나,
현음마모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시천존이 남긴 심득은 너무나 난해했다.
백 년 간의 깊은 고뇌에도 불구하고 현음마모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검한이 본 두루마리의 그림,
그것은 바로 원시천존이 남긴 최후심득인 초연심결(超然心訣)의 도해였다.
<죽음에 이러러서야 스승님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 그 분은 어리석은 제자로 하여금 그 분의 기예를 수천 년 이후의 시대로 전하고자 하신 것이다. 그분은 내가 초연심결을 연마하기 위해 현음마교(玄陰魔敎)를 해체하고 이곳에 은거할 것까지도 모두 미리 예견하셨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의 운명 역시 저 위대하신 원시천존(元始天尊) 사부님의 안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라.>
이검한은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누란왕후(樓蘭王后)를 통해 이곳을 발견한 것도 모두 원시천존(元始天尊)이란 분의 안배에 의한 것이란 말인가?」
그는 믿기지 않는 듯 망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렷다.
하나,
어쨌든 그는 원시천존이라는 상고기인의 깊은 뜻에 그저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본녀가 네게 지우려는 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리라. 그대의 시대에는 악마(惡魔)의 화신이 등장할 것이며 그 악마의 분신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바로 초연심결(超然心訣)이 필요한 것이다. 너는 본녀가 이루지 못한 초연신공(超然神功)을 기필코 완성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네게 지우는 짐이니라. 내 사랑하던 이의 후손이여......>
현음마모의 유언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유언의 마지막 구절을 읽은 이검한,
그는 일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시지? 내가 저분의 사랑하던 분의 후손이라니......?」
그는 멍한 표정으로 현음마모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퍼뜩 그의 뇌리를 스치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아연실색했다.
「설...... 설마 내가 태양신마(太陽神魔)라는 분의 후손이란 말인가?」
그의 얼굴은 벌겋게 물들었다.
현음마모의 마지막 암시가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의 아주 오래 전 조상의 연인을 범한 것이 되는 것이었다.
이검한의 머리 속은 갑자기 혼란에 휩싸였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란 말인가?)
그는 명한 표정으로 망연히 현음마모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
스으...... 스으......
현음마모의 교구는 다시 얇은 얼음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지난 일천 수백 년 동안 그래왔듯이 그녀는 또 다시 천년의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었다.
X X X
밤(夜),
신강의 광활한 사막 위로 칠흑같은 밤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대과벽(大戈壁) ------ !
그 거대한 천험의 단애는 웅장한 장관으로 밤의 적막 속에 우뚝 솟아 있다.
달빛,
막 스러지는 가녀린 초승들이 창백한 빛을 대과벽 일대에 흩뿌리고 있었다.
문득,
쐐액!
서북쪽으로부터 한 줄기 인영이 밤하늘을 가르며 질풍같이 대과벽을 날아왔다.
스스스......
밤바람에 옷자락을 펄럭이며 대과벽의 끝으로 내려서는 인물,
그는 삼십대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장한이었다.
일신에 걸친 옷은 칠흑같이 검은 경장,
허리춤에는 검붉은 색의 한 자루 철부(鐵斧)를 차고 있었다.
한데,
그 장한은 두 팔에 무엇인가를 안고 있었다.
두터운 천으로 전신을 감싼 소녀,
이제 나이는 십삼사세 가량 되었을까?
눈같이 흰 피부에 탐스러운 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였다.
한 눈에 보아 그녀는 서역의 색목(色目) 계통의 피를 이어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수혈이 찍힌 듯 장한의 품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헉헉!」
장한은 먼길을 달려온 듯 거칠게 숨을 헐떡엿다.
그런 그의 전신은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윽고,
스슥!
대과벽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 흑의장한,
그는 빠르게 한 차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기로군!」
그는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두 눈은 초조함과 죄책감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용서하십시오. 공주님! 소신(小臣)은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잠든 금발소녀를 내려다 보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천애고아인 소신 포대붕(包大鵬)에게는 안사람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 음흉한 철목풍(鐵木風)의 요구를 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비통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 포대붕(包大鵬)!
이것이 흑의장한의 이름이었다.
그는 타고난 신력(神力)을 지녀 신강일대에는 그의 용맹함이 자자하게 알려진 역사(力士)였다.
또한,
신강의 제부족들은 그를 철부신장(鐵斧神將)이라 부르며 경원했다.
그 포대붕에게는 한 명의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고아내(高娥乃)라는 이름을 지닌 정숙한 미모의 여인,
한데,
그녀는 얼마 전 한 명의 흉한에게 납치 당하고 말았다.
고아내를 납치한 흉인은 포대붕에게 아내를 구하고 싶으면 한 명의 소녀를 납치해 오라고 협박했다.
그 소녀는 다름아닌 포대붕이 섬기는 여주인의 딸이었다.
포대붕은 번뇌에 빠졌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인을 배신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몇날 며칠을 갈등으로 고민고민하던 포대붕,
하나,
결국 아내에 대한 염려가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이겼다.
만일 자신이 흉인의 협박을 모른척 한다면 아내인 고아내가 어떤 꼴을 당할지는 명약관화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내는 숱한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었다가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해서,
포대붕은 눈물을 머금고 소주인(少主人)을 납치하고자 마음 먹었다.
지금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금발소녀,
그녀가 바로 포대붕이 섬기는 주인의 딸이었다.
------ 철산산(鐵珊珊)!
이것이 금발소녀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저 위대한 정복자 성길사한(成吉思汗)의 피를 이은 고귀한 신분이었다.
포대붕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는 철산산을 내려다 보며 죄책감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철목풍(鐵木風)이 아무리 사갈같은 독심을 지닌 흉악한자라고 해도 산산(珊珊) 공주님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용서하십시오. 소신의 아내만 구해낸다면 저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자 철목풍을 쳐죽일 것입니다!)
그는 입술을 질근 깨물며 다짐했다.
한데,
그때였다.
「흐흐...... 그래도 제법 현명하구나, 포대붕!」
돌연 포대붕의 뒤에서 한가닥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포대붕은 깜짝 놀라며 급히 뒤를 돌아 보았다.
언제였을까?
그의 삼 장 뒤,
한 명의 장한이 우뚝 서 있었다.
일신에 짙푸른 장포를 두룬 자,
그 자는 얼굴 또한 푸른 천으로 가리고 있어 간신히 두 눈만 드러나 보였다.
천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그 자의 두 눈에서는 음산하고도 사이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 자의 허리춤,
금은으로 장식이 화려하게 치장된 한 자루의 반월도(半月刀)가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자의 청포 소맷자락 밖으로 하나의 특이한 팔찌를 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무쇠로 만든 팔찌였는데 팔찌위에는 푸른늑대(靑狼)가 칠보(七寶)로 상감되어 있었다.
푸른 늑대(靑狼)!
그것은 저 징기스칸의 상징이 아닌가?
「철....... 목풍(鐵木風)!」
청포인을 본 포대붕,
그는 이를 부드득갈며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철목풍(鐵木風) ------ !
그렇다.
그 자는 바로 포대붕의 아내 고아내를 납치한 장본인이었다.
흠... 하드를 정리하다 보니 이게 남아있더군요
그냥 지우기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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